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소회 제39회 정기전 ‘묵소회 기억’ 28일까지…봄갤러리

묵소회 제39회 정기전인 ‘묵소회 기억’이 오는 28일까지 대구 중구 봄갤러리에서 열린다.김남희 작가의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 안유정 작가의 ‘Rose in’, 이안나 작가의 ‘한 송이 꽃이 피었습니다’, ‘허연경 작가의 ‘봉황도’ 등 2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당초 올해 4월 전시 예정이었던 ‘묵소회 정기전’은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져 이번에 열리게 된 것.묵소회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동양화 전공) 졸업생들이 지난 1985년 창립한 단체로 대구 태백화랑에서 가진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 울산, 일본 동경 등에서 특별전과 정기전을 가졌다.2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묵소회 회원들은 묵(墨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이용해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이번 정기전 참가 작가는 김남희, 김수진, 박임조, 배숙희, 신영, 안유정, 예삼옥, 이안나, 이은주, 이주영, 장순영, 정소연, 허연경, 허정임 작가 등이다. 문의 053-622-8456.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 서구 이현공원에서 펼쳐지는 ‘메기의 추억’

대구 서구문화회관(관장 박미설)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소통 프로그램인 세대공감 ‘메기의 추억’시리즈를 오는 26일 오후1시, 3시30분 두 차례 서구 이현공원에서 진행한다.아카펠라공연과 저글링, 퓨전음악그룹의 무대가 차례로 펼쳐지고, 옛날 광고와 옛날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레트로 사진전도 열린다.아울러 추억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각종 포토존과 이현공원 산책로를 따라 설치된 복터널 등 풍성한 볼거리도 함께 제공한다.또 연계 행사로 이현공원 일대에 전시된 햇살이 따뜻한 미술관 ‘아트파크전’의 야외 전시 조형물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메기의 추억 행사가 끝난 후 야간에는 ‘별빛콘서트’도 이어진다.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반드시 사전에 예매를 해야 참가할 수 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이육사기념사업회대구…‘강철무지개 문학교실’ 열어

시를 알고 싶어하거나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시창작 강의 ‘강철무지개 문학교실’이 25일 오후 7시 대구 대명동 ‘빨간우체통 공부방’에서 열린다.이육사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이번 문학교실은 지난 6월부터 매월 1회 개최해온 ‘강철무지개 문학교실’의 네 번째 강좌다.전담강사 박상봉 시인이 ‘시는 어디서 오는가’를 주제로 시적 상상력에 대한 강의를 하고, 초대강사 김경호 시인이 ‘시창작의 구체적 형상화 방법’에 대해 특강한다.이번 문학교실은 이육사기념사업회대구 소속 시인들과 일반회원 및 지역 시민들에게 문학 기초 지식과 올바른 창작방법을 쉽게 풀어 이해시킴으로써 시의 본질과 특성을 인식하는 안목을 갖추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실제 시창작에 도움이 되도록 50년간 꾸준히 시업을 쌓아온 강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고 즐겁게 시를 받아들이고 시창작 능력을 개발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상봉 시인은 “강의 내용은 문학적 감수성과 상상력, 표현력 향상을 위해 문창과 강의록을 바탕으로 시창작 기초과정 및 심화과정을 공부한다”며 “전문가 과정반은 심화과정의 시공부를 원하는 등단한 시인들과 시집 출간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기초반은 시를 전혀 써본 적이 없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100년 전 대구의 모습이 궁금하다면…대구문화예술회관 특별사진전 개최

100년 전 대구와 대구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특별사진전이 열린다.다음달 2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13전시실에서 진행되는 ‘20C초 대구, 대구인의 삶’전은 대구의 자연, 도심 가로, 대구인의 배움과 성장, 생업과 일상을 소개하는 사진 150여 점이 선보이는 전시다.대구의 옛모습을 기록한 이번 전시회 출품 사진은 대부분 문화예술회관이 소장한 작품이며 국립중앙박물관, 국채보상기념관 등이 소장한 사진도 일부 포함됐다.원본 사진은 엽서 형태가 대부분으로 졸업앨범이나 유리원판, 대구와 관련된 옛 서적에서 추출한 사진들도 전시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전개되도록 구성했다.도심에서 먼 자연에서부터 도심 한복판으로, 조선시대 전통건축물에서 일제강점기 근대건축으로 또 행정사법기관, 군부대 등 통치기관에서 주민편의기관으로, 유년시절에서 중년의 어른으로 생업과 일상 등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특히 전시실 중앙에는 경주 주상절리를 형상화 한 상징물을 설치해 일제에 저항하다 옥고를 치렀지만 정작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애국자들을 사진으로 전시해 대구의 의지와 기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또 이번 전시에는 최근 새로 찾아낸 희귀 사진도 여러 장 전시했다.