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쁨을 밑거름 삼아 꽃도 그리고 나무도 그려보겠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연일 비가 내렸습니다. 차창에 두둑거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수확 철인데 날씨가 이래서 씨앗이 여물려나.”오늘은 아주 화창합니다. 하늘이 높고 티 없이 푸릅니다. 알곡이 토실토실 영글어 속을 채울 것 같습니다. 날씨 같은 소식이 제 마음을 채웁니다.“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수상을 축하드립니다.”흐린 날이 있었기에 맑은 날이 더 소중하게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싹을 틔우는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려 합니다. 이 순간의 기쁨을 밑거름 삼아 꽃도 그리고 나무도 그려보렵니다. 자신이 영글면 열매가 맺힌다는 믿음으로 말입니다.늘 힘이 되어주시는 분이 많습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부족한 글이지만 눈길 한 번 더 가게 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차근차근 여물어가겠습니다. △청송 출생△계간 ‘문장’ 신인상 수상△문장작가회·달구벌수필문학회·한국수필문학회·대구수필가협회 회원△제9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수상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흙, 문화가 되다

장려상 백후자인적이 드문 시골길, 아담한 오누이 연못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래 연못엔 붉은 연꽃이, 위의 연못엔 하얀 연꽃이 환하게 반긴다. 잠시 쉬어갈 겸 연꽃의 자태를 감상한다.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은 저리 귀한 꽃을 피워냈다.언덕배기로 고개를 돌린다. 검붉은 빛깔의 옹기가 수두룩하다. 경북 무형문화재 이무남 옹기장의 가마터이다. 객을 보고 먼저 내미는 손에서 단단한 굳은살과 울퉁불퉁한 손마디가 잡힌다. 황톳빛 흙이 묻은 옷과 거친 손에선 그의 삶이 만져진다. 흙을 만지며 살아온 날이 올해로 예순한 해, 그의 손끝에서 얼마나 많은 옹기가 탄생했을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그는 사 대째 가업을 이어 옹기를 배웠다. 옹기의 생명은 흙이라는 걸 알았기에 좋은 흙을 찾으러 다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송에서만 난다는 백, 흑, 황, 적, 청의 오색점토를 찾아 진보면 진안리에 터를 잡았다. 오색점토는 잿물을 잘 흡수하고 높은 불의 온도를 잘 받아들이며, 옹기를 몇 단씩 쌓아 올려도 견디는 힘이 좋았다.흙은 유전자가 없고 스스로 증식하지 않는 무생물이다. 하지만 자양분이 많아서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생물들의 통로는 숨구멍을 만들고, 생물들이 먹고 내뱉은 물질은 양분이 되어 흙을 숨 쉬게 한다. 옹기장이는 그 흙을 그대로 살려 옹기 안에서 숨 쉬게 만든다. 흙이 살아 있어야 옹기가 숨을 쉰다.흙 다음에는 물이다. 청송의 맑은 물로 반죽 농도를 맞춘 후 발로 밟아 점력을 높인다. 수없이 내리쳐서 반죽이 잘 다져지면 흙을 여러 덩어리로 떼어내 판자모양으로 납작하게 만든다. 원반형으로 바닥을 만든 후, 흙가래를 쌓아 올리면서 빙글빙글 그릇이 빚어지며 장인의 손이 따라간다. 물레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장인의 몸이 땀으로 젖는다.다음은 바람을 부른다. 잘 빚은 그릇을 원형이 흐트러지지 않게 통풍이 잘되는 그늘로 옮긴다. 청송의 시원한 산바람이 젖은 옹기를 말린다. 그 과정에서 물은 빠져나가고 내면의 공기는 그대로 남는다. 흙 속에 들어찬 공기는 열을 가하면 점점 작아져서 숨구멍이 된다. 숨구멍은 바깥의 공기를 받아들이고 안의 공기를 밖으로 내보낸다.잘 마른 옹기는 약토를 섞은 잿물을 입는다. 옹기장이가 큰 항아리를 양쪽에서 잡고 잿물에 담가 굴린다. 좌르르 잿물이 흘러내리고 잿빛 옹기가 얼굴을 든다. 작업이 이어지는 동안 장인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옹기 표면에 얼룩이 진다. 잿물을 곱게 바른 항아리들은 다시 부드러운 바람을 쐰다.몸이 다 마르면 뜨거운 불기운을 맞이할 차례이다. 옹기가 줄지어 차곡차곡 가마 속으로 들어간다. 불을 붙이면 장인은 꼬박 일주일간 가마를 떠날 수 없다. 불이 너무 세서 옹기가 깨어지지 않을까. 방심한 틈에 불이 약해지지 않을까. 불의 세기를 조절하면서 가마를 지키다 보면 애타는 밤이 옹기와 함께 무르익는다. 장인이 잠을 참으며 견딘 만큼 옹기도 천이백 도가 넘는 고열을 참아낸다.불심을 견뎌낸 옹기가 가마에서 나오는 날, 자식이 태어나던 날과 같은 심정이다. 후끈한 가마에서 아기를 받듯이 옹기를 받아낸다. 