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현들에게 길을 묻는다

세월이 혼탁해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각자가 걸어가고 있는 길에 확신이 생기지 않을 때, 옛 성현들에게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올바른 길인지 가끔씩 물어보는 것도 인생을 올바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만화로 즐기는 논어1·2/공자·이준구 지음/왕위지 그림/스타북스/304쪽/1만5천 원논어는 공자의 언행과 공자가 제자 및 여러 사람들과 나눈 대화, 제자들 사이의 대화, 공자의 생각과 비평을 수록한 책이다.유가의 성전과도 같으며 인(仁)의 실천이라는 이상을 그린 공자의 사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모두 20편으로 돼 있으며 각 편 첫 장에서 두 글자 또는 세 글자를 따서 편명으로 삼았다.각 편마다 단편적인 여러 내용이 있으나 그 특징을 보면 배움의 중요성을 언급한 ‘학이’, 여러 각도에서 ‘예’를 다룬 ‘팔일’, 인덕에 관한 말이 주로 수록돼 있는 ‘이인’, 공자가 제자들의 어리석음과 현명함을 논한 ‘공야장’ 등으로 이뤄진다.이 책에는 동양의 지혜가 응축돼 있으며 공자의 사상은 물론 제자들과의 관계와 당대의 관습, 정치 등이 들어 있다.논어는 공자의 유가 사상이나 중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할 때 가장 기본적 서적이자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배우기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사람으로서 도리와 덕치주의를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할 징검다리이다.이 책은 공자의 사상을 더욱 풍요롭고 깊게 만든 방랑 생활과 사제 관계를 만화로 그리고 있다.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구절을 유머로 부드럽게 바꾸고 있다.문장이 단순하면서도 간결해 그 뜻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그림으로 더욱 풍부하게 나타내 쉬우면서도 문장만으로 된 해설에 뒤지지 않는 깊이가 있다.논어 속 주제들은 얼핏 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함축적인 내용들이 숨겨져 있다. 깊이 들여다볼수록 얻어 가는 바가 커서 단순하지 않는 묘미가 들어 있다.불안한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갖고 인간다움을 역설했던 공자의 가르침에서 시대를 초월한 지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만화로 즐기는 논어’에는 논어의 대표 격인 제1편 ‘학이’부터 고대 태평성대를 완성한 요순임금에 대한 내용을 서술한 제20편 ‘요왈’까지를 다루고 있다.◇노자가 옳았다/김용옥 지음/통나무/504쪽/2만7천 원‘노자가 옳았다’는 인류의 고전 중 가장 뛰어난 철학과 지혜를 담은 ‘노자 도덕경’을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유려한 우리말로 번역하고, 그 깊은 뜻을 명료하게 해설했다.저자는 이 책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동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는 현재 인류문명을 위기상황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 난관을 돌파하는 사상으로서 노자철학을 유일한 희망으로 제시한다.저자는 그동안 저술과 강연을 통해 노자사상을 꾸준히 한국인의 삶으로 내면화시켜왔다. 50년 전 노자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철학을 시작해온 도올 김용옥의 사상궤적에서 노자는 가장 결정적이다. 그는 노자를 인류 최고의 철학이라 여긴다. 이 책은 저자의 노자철학 50년의 총결산이자 완성판이다.노자는 근원적인 사유를 하고, 총체적인 사고를 하고, 포괄적인 생각을 한다. 노자는 고착된 사고의 전복을 요구한다.노자의 첫 문장은 ‘도가도비상도’이다. 도를 도라는 어떤 규정된 관념의 틀 속에 가두면, 그 도는 늘 그러한 상도(常道)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자는 형이상학의 폭력을 거부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상이 늘 그렇게 지속된다.노자는 삶의 철학이다. 냉철히 파악되는 천지 대자연의 엄연한 질서를 탐구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좋은가를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그렇게 살지 말고 이렇게 살아보라는 삶의 태도를 가르친다. 노자는 부쟁(不爭)을 말하면서 우리 문명의 근본적 자세변환을 요구한다. 우리의 미래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라고 한다.노자는 정치철학이다. 노자의 전편에 깔린 진정한 주어는 성인(聖人)이다. 성인을 주어로 한 가르침은 바로 정치적 리더쉽에 관한 문제이다. 노자가 가르치는 무지, 무욕, 무위의 철학을 통해 사람들 간의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치 리더쉽이고, 그것이 바로 평화의 원천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이 책에서 저자는 이제부터라도 노자의 통찰을 받아들여, 허(虛)의 문명을 새롭게 건설하자는 당위를 간절하게 설득하고 호소한다.◇철학의 숲/브렌던 오도너휴 지음/허성심 옮김/포레스트북스/316쪽/1만6천 원“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유명 철학자 이름밖에 몰라요”, “어렵기도 하고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등 철학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10대가 어렵다고 말한다.영어와 수학 성적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으면서 철학은 아예 공부해야 하는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십여 년간 초·중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친 철학 교육자인 저자는 영어와 수학 공부 이전에 철학이 먼저라고 거듭 강조한다.실제로 여러 유럽 국가는 철학을 주요 과목으로 지정한다. 프랑스 고등학교 졸업 시험에서 철학은 아예 필수 과목이다. 