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구은행 수장들에게는 은행발전과 후배들을 생각하는 미덕이 이어져왔었다.2014년 2월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및 DGB금융지주 회장은 용퇴를 선언했다. 재선한 하 행장은 당시 임기가 1년이 남았지만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하고 능력 있는 내부 후배들이 은행발전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행장의 용퇴에 대해 은행 안팎에서는 “은행장 임기를 다 채우고 1년 뒤에 나갈 수도 있지만 레임덕을 없애고 내부 인사 발탁을 순조롭게 이어가자는 취지”라고 평가했다.2009년 2월 재선이 유력했던 이화언 전 행장도 용퇴를 공식화 했다. 당시 이 행장은 “적절한 시점에 후진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리이자 근본이라고 생각해 연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구은행 수장들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미리 용퇴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었다.그러나 박인규 전 행장은 형사사건에 휘말려 구속까지 되면서 은행장에서 물러났다. 임성훈 직전 행장도 재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은행을 떠난 모양새다.최근 국정감사에서 김태오 DGB금유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질타가 잇따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 회장의 재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대구은행의 부당 계좌 개설 사고의 추가 법리 검토를 통해 지주와 은행의 책임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시중은행 인가를 받으려면 은행법상 대주주가 사회적 신용을 갖출 것이라고 돼있다. 전·현직 회장이 재판을 받았거나 중인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문제가 없느냐”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도 대구은행 부당 계좌 개설을 두고 “황당한 금융사고”라며 “대구은행이 금감원장의 뒤통수를 때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대구·경북 금융소비자를 우롱한 것 아니냐. 은행장이 책임져야 한다. 금융권의 솜방망이 처벌로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겠냐”고 따졌다.최근 김 회장의 용퇴설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의 재판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그의 후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오너 리스크로 인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삐걱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대구은행 수장들이 보여준 임기를 남겨두고 용퇴하는 미덕이 재현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