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자부심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지난달 31일 취임한 대구오페라하우스 박인건 대표는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예술행정가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장, 한국방송공사(KBS)교향악단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30여 년간 에술행정가로 다양한 공연문화예술 현장에서 활동했다.그런 그가 취임 후 가장 먼저 집중한 건 ‘대구오페라하우스’ 알리기다. 시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아직 오페라하우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특히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그는 “오페라하우스를 잘 모르는 분들이 아직 많이 있다. 특히 건물 왼쪽에는 오페라하우스 건물을 인지할 만한 간판, 현수막 등이 전혀 없다”며 “시민들이 세금 낸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찾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이를 위해 처음으로 12월 송년·제야 음악회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박 대표는 “그동안 크리스마스, 송년회때 작품이 없었다”며 “관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라도 송년제야 음악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임기동안 오페라하우스가 잘해온 건 살리고, 아쉬운 건 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박 대표는 “과거에는 예술행정이라고 했다. 예산을 잘 쓰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예술경영시대다. 경영없이 행정만 할 수 없다”며 “100원을 투자해 최소 40원은 다시 거둬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오페라하우스 후원회를 제대로 가동시키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또 지역사회, 예술단체, 학교 등과 업무협약도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목표 설정도 마쳤다. 박 대표는 임기동안 극장 가동률, 객석 점유률, 재정자립도를 높이겠다고.그는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하우스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유효공간 활용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오페라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문화나들이를 하면서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그는 오페라하우스 대표로 직원들을 배려하고 칭찬해주는 리더십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박 대표는 “요즘은 우격다짐으로 끌고 가는 리더는 거의 없다. 현대의 리더는 배려와 칭찬으로 끌고가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배려하고 직원들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끌고 가겠다. 의지를 가지고 섭외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작은 변화가 쌓여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오페라하우스가 ‘달라졌어요’ ‘좋아졌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웃는얼굴아트센터, 지역 무용단 BIS댄스컴퍼니 ‘MASK 슈트시리즈 Ⅲ’ 공연

달서문화재단 웃는얼굴아트센터는 지역 무용단 BIS댄스컴퍼니의 ‘MASK 슈트시리즈 Ⅲ’ 공연을 9일 오후 6시 청룡홀 무대에 올린다.이번 공연은 ‘로컬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역의 우수한 예술가 및 예술단체와의 협업을 통한 공동기획 프로그램으로, 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창작동기를 고취시켜 지역 예술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이다.‘MASK 슈트시리즈 Ⅲ’는 BIS댄스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로, 현대사회 속에서 개인의 존재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2017년 초연 이후 매년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공연에서는 철학적 의문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정보가 넘치고 가상과 현실의 혼동이 시작된 현시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또 사회조직이 복잡해지고 발전할수록 개인, 특히 ‘나’라는 의미는 계속해서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성찰한다.BIS댄스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변인숙 한국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 부회장은 “자아의 고민과 상상의 순간에서 ‘슈트’라는 사회 시스템의 페르소나는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며, 인간 내면에 대해 심층적인 탐구를 진행해 이를 움직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전석 초대. 문의: 053-584-8719.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수필대전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가 들리는 곳