대구 도원동과 내당동, 진천동의 옛 모습과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사람들, 지금의 대구종로초등학교인 희도학교 학생의 뱃놀이, 대구역에서 사과를 적재한 열차, 수성교와 신천교의 옛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장소는 같은 곳이지만 각자 다른 시기와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도 전시한다. 경상감영공원의 선화당, 망경루, 관풍루, 대구부청, 경북도청, 대구역, 종로, 북성로거리 등을 담은 사진이 대표적이다.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12년 만에 옛 사진에 관한 전시도록을 발간하게 된 것은 의미를 크다”며 “해상도가 낮거나 사진 크기가 작아 전시하기 어려운 것들은 이번에 전시는 되지 않았지만 전시 도록에 따로 수록해 전시의 이해도를 높이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당초 올해 진행 예정이었던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대신 ‘현대사진 예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특별전 ‘뷰파인더(ViewFindThe)’를 가진다.25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문화예술회관 1~5전시실에서 진행되는 특별사진전은 김현수, 김화경, 박승만, 이계영, 이동욱, 이병록, 이삭, 이영아, 전솔지, 하춘근 등 10명의 사진작가가 참여한다.전시를 기획한 박천씨는 “뷰파인더는 촬영자와 카메라간의 첫 번째 접촉 지점으로 카메라의 역할보다는 촬영자의 역할이 우선된다”며 “이러한 ‘촬영자의 역할’이라는 맥락을 통해 동시대 예술계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의 장르적 위치를 진단하고 고민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이번 특별전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전예약제 실시한다. 문의: 053-606-6480.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수성아트피아…한국무용가 백경우 전통춤으로 공연 재개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20여 일간의 휴관을 끝내고 27~28일 한국무용과 목관악기 연주를 시작으로 공연장 문을 다시 연다.오는 27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진행되는 ‘한국무용가 백경우의 전통춤 기원’은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우수한 예술인의 공연을 기획하는 수성아트피아의 ‘아티스트 인 대구’ 시리즈의 올해 첫 번째 공연이다.이번 공연은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고 이전의 평온한 일상을 되찾아 각자가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기원의 의미가 담긴 춤판으로, 국태민안을 위한 축원무인 ‘기원무’로 시작한다.이어 고통과 번뇌 그리고 업을 벗어던지고 마음의 평온함과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승무’와 흥과 멋이 담긴 ‘성주풀이 입춤’, 진도씻김굿 음악에 맞춰 우리의 아픔을 멀리 보내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비는 ‘승천무’로 꾸며진다.이번 공연에는 계명대 장유경 교수가 특별출연해 ‘선살풀이’를 선보이고, 백경우의 춤 사이마다 아쟁산조, 피리독주, 판소리 등 우리가락을 선보여 관객과 함께 하는 무대를 만들 예정이다.수성아트피아 관계자는 “고인이 되신 이매방 선생의 춤과 맥의 정통을 이어온 백경우선생의 춤사위를 통해 이매방류 춤의 정수를 접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이어 28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는 다섯 목관 악기들이 하나의 소리로 관객과 만나는 ‘리에목관 5중주’ 공연을 진행한다. 플루트 하지현, 오보에 김광조, 클라리넷 김민지, 바순 장가영, 호른 안경민으로 구성된 리에목관5중주단은 하이든의 목관5중주,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등 목관 악기의 풍부한 선율을 선보인다.수성아트피아 정성희 관장은 “당초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었던 기획공연 11건과 대관공연 7건이 코로나로 인한 잠정휴관으로 모두 연기 또는 취소됐다”며 “특히 ‘클라라 주미 강&손열음 듀오 리사이틀’이 취소돼 올해 초부터 이 공연을 기다려온 많은 애호가들이 무척 아쉬워했다”고 전했다.한편 수성아트피아는 이번 공연에는 전체 객석 가운데 20%만 운영할 예정이다. 문의: 053-668-1800.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천영애의 영화산책…이석훈 감독 ‘히말라야’

인간의 죽음이 더 이상의 애도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인간의 존엄도 더 이상 없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죽음에의 애도에 있다. 인간은 애도를 통해 죽은 사람에 대한 충분한 예의를 갖춘다.계명대학교 개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떠난 ‘2004 계명대 에베레스트 원정대’는 2004년 5월18일 오전 10시10분,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 정상(8천850m)에 우뚝 섰다.등반대장 박무택은 이미 1996년에 가셔브롬2(8천35m)에 오른 이후 8천미터급 정상만 무려 다섯 개를 밟은 한국 산악계의 차세대 주자였다.당시 계명대 4학년에 재학중이던 후배 장민 역시 2000년에 시샤팡마(8천27m) 와 초오유(8천201m)에 오른 대단한 경력을 가진 신예였다.휴먼원정대는 2005년 5월, 박무택과 장민,백준호를 찾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찾은 원정대다. 