흠집이 있는지 살피고 소리는 맑은지 이리저리 두드려본다. 금이 갔거나 소리가 둔탁하면 가차 없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하나하나 선별하고 나서야 장인도 한숨 돌린다.옹기도 자식이란다. 큰 놈, 작은 놈, 둥근 놈, 모난 놈, 하나씩 꺼내다 보면 정이 안 가는 놈이 없단다. 이번만 하고 그만해야지 하다가도 올망졸망 입을 벌리고 있는 옹기를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잊게 된단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자식이 또 있을까 싶단다.“무엇이 전통인지 들어보세요.”장인이 옹기를 두드린다. 옹기 가까이 귀를 대자 맑은 종소리가 들린다. 투박한 생김새에서 어찌 그런 청아한 소리가 나는지 귀를 의심한다. 직접 두드려보기도 하고, 몇 번 들어본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쏟아낸다. 그러고 보니 옹기는 종을 뒤집어 놓은 모양새이다. 하늘을 향해 울리는 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인간의 DNA 속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흙과 함께한 기억이 살아 숨 쉰다. 씨앗으로부터 뿌리를 불러내어 자신이 갖고 있는 온갖 자양분을 주며 키운다. 특히 흙을 빚어 만든 토기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흙을 하찮은 존재로 여긴다. 장독대에서 장을 발효시키고, 주방에서 음식을 담고, 식탁에서 음식문화를 빛내고 있음에도 말이다.흙, 물, 공기, 불은 자연을 이루는 원소이다. 이는 옹기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네 가지 원소이다.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완전체를 이루는데, 제5원소는 바로 장인의 혼이다. 네 원소의 결합에 장인의 혼이 들어갔을 때, 흙은 실용이 되고 예술이 되고 비로소 격조 있는 문화가 된다.“사람은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지요. 옹기도 흙으로 만들어지고 그대로 흙으로 돌아간답니다.”옹기나 사람이나 삶이 다르지 않다며, 가마터를 바라보는 장인에게서 잘 익은 장맛이 느껴진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락토바실러스 가세리, '황금 식품'으로 각광..섭취 방법&부작용은?

락토바실러스 가세리가 일명 '황금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SBS '좋은 아침'에서는 유익균 살리는 황금식품으로 락토바실러스 가세리 BNR17이 다량 함유된 '모유 유산균 차'를 소개했다.락토바실러스 가세리 BNR17은 유해균 억제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알레르기에 대한 면역력을 향상시켜 설사를 예방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 또, 혈당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예방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아울러 락토바실러스 가세리 BNR17은 비만 세균을 없애는 유산균으로, 단당류로 분해된 탄수화물을 소장에서 흡수하지 못하게 다당류로 합성해 체외로 배출시켜 체중 증가를 막는다.락토바실러스 가세리 BNR17가 함유된 모유 유산균 섭취 방법은 60℃ 이하의 미지근한 물과 곁들어 먹는 걸 추천한다. 부작용으로는 과다섭취 시 설사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김명훈 기자 mhkim@idaegu.com

카카두플럼, '서양의 자두'로 불리는 회춘 푸드..효능은?

카카두플럼이 회춘 푸드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최근 방송한 MBC TV조선 '알맹이'에서는 카카두플럼이 소개됐다.카카두 플럼은 호주의 슈퍼 푸르츠로, 서양의 자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열매 안에 자두처럼 크고 딱딱한 씨앗이 있다. 카카두플럼은 세계 유네스코에 등재된 카카두 국립공원에서만 자란다.카카두 플럼은 6만년 전부터 호주 원주민들의 영양공급원이자 질병 치료에 사용됐다. 또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많은 영양분을 응축하고 있다.카카두플럼의 비타민C 함유량은 오렌지의 100배가 넘어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특히 카카두플럼 속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엘라그산 성분이 들어있어 갱년기 증상에 도움된다. 이밖에도 카카두플럼은 노화를 막아주고 동맥경화 예방, 피부의 콜라겐 합성, 골밀도 상승에 도움을 준다.카카두플럼을 섭취하는 방법은 카카두플럼 분말 가루를 샐러드나 요거트에 뿌려 먹는 것을 추천한다.

