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죽리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말무덤(言塚) 그 옆 정자에 앉아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논에 물들어갈 때와 자식 입에 밥 들어갈 때가 기쁘고 삶에 보람을 느낀다고.현판엔 공자 말씀이 걸렸다. ‘나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요. 나를 칭찬만 하는 사람은 나를 해치는 적이다.’ 동네 사람들은 이웃 간의 다툼을 슬기롭게 해결한 지혜를 가졌다.다양화, 다변화된 정보 공유사회, 쏟아지는 뉴스가 “진짜다. 가짜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싸움이 끝이 없다. 사분오열되는 사회 분열상을 보면서 서울 중앙 통 어딘가에 제2의 말무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작금의 현실을 보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격언이 절로 생각난다. ‘홍익인간, 널리 사람이 사는 세상 자체를 이롭게 하라’고 하지 않았나.심사에 수고하신 선생님, 수고에 감사드리며 격려와 가르침을 주신 수필연구반 선생님 고맙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고 더 좋은 글쓰기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울산광역시 약사회장 역임△2018년 대구 매일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당선△2018년 경북일보 수필가작 당선△울산광역시 약사회 학숙제 시부분 장원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말무덤(言塚)

장려상 유태일 땅속에 묻힌 말들이 금방이라도 무덤을 열고 나올 것 같다. 무슨 사연의 말들이, 어떤 연유로 이곳에 묻혀 있을까? 다하지 못한 말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고분 같은 형태의 무덤은 세월의 풍상에 절반이 없어졌고 큰 돌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입을 꾹 다물고 있다.언총(言塚)은 이른바 말(言)을 묻어두었다 해서 말무덤이라 불린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해 있다. 500년 전, 각성바지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문중끼리 싸움이 그칠 날 없었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처방하기를 마을 지형이 개가 짖는 형국이라 주둥이 송곳니쯤에 날카로운 바위 세 개를 세우고 앞니쯤에 바위 두 개를 세워서 짖지 못하도록 재갈바위를 만들라 했다. 또 싸움의 발단이 된 말들을 사발에 담아 말무덤을 쌓았다. 그 뒤부터 신기하게도 다툼이 없어지고 평온해졌다 한다.얼마 전, 모임에서 친하게 지내던 후배와 언쟁이 있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농담으로 시작되었으나 차츰 오고 가는 말이 날카로워져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평소 무심코 했던 이야기가 상대방의 가슴에 가시로 박혔던 모양이었다. 자연 언성이 높아지고 지나간 일들까지 불려 나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상황이 되었다. 자칫 큰 싸움이 날 판이었다. 지켜보던 일행들이 말린 후에야 싸움은 수그러들었다. 떼어놓고서도 둘은 서로 분을 삭이지 못하며 으르렁대었다.어느 쪽이든 참으면 될 일이었다. 그렇다고 사안이 중대한 것은 아니었다. 한 발 물러서면 모든 것이 이해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존심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나는 농담 중에 후배의 약점을 들추어 웃음거리로 만들었고 후배는 되받아치면서 넘지 못할 선을 넘고 말았다. 당시에는 내가 옳고 상대가 그르다고 생각했다.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한 번도 참지 못하고 벌컥 화를 내고 말았으니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하늘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바벨탑을 쌓았다. 그때만 해도 언어는 하나여서 혼란이 없었다. 하지만 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세상 각지로 흩어지면서 말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나의 언어로만 소통하던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게 되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과 불화가 심화되면서 무수한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어느 날 황희 정승에게 손님맞이 여종들이 찾아와, “귀한 손님이 오시니 청소를 먼저 해야 되겠습니다.” 하는 말에 옳다 하고 “시장하니 음식 준비를 먼저 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그도 옳다고 했다. 지켜보던 부인이 “영감, 무슨 판단이 그렇소?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다 하시니.” 하고 묻자 “부인 말도 옳소.” 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사람들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에 휘둘리는 것을 경계한 것이리라.무덤 위에는 못다 한 속내처럼 잔디가 푸릇푸릇 돋아있다. 가만히 손바닥으로 쓸어보면 말들이 묻어난다. 수의(壽衣)를 벗은 소리들이 제각각 왁자지껄하다. “임이네가 먼저 쇠똥을 우리 집 앞에 뿌렸잖아.” “댁에서 개를 풀어놓는 바람에 키우던 닭이 다 물려 죽었어요.” “자네가 물꼬를 제때 트지 않아 우리 논이 말라버렸잖은가.” “아따 형님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하시는가요.” 손바닥을 비비니 말들이 다시 무덤 속으로 들어가 끄응! 하고 눕는다.어린 날, 이웃집 친구와 싸우곤 일 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등하굣길에 만나도 서로 딴 곳만 바라보고 모른 채 하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선배의 중재로 오해를 풀고 다시 우정을 찾은 적이 있다. 