감동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이야기는 한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스 캠프에서 초조하게 두 사람의 소식을 기다리던 저 아래 6천400m 지점의 ABC(전진캠프)는 박무택의 무전기를 통해 전해진 “여기 정상입니다!” 한 마디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대구 계명대학교 산악부 OB와 YB는 에베레스트가 떠나가도록 함성을 질렀다.그러나 환희는 오래 가지 않았다. 장민이 탈진하면서 설상가상으로 박무택에게 설맹까지 덮쳐 앞이 보이지 않았다. 박무택은 장민을 먼저 내려 보내고 혼자서 비박을 감행하고 그를 구조하러 올라온 백준호마저도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후 여성산악인 오은선이 사고지점을 향해 출발한 5월20일 새벽, 누군가가 고정 자일에 매달린 채 비스듬히 눕다시피 한 것이 발견되었다. 박무택이었다.우리나라의 대표적 산악인인 엄홍길이 박무택과 장민, 백준호를 찾기 위해 원정대를 꾸렸을 때 참여한 사람은 모두 18명이었다.산악계의 전설인 엄홍길부터 계명대 산악부 동기와 후배, 배테랑 언론인까지 세계 등반역사에서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휴먼원정대가 꾸려졌다. 그들은 팔공산과 한라산에서 혹독한 등반 훈련을 거듭했지만 막상 에베레스트에 도착하자 고산병을 앓으면서 시간을 지체할 수밖에 없었다.초모랑마 베이스 캠프에서 박무택이 있는 세컨드 스탭까지 간신히 올라간 그들은 얼음 덩어리로 변한 그를 만났지만 그 험악한 산에서 그를 데려올 수가 없었다. 엄홍길은 네팔 쪽과 티벳 쪽 풍경이 모두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돌무덤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결국 장민과 백준호는 찾을 수 없었지만 동료를 찾기 위해 죽음을 불사했던 휴먼 원정대의 스토리는 삭막해져가는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우리는 언제 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한 적이 있었던가. 히말라야 양지바른 언덕의 돌무덤이 오래 잔상으로 남는 영화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유능한 신인 안무가들의 역동적인 몸짓 ‘신인 안무가 페스티벌’

대구 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가 9월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2020 아양 신인 안무가 페스티벌’을 오는 29일 오후7시30분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진행한다.올해로 5회째를 맞는 ‘아양 신인 안무가 페스티벌’은 역대 수상자들이 자신의 성장과정을 발표하는 특별한 시간으로 진행된다.먼저 지난해 신인 안무가 페스티벌 우수상 수상자이면서 제26회 대구무용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무용가 박도운이 고려시대 가요인 청산별곡의 가사를 춤으로 재해석한 한국무용 ‘살어리랏다’를 선보인다.또 제2회 우수상 수상자로 올해 전국 차세대 안무가전 최우수상을 받은 김민준씨는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한 삶의 태도를 춤으로 표현한 현대무용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를 연기한다.제1회 대회 때 대상을 수상했던 장성욱씨(2015 한국예총 대구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 대학부 대상)는 ‘화투(花鬪)’라는 독특한 제목의 실용무용을 선보인다. 헛된 희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내용이다.마지막으로 지난해 제4회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무용가 박광현씨(2018 새물결춤작가전 최우수상)는 타이밍에 의해 결정되는 인간관계에 대해 무용수들이 가진 고유한 움직임으로 표현한 현대무용 ‘암묵적 침묵’을 펼쳐낼 예정이다.‘아양 신인 안무가 페스티벌’은 유능한 신인 안무가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무용공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지난 2015년부터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가 대구무용협회와 공동 기획한 무용 축제다.아양아트센터 김기덕 관장은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출연자는 역대 수상자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한편 관객들은 젊은 안무가들이 펼쳐내는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역동적인 무용의 참 멋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이번 공연은 만7세 이상 관람할 수 있으며, 전석 1만 원이다. 문의: 053-230-3311. 3319.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동상-이병식 ‘구멍 담’ 수상소감

검은 구름 헤집고 쏟아진 햇살.요즈음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코로나 19에 잠식당한 지구인이 전부 우울할 테니 말이다.사람들은 전부 일상을 잃어버리고 가슴앓이하고 있다. 내 삶 역시 그렇다. 그나마 글 쓰는 일은 답답함을 달래는 방법이다.글을 써본다. 공모전에도 도전해본다. 공모전에 도전할 때야 누군들 당선의 바람이 없겠는가. 그러나 원고를 보내고 나면 뭔가 모자란 듯 머리가 허전해진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원고를 보낸 후 설레는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해가 기울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낯선 번호다. 조심스레 받아보니 당선 소식이다. 잔뜩 흐렸던 날에 해가 환하게 뜬 듯, 가슴이 활짝 열렸다. 기쁨에 가슴도 뛰었다. 나는 그때 집을 나와 있었다. 아내에게 전화하여 당선의 기쁨을 알렸다. 글에는 아내와의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내도 기뻐했다.늘 같이 공부하고 격려해주는 수필사랑 문우님들과 기쁨을 같이하고 싶다.그리고 졸고를 선택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대구문학 신인상 등단△백교문학상 수상△대구문인협회 회원△대구수필가협회 회원△수필사랑 동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동상-이병식 ‘구멍 담’

