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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진아영 ▲29일 천주현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소싸움/ 황인동

자 봐라!// 수놈이면 뭐니 뭐니 해도 힘인 기라/ 돈이니 명예니 해도 힘이 제일인 기라/ 허벅지에 불끈거리는 힘 좀 봐라/ 뿔따구에 확 치솟는 수놈의 힘 좀 봐라/ 소싸움은/ 잔머리 대결이 아니라/ 오래 되새김질한 질긴 힘인 기라/ 봐라, 저 싸움에 도취되어 출렁이는 파도들!/ 저 싸움 어디에 비겁함이 묻었느냐/ 저 싸움 어디에 학연지연이 있느냐/ 뿔따구가 확 치솟을 땐/ 나도 불의와 한 판 붙고 싶다「대구문협대표작선집1」 (대구문인협회, 2013)소싸움은 싸움소끼리 다투는 힘겨루기다. 관중이 보는 가운데 훈련된 싸움소끼리 싸움을 붙여 승부를 겨루는 전통 민속놀이다. 사람이 소와 싸우는 투우와는 결이 다르다. 싸움에서 이긴 소는 몸값이 오르고 소 주인은 상금을 받는다. 관중은 돈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소싸움을 민속놀이라 하지만 흰옷을 입고 가무를 즐기며 농경생활을 했던 우리 민족이 온순한 초식동물인 소를 서로 싸우게 하고 이를 즐겼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하다.소는 농가의 재산목록 1호로 꼽힐 정도로 소중한 재산일 뿐만 아니라 농사일에 없어선 안 될 필수불가결한 가축이었다. 소가 출산을 하면 집안의 큰 경사였다. 소는 성질이 유순하여 힘없는 애를 공격하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소를 풀밭에 함께 풀어놓아도 서로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 매미채를 만들기 위해 꼬리에서 털을 뽑아가도 눈만 끔벅일 뿐 아픔을 참아주는 착한 친구다. 소 돌보는 일은 애라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래선지 소 풀 먹이는 일은 시골 농가의 어린이에게 보편적인 일과로 통했다. 소싸움이 널리 행해지지 않은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 있고 어쩌면 그 존재 자체만으로 의외의 민속일 수 있는 까닭이다.싸움의 승패를 좌우하는 건 힘이다. 자연 상태에서 만물은 힘에 의해 서열과 질서가 정해진다. 권력이나 명예 또는 금전으로 힘을 얻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권력이나 명예 또는 금전을 획득한다. 힘의 원천이 시대에 따라 변천하여 왔지만 힘은 약육강식의 세계를 정리하는 기준으로 변함이 없다. 신체의 완력에서 머리의 지식으로 끊임없이 그 원천이 진화하긴 했지만 힘은 남보다 더 많은 욕망을 얻는 정당한 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소싸움은 인류의 원시적 풍경을 재현한다. 불끈거리는 허벅지 근육과 확 치받는 뿔따구는 단순하고 화끈한 힘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발가벗고 산야를 누비며 사냥을 하던 까마득한 원시의 추억이 손짓한다. 싸움은 잔머리나 꼼수가 아니라 정당한 대결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꾸준히 단련된 근육에서 나오는 힘만이 싸움을 승리로 이끈다는 사실에 매료된다. 소싸움은 힘이 무엇이며 또 어떠해야 하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출렁이는 파도처럼 열광하고 흥분할 따름이다.소싸움엔 인간의 속임수나 비겁함 따윈 없다. 격렬한 승부에 출신이나 성분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주인의 지위에 흔들리지 않고 뇌물도 통하지 않는다. 상금을 두고 거래를 하거나 협상을 벌이지도 않는다. 몸과 몸, 뿔과 뿔을 부딪치며 정직하게 힘만으로 자웅을 겨룰 뿐이다. 솔직담백하고 정정당당한 힘의 경연이 소싸움의 매력 포인트다. 인간의 약삭빠른 삶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원초적 투쟁모습이 꽉 막힌 답답한 가슴을 확 뚫어주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 보내고 카타르시스를 맛볼 기회를 제공한다. ‘뿔따구가 확 치솟을 땐 나도 불의와 한 판 붙고 싶다.’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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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진광석 ▲28일 진아영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대구·경북 고교총동창회<41>대구 성광중·고

‘모교에는 사랑을! 선배에게 존경을! 후배에게 존중을!’성광중·고 총동창회 회원 정신이다. 회훈으로는 ‘성광인의 긍지와 봉사’, ‘회원 상호간 유대강화’, ‘인화단결’을 정하고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성광중·고 총동창회는 1956년 성광고등학교 제1회 졸업식 거행 이후 4년 만인 1960년 1월 창립돼 1967년 총동창회 발족 준비위원회 설치 후 이듬해 회칙을 제정하는 등 총동창회를 발족됐다.이후 2000년 동창회 홈페이지(www.sungkwang.org)를 개설, 온라인을 통해 동문 및 동창회 행사, 모교 소식을 전하고, 동문간 화합을 다질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2002년에는 동창회관(대구 수성구 수성동 2가 51-2)을 매입해 매년 1천만 원 상당의 임대 수익금을 확보하는 등 동창회관을 거점으로 회원 조직 확대 및 동창회 발전기금 조성에 역점을 두고 다양한 활동 및 사업을 펼치고 있다.