친한 사이여서 잘못에 대한 섭섭함이 커졌고 괘씸한 마음 때문에 더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때도 내가 침묵하거나 한 발 뒤로 물러섰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으니 각별히 조심하지 않으면 분쟁이 생기게 된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현대사회에선 정보가 넘쳐나고 말이 범람한다. 이른바 언어의 홍수 시대가 되었다. 각종 뉴스며 SNS까지 생겨나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개인 간의 의사소통수단도 다양해져서 전달이 시시때때로 활발하다. 현대판 백가쟁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 필요 없는 말이 넘쳐나게 되고 그로 인해 각종 사회적 병폐를 낳게 되었다.말무덤을 일찍 실천한 사람이 있었다. 석가모니는 보리수나무 밑에서 묵언수행하며 깨달음을 얻었다. 모든 사람이 간음한 여자를 향해 죽여야 한다고 아우성칠 때 예수는 조용히 땅바닥에 무언가를 적었다. 백 마디 말보다 침묵이 더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남아일언 중천금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무감어수 감어인(無鑒於水 鑒於人)은 흔들리는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는 뜻이다. 그렇듯 말무덤에 나를 비추어본다. 이순의 나이가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다른 이들에게 너그럽지 못하고 자주 화를 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이해되기를 바랐다.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어 실속 없이 부산하기만 했다.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놓인 자연석에 말과 관련된 격언과 속담이 새겨져 있다. ‘내 말은 남이 하고 남의 말은 내가 한다.’, ‘물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 ‘입에 쓴 약이 병에는 좋다.’, ‘혀 밑에 죽은 말이 있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한 점 불티는 능히 숲을 태우고 한마디 말은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린다.’조만간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먼저 사과의 뜻을 전해야겠다. 이제부턴 남을 해치는 말은 꾹꾹, 내 안에 묻으면서 스스로 언총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사위가 고요하니 마음도 평안해진다. 도심에선 느껴보지 못한 풍경이다. 귀를 기울이면 풀벌레 소리며, 뻐꾸기 우는 소리, 상수리나무 위를 지나가는 바람소리까지 들려온다. 사람의 말이 사라진 곳에 비로소 자연의 소리가 맑게 자리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제38회 대한민국영남서예대전 대상 오광석·엄재익 선정

[{IMG01}]제38회 대한민국영남서예대전에서 한문부문 오광석씨의 ‘다산 선생시’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글부문에는 엄재익씨의 ‘향수의 메아리’가 대상을 차지했다.대구경북서예가협회(이사장 정태수)는 지난 6일 작품 심사를 통해 충실한 기본기와 빼어난 창작성으로 대상에 선정됐다고 전했다.이번 대전에는 한글, 한문, 문인화, 현대서예, 캘리그래피, 서각, 사경, 민화 등 서예 각 분야에서 655점의 작품이 출품돼 392점이 입상했다.우수상은 한문 부문 박진화씨의 ‘최충 선생시’와 문인화 부문 채찬수씨의 ‘묵죽’이 선정됐고 기업체매입상은 엄대출씨의 ‘휴정대사 시’와 정구영씨의 ‘이정 선생시’가 각각 뽑혔다. 삼체상은 김정미 윤원의 조영준씨가 영광을 안았다.장년부 장원은 문인화 박팔봉씨의 ‘비파’가 뽑혔고 장년부 차상은 김영록씨의 ‘흔들리며 피는 꽃’ 박종혁씨의 ‘산중추야’가 가려졌고 장년부 차하는 구본식씨의 '봄날에' 박순태씨의 '월인천강지곡' 허광영씨의 ‘자반궁’이 선정됐다.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3시에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리며 입상작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12월2일부터 6일까지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전시된다. ◆수상자◇특선 강병호, 고영환, 김경자, 김낙길, 김병형, 김성희, 김순섭, 김영선, 김영태, 김옥희, 김찬곤, 김호연, 박정웅, 박춘미, 박현순, 박홍주, 변양원, 송문숙, 신명숙, 안정인, 오계희, 우제길, 윤정수, 이금순, 이영숙, 이정기, 임용화, 조선희, 조순애, 조정희, 조철호, 조해병, 조희국, 채원철, 최완우, 한혜숙, 황미향 강나윤, 김외숙, 김용순, 김지원, 류재연, 마지영, 박정숙, 서강식, 서필숙, 송은화,오경숙, 이문석, 이문자, 정영혜, 정용린, 조정자, 최예련 권순직, 김영옥, 김정예, 김춘희, 김해숙, 박분남, 박순옥, 박영란, 백금명, 서의규, 여영희, 이강애, 이분순, 이인숙, 정낙현, 정미화, 조영희, 조춘희, 허일행, 홍정호 김낙완, 류명숙, 문성환, 박창영, 백낙권, 서덕수, 석근호, 윤인숙, 이광식, 이유근, 이정우, 지영미, 황막선 이산옥, 조수진 김선옥◇입선 강신필, 고재명, 권기확, 권순하, 권영주, 권옥영, 권철희, 권태자, 기미향, 김강연, 김경자, 김길순, 김덕남, 김도연, 김명희, 김상곤, 김수임, 김순금, 김순연, 김순일, 김영화, 김옥엽, 김용락, 김원표, 김재덕, 김정임, 김정호, 김종보, 김종훈, 김지수, 김지영, 김지우, 김태원, 김택상, 김학주, 김희숙, 남계동, 노용순, 라진숙, 류선훈, 류영숙, 류용한, 박대열, 박미선, 박민자, 박분자, 박상윤, 박수영, 박연일, 박영규, 박영희, 박이달, 박정웅, 박진옥, 백영안, 백환영, 서재하, 석종길, 송노일, 안미애, 안병원, 안재환, 안정식, 여경연, 여윤정, 여지원, 우옥현, 윤광수, 윤기수, 윤재국, 이나겸, 이만희, 이병희, 이상숙, 이연길, 이영우, 이영화, 이용수, 이재선, 이점선, 이정구, 이종언, 이진숙, 이홍선, 이희길, 장사선, 장영택, 전영순, 정광표, 정구용, 정미경, 정재권, 정지수, 정진수, 정춘자, 정혜자, 정홍기, 조명희, 조수진, 조정태, 차외만, 채영진, 천봉현, 최귀옥, 