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1일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거부로 마지막까지 지역민들의 애를 태웠던 신공항 사업이 극적으로 성사된 데는 무엇보다 시·도민들의 유치 염원이 큰 힘이 됐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은 불복과 협상, 중재안 마련, 그리고 재협상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졌던 일련의 과정들에 있다.어쨌든 통합신공항은 첫발을 내딛게 됐으며 대구·경북 또한 제대로 갖추진 국제공항을 앞마당에 지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함께 진행될 공항 관련 시설물 건설과 연계 도로·철도망 등 인프라 구축 공사는 계획대로라면 직접 투자비만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지역에서는 재도약의 전환점이 될 거란 기대가 크다.요즘 대구·경북은 역대 최장 장마가 지나간 자리를 무더위가 꿰차고 있다. 자연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인가, 지역에서는 통합신공항 사업의 출발을 자축할 겨를도 없이 대구취수원 문제로 또 다른 지역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최근 환경부가 대구취수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중 수량이나 수질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가장 유력해 보이는 안이 지자체 간 갈등의 빌미가 되고 있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구미 해평취수장과 안동 임하댐의 물을 대구로 끌어와야 하는데, 구미시와 안동시가 이를 즉각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당장은 환경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지역민들에게 민감한 물관리 문제를 해당 지자체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부터 먼저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물론 환경부는 협력사업이나 지역 현안사업 추진 등으로 반대 주민들을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환경부의 매끄럽지 못했던 일 처리를 지켜봤던 지역민들로서는 미덥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정작 속이 타는 건 대구 시민들이다. 대구는 1991년 구미 페놀 사고를 시작으로 그동안 크고 작은 수질 사고로 고통을 겪으면서 안전한 먹는 물 확보가 숙원이었다. 그래서 현재 구미공단 하류에 있는 취수원을 상류 쪽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것이다.그런 상황에서 환경부의 섣부른 제안이 나온 것이고 시민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반발하는 (해당 지자체) 주민들을 이해하고 설득해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구체적인 협의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일이 잘 풀려나갈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흔히들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의 성취를 위해 분투해 나가는 삶은 개인이나 집단이나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삶의 한 형태라고 한다. 비록 그 과정은 고단하겠지만 힘든 만큼 그 이상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또 그 분투 과정의 열정은 그 자체로 현재의 에너지이자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고 한다.그런 의미에서 최근 지역에서 있었던 통합신공항이나 대구시청 신청사 사업은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추동력이 될 수 있는 성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성공의 경험은 앞으로 집단 간의 유사한 갈등이나 충돌을 조정하고 풀어나가는 데 있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지난 연말 있었던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지 결정은 그 결과도 물론 중요했지만 지역에서 처음 도입된 공론화라는 민주적 여론수렴 방식의 성과물이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됐다는 평가다.시민참여단을 구성해 외부 간섭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현장실사와 투표를 통해 이전 장소를 스스로 결정한 것은, 당시 4개 기초자치단체가 경합을 벌인 대구시청 유치전을 큰 후유증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당시 김태일 대구시신청사건립공론화위원장은 ‘중요한 정책의 결정 권한을 시민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최고 수준의 민관 협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일들을 풀어나가는 데 언제든 적용해 볼 만한 방식이다’고 했다. 난관에 봉착한 대구취수원 문제도 통합신공항이나 대구시신청사의 성공 경험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이슈추적/ 대구경북통합신공항, 2028년 개항한다

대구·경북민들에게 2020년 7월은 어느 해보다 힘들고 길었던 여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그 지친 몸과 마음이 마지막 날의 결과물로 보상받게 됐다는 사실이다.# 수십 년 넘게 쇠락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구경북을 구출해 낼 추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 속에 추진해 오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7월31일 군위군의 극적인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으로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국방부의 이전지 최종결정이라는 형식적 절차는 남겨 두고 있지만, 사실상 통합신공항 사업은 이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벌써 통합신공항과 관련한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고 있지만, 아직 낙관하기엔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게 또한 사실이다.앞으로 통합신공항 사업의 큰 축은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 일대에 조성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통합신공항 건설 완료 후 시작될 대구 K2 군공항 이전터의 개발사업이다.통합신공항은 지금까지 나온 시, 도의 구상에 따르면 미주, 유럽을 연결하는 장거리 노선이 취항하고, 연간 1천만 명 이상 승객 수용이 가능한 국제공항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경북의 대표 산업도시인 김천, 구미, 포항과의 연결도로망을 촘촘히 구축해 경제물류 공항의 기능도 맡게 한다는 것이다.K2 이전터 개발 사업은 대구 동부권의 구도심지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지역개발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는 200만 평에 이르는 이곳에 미래형 스마트시티를 조성해 대구의 미래 역사를 써나간다는 계획이다.특히 그동안 공항 탓에 고도제한 등의 각종 제약을 받으며 도시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공항 일대의 낙후 지역까지 포함하는 개발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어, 이 경우 군공항 이전터 개발 사업은 그 규모나 효과 측면에서 대구 도심지 개발 사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7월31일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이 성사되기까지 그 과정은 반전이 섞인 한 편의 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공식적으론 2014년 대구 K2 군공항 이전 건의에서 시작된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그 진행 과정에서 한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고비가 있었다.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그중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이 지난 7월 한 달이었다.시, 도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7월3일 열린 국방부 군공항이전부지선정위원회 회의에서는 애초 기대와 달리 단독후보지(군위 우보) 부결,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 신청기한 7월31일까지 연장이란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해 군위군은 즉각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내놨다.이때부터 지역에선 통합신공항 무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또 동시에 ‘군위군이 대승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호소 반, 압박 반의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국방부의 발표대로라면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외엔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군위, 의성을 제외하고 제3의 장소를 찾아보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지나온 4년여의 경험을 봤을 때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라는 지적에 힘이 더 실렸다.결국 시, 도민 전체가 발 벗고 나섰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중심으로 경제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정치인 등 각계각층에서 군위를 찾아 군민들을 만나 설득하고 호소했다.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으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마침내 초조함과 절박함이 고조되는 가운데 30일이 됐다. 그런데 이날 오전께 군위군의 입장변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김영만 군위 군수가 30일 새벽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지역 한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국방부에서 군위군 영외관사 설치를 공론화해 주면 그걸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해 볼 생각이 있다’는 뜻을 전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30일 오후 군위 군수실에는 7월에만 여러 차례 만났던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영만 군위군수가 다시 자리를 함께했다. 그리고 대구경북의 역사로 기록될 통합신공항 사업의 최대 고비였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결정의 공식발표가 나왔다.◆ 민간, 군이 함께하는 통합신공항통합신공항은 2028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을 받은 국방부는 조만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부지선정위원회를 열어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를 최종이전지로 선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7월31일 밝혔다.이로써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1단계 이전건의서 타당성 검토, 2단계 이전부지 선정을 거쳐 최종 3단계 사업 시행을 앞두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014년 K2군공항 이전 건의를 기점으로 해서 2020년 7월31일 유치신청까지 4년이 걸렸고, 그리고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공항 개항까지 또 8년이 소요된다.통합신공항에는 군공항와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한다. 국방부와 대구시가 공동 진행하는 군공항 이전 및 건설 사업은 앞으로 1년 안에 기본계획부터 먼저 수립하게 된다. 이후 합의각서 체결(2020~2021년), 민간사업자 선정(2021~2022년), 기본 및 실시 설계(2022~2023년), 공항 건설(2024~2028년)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대구시가 부담해야 할 대략 8조8천여억 원으로 추정되는 군공항 이전 및 건설 비용은 기존 대구 K2군공항 이전터 개발 사업 이익으로 충당하게 된다. 2019년 국방부 전문가 심의에서 K2 이전터의 당시 가치는 대략 9조2천700억 원으로 추정됐다.민간공항 건설은 국토부가 맡아 그 사업비도 전액 국비로 충당된다. 민간공항 건설 사업의 핵심은 접근성 확보에 있다.대구시와 경북도의 구상은 공항철도, 4차 순환도로, 광역도로, 고속도로 등 기존 철도와 도로의 확장 및 신설을 통해 대구,경북 전역에서 공항까지의 접근성을 최대한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3천200m 이상 활주로를 확보해 유럽, 미주 장거리 노선의 취항도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시,도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국토부 등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활주로 문제는 국방부, 연계 도로망 구축은 국토부가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다.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시, 도가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대구 동부권 지도 새로 그린다대구 동구 K2 이전터의 본격 사업은 2028년 통합신공항 건설이 완료된 이후에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군공항을 먼저 짓고 그 이후 K2이전터 개발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대구시는 2028년까지는 마스트플랜 수립 등 본격 사업을 준비하며, 이 기간에 시행을 맡을 민간사업자를 선정한다. 지금까지 나온 대구시의 기본 구상에 따르면 이곳에는 미래형 스마트시티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말레이시아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상업지역을 벤치마킹한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시는 또 K2 이전터 개발 구상을 위해 국제아이디어 공모 및 워킹그룹 운영 연구용역(2020~2021년)을 우선 추진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제부터 세계적인 도시계획 건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K2 이전터 개발 청사진을 만든다. 개발 사업의 생산유발 효과는 20조에서 30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시는 군공항 이전으로 그동안의 고도제한 및 소음피해에서 벗어나게 되는 공항 일대, 즉 북구 검단들로부터 시작해 복현동 신천동 불로 지저를 잇는 지역을 포함하는 대규모 연계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한편, 군위군은 7월31일 오후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유치신청서에는 ‘대구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대구시, 경북도, 대구경북 국회의원, 대구경북광역의회 의원들이 동의한 공동합의에 따라 군위군 소보면 일대(공동후보지)를 대구 군공항 이전지로 유치신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기대한다

