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봄꽃을 눈에 온전히 담기도 전에 계절은 벌써 여름의 한 가운데로 들어섰다. 한 계절을 떠나보내는 아쉽고 허전한 마음을 한 편의 시로 채워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코브라/이정환 지음/작가/119쪽/1만 원이정환 시인의 시조집 ‘코브라’가 출간됐다. 신작 시조집 ‘코브라’는 1978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시조선집과 세 권의 동시조집을 제외하고 열두 번째다. 1987년 첫 시조집 ‘아침 반감’이후 ‘서서 천년을 흐를지라도’, ‘불의 흔적’, ‘물소리를 꺾어 그대에게 바치다’등을 거쳐 ‘코브라’에 이른다.이번 시조집 ‘코브라’는 작가가 지난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쓴 작품 78편이 실려 있다. 도발적인 시집 제목을 선택한 것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 절감했듯이 우리 사회나 개인이 끊어 내거나 도려내야 할 것을 미적대다가 때를 놓쳐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끊어내어야 하겠구나 끊어 버려야겠구나/끊어낼 수가 없구나 끊어낼 길 없구나/대가리 높이 쳐든 채 꼬리 잡힌 저 코브라’라는 시의 전문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어려울지라도 냉철한 결단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시조는 제한된 형식으로 말미암아 자칫 갇힌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따라서 제목부터 새로워야 한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또 시조 고유의 형식 안에서 다양하고 다채로운 전개 방식과 형태 배열을 통해 시 속에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작가는 강조한다.1954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난 작가는 1978년 시조문학 추천,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했다. 이후 동시조집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길도 잠잔단다’, ‘일락일락 라일락’등과 시조집 ‘아침 반감’, ‘서서 천년을 흐를지라도’등을 출간했다 또 시조선집 ‘금빛 잉어’, ‘에워쌌으니’와 가사시집 ‘설미인곡’, 시조비평집 ‘현대시조교육론’등을 세상에 내놓았다.중앙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정음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그 바람은 꽃바람/이행우 지음/그루/128쪽/1만 원시인 이행우의 첫 시집 ‘그 바람은 꽃바람’이 출간됐다. ‘고향의 강’, ‘매전 예찬’, ‘향수’, ‘내일로 가는 오늘’, ‘동창천’ 등 주로 고향을 주제로 한 시 64편이 실렸다.그는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정서에 뿌리를 두면서 사라져 가는 전통서정을 지향하고 추구하는 시인이다. 태어나서 자란 고향과 그곳의 고즈넉한 자연 공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 애틋하고 담백한 추억과 향수를 소박하게 노래하고 꿈꾼다.1961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1998년 제9회 ‘대구문학’ 신인상, 2003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2010년 한국청소년신문사 청소년지도자 문학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문학기념물조성위원, 국제펜클럽 대구지역위원회 감사로 있으며 현대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청도문인협회, 표암문학회 회원, 솔뫼문학 동인으로도 활동중이다.그의 시는 삭막하고 황량한 세속적 삶을 인정이 따스하게 번지는 옛 꿈의 공간으로 이끌어 가는 느낌을 안겨 주기도 한다.이행우의 일련의 시에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 추억 속으로 회귀하는 정서의 결과 무늬들로 채워져 있다. 이 향수의 공간에는 어린 시절의 봄이 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그 봄 풍경들은 포근하고 아릿한 빛깔과 향기를 머금은 채 맑고 투명하게 반짝인다.시인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을 거슬러 오르듯, 오래된 지난날로 되돌아가거나 지금 여기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먼 기억들을 불러 모아 애틋하게 다독이고 반추하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평정을 찾기도 한다.시인이 한결같이 천착하는 친자연적 추억과 향수의 공간은 잊혀 가거나 밀려나고 있는 ‘과거형’들이다. 하지만 그 과거형은 단순히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과거가 아니라, 시인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이데아의 세계이며, 현실 초극과 초월의 소망을 품는 세계이기도 하다.◆그림자/김광규 지음/답게/120쪽/1만 원김광규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 ‘그림자’가 발간됐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시집은 ‘재’, ‘틈’, ‘반쪽을 찾아서’, ‘오래된 유모차’, ‘구두 한 켤레’ 등 80편의 신작시가 실려 있다.시인의 시를 읽으면 일상생활과 그 주변에서 보는 자잘한 사물과 평범한 현상을 쉽고 간결하게 표현해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새롭게 탄생시키는 시적 역량을 발견하게 된다. 무심히 존재하는 사물과 현상 속에 은밀히 내재한 의미를 섬세하면서도 명징한 시어로 존재를 넘어 당위의 가치를 드러내는 시작 능력이 돋보인다. 또 삶이라는 중후한 주제에 무상의 엷은 그림자를 잔잔하게 드리우고, 애상적인 감정을 보일 듯 말 듯 잔잔하게 드리우기도 한다.그의 시는 자연과 사물까지 새 생명을 주어 독자와 대면하게 하는 경이로운 문학적인 힘을 함축하고 있다. 또 내적 고통을 승화한 구도자의 소리 없는 외침처럼 깨달음의 울림으로 감동을 준다. 이러한 것은 삶에 대한 고뇌와 사색으로부터 얻은 영근 결실일 것이다.시인 박정희는 그의 시에 대해 “시인의 연작시 마지막 작품 ‘그림자 12’는 굴곡진 현실의 뒤안길에서 안과 밖, 껍질과 내면의 진실을 고백한다. 시인은 자아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넘기면서 ‘그림자’로 살아가는 마지막 매듭을 깨닫는 대목에 이른다”고 했다. 또 “투명한 현상의 원리와 작법이 유연하여 특히 시 완성의 공감을 높여주는 효력을 보인다. 특히 시의 중심에 등장한 ‘금강경’의 울림에서 ‘붓다’의 표현기법 응용은 시 세계의 확장으로 경이롭다”고 했다.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시인은 중등학교 교사와 경북전문대 강사를 역임했다. 시집으로 ‘환생한 새우(2009)’, ‘흔들림에 대하여(2018)’와 영문시집 ‘Like a Prodigal Returned Home (Rosedogbooks, 2010)’이 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