입선 문은주 선글라스를 벗어 던졌다. 깊은 산 속을 파고드는 가파른 길 끝에 고라니 한 쌍이 구름처럼 노닌다. 산허리를 감돌아 오를 때마다 두루마리 산수화처럼 펼쳐지는 풍경의 무상함에 넋을 놓는다. 느닷없는 불청객이 귀찮은 듯 칡 넝쿨손이 자꾸만 자동차를 건드린다. 모든 것에서 멀어지고 있는 이 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재활용 수거함에서 우연히 발견한 신문의 기사 한 줄은 나의 일상을 방해할 만큼 생각을 지배했다. ‘지구의 자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안동지례예술촌’이라는 제목과 함께 산과 호수를 품은 고택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고택을 방문한 호주 기자의 일화가 적혀 있다. 가만히 먼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구의 자전 소리를 듣고 있냐?”고 물었다는 이 집 주인장의 말을 듣고 나중에 그 말이 기사 제목으로 쓰이면서 많은 외국인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임하댐 건설로 지례마을은 수몰 위기에 처한다. 그곳에는 400여 년의 얼이 담긴 지촌 김방걸의 종택과 지산서당이 있었다. 13대손 김원길은 가문의 터전을 보전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 여기며 그것들을 조각조각 해체하여 마을 뒷산 중턱으로 옮겨지었다. 시인으로 활동한 그는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고택이 예술가들의 활동지로 제격이라 여겨 ‘지례예술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연과 어우러진 고택은 무엇과도 대신하기 어려운 귀한 건축물로 거듭났다. 수장되어 멈출 뻔했던 지촌종택의 역사는 또 다른 스토리를 전개하며 시간의 흐름을 따른다.나의 고향 마을은 문씨 집성촌이다. 그곳에는 ‘연화당’이라는 종택이 있다. 사람이 끊이지 않았던 왁자지껄한 종갓집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품었지만 지난한 시간은 종택의 모습을 바꾸었다. 사람의 온기가 떠난 기와집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흘렀던 대청마루는 주저앉고 구부러진 처마 밑에 볼썽사나운 말벌집이 차지했다. 세월의 틈을 메우지 못한 기와는 헐렁거렸다. 떡메를 치던 아재의 인심 좋은 웃음, 솥뚜껑에 전을 지지던 친척 아지매의 모습도 없다. 고소한 기름 냄새를 맡고 모여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삐걱거리는 정지문으로 달아난다. 안간힘을 쓰며 세월을 견디고 있는 종갓집에는 차곡차곡 쟁여 둔 이야기보따리가 그득한데 누구 하나 들어주는 이 없다. 제멋대로 자란 질경이가 주인 행세를 하며 바람을 붙잡는다.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돌계단을 올라가니 홍살을 설치한 솟을대문이 보인다. 그 아래에 있는 의자 두 개, 사람의 출입을 방해 할 수도 있는데 굳이 의자를 갖다 놓은 이유를 금방 깨달았다. 의자에 앉으니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숨을 멎게 할 정도의 기품 있는 풍광이었다. 산을 품고 있는 호수는 다양한 색채를 풀어내며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윤슬을 낚는다. 여름의 선명하고 힘찬 기운이 고스란히 마음에 들앉는다. 어쩌면 한 번도 닫을 수 없었던 문이었는지 모른다. 문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이 집 전체로 향하고 있다.다급히 들어선 걸음이 마당의 고요를 깨운다. 엎드려 있던 백구 한 마리가 낯선 이의 방문에 고개를 든다.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는데 나의 마음을 들킨 거 같아 미안하다. 개의 눈빛이 온화하다. 맴돌이하는 제비의 날갯짓을 쳐다보는 백구가 초승달처럼 웃는다.댓돌 위에 놓인 하얀 고무신을 싣는 순간, 손님들은 신발 끈처럼 꽉 매어진 세상을 향했던 몸과 마음의 짐을 벗어 던지고 종택의 식구가 된다. 별당에 머물렀던 아씨, 사랑채의 손님, 행랑채에 기거하는 머슴이 된다. 방마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구조는 자연의 힘을 빌려 비로소 완성한다. 사방에 열린 문마다 들어오는 풍경은 번잡한 욕심을 거두어 가더니 고요한 마음을 돌려준다. 누구나 공평하게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깨쳐준다.우리는 지산서당에서의 하룻밤을 허락받았다. 안동 선비의 기품을 깨치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을 닮은 서당은 반듯하고 고풍스럽다. 기둥의 강건함, 대들보의 묵직함, 서까래의 유연함은 어느 것 하나 돌출됨 없이 제자리를 맞추어 서당의 품격을 높인다. 겹처마가 드리운 긴 그림자가 나그네의 옷자락을 붙든다.고택 담장을 따라 걷는 산책길에서 내려다본 ㅁ자형의 종택은 한 폭의 수묵화다. 개방하지 않아 더 은밀하고 숨은 공간이 있음을 짐작게 한다. 종손의 안채 살림은 긴 세월을 감내한 인내의 시간이어라. 대대손손 지킨 그 공간에는 15대손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그 아이들의 발걸음에 지례예술촌의 아름다운 동행도 계속될 것이다.고택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사람들은 지구의 자전 소리를 들었을까! 나는 고라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에 차례대로 돋아나는 무수한 별들을 바라본다. 유년 시절, 평상에서 바라본 은하수의 물결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 지금 내 앞에 있을까. 문풍지를 타고 올라가는 장수하늘소의 발걸음이 귓전에서 사각거린다. 모두가 쉬이 잠들지 못한 밤이다.“Mom, what's this?”네 살쯤 되었을까.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니 하얀 고무신에는 다육식물이 촘촘하다. 기둥을 살피고 마루의 나뭇결을 만져보던 외국인 부부가 평온한 얼굴로 소녀를 쳐다본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찾아온 그 아이의 눈에는 이 고택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사람의 온기가 가득한 깊은 산속의 고택에서 나는 고향 마을의 쓸쓸한 종택을 떠올리며 먼 산을 쳐다본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수필, 내가 선택한 가장 잘한 일

나에게 글쓰기는 자가 치유의 시간이다. 주어진 삶을 숙명처럼 여겼다. 스스로 만든 공간에 나를 밀어 넣고는 선택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수필은 내가 선택한 가장 잘한 일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용서하지 못할 일이 없었고 상대를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도 생겼다. 들여다봄으로써 고통의 무게를 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저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다독인다. 수필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장치였다. 그 연결고리에는 항상 유년의 기억이 존재하였다.한여름 밤, 살평상에 누워 바라본 은하수의 물결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절망했다. 그 순간을 보기 위해 몽골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만큼 나는 밤하늘 가득 수놓은 별이 보고 싶었다. 쏟아지는 그 눈부심을 무엇으로 표현하랴! 그 기억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살찐 별들이 풍성하게 쏟아지던 그곳은 안동지례예술촌이다. 나는 그 별들을 얼싸안고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아름다운 가을, 팸투어 그날을 기다리는 오늘을 있게 해 준 대구일보 관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2016 달서 책사랑 전국주부수필공모전 동상 △대구수필문예회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책꽂이

