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를 대표하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14년 만에 내한해 대구를 찾았다. 지난 7일 오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라파엘 파야레 지휘 아래 북미 특유의 웅장한 사운드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고,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해외 오케스트라를 환호와 박수로 맞이했다.이날 무대에서는 눈에 띄는 단원이 있었다.주인공은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역사상 최초 한국인으로 객원 단원인 이수경(41) 바이올리니스트다.그 역시 인생에서 꿈꿔왔던 순간들이 눈앞에서 펼쳐진 시간이었다.이수경 바이올리니스트는 "내한 공연을 하게 되면서 나의 인생에서 꿈꿔왔던 순간들을 현실로 경험하게 됐기에 이번 한국 4일간의 내한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됐다"며 "특히 19년 만에 다시 돌아온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의 공연은 나에게 너무나 뜻깊은 무대였다. 눈물을 참느라 혼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이수경씨는 울산예술고등학교 졸업 및 계명대학교 음악 공연예술학부를 전공하고, 폴란드 국립 쇼팽 음악대학교 석사, 보스톤 콘서바토리 전문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미국 유학 시절 뉴잉글랜드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피아노 트리오 부문 1위, 전체 3위에 입상, 한국인 최초 최연소 미국 뉴햄프셔 심포니 오케스트라(New Hampshire Symphony Orchestra) 부악장 선정 등의 우수한 실력으로 해외에서 연주자 활동을 시작했다.해외 큰 무대에서 한국인의 가능성과 영향력을 무한히 입증시키고 있는 그는 벌써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10년 차 객원 바이올리니스트다.그는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거주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객원 단원으로서 미국 전역 투어를 참여해 뉴욕 카네기홀, 보스톤 심포니홀, 시카고 심포니홀, 샌디에이고 심포니홀 등 미국 최고의 홀에서 연주 경험을 쌓았다.또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국립 아트센터 오케스트라(National Arts Centre Orchestra)에서 5년 차 객원 바이올리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그가 어쩌다 먼 타국에서 연주자로서 활동하게 됐을까. 10여 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할 즈음이었다.미국 보스톤에서 학교생활을 마치고 오케스트라 활동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남편이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동하게 됐다.바빴던 보스톤 생활과는 달리 그는 아무런 음악 인맥이 없었고, 불어를 사용하는 몬트리올에서 그는 '어떻게 음악 생활을 이어나가야 할까'라는 생각에 너무나 막막했단다.악기 연주를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고심한 끝에 캐나다 몬트리올에 오래 살았던 남편의 도움으로 한국인 피아노 반주자 친구를 만나 '피아노 듀오 팀'을 결성했다. 남편이 손수 디자인한 명함을 들고, 몬트리올 시내에 있는 요양원에 한 시간 독주회 봉사를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했다.도전과 꾸준함은 기회였다. 어느 날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이 온화한 미소로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보라는 조언을 주며 떠난 것.이 씨는 "아직도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공연이 끝나고 신사 한 명이 음악인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질문을 해왔고, 알고 보니 그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 연주자 Tim이었다"며 "그가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보면 좋겠다는 당부에 알려준 대로 매일같이 몬트리올 심포니 웹사이트를 확인했다. 곧 오디션이 공고됐고, 나는 객원 오디션에 한 번에 붙었다"고 회상했다.이어 "그렇게 역사상 객원으로서 한국인 최초로 영광스럽게 나의 이름을 올리게 됐다"며 "몬트리올 심포니에 첫 출근을 한 날, 수개월 만에 그를 무대에서 다시 만났고 단번에 나를 알아보고 꼭 안아주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했다.이 씨는 원래 플루티스트가 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전공한 아버지와 언니에게 꾸준한 음악 레슨과 매일같이 집과 차 안에서 접했던 클래식 음악으로 유년 시절을 보냈다.그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피아니스트 언니 덕분에 항상 집 안에는 피아노 협주곡이 흘러나왔고, 특히 Mozart Piano concerto No.17 첫 부분에 등장하는 플루트 솔로에 한순간에 매료돼 플루티스트가 되는 꿈을 아주 뜨겁게 가지고 있었다"고 답했다.이어 "유치원생도 되기도 전에 그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을 스스로 오디오 장에 올라가 틀어서 듣기 시작하면서, 그 이후 플루트가 많이 나오는 관현악곡을 찾아 들으며 웬만한 플루트 부분 멜로디는 다 외울 정도였다"면서 "부모님께 플루트를 하겠다고 했지만, 음악을 전공하신 아버지의 권유로 바이올린을 쥐게 됐다. 남들보다 뒤늦게 13살에 시작한 바이올린을 아직도 연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해외에서 오케스트라 생활을 14년가량 이어오며 프로 무대에 숱하게 올랐지만, 여전히 새로운 곡을 만나면 설렌다.바이올리니스트 이수경은 "현재 활동하는 프로 연주자와 비교해 10년 가까이 늦게 시작한 바이올린이라서 오랫동안 바이올린을 공부하며 알아 나가고 싶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서트 홀에서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자와 함께 투어도 다니는 삶도 정말 행복하다"고 웃음 지었다.그는 다가오는 시즌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유럽 투어를 소화한다.또 큰 바이올린 오디션도 앞두고 있어 개인 연습과 함께 소속된 2개 오케스트라를 오가며 열심히 객원 활동에 매진할 예정이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