◆연중 다양한 행사로 친목 도모성광중·고 총동창회는 매년 분기별로 정기총회 및 이사회를 비롯해 매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동문간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올해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행사가 취소되거나 규모가 축소됐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3월 모교 장학금 전달식, 5월 동창회장배 골프대회, 6월 재경동창회장배 골프대회, 7월 하계산행, 9월 동문가족 산행대회, 10월 개교기념선물전달 및 동문가족체육대회 개최 등 매월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매년 모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동문가족체육대회에는 1천 명의 동문과 가족들이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또 졸업식, 입학식, 고등학교 한빛제, 중학교 성맥제, 개교기념식 등 각종 모교 행사에 참석, 재학생들과의 만남을 시간을 마련해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다.이밖에 진학지도를 목적으로 서울초청 및 대학탐방의 기회를 제공하는가하면 방학 중 우수교사를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진행하는 등 총동창회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총동창회를 중심으로 한 활동 외에도 제1회부터 44회까지 기수별 동창회를 비롯해 재경동창회, 재구미동창회, 재경산동창회, 재포항동창회, 재부산동창회, 재영천동창회 등 6개 지역별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성골회(골프회), 성산회(산악회), 성지회(친목), 성림회(친목), 세광회(세무·회계사모임), 성공회(공무원), 성의회(의사), 성경회(경제인), 재직회(모교 교직원) 등 공통 관심사 및 직업군별 동창회를 창립해 동문간 화합을 다지고 있다.◆장학사업 등 각종 사업 진행성광중·고 총동창회는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1970년 장학회를 설립했으며 2008년 장학재단 법인을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정관에 따르면 장학재단 법인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성광중·고등학교의 입학예정자, 재학생, 졸업생, 동창회원 및 회원자녀와 재직 중인 교직원에 대해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과 학교발전을 위한 지원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장학금 지급과 연구비 등 교육활동비 지원, 학습기자재 및 교육환경 개선사업 지원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동문들은 개별적으로 최소 5만 원부터 최대 1억7천만 원에 이르기까지 십시일반으로 장학금을 기탁, 후배사랑에 동참하고 있다.이달 기준 10억 원 상당의 장학금이 마련돼 있으며 매년 4천만 원 상당의 장학금을 재학생 40명에게 지급하고 있다. 특히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재학생을 위한 노력과 모교발전을 위한 지원을 위해 장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올해 하반기부터 송준기(25기) 지산치과의원 원장이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정덕표(20) 한패밀리병원이사장, 서의수(23) 이노닉스 대표이사, 이희경(25) 세무회계사무사 대표, 장원규(26) 화성밸브 대표이사, 김영학(28) 프리미엄에셋 대표, 박해봉(28) 법무법인 창공 대표 변호사, 최월영(28)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광락(28) 금오모빌리티 대표, 서경덕(28) 국일따로국밥 대표, 황철(30) 코리아코프 대표이사, 김흥수(32) 이명 E&C 대표이사, 홍준영(34) 법무법인 세영 변호사, 백기암(35) KMeBiz 대표가 이사로 이름을 올려 활동 중이다.또 엄이웅(9) 전 경북도정무부지사와 구본일(12) 일지테크 회장이 고문을, 이석화(25) 마음과 마음 대표변호사와 배종호(43) 공인회계사가 감사직을 맡고 있다.◆자랑스러운 동문들성광중·고 동문들은 오늘날 총동창회가 있기까지는 학교를 빛낸 자랑스런 동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구본일(12기) 일지테크 대표이사와 오준세(12) 경희알미늄 대표이사, 정덕표(20) 한페밀리병원 이사장, 서의수(23) 이노닉스 대표이사, 이성구(이&김연합내과의원 원장·24) 대구시의사회장, 송준기(지산치과 대표원장·25) 대한적십자 대구지사 회장, 노희찬(25)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겸 에스원 사장, 장원규(26) 화성밸브 대표이사, 정성한(26) 상신브레이크 대표, 최균(동명교통·27) 대구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 성수제(28) 서울고법 재판장, 윤성한(28) 공군방공유도탄 사령관 등이 있다.이들은 총동창회 회장, 부회장 또는 장학재단 이사장, 이사직을 역임하는 등 남다른 관심을 갖고 총동창회 모교 발전의 핵심멤버로 7만 동문들을 이끌고 있다.◆총동창회장 인터뷰“성광중·고 총동창회의 명성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는 동창회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올해 초 제40대 동창회장으로 취임한 최균 회장의 포부는 남다르다.최 회장은 “그 동안 수많은 역경을 이기고, 우리 동창회를 잘 이끌어오신 역대 회장님들과 여러 선배님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동창회의 발전을 위해 그는 선·후배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역점 사업으로 후배기수 창립을 꼽았다.최 회장은 “1천200~1천300명 이상의 졸업생이 배출된 20대 이상의 기수와 달리 40대 기수에서는 600명대가량이 졸업했고 급기야 최근 졸업생들은 300명도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1천 명 이상이 졸업한 선배 기수중심의 재정과 시스템으로 동창회가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후배들이 마음놓고 동창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을 위해 지혜를 모으겠다는 것.