얼마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집값 폭등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나온 집권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뜬금없다’, ‘일석이조가 가능한 제안’이라는 등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그러나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서울 집값보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메시지가 더 주목되는 게 사실이다. 비수도권도 수도권만치 발전해 젊은이들이 고향 가까운 곳에서도 좋은 일자리 잡아 결혼해 잘살 수 있게 되는 걸 지방 사람으로서 누가 마다하겠는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여러 조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수십 년 동안 누적된 사람, 기업의 수도권 집중과 그 여파라고도 할 수 있는 지방의 소멸 위기는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국가현안이 됐다. 또 정치 권력에 사람과 기업이 몰리는 한국적 현실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더라도 그 상징성과 파급효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지방 살리기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정치권은 벌써 찬반이 갈리는 모습이다. 그 속뜻이야 2022년 대선을 포함해 각 진영의 이해득실 셈법에 있겠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그 핵심이 국가균형발전에 놓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다’, ‘집값 비판 여론을 딴 데로 돌리려는 발상이다’ 하는 주장은 오히려 지방에서는 정략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비판으로 읽힌다.그래서 지방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지방정부의 노력에 호응하고, 또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완성이 결국 국가균형발전에 달려 있다는 원론적 시각에서라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하루속히 나서 줄 것을 정치권에 주문한다.대구시, 경북도를 포함해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자체 노력만으로 활로를 찾기 어려운 게 실상이다. 올해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전체 인구를 추월할 것이란 통계청 자료가 있고,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의 상장기업 2천300여 개사 가운데 70% 이상 기업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고 한다.이런 데 어떻게 지방에 사람이 붙어 있을 거며, 또 무슨 수로 지방경제가 성장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말로만 하는 국가균형발전은 더는 안 된다. 대신 좋은 일자리와 인프라를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최근 경북과 충남·북의 10개 시·군 단체장들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촉구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또 대구상의 등 비수도권 5개 지역 상의에서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반대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지방의 경제인들은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를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 지역 청년이 취업을 이유로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일각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확대 효과만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를 앞세우기에는 지방의 위기가 너무나 엄중하다. 오히려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면 이참에 국회, 청와대 외에 더 많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것도 세종시에만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아예 출퇴근이 어려운 대구, 광주 등 전국에 분산 이전하는 것이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대구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나, 민주당과 정부에서 행정수도 이전 제안에 이어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계획을 밝힌 것이나 모두 그 방향성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병을 고치려면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발전으로 지방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면 그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고,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진영 싸움 때문에 뒷전으로 밀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슈추적/ 1천700여년 전 유적, 달성 토성 복원

현재 대구 달성공원이 있으며, 시간적으론 1천700년이 넘는 역사가 묻혀 있는 삼국 시대 유적 ‘달성 토성’이 옛 모습을 찾아 복원된다.달성 토성 복원 사업은 1990년대 처음으로 추진됐지만, 당시에는 달성공원 내에 있는 동물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해 사업 추진이 중단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복원 사업은 여러 차례 추진과 좌절이 있었다.최근 대구시가 시민들의 숙원이기도 한 달성공원 내 동물원의 이전지를 확정 발표하면서 대구의 초기 역사를 간직한 달성 토성 복원 사업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대구에는 구석기 시대인 대략 2만 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것으로 고고학계에서 보고 있다. 이는 구석기, 신석기 유적인 월성동, 서변동 유적이나 고인돌 비파형동검 민무늬토기 등의 청동기 유적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그러나 이 같은 유적들은 문헌이 있지 않은 선사시대 적 것으로, 고고학적 발굴 및 연구를 통해 다만 추정할 수 있는 역사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유적들은 그 옛날부터 대구가 사람들이 거주하기 좋은 자연환경이었고, 지리적으로는 사람들이 왕래하기 편한 교통 중심지였음을 알려 주고 있다.문헌에 의해 확인되고 있는 대구에 관한 의미 있는 역사기록으로는, 고려 때 김부식이 펴낸 삼국사기의 신라 본기에 나오는 달성 토성에 관한 기록이 있다. 그 기록에 따르면 초기 신라 때인 216년 신라는 달구벌국(다벌국)을 병합하고 그곳에 달벌성을 쌓았다고 한다.현재 달성공원에서 완전한 형태로는 아니지만, 일부 흔적이라도 찾아볼 수 있는 토성이 바로 1천700여 년 전 쌓은 그 달벌성으로, 지금은 달성 토성이라 불리고 있다. 대구시가 최근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달성 토성의 복원 및 정비 사업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달성 토성의 역사성삼국사기 신라 본기에는 ‘서기 108년 신라가 다벌국을 병합한 뒤 서기 261년 달벌성(達伐城)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여기에 나온 다벌국이 당시 대구 일대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했던 부족국가로, 다른 이름으론 달구벌국이라 하고, 또 달벌성은 지금의 달성 토성이란 게 학계의 해석이다. 특히 달구벌국은 기원전 1세기 무렵 지금의 달성 토성을 중심으로 세력 집단이 형성돼 있었으며, 신라에 병합된 이후에는 신라에 속한 큰 읍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역사학계에서는 보고 있다.학계에 따르면 달벌성, 즉 달성 토성은 평지의 낮은 구릉을 이용하여 쌓은 삼국 시대 신라 초기 성곽으로, 높이가 일정하지 않지만 대략 4m 정도이고, 전체 둘레는 1.3㎞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벽의 아랫부분에서 초기 철기시대의 조개더미와 각종 유물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해서 이 지역의 중심 세력이 성장해 초기적 국가 형태를 이루었다는 해석도 있다.성벽은 주로 흙으로 쌓았고 현재 성벽 윗부분에 군데군데 보이는 큰 돌덩어리들은 후대의 성벽 수리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안에는 조선 시대 전기까지 군대의 창고가 있었고, 우물과 연못도 있었으며, 또 성안 서남쪽으로 연결된 구릉지대에는 돌방무덤(석실분)이 많이 흩어져 있었고 무덤에서는 금동관을 비롯한 유물이 발견됐다고 한다. 성곽 발달사에서 달성 토성은 한반도 남부지방 초기 성곽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다.이외에 달성 토성에 관한 기록에 따르면 조선조 1596년 상주에서 경상감영이 이곳에 이전해 왔다가 곧 지금의 경상감영공원 자리로 옮겨갔으며, 또 대한제국(1897~1910년)의 고종 재위 시기인 1905년에 공원으로 조성됐고, 일제강점기(1910~1945년)에는 대구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963년 사적 제62호 법정 국가문화재로 지정됐다.◆ 복원 어떻게 진행되나대구시는 달성 토성을 문화재 보존, 정비에 초점을 맞춰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달성 토성이 가진 역사성을 복원 과정에서 어떻게 녹여낼지에 중심을 둔다는 것이다.지금의 달성공원은 크게는 달성(토성)과 동물원, 그리고 향토역사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밖에 공원 안에는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유적이 있다. 저항시인 이상화 시비를 비롯, 국내 최초의 어린이헌장 비석(1958년 5월5일), 동학교주 최제우 순교 100주년 동상(1964년 3월10일) 등이 있다.대구시에 따르면 우선 2023년까지는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그때까지는 일단 달성 토성의 본격 복원에 앞서 관련된 학술 및 정비 자료를 축적하며 기초자료의 확보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현재 달성 토성 성체 외부를 확인하는 정밀지형 측량 조사와 동물사 등 내부 시설물의 현황 조사를 진행 중이다.또 2021년, 2022년에는 전자기파를 발사해 최대 3m 아래 구조물을 탐지할 수 있는 지표투과레이더(GDR) 기법을 이용해 달성 토성의 지하 구조를 파악할 예정이다. 동물원 이전이 완료된 후 2024년부터 달성 토성 시설에 대한 정비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달성공원 정비 사업은 △1단계, 동물원 철거 및 발굴조사 △2단계, 역사유적 정비, 토성 내 식생 및 탐방로 정비 △3단계, 근현대시설물 문화재 등록 △4단계, 대구달성역사관, 대구달성근현대전시관, 야외체험학습장 조성 등으로 나눠,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동물원 이전달성 토성 복원 사업이 가능해진 것은 동물원 이전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7일 ‘대구대공원 민간특례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6월30일 고시하고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대구대공원 조성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달성공원 동물원이 옮겨가는 대구대공원은 수성구 삼덕동에 있는 현 대구미술관 인근에 187만㎡ 규모로 조성된다.달성공원 동물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전이 추진되다 번번이 좌절됐다. 그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1년 대구시는 달성공원 복원 사업 계획을 처음 세웠다. 그러나 당시 마땅한 동물원 이전 장소를 찾지 못해 사업은 첫발도 내딛지 못한 채 접어야 했다.그 후 2010년 대구시는 달성 토성 복원 사업을 정부 공모 사업으로 재추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3대 문화권(신라 가야 백제)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다. 그러나 이때도 동물원 이전 문제가 걸림돌이 돼 결국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당시 복원 사업은 문광부의 사업추진 계획에 따라 2013년까지 착수돼야 했지만, 동물원 이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그때까지도 결정이 안 되면서 사업은 무산될 상황이었다. 이에 대구시가 정부에 사업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사업은 2019년까지로 기한을 연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이 다 되도록 걸림돌이었던 동물원 이전 문제는, 말만 많았지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고 결국 시는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동물원 이전은 사실 대구시민에게는 30년 가까이 숙원 사업이었다. 1970년 개장한 달성공원 동물원은 도시가 확장되면서 1990년대 들어 도시 외곽으로의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고, 게다가 당시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노후 동물원의 부실한 동물 관리를 지적하며 동물 학대 주장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2000년 이후 대공원역 일대에 조성될 것으로 발표된 대구대공원이 동물원 이전 장소로 급부상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왕국이었다”