제11회 현진건문학상 소설가 정미형·권이항 선정

현진건문학상 운영위원회는 2019년 ‘제11회 현진건문학상’ 수상작가로 소설가 정미형·권이항씨를 선정했다.중견작가 강석경, 이승우, 윤중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수상작 정미형 ‘봄밤을 거슬러’에 대해 생의 후반기를 걷고 있는 노시인을 통해 삶의 관계성과 죽음에의 접근, 꿈과 욕구의 산화(散華)를 섬세하고도 서정적인 문체에 담아냈으며, 특히 홀로 놓인 낡은 찻잔에도 미세한 금이 가듯 죽는 날까지 우리 삶을 잠식시키는 불안이라는 복병을 빼어나게 통찰했다고 평가했다.권이항씨의 단편 ‘모든 것은 레겐다에 있다’에 대해서는 29년간의 엑스트라 생활에서 1천750번 죽는 연기를 한 엑스트라 배우의 실종을 관념적으로 그린 수작으로,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존재의 이면을 역설적으로 해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삶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고, 삶에 대한 모든 진술은 오독에 근거할 뿐이라는 메시지를 독창적인 서사구조에 실었다고 평가했다.정미형 작가는 부산대학교 생물학과 졸업하고 2009년 상반기 ‘한국소설’ 신인상에 단편 ‘당신의 일곱 개 가방’이 당선돼 등단했다. 2017년에 소설집 ‘당신의 일곱 개 가방’을 펴냈다. 2018년 경북문학대전에서 단편 ‘고무나무 이야기’로 소설 부분 금상을 받았다.권이항 작가는 201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농담이 아니어도 충분한 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2016년에 ‘가난한 문장에 매달린 부호의 형태에 관하여’로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추천작으로는 송은일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수없이 껴안은’, 황은덕 ‘해수’, 이미욱 ‘여기 없는 날들’, 심경숙 ‘소금의 눈물’, 조미형 ‘각설탕’, 이경호 ‘풍의 추락사’, 강이라 ‘스노우볼’이 선정됐다.시상식은 오는 23일 오후 4시에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컨벤션홀에서 개최된다. 수상작들은 제11회 현진건문학상 작품집에 게재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대구문화예술회관 2020년 상반기 공연장 정기대관 신청 받아

대구문화예술회관은 11일까지 ‘2020년 상반기 공연장 정기대관’ 신청을 받는다.대관시설은 대극장인 팔공홀(976석)과 소극장인 비슬홀(239석)이며, 향토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연 작품에 한해 신청을 받는다. 또 행사성, 흥행성, 종교(포교)성, 정치성, 단순한 친목 도모성 공연은 제외된다.상반기 대관 기간은 2020년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6개월간 신청을 받으며, 1월1일, 설날 연휴, 무대시설 점검이 있는 매주 월요일은 대관 신청이 불가하다.대관을 희망자는 대구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http://artcenter.daegu.go.kr)에서 사용허가 신청서 및 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확인해 작성 후 제출하면 된다.접수는 대구문화예술회관 공연운영과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또는 이메일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대관 허용 결과는 10월 중 개별 통보 할 예정이다. 문의: 053-606-6147.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60일간 클래식 축제 시작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선정 2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다국 최다단체(8개국 22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콘서트하우스 특별기획 ‘2019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가 오는 11일 그랜드홀에서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의 공연을 기점으로 60일간의 클래식 축제를 시작한다.수많은 연주단체가 명멸하는 뉴욕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오케스트라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는 2010년 지휘자 김동민,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슈파체크(현 체코 필하모닉 악장), 더블베이스 연주자 다쉰 장이 함께 결성했다. 악장 김시우를 비롯 대다수가 줄리어드 음악원 출신의 수재들로 리차드 용재 오닐, 클라라 주미 강, 스테판 피 재키브, 조수미, 백혜선, 손열음 등 세계적인 연주가들과 호흡을 맞춰왔다.이번 공연에서는 트럼펫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비틀스의 명곡들과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와 같은 친숙한 작품뿐만 아니라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 바르토크의 ‘루마니아 민속 무곡’, ‘디베르티멘토’와 같은 명곡들을 선보인다.스타 트럼펫 연주자이며 작곡가인 브랜던 리데노어와 뉴욕타임스로부터 극찬 받은 클라리네티스트 김윤아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트럼펫터 브랜던 리데노어는 뉴욕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독주자로서 내셔널 심포니, LA필하모닉,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뉴욕 필하모닉,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특히 세계적 명성의 금관 5중주단인 캐네디언 브라스의 제1 트럼펫 주자로 발탁돼 7년 간 10개의 음반을 출반했다. 클라리네티스트 김윤아는 2016년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국제 콩쿠르’ 30년 역사상 클라리넷으로 최초 우승하며 뉴욕 타임스로부터 “거침없는 기교, 대단한 재능”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말보로 페스티벌, 메인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등 세계 각지의 음악 축제와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연주했고 파리 필하모닉홀에서는 저명한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와 함께 연주했다. 또한 2010년에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폐막식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2008년 내셔널 심포니를 지휘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지휘자 김동민은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와 비올라를 복수 전공,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볼티모어 심포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플로리다 오케스트라,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라인랜드-팔츠 필하모닉, 위니펙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다. 빈 필하모닉이 선발하는 ‘카라얀 지휘 펠로우십’을 수상했으며, 이후 뉴욕으로 이주해 ‘누구나 최고의 음악을 감상할 권리가 있다’라는 파격적인 음악적 소통의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이 단체를 창단해 지금까지 150여 회의 무료공연을 선보이고 있다.R석 3만 원, S석 2만 원, A석 1만 원. 문의: 053-584-0300.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감사한 가을, 하늘바라기 하듯 꿈 좆아 가는 중입니다.”