최 회장은 “인구감소 및 탈대구 현상의 심화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현실이다. 동창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후배기수 창립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배기수 창립을 통한 우리 동창회의 저변확대와 연속성을 지속적으로 지향하고자 한다. 재정 및 인적역량 등을 총동원해 이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특히 연중 1기수 창립이 어려웠던 후배기수 창립에 앞장 서 44~47기 후배기수를 창립시키는 것을 목표로 정해놓고 활동할 방침이다.총동창회의 또다른 활성화 방안으로 YB기수로 활동하는 동문의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까지 5년 연장하기도 했다.그는 “코로나19와 정치·경제 여건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성광 7만 동문이 국가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의 초석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하시는 일에 더욱 매진해 사업발전과 성공을 기원한다”고 끝을 맺었다.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애도/ 루이스 글릭

당신이 갑자기 죽은 후,/ 그동안 전혀 의견 일치가 되지 않던 친구들이/ 당신의 사람됨에 대해 동의한다./ 실내에 모인 가수들이 예행연습을 하듯/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당신은 공정하고 친절했으며 운 좋은 삶을 살았다고./ 박자나 화음은 맞지 않지만 그들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진실하다./ 다행히 당신은 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포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조문객들이 눈물을 닦으며 줄지어 나가기 시작하면,/ 왜냐하면 그런 날에는/ 전통 의식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9월의 늦은 오후인데도/ 햇빛이 놀랍도록 눈부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그때/ 당신은 갑자기/ 고통스러울 만큼 격렬한 질투를 느낄 것이다./ 살아 있는 당신의 친구들은 서로 포옹하며/ 길에 서서 잠시 얘기를 주고받는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저녁 산들바람이/ 여인들의 스카프를 헝클어뜨린다./ 이것이, 바로 이것이/ ‘운 좋은 삶’의 의미이므로./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므로.「시로 납치하다」 (더숲, 류시화 역, 2018) 애도는 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한다는 의미다. 사망소식을 접할 때 자동으로 나오는 정형화된 말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이다. SNS에 부고가 올라오면 똑같은 애도문구가 줄줄이 이어진다. 그런 광경을 보고 그냥 넘어가긴 꺼림칙하다.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댓글을 달아주지 않으면 뭔가 찜찜하다. 허나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있어 명복을 빌어주는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조문객이 많이 몰리는 장례식장이라고 해서 고인이 생전에 잘 살았다는 증거는 아닌 듯하다. 조화가 빽빽이 늘어선 상가라고 해서 애도마저 유달리 넘쳐 뵈진 않기 때문이다. 정승 댁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정승이 죽으면 파리만 날린다는 속담이 생뚱맞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조문행렬이 고인을 애도하기 위한 줄이 아니라 상주에게 눈도장 찍기 위한 처세의식이라고 말한다면 조문객을 폄훼한 부적절한 언사이거나 지나치게 시니컬한 시각인 걸까. 아무래도 진정한 애도는 양보다는 질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죽음을 진정 슬퍼해주고 명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으리니. 죽고 나면 다들 칭찬에 너그러워진다.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 연기가 아니다. 존재가 없으므로 경쟁상대도 아니고 질투나 시기할 필요도 없다. 죽은 다음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눈물은 죽음 앞에 오는 조건반사이거나 두려움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거짓은 아니다. 고인이 살아서 그 모습을 봤다면 의외의 상황에 겁먹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늘가에는 뭉게구름이 떠가고 파란하늘엔 햇살이 빛난다. 코스모스가 길가에서 화사하게 고개를 들고 지나가던 연인이 그 앞에 멈춰 선다. 매일 일어나는 일상이 고인에겐 다시 누릴 수 없는 환상이다. 해가 지고 바람이 불어도 좋다. 서로 포옹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모습이 부럽다. 억울하고 질투를 느낄 일이다. 그냥 숨 쉬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 ‘운 좋은 삶’이라는 의미다. 당신에게 가장 ‘운 좋은 일’은 살아있다는 사실이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때는 지금이다. 