기적을 만드는 의식혁명 = 이 책은 여느 여행기들처럼 목적지로 떠나는 여정이나 풍경에 대한 묘사, 광활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담은 사진들, 주요 관광지나 맛집을 탐방하는 이야기 등이 주를 이루지 않는다. 대신 매일 산티아고 순례길을 끊임없이 걸으며 얻게 된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한 어조로 풀어낸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한 생각에만 집중하며 살았던 저자는 무수한 걸음 끝에 자신이 가는 길은 모두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리나 지음/위닝북스/304쪽/1만8천 원컵오브테라피 = 책은 전문 심리치료사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개발한 애니멀 콘셉트 일러스트다. 심리치료사가 상담한 내용을 이야기하면 일러스트레이터가 떠오르는 장면을 동물로 그려냈다. 저자는 그림과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한다. 그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한 정신과 행복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책은 가슴에 생긴 상처를 주제로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유머스럽게 표현돼 있다. 마티 피쿠얌사 지음/학산문화사/212족/1만3천500원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새로움을 만드는 과학 이야기

세상의 궁금증을 깊이 들여다보면 새로움이 생긴다. 과학이 그렇다.저자들은 단순 호기심으로 대상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처음 시작은 단순 호기심이었지만 궁금증을 하나씩 해소하다보니 나름의 답을 찾았낸 것이다.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어려운 과학을 보다 쉽게 설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물, 물리 등 구체적으로 다루는 분야는 다르지만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곤충의 교미·거미줄 바이올린가미무라 오시타카 지음/arte/184쪽/1만3천 원·오사키 시게요시 지음/arte/160쪽/1만3천 원“쓸데없는 일을 잔뜩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2019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요시노 아키라의 수상소감이다.두 책의 저자는 곤충과 거미의 매력에 빠져 수년간의 연구 끝에 이 책을 집필했다. 연구 과정도 내용도 기발하고 흥미롭다.곤충의 교미 저자는 묵직한 돌 아래서 정성스레 알을 품던 집게벌레를 만나 사랑에 빠져 기상 천외한 모양을 가진 곤충 교미기에 매료돼 곤충 교미 박사가 됐다.네오트로글라와 생식기가 두개씩 달린 집게벌레, 빈대, 선물 교환식으로 교미를 대신하는 좀류 공충들, 절반은 수컷, 절반은 암컷으로 태어난 사슴벌레까지 상식을 뒤흔들 ‘곤충의 성생활’과 교미기를 가진 곤충들을 소개한다.왜 하필 곤충인가?라는 의문에 대해 저자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발견해 이름을 붙인 곤충만 100만 종이 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을 합하면 1천만 종이나 된다고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종의 절반을 곤충이 차지하는 셈이다. 거기다 곤충은 사육과 실험이 다른 생물 종보다 용이해 생물학 전반에서 ‘모델 생물’로 이용되고 있다.다시 그중에도 왜 ‘성’과 ‘교미’인가 하면, 성기를 통해 교미하는 생물은 생식기의 진화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라고. 각양각색인 생식기 모양과 기상천외해 보이는 생식 형태들은 모두 생물이 세상에 어떻게 적응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다채로운 해법을 제시한다.멀쩡히 점착 성분으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고분자화학과 대학원생은 어느날 갑자기 거미줄에 걸리듯 거미에게 사로잡혔다. 그 이후 주변 마류에도 불구하고 논문 주제를 바꿔 5년간 거미 채집과 거미줄 수집에 열을 올리더니 결국 거미줄로 해먹을 만들어 사람을 태우고, 2t이 넘는 트럭을 끄는데 성공한다.거기에 그치지 않고 6년간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바이올린 현을 연구한 끝에 거미줄 현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거미줄 현 바이올린의 음색을 세상에 소개한다.저자는 거미줄의 특징을 ‘부드럽고 강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세상에 부드러운 물질도 강한 물지도 많지만 거미줄처럼 언뜻 보기에 상반된 두 특징을 애초부터 갖춘 물질은 드물다고 말한다. 그래서 거미줄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고.저자는 “보통 사람 눈에는 모두 같아 보이는 거미줄은 사실 일곱 가지나 되는 쓰임과 종류를 가진 데다 빛을 쪼면 더욱 강해지고, 물어 젖어도 끄떡없고, 정말로 스파이더맨이 타고 다니는 거미줄만큼이나 다재다능하다”고 한다.◆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이상수 지음/철수와영희/296쪽/1만5천 원책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생물학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흥미로운 주제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최근의 생물학 연구 성과까지 재미있는 현대 생물학 이야기를 담았다.진화론과 창조론, 이기적 유전자, 우생학, 유전자 가위 등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생물학에 대한 물음에 답하며, GMO 식품이나 밀집 사육, 조류 독감, 바나나처럼 먹을거리와 생태에 대한 이야기 등을 통해 인류의 공존과 생태를 위한 생물학 연구의 바람직한 방향 등을 살펴보고 있다.