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 김금철

~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만난 지 30년 만에 아내와 이혼했다. 결혼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인생의 전환점이지만 이혼 또한 일상적인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전기다. 이혼 선고를 받고 법원 문을 나서는 순간 법적 효력이 현실이 되고 부부는 남남이 된다. 떠나는 아내를 보고 있자니 한 바탕 꿈을 꾼 듯하다./ 자취를 하던 대학시절 역시 자취를 하던 아내를 만나 동거를 했다. 동거 여섯 달 만에 애가 들어서서 아내와 결혼을 했다. 첫딸을 낳았다. 군대를 갖다오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자식 둘을 가지면 군 면제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믿고 또 딸을 낳았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과 달랐다. 대학원에 등록해 군 입대를 연기해두고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형의 일을 도왔다. 주말부부가 된 셈이다. 집에 들렀더니 4살 난 큰딸이 서울 가지 말라고 매달렸다. 아빠가 서울로 가고나면 엄마가 한밤중에 시장을 자주 간다는 것. 조금 미심쩍긴 했지만 어린아이의 응석 정도로 받아들였다./ 형님 사업을 본격적으로 돕고자 서울로 이사를 했다. 딸은 엄마가 밤에 몰래 나간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군 입대는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차일피일 연기한 끝에 스물여덟에야 군에 입대했다. 두 번째 휴가를 나왔을 때였다. 8살 난 큰딸이 엄마가 한밤중에 집을 자주 비운다고 고변했다. 한 집에 세 들어 사는 70대 중반의 할머니에게 사실 확인을 해봤다. 그런 말하면 천벌 받는다고 펄쩍 뛰었다. 휴가 끝나기 하루 전, 마당에서 40대 초반의 주인아저씨를 만났다.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하여 응접실로 들어갔다. 아내가 밤마다 밖에 나가서 사내를 물고 들어온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니 좋은 쪽을 믿고 싶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귀대했다./ 그 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월이 약이지만 치유할 수 없는 후유증도 존재한다. 아내를 만난 지 30년 만에 마침내 이혼을 결행했다. 지금쯤 한 집에 살던 70대 중반의 할머니는 돌아가셨을 것이고, 40대 초반의 주인아저씨는 60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 주인아저씨가 지금 나이였다면 아내의 불륜을 바로 일러바쳤을까. 아마도 70대 중반의 할머니처럼 말했을 지도 모른다.…세상에 확실한 건 거의 없다. 특히나 남녀관계는 영원한 미스터리다. 남녀는 끝없는 밀당을 거쳐 헤어지기도 하고 만남을 이어가기도 한다. 밀당을 통한 이성 탐색은 우수한 유전자를 2세에게 물려주려는 본능이고 약육강식의 투쟁에서 살아남을 강한 배우자를 고르는 작업이다.결혼해 부부가 됐다고 이성 탐색이 끝나는 건 아니다. 결혼은 치열한 배우자 쟁탈전의 법적 타협일 뿐이고 유전자 보존에 대한 본능적 욕망을 마무리하는 근원적 처방은 아니다. 수컷은 가능한 한 씨를 많이 뿌려 그중에 최선의 후세를 얻는다는 전략이고 암컷은 가능한 한 사전에 우성을 가려내 불필요한 출산을 막는다는 전략이다. 이는 신체구조와 회임기간 및 산고에 기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사랑은 인간에게 준 신의 선물이다. 잠재적 생산가능기간(4~5년)에만 지속되는 시한부 감정이다. 일부일처제는 신이 예정한 제도가 아닐 수 있다. 신은 사랑의 유효기간 동안만 일부일처를 기획한지 모른다. 세상이 워낙 급속히 바뀌다보니 기존 삶이 뿌리 채 흔들리는 것 같아 불안하다. 결혼제도의 균열도 그중 하나다. 그냥 다 비우고 살까보다.오철환(문인)

코로나19 탓에 차일피일 연말까지 미뤄온 건강검진…지금 신청하면 내년 초에나 가능

코로나19로 인해 차일피일 미루던 건강검진이 연말에 몰리면서 대구 병·의원에서 ‘건강검진 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3일 지역 대학병원에 따르면 지금 건강검진을 예약하면 내년 1~2월에서야 받을 수 있다.하루 평균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환자수는 경북대병원 35명, 영남대병원 40명, 계명대 동산병원 50명 수준이다.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지난 2~4월 코로나19 여파로 병원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예약 취소 사례가 이어졌고 최근 기관에서 신청한 단체 예약까지 늘면서 건강검진이 몰린 상태”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검자 수를 늘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내시경까지 실시하는 검진일 경우 내년 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중소병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대구에서 건강검진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모두 438곳이다. 내시경 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일 경우 대기시간이 최소 1개월이다.서대구병원 관계자는 “채혈 등 일반 건강검진은 사람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당일 방문 기준으로 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내시경 등 시간이 소요되는 검진일 경우 이달 오전 진료 예약이 모두 완료됐고 다음 달이나 가능하다”고 말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일반 건강검진 대상자는 80만1천551명으로 이중 1~10월 수검자 수는 33만5천385명을 기록해 이 기간 건강검진 수검률은 41.8%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검률(47.8%)보다 6% 감소한 수치다.건강검진 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직장인들은 뜻하지 않게 과태료를 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건강검진 대상자 중 직장 가입자의 경우 주민등록상 생년월일 끝자리 기준으로 격년(홀수‧짝수 해)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시 5만~1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건강검진 수검률이 전국적으로 저조한 상태며 연말 일선 의료기관에 수검자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측에서 올해 건강검진 대상자들의 검진 일정을 내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책 정리를 하다가/ 윤일현