담장은 안과 밖을 가로막는 벽이다. 그렇지만 담장에는 소통을 위한 틈새도 있다.언젠가 송소고택을 다녀온 적이 있다.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자리한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심처대(深處大)의 7대손 송소(松韶) 심호택(沈琥澤)이 건축한 가옥이다.우리 조상의 후덕한 인심처럼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위에 홍살까지 설치해 놓은 거대한 솟을대문이 낮은 담장과 대비 되어 오히려 기이한 모양새다. 마치 입을 크게 벌려 상대를 제압하려는 하마의 입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새 나왔다.문 안으로 들어섰다. 문설주에 기대선 행랑채에서 허술한 옷차림의 행랑아범이 머리를 조아리며 손님이라도 맞으러 나올 듯했다. 행랑아범 대신 품이 넉넉한 시골 마당이 평화롭게 손님을 맞이했다. 99칸 저택의 규모가 이런 것이구나. 한 집이라기보다 동화 속의 신비한 마을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지붕이 낮은 한옥의 겸손함과 고즈넉한 고택의 평화로움 때문일까. 저택의 웅장한 자태에도 불구하고 위압적이지 않았다.마당을 가로지른 담장이 기이했다. 안과 밖을 구분하기 위한 벽이 아니고, 꽃담인 듯 아담한 모양새의 담장이 예쁘장했다. 말로만 듣던 내외담을 직접 보는 순간이었다. 안채에 드나드는 여인들이 남정네가 서성이는 사랑채 앞을 지나다니기가 쑥스러워 이를 가리기 위해 만든 담이다. 남녀가 유별한 유교 문화에서 여인네를 위한 배려였다지만, 어쩌면 양반들 스스로 쓴 사랑의 족쇄였는지도 모를 일이다.안으로 돌아드니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하는 담장이 아담했다. 아랫단엔 반듯한 돌을 기단으로 하여 튼실하게 하였고 위로는 v자 무늬를 연결하여 예술감을 주었다. 단절의 거부감을 없애려 한 듯했다.그런데 특이한 게 보였다. 사랑채와 안채를 구분하는 담장에는 장난스레 만들어놓은 듯한 둥근 구멍이 있었다. 사랑채 쪽에서 보면 담장에는 구멍이 여섯 개가 있고, 돌아들어 안채에서 보면 거기에는 구멍이 세 개가 있었다.신기하게도 사랑채에서는 안채를 들여다볼 수 없고, 안채에서는 사랑채를 내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숫자가 많은 편이 무조건 이기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듯해 웃음이 났다. 안채에서 사랑채에 손님이 몇 분이나 오셨나를 묻지 않고도 알 수 있도록 한 예의고 배려였다. 남정네가 여인네를 보는 것은 불가하지만, 여인네가 숨어서 남정네를 살짝 보는 것은 허용된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우리 집에도 마음으로 쌓아놓은 내외담이 있다. 젊은 날에 내가 직장을 잘 다니고 있을 때는 평안한 가정이었다. 나라에 외환위기의 파도가 몰아쳤다. 직장에는 구조조정의 열풍이 불었고, 나는 구조조정의 파도를 피할 수 없었다.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떠났다. 외환위기의 풍랑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조그만 가게를 시작했지만, 세상살이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교훈만을 얻었다. 잘살아보자고 바둥거려 보아도 고만고만한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그러니 파도가 출렁거리듯 크고 작은 일로 집안은 늘 냉랭했다. 소통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처럼 거칠게 부서지고는 했다. 아파트 입주 때 설치한 30년 된 싱크대가 삐걱거리면 아내의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누가 나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담을 쌓고 지낸다고 말하곤 한다. 무슨 가훈을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안방에도 건넌방에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담장이 쌓였다. 동굴에 녹아내리는 석순처럼 오랜 세월이 흐르며 시나브로 쌓인 담장은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소통을 가로막았다.나는 얼마 전에 운동하러 동네 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넘어졌다. 허리를 삐꺽했는데 정도가 심하여 며칠간 꼼짝 못 하고 누워있어야 했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었다.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없는 지경에 도와줄 사람은 아내뿐이었다. 아내는 한 몸같이 내 곁에 달라붙어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그렇게 며칠 후, 조금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 아내는 나를 샤워장으로 데려갔다. 아내는 애들 목욕시키듯이 홀랑 벗은 나의 몸을 구석구석을 닦아주었다. 허리가 다 나은 듯이 몸이 가벼웠다. 기분은 또 얼마나 상쾌하던지. 그런데 가슴이 찡 울리며 울컥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금껏 담을 쌓고 있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민망했다.