현미경, X선 회절분석기, PCR, NGS, 유전자 가위 등 다섯 가지 생물학 연구 도구의 원리와 발전을 통해 생물학의 역사와 모습을 알려준다. 나아가 문어발처럼 다른 학문 영역까지 진출하는 진화학, 분류학, 생태학, 고생물학, 유전학, 분자 생물학, 합성 생물학, 후성 유전학, 진화 심리학, 우주 생물학 등 생물학의 열 가지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저자는 생물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와 바이러스, DNA 등 밝혀낸 사실이 수 없이 많고, 생명의 설계도인 DNA를 편집하는 도구인 유전자 가위처럼 생물학을 등에 업은 과학 기술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정작 우리는 생명에 대한 무지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현대 생물학을 활용한 기술을 이용해 성급하게 생명을 변형하는 행위 등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한다.◆물리학으로 풀어보는 세계의 구조마쓰바라 다카히코 지음/처음북스/232쪽/1만3천 원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고, 갈릴레오가 금성의 찾고 이지러짐의 변화로 지동설을 지지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계는 엄청나게 변화했다. 뉴턴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이 발견 덕분에 모든 물체에는 끌어당기는 힘이 존재한다고 알게 됐다.물리학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친숙한 만큼 어려운 학문이다. 저자는 이 세상에 넘쳐나는 의문들을 물리학에서 답을 찾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물리학을 이용해 세상을 쉽게 이해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저자는 물리학이란 이 세상의 구조를 밝히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화학이나 생물학도 세상의 구조를 알기 위한 학문이지만 물리학은 근본적인 것을 더 파고드는 학문이라고.예를 들어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물 분자가 생선된다. 화학에서는 ‘어떻게 반응할까’에 관심이 있지만 물리학에서는 ‘왜 반응할까’에 관심을 가지고 모든 반응에서 공통된 법칙을 찾아내려고 한다.이 책은 과학서라기 보단 세상 탐구서라고 할 수 있다. 태초 빅뱅부터, 아니 그 이전의 배경부터 우리 인간의 현주소와 미래 인공지능 시대까지 최대한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대구시립합창단, ‘삶, 사랑 그리고 희망의 합창’ 개최

대구시립합창단은 14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제147회 정기연주회 ‘삶, 사랑 그리고 희망의 합창’을 개최한다. 현재 필라델피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창호의 객원지휘로 고전, 미국 현대 합창, 흑인 영가, 한국창작합창곡을 선사한다.첫 무대로 헨델의 ‘Dixit Dominus from Dixit Dominus, HWV 232’, 모차르트의 ‘Ave Verum Corpus, K. 618’, 슈베르트의 ‘Gloria from Mass in G major, D. 167’을 영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현악 앙상블과 함께 한다.‘Dixit Dominus from Dixit Dominus, HWV 232’는 헨델이 1707년 4월 로마에서 완성한 그의 20대 시절 초기 작곡한 합창곡이며 모차르트의 ‘Ave Verum Corpus, K. 618’은 1791 그의 죽음을 6개월 앞두고 작곡된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작품 중 드높고 숭고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곡이다.이어 브람스의 ‘N·nie’를 연주한다. 1880년 브람스는 그의 화가 친구가 타계하자 쉴러의 시를 이 곡에 담아 죽음을 기리며 작곡한 곡이다. 죽음 앞에서 인간의 불가항력을 슬퍼하고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곡으로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합창곡 중의 하나로 꼽힌다. 곧바로 미국 합창곡 ‘My Soul’s Been Anchored in the Lord(내 영혼 주 안에 평안히 거하네)’, ‘Alleluia(할렐루야)’ 등을 선보인다. 흑인 영가곡 중 가장 대표곡으로 전 세계의 많은 합창단에 의해 연주되는 작품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오고 있는 미국 민요를 연주한다.2부에서는 미국의 현대 합창 작곡가인 에릭 휘테커의 곡 ‘Five Hebrew Love Songs(다섯 곡의 히브리 사랑노래)’와 우리나라 인기가요 ‘아! 대한민국’을 연주한다. ‘아! 대한민국’은 태극기의 4괘 (건·곤·감·리)에 담긴 한민족의 이상을 담은 우효원 곡으로 혼성 합창과 2대의 피아노, 팀파니 김동준, 모듬북 정효민이 함께 연주한다.A석 1만6천 원, B석 1만 원, 발코니 5천 원. 문의: 1588-7890.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행복북구문화재단 기획전전시 ‘마주보기-바라보기-기록하기’

행복북구문화재단의 기획전시 ‘마주보기-바라보기-기록하기’가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에서 오는 20일까지 개최된다.이번 전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창작공간인 가창창작스튜디오의 청년작가 김민성, 김소라, 김수호, 김일지, 김정현, 서인혜, 정석영, 정지윤, 최지이, 허찬미 등 10인이 참여한다.이들은 올해 1월 가창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창작교류네트워크를 비롯해 작품연구를 위한 평론가 매칭, 워크숍, 릴레이 전시 등의 주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전시켜왔다.‘마주보기-바라보기-기록하기’는 현재를 마주보며 살아가는 10인의 작가들이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의 편린들을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시각화한 작품들을 보여준다.표현매체에 대한 작가적 탐구에서부터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 한 관심사를 형상화한 시각표현까지 조형연구에서 비롯된 작가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민성 작가는 물감을 빠르게 건조시키고 양감 있게 부풀리는 겔 미디엄의 성질을 이용해 부유하는 현대인들을 삶의 단면을 화면에 드러낸다.