최규선, 최병기, 한방미, 허미옥, 허인수, 현만규, 홍택선, 황도복, 황영균곽순선, 구은정, 김동주, 김영선, 김예은, 김을수, 김주연, 김진완, 도정혜, 박재란, 박지민, 서영숙, 신옥자, 심순용, 위동순, 유영희, 이동건, 이미소, 이상옥, 이서현, 이은주, 이종구, 이주영, 임효진, 장순남, 정원화, 정지윤, 조연하, 채현옥, 최봉희, 한혜련, 홍성표, 황달호, 황명희, 황의철 김경자,김문식, 김옥기, 남정교, 류병수, 박은희, 박진숙, 박희자, 배말숙, 배묘근, 성진주, 손충호, 심명숙, 원상희, 이순옥, 이순희, 이승진, 이은실, 이회순, 이희선, 장인희, 정상임, 정재권, 정한순, 조성년, 조세진, 최용석, 최진욱, 추효언, 홍남일 김상수, 김상철, 유춘희, 최 영 이동자, 임두수, 장순남, 조남수, 조미진◇장년부 박팔봉 박종혁(한문), 김영록(한글) 구본식, 허광영(한문), 박순태(한글) 김경임, 김기백, 김방지, 김영태, 김용국, 김절자, 김해진, 김형길, 류동재, 류석찬, 박성근, 박치훈, 배정곤, 배춘희, 서금석, 성낙표, 손인달, 손증수, 신보연, 신효철, 우삼식, 유병철, 이상태, 이연희, 이영석, 이윤동, 이필훈, 조익목, 허덕회 고동수, 공판성, 곽융탁, 권영국, 권영창, 김원빈, 김덕환, 김병두, 김석규, 김영재, 김영환, 김완식, 김장근, 김재옥, 김종득, 김홍구, 김희준, 류시찬, 박 광, 박노하, 박도서, 박상두, 박상중, 박용환, 박인수, 배경애, 배재영, 배정수, 배한목, 손달춘, 손성학, 송원호, 송준태, 신길현, 신팔호, 심한석, 안일순, 엄한성, 오해련, 이병택, 이복순, 이상규, 이상백, 이상욱, 이용식, 이재형, 이종권, 이창근, 장상규, 정상근, 정연도, 정옥지, 정호영, 정 홍, 채윤순, 최경조, 최영학, 현영심, 홍정근, 황보승, 황윤호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지오뮤직, 창작 뮤지컬 ‘북성로 이층집’ 선보여

봉산문화회관(관장 옥동화)과 상주단체 지오 뮤직(대표 구지영)은 창작 초연 뮤지컬 ‘북성로 이층집’을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가온홀에서 선보인다.뮤지컬 ‘북성로 이층집’은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이 얼마나 나약하고 작은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아냈다. 동시에 개인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자 한다.줄거리는 북성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 학생 류지, 류지에게 마음이 흔들리지만 애초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는 분이, 그런 분이를 사랑하는 현태의 이야기이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역사의 풍랑 속에 자신만의 가치와 신념을 지켜내고자 애쓰는 세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창작 초연 작품인 뮤지컬 ‘북성로 이층집’은 ‘이상한 나라의 안이수’ 손호석 연출, 구지영 음악감독, 장혜린 안무가를 비롯한 제작진들이 다시 모여 이번 여정도 함께 한다.전석 3만 원. 문의: 053-661-3521.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대구시향, 독일의 정통 클래식 선율로 가을밤 물들인다

[{IMG01}]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제460회 정기연주회’를 오는 18일 그랜드홀에서 개최한다. 2019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에 포함된 이번 정기연주회는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한다. 피아노 협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이자 현재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태형이 맡는다.[{IMG02}]먼저 전반부를 이끄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그가 20대 때 작곡한 최초의 대규모 관현악곡이다. 이 작품의 원형은 그가 1854년 경 작곡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알려져 있다. 이 소나타의 1악장을 관현악으로 편성하는데 성공한 브람스는 이를 교향곡으로 발전시키려 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브람스에게 힘든 작업이었고, 결국 약 4년이 흐른 뒤 그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으로 재탄생 됐다. 협연을 맡은 피아니스트 김태형은 타고난 균형감각과 논리 정연한 해석으로 일찍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피아노 주자로 주목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체를 사사하며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김태형은 이후 스승을 따라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도 수학했다. 이후 다시 뮌헨 국립음대로 돌아와 성악가곡반주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실내악과정을 수학했다.제21회 포르투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와 베토벤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2010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5위, 영국 헤이스팅스 피아노 협주곡 콩쿠르 우승 및 청중상을 수상하며 국내와 유럽 무대에 저력 있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로열필하모닉, 러시아내셔널필하모닉,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 도쿄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후반부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을 들려준다. 베토벤이 본격적으로 이 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11년 가을부터이며, 이듬해 5월 완성됐다. 교향곡 제6번 이후 3년 만에 쓴 교향곡이었다.교향곡 제7번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명쾌하고 역동적인 리듬이다. 동시에 이 곡에는 인간의 강한 의지와 주장의 관철, 추진력 등이 베토벤의 독자적인 음악성으로 드러나 있다. 총 4악장으로 이뤄져 있다.R석 3만 원, S석 1만6천 원, H석 1만 원이다. 문의: 053-250-1475.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밤잠 줄이며 쓴 글 가을 되자 결실로 돌아와”

