칠곡군, 악취 주범 은행나무 열매 조기 채취

가을마다 은행나무 열매 착취로 인해 민원이 반복되자 칠곡군은 열매가 떨어지기 전인 다음달 19일까지 지역 주요 도로변에 식재된 은행나무 가로수 열매 털기를 실시한다. 군은 ‘수목 정비단’을 투입해 은행나무 열매털기를 진행하며, 열매들이 자연적으로 떨어지기 전에 집중적으로 채취할 예정이다.열매가 떨어져 터질 경우 심한 악취가 생겨 주민이 큰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칠곡군 관계자는 “수목 정비단을 통해 은행 열매를 조기에 채취해 해마다 반복되는 악취 민원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경산시, 시가지 도로변 은행나무 열매 채취 작업 실시

경산시가 5일부터 은행나무 열매 악취의 민원을 줄이고자 주요 도로변 은행나무 열매 채취 작업에 나섰다.경산시에 따르면 매년 300여 건의 가로수 민원이 접수되며 이 중 40%가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이다.경산시 전체 가로수는 3만7천여 그루 중 은행나무가 11만500여 그루로 3그루 중 1그루가 은행나무이다.시는 올해부터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은행 열매를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진동수확기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경산시 최상태 산림녹지과장은 “은행나무 열매 악취 민원을 최소화를 위해 다방면 관리 사업으로 하고 있다”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쾌적한 보행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경산시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상생시킬 방안으로 지난해부터 국유특허가 민간으로 기술 이전된 은행나무 암수 구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시내 주요 상가지역에 암수 교체공사를 시행하는 등 필수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남동해 기자 namdh@idaegu.com

영웅시대(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남천 잎이 발그레 물들어 길을 장식한다.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나무 잎사귀 아래 빨갛게 피어나 융단처럼 깔린 꽃의 무리가 길손의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가을이 저만치서 평화로운 풍경으로 익어간다.‘가을은 멀쩡한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지는 낙엽이 그러하고 부는 바람이 그러하고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주는 상념은 더욱 그러하리라.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바라만 봐도 사색이 많아지는 계절’이라고 이채 시인은 읊지 않던가.가을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으리라. 끝이 모르게 이어지는 거리 두기와 잘 알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람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위로를 얻는 것 같다. 대면하지 않아도 클릭만 하면 보이는 화면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듣고 싶은 목소리를 듣고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영웅시대 카페에 들어갔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너무나 좋아하는 그가 이해가 잘 안 됐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그의 노래를 듣게 하고 위로를 받게 하고 싶다는 그 사람의 선의를 받아들여 영웅의 노래를 들었다. 영상으로 만났더니 과연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혼이 담긴 노래였다. 온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부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그의 노래 속엔 평안과 고요가 있었다. 그의 노래 속에는 어떤 욕심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욕심내지 않고 노래를 부르니, 듣는 이도 편해지는 것 같다. 자신은 더 편안할지도 모르겠다. 과욕이 없다는 것은 정말 무아의 경지에서 노래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의 노래는 우리의 외로움과 사회적 소외를 채워주고 위로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한없이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어머니가 아기를 보듬는 정감마저 느껴진다. 영웅이 탄생했다면서 환호성을 울려대어도 무덤덤했었는데 이제야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혼을 담아 부르는 그의 성실한 자세와 그가 어렵게 살아온 날들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고생담이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어둠 속의 등불처럼 감동이 일게 한다. 코로나로 지친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고 영웅에게서 잠시나마 기쁨을 얻었으면 좋으리라 싶다.세상을 살다 보면 분명 고통스럽고 불안한 날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삶 속에는 기쁘고 행복한 일, 가슴 벅찬 일들도 찾아보면 많지 않겠는가.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고 하지 않은가. 정말이지 살면서 고생도 해보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이 있어야 그것을 얻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통 후에 이루게 된 결과에 대해서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할 터이고. 사람들은 비교적 그런 고통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남이 잘되면 그들은 고통 없이 쉽게 된 것으로 보이고 자신의 고통은 더 커 보이는 경우조차도 많을 것 같은데 세상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렵지 않던가. 때로는 운이 따라서 쉽게 성공을 하는 것 같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도 있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운도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미스터트로트의 최고, 영웅은 인생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이는 많이 먹지 않았지만, 정말 혼이 담긴 사랑의 노래로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의 노래는 분명 창조적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그의 무대가 순간순간 떠오른다. 노래가 끝났을 때, 그의 표정은 오히려 덤덤했다. 얼굴엔 평화가 느껴졌다. 마치 외롭고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경청해 준 것처럼, 그의 표정은 오히려 쑥스러워하면서도 평온해 보였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 가나 보다. 온통 영웅시대 이야기가 회자한다. 임영웅은 우리들의 불안과 고통에 대한 맞춤형 위로 곡을 우리에게 선물한 것 같다. 참 오랜만에 우리는 노래를 부른 사람 영웅과 함께 하나가 돼 세상을 살아나갈 큰 용기를 얻을 것 같다. 그의 출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수의 출현이라고 한다. 영웅이란 이름 표현이 아깝지 않은 그야말로 영웅이다.난세에 영웅은 불쑥 솟아나 늘 빛을 밝히지 않던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이 시기에 빛을 던지는 영웅들을 찾아 날마다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냄새나는 은행나무 열매...미리 딴다