작가 윤흥길이 1983년 출간한 소설 ‘완장’에는 시골 마을 양어장 관리인인 종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적은 급료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지만 그는 그 일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바로 그가 찬 완장 때문이다. 양어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생트집을 잡아 주먹을 휘둘러도 뒤탈이 없자 그는 그게 다 완장의 위력이라며 그 서푼어치 권력에 푹 빠진다. 아주 예전에 읽은 이 소설을 떠올리게 한 건 최근 일어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사건이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였던 현역선수 2명이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 감독과 주장(특정선수)이라는 완장이 폭력을 당연시해 준 감투였다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과거와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체육계는 여전히 다른 분야에 비해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시스템 특성상 선수들은 사실상 초·중·고에서 대학, 실업팀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후배는 시간이 가면 선배가 되고 또 현역에서 은퇴하더라도 다시 지도자가 돼 한참 후배이기도 한 선수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또 일부 종목의 경우 전체 등록선수를 다 합쳐도 수백 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인원이고, 훈련도 합숙 위주로 이뤄지기에 ‘그들만의 리그’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시쳇말로 한 다리만 건너면 족보를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물론 이 같은 시스템은 선수들에게 이점이 될 수도 있다. 강한 팀워크가 다져지고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운 나쁘게 못된 선배와 지도자를 만나게 된 선수들에게 이는 아예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최 선수의 아버지가 딸을 보낸 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숙현이에게 지옥과 같은 세상이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말이 현실이다.체육계에서 폭력이나 집단괴롭힘 같은 일이 일어날 경우 선수든 지도자든 가릴 것 없이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더 큰 문제는 고통을 당해도 선수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었다는 사실이다. 최 선수는 경찰, 검찰, 협회, 시청, 체육회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중 어느 한 곳에서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당시 그가 느꼈을 절망감에 대해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는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내부고발 형태의 신고자에 대해 2차 피해 보호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말일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특히 체육계의 경우 가해자가 퇴출당해도 피해자는 그 울타리 안에서 계속 운동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최 선수 역시 제때 신고조차 못 한 채 팀을 옮긴 이후에야 그나마 신고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이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선수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또 정부에서는 당연히 이번 사건에서 있었던 여러 기관, 단체 들의 잘못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체육계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온갖 부조리한 일들을 없앨 근본적인 방법은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부모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수없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도 지금 현실은 어떤가, 예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결국 학벌 따지고 학력 따라 연봉 차별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공교육 정상화가 요원한 것처럼, 체육계 문제도 메달 따라 몸값 매기는 성적 지상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최 선수 사건을 언급하며 ‘성적이 선수의 행복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좀처럼 그게 바뀔 거 같진 않다.

/이슈추적/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운명은

결국 갈 데까지 간 국면이다. 1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추진해 오고 있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얘기다. 대구 동구·북구 주민들이 K2이전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한 2007년을 기점으론 보면 14년, 통합신공항 추진의 출발점이 된 영남권신공항 무산과 김해신공항 확장이 결정된 2016년부터 치면 4년이다. 그 긴 세월 동안 여러 고비를 넘겼던 통합신공항의 운명이 오는 7월31일 최종 판가름 난다.애초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은 지난 7월3일 있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방부가 ‘단독후보지 부적격, 공동후보지 판단 유예’라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이달 말로 변경된 것이다.이제 남은 시간은 20여 일뿐이다. 그러나 상황은 현재로선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군위군은 국방부 결정이 난 지 이틀 뒤인 5일, 단독후보지 부적격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과 공동후보지 합의 불가 입장을 공식화했다. 또 군위군 설득에 나선 대구시와 경북도는 묘안을 궁리하고는 있지만 군위군의 입장 변화를 가져올 만한 새로운 카드가 잘 안 떠오르는 듯하다. 결국 이대로라면 기존 중재안이라는 틀 안에서 군위군을 설득해 입장 변화를 끌어내야 할 판이다.그러나 국면의 극적 변화를 기대해 볼 만한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많은 시도민들은 선택지가 하나로 좁혀진 지금의 상황 자체가 오히려 군위군에 입장 변화를 재촉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550만 시도민의 염원과 통합신공항의 경제효과 등이 유효한 상황에서 공동후보지 거부가 결국 통합신공항 전체 사업 무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은 군위군으로서도 절대 외면하기 쉽지 않을 부담이 될 거란 분석이다. 군위 군민들에게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시도민들이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지금 시도민은 군위군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하고 응답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도민들이 이렇게 통합신공항 건설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이유는 누구나 알듯이 대구,경북의 추락하는 현실 때문이다. 농촌은 인구감소, 도시는 청년층이탈 등이 가속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의 쇠퇴는 뚜렷해지지만 그 돌파구는 쉽게 보이지 않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20조~30조 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되고 중장기적으론 대구경북 경제발전의 추동력이 될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통합신공항 사업은 대구경북으로선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이고, 도약의 발판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7월31일까지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이 안 돼 통합신공항 건설이 무산된다면, 날아가 버릴 지역발전의 꿈과 기회, 그리고 화난 민심은 또 무엇으로 위로할 것인가, 시도민들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일이다.물론 그동안 군위군의 주장대로 단독후보지 신청은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지가 이미 지워진 상황에서라면 부득불 그것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고, 그 대신 지역 전체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일각에서는 군위군이 끝내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을 거부한다면 다른 지역을 제3후보지로 해서 통합신공항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여건상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도민들의 통합신공항 열망통합신공항과 관련해 최근 지역 한 일간지가 대구 8개 구청장과 경북 23개 시장, 군수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치단체장 23명(74%)이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를 선택했다고 한다. 단독후보지는 3명, 제3후보지는 4명이 선택했다.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에서는 6월 말 성명을 내 통합신공항 조기 착공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위중한 지역경제 현실 속에서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을 일으킬 통합신공항 건설이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백지화된다면 대구경북의 성장을 100년 후퇴시키게 된다”며 “통합신공항은 항공산업 물류 문화관광 유통 발전으로 대구경북 경제를 다시 세울 초대형 매머드급 사업으로, 빨리 건설돼야 대구경북 경제 활성화는 물론 인구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에는 구미 김천 안동 포항 경주 영주 경산 영천 칠곡 상주 등 도내 10개 시,군 상공회의소가 참여하고 있다.지역 4년제 대학총장 협의체인 대구경북지역대학교육협의회도 7월1일 통합신공항 이전부지의 조속한 선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신공항의 선정이 이기주의가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지역민의 이익을 위해 절제와 배려의 미덕이 발휘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경북도의회 의장단은 6월30일 의성군수와 군위군수 차례로 만나 양보와 타협을 촉구했고, 경북노인회는 6월30일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을 촉구하는 결의를 했으며, 경북도체육회는 경북도체육인 전체의 이름으로 7월1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결정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남은 시간, 군위의 입장 변화 있을까지금 대구경북민 전체의 눈과 귀는 군위로 향하고 있다. 통합신공항이 공동후보지에 들어설 것인가 아니면 무산될 것인가, 대구경북의 미래가 군위 군민들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군위군은 “대구군공항이전부지선정위원회의 단독후보지 부적격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앞으로 군위군은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군민들의 억울함을 풀고 그 뜻을 관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군위군의회 및 주민협의회와 간담회를 해 도출된 결론이라고 했다.그러나 군위군 내부에서도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반응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손에 남는 것 없이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치신청 기한이 가까워질수록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여부를 놓고 군위 군민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전개될 거란 예측이 있다.대구시와 경북도는 이 기간 전방위적으로 군위 설득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제 공동후보지를 통합신공항 이전부지로 선정하기 위해 군위가 소보를 신청하는 것만 남았다. 두 군은 대립과 반목을 끝내고 상생과 공동발전을 위한 대역사를 함께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달 말까지 군위군을 설득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시, 도의 설득 작업은 국방부와 대구시, 경북도가 이미 제시한 ‘공동후보지 결정을 위한 중재안’이 밑그림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중재안에는 △민항터미널 및 부대시설(계류장 여객 및 회물터미널 주차장 호텔 등) 건설 △군 영외관사 2천500가구 건설 △항공클러스터 군위,의성 각 330만㎡ 조성 △공항IC 및 공항진입도로 신설 △군위 동서관통도로 신설 △시, 도 공무원 연수시설 건설 등의 계획이 들어 있다.◆ 국방부 결정 그리고 제3후보지 주장통합신공항 제3후보지 안은 주로 대구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공동후보지가 대구에서 거리(64km)가 다소 멀어 대구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할 것이란 게 그 배경이다. 그래서 공동후보지와 비교해 대구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성주, 고령, 영천 등지를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다시 선정하자는 주장이다. 통합신공항대구시민추진단은 6월 말 “군위, 의성 간 합의가 끝내 불가능해지면 국방부에 제3지역 선정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경북도는 ‘제3후보지’ 주장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치 의사를 명확하게 나타낸 곳도 없고, 실제로 그런 곳이 있더라도 그 지역 내 의견수렴 과정에서 나올 찬성, 반대 입장의 주민들을 중재하는 일이 이미 경험해 봤듯이 절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한편, 국방부는 7월3일 대구군공항이전부지선정위원회를 열고 단독후보지(군위 우보)에 대해서는 부적격,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에 대해서는 7월31일까지 판단 유예 결정을 내렸다. 단독후보지는 올해 1월21일 실시한 의성-군위 전 군민 주민투표 결과에 반하고, 공동후보지는 지자체장의 유치신청 선정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설명이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신천지교회에 1천억 원대 소송