이들이 철학을 1순위로 여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보다 무조건 중요한가’, ‘모든 진실을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유일한 과목이기 때문이다.이를 통해 공부의 핵심인 사고력과 논리력도 확장된다. 다만 여전히 우리 교육은 많은 문제를 풀고, 기출 유형을 외우며 지식의 양만 늘리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무조건 외우는 기술적 공부를 접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때 더 많은 것이 따라온다.무엇보다 철학을 익히면 공부에 반드시 필요한 이해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진다. 긴 국어 지문의 내용을 한눈에 이해하고, 문제의 의도를 파악해 정답으로 연결하는 사고력이 향상된다.생각이 논리적으로 정돈돼 글쓰기도 쉬워진다. 또 숫자에도 강해진다. 수학공식들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고, 그것을 풀이과정에 접목해 정답을 도출해내는 추리력과 논리력이 향상되는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저절로 익히게 된다. 요령뿐인 공부에서 벗어나 스스로 하는 공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철학의 진짜 중요한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여전히 조바심에 공부를 재촉하고, 눈앞의 성적에 연연하고 있다면 생각의 순서를 바꿔보자. ‘공부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 ‘1등을 해야 한다’가 아닌 ‘공부를 재밌게, 또 잘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먼저 고민해보는 것이다.그렇다면 답은 하나이며, 그 길은 ‘철학의 숲’이 완벽하게 안내해준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박윤효 ‘차롓걸음’ 수상소감

드디어 빗장이 열렸다.똑~똑 노크를 한 지 수차례, 이제야 경북문화체험에 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그 옛날, 서술형답안지에 몇 줄을 쓰고 나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끝맺곤 하였다. 졸업을 할 무렵이 되니 빼곡히 쓰고도 할 말이 남았었다. 경북문화체험은 나의 수필을 성장하게 하는 디딤돌이었다.문화체험을 위해 이 곳 저 곳 기웃거려 보았지만 무딘 감성으로 좋은 글을 기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을 수필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심히 지나치던 것을 오감으로 느껴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아직도 미숙하여 부끄러운 마음으로 참여 하게 되었다.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직접 작품을 읽어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설레는 일이다. 거기에 더하여 선에 들게 해주셨으니, 이제 글을 써도 되겠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 일어난다.심사위원 선생님, 저의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시고, 선에 들게 해주셔서 고맙고 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글쓰기에 매진하라는 격려로 알고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필집 ‘종이 한 장’ 발간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박윤효 ‘차롓걸음’

문득 고향이 그리울 때가 있다. 화사한 봄기운에 떠밀려 가볍게 길을 나선다. 고향 마을에서 멀지 않은 성밖숲이 나를 부른다.성밖숲, 왕버들에 가만히 손을 대어 전설을 듣는다. 투박하고 거친 세월이 손끝에 전해온다. 자세히 바라보노라면, 밑둥치가 마치 얼굴이 동그란 전설 속의 아이가 왕버들관을 머리에 쓰고 있는 형상으로 보인다. 나무의 정령이 쉬고 있을 것만 같다. 숲길을 걸으면서 오랜 시간을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이윽고 자연의 소리에 이끌려 선석사로 방향을 잡았다. 선석사 전경을 살피다 특이한 법당이 눈에 띄었다. 태실법당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전각이다.다소곳이 합장을 하며 태실법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태를 봉안한 곳이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산실의 비릿한 냄새 같은 것이 후각을 자극한다. 불가사의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갈하게 진열된 항아리에서 냄새가 날 리 만무하다. 평소 느껴보지 못한 기가 온몸을 움츠리게 한다. 마치 책장과도 같은 진열대가 엄숙하게 무게감을 더해준다. 그 안에 여덟 개의 층을 이루며 태항아리가 질서정연하게 봉안되어 침묵을 지킨다.경북 성주군 월항면 인촌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선석사 태실은 생명 탄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이 세상에 한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가장 고귀한 일이 아닌가. 후손에 대한 지극정성이 마침내는 이러한 법당을 짓기에 이르렀다.태실법당 전면의 주련은 대웅전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글로 쓰여 있으며 마음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깨우쳐 주는 내용이다. 두 손을 모으고 법당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본다. 벽면에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의 내용과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잉태하고서 지켜주신 은혜로부터 시작하여 최후까지 자식을 연민히 여기시는 은혜까지 열 폭의 그림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옛날 우리 할머니는 태항아리를 봉안하기까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하지만 귀한 손자를 얻었다고 동생의 탯줄을 벽에 걸어두고 무탈하게 자라기를 빌고 또 비는 것을 보았다. 후손을 귀히 여기는 것은 유한한 생명에 대한 애착의 발로이리라. 