어딘가 황폐한 느낌의 김소라 작가의 작품은 사람들의 기억 속 버려진 장소를 환기시킨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 다시 두텁게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표현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김수호 작가는 반복적이며 연속적인 행위의 표현으로 마치 밤하늘과 같은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 흔적에는 마주한 사건들에 관한 자신의 사유가 담겨있다.김일지 작가 작품의 주요 요소는 한글 자음 ‘이응(o)’으로, 동그란 조형성과 지닌 의미를 다양하게 표현한다. 이는 세상과 환경에 동화되고자 하는 자신의 염원을 담고 있다. 김정현 작가는 완전히 다른 촉각을 가진 사물을 함께 결합시킴으로서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전달한다.서인혜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오브제와 특정장면들을 통해 여성에 관한 생각을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열무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작업에 담아 여성의 일상, 노동, 삶 등을 가시화한다.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사물, 혹은 복잡한 공구들을 대리석을 조각해 매우 정밀하게 재현하는 정석영 작가. 현실적인 사물의 형태와 비현실적인 정교함이 교차되는 순간을 선보인다. 정지윤 작가는 마치 사진의 한 장면인 듯 쉽게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모노톤으로 담담히 그린 회화작품으로 공허와 낯섦에 대한 감정을 묻는다.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최지이 작가의 화면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안내하는 듯하다. 그 속에서 순수한 이미지로 풀어낸 현실에 대한 작가의 관념을 만날 수 있다. 허찬미 작가는 풍경을 낯설게 기록하며, 역사나 관계와 같은 보이지 않은 존재를 이미지 속에 담아왔다.행복북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가창작작센터와의 교류전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시선을 선사한다. 그 내용은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또 다르게는 새로운 자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문의: 053-320-5123.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많은 이들이 읽어주는 글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

언제부턴가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일상에서 글을 쓰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체험하고 보고 듣고 한 일을 하나, 둘 짚어본다. 그 속에서 상상하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나의 고향이 경북이다. 무엇보다 경북문화체험이란 글 마당이 있어 더없이 좋다. 내가 쓴 작품에서 고향에 대한 소재들이 많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경북이 자랑스럽다.내가 글을 쓰는 궁극의 목적은 누군가로부터 읽히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한 단어, 한 문단에 긴 밤을 반납해도 기껍기만 하다. 나만의 카타르시스에 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던 길을 멈추지 않을 터이다.경북의 향기와 함께 문학의 꿈을 키우는 여러 수필가에게 매년 넓은 글 마당을 펴주신 대구일보사 사장님을 비롯하여 관계자분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포항스틸에세이 대상△2019년 원종린수필문학 작품상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수필대전 ‘장니(障泥)’

입선 류현서 넓은 평지에 능들이 즐비하게 둘러앉았다. 멀리서 바라보면 둥그런 산봉우리를 담아와 옹기종기 엎어놓은 듯하다. 널찍한 대릉원을 돌아보며 과거로 빨려 들어간다. 천마총 앞에 섰다.시간의 저편을 고요히 더듬어 본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서원과 왕릉이 있다. 서원은 유교의 뜻을 따라 옛 성현을 받드는 장소다. 사회의 인재 양성과 미풍양속의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 서원이다. 그렇다면 고분은 무엇인가. 능을 거닐면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고분은 나에게 답을 주기는커녕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모든 사람은 생사를 거친다. 죽음은 누구나 다다를 수밖에 없는 귀결이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늙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동서고금을 통해 변함없는 진실이다. 죽음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무덤에 들어가기까지 경험을 쌓고 쌓아 저 봉분만큼 높다는 걸까. 신라고분은 평생 겪은 일들을 뭉쳐서 이렇게 높게 쌓아 올려 준 것일까. 아니면 이승에서 못다 한 일이 많이 남아 있어 사후세계에 가서 마무리하여 차곡차곡 저장시키라는 뜻에서, 넓은 공간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천마총 안으로 들어섰다. 목관을 비롯하여 발굴 당시의 현장 그대로 진열해 놓았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발굴된 무덤에서 피장자가 금관을 머리에 쓰고 금띠를 허리에 두른 채로 출토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관 밖에서는 금제 꾸미기와, 금제 족집게, 자루 달린 솥, 다리미, 청동 용기류, 굽다리접시, 토기, 유리 배, 굽은 옥, 등 껴묻거리가 다양하다.살아서도 죽어서도 권력을 누리는 신라인, 여기 고분에서 죽은 자의 권력을 반추해본다. 천마와 금관과 수많은 껴묻거리에서 알 수 있다. 황금으로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들은 아름다운 문화의 반열이라 아니할 수 없다. 땅이 넓지 않고 작은 나라이지만, 겁 없이 화려했고 통 큰 문명국가였음을 직감한다.한발 한발 고분 깊숙이 들어갈수록 어둠이 짙게 깔렸다. 장님 냇물 건너가듯 한참을 더듬거리며 조금씩 안으로 들어갔다. 두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집중하고 살폈다. 섬광이 번뜩했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장니를 매단 천마가 꼬리를 세우고 하늘을 향해 달리고 있다.