나의 가을은 감사함으로 시작합니다.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덕분입니다. 하늘바라기 하듯 꿈을 좇았던 마음 덕분이기도 합니다. 제 행보가 바라기하는 어느 지점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듯 기뻤습니다. 달팽이보다도 느리지만 말입니다.글쓰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토닥임이라고 여깁니다. 시간이 나서가 아니라 시간을 내어서라도 해야 하는 것이 제겐 글쓰기입니다. 그러기에 생업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변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글에 대한 치열함을 잃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무섬마을 사람들을 만났던 그날은 비가 내리다 그치다가 또 내리곤 했답니다. 나를 공부시켰던 그날의 비는 제 글이 선택받기까지 한 지분을 차지합니다. 며칠 있으면 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더군요.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그럼에도 비가 한 번씩 다녀갈 때마다 가을은 깊어질 것입니다. 무섬마을, 배롱나무 아래에 그림자처럼 두고 온 나를 만나러 다녀올까 합니다. 붉게 물든 가을의 무섬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 글을 발표할 공간을 열어주신 대구일보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대구 거주△2019 DGB대구은행 백일장 공모전 산문 장원△제9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수상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무섬마을 사람들

장려상 박영희낯섦이 낯익음으로 전환하는 순간이 있다. 무섬에 낯가림처럼 비가 내린다. 토담에 얹힌 기와는 이끼를 키우는 중이다. 젖은 이끼가 푸른 그림자처럼 누워 있다.무섬마을(경북 영주시. 중요민속문화재 제278호)은 생명의 땅이다. 강물이 어머니 자궁처럼 양수로 흘러 돈다. 섬을 낳은 내성천이 모강(母江)이겠다. 본디 내가 포태된 고향이다. 낯섦이 밀려난다. 아기집 같은 태곳적 아늑함으로부터.물길에 갇힌 고립이었다. 유배자의 시간처럼 세월은 느렸다. 무섬사람들의 사람살이가 옛 모습 그대로인 까닭이다. 유폐된 어둠이 밝은 빛을 낳았다. 빠른 세상에 느린 마음이 빛을 쬔다. 예스러운 선비마을에서 내 마음이 안도한다.가느다란 금 하나가 강을 가로지르니 외나무다리가 선다. 모체와 세상을 잇는 탯줄이 되었다. 고립무원이 아니었다. 다리가 무섬을 키운 거다. 삶을 꾸릴 수 있는 터전으로서 말이다.외나무다리는 숨이기도 하다. 숨은 생존한다는 위안이다. 다리가 무섬사람들에게 정신의 숨도 가르쳤을 테다.연암(燕巖)은 ‘소리와 빛은 외물(外物)이니 외물이 눈과 귀에 누가 되어 사람이 똑바로 보고 듣는 것을 잃게 하는 것이며, 하물며 인생이 세상을 지나는데 험하고 위태로움이 강물보다 심하니 보고 듣는 것이 병이 된다’고 통찰했다. 무섬마을 사람들이 연암(燕巖)을 알았는지 알 수는 없다. 웅숭깊은 사유를 짐작할 뿐이다. 물길에서나 외길에서 이미 터득했을 지혜이다. 보이고 들리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그들의 유산이리라.삼백오십 년이 넘는 시간이 나무다리에 압축되어 저장 중이다. 숨통 같은 소통의 기억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명암(明暗)의 그림자처럼 고락(苦樂)이 동행한다.꽃가마 타고 들어온 신부는 죽어서야 꽃상여를 타고 다리를 건넌다. 뒤를 따르는 구슬픈 곡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과거 보러 떠나는 선비의 재우침이 낙방하여 쳐진 안쓰러움으로 돌아온다. 한때 파락호였던 왕의 아버지도 좁은 외길을 걷는다. 붓 하나로 해우당(海愚堂) 현판을 역사에 남기고 기척 없이 떠난다. 그를 잡으려는 발걸음이 다급하다. 개화사상가의 발길이 오헌(吾軒)고택에 이르니 사랑방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상이 합방하는 불빛이다. 아도서숙(亞島書塾)으로 향하는 독립운동가의 뜨거운 호흡은 은밀한 여정으로 이어진다.흔적은 전통이 된다. 삶의 냄새가 초가지붕의 호박넝쿨처럼 넌출진다. 돌담 밖에서 까치발을 한다. 담 너머 노인이 구경꾼을 구경한다. 고샅을 돌아가니 또 길이다. 길은 어디에서든 둥글게 이어진다. 검박한 기와집 툇마루 아래 장작이 쌓여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굴뚝엔 연기가 그리움을 피울 게다. 흙집 문을 열면 가난하지만 정갈했던 고향집처럼 품어줄 것 같다. 아기고양이가 토방에서 뒹군다. 낯선 객이 두려운 모양이다. 미물들의 순한 눈빛도 기록이 된다. 사람살이가 엮는 공간과 시간이 그대로 박물관이다.무섬(水島)은 무섬(無島)을 낳았나 보다. 고택들이 음전하다. 기와집은 겉치레와 위세가 없다. 초가집은 빈곤이 없고 천하지 않다. 담이 없고 있어도 높지 않다. 불통이란 싹은 자랄 수 없다. 