내가 내외담에 갇혀 아내를 보지 못할 때, 아내는 안채에서 사랑채를 내다보듯 담장의 틈새로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아내의 따뜻한 숨소리가 말해주었고, 섬세한 손끝의 떨림이 말해주었다. 아니 그게 아니다. 아내에게는 내외담도 구멍담도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외담은 내 헛된 자존심에만 존재했던 담장이었을 뿐이다.우리 선조들의 삶이 녹아있는 고택을 느껴보는 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의 여유마저 갖게 하는 일이다. 고즈넉하게 자리한 고택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도 넉넉해진다. 생존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그렇지 않으랴.송소고택의 내외담이 아닌 사랑채와 안채를 가로막은 담장에 있던 세 구멍이 눈에 선하다. 언젠가 시간 내어 아내와 함께 송소고택을 다시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그리고 담장의 구멍을 들여다보며 소통의 이치를 탐구해 보리라.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한가위 연휴기간 동안 읽을 만한 인문·사회과학분야 도서

추석 연휴기간 동안 이동 자제를 당부하는 보건 당국의 요청으로 연휴를 더 알차게 활용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황금연휴를 새로 나온 인문·사회과학 신간서적과 함께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연휴 활용법이다. ◇넥스트티처/김택환 지음/에듀니티/244쪽/1만5천 원4차 산업혁명과 국가전략 전문가인 저자가 톺아본 대한민국 교육 그리고 새 시대의 교사론을 담은 신간이다.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 갑작스럽게 내던져진 채로 달라진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중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우왕좌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한 미래를 기준 삼아 대비해야 한다.특히 교육은 이 같은 대비가 무엇보다 필요한 분야다.새로운 시대에는 이전과 다른 유형의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저자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앞에서 우리의 미래교육 전략을 제시한다.저자는 “대한민국이 자원부국이 아니기 때문에 인재부국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공교육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단언한다.세계의 교육 선진국들 특히 독일을 참고해 더 이상 명문 대학과 입시 위주의 교육은 경쟁력이 없다고 선언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새로운 교육전략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교육은 물론 K-방역과 세계정세까지 다양한 분야를 분석한다.저자는 이 책에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통해 인류의 위기 앞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휴머니즘’임을 밝히고, 페스트의 유행 이후 변화한 유럽 사회의 모습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사회를 예견한다.더불어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전염성 유행병 앞에서 지금 미국과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대대적으로 단행 중인 교육개혁과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을 비교한다.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무선 인터넷조차 제대로 깔리지 않은 공교육 시설을 비판하고, 정부에 대안을 촉구한다.또 저자는 기업이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서는 교육방식을 높이 평가하며 대한민국에서도 기업들이 독일처럼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정부는 기업이 그럴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있는 삶을 위한 반려도서 레시피/문무학 지음/학이사/304쪽/1만7천 원우리는 모두 삶터에서 자기가 가진 능력껏 살고 있지만, 내 삶에 내가 있는가를 자주 반문하게 된다. 왜 그럴까? 내 삶에 내가 없기 때문이다.이 책은 그런 삶에서 나를 찾게 해주는 책이다.한평생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반려자로 부르듯이 한평생 읽어도 좋을 책을 반려도서라 부르며 그런 책 만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좋은 책을 만나 제대로 읽고 서평을 쓰면 내 삶에서 보이지 않던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이 책에는 책과 독서의 개념, 독서 토론과 사색을 위한 걷기, 바른 문장과 논리적 글쓰기, 비평과 서평 쓰기를 다루었다. 그리고 나를 찾아가는 길을 분명하게 제시했다.또 반려도서와 함께 내가 있는 삶을 꾸리기 위한 ‘책 읽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제시하기도 한다.‘나의 책 정의를 갖자’, ‘독방사우(독서대, 독서램프, 필기구, 공책)를 갖추자’, ‘반려도서를 갖자’, ‘독서클럽에 참여하자’, ‘읽은 책에 대해 생각하자’, ‘반드시 서평을 쓰자’, ‘나도 저자가 되는 꿈을 꾸자’라는 게 그것이다. 삶에서 이런 습관을 들이면 내 삶에 나를 우뚝 세워 이끌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시조와 문학평론으로 문화계에 발 디딘 작가는 1997년부터 2015년까지 대구시조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예술단체총연합회 회장과 대구문화재단 대표를 역임했다.