노벨문학상을 받는 시인이라고 특별한 정서를 가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오철환(문인)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은/ 정명희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화살나무 이파리가 빨갛게 물들었다. 길손에게는 가을이 깊어가니 순간을 잊지 말고 잘 살아가라고 알리는 것 같다. 내려가는 기온에 빨리 가을 색으로 물들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꽃과 나무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지났으니 이제 늦가을로 접어든다. 울긋불긋 물들어 흩날리는 단풍잎을 따라 마음에도 살랑살랑 바람이 이는 날, 맑게 갠 하늘에 따스한 햇볕을 등에 받으며 출근하다가 잠시 순간의 평온을 느껴본다.세상이 아무리 야단법석을 해대어도, 코로나가 제아무리 끈질기게 이어져도, 자연의 시계는 늘 흔들림 없이 째깍째깍 가고 있지 않던가. 봄이 온 줄도 모르는 우리를 위해 꽃도 활짝 피어났고 뜨거운 햇살로 여름을 느끼게 했고 이젠 꽃집마다 탐스러운 국화 화분이 줄지어 서 있는 가을이 찾아와 우리에게 이 한때 잠시 숨돌려보라고 재촉한다. 국화가 만발한 들판에서 마음껏 들숨 날숨 해가며 가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모두 굴뚝같지 않으랴.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즐기던 이도 어느새 따뜻한 커피를 선호한다. 커피 잔을 통해 전해오는 따스함을 느껴가며 커피 향을 맡을 수 있는 평화로운 가을을 맞을 수 있다면, 놀랍고 걱정스러운 것 없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면, 지금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겠는가.한 시대를 풍미하던 삼성가의 이건희 회장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친인 이병철 회장 타계 후 13일 만에 회장에 취임했다는 이건희 회장, 오랜 숙고 끝에 내놓은 것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로 유명한 ‘신경영 선언’이었다고 하지 않은가.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심정을 토로했다. “1987년 회장에 취임하고 나니 막막하기만 했다. 삼성 내부는 긴장감이 없고 내가 제일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92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 한두 개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사그라들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었다.” 얼마나 답답한 심정이었을까. “마누라·자식 빼곤 다 바꿔라” 외치던 그의 결단으로 지금의 삼성을 만들지 않았던가.세상 참 덧없다고 허전해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건장하게 생활하던 이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심폐소생술과 온갖 최신의 의료기술로 소생은 했지만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수년 병원에서 지내다가 갑자기 저세상으로 가버렸다는 소식을 들으니 백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에 팔순도 못 넘기고 떠난 그의 일생, 아쉬움도 많았을 것 같아 생각이 자꾸만 맴돈다.일전에는 호세 무히카(85)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서민적인 대통령이었던 그를 우루과이 국민들은 “페페”라 불렀다. 그는 특히 대통령답지 않은 청빈한 생활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대통령궁을 노숙자에게 내주고 본인은 원래 살던 농가에서 출퇴근했고,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도 화초 키우는 일을 계속했다. 1987년식 폴크스바겐 비틀 자동차를 직접 몰고 다녔고 대통령 월급의 90%를 기부했다. 그가 많은 말을 하지만 결코 국민을 속이지 않는 대통령,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지만 ‘철학자’로 불리는 대통령이라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그는 명연설가로 기억되기도 한다. “우리는 더 많이 일합니다. 돈 나갈 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할부금을 다 갚을 때쯤이면, 인생이 이미 끝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앉아서 일하고 알약으로 불면증을 해소하고 전자기기로 외로움을 견디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화를 막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생각이 지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무히카는 좌익 게릴라로 무장 투쟁에 나섰고 군사 독재 시절에는 총 15년간 감옥살이까지 했다고 한다. 그의 고별사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85세에 정계를 떠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증오는 불길입니다. 불타는 사랑은 뭔가를 창조하지만, 증오는 우리를 파괴합니다. 나는 수십 년 동안 내 정원에 증오를 키우지 않았습니다. 미워하면 어리석음에 이르고 객관성을 잃는다는 게 내 삶에서 힘들게 얻은 교훈이기 때문입니다.”증오가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든 이때 사람들은 내 편이 아닌 상대편에 대해서는 쉽게 분노를 표출한다. 정치무대에서 퇴장하는 무히카 전 대통령에게 국민은 “고마워요, 페페”라며 환호했다. 수십 년 동안 정원에 증오는 심지 않았다던 지구 반대편 노정객의 고별사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하지 않았던가. 이를 되새기면서 오늘 우리 마음의 정원엔 무엇을 심어볼까.