장니는 말 탄 사람의 옷에 흙이나 물이 튀지 않게 안장 양쪽에 달아 사용하는 도구이다.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 겹친 뒤, 그 위에 다시 고운 수피로 누벼 가장자리엔 가죽을 대었다. 볼수록 화려한 장니가 천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에도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흙 속에 묻혀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자작나무는 하늘을 향해 끝없이 쭉쭉 뻗어 자라는 게 특징이다. 다른 나무와 달리 몸체와 잎이 은색이다. 자작나무에 바람이 스칠 때면 하얀 이파리가 마치 은으로 지은 옷같이 반짝거린다. 은 옷을 입은 하늘나라 신선들이 나풀나풀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나무와 달리 영생을 기원하는 나무로 신성시 여겨왔을 테다. 그러했기에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 천마도를 그린 것이리라. 옛적 선조들이 누구를 위해 고운 수피로 장니를 만들었을까. 필경 인간계에서 삶을 마치고 다다른 사후세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것 같다.육체로부터 영혼이 분리되는 것을 죽음이라 한다. 칸트는 “죽음은 인간이 마지막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고 말했다. 죽음은 무거운 육신을 버리고, 가벼운 영혼으로 자유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겐가. 인간이 유한한 이승에서 무한한 세상으로 뛰어드는 게 무덤으로 들어가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세계를 꿈꾸기 위해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닐는지.천마총에 들어오니 어디쯤이 하늘이고 어디쯤이 지상인지 헷갈린다. 발 디딘 곳이 저승인지 이승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장자는‘우물의 물은 바다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내다봤다. 어쩌면 무덤은 지하로 내려가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육체는 땅에 묻히면 흙이 되었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정신세계는 변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죽어야 천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걸까. 인간의 혼이 저승에 도착하면 천마는 즉시 하늘로 실어 나르는 수행을 맡았을 것이다. 공중으로 향해 뛰는 모습이 엄중하면서도 날렵하다. 입으로 더운 입김을 내뿜으며 하얀 털이 바람에 휘날린다. 고분 속에서 말이 하늘로 달리고 있을 줄이야. 흰 말은 사람의 영혼을 싣고 깊은 지하에서 높은 하늘로 오고 갔으리라. 높고 낮은 산을 넘고 여러 개의 내 (川)를 건너야 하지 않았을까. 그때 말발굽에서 흙탕물이 튀어 올라 옷이 더럽혀질까 봐 장니를 달았던 게다. 오랜 시간을 건너왔건만 희어서 너무 희어서 눈이 부신 천마도. 목화솜같이 희고 때가 묻지 않은 것은 장니가 있었기 때문이리라.천마가 사후세계의 긴요한 교통수단이라면, 이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 수단이 자동차다. 천마가 저승의 영혼을 실어 나른다면, 자동차는 이승의 육신을 태워 다닌다. 천마의 장니가 하얀 나무수피로 만든 것이라면,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하얀 유리로 되어있다. 수피로 만든 장니나 유리로 된 장니나 흙탕물을 튀지 않게 막아준다.자동차가 없던 때에 말(馬)은 최고의 교통수단이었다. 어떤 동물이나 짐승 중에서도 흰색을 지닌 동물을 더욱 신성시 여겨왔다. 전쟁을 치를 때도 날쌘 백마를 최상의 무기로 삼았다. 일상생활에서조차 흰말은 풍요와 행운을 몰고 오는 상징물로 꼽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이 화이트카를 가장 선호하는 것과 같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여러 색의 자동차 중에서 흰색이 가장 많다. 흰색의 차는 재물을 상징한다. 그래서 속담에도 뜻밖에 좋은 일이 생기면, “백말 타고 장가드는 행운을 얻었네”라고 한다.과거를 모르는 백성은 미래도 없다고 한다. 역사를 논하는 사람은 인간을 세계의 시간 흐름 속에서 설명하고, 철학인은 인간과 역경을 세계의 시공간적인 무시대성으로 말한다. 천마총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놓은 게 아니겠는가.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시대를 뛰어넘은 천마도. 시간과 공간을 망라한 신라의 문화가 우리의 삶 속에 고요히 흐르고 있다.고분에서 나와 높고 둥근 능을 바라본다. 고요도 힘겨워 차갑게 가라앉는 듯하다. 품이 너른 능들이 봄에는 연옥이불, 여름에는 푸른 비단이불을 덮는다. 가을에는 황금이불, 겨울에는 은이불을, 자연이 철철이 갈아주는 이불을 덮고 잠에 취해 있다.여느 왕릉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인석과 문인석이 천마총에는 없다. 곰곰이 생각에 젖었다. 천마총은 저승에 도착하는 즉시 천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굳이 무인석을 세울 필요가 없었던 거다. 만약에 무인석과 문인석을 좌우로 세웠다면 장니가 출토되었을까.엄전한 대릉원이 후세에게 지난 역사를 되새기게 만든다. 긴 역사에 외부세력으로부터 이런저런 수모를 당해도, 마른버짐이 핀 배롱나무가 능을 지켜온 산 증인이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행복북구문화재단 1950년대 대구국립극장이야기 개최

행복북구문화재단 행복예술아카데미는 ‘2019년 가을학기 인문학특강’으로 대구 연극영화계의 거장 김삼일 교수의 ‘1950년대 대구국립극장이야기’를 6일 오후 4시 어울아트센터 오봉홀(소공연장)에서 개최한다.이번 특강은 한국전쟁 당시 ‘국립중앙극장’으로 지정된 대구의 문화극장(현 한일극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연극 역사와 흐름 그리고 현재를 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국립극장의 탄생과 극단 신협의 대구정착, 국립극장 대구키네마 정식개관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강연을 맡은 김삼일 교수는 대경대 연극영화과 석좌교수로 제3회 전국연극제 ‘대지의 딸’ 연출로 대통령상 수상, 제 14회 조선일보 이해랑 연극상 수상, 제1회 대구 MBC 홍해성 연극상 수상 등 굵직한 획을 그으며 대구 연극영화계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이번 가을학기 인문학특강은 대구 연극의 발전과 역사, 나아가 지역 문화의 힘을 알고자 하는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문의: 053-320-5140.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수성아트피아 헬로 클래식 -러시아의 겨울 진행

