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알록달록한 우산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이 정겹다. 엊그제 개학을 하고 등교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 중에는 첫 입학을 하여 부모들이 잘 적응할지 염려하며 눈여겨 보는 아이들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친구들을 사귀고 나름대로의 자신들이 만든 공동체에서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아기들은 놀랍게도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음악소리와 소음, 말소리의 차이를 알아차린다. 아기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울음으로 세상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시작하고, 옹알이를 하고 이따끔 엄마를 향해 의미있는 눈빛과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한다. 연구에 의하면 아기들은 옹알이를 할 때 주로 입의 오른 쪽 부위을 이용하고, 웃거나 다른 소리를 낼 때는 왼쪽 부위를 사용하는데, 이는 언어를 담당하는 왼쪽 뇌의 통제를 받아서 신체의 오른 쪽 부위를 이용한다는 원리이다. 생후 9개월이 지나면 특별한 몸짓 언어인 베이비 사인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부모가 꽃향기를 맡을 때마다 꽃에 코를 대면서 “꽃이야. 예쁘지?”라고 반복해 말해주면 코를 킁킁거리며 꽃을 의미하는 자기만의 상징적인 사인을 만들어 낸다. 이와 함께 몇마디 말을 배우다가 생후 18개월경이 되면 약 50여개의 단어를 알게 되고, 이때부터 폭발적으로 단어수가 늘어나 거의 2시간에 하나 꼴로 단어를 습득하게 되어, 만 6세가 되면 약 1만 3천개의 단어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말을 잘 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반의법이나 농담, 속담 등을 이해하고 문간의 맥락을 이해하여야 화용언어가 발달하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대화는 크게 정보를 제공하는 사리(事理)대화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심정대화로 나뉜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나열하는 사리대화에만 익숙하다 보니,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심정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래서 부부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 지고, 자녀 양육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진료현장에서 많이 보게 된다. 발달지연이 있는 아이들의 부모 양육스트레스를 검사하다 보면, 의외로 산후우울증 등으로 인한 우울감, 고립감, 배우자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계속 남아서 아이와의 상호작용이 떨어지고, 양육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모든 아빠들이 아이를 사랑하여 아이에게는 많은 사랑과 시간을 할애하지만, 고수(高手) 아빠는 아이를 돌보는 엄마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사의 말, 커피 한잔, 꽃 한송이로 자신의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다가오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소식을 듣고, 평생 몸담았던 의료계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사태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귀주대첩을 향해 나아가는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에서 백성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20여년간 끌어온 거란의 침략전쟁을 백성과 함께 끝장내려는 고려 현종의 모습에서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본다. 그러한 소통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과한 욕심인가? 원활한 소통이 없으면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는 것은 동서 고금의 진리이다.김준식(제이에스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대학교 명예교수)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