그간 신토불이, 책을 뛰쳐나온 문학. 통통예술, 대구문화에 청바지를 입히자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문화현장을 뛰었다. 예총회장 재임 시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공연장과 전시장 가기를 ‘예술소비운동’으로 명명하고 실천하려 애썼다.‘개인은 가슴의 평수를 넓히고 영혼의 근육을 튼튼히 해야 품위 있게 살 수 있으며, 국가는 문화를 진흥시켜야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종이책 읽기를 권장해왔다.책 읽기의 좋은 점을 공유하기 위해 2016년 ‘학이사’와 ‘학이사 독서아카데미’를 창설, 원장으로 취임, 서평쓰기 강좌를 개설하고 독서클럽 ‘책 읽는 사람들’을 결성, 매월 고전을 읽고 토론을 이어가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전태일 평전/조영래지음/아름다운전태일/380쪽/1만5천 원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다.1970년, 청계천 평화시장 앞길에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만 스물두 살 젊은 육신에 불을 댕긴 전태일.그는 일기를 썼다. 평화시장 재단사로 일하던 열여덟 살 때부터 겪은 노동 현장의 참상 그리고 그 참상 배후의 사회 모순을 해결하려 몸부림친 전태일.그 몸부림을 세상에 전하고자 깨알같이 적은 공책 7권 분량의 ‘전태일 일기’는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평전’의 바탕이 됐다.‘전태일평전’ 초판이 나온 지 어느덧 37년이 지났다. 오늘의 독자는 상상도 하지 못할 평화시장의 비참한 장면들은 그 시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었다.어제의 전태일이 학교에서 밀려났다면, 오늘의 전태일은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만 스물두 살 젊은 육신에 불을 댕기며, 전태일이 이루려 했던 것. 그것은 바로 인간의 나라였다. 전태일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새로 나온 전태일 50주년 기념 개정판은 가독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본문은 2009년의 세 번째 개정판을 따랐으며, 전태일의 일기와 수기를 별색으로 처리했고, 요즘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특히 봉제산업에서 쓰이던 일본식 외래어)나 젊은 세대에게 생소한 사건에는 주를 달았다.아울러 전태일이 걸어간 삶의 맥락을 더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표에 역사적 배경이 되는 사건과 사후 이소선 어머니와 동료들의 활동과 관련한 사항을 보강했다.초판이 나온 이래 ‘전태일평전’은 세 차례 개정이 이루어졌다. 첫 번째 개정판은 1991년 1월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왔다.초판 발간 당시 원고 유실로 빠진 부분을 되살리고, 검열 때문에 표현을 바꾼 대목을 바로잡았다.두 번째 개정판은 2001년 9월에 출간됐다. 2009년 4월 세 번째 개정판부터 전태일재단의 전신인 전태일기념사업회가 ‘전태일평전’을 발간했다.세월이 흐르면서 한글 표기법이나 띄어쓰기 등이 변했기에, 원본과 저자의 뜻이 더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문체를 다듬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웃는얼굴아트센터…피아노로 즐기는 문화가 있는 날

대구 달서문화재단(이사장 이태훈) 웃는얼굴아트센터는 9월 문화가 있는 날 공연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7명의 피아니스트가 출연하는 DSAC 아트페스티벌 ‘피아노 위크’를 오는 25일까지 온라인으로 공개한다.당초 9월 초 진행 예정이었던 ‘피아노 위크’는 코로나19가 확산 예방을 위해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됐다.피아니스트 이미연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피아노위크’는 전문 피아노 음악 축제로 베토벤, 쇼팽, 리스트를 차례대로 만날 수 있다.또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두 대의 피아노로 편곡해 화려한 타악기 연주를 더한 DSAC 로컬아티스트프로젝트 ‘피아노와 타악기의 만남’은 24일 오후 7시30분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열린다.DSAC 로컬아티스트프로젝트는 지역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지역의 우수예술단체를 발굴하고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하는 웃는얼굴아트센터의 기획프로그램이다.웃는얼굴아트센터 이성욱 관장은 “침체된 지역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9월 문화가 있는 주간 공연은 온라인 공연과 대면 공연을 함께 진행한다”고 발겼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은상-염귀순 ‘손이 말하다’ 수상소감

언제였던가, 가슴 두근거리며 들어섰던 글 동네. 그러나 글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절뚝거리고 무너지고 일어서기의 되풀이다. 어질어질한 격랑의 세상에서 울렁거리는 속을 단속하기 위해서라도 앉으나 서나 글 생각이지만 쓰면 쓸수록, 알면 알수록 아스라한 것이 글과 나의 관계다.하지만 정지에 이르렀을 때 달리는 이유를 아는 것처럼, 글밭은 내 삶을 삶 되게 하는 숙명적인 터전이다. 스스로의 기도처이자 묵상의 장소이며, 세상을 향한 통로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일이 고통이라면 오직 자신의 몫이고, 기쁨이라면 절반은 결핍과 부재의 몫이라던 말에 공감하며 아프더라도 멍들진 않는다. 사고의 전환이 무디어지지 않고 절절한 가슴으로 쓸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랄뿐이다.글쓰기가 삶의 힘인 글쟁이들에게 축제의 장을 펼쳐준 대구일보사와 따뜻한 눈길로 봐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함께 길을 걷는 부경의 문우들, 늙지 않는 사고와 감성을 가진 지도교수님, 동행할 수 있어 글 길이 외롭지만은 않다는 말과, 부끄럽지만 고마운 마음을 드리며….△문학예술 등단△BS금융문학상공모 대상 외 다수△수필집 ‘펜을 문 소리새’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은상-염귀순 ‘손이 말하다’