무섬의 없음은 있음의 다름 아니다. 소박함과 풍요의 있음이요, 소통과 겸양의 있음이다. 없는 것이 많으니 실존이 더 잘 드러난다.무욕의 사람살이를 훔치고 싶다. 무심한 이들이니 무섬(無島)임을 알지 못할 테다. 움켜쥔다고 나의 결핍이 채워질까. 정신이든 물질이든 이제는 욕망의 밀도를 낮춰야 하리라. 채우기보다는 비워내기를 잊지 말아야 할 텐데. 움켜쥔 손아귀의 힘을 푼다.하늘의 변주가 유별나다. 구름장막이 두터워지며 모였다가 흩어진다. 햇살이 구름을 제치니 초가지붕이 환하다. 기와지붕 위로는 먹빛 구름이 비를 뿌린다. 인생의 일기를 예보하는 하늘의 큰 그림인가 싶다.붉게 핀 백일홍이 함초롬하니 종가 후원을 지킨다. 종부의 삶을 닮아가는 중일 게다. 종부는 하늘을 우러르며 무탈한 나날이길 주문(呪文)처럼 기도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희로애락이 순서 없이 안방을 두드릴 때는 말없이 맞아주겠지. 고난이 찾아와도 상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고난이 아닌 것이다. 그때 찾아오는 즐거움은 흔들림 없는 평안일 것이다. 무섬 여인들이 던져주는 무언의 가르침을 새긴다. 이제는 나도 낯가림했던 녹우(綠雨)를 녹우(錄友)로 맞아줘야겠다.외나무다리 위에 선다. 갓길인 비껴다리가 가르침을 준다. 양보를 모르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다고. 중심을 잃으면 물속으로 곤두박질이다. 행선(行禪)의 시간이다. 몰입해야만 낭패를 면한다.강 중심에서 거센 물결을 만난다. 어지러움이 기습한다. 느닷없이 물멀미라니, 감각세포들의 불협화음이다. 두려움 때문일 게다. 강파른 감정들을 재운다. 물이 두려워지는 시간을 지나야 목적지에 이를 것이다. 참을성 있게 나가야 한다.내 안에도 외나무다리를 세운다. 글을 짓듯이 다리를 짓는다. 아침마다 눈뜨며 별일 없는 일상을 바라지만 된비알 같은 날은 있게 마련이다. 두려움으로 눈 감고 싶을 때가 있다. 빠른 걸음으로 허방 짚을 때도 있다. 그런 날이면 나만의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리라. 숨 한번 몰아쉬는 동안이라도 볕뉘 같은 평안의 순간이 와주기를 기대한다.별리의 순간이다.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를 무섬에 남겨두고 떠났던 시인의 별리는 애잔했다. 무섬사람들과 나와의 별리는 인연의 처음이다. 배롱나무 옆에 그림자처럼 내가 서 있다. 떠나는 나에게 손을 흔든다.마을 뒷산에 걸린 구름이 비를 거둔다. 무섬에서 평안한 나의 하루가 지나고 있다. ※에서 인용. 박지원 作.※해우당현판- 흥선대원군의 글씨.※개화사상가 박규수를 말함. 오헌고택의 현판을 쓴 것으로 전해짐.※‘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 시 에서 인용. 조지훈 作.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현대미술 대표 작가 최병소, 윤종주 작가 2인전

최병소(76)·윤종주(48) 작가의 2인전이 아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이번 전시는 연필이나 볼펜으로 그어 신문 표면을 지워낸 최 작가의 작품 20여 점과 미디움에 잉크를 섞는 방식으로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획득한 유 작가의 작품 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최 작가는 신문지 표면을 연필과 볼펫으로 긋는 방식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연필과 볼펫으로 신문지 표면을 그은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을 신문 일련번호 순으로 나열했다. 그는 “신문의 인련번호가 의미있게 다가왔다”며 “이 순서로 작품을 나열해보는 것도 좋은거 같아서 진행했다”고 했다. 윤종주 작가는 미디움과 잉크의 혼용에 의한 작품을 선보였다. 천을 씌운 패널 위에 혼합재료를 붓고 기울이는 행위를 가한 후 말리를 과정을 중첩한다. 여러겹을 차곡차곡 만들어지면서 층별로 미세한 색의 차이를 낸다.작가는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을 담고 있다”며 “색체는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에 중첩을 두고 층을 계속 쌓아가면서 미묘한 감정선을 드러내고 싶었다. 내적인 교감, 편안하면서도 미묘하고 볼수록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는 느낌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윤종주 작가는 이번 2인전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소감을 묻자 “너무 영광스럽다”고 답했다.그는 “최병소 선생님과 함께 2인전을 하게됐다는 게 결정난 후 처음에는 기뻤지만 나중에는 많이 떨렸다”며 “최병소 선생님을 평소에도 많이 존경했다. 함께 2인전을 갖게 돼 너무 영광스럽다”고 했다.최병소 작가는 윤 작가에 대해 “동시대 작가”라고 했다. 그는 “비록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현대미술이라는 점에서 조합이 맞다”며 “작가라면 누가 봐도 내면에 고여있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야 하는데 윤 작가는 그럼 점에서 부족함이 없는 작가”라고 평가했다.이번 전시는 10일까지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희망달서 큰잔치 전야제 오는 11일 (옛)두류정수장에서 개최