분주한 여름을 보냈다. 기계처럼 돌아가는 하루 일과 속에서도 짬짬이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계절은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다.‘말무덤’이라는 소재를 잡고 밤잠을 줄이며 쓴 원고지가 대추알 영그는 가을이 되자 결실이 되어 돌아왔다. 작은 결실이지만, 나비가 꽃술에서 꿀을 빨 듯 달콤하다.문학이란 그런 것인가. 나비는 문학이라는 꽃밭에서 힘찬 날갯짓을 하며 더 멀리 날아가고 싶어 한다. 누구나 공감하는 따뜻한 글 한 편을 건지기 위해 지나간 시간의 강 언저리를 더듬더듬 헤맨다.어느 강 어느 들판에서 얼마나 헤맬지 모르지만, 문학의 향기를 찾는 일이라면 아무리 외로워도 주저앉지 못할 것 같다. 나의 삶에서 글을 쓸 때가 가장 순수해지므로. △2016년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2017년 백교문학상 수필 우수상 △2018년 우리 숲 이야기 공모전 우수상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말무덤

장려상 신숙자말은 할 탓이고, 길은 갈 탓이라 했던가. 한적한 시골길로 우회하다 고향 동산 같은 솔밭 언저리에 닿았다.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은 마을 입구에는 매미들이 야단법석이다. 쉴 새 없이 울어 대는 고고성에 귀가 찢어질 듯 쩌르렁거린다.표지판이 없다면 말무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도린곁에 자리한 언총言塚이다. 무슨 곡절로 이처럼 속박됨이 없는 예천군 지보면에 말무덤이 생겼을까. 콩밭과 봉분 사이에 경계선이 없어 다가서기가 수월치 않다. 빙 둘러 무덤 앞에 서자 인적에 놀란 방아깨비들이 화들짝 달아난다. 떼가 잘 앉은 봉토 위로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올라선다.진즉에 묻어 버려야 할 말 보따리가 내 가슴에도 있다. 뱉은 사람은 잊고 사는데 상처가 된 말은 옹이처럼 박혀 지워지지 않는다. 남이라면 영영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족이라 미워할 수도 없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풀지 못했던 말 보따리를 이곳에다 묻어버린다면 돌아가는 길은 민들레 홀씨처럼 가벼워지지 않을까.여러 해 전, 시어머니 장례를 치르느라 다들 지쳐 있을 때였다. 아랫동서가 혼자 밥 먹기 눈치 보인다면서 같이 한술 뜨자고 했다. 장례 기일이 사일 장이라 웬만한 손님은 다 치른 뒤였다. 먹는 일까지 큰동서 눈치 보는 일이 못마땅해 국밥 한 그릇 같이 들었다가 벼락같은 고함과 함께 삿대질을 받았다. 이유는 손님들 있는 데서 상주가 숟가락을 든다는 것이었다.비록 부모를 땅에 묻어야 하는 죄인이지만, 먹는데 눈치 주는 큰동서나 밥그릇을 들고 눈치 보는 아랫동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솜뭉치같이 순한 아랫동서를 대신해서 밥은 먹어야 견딜 것 아니냐고 대꾸했다가 안 그래도 우울한 초상집에 찬바람만 더 일으켰다. 상주의 신분이 아니었더라면, 또 동서의 만류가 없었다면 그간 섭섭했던 말들을 죄다 짚고 넘어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그동안 큰동서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부모 맏잡이라는 옛말이 아니라도 나이로 보나 서열로 보나 대들 수 없는 상대다. 마음의 문이 닫힐수록, 뱉고 싶었지만 뱉지 못했던 말들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었다. 쓴 뿌리 같았던 말들을 가슴에 쟁여 둘 것이 아니라 그곳이 어디든 나만 아는 말무덤에다 묻었더라면 여태 마음 밭이 척박하지 않았을지 모른다.생각해 보면 내가 지은 구업口業이 친구의 심장에 비수가 되어 꽂힌 적이 있었다. 남편과 헤어지면서 아들 둘 양육권까지 빼앗긴 친구에게 할 소리는 아니었다. “입때까지 니가 어떻게 살아왔으면 아이들이 엄마를 버리고 아빠를 선택했을까.” 일침을 맞은 친구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안 그래도 이혼이라는 쓰라린 상처를 입은 친구에게 불화살을 꽂은 격이 되었으니 실언도 이만저만 큰 실언이 아니었다.사람 입에서 나온 독은 뱀독보다 무섭다고 했다. 위로는 못 할망정 망언을 뱉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누군가의 신발을 직접 신어보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상대의 처지를 바꾸어 보는 것만이 악담을 줄이는 최선일 것이다. 큰소리친다고 해서 옳은 말이 아닌 것처럼, 할 말을 못 한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지 않은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우물쭈물 넘어 가버린 자신의 언행이 한심스러워 도리질 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의 수단을 꼽으라면 단연코 말이 으뜸이다. 필요에 의해 오고 가는 말이지만, 자신도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총칼보다 강한 실언으로 상대의 가슴에 상처 주기가 비일비재하다.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고 했다. 한번 입 밖에 낸 말실수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가르침을 매미들이 떼창으로 일러준다. IT 산업이 발전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오프라인에서 하는 말보다 더한 모욕감으로 타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익명성을 믿고 무심코 던진 몇 줄의 댓글이 날카로운 도끼가 되어 타자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말의 힘이 얼마나 컸으면 악성 리플에 시달린 연예인들이 자살로까지 이어질까.각성바지들이 모여 살면서 사사로운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마을이지만, 말무덤이라는 처방으로 평온을 찾았다. 