생자필멸이라 했던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때가 되면 반드시 사라지게 되는 것을 살아가면서 보고 듣게 된다. 한 집안에는 탄생의 기쁨과 떠나보내는 슬픔이 공존하고 있다. 손자의 재롱에 세상시름 다 잊고 지내는 즐거움도 한때인 듯하다. 인생에 있어서 숙살의 시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사람들은 차롓걸음이라 한다.우리 할머니, 맛있는 것을 아껴 두었다가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고 뛰어드는 손자들을 온몸으로 안으며 입에 넣어 주셨다. 그러던 할머니가 영면하셨다. 난생처음, ‘꺼이꺼이’ 애통해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무너졌었다. 우리에게 태산 같은 아버지도 할머니에게는 그저 아픈 손가락의 애틋한 아들이었으니 그 정을 어찌하랴. 한 분이 떠나시고 온 집안이 눈물바다였을 때 얼마 지난 후 막내가 태어났다. 탄생의 기쁨으로 선친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꼬물거리는 동생을 보며 형제들의 가슴 밑바닥에서는 기쁨이 솟아올랐다. 저절로 우러나오는 즐거움은 온 집안을 환하게 만들었다.탄생의 기쁨을 안겨준 태항아리의 주인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부모님의 염원이 이루어졌을까. 불현듯 궁금증이 일었다. 살아생전 선친께서 밥상머리 가르침으로 사자소학 가운데 효 구절을 암기하라 하셨다. 아마도 선친의 염원이었으리라. 신체발부(身體髮膚)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수지부모(受之父母)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불감훼상(不敢毁傷)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효지시야(孝之始也) 효의 시작이요.입신행도(立身行道) 몸을 세워 도를 행하여서양명후세(揚名後世) 후세에 이름을 드날려이현부모(以顯父母) 부모님을 드러내는 것이효지종야(孝之終也) 효의 마침이다. 이날까지 입으로만 암송했을 뿐이었다. 부족한 나에게는 불감훼상 한 가지 지키기도 힘에 벅차다. 세상사에 무탈하고, 가정사에 무고하며, 신체에 무병하기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던가. 지난했던 나의 인생길은 어디쯤 왔을까. 부모님이 걸었던 그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걷고 있는 자신을 돌아본다.태실법당을 나오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태항아리를 마련한 부모들은 어떤 분들일까. 태항아리를 마련하지 않은 부모로서 약간의 흔들림이 일어난다. 그러나 후손을 위하는 마음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형식이 다를 뿐,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는 마음은 한가지일 것이니. 세상의 모든 부모는 일심으로 염원하리라. 대대손손 차롓걸음이 영원히 이어지기를….선석사에서의 특이한 경험을 뒤로하고, 한개마을로 다시 출발이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수창청춘맨숀, 지역 미술대 4학년 대상으로 ‘청년미술육성프로젝트’ 진행

대구 수창청춘맨숀이 오는 12월27일까지 청년미술육성프로젝트인 ‘Freer Plant’를 진행한다.‘청년미술육성프로젝트’는 수창청춘맨숀이 지역의 진입기 청년예술가 및 예비 청년미술가의 창작 활동을 독려하고, 창작동기를 부여하는 지원 사업이다.성장가능성이 높은 지역 청년예술가의 발굴, 창작발표 지원, 창작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이번 사업에는 경북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영남대 등 각 학교에서 추천한 4학년생이 참여한다.구지연, 김경현, 김수경, 김재령, 문정연, 백서진, 신동민, 원예찬, 유재희 등 총 18명의 예비청년예술가들은 회화, 사진, 조형,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이번 프로젝트의 전시주제 ‘freer plant’는 한자리에서 일생을 보내는 식물처럼 코로나19로 이동과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과 속박으로부터 ‘더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모두의 희망을 담고 있다.이번 작품전은 ‘관계’, ‘감각’, ‘의인화’, ‘도전’이라는 4개의 키워드로 나눠 각각의 조형언어와 창작 동기를 표현하고 있다.첫 번째 키워드인 ‘관계’에서는 김수경 작가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제약된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로 양초와 전선 등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이고, 김경현 작가가 체스 말과 우편함으로 관계의 부재, 단절에 대한 불안을 그려낸다.‘감각’과 관련해서는 최명헌 작가가 철거 현장과 부산물을 통해 해체와 재탄생이 반복되는 도시에서 민낯으로 드러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이준성 작가가 두 개의 의자를 작품대로 삼아 철 절구로 상징된 과거와 얼굴 형상을 결합한 작품을 전시한다.세 번째 키워드는 ‘의인화’다. 고철 덩어리에 각인된 시간과 폐목을 조합해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백서진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흑동고래를 통해 위축된 현실과 속박에서 벗어난 더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한상훈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키워드 ‘도전’에서는 전시장 곳곳을 누비는 움직이는 조형물과 통일성을 찾기 어려운 드로잉, 무작위로 배치된 평면 및 입체 오브제를 통해 획일화를 거부하는 이태윤 작가의 작품을 만난다.수창청춘맨숀 김향금 관장은 “freer plant는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부터 더 자유롭고 싶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며 “식물이 뿌리를 내려 살아가듯이 참여 학생들이 졸업 후에 미술가로 정착해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고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열기 더하는 DIMF, 이번 주말은 어떤 공연을 볼까?