국제의료문화교류협의회, 산동장건의학과기유한공사 업무협약 체결

국제의료문화교류협의회(대표 권중발)와 중국 의료기기 및 건강식품 종합회사 산동장건의학과기유한공사가 최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 체결로 메디시티대구 의료관광 활성화, 메디시티대구 의료진 파견 현지 진료, 의료시스템 수출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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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지은혜 ▲27일 진광석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시대의 광대놀음, 누구를 위한 가면인가?

김시욱에녹 원장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는 늘 정상인이라는 자의식 속에서 세상을 보려한다. 그 세상은 늘 온전한 듯 보이지만 비리와 권모술수 그리고 권력의 역겨움으로 가득 차있다. 정돈된 정장차림으로 정의와 국민을 앞세우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아귀’와 다름없다. 국민의 혈세가 자신의 것인 양 탐욕으로 가득한 그들은 앞 다퉈 자신의 입지와 영달을 꿈꾸며 가지려 한다. ‘테스형’을 목놓아 불렀던 어느 예인의 말처럼, 국민을 위한 진정한 권력자는 이 땅에 없었는지 모른다.이런 답답함 속에서 하회탈춤의 이매(바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비정상인이 바라보는 세상이 오히려 더 솔직한 현실이 되는 까닭에 서민을 위한 광대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권력과 금전의 상층부에서 부녀를 희롱하는 중과 선비와 양반을 풍자하며 서민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올 그 누군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시대를 내려온 광대놀음의 뜻이었고 서민의 풍요와 안위를 걱정한 각 지역의 민속놀음이었다. ‘테스형’으로 대변되는 예인의 노랫말과 일성이 대다수 국민의 카다르시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진영논리에 매몰돼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목소리를 높이던 그들은 누구였던가. 현실감각이 떨어진 체 권위와 ‘보여주기’에 익숙한 바보 아닌 바보들이 위정자가 아니었던가.현직 법무부 장관인 추미애씨가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정계와 재계의 광풍으로 번질 라임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그 명분이다. 단초가 된 것이 일반적으로 첩보 수준인 스모킹 건이 아니라 라임 전 회장 김봉현의 옥중서신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시작된 라임사건이 이제 여야의 생사가 걸린 문제로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진실은 분명코 어디엔가 자리하고 있겠지만 구속된 피고인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대한민국 법치의 현실이 안타깝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정의 구현이라는 크나큰 명분을 앞세운 ‘내 편 살고 네 편은 죽어야 한다.’는 진영논리가 될까 두렵다.언론보도에 따르면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 및 감독권을 박탈한 사건은 총 5가지다. 라임 관련 1건, 윤 총장 가족 관련 3건, 윤 총장 측근으로 꼽혔던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친형 관련 1건이 그것이다. 추 장관은 검찰 출신 변호사가 구속 피고인에게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 총장에게 보고해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며 회유·협박했다는 의혹, 검찰총장이 수사팀 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검사장 출신 유력 야권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비위 사실을 직접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보고가 누락되는 등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현직 검사들의 향응 접대 및 금품 로비 의혹도 구체적 제보를 받고도 관련 보고나 수사가 일절 누락됐다고 주장했다.보도된 내용대로 행간을 읽어 보면 참으로 재미난 사실을 알 수 있다. 라임 옵티머스 전 회장 김봉현은 초기 법정 진술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그것이 도화선이 돼 여권 실세와 청와대로 불똥이 튀려하자 김봉현의 ‘옥중서신’이 등장한다. 그 내용은 검사의 회유와 유흥접대, 그리고 검찰총장이 배경으로 있는 시나리오가 중심이었다. 옥중서신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이후, 야권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여권은 역공을 시작한다.이젠 정치권 전체의 블랙홀이 되면서 이전투구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와 동시에 추 장관은 수사 지휘서를 통해 마치 수사결과를 발표하듯 사실관계를 기정사실화하고 김봉현 전 회장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인용했다. 수사과정에 있는 범죄사실을 구체적이고 피의사실을 확정하듯 쓰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전직 판사 출신인 추미애 장관이 모르지 않을 것임에도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라임 사태를 조사해 오던 검사와 조사관 모두가 일순간에 교체됐다.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라는 큰 틀에서 만들어지는 춤사위라면 순수한 의도로 볼 수 없다. 개혁은 정의와 공정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하며, 정의와 공정은 정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 돼야 하기에 그러하다.이미 광대놀음은 시작됐다. 한바탕 웃음으로 어우러지는 춤사위이길 간절히 소망하며 아집과 편견 속에 만들어지는 가면 속 놀음은 결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방파제/ 양희영