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의 마티네 콘서트 마지막 무대인 ‘헬로 클래식 – 러시아의 겨울’이 12일 용지홀에서 열린다.‘수성아트피아 마티네 시리즈’는 2007년 개관 이래 1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 기획 시리즈다.이번 공연은 대구MBC교향악단 전임지휘자 진솔의 지휘로 수성아트피아 상주단체인 대구MBC교향악단이 출연한다.협연자로는 호르니스트 이석준이 출연한다. 이석준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 디플롬,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뮌헨 국제콩쿠르(ARD) 호른부문 한국인 최초 본선진출, KBS신인음악콩쿠르 대상, 동아음악콩쿠르 1위 등 국내외 유수 콩쿠르를 우승하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이번 공연은 러시아 출신 작곡가들의 관현악곡과 호른 협주곡으로 구성됐다.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을 시작으로 글리에르 ‘호른 협주곡 내림나장조’가 연주된다. 이어 11년만의 신작 교향곡 작곡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초연에서부터 지금까지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차이코스프키 ‘교향곡 5번’ 전 악장을 선보인다.수성아트피아 김형국 관장은 “이번 콘서트는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인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으로 구성됐다”며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전석 2만 원. 문의: 053-668-1800.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봉산문화회관, 조각가 최수앙 전시

봉산문화회관은 2019 기억공작소 ‘최수앙-몸을 벗은 사물들’전을 열고 있다.최수앙은 사실적인 인체 형태 작품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조각가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소외되는 현대인에 관한 사실을 다룬다. 사실적으로 만든 몸과 실재적인 조각 행위로서 사실 흔적을 조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전시장 입구에 위치해 있는 작품 ‘MATURED MATERIAL’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긁어 뜯어내는 기이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정체성의 혼란과 같은 서사를 읽어낼 수 있지만, 작가의 본래 의도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잘 재현한 물질로서 조각의 속살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며 뭉개는 작가의 행위 사실을 시각화해 조각 작품의 일부로 뒤섞는 것이다.사실적인 것을 바탕으로 그가 생각하는 행위와 그 흔적의 사실을 드러내거나 감추는 모호한 경계를 제시하고 있다.두상 조각 ‘UNTITLED’는 나이 많은 아버지의 얼굴을 재현한 사실적인 형상의 일부를 짓이기는 시각적 상징성으로 인해 마치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서사를 연상할 수 있는 작업이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조각 행위를 하면서 생겨난 실재의 ‘사실’과 실재와 같은 ‘사실적인’ 것에 대한 의문을 처음으로 실험하고 그 연작을 시작했다.최수앙은 예전부터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주목해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의 시스템은 효율성을 위해 모든 것을 표준화하고 계량화해 행위와 사물의 단위들을 체계화했다. 이것은 수치화할 수 없는 인간도 사물처럼 인식하게 되는 세계 현상의 기원이 되었고, 작가는 이처럼 인간이 ‘사물화’되는 척박한 사회현실이라는 ‘사실’에 관한 생각들을 개인의 신체를 감성으로 되돌아보려는 ‘사실적인’ 조각으로 구체화 했었다.그 이후로는 사실적인 재현 방식의 한계를 대신해 인간의 신체를 사물처럼 단위 상태로 해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평면그림을 시도하기도하고 비정서적인 객체화를 실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작가는 소멸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경험에 의해 작가 자신의 조각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작품에 개입하는 최근의 방식들을 실험하게 이른 것이다.생생한 인체 조각을 통해 강한 인상을 주는 조각가로 알려진 최수앙의 미술행위는 현대사회에서 대상화되는 몸과 그 몸을 상징하는 감성적 은유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혼합해 응시와 통찰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틀어버리고 있다.이번 전시는 다음달 29일까지다. 문의: 053-661-3500.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수필이 윤활유가 돼 내 삶 풍성해져

수필이 나를 부르네사부작사부작 연필 긁는 소리사그락사그락 책장 넘기는 소리수필이 나를 이끄네.지난밤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어머니가 지켜보는 앞에서 내가 몽땅 연필에 침을 발라가며 글을 쓰는 꿈이었습니다. 고향집 앞 느티나무에서 까치가 울었나 봅니다. 반가운 수상 소식이 왔습니다.내 안에 들어앉은 수필이 왠지 낯설지 않습니다. 수필이 어머니처럼 따스하게 다가오고, 오랜 친구같이 다정해 외롭지 않습니다. 한 자 한 자 적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뼘씩 자라는 수필이 윤활유가 되어 내 삶이 풍성합니다.내가 사는 곳을, 내 살아온 길을 되새김질해주는 대구일보 경북문화체험전국수필대전에 감사드립니다. 행복이란 울타리로 나를 감싸주는 가족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 문우들, 어설픈 내 글을 토닥여주시는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형산 수필, 포항수필연구회 회원님들 사랑합니다. △형산 수필, 포항수필 연구회 회원△형산 수필 대상 수상△KT&G 실버문학상 최우수상 수상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2019 수필대전 ‘칠불암에 달이 뜨면’