사상 처음으로 가을에 개막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의 열기가 뜨겁다.개막 첫 주에 공개된 다섯 편의 작품들이 각기 다른 개성과 완성도 높은 무대로 호평이 잇따르는 가운데 축제 마지막 주인 이번 주 4개의 작품과 폐막콘서트가 연이어 관객들과 만난다.우선 지난해 ‘창작뮤지컬 상’ 수상작으로 올해 유일하게 공식초청 돼 무대에 오르는 EG뮤지컬컴퍼니의 ‘You & It’이 오는 30일과 31일 대구 동성로 문화예술전용극장CT에서 3차례 공연을 갖는다.아내를 잃은 슬픔에 갇혀 살던 주인공이 아내와 똑같은 인공지능(AI) 로봇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You & It’은 2명의 배우가 높은 몰입도로 극을 이끌어간다. 특히 31일 예정된 공연은 네이버TV를 통해 실시간 중계돼 누구나 ‘방구석1열’에서 감상할 수 있다.같은 기간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무도회장 폭탄사건’은 3·1운동 100주년과 맞닿아 있는 시대극이다.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펼쳤던 여성독립군 ‘윤’과 바람둥이 ‘재휘’ 등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펼치는 흥미로운 사건 전개가 기대되는 창작뮤지컬이다.이어 지난 12일 티켓오픈과 함께 전석 매진을 기록해 화제를 모은 ‘푸르고 푸른’이 오는30~3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공연된다.2014년 창단된 공연예술단체 극단 구리거울의 대표작이자 일제강점기 시절 대구의 문단을 이끌었던 천재시인 고월 이장희의 이야기를 마치 수채화 같은 감성으로 담아낸 작품이다.이밖에도 패기와 열정 가득한 대학생들의 무대도 이번 주 DIMF에서 만나볼 수 있다.지난해 ‘DIMF 어워즈’에서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계명문화대 뮤지컬 전공 학생들의 ‘그리스’가 28일 아양아트센터에서 두 차례 무료공연을 펼친다.베스트셀러 뮤지컬 ‘그리스’가 학생들의 톡톡 튀는 개성과 발랄함으로 재탄생해 관객 모두를 신나는 무대로 초대한다.열흘 동안 대구를 뮤지컬의 열기 속으로 이끈 제14회 DIMF의 폐막콘서트는 DIMF가 발굴한 라이징 스타와 국내 최정상의 뮤지컬 스타의 화합이 돋보이는 무대로 꾸며진다.지난 2015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DIMF 뮤지컬스타’의 역대 대상 수상자와 ‘올해 DIMF 뮤지컬스타’ 주인공들이 함께 행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DIMF를 기대하는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다.다음달 1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폐막콘서트는 네이버TV를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까지 더한 온·오프라인 동시행사로 진행된다.한편 이번 DIMF에서는 글로벌 뮤지컬 축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온라인 상영회’도 열린다. ‘소녀지벡(카자흐스탄)’과 ‘마담 드 퐁퐈두르(슬로바키아)’, ‘미스터 앤 미시즈 싱글(중국)’, ‘라 칼데로나(스페인)’ 등 6개 해외작품이 온라인으로 공개된다.DIMF 박정숙 사무국장은 “이번 주에는 우수한 국내 창작뮤지컬과 다채로운 연계행사, 온라인 상영회 등을 통해 뮤지컬로 행복한 대구의 가을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문의: 053-622-1945.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서양화가 채온 개인전…대구 현대백화점 갤러리H

서양화가 채온 개인전이 다음달 2일까지 대구 현대백화점 Gallery H에서 열린다.인물, 동물, 산, 꽃, 음식 등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들을 소재로 삼아 독특한 구성으로 재해석한 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작가의 작품은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이 특히 인상적인데 관람자를 화면으로 이끄는 무언의 힘을 느낄 수 있다.이와 함께 새롭게 선보이는 초밥 이미지는 마치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연상케 해 관람객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함께 작품 감상에 대한 재미를 더해준다.특히 화면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원색과 과감한 붓 터치의 거친 질감 그리고 풍부한 양감 표현은 야수파적인 특징이 드러난다는 게 큐레이터 조수현씨의 설명이다.작가는 미술의 전통적인 아카데미즘, 즉 비례와 균형, 우아한 선 그리고 형식적 완벽함과 달리 인체의 불균형, 단순한 선, 거친 붓 터치, 독특한 공간 구성으로 자신만의 시각을 담아내고 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박영숙 ‘삶의 조건을 읽다’ 수상소감

올여름에는 유난히 긴 장마와 태풍에 코로나19로 사람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이제 아침저녁 선선해진 날씨에 다시 힘을 내고 마음을 다잡아 뭔가를 해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설렁설렁 흘려보낸 날들, 게으름에 익숙해진 습관들을 툭툭 털어내고 몸도 마음도 굳건히 일으켜 세워야겠습니다.새벽잠에서 깨었다가 다시 설핏 잠이 들었나 싶은데, 누군가 나의 이름을 호명하여 번쩍 눈을 떴습니다.그리고 아침에 ‘대구일보’ 발신의 ‘입선’ 축하 문자를 받았습니다.끄트머리에 겨우 걸린 작품이라서 내놓고 자랑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첫 수확이라 내심 기쁘기도 했습니다. 늦깎이로 이순이 넘어 시작한 문학 공부이기에, 초석으로 다져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노력하겠습니다.장을 열어주신 대구일보에게 감사드립니다. 창작을 지도해주신 선생님과 문우님들 고맙습니다.나이 들어서도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들과 이 기쁨 함께하겠습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박영숙 ‘삶의 조건을 읽다’