얼마 전 대구시가 신천지 대구교회를 상대로 1천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신천지 교회 측이 전파 장소가 됐을 가능성이 큰 교회 시설과 교인 명단을 고의로 누락한 데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대구의 경제적, 사회적 피해 규모는 추정 집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막대하다. 또 그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 피해가 모두 신천지 대구교회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그러나 대구 첫 확진자였던 그 교회 신자, 그리고 그 후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확산 과정에서 보였던 교회 측의 대응은 대구의 코로나 피해를 키우는 데 분명 그 책임이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따라서 시의 소송 제기는 응당한 조치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천지 대구교회에 끝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시민정서를 생각한다면 금전적 피해보상 외에 다른 어떤 제재라도 신천지 교회 측은 달게 받아야 할 판이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안전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은 상상한 것들을 다 현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발전하고 있지만, 세상은 아직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것들에 의해 쉽게 구멍이 뚫리고 허물어질 수 있음을 지금 목격하고 있다.코로나19 위협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개인위생 수칙 준수가 전부인 현실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치료제도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 사태에서 감염병 확산과 방역이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그래서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신천지교회 집단감염 사태만 봐도 그들의 지나치게 비밀스러운 활동과 교인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주의 등 교인들의 행동이 당시 전염병 확산을 더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쓸데없는 가정이겠지만 그때 만약 신천지 교회와 신도들이 더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 대구 피해가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코로나19가 위력을 떨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기심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의학적 대응법이 없는 이번 전염병 발생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개인위생 수칙 준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이에 아랑곳없이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증상이 있는데도 여러 곳을 여행 다닌 사람이 있고, 확진 판정 이후 방역 당국의 이동경로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아예 거짓말을 한 이들도 많이 나왔다.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이 문제로 버스나 택시 기사들과 다투는 손님도 있다. ‘나만 괜찮으면 다른 사람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과 다름이 없다.이런 상황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까. 변덕스러운 개인의 양심과 도덕심에만 맡겨 놓는 것을 우선해야 할까, 아니면 강제력이 있는 법, 제도라는 수단을 통해 통제, 관리해야 할까.최근 지역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6월 초 폭염 대책의 하나로 ‘양산 대여 사업’을 시작하고 3주가량이 지났는데 준비한 1천여 개 양산 가운데 분실된 것이 2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2015년과 2018년에도 ‘양심 우산 대여 사업’을 했는데, 그때는 시행한 지 한 달 만에 준비한 우산의 절반 정도가 분실되거나 파손돼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고 한다.대구 도시철도의 전 역사에는 5월부터 ‘양심 마스크 무인판매대’가 설치돼 있어 필요한 사람은 누구라도 현금 1천 원을 놓고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서도 한 달여 동안 도난 사례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들의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근래 포스트 코로나란 말이 자주 쓰인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언택트 문화,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이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보편적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을 거란 예측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체험하고 있는 것 중, 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내가 조심해도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이다. 이 경험이 앞으로 공동체에 가져다줄 변화도 궁금하다.

/이슈추적/ 대구·경북 행정통합

기존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한 데 묶어 초광역권 자치단체를 만드는 행정통합 문제가 최근 지역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보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인구와 경제력이 위축되고 있는 지방의 위기를 규모의 확장을 통해 돌파해 보자는 것이다.현재 대구·경북 행정통합 작업은 지난 3월 기본구상안이 나와 대략적인 윤곽만이 제시된 수준이다. 그리고 통합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추진 동력이 될 대구 시민들과 경북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나 설명회 등은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행정통합은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해 지역의제로 처음 제시했다. 그는 당시 2022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통합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행정통합 문제는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지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게 됐다.그렇게 한동안 잊혔던 행정통합 문제는 미래통합당에서 21대 총선의 지역공약으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약속하고, 비슷한 시기 행정통합의 밑그림이 될 기본구상안이 발표되면서 다시 논의가 재개됐다.기본구상안에 따르면 통합 시·도의 명칭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하고, 기존 대구광역시는 대구경북특별자치도 아래 특례시로 개편된다. 이 구상안은 현재 경북도와 대구시에 보고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결국 통합 논의는 지역여론에 따라 구체적인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서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구 시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기본구상안대로라면 대구시의 지위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시민들의 생활에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대구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서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측면에서 통합 이후 변화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통합이 이뤄져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면 기업유치나 일자리 등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또 통합 추진 과정과 관련해서도 시·도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방법으로 하되 그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대구에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련 세미나가 공식적으로 처음 열려 각계 전문가들이 통합의 장단점과 추진 방법 등을 놓고 활발한 의견을 개진했다.한편 행정통합은 행정력의 군살 빼기와 효율성 높이기가 그 기본적 목표가 돼야 하고, 또 지방자치제는 지역의 일을 주민들이 직접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이런 측면에서 보면 광역자치단체인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행정통합은 행정통합과 지방자치제의 근본 취지와 상충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래 중앙정부도 그렇고 지방정부 여러 곳에서도 자치단체의 경쟁력 높이기를 위해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고,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행정통합이 1981년 대구시와 경북도의 분리 이후 계속 쇠락하고 있는 TK 지역을 살려내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가 행정통합 문제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통합 밑그림은이철우 경북지사의 애초 구상에 따르면 행정통합은 △1단계, 기본계획 수립 △2단계, 주민투표 △3단계, 2021년 특별법 국회 통과 △4단계, 2022년 특별자치도 출범 등으로, 단계별로 추진하게 된다.그 첫 단추가 경북도의 의뢰로 대구경북연구원 산하 대구경북행정통합연구단이 내놓은 기본구상안이다. 여기에 따르면 행정통합 방안은 두 가지가 연구돼 있다. 첫 번째 안이 대구경북특별자치도+대구특례시+시·군 체제이고, 두 번째 안이 대구경북특별자치도+시·군·구 체제이다.두 안은 큰 틀에서는 특별자치도, 특례시의 2층제 체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대구시의 지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나눠진다. 첫 번째 안의 경우 대구시는 특례시가 돼 현재의 자치권을 그대로 갖게 된다. 대신 대구의 8개 구·군은 준자치구가 되면서 지위와 권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대구시의 반발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8개 구·군은 자치권이 약화할 가능성이 커져 반발이 예상된다.두 번째 안은 대구시가 행정(특례)시가 되는 경우로, 대구시는 기존의 자치권을 갖지 못하고 행정관리권만 인정된다. 사실상 대구광역시가 사라지고 특별자치도에 대구 8개 구·군 체제로 개편되는 것이다. 대구시 공무원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광역행정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게 된다.◆ 통합 필요성과 기대효과는이철우 지사는 행정통합을 제안하면서 통합 이후 대구는 서비스와 금융 중심지로, 경북은 제조업과 산업군 중심지로 해서 두 지역의 균형발전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행정통합이 나온 배경은 물론 현재 어려운 지역 상황 때문이다. 