참말로 징허다잉/ 난전에 생선을 펴며//비리고 비린 몸내/ 또 비린 하루를 연다// 썩을 것!/ 씽씽한 그 말이/ 너울파도 밀친다「좋은시조」 (2020, 봄호)양희영 시인은 충북 음성에서 출생해 2017년 「좋은시조」 신인상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그는 따뜻한 성정의 시인이다. 한없이 고운 눈길로 자연과 사물과 사람을 바라본다. 자연의 변화로부터 사람살이의 진정성을 떠올리고, 한 마리 직박구리의 끼니로부터 소외된 이웃의 공복을 조심스레 환기시킨다. 우후죽순처럼 솟는 아파트로 말미암아 추억의 공간이 소멸되는 것을 아파하고, 떠나버린 생명에 대한 애틋한 회억과 바다와 더불어 한평생 살아온 한 노인의 삶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이처럼 양희영 시인은 태생적인 서정 시인이다.‘방파제’는 단시조로서 간명하다. 참말로 징허다잉, 하면서 난전에 생선을 펴며 비리고 비린 몸내로 또 비린 하루를 여는 것을 눈여겨본다. 징허다잉, 이라는 입말에서 삶의 애환을 읽는다. 징그럽다는 방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며 눈길을 끈다. 몸내가 비리고 비리듯이 비린 하루를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서 시작하는 일이 느껍기까지 하다. 그리고 한 마디 툭 내뱉는 말 썩을 것!, 이라는 씽씽한 그 말은 도저한 힘이 돼 너울파도를 확 밀쳐버린다. 그럴진대 어찌 주어진 하루가 귀하지 않으랴. 복되지 않으랴. 방파제만 방파제이랴. 힘 있게 내뱉는 입말이 곧 방파제가 돼 거친 파랑을 몰아내어 버린다. 이처럼 말에는 힘이 있다. 화자는 그것을 직시하고 한 편의 단시조로 직조했다.그는 ‘우수리스크 아리랑’에서 연해주 고려인과의 만남을 노래하고 있다. 그 현장에 함께 하였기에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우리말을 못해 미안합니다, 첫말에 당신 말을 몰라 나도 미안합니다, 라고 답하는 장면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속으로 터진 울음을 웃음으로 삼켰지, 라는 구절이 나온 것이다. 예리나 그 이름에 쓰는 말이 달라도 우리들의 노래인 아리랑은 같아서 툭 터진 물꼬를 따라 우리 사이 흐르던 그날을 함께 했던 이들은 실감했다. 이리저리 꿰맞춘 절반의 문장들이 겉돌던 눈빛과 촉촉한 눈 맞춤으로 잠깐이라도 한 핏줄 한 마음이던 날, 너와 나 인연을 모아 매듭으로 엮었던 것이다. 갖가지 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이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눈빛으로 정을 나누면서 민족애를 느꼈다.여정을 같이 했던 김양희 시인은 ‘풀벌 아리랑’이라는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조국을 떠난 그들은 지난한 삶의 연속이었다. 한 곳에 발붙여 적응하려고 하면 떼어내고 또 살만하면 떼어내어 황무지로 강제이주 시켰다.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한 그들은 3~5세가 우수리스크에 거주하고 있다. 고려인들에게 아리랑은 힘이며, 위안이며, 그리움이며, 흥이다. 노래로 눈물을 훔치며 뚜벅뚜벅 오늘까지 걸어왔다. 대담 자리를 마치며 나는 고려인 여성의 손을 잡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러자 러시아어만 구사하던 그의 입에서 곱소!, 라는 우리말이 터져 나왔다. 귀가 번쩍 열렸다. 얼마나 반갑고 정겹던지. 그것도 타국에서 한국말을 할 줄 모를 거라고 단정 지은 고려인에게서 들었으니. 곱소, 는 그가 어릴 때 할머니에게서 들은 말이라고 했다. 할머니 주머니에서 손녀 주머니로 옮겨진 그 말은 잃어버리지 말라는 신신당부 없어도 기억하는 말이었다.양희영 시인은 ‘우수리스크 아리랑’이라는 시조에서 이국땅 민족의 애환을 되살려 내었다. 이러한 작업은 곧 너울파도를 극복하는 방파제가 되리라고 믿는다. 이정환(시조 시인)

당직변호사

▲23일 지성옥 ▲24일 류경재 ▲25일 류길룡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갈 길 먼 스마트워크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참으로 많은 변화들이 우리 주변에서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향후에도 크게 변화하지 않고 지속될 트렌드를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역시 비대면 비접촉을 중심으로 한 언택트(untact) 현상을 들 수 있겠다. 이는 소비와 생산은 물론 각종 사회적 활동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방대하고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우리 일상의 근로환경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근로자나 기업 모두의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도 한데 이른바 스마트워크(smartwork)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스마트워크는 통상 재택근무나 이동근무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 말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경영활동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인사노무관리 수단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다시 말하자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근로자들 스스로가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업무 효율성 또는 생산성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서 근로자나 사용자 측인 기업 양측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의 희생양이 되지 않아도 됨은 물론 재택근무로 인한 이점이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한 글로벌 조사업체의 재택근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인한 생산성 제고 효과만 연간 근로자 1인당 