대구시는 8개 구·군과 함께 추석 전 은행나무 가로수 열매 조기 채취에 나선다고 16일 밝혔다. 은행나무는 가을철 아름다운 단풍을 제공하고 공기정화 능력과 병해충에도 뛰어나 가로수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10월 초부터 떨어지는 열매의 악취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나뉘는 수종으로 대구시 은행나무 가로수 5만2천 그루 중 24%인 1만2천564그루가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다. 대구시는 봄철 암나무의 꽃눈 형성가지를 사전에 전정하는 작업과 가을철엔 굴삭기 부착 진동수확기를 활용, 열매를 털어내는 조기 채취를 한다.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칠곡3지구 문화예술거리 ‘이태원길’…‘토요문화골목시장’에 문화 장 보러 오세요.

행복북구문화재단(대표 이태현)이 대구 북구 동천동 문화예술거리 ‘이태원길’에서 거리극, 초청공연, 예술장터 등 다채로운 문화소비를 할 수 있는 ‘토요문화골목시장’을 오는 11일과 18일 진행한다.‘토요문화골목시장’에서는 칠곡 향교를 배경으로 한 소설가 이태원의 대표작 ‘객사’를 재구성한 거리극 ‘은행나무는 이야기 한다’를 만날 수 있다.음악과 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로 그려진 공연 콘텐츠로 이태원문학관 앞에서 오후 3시부터 약 40분간 진행된다.또한 사전공모를 통해 선정된 30개 팀의 다양한 장르의 ‘초청공연’도 열린다.이태원길 내 미관광장1에서는 토요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하루 2-3팀의 예술가들이 각 30분 동안 무대를 꾸민다. 클래식, 국악, 대중음악, 인디음악, 무용 및 댄스, 다원예술, 마술쇼 등 다채로운 무대로 지역민의 문화욕구를 해소시켜줄 예정이다.또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열리는 ‘예술장터’는 약 12-15개의 부스에서 도자기, 손 인형, 뜨개, 캘리그라피, 아로마 및 비누공예, 리본공예, 천연염색 등 다양한 아트상품 판매하고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행복북구문화재단 이태현 대표는 “소설가 이태원의 작품을 각색 한 거리극을 필두로 타 지역의 거리와는 차별성을 둔 북구만의 콘텐츠 중심으로 명실상부한 문학과 문화가 깃든 거리로 발돋움 하고자 한다”며 “즐거운 주말을 보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태원길’은 대구 칠곡 출신 소설가 이태원작가의 이름을 담은 문화예술거리로, 대구 북구 동천동 도시철도 3호선 팔거역에서 동천육교까지 이어지는 보행자전용도로에 조성되어 있다.이태원 문학관·영상관을 상시운영하며 그의 작품과 문학세계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기획하여, 작가를 기리고 지역민들이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며 일상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지역명소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경북의 보호수…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든다

경북도가 소나무, 느티나무, 버드나무, 은행나무 등 도내 보호수 300그루를 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들기로 했다.경북도는 23일 도내 보호수에 얽힌 전설, 민담, 설화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관광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한 ‘경북의 보호수 스토리텔링 발굴 용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보호수는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있는 노목, 거목, 희귀목으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말한다.도내 59개 수종, 2천33그루가 지정, 관리되고 있다.도는 이번 용역을 통해 보호수의 기초자료 수집 및 조사, 선별, 평가 과정 등을 통해 이야기가 있는 대표나무 300그루를 선정하기로 했다. 전설을 가진 대표 보호수로는 신라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가 뿌리를 내려 현재까지 살고 있다는 영주 부석사 조사당 신비화(골담초),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고사의송관란도 실제 모델로 알려진 포항 내연산 겸재송 등이 있다.최대진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이번 용역으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 있는 보호수를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구미 옥성면 농소리 주민들 마을 수호신인 은행나무에게 동제 지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은행나무에 제사를 지내는 행사가 지난 5일 구미에서 열렸다.구미시 옥성문 농소2리 새마을회는 마을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농소리 은행나무 동제를 지냈다.수령이 450여 년이 넘은 농소리 은행나무는 높이 21.6m, 둘레가 11.9m나 되는 노거수로 정확한 유래는 전하지 않지만 주변에 남아있는 절이나 장터의 흔적과 관련이 있는 나무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 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단합과 친목을 도모하는 향토문화적 가치와 노거수로서의 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0년 천연기념물 제225호로 지정됐다.마을 주민들은 예로부터 농소리 은행나무가 마을과 주민들을 지켜준다고 믿어 매년 음력 10월 첫 오일(午日)에 동제를 지내왔다.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열애