대구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992년 이후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경북은 주력산업인 모바일과 철강 생산공장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며 인구 고령화와 청년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나중규 선임연구위원은 행정통합 관련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대구, 경북은 행정 분리 이후 인구는 정체되고 지역 경제력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인구 산업 금융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지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이런 상황에서 교통통신 발달로 실질 생활권이 광역화하는 시대 변화를 고려하고 취수원, 교통망, 폐기물 및 하수처리 등 다양한 행정수요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실생활권에 맞게 광역행정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특별자치도의 미래에 대해 “통합할 경우 대구·경북은 인구 550만 명에 면적은 남한의 20%로 전국 지자체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또 폭넓은 자치권과 글로벌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구경북연구원이 4월 10,11일 리서치코리아에 의뢰해 시, 도민 각각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행정통합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찬성이 51.3%, 반대가 22.4%였다.◆ 통합 앞에 놓인 과제는행정구역 개편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협의가 전제돼야 하고, 또 광대한 면적에서 50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생활하게 되므로 이동거리 등 행정편의 측면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고려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초광역화로 인해 가령 통합 이후 지청이나 분소 등을 설치해야 할 것 같으면 결국 막대한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깊이 새겨봐야 할 사안들이다.대구시의회는 6월15일 행정통합 설명회를 열고 경북도의 일방적 추진과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지만 대구시의원은 “취수원 이전 등 작은 현안도 하나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정통합을 거론한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 같다. 대구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제일 급선무로 행정통합 효과만을 강조한다면 자칫 또 다른 역풍이 불어올 것”이라고 말했다.박영환 경북도의원은 5월6일 경북도의회에서 “행정통합이 정치적 이슈 제기를 위한 일회성 의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 법적·행정적 통합 절차를 밟기 위해선 도민과 시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차분하고 실리 있는 공론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통합으로 자리가 줄어들게 될 공직사회의 반발이나 대구, 경북 31개 기초자치단체의 자치권 침해, 선거구 조정에 따른 정치권 변수 등도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다.실제로 기본구상안이 나오자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있었다. 특례시나 행정시 중 뭐로 바뀌더라도 대구시 공무원들로서는 인사 등에서 원치 않는 변화가 있을 수 있기에 부정적 반응이 있었다. 2001년에도 당시 이의근 경북도지사와 문희갑 대구시장 사이에 통합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결실을 보지 못했던 적이 있다.이밖에 국내에서 기초지자체 간 통합은 전례가 있지만 광역지자체 간에는 그런 예가 없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위적 결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역갈등 문제나 지역정체성 상실 등의 우려도 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대구시 ‘왜 이러나’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데다, 확진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대구 코로나 피해가 너무 큰 탓에 다들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이런 말이 거의 습관적으로 나오는 듯하다.그런데 이런 위기 상황을 헤쳐가는 데 앞장서고 시민들의 힘을 한데 모아가야 할 지방정부인 대구시가 요사이 시민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행태를 여러 차례 보여 시민들의 질타가 많다. 공무원들의 생계자금 부정수급에다 수백 명을 한데 모으는 의료인 행사 추진, 간호사 수당 미지급, 300만 원 벌금형이 포함된 행정명령 발표까지, 근 한 달 새 지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굵직굵직한 일만 해도 여럿이다.물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가장 고생하고 헌신한 이들이 의료진과 함께, 대구시를 비롯해 구·군의 공무원이었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근래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대해 대구시가 그 책임을 내려놓을 순 없을 것이다.지난주에는 대구 공무원들의 긴급생계자금 부정수급 사건이 알려졌다. 그 내용이야 다 나왔으니 더 말할 게 없겠지만, 문제는 사건 이후 보인 대구시의 초기 대응이 영 미덥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차에 따라 환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시의 최초 입장 표명이었는데, 이게 듣기에 따라선 단순히 행정 착오나 개인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식의 변명조로 들려 시민들의 화를 더 돋우었다.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먼저 백배사죄하고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충분한 설명과 함께, 책임 소재를 찾아 응분의 조처를 하겠다는 정도의 태도를 처음부터 보였어야 했고, 그게 최소한 시민들에 대한 염치 있고, 상식적인 대응이 아니었는가 하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나서 대구시에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겠는가. 그나마 늦게라도 시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듯해 다행스럽긴 하다.비슷한 시기, 또 시민들에겐 코로나19 대응에 겨를이 없어야 할 지역 한 거점·전담병원 노동조합에서 내놓은 성명이 충격이었다. ‘대구시는 의료진 등 코로나19 대응 봉사자 500명을 동원해 격려 이벤트를 하려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라’는 게 그 내용이었다. 성명이 나온 전후 사정은 더 기가 막혔다. 시가 이달 하순 놀이공원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 계획을 세우고 병원에 공문을 보내 참석자 명단을 미리 통보해 달라고 한 것을 노조에서 ‘정신 차리라’고 시를 깨우치는 의미로 성명을 내게 된 것이라고 한다.결국 이 행사는 취소됐지만, 전염병이 여전한 상황에서 적잖은 예산을 들여 이런 행사를 추진한 시의 배짱과 무분별함, 그리고 안일한 사고방식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나온 시의 해명도 ‘한국관광공사가 제안해서 추진하게 됐다’는 책임 떠넘기기였다.예산 얘기가 이왕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짚는다. 대구시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전국에서 온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았다. 시는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중앙정부 예산지원으로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미숙한 행정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또 대구 간호사 수천 명이 아직 위험수당을 받지 못해 불만이 크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 미지급 이유가 참 묘하다. 위험수당의 경우 타지역에서 온 간호사는 받을 수 있지만 대구에 있는 병원 간호사들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험한 일은 똑같이 했는데 대구는 안 되고 다른 지역은 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행정이란 게 뭔가. 여러 이론이 있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내가 사는 공동체에서 그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행정과 그 기관에 기대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벌어진 일들은 시민의 기대와 신뢰에 큰 흠집을 낸 것이다. 대구시장을 비롯해 공직자들은 이를 단순히 일과성 사고로 볼 게 아니라 그런 일들이 왜 거푸 일어나게 됐는지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공직자에게 더 의지하고 기대치가 높아지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백번 잘해 놓고도 한두 번 실수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는 게 세상사 이치가 아닌가./

/이슈추적/ 대학 등록금

대학가는 요즘 등록금 반환 문제로 뜨겁다. 코로나19 사태로 1학기 대다수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데다, 이마저도 부실하게 진행되자 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수업 결손과 부실 강의에 불만이 커진 학생들은 한 학기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이 상황에서도 그대로 내는 게 공정한가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공정성 문제는 이내 학생들의 공감대를 얻게 되면서 각 대학에서는 총학생회가 중심이 돼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여론도 학생들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많다. 최근 ‘대학등록금 반환 또는 감면’과 관련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4명 중 3명이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과 교육부는 학생들의 이 같은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외면하고 있다.법적으로 등록금 환급 권한이 있는 대학에서는 당장 대학의 재정 형편을 이유로 들며 환불해 줄 재원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 대신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등록금 일부 반환 문제는 각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고, 등록금 인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등록금 반환을 놓고 학생들과 대학, 교육부의 입장이 이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역의 일부 대학 총학생회가 교육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국토대종주라는 실력행사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한편 대학등록금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등록금 반환이 문제가 됐지만, 과거에는 등록금의 적정성, 즉 지나치게 비싼 고액 등록금이라는 시비가 많았다.오랫동안 논의됐던 사안인 만큼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는 그동안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내놓았고 일부 의견들은 실제로 정책에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오죽하면 과거에 우골탑으로 불리던 대학이 근래에는 인골탑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한다. 대학등록금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지금도 부모들에게는 ‘뼈를 빼 먹을’ 정도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거세지는 등록금 반환 요구경산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학습권 침해에 항의하고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6월2일부터 경산시청에서 세종시 교육부 청사까지 230km 대종주에 나섰다. 5개 대학은 영남대학교를 비롯해 대구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구한의대학교 경일대학교 등이다.학생들은 출발 당일 경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1학기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정당하게 받아야 할 학습권이 침해된 만큼 그에 상응해 등록금 반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짐에도 교육부와 대학에서 적절한 방침과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에 추가예산 편성과 등록금 반환을 권고하라”고 요구했다.이들은 교육부 청사에 도착하는 대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교육부 담당자들을 만나 “지난 3개월간 대학가 정책이 전무했던 점에 대한 사죄와 합당한 해결책 제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4월 중순께 대구권 대학들은 1학기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할 거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업 내용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대학등록금 반환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대학 커뮤니티나 SNS 등에는 온라인 강의의 질에 문제를 제기하고 불만을 터트리는 학생들의 글이 많이 올라왔고, 또 각 대학 학사과나 총학생회에도 이런 불만들이 접수됐다. 실제로 일부 교수들의 경우 강의 영상을 올리지 않고 논문 요약 파일이나 과제물만을 올려 학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강의 질과 수업 결손에 대한 불만은 곧 1학기 300~4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환급 요구로 번져나갔다. 