누렇게 뜬 시집에서 나온/ 빛바랜 흑백 명함판 사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어지러워 서가에 몸을 기댄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좌충우돌하며 돌아다녔건만./ 세월은 모든 것을 탈색하여/ 내 젊은 날들 결국은/ 5x7cm의 작은 평면 속/ 흑과 백, 명과 암으로 정리되는구나.// 세상의 모든 색채 흑백 속에 가둘 수 있지만/ 그 색채들 또한 흑백에서 갈라져 나옴을./ 밝음 끝에는 어둠이 찾아오고/ 어둠 다하면 새 빛이 돋아남을,/ 명과 백, 암과 흑만으로는/ 혁명도 사랑도 형상을 가질 수 없고/ 흑과 백, 명과 암은 서로 기대고 있음을,/ 그때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흑백의 풍경 밖으로 나와 보니// 지나온 길 아직 먼지 자욱하고/ 가야할 길 안개 속에 아득하다/ 강산이 몇 번 바뀌었건만/ 이루지 못한 꿈과 사랑/ 여전히 그대로 부여잡고 있는/ 앙상한 내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새벽별 하나 가슴에 안겨주고/ 가장 따뜻한 시로 나를 덮어준 후/ 그 시집 다시 서가에 고이 꽂아주며/ 불쑥 찾아온 현기증을 다스린다. 「시와반시」 (2015년 겨울)책은 애물단지이거나 잘해야 계륵 정도다. 공간만 차지 할 뿐 활용성이 떨어진다. 인터넷 검색이 강력하고 e북 시장까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책은 밉상이다. 그 와중에 눈까지 침침해지면 책은 좌불안석이다. 집값이라도 들썩거리는 날엔 책이 설 자리는 더욱 좁다. 여유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집안을 둘러본다. 방을 가득 메운 책들이 눈을 내리깐다. 보관할 책과 버릴 책을 분류해본다. 벌써부터 생각해온 일이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큰마음 먹고 일을 벌인다. 한쪽으로 완전 기운 책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살 땐 나름대로 살만해서 구입한 터라 막상 버리려고 하면 나중에 볼 것 같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여 망설여진다. 버리기로 마음먹어도 조금 아쉬운 마음에 책장을 들춰본다. 선 채로 읽다가 그 내용에 빨려 들어가 급기야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좋은 책이 책장에 꽂혀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책갈피에서 뜻밖의 물건이 발굴되기도 한다. 사진이나 단풍잎이 숨어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가끔 빳빳한 지폐도 나온다. 고액권이었을 지폐가 이젠 화폐수집용으로 밖에 쓰임새가 없지만 마음은 즐겁다. 사진은 추억이다. 빛바랜 흑백사진을 든 시인은 그 시절로 돌아간다. 살짝 어지럽다.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용케 견뎌낸 그녀석이 흑백 명함판에 갇혀 결연한 얼굴로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복잡한 사연들이 흑백으로 녹아있다는 사실이 새롭다. 흑 속엔 모든 색이 들어있고, 백 속엔 모든 빛이 모여 있다. 어둠이 다하면 밝음이 오고 밝음이 다하면 어둠이 온다. 흑과 백은 서로 의지하는 관계일 뿐더러 그 근본이 서로 닿아있다. 흑만으로 표현되지 않고 백만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흑과 백이 상호 조율하고 협조해야만 사물과 사연이 담기고 정리되는 사실을 흑백사진이 생생히 증언한다. 흑백논리는 금물이라는 것을 새로이 깨친다. 그땐 오직 한쪽만 본 고집스런 외눈박이였다. 부끄러운 기억이다. 흑백 세상에서 컬러풀 세상으로 귀환한다. 지난날은 먼지 앉은 책처럼 뿌옇고 누런데 가야할 길은 안개 속이다. 욕망을 내려놓을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움켜쥐고 있는 앙상한 모습이 안쓰럽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흑백사진을 시집에 살짝 재워 서가에 꽂는다. 어지러운 세상이 다시 깨어난다. 현기증은 타임머신 멀미다. 오철환(문인)

민주당 대구시당 “통합당 의원들은 허수아비인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21일 대구지역 미래통합당 의원과 당선인들을 향해 “통합당의 ‘선거 끝나자 긴급재난지원금 100%지급 없던 일로 하자’는 주장에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대구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21대 총선 전에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100%지급을 주장하던 통합당이 선거가 끝나자 70%지급으로 말을 바꿨다”며 “대구 통합당 국회의원과 곧 임기가 시작될 당선인들도 같은 입장인지 명확히 해라”고 밝혔다. 대구시당은 “긴급재난지원금 100%지급은 여야합의로 가능한 사안임에도 현재 야당의 반대로 지급자체가 미뤄지고 있다”며 “같은 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도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놓고 선거업무지장, 카드발급문제 등 온갖 핑계로 대구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통합당은 ‘긴급’의 뜻을 모르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구 시민으로부터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았으면 그에 걸맞게 일을 해야 한다”며 “선거 끝난 지 며칠 됐다고 벌써 긴급재난지원금을 포퓰리즘 운운하며 정부여당 흠집 내기에 혈안이 돼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통합당이 긴급재난지원금을 100% 지급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은 것은 명백한 잘못인데 이에 대해 왜 대구 통합당 의원들과 당선인들은 아무런 말이 없는가”라며 “이들은 모두 허수아비인가. 미래통합당의 TK홀대가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더 늦기 전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통합당의 신속한 협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