손은 세상과 소통하는 열쇠다. 숨길 수 없는 온도를 담아 타자와 교감하고 세상과 교류한다. 손을 잡고 놓고 오므리고 펴고 엎는다. 악수는 우호의 표시이고 박수는 환영과 응원, 찬사를 표하는 것이며 ‘손에 손잡고’는 마음과 힘을 합한다는 뜻이다. 세상 밖 어떤 힘이 간절할 적에는 두 손부터 모은다. 조용히 합장하고 비손하는 자세엔 신에게로 향한 혼신의 염원이 담겨있다.호미곶 ‘상생의 손’은 해맞이 축전을 기리는 상징물. 모든 국민이 서로 도우며 살자는 의미를 담았다. 동해안 해돋이 명소와 ‘손’, 생각해 보니 썩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엄청나게 큰 청동상(靑銅像)의 손이 하나가 아니다. 육지의 해맞이광장엔 왼손이, 바다엔 오른손이, 그리 멀지 않은 사이를 두고 마주 보며 있다. 그리움은 저 두 손의 거리 안에 있는 것인지. 손바닥에 인생의 골목길 같은 손금이 선명하게 드러난 손 모양에 놀라면서도 친근감이 와 닿는다. 우리는 삶이라는 거친 바다를 손에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할 사람들이 아닌가. 손과 손이 맞닿으면서 삶의 용기, 감동, 풍요가 더해지는 것이 인생길인 만큼 눈앞의 손이 왠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때 가장 아름다운 손이 되었다’고, ‘손에 대한 묵상’에서 정호승 시인이 말했다. 손은 감성적이다. 손을 잡고 보면 체온이 통하고 끈끈한 무엇이 흐르고 마음 문이 스르르 열린다. 힘든 세상 고독한 관계에서 단절의 아픔을 딛고 사람들과 소통하고픈 누군가의 꿈이, 통신망을 발달시키고 우리에게 스마트폰의 세계를 열어주었을 테다. 그렇다고 심층의 외로움까지야….가끔은 세상살이가 자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흘러간다. 난데없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일상이 휑해졌다. 사람을 제대로 만날 수 없다. 가급적 사람끼리 손잡지 말기를 권장 받는 상황이 하룻길 여행을 부추겼다 할까. 마스크로 무장하고 막연함과 홀가분함으로 한반도의 최동단 호미곶을 찾아왔다. 여행이 주는 설렘과 객기가 보태어졌는가, 알려진 동해안 풍광 말고도 몰랐던 역사 이야기까지 펼친다.역사의 진실은 이따금 아프다. 하지만 되돌아보고 새겨야 한다고 바다에 불쑥 솟아있는 손이 말하는 것 같다.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격암 남사고는 호미곶을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술하면서 천하제일의 명당이라 했다. 육당 최남선은 일출제일의 호미곶을 조선 10경의 하나로 꼽았다. 한반도를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포효하는 형상으로 묘사하고,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며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고 했으니, 일제는 이곳에 쇠말뚝을 박아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으려 하였다. 거기에다 한반도를 연약한 토끼에 비유하며 호미곶을 토끼 꼬리로 비하해 부르기도 했다. 실제로, 해방 후 세대인 내가 여중에 다니던 시절 지리 과목 시간에도 어찌 된 영문인지 호미곶을 토끼 꼬리를 닮았다고 외운 기억이 난다. 새삼 알았지만 굴곡의 역사는 질기도록 사람의 머리 한구석을 지배하기도 한다.오늘따라 호미곶의 바다는 잔잔한 남색 평원이다. 세상을 더 많이 더 깊이 읽는 중인지 이따금 몸을 뒤척일 뿐 고요하다. 뭍에서 바다 위로 이어진 ‘해파랑길’로 들어서니 하늘과 바다를 가늠하기 어려운 수평선이 파도도 없이 가물거린다. 한여름 외딴곳임에도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에게 막 생성된 청정한 바람이 호의를 베풀어준다. 온몸으로 바람의 기운을 들이킨다. 세속의 티끌마저 씻어보고자 깊숙한 호흡을 해본다. 균형추가 덜커덕거리는 길을 잠시 벗어난 걸음들이 바람처럼 의외로 유유하다. 삶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더라도 세월은 흐르고 역사는 오늘도 고된 한 구비를 엮어내고 있음을 바람인들 모르리.바다에 떠 있는 손이 기억의 매듭 하나를 푼다. 사납게 갈퀴를 세운 어마어마한 태풍이 세상을 휩쓸던 추석날 아침이었다. 퍼붓는 빗줄기에 위험수위를 넘긴 저수지가 순식간에 범람했고 천지는 물바다였다. 동생을 업고 피난길에 나선 어머니가 넘어지면서 급물살에 휩쓸렸다. 누가 팔을 붙들고 늘어지다 놓쳐버리는 걸 발견한 아버지는 한 손에 든 짐과 내 손을 놓고 달려가셨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물살과, 죽음으로 떠밀리는 어머니의 젖은 몸과, 신기(神技)의 힘으로 끌어올리던 아버지의 손. 어린 나에게 그날은 천지개벽의 순간이었다. 비바람을 뚫고 엄청난 공포에 맞선 아버지의 손은 내가 본 가장 위대한 손이었다.손은 한 인생의 노트다. 오랫동안 받아낸 세월과 살아온 자취가 오롯이 새겨진다. 삶의 험난한 바다에서 아버지의 손은 강직하고 정직했으나 재물을 갖진 못하였다. 내 젊은 발목을 낚아채는 현실이 원망스럽던 탓에, 손을 잡아주기만 바라고 아버지의 손을 다정하게 먼저 잡아본 적이 없다. 그런 맏딸을 겉으론 무표정으로 지켜보시며 홀로 삼킨 외로움이 쓰리고 아리지 않았으랴. 이제 다시는 잡을 수 없는 아버지의 손, 돌아볼수록 한없이 외로운 손. 그럼에도 삶을 가꾸는 모든 손은 귀하고 아름답다.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저 손은 무엇을 꿈꾸는 걸까. 또 다른 손이 포개어주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건 아닐까. 