청도 임당리 마을을 들어서 고샅길을 따라간다. 고택의 흙돌담을 끼고 걸으니 솟을대문이 버티고 섰다. 좌우로 마구간과 방을 거느려 여느 대갓집 대문 못지않다. 이리 오너라 외치면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나올 것 같다.활짝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인적 없고 쓸쓸한 기운만 감돈다. 바깥마당 넓은 터에 사랑채가 휑하니 홀로 서 있다. 사랑채를 한 바퀴 돌아보니 뒤쪽 바람벽에는 오래된 벽에서 흙이 부서져 내리고 있다. 오랜 비바람의 흔적이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빈집은 바람에 흩어지는 구름처럼 허허롭다.큰 사랑채의 구조가 특이하다. 홑처마 팔작 기와지붕으로 정면 네 칸 좌측 두 칸 규모의‘ㅡ’자형 평면 형태이다. 우측 두 칸은 대청이고, 좌측 두 칸은 온돌방이다. 사랑채 앞 공간은 막힘없이 훤해 중 사랑채와 마주하고 있는데, 가만 보니 중 사랑채나 안채로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시하는 구조이다.중 사랑채 앞 나무 판벽과 나란히 ‘ㄱ’자 모양의 쪽담이 앙증스럽게 섰다. 대문채나 큰 사랑채에서는 중 사랑채 마루 앞이 살짝 가려진 상태다. 중문을 드나들며 내외가 정면으로 대면하는 거북함을 피하기에 안성맞춤이겠다.중 사랑채 우측 마당을 지나면 토담으로 별곽을 구성한 사당이 나온다. 서북향은 자나 깨나 임금을 바라보는 충성의 표시이다. 별묘에서 이 집안 내력이 담긴 가첩이 발견되었다. ‘내시부통정 김일준가세계’로 우리나라 내시 집안의 내력을 엿볼 수 있다.후원에 작은 연못이 있다. 수초를 비집고 주황색 나리꽃 몇 송이 환하게 피어 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아 잡풀이 무성하지만, 그 시절에는 계절 따라 온갖 예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테지. 벌들이 잉잉거리고 호랑나비 춤추는 꽃밭을 거닐며 내시 아내는 외로움을 달랬을 것이다.안채로 들어가는 중문 앞에 다다랐다. 중 사랑방 처마 앞 나무 판벽에 하트 모양의 구멍이 세 개 나란히 나 있다. 중 사랑채에 기거하던 내시가 안채에 있는 아내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말년에 몸피가 더 줄어든 내시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구멍에 눈을 디밀고 중문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훑어보았겠지. 하트 모양의 구멍에 나도 눈을 갖다 댔다. 감시자의 마음으로 밖을 내다보니 기분이 묘하다.중문을 지나 안채로 들어간다. 중 사랑채 왼쪽 한 칸에 중문이 있고 오직 이 중문을 통해서만 안채로 드나들 수 있다. 안채는 뒤뜰과 튼 ‘ㅁ’자형으로 사방에 건물이 서 있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흙담과 판벽으로 막아 빈틈이 없는 폐쇄 공간이다. 툇마루에 앉아서 하늘을 보면 좁고 네모져서 조금 답답하게 보인다.안채 뒤를 돌아가니 넓은 뜰이 나온다. 채마밭인가 보다. 내시 아내가 푸성귀를 가꾸며 그나마 답답한 일상을 달랬겠지. 해 질 녘이면 뒤뜰에 나와 먼 산 너머에 있을 고향을 그리며 하염없이 올려다보았을 하늘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옛사람의 모습은 간곳없다. 뜰에는 싱그러운 푸성귀 채소나 도라지꽃도 하나 없이 나비도 날아들지 않는 황무지인 채 잡풀만 무성하다.안채의 담은 이중으로 둘러쳐 있다. 안채와 뒤뜰을 싸고도는 나지막한 안쪽 담은 내시 아내의 행동거지가 다 드러난다. 반면, 바깥쪽 담은 넓은 집터 전체를 경계로 길고도 높아 보통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다. 어느 곳도 몸 하나 빠져나갈 틈새가 보이지 않는다. 내시의 부인은 친정 부모님 사망 때만 외출이 허락되었다. 창살 없는 감옥살이가 몸과 마음을 옥죄는 신세, 차라리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날고 싶었겠다.누구에게나 타고난 운명이란 것이 있다. 내시의 운명은 기구하다. 평범한 지아비의 삶을 살지 못한다. 내시라는 모멸감도 견디어야 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품어주지는 못할망정 자나 깨나 감시해야 한다. 그 설움과 아픔과 미안함은 다 끌어안고 살아가려면 얼마나 많은 속울음을 울었을까.인간이라면 자신의 핏줄을 이은 자손을 원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세상 사는 재미 가운데 하나이다. 내시의 대궐 같은 집에는 갓난쟁이 울음소리도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바깥사람을 함부로 들이지도 못했다. 적막한 안채에는 내시 아내의 한 서린 깊은 한숨만이 반짇고리에 서리서리 담겨 있는 듯하다.내시나 내시 아내는 봉건시대의 문화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인간의 기본권인 의, 식, 주, 성 가운데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어놓아야 했다. 가난한 집 아이를 들였으므로 양자는 밥을 얻기 위해서 성을 포기했다. 내시 아내는 임신과 출산의 기쁨도 누리지 못했다. 지금으로 보면 참으로 비인간적인 문화였다.인생의 주체는 나다. 나로 살면서 책임과 권리와 의무는 내 삶의 조건이다. 이순을 지나니 삶이란 특별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누리는 희로애락이 삶이었다. 의무는 있고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얻는 권리를 못 누린 저들의 삶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솟을대문을 나와 다시 긴 담장을 따라 걷는다. 같은 여자로서 그 설움이 빙의되어서일까.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내시 아내의 일상이 어른거린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제2회 대구지방변호사회 문화예술제 열린다