학생들은 “수백만 원의 학비를 내고 이 정도 수준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게 합당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과 교육부 대응은대구와 경산권 대학 총학생회는 이미 3월과 5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학가 대책 마련 촉구’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당시 교육부는 등록금 일부 반환 문제는 각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고, 등록금 인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을 위해 학자금 지원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으며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활용한 학생 지원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당시 ‘교육부로부터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반응과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이렇게 대학과 교육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흘러가자, 전국대학생총학생회와 전국대학생네트워크 등 다수 대학생 단체를 중심으로 교육부나 대학을 상대로 한 등록금 반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한편 대구권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경일대는 재학생 전원에게 특별장학금 15만 원~22만 원씩을 계열별로 지급했고, 계명대는 재학생 2만3천 명 전원에게 학업장려비 20만 원을 지원했다. 또 대구가톨릭대는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된 대구 경산 청도 봉화 거주 학생들에게 최대 100만 원의 재난피해 장학금을, 대구대 대구한의대 영남대 등은 재학생 전원에게 특별장학금 10만 원을 지급했다.◆ 대학등록금, ‘언터처블’인가대학정보공시포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0년 전국 대학생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2만6천600원이고, 예체능 계열의 경우 전체 평균보다 약 100만 원가량 많은 연간 774만2100원이다. 이를 보면 관점에 따라 다소 이견이 있을 순 있겠지만 대학등록금은 서민 가계에 부담이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현재의 대학등록금 책정 시스템은 2011년 반값등록금운동 등 큰 홍역을 치른 끝에 마련된 것이다. 그 이후 정부는 대학에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설치토록 했고, 또 등록금상한제를 도입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장학금을 도입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매년 신학기 때면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인하 요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대학 등록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다. 국가의 대학재정 지원이 너무 적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교수, 교직원 등의 높은 인건비에다 대학 내의 수많은 건물 신축 및 개·증축, 그리고 시설 유지비 등, 돈 들어갈 곳이 많은 대학이지만, 현재 재정 수입의 50%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다 보니, 고액등록금이란 비판에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코로나 사태에 따른 등록금 환불 요구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학생들의 요구를 단순히 코로나 사태의 등록금 환불 문제로만 국한해서 볼 건 아니란 지적도 있다. 그동안 등록금 책정을 비롯해 학사운영 결정 전반에서 대학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 온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등록금 환불 요구와 함께 학사운영의 학생 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지금까지 정부나 대학에서는 등록금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보여왔다. 정부에서는 학교 재단의 도덕적 해이를 거론하며 재정지원 확대 요구를 피해 갔으며, 대학에서는 자정 노력은 소홀히 한 채 시간강사 채용이나 연구지원 예산 축소, 학과 통폐합 등으로 부족한 재원을 메꿔오는 식이었다.코로나 사태로 불거진 등록금 문제를 계기로, 직접 이해당사자인 대학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춰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시민의식 그리고 시민단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에겐 다소 낯선 찬사가 해외에서 들려왔다.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이 대한민국을 코로나 19 대응 모범국가로 주목하면서 그 배경에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던 것.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는 위안부피해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그게 충격이었던 건 폭로 대상이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시민활동가와 시민단체였다는 점에서도 그랬지만, 그 내용이 도저히 있어선 안 될 일이었기에 더더욱 시민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또 안타까운 건 그 시민활동가의 잘못된 처신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그가 몸담았던 시민단체라는 조직에서 어떻게 그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질 수 있었던가 하는 점이었다.이번 일로 인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시민의식에, 또 시민단체 활동을 선의로만 봐 왔던 많은 이들의 믿음에 혹시라도 균열이나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시민운동이나 시민단체의 힘은 말할 것도 없이 시민사회의 건강한 시민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그 힘은 가깝게는 촛불혁명에서 경험했고, 또 그 이전에는 군사독재와 외세의 압력에 맞서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것을 역사에서 배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민의식은 자유민주주의의 버팀목이자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리라.얼마 전 위안부피해 할머니 한 분이 대구에서, 20년 넘게 위안부피해자 돕기 시민활동가로 일하다 21대 국회에 진출한 한 국회의원을 두고 여러 의혹을 폭로했다. 그 내용은 사실 여부를 떠나 듣기만 해도 기가 막히는 것들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돈만 모았다’ ‘후원·기부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았다’. 할머니의 폭로에 국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애초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한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그 국회의원은 이 단체의 전 이사장이었다.당장 여론이 들끓었고 국회의원직 사퇴와 검찰수사 요구가 빗발쳤다. 동시에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수사를 통해 개인의 잘못은 죄가 밝혀지는 대로 그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관련된 문제들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고, 이참에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정의기억연대는 1980년대 후반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오던 37개 여성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한 단체가 그 모태가 됐다. 처음에는 피해자 지원 활동에 주력하다, 그 후 진상규명이나 교육 및 장학 사업, 기림과 국제연대 사업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활동 범위가 커짐에 따라 단체는 조직, 예산 등 여러 면에서 그 규모가 자연스럽게 커졌을 것인데, 문제는 외형적 성장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성격에 걸맞지 않게 조직이 관료화되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됐다고 한다.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와 그 활동가들을 보는 시각은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엇갈려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대가 없이 시민의식을 가진 이들이 연대를 통해 공동체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은 것 같다.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시민단체 활동에 지지를 보내고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함 대신에 그 후원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측면에서 시민단체들은 정의연 사태를 가볍게 봐 넘길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다시 챙겨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투명하고 합리적인 내부 절차가 보장되고 있는지 더 살펴봐야 하고, 특히 세금을 지원받는 경우에는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시민의식으로 뭉쳐진 힘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수백 명씩 나올 당시, 대구에는 수많은 의료진이 전국에서 왔다. 꼭 와야 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도 감염병 현장을 찾은 그들은 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돌봤다.이런 모습들은 지역민들에게는 아직도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남아 있으며, 또 외신들은 이를 한국인의 놀라운 시민의식이라고 소개했다. 한 개인의 못난 행동 때문에 세계가 놀라워하는 시민의식, 시민운동이 손상되거나 위축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이슈추적/ 지방분권, 왜 시급한 과제인가

20대 국회 종료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둔 이즈음, 지방정부에서 지방분권을 실질적으로 실현해 줄 수 있는 법, 제도 마련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18일에는 5·18 기념식이 열린 광주에서 전국 17개 광역 단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였다. 기념식 참석이 계기가 됐지만 이날 이곳에서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45차 총회도 열렸다.17명의 단체장은 이날 각 지역의 현안을 논의한 뒤 지방분권과 관련해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핵심 내용은 ‘21대 국회에서 헌법 개정을 논의할 경우 지방분권 규정들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었다.사실 지방자치단체의 이 같은 지방분권 요구는 별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총선이나 대선을 전후해선 어김없이 이런 유의 성명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수십 년을 그렇게 했는데도 상황이 늘 반복되는 걸 보면 지방분권에 대한 간절함은 지방정부의 몫일 뿐이고 실제로 지방분권을 실현할 힘과 권한을 가진 정치권과 중앙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게 맞는 판단일 것이다.20대 국회만 해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중앙지방협력회의법,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등 지방분권 관련 법안이 여럿 발의되긴 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5월29일 국회 종료와 함께 이 법안들은 자동폐기된다.그런데도 이번 45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나온 지방분권 촉구 성명서는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총선을 치르면서 거대 여당이 탄생하는 등 정치권 상황이 급변했고, 특히 여권에서 그동안 개헌 필요성을 계속 언급해 왔다는 점에서 5월30일 개원하는 21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도대체 지방분권이 뭐길래, 그리고 현재 시행 중인 지방자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길래 지방정부에서는 계속해서 지방분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우선 흔히 혼용하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지방자치제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학계에서는 지방분권이란 통치상의 권한이 지방정부에 대폭 분산된 체제로, 중앙집권과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하고, 또 지방자치란 지방자치제와 같은 의미로, 지자체가 그 지방의 행정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활동 과정이라고 정의한다.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지방분권을 포괄적 개념이라고 하면 그 안에 행정의 지방자치, 재정의 지방자치, 자치 경찰제, 교육 자치제 등의 제도가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방자치는 엄밀하게는 행정만의, 그마저도 완전하지 않은 지방자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일각에서 우리나라의 현행 지방자치를 재정, 경찰, 교육 등의 자치가 빠진 반쪽짜리 지방자치라고 혹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나마 반쪽짜리 지방자치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만도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48년 헌법에 지방자치가 명시되고 그다음 해 1949년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제정됐지만, 최초 지방선거가 치러진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한국전쟁이 끝나가는 1952년이 돼서였다. 