사시장철 바람, 파도, 바닷물과 더불어 지내는 게 일상일, 조금은 서늘해 보이는 청동의 손은 언제나 무언이다. 갈매기 한 마리가 손가락 끝에 가볍게 앉았다가 날아간다. 새에겐 바다에 솟은 커다란 손이 지친 날개를 접을 수 있는 세상없는 쉼터인가보다. 바다와 손과 새의 어울림이라니, 얼마나 서로 믿고 어우러져야 사람끼리도 저리 여유로울 수 있을지.고립이라는 막막함에 하루 일탈을 감행했던 길에서 손을 보았다. 코로나 19가 이끌고 온 의심과 불안의 공기에 ‘지나치게 혼자이다’가 달려오고 말았던 건 무슨 끌림에서였나. 호미곶 지형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형상으로 다가온다. 손이 말없이 가르침을 준다. 얼굴은 천연스레 가면을 쓰거나 입술은 새빨간 거짓말도 서슴없지만 손은 무언으로 소통하는 거라고. 쉼과 나아감이 조화롭게 이어져야 건강한 삶이라고. 한 찰나는 뜻밖의 깊은 시간도 될 수 있겠다. 하루하루가 옥죄던 차에 탁 트인 바다 곁으로 와본 것은 잘한 선택이었지 싶다. 여기 커다란 손 앞에서라도 나, 힘들다며 한 번쯤 백기를 들어보는 거다.‘상생의 손’이 질문을 던진다. 인생은 결국 공수래공수거이거늘 어떤 손을 가졌나요? 두 손을 맞댄 채 눈을 감으면 1분 안에 서로 전기가 통하는 손이라면 좋겠다. 움켜쥐거나 오므리기만 하는 손 말고, 밀치거나 선을 긋는 손 말고, 손가락질하는 손 말고, 잡아주고 박수쳐주는 손이면 더욱더 좋겠다. 베푸는 손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런 손이기를 소망하며 두 손 모은다.어둡고 탁한 것들을 염치없이 바다에 부려놓고 돌아서는데 아버지의 손이 다가와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준다. “따뜻한 가슴 오래 간직하여라.” 울컥, 목젖이 따가워진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온라인 축제로 만나는 '대구국제재즈축제'

올해 대구국제재즈축제가 온라인 축제로 대체된다.대구국제재즈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제13회 대구국제재즈축제는 코로나19사태로 대형 야외공연 대신 사전에 제작된 공연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온라인 축제 형식으로 바꿔 진행하기로 한 것.조직위원회는 행사 취지와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축제 일정은 기존과 같이 3일간 진행하고, 입국이 어려운 해외뮤지션을 제외한 국내 정상급 뮤지션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첫날인 24일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출신 재즈뮤지션 론 브랜튼 재즈그룹(Ronn Branton Jazz Group)을 비롯해 보컬리스트 김혜미를 주축으로 한 재즈그룹 Hear by Chance By. H, 지역 재즈그룹 애플재즈오케스트라(Apple Jazz Orchestra)의 공연이 펼쳐진다.특히 이날은 초청가수인 린(Lyn)이 이번 공연을 위해 직접 작사한 특별곡 ‘엄마의 꿈’을 선보인다.25일에는 지역의 각종 행사에서 재즈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써니 재즈 빅 밴드(Sunny Jazz Big Band)와 남경윤 밴드, 마뉴엘 바이얀드 밴드(Manuel Weyand Band)와 이기욱 일렉트로닉 밴드, 찰리정 밴드(Charlie Jung Band)가 공연한다.마지막 날인 26일에는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통 재즈뮤지션 김명환 트리오와 김혜영 퀸테트(Quintet), 스완김(Swan Kim) 재즈 앙상블, 정은주 재즈 퀸테트, 빅 밴드 볼케이노(Big Band VOLCANO)의 공연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또 이번 축제 영상에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도민을 위해 참가 뮤지션들이 직접 전하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 ‘대구찬가’ 영상도 공개된다.이번 재즈축제 영상은 유튜브 대구국제재즈축제TV와 컬러풀대구TV, 대구국제재즈축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대구국제재즈축제 강주열 조직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및 공연 관계자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내년에는 다 같이 모여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의: 1544-1850.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예술발전소…예술융합공연 ‘The Signal In Daegu 2020’ 진행

대구 중구 수창동 대구예술발전소는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예술융합공연 ‘The Signal In Daegu 2020’을 오는 26일 오후 3시, 6시 두 차례에 진행한다.대구예술발전소 3층 수창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전자음악협회 ‘새온소리’가 대구의 이야깃거리를 소재로 현대음악 제작기술을 접목시켜 완성한 음악공연이다.사방에서 흘러나오는 다채널 오디오 시스템, 유사 홀로그램 스크린에 투사되는 창의적인 입체영상 그리고 무용수의 몸짓과 소리에 반응하는 사운드는 공연장인 수창홀을 풍성하게 채운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번 공연을 진행하는 전자음악협회 새온소리는 전자악기와 컴퓨터를 활용해 다양한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모임이다.사전예약을 통해 한번에 30명까지만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대구예술발전소 인스타그램 라이브 또는 새온소리 유튜브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문의: 053-430-1228.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