대구지방변호사회 문화예술위원회는 오는 30일까지 ‘제2회 대구지방변호사회 문화예술제’를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아트스트리트 벽면갤러리에서 진행한다.이번 문화예술제는 변호사들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대구시민과 예술적 감성을 공유하고자 마련됐다.변호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개최하지 않고 전시회만 개최할 예정이다.전시회를 통해 대구변호사회 소속 회원 및 가족, 직원들의 시화, 서양화, 서각, 사진 등을 볼 수 있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꽃할배’ 배우 박근형에게 듣는 연극과 배우 이야기

‘꽃할배’ 배우 박근형에게 직접 듣는 배우로서의 삶과 인생이야기가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다.지난 60년 간 3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해 온 그는 배우의 삶을 되돌아보며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변화를 꿈꾸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대구 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관장 김기덕)가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와 지역 예술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마련한 ‘배우 박근형에게 듣는 배우의 길’은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열린다.빛나는 존재감으로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근형은 1963년 KBS 공채 3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1969년 영화 ‘지하실의 7인’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영화 ‘화가 이중섭’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1977년 월남전 후유증으로 정신병을 앓는 아버지 역할로 열연한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를 통해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브라운관과 무대 위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다.피아니스트 유승호와 감성 재즈보컬리스트 유사랑이 함께 감성토크 무대를 만들어 갈 이번 공연은 7세 이상 관람 할 수 있다.대구 아양아트센터 김기덕 관장은 “배우 박근형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연극은 언제나 참여하고 싶은 작업이라며 공연장에만 가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한다”며 “노력하는 명품배우의 ‘연기’와 ‘무대’에 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2020 문화가 있는 날’은 올해 3월부터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상반기 공연이 모두 미뤄져오다 지난 6월부터 다시 재개했다.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사전 예약을 통해 300명만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3-230-3311.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번안오페라 ‘등꽃나무 아래서’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공연

라모아트컴퍼니의 번안오페라 ‘등꽃나무 아래서’가 28일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 무대에 오른다. 대구 달서문화재단 웃는얼굴아트센터 로컬아티스트프로젝트 여덟 번째 무대다.‘등꽃나무 아래서’는 모차르트가 12세 때 작곡한 오페라 ‘바스티앙과 바스티엔’을 바탕으로 무대를 대구 달서구 장기동으로 옮겨 우리말로 공연하는 뮤지컬이다.주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보이는 모습을 극으로 보여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객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다.‘DSAC 로컬아티스트프로젝트’는 지역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지역의 우수예술단체를 발굴하고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하는 웃는얼굴아트센터의 기획프로그램이다.한편 이번 공연을 진행하는 지역예술단체 ‘라모아트컴퍼니’는 평창문화올림픽 초청공연을 비롯해 지난 6년간 전국단위 다원예술분야의 공연물을 기획·제작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순수예술단체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쇼팽 콩쿠르 이후 5년, 조성진의 음악은?