그것도 단체장 선거 없이 지방의회 선거만 치러졌다. 그리고 4·19, 5·16 등을 겪으면서 지방자치법은 사실상 폐기되다시피 했다.그 후 지방자치법이 부활한 것은 1987년이었다. 그리고 1991년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다시 실시됐고, 1995년 7월1일에는 처음으로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모두 선출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그런데 어렵게 다시 시작된 지방자치였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지원해 줄 법,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수십 년간 시행되면서 지방정부와 지역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그 불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 제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지방정부에 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법과 제도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독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불만이었다. 그때부터 30년 가까이 지방정부는 실질적 지방분권 실현이라는 목표를 갖고 중앙정부와 국회에 법,제도의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다.반쪽짜리 지방자치 시행은 지방의 위기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사람과 기업이 몰리며 비대화, 집중화를 우려하고 있는데 반해,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로 인해 지방소멸까지 걱정하고 있다.지방분권의 궁극적 목표라고도 볼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은 이미 오래된 국가어젠다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그 당위성과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정작 이를 추진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방분권 관련법 마련에는 수십 년 넘게 손을 놓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라도 지방분권 요구에 귀 기울여 주길 지방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늘 손 벌려야 하는 지방정부반쪽짜리 지방자치라는 지적은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 상황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국가통계포털의 2019년 전국 광역 단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대구가 51.6%, 경북이 31.9%에 그치고 있다.대구의 경우 경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 수치가 높지만, 그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6년 57.1%에서 매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자립도란 전체 예산에서 지자체 자체 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참고로 기초 단위 자치단체 재정자립도의 경우 대구에서는 동구, 서구, 남구가 10%대에 머물고 있다.이같이 낮은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보여주기 뭣했는지 언제부턴지 지자체에서는 재정자주도라는 지표가 많이 쓰이고 있다. 재정자주도란 전체 세입 중 지자체가 재량권을 갖는 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 등이 지자체가 재량권을 갖는 재원으로 들어가 있어 당연히 재정자립도보다 수치가 높게 나오게 돼 있다. 이 재정자주도(2019년 기준)에서는 대구가 68.9%, 경북이 71.9%로 나온다. 그러나 재정자주도 전국 평균은 74.2%이다.지방정부의 재정자립이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지방정부로서는 무슨 일을 하려면 늘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앙정부도 지자체 형편을 잘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집중을 우려하면서 국가균형발전 정책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세, 지방세 비율이 8대2인 구조를 지방세 비중을 높여 임기 내에 7대3으로 할 것이고, 다음 정부에서는 5대5까지 조정돼야 한다”고 재정분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눈감는 정치권과 중앙정부5월18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자치와 분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분업과 협업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21대 국회에 바라는 대한민국 시도지사 대국회 공동성명서’를 채택해 발표했다.공동성명서에는 지방분권과 관련한 3개 항의 주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방분권 관련 법안의 신속한 논의와 통과 △국회 내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설치 △개헌 시 지방분권 규정을 반드시 반영할 것 등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그동안 지방정부가 정치권에 계속해서 요구해온 것들이다. 현행 헌법은 제8장 제117조와 제118조에 지방자치와 관련한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법률에 위임해 놓고 있다.그런데 지방정부의 집요하기조차 한 지방분권 요구가 그동안 왜 그렇게 무시된 것일까. 그 일차적 책임은 정치권이 져야 한다.지금의 지방자치는 국회의원들로서는 그냥 놔둬서 전연 손해 볼 게 없는 제도이다. 오히려 허술한 지방자치제 덕에 자신들이 지방정부에 큰소리치고 행세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에 예산 의존도가 높다 보니 지방정부로서는 정부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에,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크게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고, 이는 또 국회의원들에게는 예산 확보를 빌미로 지방정부를 관리할 수 있는 힘을 쥐여 줬다.국회의원들의 타락과 비리가 터져 나오는 근원에 지방자치제가 있다는 웃고픈 얘기가 나오는 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또 그들은 선거 때마다 중앙정부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힘을 과시하며 지역발전 공약을 내놓고 이를 자신들의 표를 얻는 데 이용하고 있다.또 중앙정부로서도 지방정부를 통제하고 관리하는데 예산만큼 손쉬운 방법이 없기에 지방분권 요구가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껍데기뿐인 지방자치가 시행되는 수십 년 동안,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그것도 지방에 사는 국민에게 크게 돌아갔다. 가령 중앙정부 예산이 지방정부에 내려오면 주인 없는 돈이 돼 그 결과로, 흔히 보는 보도블럭 다시깔기라는 민망한 일이 연례행사처럼 나타나게 됐다.이외에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전시성 행사나 사업, 국회의원들의 지방의원 줄세우기나 지방정부 길들이기 등, 늘 비판받고 있는 지방의 여러 문제 역시 따지고 보면 법과 제도가 뒷받침 안 된, 실질적 지방분권 없이 시행되고 있는 반쪽짜리 지방자치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5월18일 공동성명서 발표 자리에서 “지방분권은 범국가적이고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중요 과제다. 21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등 지방분권 관련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거짓말과 숨기

코로나 사태가 5월 초 황금연휴 직후 터져 나온 이태원클럽발 집단감염 소식으로 다시 경계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을 찾았던 잘못 때문인지 클럽 방문자 중 일부는 진단검사에도, 방역당국의 연락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게다가 확진된 일부 방문자의 경우 역학조사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이동경로를 숨겨 감염병 차단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진단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수천 명에 달한다니 그저 걱정스럽고 다만 운이 따라 큰 탈 없이 시간이 흘러가길 바랄 따름이다.이태원클럽 집단감염 과정에서 드러난 기막힌 일 중 하나가 확진판정을 받은 20대 학원강사의 ‘거짓말’이었다. 수학 강사인 그는 5월2일 새벽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을 찾았다가, 6일 출근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강의했다고 한다. 6일은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공개된 날이었다.9일 확진판정을 받은 그는 또 역학조사에서는 직업을 속이고 전염병 차단에 가장 중요한 이동경로를 거짓으로 진술했다. 그것도 나중에 경찰조사를 통해서 들통난 것이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사이 그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과 그 학부모, 동료 강사 등 수십 명이 감염됐고, 게다가 그중 학생 두 명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한 사람의 거짓말이 교회 신도를 비롯해 1천700여 명이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사태를 부풀린 것이다.해당 지자체는 유사 사례 발생을 막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그 학원강사를 고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이 이미 다 크게 벌어진 다음의 조치였다. 이 사건은 파장이 컸던 만큼 SNS나 온라인에서는 그의 개인 신상과 거짓말 이유 등을 두고 온갖 뒷얘기들이 떠돌기도 했다.거짓말과 관련한 재미있는 글을 본 게 있어 소개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세 부류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거짓말을 만드는 부류로, 이들은 힘센 사람들이라서 원하는 목적을 얻으려는 방편으로 종종 거짓말을 이용한다. 둘째 부류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로, 이편저편을 기웃거리는 기회주의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거짓말을 용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참, 거짓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이태원클럽 집단감염에서는 또 성 소수자들의 ‘숨기’ 행동이 논란거리가 됐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태원 클럽 중 몇몇 업소가 성 소수자들이 출입하는 곳으로 알려지고, 또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보도가 나오자, SNS와 온라인에서는 그 업소와 성 소수자들을 비하하고 욕하는 이들과 다름을 비난해선 안 된다는 이들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이를 의식한 듯 방역당국은 정례브리핑에서 “차별과 배제는 공동체 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결국 방역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또 익명 검사제를 도입해 이들의 진단검사를 유도했다.근래 사회, 경제 현상을 설명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이론 중에 ‘미니멈의 법칙’이란 게 있다. 아무리 단단하게 만든 쇠사슬이라도 결국 그 전체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는 설명으로 더 알려진 이론이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약한 고리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생생하게 보고 있다. 한 사람의 일탈로, 공동체 모두가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됐고, 또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모두에게, 결국 자신에게도 위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그뿐인가. 위기에 맞닥뜨린 경제 약자들의 삶을 그냥 내버려 두면, 그게 결국 공동체 전체의 위기로 이어져 그 피해는 모두가 함께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가라는 공동체의 약한 고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시련과 고통에서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슈추적/ 대구·경북, 코로나19 출구 찾나

