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대한민국 바이오 헴프산업의 미래가 싹트고 있다.안동이 2020년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후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안동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의료용 헴프 산업화의 문을 열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안동시는 바이오 산업 분야 기업·기관을 유치하고 전방위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추진하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민선 8기 권기창 안동시장은 투자와 활력 넘치는 기업환경을 조성해, 지역경제의 용광로를 뜨겁게 달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십 년간 지역 문제를 연구해온 권 시장은 안동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지목하며 신산업 성장과 기업투자 확대로 경제인구 50만 명이라는 발전 로드맵을 제시했다.헴프 등 바이오 분야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기관, 기업체가 집적된 바이오 클러스터 등을 구축하고 지역 청년들을 바이오 산업 인재로 양성한다는 것이다. ◆51조 원 녹색 금광 헴프 산업…전세계 그린러시 주목대마 씨앗이 몸에 좋은 슈퍼 푸드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마 씨앗에서 껍질을 탈피한 ‘헴프 씨드 너트’부터 ‘헴프 씨드 오일’뿐 아니라 대마 줄기에서 의류용 섬유를 채취하고 난 속대를 석회, 물과 혼합해 콘크리트처럼 만든 ‘헴프크리트’라는 친환경 건축자재도 사용된다.전 세계적으로 의료 분야에서 대마가 가장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대마는 마리화나와 헴프로 구분된다. 특히 헴프에 있는 CBD(칸나비디올)라는 성분이 뇌전증과 치매 등 신경질환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헴프의 CBD 성분을 활용한 난치병 치료제 등 세계 의료용 대마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이어 대마 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며 ‘그린러시’라 불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5년 대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0조 원으로 추산되며, 의료용 대마 시장은 연평균 22.1% 성장해 2024년 51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2020년 WHO 권고를 받아들인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60년 만에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했다. 소아 뇌전증 치료와 통증 완화 같은 대마의 의학적 효과 때문이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 캐나다 등 56개국에서 의료 목적의 대마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대마는 마약류관리법의 규제를 받아 섬유 및 종자 채취 목적 외에는 재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종자, 뿌리, 성숙한 줄기를 제외하고는 활용할 수 없다. 대마의 환각성분인 THC는 미수정 암꽃과 잎 그리고 종자의 껍질에 많이 함유돼 있어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꽃과 잎은 담당 공무원 입회하에 모두 폐기되고 있다.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도 식약처가 대마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국내 대마 산업화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식약처가 신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발표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 7번째로 대마 규제 완화가 포함됐다. 현재 학술연구 등으로 제한된 의료용 대마 활용 범위를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와 수입까지 확대하고, 2024년까지 관련 법인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법령 개정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술 개발과 투자에 망설이고 있던 특구 참여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 바이오 산업 발전 선도…안동의 최적의 도시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캐나다 다음 4번째로 대마 생산량이 많다. 그중에서도 안동포의 본고장인 안동은 대마 주산지이다. ‘100번의 손길이 가야 안동포가 만들어진다’는 옛말처럼 안동사람들은 1천여 년의 역사 동안 대마를 재배하고, 삼을 짜 베로 만들어 내는 ‘길쌈’의 명맥을 이어왔다.안동에서 첫 발을 내딛은 헴프 산업이 국내 산업 생태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삼베 원료로 쓰이던 대마가 난치병 치료제 등으로 변신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안동이 2020년 8월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며 대마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해내고 있다.현행법상 대마는 마약류로 분류돼 정부로부터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대마를 의료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불법이다.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에서는 바로 이러한 규제들에 대해 부분적으로 특례를 부여받아 그동안 규제로 인해 불가능했던 헴프의 미수정 암꽃과 잎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재배와 CBD 추출, 제조 및 수출, 헴프 관리에 대한 실증특례를 받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규제 완화 또는 합법화 전, 지정된 특구 지역 내에서 실증특례 행위를 통한 안전성과 산업화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규제 완화 및 합법화를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헴프에 있는 CBD라는 성분을 추출해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길이 안동에서 열린 것이다.총괄 주관기관인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30개의 국내 기업과 4개 기관이 헴프규제자유특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연구 기업은 헴프에서 치매와 뇌전증 치료제의 원료인 CBD를 추출한다. 또 이곳에는 국내 최초로 헴프 관리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CCTV, 지문등록, 소변 검사 등 철저한 보안 관리로 헴프가 무단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헴프 안전 관리 만큼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최근 농촌진흥청은 헴프 종자 주권 확보의 기반을 마련했다. 3년 전부터 연구한 국산 의료용 대마 품종을 최근 ‘의료성분을 많이 함유한 대마’와 ‘환각성분이 거의 없는 대마’라는 2가지 종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농촌진흥청은 자체 개발한 국산 의료용 대마 식물체를 헴프 특구 참여 기업들에 분양하고 있다. ◆헴프 특구 지정 3년 차…미래 초석 다져전국 최초로 대마산업육성조례를 제정한 안동시는 헴프 특구 지정 이후 18개 역외 기업의 특구 내 이전을 조기 완료하고, 72명의 신규 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성과도 도출했다.순도 99%가 넘는 고순도 CBD 추출에 성공하며 헴프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 주최의 규제자유특구에 대한 운영성과 평가에서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가 우수특구로 선정됐다.시는 실증특례 연장을 받고 특구 사업자들의 중단 없는 R&D사업 추진 및 전주기 이력관리를 통한 보안관리를 지원할 방침이다.또 시는 올해 바이오 헴프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하기 좋은 투자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 특히 창업 및 벤처 기업 입주공간인 공공형 기업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바이오 산업의 미래 초석도 다진다. 연간 2천여 명 이상의 글로벌 바이오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전문 훈련기관인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또 국가산업단지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여 안동이 바이오생명산업 거점도시로 자립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권기창 안동시장은 “블루오션인 바이오 산업 중에서도 헴프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헴프의 CBD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국내 환자는 790만 명에 달하고 있다”며 “헴프 특구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국내 의료 기반이 향상되고 헴프 산업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또 “미래 헴프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법규 정비가 선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안동시는 헴프 특구 모든 공정 전주기에 대한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마약류관리법 개정의 근거를 확실히 완비함으로써 규제 완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진욱 기자 wook9090@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