달서문화재단 웃는얼굴아트센터는 제26회 가을밤의 음악회 ‘희망달서 큰잔치 전야제’를 11일 오후 7시30분 (옛)두류정수장에서 개최한다.이번 음악회는 지역 최정상의 재즈오케스트라이자 웃는얼굴아트센터의 상주단체인 ‘애플재즈오케스트라’와 슈퍼스타K 2우승자이자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 ‘허각’이 출연해 깊어가는 가을밤을 화려하게 수놓을 예정이다.‘애플재즈오케스트라’는 1999년 창단돼 지금까지 300회 이상의 크고 작은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재즈 오케스트라이다.올해 대구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공연장 상주단체육성지원’ 부문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웃는얼굴아트센터의 상주단체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음악회는 ‘웃는얼굴아트센터’와 ‘애플재즈오케스트라’가 함께 주최하는 협력공연으로 2019 희망달서 큰잔치의 전야제 형태로 진행된다.라틴, 보사노바, 펑크 등 다양한 장르의 재즈음악을 포함,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가수 ‘허각’은 히트곡 및 리메이크 곡으로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전석 무료. 문의: 053-584-8719.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자나 깨나 수필을 생각하고 사랑할 것

포상이란 받아도 받아도 가슴 떨게 하나 봅니다. 수필 고시라고 일컫는 경북문화체험 수필공모전의 입상 소식에 더할 나위없이 기쁩니다.처음 경주주상절리를 마주하는 순간, 마치 내 인생의 사계가 이곳에서 상연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이 꿈에 도달하고, 꿈을 성취하는 사람만이 가치를 갖는다고 합니다. 자나 깨나 수필을 생각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 모레도….오늘이 있기까지 ‘동리목월창작대학’ 수필반 교수님과 문우들의 끊임없는 채찍과 격려 덕분입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아울러 부족하기 짝이 없는 글을 건져 올려주신 대구일보 심사위원님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성큼 가을이 다가왔나 봅니다. 창공엔 하얀 새털구름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그 모습을 지켜 바라봅니다. △부산 거주△제8회 경북문화체험 전국 수필대전 장려상 입상.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사계를 만나다’

장려상 노정옥 쪽빛 바다를 따라 길이 펼쳐져 있다. 이름하여 ‘파도 소릿길’이다. 벼랑같이 일어서 달려오는 파도가 해안 끝에서 스러진다. 쉴 새 없이 밀고 당기는 보이지 않는 힘은 바다의 말없는 용틀임일까. 속내 깊이 엎드린 기억들이 꿈틀대며 일어선다.바닷길 언덕에는 온갖 여름꽃이 군락을 이루었다. 개망초, 나리, 메꽃, 달개비……. 함께, 때로는 각각 살아내는, 저마다 다른 색깔로 채색되는 들꽃 같은 우리네 인생.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답을 찾은 철학자처럼 잔잔한 희열에 빠져든다.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주상절리는 여태껏 감추어 오던 비경의 암석이다. 절리란 화산 분출로 인해 지표면에 흘러내린 용암이 식으면서 오랜 풍화작용을 통해 이루어졌다. 수억 년 전, 육지로 치솟은 불기둥과 몰아치는 바람, 억겁을 견뎌낸 바닷물이 빚어낸 걸작품이다.국내외에 산재해 있는 절리는 수직기둥 또는 단일 형태이다. 그에 반해 바다에 뿌리를 내린 경주 주상절리는 다채로운 형상을 이루고 있다. 운 좋게도 나는 이곳에서 인생 사계를 발견하게 된다. 횡과 종, 사선과 곡선의 형태는 마치 인간이 겪는 다양한 삶의 의미를 품고 있었으므로.출렁다리를 건너 맨 먼저 눈에 띈 것이 부채꼴 주상절리다. 골 깊은 주름이 무지개처럼 펼치고 웃는다. 시린 세월과 한여름의 뜨거운 열정을 쓸어안을 수십 폭의 주름치마인가. 하늘 궁전에서 실수로 떨어뜨린 대형 부채인가. 저곳에 큼직한 손잡이를 처억 매달고 부친다면 폭염도 순식간에 물러가고 태풍조차 불러오지 않을까.꽃향기가 층층이 배인 나무계단을 따라 다음 절리로 향한다. 위로 솟은 주상절리와 기울어진 주상절리를 차례로 만난다. 얼핏 보면 위로 솟은 절리는 현대식 빌딩을 떠오르게 하지만 더 깊이 살피면 위무도 당당한 젊은 병사들의 사열대를 닮았다. 태양에 그을린 체구로 수만 년 세월을 지키며 수평선을 응시해 온 그들은 동해를 지키는 성채이다. 