5월6일 생활방역 전환을 시작으로 코로나 사태 출구 찾기에 나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움직임이 ‘서울 이태원클럽발 집단감염’이라는 돌발 변수에 의해 사실상 올스톱 됐다. 5월13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 수업도 일주일씩 순연하는 것으로 급하게 변경됐다.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이태원발 감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지역마다 유흥시설에 대해 2주간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감염병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마저 있는 상황이지만 언제까지고 더 미뤄둘 수 없고 하루라도 더 빨리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게 또한 경제방역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이 같은 지역경제 상황의 위급함을 고려해 생활방역은 그것대로 그동안 해온 대로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 동시에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도 중앙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면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경제방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마련한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풀어 시도민들의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또한 지역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골목 및 길거리 상권을 빨리 회복시키는 것이 체감경기 상승과 다른 분야로의 파급력 측면에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영세사업자 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특히 대구시와 경북도는 일회성 지원만으론 침체에 빠진 실물경기가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더 과감한 추가 지원도 강구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이 지역경제 회생에 당장 얼마만큼이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선후와 경중을 따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내기 어려운 게 지금 지역경제의 엄중한 현실이다.◆ 대구시, 경북도 경제방역 총력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에서는 경제방역도 시급하다. 식당, 상점 등 길거리 상권이 장시간 사실상 멈춤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 파장이 하루가 다르게 지역경제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당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자금으로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식의 대응이 가능하지도 않고 그 효과도 불분명하기에 시,도민들을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대구시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이던 4월23일 코로나19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꾸렸다. 대책회의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을 공동의장으로 하고 지역 경제단체, 금융기관, 정부기관 및 기업지원기관 등이 망라해 참여했다.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에 자체 예산을 투입했고, 상황에 따라 추가 지원도 강구 중이다. 이미 투입한 1조2천억 원 규모의 경영안전자금 외에 추경예산을 편성해 지원 규모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소상공인의 금융권 대출 이자에 대해 1년간 지원을 결정했고, 공공요금 감면 등도 검토하고 있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의 금융지원 및 경제방역 대책 발표가 있지만 한계가 있다. 특히 대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견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여서 정부 대책이 충분히 지원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세제나 공공요금 감면, 이자 지원 등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대구에서는 민간 부문에서도 코로나19로 맞은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대구사회연구소, 대구경북연구원, 대구혁신포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시민대토론회가 5월 중 열린다.경북도 역시 지역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 집행을 하고 있다. 이미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을 마무리한 데 이어, 중앙정부 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집행과 특히 소상공인 등 서민경제 지원을 위해 추경예산 7천180억 원을 편성해 5월 중 집행할 계획이다.이미 1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는 도는 2차 추경예산도 △재난지원금(지자체 부담분) 6천713억 원 △소상공인 피해점포지원사업 316억 원 등에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이로써 올해 경북도 예산은 10조2천420억 원에서 10조9천600억 원으로 7% 증가하게 됐다.경북에는 도 긴급생계지원금 1천776억 원이 중위소득 85% 이하 23만3천여 가구에 가구별로 50만 원~80만 원씩 이미 지급됐다. 이어 중앙정부 재난지원금이 지원됨에 따라 중위소득 85% 이하 4인 가구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을 합해 최대 180만원까지 받게 됐다.한편 정부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향후 2~3년간 ‘한국판 뉴딜 사업’을 추진한다. 디지털기반 일자리 창출과 경제혁신 가속화를 위한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 사업은 △데이터, 5G, AI 등 디지털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된다. 5월 말까지 프로젝트별 세부 사업을 마련해 6월 초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대구는 6일부터 ‘강화된 생활방역’대구시는 5월6일부터 ‘강화된 생활방역’을 시행 중이다. 코로나 사태 피해가 가장 컸던 이전 지역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은 전국 상황과 별개로, 감염병 상황을 꼼꼼하게 챙겨 본 뒤 전면적 생활방역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게 시의 판단이었다.시는 버스, 도시철도, 택시 등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27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논란이 컸던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벌금형 제재는 시민 반발 등을 고려해 유지는 하되 실제 시행은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권영진 대구시장은 “마스크는 대구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방역 수단이다. 99.9%가 잘 지키더라도 0.1%가 지키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당부했다.또 5월11일에는, 이태원 발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대구지역 유흥시설에 대해 2주간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대구에는 클럽 콜라텍 주점 등 유흥시설 1천300여 곳이 영업하고 있다. 시는 이외에도 정부가 발표한 31개 현장별 생활방역 지침 외에 자체적으로 68개 세부 지침을 만들어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경북도 역시 5월12일 지역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오는 25일까지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적용 대상은 경북지역 유흥시설 19곳과 콜라텍 30여 곳이며, 위반 시설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또 유흥업소 2천72곳에는 운영 자제를 권고했다.◆ 대구 초중고, 등교 방식 별도 운영이태원발 집단감염 확산으로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 개학 일정도 일주일씩 순연됐다. 이에 따라 전국 초중교의 첫 등교 일정은 △고3- 5월20일 △고2, 중3, 초1,2 및 유치원- 5월27일 △고1, 중2, 초3,4- 6월3일 △중1, 초5,6- 6월8일 등으로 변경됐다.대구시교육청이 5월8일 발표한 지역 초중고의 등교 및 수업 일정도 한주씩 미뤄졌다. 다음은 변경된 대구 유치원 및 초중고 등교 일정이다. △고3(매일)- 5월20일 △고2(격주), 중3(매일 또는 격주 미확정), 초1·2(3부제 또는 5부제), 유치원- 5월27일 △고1(격주), 중2(격주 또는 격일), 초3·4(3부제 또는 5부제)- 6월3일 △중1(격주 또는 격일), 초5·6(3부제 또는 5부제)- 6월8일 등이다.이중 고1,2의 격주 등교는 두 학년이 번갈아 가며 한 주 등교, 그다음 주 원격수업을 하는 방식이다. 초교는 학년에 따라 3부제, 5부제, 격일 및 오전·오후 등교를 진행한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통합신공항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대구·경북 동반 발전과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 속에 추진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올해 1월 말 주민투표를 통해 비안(의성)·소보(군위) 공동후보지를 이전지로 선정해 놓고도 그 이후 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코로나19 사태와 총선 등으로 모두 그동안 그쪽으로 눈 돌릴 여력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벌써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부터라도 대구시와 경북도는 신공항 후속조치 추진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바싹 묶어 매야 할 것이다.신공항 이전사업이 지지지진한 이유야 모두가 알다시피 일차적으론 군위군의 주민투표 결과 불복에 있다. 그런 만큼 지역민들은 그동안에라도 군위군의 입장에 변화가 있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다소 실망스럽다.얼마 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4월20일 있었던 경북지역 시장, 군수 영상회의에서 나온 김영만 군위군수의 발언을 올렸다. “어떻게 하면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훌륭한 공항이 만들어질까, 이것을 염려하는 것인데 시도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정말 공항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곳으로 하겠다.”곧바로 지역에서는 김 군수의 발언 중 ‘공항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곳’을 두고 분분한 해석이 나왔다. 군위군의 승복만 있으면 통합신공항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나온 이런저런 얘기를 종합해 보면 군위군의 기존 입장(군위 우보 단독후보지에 유치)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뿐이었다.지금 시점에서 신공항과 관련해 대구·경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공동체의 확고하고 일관된 실행 의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처럼 공항이전 자체에 대한 시비나 특정지역에 대한 비난으로 혼란이 생긴다면 코로나 사태와 총선으로 달라진 외부 환경과 맞물려 향후 신공항 이전사업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그런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의 책임과 역할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감나무 밑에 누워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식의 자세론 절대 안 된다. 두 지방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군위, 의성 두 지역 간의 합의를 위한 설득 작업은 당연히 계속돼야 하고, 신공항 건설의 사실상 결정권을 쥔 국방부와 정부 쪽에도 더 강력하게 후속절차 진행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이 일은 지방정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다. 지역 정치권도 당연히 힘을 보태야 한다. 특히 21대 총선 TK 당선자들은 앞장서서 공항 이전사업의 꼬인 실타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풀리고 이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최근 들리는 국방부의 분위기로는 일단 코로나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라야 공항 이전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데, 이는 올해 초에 밝힌 총선 이후 사업 추진 약속과는 거리가 있고 특히 코로나 사태 종료를 조건으로 한다면 연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질 가능성마저 있어 우려를 낳는다.총선 이후 정치권, 특히 부산·경남 쪽 정치권의 변화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동남권신공항 역할을 할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앞장섰던 부산시장의 사퇴가 표면적으론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긍정적 변수가 될 것 같지만, 김해공항 확장보다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내심 원하는 부산·경남 여론과 내년이면 본격화할 대선 국면을 생각해 본다면 기다리는 지금의 시간이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분석이다.코로나 사태가 통합신공항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도 있다. 신공항 건설에는 순수사업비 9조3천억 원에다 교통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확보했다고 발표된 예산은 대구시와 국방부가 합의한 순수사업비 부분뿐이고, 대구~신공항 간 공항철도나 고속도로 예산 얘기는 들리지도 않는다.지난 4월24일에는 야권의 대권후보군 한 명인 홍준표 당선자와 경북지역 몇몇 당선자가 이철우 도지사를 따로 만난 자리에서 홍 당선자도, 다른 당선자들도 한결같이 신공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정말 주저주저하다간 대구·경북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지역민과 지역정치권, 지방정부 모두에게 특단의 각오가 요구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