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의근 주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관선 민선을 포함해 10년 이상을 장기집권해온 이의근 경북도지사의 임기 만료가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를 꿈꾸는 후보군들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들 대다수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공식적인 도전의사 표시를 자제하고 있지만 저마다 인맥쌓기와 조직관리 등 세확산을 꾀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경북지역에서 차지하는 이 지사의 영향력을 감안해 볼때 차기 주자들은 이 지사의 눈밖에 나는 돌출행동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해가 될 수있다고 보고 가시적인 행동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현재 차기후보군으로는 정장식(54) 포항시장, 김관용(62) 구미시장, 김휘동(60) 안동시장 등 민선단체장 그룹과 권오을(47) 의원, 김광원(64) 의원, 주진우(55) 전 의원 등 국회의원 그룹, 김영재(60) 경북도 정무부지사, 남효채(52) 경북도 행정부지사, 박명재(57)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등 고위공무원그룹 등으로 대별된다.
이 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그룹은 민선단체장들이다.
정장식 포항시장은 본인이 출마를 공식발표한 적은 없지만 차기 도지사 출마가 포항지역을 중심으로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최근 도단위 행사 참석이 부쩍 잦아진 정 시장에 대해 주변에서는 차기를 향한 얼굴알리기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지사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시장은 포항시장 재임동안의 기업유치 성과, 경북지역 최대도시인 포항시민들의 호의적 반응을 기반으로 선두그룹에 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선 1대부터 3선 연임 구미시장을 맡고 있는 김관용 시장도 차기 주자군의 선두그룹에 속하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공식 도전의사를 밝힌 적은 없지만 김 시장의 차기 꿈도 거의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최근 고속철 역사 유치 문제에서 구미시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점과 수차례 국회의원 출마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점 등을 들어 차기를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선의 경력에다 경북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구미에서 도지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지원, 구미를 중심으로 한 칠곡, 상주 김천 등 중서부 지역에 나름대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4공단 유치문제로 잦은 만남을 갖고 있는 이 지사와도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도청 주변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출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2년후 상황변화에 따라 결심이 달라 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치인 그룹은 아직 가시적인 행보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다만 지역정가와 도청 주변에서 몇몇 이름이 거론되는 수준이다. 권오을 의원은 지난 2002년 3대 도지사 선거당시 한나라당 경선을 중도포기한 경력 때문에 자주 이름이 거론된다. 현재 중앙당 운영위원으로 있는 권 의원은 한나라당 도의원들과의 접촉이 잦아 여전히 후보군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김광원 의원과 주진우 전 의원의 이름도 심심잖게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의 경우 경북도 기획관리실장과 부지사 등을 역임한 경력 때문인지 도청 주변에서 차기지사 출마설이 계속 나돌고 있다.
주 전 의원은 현재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회가 오면 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17대 등원을 위해 재선거 지역구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 그룹으로는 김영재 경북도 정무부지사와 남효채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거론되지만 본인들은 자리가 현직인 만큼 극구 부인하는 형편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남 행정부지사는 고향인 영덕 군수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정무부지사는 내부무를 거쳐 91년부터 경북도청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지사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 부지사는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또 경북도 부지사를 지낸 박명재 현 중앙공무원연수원 원장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포항 출신으로 지난 75년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에 들어온 박 원장은 내무부, 총무처,대통령비서실 등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99년에는 경북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했다.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타 지역에서 했다는 핸디캡이 있지만 최근 지역 출입을 자주하면서 지인들과의 만남의 횟수를 늘리고 있다.
이와함께 이의근 지사의 퇴임이후 거취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총리 기용설이 나왔을 정도로 전국적 명망을 얻고 있는 만큼 그냥 야인으로 지내기에는 경륜과 인물이 아깝다는 평들이다.
퇴임이후 대학총창으로 옮길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주변에서는 정치 환경만 조성되면 국무총리나 그 이상(?)도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준우기자 pj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