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는? 현실적으로는 남이 사주는 맥주가 가장 맛있다. 그게 아니라면 아마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죄수들이 감옥에서 마시는 맥주가 아닐까 싶다.영화 주인공인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슨)은 누명을 쓰고 쇼생크 주립 교도소에 갇힌다. 은행원이었던 앤디는 악질 간수의 상속 관련 세금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맥주를 받아낸다. 수감자들은 건물 옥상에 앉아 즐겁게 맥주를 마신다. 동료 수감자들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앤디는 알 듯 모를 듯 얼굴 가득 묘한 미소를 짓는다. 영화에서 관찰자로 나오는 동료 수감자인 레드(모건 프리먼)는 이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마치 우리는 자유인처럼 햇빛을 받으며 맥주를 마셨다.”자유가 없는 곳에서 마시는 맥주, 그 한 모금의 해방감은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일 수밖에 없겠다. 영화 속에서 수감자들이 마신 맥주는 스트로흐 보헤미안(Stroh’s Bohemian)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되는 필스너 스타일의 맥주였다. 1984년 경영난으로 양조장이 문을 닫았다가 2016년부터 다시 생산을 시작한 맥주다.수제맥주를 마시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맥주마다 품고 있는 이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이다. 스토리는 브랜드일 수도 있고, 라벨 디자인일 수도, 재료일 수도, 양조과정일 수도 있다. 어쨌든 스토리는 맛있는 맥주를 더 특별나게 해주는 마법인 것만은 분명하다.최근에는 수입맥주 뿐 아니라 국산 수제맥주도 이런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맛도 개성도 강하다. 최근에 흥미를 끄는 스토리 중 하나는 단연 ‘콜라보레이션(협업)’이다. 맥주에서 콜라보레이션은 각기 다른 양조장에 속한 양조사들이 공동작업을 통해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요즘 국내 수제맥주업계에선 이업종간 콜라보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한 편의점 업체가 밀가루 브랜드와 협업으로 ‘곰표 밀맥주’를 선보인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다시 구두약 회사 말표와 협업을 해서 ‘말표 흑맥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흑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첫 생산물량인 캔 25만개가 완판될 정도였다.소비자들이 콜라보 맥주를 찾는 이유는 뭘까. 재미와 호기심이었다. 낯선 조합, 이색적인 만남에 신선함을 느낀 것이다. 물론 품질도 한 몫 했다. 한 때의 유행이겠지 생각하고 사마셨다가 괜찮은 맛에 “너 마셔봤니?”라며 주변에 권하게 된 것이다.지난해 11월 출시한 ‘유동골뱅이맥주’가 돌풍을 일으키자 또 다른 편의점 업체는 롯데제과의 껌 ‘쥬시후레쉬’와 협업으로 껌 원액을 그대로 담은 ‘쥬시후레쉬맥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협업은 다양한 형태를 보이며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때론 유명 연예인들과 콜라보하기도 하고, 유명카페의 커피를 넣은 맥주를 만들어내는 콜라보를 하기도 한다.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고속 성장 중이다. 매출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1천억 원을 돌파했다.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수제맥주 제조 면허를 받은 업체도 지난해 154개로 늘었다. 그 중에선 충주에서 생산한 사과로 애플사이다를 만드는 ‘댄싱사이더’처럼 지역의 특색을 잘 녹아낸 양조장들도 많다.수제맥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대구 역시 다양한 협업을 통한 스토리 개발을 참조할 만하다.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야시장도 대구수제맥주와 협업이 가능한 공간이다. 다양한 먹거리와 시장에서 자체 개발한 수제맥주까지 즐길 수 있는 경기도 오산의 오색시장 ‘야맥길장’처럼 말이다. 이미 지난해 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에서 대구를 대표하는 수제맥주 3종을 개발해놓았으니 첫 단추는 꿴 셈이다.문제는 대구의 수제맥주양조장 숫자이다. 현재처럼 2개의 양조장으로는 양조장끼리의 협업도, 이업종간 협업도 쉽지 않다. 미국 수제맥주의 사례처럼 대구의 양조장과 대구출신 유명 야구선수의 콜라보로 탄생한 페일에일, 대구 양조장과 대구 커피업체의 콜라보로 만든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기대한다면 양조장 수부터 늘리는데 힘을 모을 일이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