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파란 하늘 아래 억새가 춤을 춘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은색 물결이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린다. 몇 장만 남은 빨간 단풍잎이 추운 겨울로 접어들 길목에서 어서 월동채비를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몸과 마음, 무조건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리라 마음먹는다.서늘한 바람이 일렁대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들의 얼굴이 주르르 떠오른다. 마주하면 늘 기분 좋은 이야기로 생기를 돋워 주던 이들, 그 얼굴들이 참 그립다. 거의 한 해가 다 가도록 만나지 못했으니 그 모습이 아 삼삼해진다. 언제나 앞에 놓인 일들로 늘 허덕일 때, 문득 옆에서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위로의 말을 건네곤 하던 이들이었다. 삶을 살아가다 보니 몸과 마음이 받는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털어버리고 비워버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야기를 또 덧붙이곤 하던 이들이다. 주어진 일들을 그때그때 처리하고 한결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한번 겨울을 나름으로 즐겨보리라.꽃 댕강 꽃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아리따운 자태를 자랑할 겨를도 없이 가을이 지나갔고. 어느새 찬바람이 불기 시작이다. 스산한 바람에 눈 내리는 날이 기다려진다는 이도 있다. 조그만 꽃잎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작별의 손짓을 연습하고 있는 것 같다.늦어도 11월에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일에 한번 푹 빠져보자. 초지일관 밀고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으랴. 간절히 하고픈 마음이면 그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이 실행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자기 일에는 최선을 다하되 후회하지는 말고, 언제나 남을 먼저 헤아리고자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따스해질 것이리라.대학 수능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은 그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학교도 제때 가지 못했고 배우는 것도 온라인강의로 대치한 것도 많았으니 준비라고 할 것도 없이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제 실력을 발휘하고 그다음은 그동안 기울인 노력에 의지해 믿고 기다려 봐야 하지 않겠는가. 사춘기에 들어 털이 많이 난 아이는 엉덩이 부근에 모소 낭이 생겨 앉아서 공부할 수도 없어서 책상 앞에 서서 책을 보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그의 얼굴엔 짜증이 묻어있지 않아서 좋다. 정말이지 주어진 여건에서 묵묵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이들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학창 시절, 시험이 다가오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탈이 나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공부를 즐기며 하고, 삼시 세끼 밥을 먹듯이 습관적으로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두는 과정을 익히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으리라. 말은 쉽지만, 너나없이 그것을 실천하기란 또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어찌 되었건 인생의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건 그것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고 그것으로 얻은 경험만은 헛되지 않으리니.무엇이든 즐겁게 공부하고 그것으로 인해 알게 된 것, 깨달은 것에 희열을 느낄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그분은 인생을 마법처럼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갈 수 있는 것 같다. 어떤 노신사 한 분은 환갑이 넘은 연세에 동화구연을 배웠다. 인형을 손수 만들어 한복을 입혀 신랑·신부로 한껏 단장해서 늘 들고 다니면서 기쁜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다니셨다. 위로가 필요한 곳, 삶이 버겁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봉사하면 마음이 따뜻해 온다고 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그 즐거움도 한동안 느끼지 못하고 집에만 머무르니 참으로 답답하다는 귀띔이다. 늘 미래의 삶을 준비하시는 분이기에 오늘도 무엇엔가 열중하며 이 기나긴 침묵의 시간을 잘 버티고 있을 것이리라. 항상 배우는 자세로 앞으로의 삶에 대해 미리 준비해가면서 앞으로 다가올 남은 날들을 찬찬히 헤아리고 계시리라.요즈음 몸조심하면서 스스로 고립돼 지내고 있는 이 기나긴 시간 동안, 여행을 즐기고 좋아하던 이들이라면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어쩌랴. 누군가는 ‘여행이란 찌개 속 미더덕과 같다’고 하지 않을까. 보글보글 끓는 찌개 속에서 어서 빨리 미더덕을 건져 한 입 힘껏 깨물어보고 싶지만, 혹여 그 안의 뜨거운 국물에 입이라도 데고 손을 입을 수도 있으리니. 맛나고 즐거운 것들은 얼른 확인해보고 싶더라도 조금만 뜸을 들여서 여유를 가지고서 꼭 조심조심 열고서 맛봐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 어느 순간에 우리를 침범할지도 모르는 코로나란 녀석과 함께 사는 우리는 꼭 조심하는 자세로 살아야 하지 않으랴. 속에 뜨거운 것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미더덕을 대하듯이.
2020-11-15 15:3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