인터넷 세상이라고 말무덤이 없는 건 아닐 성싶다. 어디라도 좋을 나만의 가묘를 만들어 놓고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복토한다면 온라인 세상도 한층 더 정화되지 않을까. 상대방에게 모욕과 치욕을 주기보다 용기와 희망이라 선한 댓글로 응원한다면 서로의 마음이 따뜻해지리라 믿는다.구업여산口業如山이라 했던가. 올라선 말무덤이 예사롭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속을 비워냈으면 봉분의 크기가 왕릉을 닮았다. 예천군 지보면 마을 사람들이 온갖 잡말이 묻힌 오백 년 고총을 오늘날까지 지켜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혼자 살 수 없는 인간 세상, 어떤 형태로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름 평화를 위해 고안해낸 말무덤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말무덤을 돌아서려니 또 다른 누군가의 가슴에 말 방아를 찧어댄 일이 없는지 걱정스러워진다. 살면서 알게 모르게 뱉은 실언이 어디 한두 마디뿐이었겠는가. 내가 뱉은 말실수가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가 되어 있지 않기를 빌어볼 뿐이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한국의 우수한 소리문화를 재조명 한다.

통일신라시대 성덕대왕신종 일명 에밀레종을 주제로 한국의 우수한 소리문화를 재조명하는 ‘제7회 신라 소리축제 에밀레전’이 12일 경주 첨성대 잔디광장 일대에서 열린다.BBS대구불교방송이 주최하고 경상북도, 경주시, 불국사 등이 후원하는 이번 축제는 현존하는 세계의 종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의 가치와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신라 천년고도 경주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매년 큰 인기를 끌었던 4t 규모의 에밀레 모형종 타종행사를 비롯해 성덕대왕신종 비천상 탁본 및 인경체험, 신라복입기, 에밀레종미니어처 및 종모양 풍선접기 30여 개의 신라문화 체험 마당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에밀레’전의 백미로 꼽히는 ‘신라 간등회(看燈會)’는 한국 전통 등의 효시인 신라시대 간등(看燈)을 재연하는 행사로 대형 공작등과 용(龍)등, 신라토층 모형탑 등을 비롯한 대형 전통 등이 첨성대를 배경으로 은은한 야경을 연출할 에정이다.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공연도 펼쳐진다. 이정필 수석지휘자 외 50여 명이 출연하는 경북도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에서는 무용단이 ‘천마의 비상’으로 포문을 열고 ‘큰애기 반봇짐’, ‘배치기’, ‘난감하네’, ‘너영나영’ 등 국악가요가 꾸려진다. 이어 ‘바이올린과 국악의 만남’, ‘혼의 소리 아리랑’ 등으로 경주의 가을밤을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마지막 무대는 인구가수 홍경민, 박미경 등이 출연해 히트곡을 선사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유쾌하고 감독적인 스토리로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연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올 가을,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스토리로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공연이 12일 저녁 7시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 무대에 오른다. ‘식구를 찾아서’는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두 할머니와 세 마리 동물들이 나오는 소박한 휴먼 드라마 뮤지컬이다. 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박복녀 할머니와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운 아들에게 버림받은 지화자 할머니의 눈물겨운 외로움과 소외를 유기된 세 마리 반려동물이 등장해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너무나 현실적인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따뜻한 감동과 해학으로 현대사회의 노인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작품이다. 발랄한 성격의 두 할머니와 반려동물의 좌충우돌 해프닝이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이 함께하는 감동을 선사하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하고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이 주관하는 2019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으로 진행된다.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7세 이상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전석 1만 원이다.자세한 내용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홈페이지(http://art.andong.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문의: 054-840-3600. 김진욱 기자 wook9090@idaegu.com

고교생 소리꾼 박은채 판소리 흥보가 완창 무대