지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대구콘서트 무대에 오른다.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 그랜드홀에서 펼쳐질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은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세계 최고의 연주자를 초청하는 기획 공연 ‘명연주시리즈’ 무대다.지난해 6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이후 1년 만에 대구 관객을 찾아온 조성진은 슈만, 시마노프스키, 그리고 리스트의 감각적이면서도 초인적인 기교를 필요로 하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한다.공연에 나서는 조성진은 지난 201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입상해 국제적인 수준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으며, 동세대 연주자들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쇼팽 콩쿠르를 통해 세계 음악시장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이후 그의 행보는 모두가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콘세르트 허바우, 카네기홀, 산토리홀 등 세계 각국의 명망 있는 공연장뿐만 아니라 사이먼 래틀, 안토니오 파파노, 얍 판 츠베덴, 야닉 네제 세겡 등 지휘 거장과도 협연했다.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세계 음악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중에도 베를린 필하모닉 재초청 공연을 비롯해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피아노 시리즈, 위그모어홀 120주년 시즌 무대에도 이름을 올리며 이 시대 최고의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다.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이번 대구공연은 슈만의 유모레스크로 시작한다.슈만의 대표작 중 하나로 지난 2011년 17살의 조성진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선보인 이후 9년 만에 다시 연주하는 곡으로, 그간 그의 성장과 변화를 확인해볼 수 있는 곡이다.제목이 언뜻 가벼운 소품을 연상케 하지만 6부분으로 나눠진 곡 전체가 쉼 없이 계속 이어서 연주되며, 고전적인 틀에서 벗어나 작곡가의 감정에 따라 곡이 변화해나가는 ‘낭만음악’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는 곡이다.두 번째 연주곡은 20세기 폴란드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실연으로 접하기 어려운 곡이다. 연주자들이 자주 연주하지 않는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을 즐긴다는 조성진은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훌륭한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 이 곡을 선정했다는 후문이다.마지막 곡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다. 조성진 스스로도 가장 녹음하기 힘들면서 애착이 가는 곡으로 꼽은 이 곡은 낭만주의 피아노곡의 절정이라 불릴 정도로 길고 큰 스케일을 갖추고 있다.초인적인 기교와 파워, 극적 전개를 끌고 갈 탁월한 감수성을 요하는 대작으로 조성진의 모든 기량이 거침없이 발휘될 것으로 보이는 음악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대구콘서트하우스 이철우 관장은 “세계적인 거장들이 남긴 명반도 좋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는 한국 연주자의 실연을 듣고 그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라며 “5년 전 21살 청년이 우리에게 주었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의: 053-250-1400.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김태호 ‘침묵의 무덤’ 수상소감

금년 1월말, ‘코로나19’란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을 때 집밖을 나가지 못하고 6개월 동안 집콕하면서 글쓰기에만 몰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방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일이란 참으로 힘들었다.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은퇴 후 11년 차 글쓰기 공부한 것이 그 열매를 맺는 것 같아 행복하다. 처음에는 각종 공모전에 도전할 엄두도 못내는 ‘공포작가(공모전포기작가)’ 이었지만, 지금은 ‘공모작가’로 변신했다.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는 모르지만 죽는 날까지 글쓰기란 친구와 동행하고 싶다.현재의 내 꿈은 이제까지 회갑과 고희에 책 2권을 내었다. 다행히 희수까지 산다면 자서전 한 권을 더 내어 3권의 책을 손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부족한 저의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오늘이 있기까지 지도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경북 의성 출생△대구교육대학교 졸업△(전) 고령군 교육장△2011년 제16회 ‘문장’지 신인상 수상△21C 문인협회 이사△(전) 청람수필문학회장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김태호 ‘침묵의 무덤’

나는 지금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어느 무덤 앞에 숙연한 마음으로 서 있다. 비록 시골 밭둑 한구석에 자리한 초라한 무덤이지만, 그 어느 제왕의 거대하고 위엄찬 왕릉보다 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뜻매김을 해본다. 이 안에는 금은보화나 황금왕관 따위의 물질적 보물이 아닌, 인간의 정신적 유물이 묻혀있기 때문이다.예천군 지보면 한대마을에 있는 언총은 사오백 년 전에 만들어진 무덤이다. 사람이 타고 다니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날마다 내뱉는 ‘말(言)을 묻은 무덤’이다.마을 어른의 말에 의하면 한대마을은 예전부터 각성바지들이 모여 살고 있었는데, 문중들 서로 간의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되어 큰 싸움으로 번지는 말썽이 잦자, 마을 어른들은 그 원인과 처방을 찾아 나섰다.한편, 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야산의 형세가 마치 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해서 ‘주둥개산’이라고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을 찾은 나그네가 산을 보고, 개가 짖어대는 모양을 하고 있어 마을이 시끄럽다고 하여 그 방책을 일러 주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나그네가 말한 대로 개 주둥이의 송곳니쯤 되는 마을 입구 논 가운데에 날카로운 바위 세 개를 세우고, 개의 앞니쯤 되는 마을 길 입구에는 바위 두 개로 개가 짖지 못하도록 재갈 바위를 세웠다고 한다.또 그동안 싸움의 발단이 된 말썽 많은 말들을 모아서 커다란 항아리를 하나 준비하여, 지금까지 서로 해대던 악담들을 모조리 종이에 적어서, 그 항아리에 담고 주둥개산에 묻어 말 무덤을 만들었는데, 그 뒤부터는 이 마을에 다툼이 없어지고 평온해져 지금까지 화목하게 잘 지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언총의 크기는 왕릉보다는 작고, 보통 무덤보다는 큰 장군 무덤 정도이다. 원래는 이보다 컸으나 주변 땅 주인이 야금야금 파고들어 밭을 일구는 바람에 무덤이 작아졌다고 한다. 지자체에서 세계적인 유적지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근처의 땅 주인이 땅을 팔지 않았기에 그대로 방치해서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이 ‘말 무덤’은 선조들의 뜻깊은 지혜가 담긴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유산이다. 