가까이 귀를 대면 용사들의 함성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다.바닷길 끝자락에서 반쯤 기울어진 주상절리와 마주쳤다. 손을 쭉 뻗으면 바로 만져질 것처럼 가깝다. 육지를 등으로 삼고 비스듬히 바다로 기울어진 절리의 한쪽 끝이 먼 수평선을 향하고 있다. 물살에 부대껴 온몸이 검추레하다. 바위는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무거운 짐을 지고 시름에 젖은 듯도 하고, 기지개를 켜며 벌떡 일어서려는 중년의 여자처럼 보이기도 한다.쏟아지는 태양을 민낯으로 받아낸 세월 탓일까. 검게 탄 각목을 쌓아 올린 형태의 누운 절리는 잘 설계된 균형미를 자아낸다. 거친 세상을 불타는 열정 하나로 겁 없이 달려들었던 젊음의 시간들을 내려놓고 이젠 하늘을 마주한 채, 다가오는 고요를 맞이하려는 평화가 있다. 내 마음도 따라 눕는다. 파도와 바람소리만이 나직이 수런거린다.들어올 때 미처 못 보았던 빨간 우체통 하나가 서 있다. 아이들은 까치발을 하고 뭔가를 적은 엽서를 우체통 속에 넣는다. 전자 메일과 휴대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이 요즘 세태이지만, 손으로 쓴 글만큼이나 가슴을 적시는 것이 있을까. 나도 어린 마음이 되어 편지를 쓴다. 오늘의 설렘과 그리움이 봉인된 이 시간은 낡음도, 늙음도 없이 언젠가 내게 배달되리라.돌이켜보면 내 삶에도 사계가 있었다. 부채꼴 시절에는 꿈을 좇는 유년기의 희망이 판타지처럼 펼쳐졌다. 한 부모를 잃기 전에는 보배로운 품안에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새싹 움트는 연둣빛 봄날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어릴 때 엄마 없이 자란 아이가 아닐까. 끝없이 내어주어도 도무지 아까운 줄을 모르는 절대의 사랑, 그 조건 없는 애정을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나의 어린 날은 늘 춥고 외로웠다.위로 솟은 주상절리의 청년 시기는 이상과 현실의 끊임없는 충돌이었다. 남들은 청바지 차림에 통기타를 메고 캠퍼스를 누빌 때, 나는 삶의 연장을 들고 한여름 뙤약볕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봉사정신을 받들고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과 마주하며 청춘을 힘겹게 펌프질해 갔다.반쯤 기울어진 절리의 형상처럼 중년의 시기는 굴곡진 일상의 연속이었다. 희비의 곡선은 언제나 맞장을 떴다. 일찍이 시어머니를 여읜 무일푼 장손 집안의 맏며느리였던 나는 남편의 사업이며 감당해야 할 집안 대소사에 마음이 항상 지뢰밭을 걸었다. 운명(運命)에서의 운(運)은 사람이 조정할 수 있지만 명(命)은 하늘의 뜻을 받는다고 했다. 그 운이라는 것을 만들고 보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얼마나 거리를 숨차게 뛰어다녔던가.이제 누운 시기인 초로에서 문학의 세계를 만났다. 문학은 알게 모르게 겉모습을 덧칠하며 전전긍긍했던 시간들을 모두 내려놓게 만들었다. 문학이 내어 준 넉넉함으로, 귀퉁이에 선 누구에게라도 따뜻한 마음 한 조각 내어주고 싶다.눈을 감는다. 인생의 사계처럼 절리의 모습이 삶의 밀물과 썰물처럼 상연된다. 때로는 의연하고 때로는 움츠린 형상이 우리네 인생 사계와 어찌 그리 닮았을까.밀운불우(密雲不雨)라는 말이 생각난다. 구름이 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데 비를 뿌리지 못하는 경우처럼, 모든 일에는 정한 때가 있다. 서 있을 때가 있으면 누울 때가 있고, 나아갈 때가 있으면 멈출 때가 있다는 것을. 세상은 변함없이 변하고 우리네 삶도 피고 지는 자연의 질서 속에 흘러간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겠다.수평선을 바라본다. 물새 떼의 울음이 파도를 몰아가는가 싶더니 바람마저 구름을 몰고 간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잦아진다. 부채를 접듯 잡다한 상념을 접으며 적막해진 해안 길을 빠져나온다.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온 것처럼 자꾸만 뒤가 돌아다 보인다.어쩌면 생은 사계를 통과해야만 하는 지루한 싸움이 아닐까. 하지만 꿈을 품은 자에게 삶은 끝까지 희망, 그래 희망이리라.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오페라의 황제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 ‘운명의 힘’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오는 12, 13일 오페라의 황제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 ‘운명의 힘’으로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화려하게 마무리한다.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의 제안으로 작곡된 오페라 ‘운명의 힘’은 1862년 11월1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에서 성공적으로 초연된 이후, 1869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4막으로 개정되어 오늘날까지 주로 공연되고 있다. 