이명희 판소리 명창 외손녀 박은채가 흥보가 완창 무대를 12일 오후 1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연다.경북예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소리꾼 박양은 이명희 명창의 외손녀로 명창의 피를 이어받아 5세부터 탁월한 소리실력으로 굵직한 행사에서 초청 공연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삼성전자가 주최한 장학생에 선정되기도 했다.이번 공연에서는 판소리 흥보가를 완창(2시간30분)한다. 판소리 완창은 암기력, 체력, 실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무대여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날 공연의 고수는 이태백 명고(목원대 한국음악과 교수), 가야금 반주는 한선하 명인(전 국립창극단 수석 반주,수성 가락보존회 회장)이 맡는다.판소리는 박양 집안의 전통이다. 외증조할머니 차일분에서, 할머니 이명희 명창(대구시무형문화재 제8호 판소리 예능보유자), 어머니 정정미(대구시 무형문화재제8호 판소리 전수조교), 그리고 박은채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명창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박양은 “할머니 뒤를 이어 영남 지역의 판소리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계승의 포부를 가지고 할머니가 계시는 저 멀리 하늘까지 닿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소리부르겠다”며 공연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전석 무료.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김민수 작가의 ‘영웅부적’ 시리즈 신작 선보여

화려한 색감과 슈퍼 히어로들의 다양한 모습을 현대적 이미지로 담아내며 전통 민화를 재해석하고 있는 김민수 작가의 ‘영웅부적’ 시리즈 신작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전시가 롯데갤러리 대구점에서 마련됐다.‘Hero Talisman: 김민수 전’은 오는 29일까지 롯데백화점 대구점 8층 롯데갤러리에서 진행된다.악귀를 쫓고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부적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글씨로부터 알 수 없는 그림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김민수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입신출세를 의미하는 닭, 잡귀를 물리치는 호랑이 등 전통적인 민화의 소재들에서 벗어나 현대의 대중문화 속 주인공인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해 사귀를 쫓고 경사를 맞이하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역할을 수행한다.또 성모마리아, 부처, 여러 종교의 신들이 등장하여 길상의 의미를 작품 속에 더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영웅부적시리즈 신작들은 전통적 이미지와 현대적 이미지가 한 공간에 어우러져 화려한 색채를 통해 현대적인 영웅부적의 에너지를 강렬하게 표현하며 작가만의 작품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민화를 모티브로 한 김민수의 작품에 주로 사용되는 붉은색 바탕은 예로부터 나쁘고 그릇된 것을 내쫓는 벽사(僻邪)의 기본이 되는 색으로 부귀, 열정, 에너지를 상징한다. 현대 대중 이미지에서 소재를 얻어 팝 아트적인 요소와 붉은 색으로 표현되는 작품은 장식적이기도 하지만 길상적인 의미가 표현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김민수의 작품에는 현대인들이 바라는 것을 민화의 정신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욕망의 구현을 벗어나 보다 확대된 사회적 욕망의 구현을 도모하고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벽사의 의미와 부적이 지니는 주술성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작품은 전통적인 민화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길상적 의미를 화폭에 담아내고자 한다.민화의 전통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소재나 구성, 재료 등을 자유롭게 구사해 표현하는 작품은 현대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담고 있어 관람객에게 더욱 친근하게 선보인다.문의: 053-660-1160.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천재화가 이인성을 주제로 한 창작발레 ‘카페 아루스’ 선보여

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은 대구시티발레단과 공동기획으로 지역 문화예술계 천재화가 이인성을 주제로 한 창작발레 ‘카페 아루스’를 오는 13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선보인다.‘카페 아루스’는 2017년 대구의 새로운 문화인물에 대해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창작발레로 제작된 작품이다. 올해 대구문화재단의 지역협력형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역문화예술 특성화지원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성공적인 지역문화인물을 발굴한 콘텐츠로 인정받았다.대구시티발레단은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인물을 발굴, 재조명하고, 이인성의 삶과 그의 업적으로 남아 있는 미술작품을 선보임으로써 미술과 무용이 만나는 특별한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카페 아루스’는 이인성 개인적 삶의 이야기와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우혜영(예술감독)이 안무, 이국희(온누리 극단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주역 무용수로는 우혜영, 장오, 정경표 등이 출연하고 대구시티발레단 무용수 등 마흔여 명이 무대에 오른다. 아루스 다방은 화가 이인성이 아담한 객실, 심령의 안식처, 예술의 전당, 도서실 등으로 활용할 만큼 모든 것에 애착을 가진 장소이자 그의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이인성은 1912년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태어났다. 