수백 년 동안 시골 밭둑에 앉아서 말 많은 세상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침묵의 무덤인 셈이다. 다만, 이렇게 좋은 뜻의 유적이 후대에 와서 바로 서 있지 못한 것이 오히려 아이러니할 뿐이다.법구경에서는 말로써 지은 죄를 ‘구업’이라고 한다. 업에는 선업과 악업이 있다. 악업 중에 제일 무거운 업이 구업이다. 천수경 첫머리에도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란 구절이 나온다.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하는 진언, 즉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이다. 이 진언을 세 번만 외면 그날 지은 구업을 없애 준다고 한다. 내가 남에게 가슴 아픈 말을 했다면 단단히 구업을 지은 것이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 때면 ‘정구업진언’을 세 번씩 외고 자면 소멸된다는 뜻일 게다. 그 옛날 어린 시절, 동무들과 소꿉놀이 하며 이 진언을 아무 뜻도 모르고 외던 그때를 추억하면 자다가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지금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오래전 일이었다. 무심코 내가 던진 말 한마디가 그 친구에게 가슴 아픈 상처를 주게 될 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우연히 동기모임에 참석하여 신임회장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몇몇 동기들과 나눈 이야기를 그 친구와 가깝게 지낸 동기가 내가 한 말을 고자질하여 오해를 하게 만든 사실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한 친구가 잘못 전달하여 내가 단단히 구업을 짓게 된 것이다. 피해자는 그 소리를 듣고 오해하여 밤새도록 나를 원망하며 잠도 못 자고 이른 새벽에 전화로 화를 못 참아 나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이 아닌가.내가 만약 그 당시에 ‘정구업진언’을 알았더라면 주문을 외며 구업이 소멸되기를 진언했었으리라! 그래서 요즈음 잠자리에 들 때면 가끔 이 진언을 세 번씩 외우고 잔다.요즘 구업 중에 제일 큰 구업이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을 올리는 일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악성 댓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유명 연예인들의 기사가 근래에 들어 자주 들리는 것이 마음 한쪽을 더 아리게 한다. 이런 취지로 좋은 댓글 달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요즘,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는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남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느니, 차라리 언총 항아리 속에 깊이 묻어두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칼로써 입은 상처는 시간이 가면 쉽게 아물지만, 말로써 입은 상처는 평생을 간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요즘같이 험한 말이 난무하는 세상에 전 세계에서 단 한 곳밖에 없는 이 말 무덤을 좀 더 의미 있게 복원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키길 염원해 본다.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한대마을에 묻힌 침묵의 무덤, ‘언총’이 세계인들에게 은총의 문화유산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문득 작자 미상의 옛시조 한 수가 생각나 조용히 읊조린다.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말을 것이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멘델스존&슈만’ 음표로 그린 두 청춘의 꿈과 낭만…대구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가을밤의 낭만이 가득한 공연, 대구시립교향악단 제467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29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와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 들려주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 전반부를 이끌어갈 이번 공연은 당초 지난 9월에 열릴 예정이었다.프로그램 일부도 변경했다. 전반부에 선보일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은 당초 계획한대로 연주를 이어가되, 후반부는 슈만의 교향곡 제4번을 연주하기로 결정했다.첫 무대를 여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은 단일 악장의 연주회용 서곡으로 멘델스존이 1829년 스코틀랜드 북서해안에 위치한 헤브리디스 제도의 스타파 섬에서 본 ‘핑갈의 동굴’과 바다의 풍광에 매료돼 작곡한 음악이다.해안에 부딪히는 파도와 거친 바위의 모습, 변화무쌍한 바다 등이 절묘한 작곡 기법을 통해 음악적으로 묘사돼 있다. 이 곡을 들은 바그너가 멘델스존을 ‘일류 풍경화가’라고 극찬한 일화는 유명하다.이어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과 대구시향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독일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인 멘델스존은 한때 유대계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작품마저 평가절하 됐다.그러나 오늘날 낭만음악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름다운 선율과 균형 잡힌 형식미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바이올린 협주곡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연주 후반부에는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로베르트 슈만의 교향곡 제4번을 연주한다. 이 곡은 슈만의 교향곡 중에서도 음악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슈만의 창작열이 가장 뜨거웠던 1841년, 그는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한 직후 이어서 이 곡을 쓰기 시작해 같은 해 9월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교향곡 제4번은 고전적인 교향곡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 각 악장이 휴식 없이 연주된다.주제와 동기의 유사성을 통해 마치 하나의 그물망처럼 연결된 곡은 정열을 노래하는 제1악장에 이어 아름답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제2악장, 그리고 활기 넘치고 쾌활한 제3악장과 젊은 열정이 느껴지는 제4악장으로 구성돼있다.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는 “눈부신 청춘의 순간, 비범한 천재의 면모를 보여준 작곡가 멘델스존의 두 작품과 청춘의 열정이 깃든 슈만의 교향곡 무대를 마련했다”며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과 함께하는 무대는 가을 밤에 젊은 예술인의 음악 세계에 깊이 빠져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이번 대구시향 ‘제467회 정기연주회’는 일반 R석 3만 원, S석 1만 6천 원, H석 1만 원으로 공연당일 오후 2시30분까지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와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초등학생이상 관람할 수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일부 좌석만 제한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문의: 053-250-1475.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