1.4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출퇴근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니 기름이나 인쇄용지 등을 적게 쓰는 등 지구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이러다 보니 기업들은 생산성 개선 효과의 내재화, 전사 차원의 비용 절감 등에 재택근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은 홈오피스 구축 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육아휴가 기간 연장과 수당을 지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거비 등 생활비가 적게 드는 지역으로 이주하는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대신 이를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재택근무 지원 비용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급여지역화(pay localization) 전략을 도입한 기업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만일 국내에서도 이런 제도들이 도입될 수만 있다면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됨은 물론이요 근로자의 웰빙이나 육아 및 간병 시간 확보,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 대응 등등 많은 사회적 니즈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도 해 본다.하지만 그전에 먼저 뛰어넘어야 할 큰 산들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스마트워크 도입을 통해 기업이 얼마나 생산성 개선효과를 누릴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 스스로는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관리자나 기업 입장에서는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는 평가여서 스마트워크 도입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또 하나의 큰 산은 인사관리 측면이다. 근태관리에서부터 성과 평가 및 관리, 보상 지급 등에 이르기까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팀원이나 조직 구성원 간 의사소통 문제는 인사관리 측면을 떠나 전사 생산성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시나리오별로 적절한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성공적인 재택근무를 보장하기 어려워진다.어떻게 보면 넘어야 할 가장 시급하고 큰 산은 경영관습일 수도 있다. 경영진 또는 관리자의 자세나 조직의 관성 등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재택근무와 같은 스마트워크가 전사 차원에서 장려되거나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는 매우 힘들다. 특히 재택근무자에 대한 조직 내부의 곱지 않은 시선은 스마트워크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이외에도 많은 장애요인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처럼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워크가 제대로 자리잡아 기업 경쟁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본다.

속눈썹이 눈을 찔러요

이동은리즈성형외과원장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서 다른 일을 보고 있는 사이, 앳된 얼굴의 어린 여학생과 어머니가 함께 찾아왔다.“어떻게 오셨나요?” “쌍꺼풀 수술을 상담하러 왔어요. 속눈썹이 눈을 찔러서 눈을 자주 비비다 보니 눈동자에 상처가 너무 많이 나서…. 안과 의사 선생님이 쌍꺼풀 수술을 하면 좋아진다고 하셔서요.” 라고 한다.자세히 살펴보니 위와 아래쪽의 눈꺼풀이 마치 두꺼운 띠처럼 눈동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두꺼운 눈꺼풀에 밀려, 위아래 속눈썹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눈을 향해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속눈썹이 눈동자를 향해 자라나는 것을 안검내반증이라고 한다.속눈썹이 눈을 찌를 때마다 눈을 비벼서 눈가의 피부는 벌겋게 변해 있었고, 항상 눈동자와 눈 주위 피부가 충혈된 것처럼 보였다.위 아래 눈꺼풀 모두를 교정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곧장 수술 예약을 했다.수술 당일 눈을 자세히 살펴보니 두꺼워진 눈꺼풀 근육으로 인해 전체의 속눈썹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있었고, 특히 안쪽 속눈썹이 더 심했다. 그래서 위 아래 눈꺼풀을 모두 교정하고 특히 안쪽 속눈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앞트임도 함께 해 주기로 했다.안검내반증 교정 수술은 심하지 않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도 있지만,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복합적인 수술이 필요하다.어린 학생이라 수술 후 흉터가 많이 보이지 않도록 속눈썹 바로 아래 피부에 세심하게 절개를 한 다음, 그 주위의 남는 피부와 두꺼워진 눈 주위 근육들을 제거하고 속눈썹이 바깥 방향으로 충분히 뒤집어 지도록 교정했다. 앞트임으로 안쪽 속눈썹도 함께 교정해 줬다.위아래 속눈썹이 바깥 방향으로 뒤집어 져서 눈에 닿지 않을 만큼 충분할 정도로 교정이 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 수술을 마쳤다.수술 직후라서 눈꺼풀의 부기 때문에 예상보다 많이 뒤집어져 있기는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속눈썹이 눈을 찌르지 않아서 눈이 많이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문제없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눈동자가 불편할 일도 없어졌으니 이제 더 이상 눈을 비벼서 손상이 갈 일도 없어진 것이라 다행이다.실밥을 뽑던 날, 이제 어느 정도 부기도 빠지고 쌍꺼풀 모양도 제대로 나오게 되자, 얼굴 전체의 인상이 달라졌다.