생전 서구의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 화풍을 자신만의 색채로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민족의 삶과 고향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향토적 서정주의 분야의 지평을 열었다. ‘카페 아루스’는 이인성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재로 작품 속 이미지들을 극대화하고, 숨어 있는 이야기를 되살려내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다.39세의 짧은 생을 살아온 이인성의 희로애락이 담겨진 다양한 미술작품들과 영상, 음악, 신체극적인 연출이 결합된 발레 공연이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고, 대구를 항상 그리워하며 사랑했던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VIP석 3만 원, R석 2만 원, S석 1만 원. 문의: 053-668-1800.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대구오페라하우스 신임 대표 박인건씨 선정

대구오페라하우스 신임 대표에 박인건(62) FACP(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이 선정됐다.대구오페라하우스(이사장 권영진 대구시장)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 심의를 거쳐 추천된 후보 중 박인건 FACP 부회장을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에는 총 8명이 응모해 경합을 벌였다.박 신임 대표는 경희대학교에서 기악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음악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장, 한국방송공사(KBS)교향악단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30여 년간 예술행정가로 다양한 공연문화예술 현장에서 활동했다.충무아트홀의 성공적인 개관을 이끌었고, 경기도문화의전당 및 한국방송공사(KBS)교향악단에서는 사장으로 재임하며 재단법인화와 조기 정착에 기여한 바 있다.박인건 신임 대표 내정자는 “지난 30여 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재단법인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대구시민에게 사랑받고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 시키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소설,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소설책의 큰 장점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간접 경험하게 해준다는 것이다.이번에 소개하는 3권의 소설은 모두 미국, 중국, 일본인 저자의 생각과 세상 속으로 독자를 데리고 간다.베트남계 미국 이민자로 미국인이 되기 위해 처절했던 삶의 순간부터 주변에 있을 법한 도쿄의 작은 선술집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또 다른 감정이입을 자아낸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오션 브엉 지음/시공사/360쪽/1만4천800원이 책은 베트남계 이민자인 저자가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퀴어로서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폭력의 시대를 관통해온 가족사와 그 속에서 짧게 꽃피는 희망의 순간들을 먹먹하도록 아름다운 문장을 그려냈다.28세의 화자인 ‘나’가 글을 읽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베트남계 이민자인 ‘나’는 아직 살아 계신 엄마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이고 어머니는 영어를 읽지 못하는 문맹이다. 나는 가닿을 수 없는 편지를 썼다 지우면 혼잣말과 내밀한 고백 사이를 오간다.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가 잠깐 돌아오는 현명함으로 어린 손자에게만 열어 보인 특별한 삶의 단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던 어머니와의 거칠지만 애정 어린 유년기의 기억들, 그리고 어머니는 알지 못하는 소년 트레버와 함께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아가는 청소년기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등장한다.이름도 없이 ‘일곱째’라고만 불리던 할머니가 나이가 세 배나 많은 남자에게 시집갔다가 도망쳐 전쟁통의 베트남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성노동자로 일하며 딸아이를 키우고, 그 딸이 자라서 열일곱 무렵 ‘나’를 낳았다. 내가 두 살 때 가족은 미국으로 넘어오고, 나는 가족 중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가족의 통역사로 성장한다. 가난한 베트남계 이민자로 또래 속에서 차별을 경험한 나는 열네 살에 담배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농장주의 손자 트레버와 친해진다.복잡한 삶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잊게 해주는 존재를 만난 나는 열일곱 살 때 엄마에게 성정체성을 고백하며 가족을 떠날 각오를 하지만 엄마는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몇 년 뒤 맨해튼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트레버가 2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몇 달 뒤 할머니의 죽음을 겪는다.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트레버와 나, 모두가 감내해낸 이 고난스러운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오랫동안 표현할 수 없던 생각을 어머니에게 편지로 쓰기 시작한다. ◆은하식당의 밤사다 마사시 지음/토마토출판사/376쪽/1만3천800원동네 작은 술집 ‘은하식당’은 동네의 사랑방과 같은 곳이다. 