입선 김태선 비구름이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더니 솔밭 위로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졌다. 발걸음을 재촉했어도 꼬리가 잡혀 나는 흠뻑 젖은 채 남산 자락을 걸었다. 저 구름이 몸을 풀어 후련하게 비를 다 쏟아버려야 하늘이 다시 밝아지리라.칠불암 가는 길은 언제나 가슴 설렌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다닐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길게 이어진 오솔길 옆으로 흐르는 시냇물도 여전하다. 물길은 끊어지다 이어지고 이어지다 끊어져서 한참은 물소리만 따라온다. 그 물길 끝에 옹달샘이 나온다. 샘물로 목을 축이고 대나무 숲 터널을 지나 아늑한 돌축담에 올라선다. 거기서 마침내 부처님을 뵙는다. 바위에 새겨진 일곱 부처님이 저 아래 서라벌 들판과 토함산, 동해를 굽어본다.나는 마애불상이 새겨진 바위가 처음부터 그리 낯설지 않았다. 그곳에 가면 외갓집 뒤꼍에 있던 큰 바위가 생각났다. 외갓집의 바위는 원래 하나였는데 오래전 벼락에 갈라져 세 개가 되었다고 한다. 갈라진 그 바위들 모양이 멀리서 보면 농부가 김을 매는 것 같기도, 엎드려 절하는 것 같기도 했다. 동네 사람들은 외할머니와 두 딸, 세 모녀가 오순도순 사는 모습이 흡사 바위를 닮았다며 외갓집을 세바우집이라 불렀다.방학이면 우리는 외갓집으로 몰려갔다. 마당을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물과 뒤꼍의 바위는 색다른 풍경이었고 한두 살 터울의 이종사촌들은 좋은 친구였다. 외할머니는 위험하다며 바위 근처에 얼씬 못하게 했지만, 호기심 많은 우리에게는 더없는 놀이터였다. 놀다가 다치기도 했다. 내가 바위에 이마를 긁히고, 오빠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팔이 찢겼다. 그러다 큰일이 터졌다. 어느 날 같이 놀던 이종사촌 여동생이 바위에서 떨어졌다. 동생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이모는 고명딸을 앗아간 바위를 미워했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다 다 소용없다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외할머니가 소중히 여기던 신줏단지까지 내다 버렸다. 외할머니는 아무 말도 못했고, 차라리 바위를 파내고 싶다 했다. 그 후 외갓집에는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어느 초겨울, 외할머니가 바위에 켜둔 촛불이 바람에 넘어져 뒷산에 불이 났다. 불은 집까지 태웠다. 혼자 있던 외할머니는 혼비백산했고 그 후유증으로 정신줄을 놓았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이모는 친정과 왕래를 끊었고 소식조차 전하지 않았다. 몇 년 후 어머니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치료 후에도 말이 어둔하고 기억이 온전치 못했다. 치매 초기였다. 그 소식을 듣고 이모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모는 내가 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멍하니 앉은 어머니를 부둥켜안았다. 이렇게 오면 만날 걸, 왜 그토록 오랜 세월 골을 파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무슨 소리를 해도 별 반응이 없던 어머니가 칠불암이란 말에 눈을 반짝였다. 그곳에 가고 싶냐고 묻는 이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다음날 이모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칠불암에 올랐다. 나는 칠불 앞에 서서 어머니를 위해 빌고 또 빌었다. 바위를 향해 앉은 이모의 눈빛도 간절했다. 그때처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까. 그런 우리 옆에서 어머니도 무엇인가를 빌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어머니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 내 결혼과 동생들 학업성취를 기원하고 있었다.옛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날이 개고 하늘에 달이 떴다. 빗물에 씻긴 달빛은 유난히 밝고 산 기운에 씻긴 내 마음도 퍽이나 가벼웠다. 내 마음이 가벼우니 그날따라 아미타여래불이 빙그레 웃으셨다. 삼라만상이 잠든 고요한 밤 부처님 미소 속에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머니도 젊어서부터 칠불암을 좋아했다. 당신도 나처럼 이곳에 와서 근심을 내려놓았을까.나는 한때 칠불암에 매달렸다. 집안일이며 직장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마다 칠불암을 찾았다. 사방불을 돌며 절하다 보면 어둠이 물러가고 동이 텄다. 안개가 걷히면서 눈부신 새날이 펼쳐지고 헝클어진 실타래 같던 생각이 하나둘 가닥이 잡혔다. 뿌듯했다. 아, 어머니는 부처님께 소원만 빌러 다닌 게 아니었구나.칠불암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또 있다. 그는 암자에 오를 때마다 옹달샘을 쳐내고 있었다. 한 방울 물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샘 바닥이 드러나도록 바가지 든 손을 부지런히 놀렸다. 암자에 있는 사람이려니 했는데 나처럼 가끔 칠불암을 찾는다고 했다.“물이 말갛게 보여도 자주 청소를 해야 합니다. 하나둘 떨어져 내린 돌 부스러기도 쌓이면 물을 흐리게 합니다.”번뇌에 가득 찬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말 같았다.칠불암에서 내처 신선암에 오를 수 있다. 칠불암에서 올려다보면 저 위로 툭 튀어나온 큰 바위가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신선암이다. 마음이 가벼우면 몸도 가벼워지는 법, 신선암까지 오른다. 돌계단을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점을 찍듯 오른다. 숨이 차오를 즈음 이번에는 좁디좁은 난간 길, 바위를 안고 가재걸음을 걸어야 한다. 이마와 손에 닿는 차가운 바위의 감촉을 생명줄처럼 힘껏 껴안는다. 발밑을 내려다보니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아찔하다. 늘 깨어있으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리라.칠불암을 등지고 휘적휘적 내려오는데 지게를 진 남자가 후딱 내 옆을 지나쳤다. 암자에 짐을 날라다 주는 듯했다. 맨발이었다. 저이는 발도 아프지 않을까? 힘이 들 텐데 어쩌면 저렇게 편안한 얼굴일까. 나는 얻으러 가는 마음이었으니 다리가 무거웠는가. 스스로의 물음에 멈칫하는데 칠불암 은은한 달빛이 내 등을 토닥였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