열애/ 이수익때로 사랑은 흘낏/ 곁눈질도 하고 싶지/ 남몰래 외도도 즐기고 싶지/ 어찌 그리 평생 붙박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나// 마주 서 있음만으로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저리 마음 들뜨고 온몸 달아올라/ 절로 열매 맺는/ 나무여, 나무여, 은행나무여// 가을부터 내년 봄 올 때까지/ 추운 겨울 내내/ 서로 눈 감고 돌아서 있을 동안/ 보고픈 마음일랑 어찌 하느냐고/ 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만/ 마구 뿌려대는/ 아, 지금은 가을이다. 그래, 네 눈물이다.-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 시작,2007) .................................................... 평생을 붙박이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오래 전 나훈아의 말마따나 인생을 두 번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은 아무따나 연애도 실컷 하면서 살아보고, 또 한 번은 조심조심 신중하게 평생의 반려를 만나 사랑하겠는데 한 번뿐인 생이기에 양수 겹장이 쉽지 않은 것이다. 마주 서서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절로 열매 맺는 은행나무와 같은 사랑이 가능하다면야 통념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사랑이 구가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카사노바 식 둘러대기라든지 ‘사랑에서 책임과 의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스탕달의 연애론마저 낡아빠져 폐기될 게 뻔하다. 오래전 제인 폰다 주연의 ‘바바렐라’란 공상과학영화가 있었다. 성교의 방식도 진화를 거듭하여 마주보고 두 손바닥을 맞대는 것만으로 정신적, 육체적 합일감에 이르는 미래형 연애이다. 41세기에는 오로지 감정의 일치만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고 서로 주파수를 맞춘 채 손을 맞대고 덜덜덜 떨면 사랑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하고나 가능한 건 아니고 정신적 유대와 사랑의 진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이 들수록 그처럼 그윽한 사랑이 필요한 건 왜일까. 전통적 방식의 사랑에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이유도 없지 않겠으나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같은 감정의 호사에 더 목이 말라서가 아닐까. 정말 그저 바라만 보고 손길만 스쳐도 충만한 사랑이 왔으면 좋겠다. 군데군데 은행알이 보도위에서 구린내를 풍기더니만 이젠 은행잎이 완전 짙은 노랑으로 물들어 광채가 눈부시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 직설법 추파처럼 마구 뿌려대고 있다. 연인이 있건 없건 이럴 때 방구석에만 처박혀있는 것은 반칙이고 죄악이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심에서도 은행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암수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심어놓은 은행나무가 가로수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고약한 냄새보다는 인도나 도로에 떨어진 열매가 사람 발길과 차량에 짓이겨지고 들러붙어 거리를 지저분하게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다른 수종으로 이식하든가 은행이 안 열리는 수나무로 바꿔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요즘은 수나무로 교체하는 지역도 더러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병충해와 공해에 강하고 도시에서 이보다 계절감을 느끼게 해주는 나무도 없기에 아예 수종을 바꾸는 것은 예산낭비이기도 하고 온당치 않아 보인다. 공공근로를 확대해 낙과 전에 수거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겨진 이 가을날들 어떻게 흔들리며 추슬러야할지 걱정이다. ‘네 눈물’을 어찌 다 거두어야할지 난감하다. 은행나무 좋은 길을 찾아 걸으면서 ‘흘낏 곁눈질도’ 해봐야겠다.