베르디 중기의 3대 오페라(운명의 힘, 가면무도회, 돈 카를로) 중 하나로, 한층 성숙해진 베르디의 관현악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페라의 주요 선율이 집약되어 있어 단독으로 연주될 만큼 유명한 ‘서곡’을 시작으로, ‘천사의 품 안에 있는 그대여’, ‘나의 비극적인 운명’ 등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와 이중창이 연주되는 3막, 그리고 집시 ‘프레치오실라’, 수도사 ‘멜리토네’가 합창단, 발레단과 함께 연출하는 4막의 역동적인 군중신은 특별히 명장면으로 꼽힌다.‘운명의 힘’은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비극으로, 우발적인 사고에서 시작돼 복잡하게 얽혀가는 인물들의 잔혹한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광주시립오페라단 정갑균 예술감독은 “‘운명의 힘’은 오직 신만이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유럽의 기독교 사상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 중 거꾸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베드로상을 거대하게 제작해 무대 중앙에 배치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이번 폐막작인 운명의 힘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광주시립오페라단이 힘을 합쳐 제작한 작품이다. 대구와 광주 ‘오페라 달빛동맹’은 2016년 ‘라 보엠’에 이어 두번째다.오페라 ‘운명의 힘’은 오페라에 대한 탁월한 해석이 돋보이는 마에스트로 최승한이 지휘를 맡아 극을 이끌어나간다. 출연진은 소프라노 이화영과 임세경, 테너 이병삼과 신상근, 바리톤 공병우와 김만수 등 이름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정상급 성악가들로 구성돼 있다.연주단체로는 광주시립합창단과 전남대학교합창단, 대구오페라하우스 상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 어린이 합창단 유스오페라콰이어가 호흡을 맞춘다.입장권은 1만~10만 원이다. 문의: 053-666-6170.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제28회 전국무용제 폐막, 광주 비상무용단 대통령상 수상

지난 5일 폐막한 제28회 전국무용제에서 광주 비상무용단이 경연부문 최고단체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대구광역시지회는 단체부문에서 금상(권효원&CREATORS)과 솔로&듀엣부문에서 최고개인상인 최우수작(김민준)을 수상했다.이번 전국무용제 ‘일상이 예술이다’는 주제로 16개 시도 대표 무용단이 경연으로 서로의 기량을 펼쳤다. 대구에서는 24년 만에 열렸다.경연부문 은상은 충청북도지회(지은진 아트프로젝트), 전라남도지회(정의석 무용단), 경기도지회(고양댄스컴퍼니), 대전광역시지회(이금용 무용단)에게 돌아갔다. 동상은 인천광역시지회(이데아댄스컴퍼니), 충청남도지회, 경상북도지회(쇼타임댄스프로젝트), 충청남도지회(프로젝트 넘버)가 수상했다.솔로&듀엣부문 우수작은 충청남도지회(이승후&박진범), 대전광역시지회(ConFactH), 경상남도지회(권미애무용단), 강원도지회(Dance Company), 전라북도지회(전북발레시어터)가 수상했다. 최우수지회상은 대전광역시지회 김영예 지회장에게 돌아갔다.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는 ‘1년 내내 대구를 무용으로 물들이겠다’는 목표로 올해 초부터 다양한 사전 부대행사 등을 개최하며 그동안의 전국무용제와 차별화를 뒀다.먼저 지난달 26일부터 진행된 본 경연 이전부터 지역 예술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사전축제와 부대행사가 진행됐다. 올해 초부터 컬러풀페스티벌, 로드페스티벌, 호러페스티벌 등 다양한 지역 행사에 참여해 전국무용제를 홍보했다.또 전국무용제 기간 지역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대구명소를 알리기 위해 ‘대구명소 찾아가는 춤 공연’을 지역 4개 대학(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대구예술대)과 진행했다. 이 외에도 일반인 대상의 경연프로그램을 만들어 대구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었다.강정선 회장은 “이번 무용제는 일반시민들과 전문무용예술인들이 함께 축제를 만들어갔다”며 “대구광역시지회는 전국무용제 예술축제 행사의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 축제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제29회 전국무용제는 강원도 원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