속눈썹이 눈을 찔러서 항상 벌겋게 달아 올라있던 눈이 이제는 크고 뚜렷해진 쌍꺼풀에 자신감 있는 눈매로 변화하면서 일상생활이 활기차게 됐다고 하니 이 학생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내 마음도 뿌듯해 졌다.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안검내반증은 여러 가지 원인과 형태가 있을 수 있다.흔히 성형외과를 찾아오는 환자의 대부분은 주로 중년 이상에서 노화로 인해 눈꺼풀 조직이 처져 내려와 속눈썹이 눈을 찌르게 되는 노인성 안검내반증이 대부분이고, 이런 경우 그 증상이 주로 윗눈꺼풀의 바깥쪽에 많이 생긴다.이와는 달리 어린 나이에도 생길 수 있는 기계적 안검내반증의 경우 눈꺼풀 주위의 근육이나 조직에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위아래 눈꺼풀에 상관없이 생기고 주로 안쪽 눈꺼풀에서 많이 생긴다.교정 방법은 원인에 따라 조금 다른데, 노인성의 경우 눈꺼풀만 교정할 경우 인상이 강해지는 경우가 흔해서 눈꺼풀 수술과 함께 눈썹을 당겨 올려주는 수술을 함께 해 주는 것이 얼굴 전체의 인상을 좋게 하는 방법이다.기계적인 원인일 경우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고 속눈썹이 바깥쪽을 바라보도록 교정해 주는 방법이 적당하다. 경우에 따라서 앞트임을 해 주는 것이 안쪽 속눈썹을 교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보지 못한 길/ 이순우

~첫사랑의 슬픈 자화상~…첫사랑 여인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편지를 받았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가슴이 뛴다. 한 살 아래인 영희는 단발머리 소녀였다. 나는 홀어머니에 찢어지게 가난한 집 아들이었고, 영희는 고향 인근에서 떵떵거리는 부잣집 딸이었다. 그 가족은 내가 영희와 사귀는 걸 싫어했다. 궂은일을 하는 어머니와 지독한 가난이 허물이었다. 막 봉투를 열려는 순간 문자가 왔다. 고모가 위암으로 입원했다고 한다. 고모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분이다. 즉시 병원으로 갔다. 마침 과장이 애제자였다. 연세가 높아 병세를 장담하기 힘들단다. 위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고모는 서문시장에서 건어물장사를 했었다. 중3때 대구 유학을 주선하고 학창생활 내내 도움을 주었다. 고1 여름방학 때 영희를 길에서 만났다. 대구의 고교로 진학하길 바란다면서 악수만 하고 헤어졌다. 고2 여름방학 때 뒷집 아이를 메신저로 활용하여 영희를 당집으로 불러냈다. 그날 밤 은은히 풍기던 찔레꽃 향기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다. 고모의 위암수술이 끝났다. 해질 녘에 빈집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영희 편지를 펼쳤다. 핸드폰번호만 적혀있었다. 전화하라는 말인가. 왠지 기다리지 않을 것 같다. 첫 휴가 때였다. 그리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가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영희는 돈 많은 재일교포에게 시집갔다고. 신부얼굴에 눈물자국이 있었다는 말을 뒷날 전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입대전날을 떠올렸다. 군대생활 잘 하라는 말과 제대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교환했다.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하다가 통금 시간을 넘겨 여관 신세를 졌다. 그날 밤 우리는 옷깃 하나 닿지 않았다. 옆방의 얄궂은 소리에도 유혹되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었다. 두려워서였는지, 확신이 없어서였는지. 그러한 단초를 스스로 제공한 줄 모르고 휴가 때까지 눈이 빠지게 편지만 기다렸다. 신부의 눈물이, 영희 탓이 아닌, 나의 잘못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 고모의 병세가 호전되자 관심이 영희로 옮아갔다. 폰 번호가 적힌 편지를 찾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영희 쪽에서 소식이 오길 기다렸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영희의 일로 만나고 싶다는 문자가 왔다. 약속 시간에 오라는 곳으로 갔다. 50대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 나왔다. 말기 암 환자였던 영희를 돌보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마지막까지 폰을 들고 전화를 기다렸다고 한다. 편지 한 통을 건넸다. “세월이 지나도 오빠는 낯설지 않아요. 가엽게 여기시고 마음 푸세요.”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첫사랑의 애틋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첫사랑이기에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처음 경험하는 감정이기에 매끄럽지 못하고 실수투성이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닌 셈이다. 세월이 한참 지나고 첫사랑을 회고해보면 바보 같은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을 감싸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아둔한 머리를 쥐어박기도 한다. 그래서 남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털어놓자면 자신의 한심한 판단력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보지 못한 길」에도 결정적 실수가 노정된다. 여름방학 때 당집에 나와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영희에게 그에 상응하는 확고한 결심을 보여줄 한방이 없었다. 또 입영전야에 확신을 심어줄 용기 있는 행동을 기대했던 영희에게 오히려 수치심을 느끼게 했을 수 있다. 마지막까지 영희를 실망시킨 주인공은 사랑엔 젬병이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해 되돌아보고 아쉬워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오철환(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