2019 수필대전, 서원(書院)과 오백 년 은행나무

입선 김복건 가을이 노란 은행잎으로 유혹한다. 갑자기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든다. 나뭇잎은 지난날들의 사연을 가지에 걸어두고 함께 떠나자며 내려앉는다.은행나무는 자기 보호를 위해 본능적으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만 수나무는 냄새가 없다. 그래서 노란 잎이 되어 떨어진 황금카펫 길을 걸으면 참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잎들은 이곳저곳에서 나비가 되어 춤을 춘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바람과 어울려 춤사위를 하는 나비를 한참 바라보는 나의 눈이 젖어든다. 옛 직장에서 사표를 내고 쉴 때다. 매일 출근하였던 사람이 집에 있자니 갑갑하고 서성이자니 실업자라는 이미지를 줄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아들이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는데 직장을 잃었으니 맛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해줄 수 없었다.무료하게 집에 틀어박혀 있던 어느 날 저녁, 아내는 바람에 날려 떨어진 은행 열매를 주워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빡빡 문질러 겉껍질을 벗겨 냈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통마늘과 함께 달달 볶아 내가 좋아하는 맥주 안주를 만들었다. “여보! 힘내세요.”하며 차려진 조그마한 상에는 남편에게 용기를 주려 노릇노릇 구워진 은행 열매가 있었다. 그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은행나무가 소수서원 입구에서 오백 년을 버티고 서 있다. 서원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첫걸음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차원에서 보고 느끼는 ‘생각의 서원’에 들어선다.우리 민족은 위계질서와 단체생활을 중히 여겼다. 크고 많은 것보다 작아도 알찬 생활을 하였으며, 은행잎처럼 따스한 색감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원인 것이다. 풍기지역 사람들이 향촌의 중심이라 생각하는 곳으로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도 훼손되지 않고 남은 서원 중 한 곳이다.고려 말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안향 선생이 돌아와 주자학을 알렸기에 주세봉 선생은 위폐를 봉안하고 체계를 갖춘 것이 백운동 서원의 시초가 되었다 한다. 향교의 성격을 띠었지만 학문을 배우고 전수하는 지방 사립대학 수준이었다. 걸어서 안으로 들어서니 직선으로 일신재, 지락재, 학구재가 배열되어 있다. 스승과 제자들 사이에 각각 별도의 경계 건물도 없고 갑을 관계의 흔적도 없음이 예사롭지 않았다.지금 시절에는 위계질서라는 명목으로 별도의 방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의견충돌이라도 있으면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일쑤다. 그런데 그 시절에 스승과 한공간의 마당을 사용하였으며 함께 거닐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과히 획기적이라 할 수 있겠다.내가 첫 직장생활 할 때만 하여도 대표자와 윗선의 간부 그리고 중간 간부들의 방은 별도였다. 윗선의 간부와 의논하고 업무를 추진한 후에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는 경영주에게 문책을 당하는 것은 윗선의 간부가 아닌 실무를 보는 중간 간부였기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나로서는 가슴 아픈 과거가 되었다. 함께 거닐고 좀 더 진지하게 즉시즉시 문제를 푸는 대화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랬다면 더 현명한 판단의 결과를 이뤘을 것이다.경험 많은 현인을 뒤따르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헤매지도 않을 것 같은 배움의 공간에 닿았다. 학구재 옆에 스승의 공방인 직방재와 일신재를 우측에 두고 나란히 세우지 않고 약간 뒤로 물려 사제지간의 예의를 엿볼 수 있게 한 건축물. 통상적으로 지체 높은 사람들은 별채 혹은 뒤쪽의 별도 건물을 사용하건만 소수서원은 동학서묘로 배움의 공간은 동쪽에 두고 제향은 서쪽에 세웠다. 스승과 제자가 한 대문을 사용했다는 것은 가시적인 질서 없이 일렬로 배열한 것 같으면서도 통일되고, 단아한 모습 속에 위계질서를 느낄 수 있었다.당시 선비들이 학문을 배우면서 심신이 피로할 때, 잠시 거닐었을 것 같은 마당 한쪽의 소나무 아래 이르러 나도 걸음을 멈추었다. 선비처럼 먼 하늘을 보았다. 파란 하늘 저 멀리 흰 구름이 흘러간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흐트러진 몸맵시를 바로 하라는 듯 모자를 흔든다. 햇볕을 가리려 비뚤하게 쓴 모자를 고쳐 쓴다.옛 선비의 문화 속에서 미래지향적인 것을 찾고 싶은 나의 마음이 행동으로 표출된 것일까? 다시 천천히 걷는다. 선조들의 서책과 영정이 모셔진 곳에 이르러 우측에서 좌측으로 옛 사람들의 예의 방식을 지키며 한발 한발 옮겼다. 당시 유생들은 어떠한 마음이었는지 더 많이 느끼기 위함에서이다.오백 년 전 세월에서 한참이나 머물다 입구로 돌아왔다. 그사이 서원으로 들 때 맞아 주었던 나무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서 있었다.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노란 열매가 달려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큰 결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면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음을 나무는 말하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세대를 지켜보았던 나무는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고 없을지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하고 싶었나 보다.매화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도 않고, 고운 향을 풍기지도 않지만 천년을 살아가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였다. 그런 은행나무를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힘이 났다. 남편에게 용기를 주려고 구운 열매가 생각나서인지도 모른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열매를 구우면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 그루의 나무에서 맺히는 수천수만의 열매를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나무는 오래되고 자랄수록 더 큰 보답으로 되돌려 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나는 길을 걸으며 오백 년의 역사를 읽었고, 의견 충돌로 어려움에 처했던 지난 시절도 오늘을 바로 세우는 기틀이 되었음을 인지하였다.석양에 물들어가는 귀갓길에 아내의 눈물 같았던 오백 년의 토실한 황금 열매가 톡톡 떨어진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