도쿄 변두리 요쓰기 일번가 한복판에 자리한 이곳은 카운터 석만 있는 선술집이라서 식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곳은 술에 안주는 기본이고 가게의 분위기이며 예순 살 안팎으로 보이는 쥔장의 고상하고 품위 있는 언행까지 모든 게 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은하식당의 단골들은 저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은하식당에 모여든다.이 소설은 총 6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소설이다. 모두 은하식당을 찾은 단골손님들의 전해주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가쓰시카 경찰서 소속 경찰관 헤로시가 전하는 ‘첫사랑 연인의 동반 자살’에서는 혼자 조용히 외롭게 살다 숨을 거둔 할머니가 사랑했던 사람을 칠십 년 동안 기다리며 살아온 이야기다.우체국집 아들 후토시가 전하는 ‘매달 배달되는 돈 봉투’에서는 초등학교 근처 오래된 큰집에 살며 아이들에게 무서운 할머니 ‘가리바’라는 별명을 가진 시노 씨에게 7년 동안 매달 돈 봉투를 배달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담았다.경금속 가공 회사에 일하는 겐타로가 전하는 ‘지독하게 운 없는 남자’에서는 지독하게 운도 없고 재주도 없는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가 파란만장하게 전해진다.보험회사 여직원 게이코가 전하는 ‘서투른 사랑’에서는 우연한 기회에 위기에서 구해준 어린 연인과 연이 닿아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고 힘이 되어주는 모습을 그렸다.‘요괴 고양이 삐이’는 재즈 찻집을 하는 가스오에게 죽기 전에 꼭 듣고 싶은 재즈 음반이 있다며 치요 씨가 찾아온다. 이천 장이 넘는 SP판 중에서 치요 씨의 오빠가 생전에 들었던 곡을 찾을 수 있을까. 치요 씨의 집에 사는 고양이의 비밀은 무엇일까.‘첼로 켜는 술고래’에서는 ‘은하 식당’의 수수께끼 마스터의 사연이 소개된다. 더불어 안주인인 ‘어머니’라 불리는 여인에 대해서도 정체가 밝혀진다. ◆암시한사오궁 지음/책과이음/520쪽/1만8천 원“언어 따위가 일찍이 다다른 적 없는 곳에도 삶이 존재할 수 있는지, 또 그와 같은 진짜 삶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언어 밖의 이미지에 관한 책이다.1부는 서로 다른 장면, 표정, 얼굴, 복장, 의식 및 기타 사물에 숨은 정보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꼬집는다. 그리고 난 후 저자는 독자와 함께 이러한 이미지가 우리의 개인적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냉철하게 탐색한다.예를 들어 2부에서는 이미지가 우리 기억, 감정, 느낌, 개성, 그리고 우리의 운명에 어떻게 간섭하는지 고찰하고, 3부에서는 이미지가 사회와 경제, 정치, 교육, 문명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탐색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언어와 이미지가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과 함께 그 안에서 현대사회가 당면한 지적 위기를 희화적으로 짚어낸다.기억 속 이미지는 과거의 시간에 갇혀 아무 말 없이 움츠리고 있지만 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우리 삶에 특징적인 부호와 표지로서 자리매김한 채 우리의 기억과 감각, 감정과 성격, 그리고 운명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것이다.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무수한 언어 밖 사물이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 폭력과 도시화, 그리고 문명 발전에 끊임없이 개입해 힘을 발휘한다. 장면, 표정, 얼굴, 복장, 의식 등 갖가지 익숙한 사물과 개념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재평가는 어느 순간 우리를 이방인처럼 낯설게 만들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게 만들기도 한다.암시는 어떤 사건에 대한 의미의 침투 현상이자, 감각기관의 사전 검증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대수롭지 않은 암시를 무시하고 만다. 그것은 일종의 도피이자 은폐다.낯섦에 익숙한 현대인은 온 힘을 다해 익숙했던 사물이 주는 암시를 외면한다. 이 책은 그렇게 지나가버린 것들을 이야기한다.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책꽂이

에너지충전 = 신나게 시소를 타는 율동이를 보며 선동이는 마치 대단한 비밀을 말하듯 사실 율동이가 로봇이라고 속삭인다. 율동이는 이번엔 형의 거짓말에 속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어깨에 있는 주삿바늘 자국을 ‘로봇 자국’이라고 그럴싸하게 꾸미는 형의 말에 속아 결국 자신이 로봇이라고 믿고 만다. 그때부터 선동이는 로봇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는 핑계로 율동이를 부려 먹기 시작한다. 선동이는 동생을 마냥 놀리기만 하는 개구쟁이 형처럼 보이지만,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동생을 보살피는 듬직한 형이기도 하다. 율동이가 로봇이라는 엉뚱한 농담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다양한 방법, 에너지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펼쳐지면서, 둘만의 끈끈한 형제애까지 잘 담아내고 있다. 박종진 지음/소원나무/44쪽/1만3천 원소나기 놀이터 = 빗방울을 주인공으로 해 한여름에 소나기가 내리는 풍경과 정취를 산뜻하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먹구름이 몰려오자 놀이터는 적막해진다. 하지만 이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놀이터는 또 다른 세상으로 변한다. '와, 우리 놀이터다!'라고 외치며 기다렸다는 듯 신나게 뛰어내리는 소나기 빗방울들. 이파리 위에서, 모래밭에서, 거미줄에서 또 놀이 기구에서 마음껏 뛰고 구르고 튕기고 미끄러지는 빗방울들의 활달한 모습이 생기 있게 펼쳐진다. 책은 비 오는 날이면 밖에 나가 놀지 못해 지루해하는 어린이들에게 산뜻한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박성우 지음/창비/36쪽/1만3천 원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