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애가/ 엄원태 이 저녁엔 노을 핏빛을 빌려 첼로의 저음 현이 되겠다/ 결국 혼자 우는 것일 테지만 거기 멀리 있는 너도/ 오래전부터 울고 있다는 걸 안다/ 네가 날카로운 선율로 가슴 찢어발기듯 흐느끼는 동안 나는/ 통주저음으로 네 슬픔 떠받쳐주리라/ 우리는 외따로 떨어졌지만 함께 울고 있는 거다/ 오래 말하지 못한 입, 잡지 못한 가는 손가락,/ 안아보지 못한 어깨, 오래 입맞추지 못한 마른 입술로 ...... - 시집 『물방울 무덤』(창비,2007).......................................................... 오래 전 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 가서 얼마 되지 않았는데 12월이었다. 대구에서는 이례적으로 14층 발코니 창밖에 함박눈이 흩날렸고 불현듯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헨델의 라르고인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그윽한 첼로 선율이 깔린 클래식CD를 밀어 넣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눈 오는 날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도 와인과 벽난로는 없더라도 몸이 푹 파묻히는 소파가 있어야 하고 거실도 좀 넓어야겠다는.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이사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첫 사랑의 마른 입술을 힘겹게 추억하며 힘껏 들었어야 할 음악이 있다. 그럼에도 내 불운과 불찰과 무지가 겹쳐 그러지 못했다. 속으로 소리를 조이고 삼키면서 우는 바흐의 ‘샤콘느’를 알지 못했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애잔하지만 그저 평범한 바이올린 곡으로 알았다. 오래전부터 울고 있었던 날카로운 선율이 가슴 찢어발기는 흐느낌인줄 몰랐던 거다. 바흐의 중후한 울음은 확실히 남성적이었다. 첼로의 낮은 음이 통주저음으로 비탈리의 슬픔을 떠받쳐주었다. 따로 울지만 ‘함께 울고 있는’ 거였다. 한없이 내려와 가랑이 사이에서 내리긋는 보잉은 모든 내장기관과 피부의 솜틀까지 전율케 한다. 이성복 시인은 음악이란 시에서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보면 음악을 몰랐던 것이다. 음악을 듣긴 들어도 진짜로 음악에 빠져본 경험이 내겐 없었던 것이다. 언젠가 ‘나는 가수다’라는 텔레비전 프로에서 가수가 노래하는 동안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대는 관객을 보면서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몰입해서 들으면 정말로 저렇게 심금을 울리기도 하는가보다 이해했었지만 나는 한 번도 클래식이건 대중가요건 음악을 들으면서 울어본 기억은 없다. 오래전 평양공연을 다녀온 조용필이 자기 노래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을 했다.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노래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기에, 마음이 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음악을 통해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눈물 흘리는데 옆의 눈치 보겠나. 서로의 마음을 활짝 열었던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혼자 울지만 유행가건 클래식이건 음악에 빠져들 땐 그것이 다 내 이야기고, 내 슬픔과 감정에 이바지한 선율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들 ‘외따로 떨어졌지만 함께 울고’있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오래 말하지 못한 입, 잡지 못한 가는 손가락, 안아보지 못한 어깨, 오래 입 맞추지 못한 마른 입술’ 그 사이로 복제되지 않은 사랑은 끝없는 비상을 한다. 현의 슬픔이 가랑이보다 더 깊은 골짜기로 이끈다.

대구공항 이전 반대, 반향 없는 목소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곳곳에 암초다. 이제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는데도 반대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전 작업에 적극적이었던 김영만 군위군수는 구속됐다.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이 대안이라며 계속 딴죽을 걸고 있다.군위 우보와 의성 비안·군위 소보의 주민투표 결과를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칫 선정 절차가 무산될 수도 있다.이런 판국에 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대구시청 광장에서 지난 11일부터 대구 민간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 단체는 통합신공항 이전 추진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대구공항 이전을 반대해 왔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와 이전 반대 서명운동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대구공항 이전의 부당성을 알렸다. 급기야 이 단체의 사무국장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 지키기 운동본부’의 강동필 사무총장이 동장군을 무릅쓰고 광장에 나앉았다. 강 총장은 시민 호소문을 통해 대구공항 이전은 대구의 미래 경쟁력을 뿌리 째 없애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시민들에게 대구공항 지키기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공항 이전 시 대구는 공항이 없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대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무안·김해공항 등은 국비로 건설하는데 대구만 공항을 팔아 군사 공항을 지어주고 군사 공항에 더부살이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구공항 이전 후적지 개발비용 보다 이전 비용이 더 들어 대구시를 파산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했다.그는 또 시민 70% 이상이 대구공항 존치를 원하고 있는데 시민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대구공항을 없애려고 하는 만큼 대구시와 정치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대구공항은 KTX 개통 이후 한때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오죽하면 예천 공항 등과 함께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겠나. 하지만 해외여행 붐과 잇단 저가항공사의 취항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펄펄 날았다. 그러다가 일본 여행 불매운동의 여파로 주춤하고 있다. 성장세가 꺾였다. 여기까지가 한계인지도 모른다.대구공항은 시내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동대구역과 가까운 등 접근성이 최대 장점이었다. 그런데 대구시가 동구 주민들의 소음 민원을 빌미 삼아 경북도내 이전을 결정한 것이다. 항공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하늘길은 도시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군위와 의성의 주민투표도 불과 한 달여 기간밖에 남지 않았다. 어떤 결정이 나도 후유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대구의 미래를 위해 대구공항만은 사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단식에 돌입한다”며 광장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는 시민활동가의 대답 없는 외침을 대구시와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청년이 만들어가는 문화

청년이 만들어가는 문화 배소연대구미래여성연합 부대표 청년들의 트랜드가 변화하고 있다.서울대 소비트랜드 분석센터는 2018년 대한민국 소비트랜드로 ‘소확행’을 뽑았다.이는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유행한 ‘인생은 한번 뿐이다((You Only Live Once)’ 라는 YOLO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 미래의 걱정을 완전히 내려두고 당장 자신의 행복을 즐겨온 문화는 현실과 부딪히며 조금씩 줄어들었고 이 후 미래도 챙기고 자신의 행복도 즐기자는 문화가 새롭게 생겨난 결과이다.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행복도 ‘미니멀’하게 즐기는 시대가 온 것 이다.20대가 되고난 후 스펙 쌓기와 자기개발 등을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은 취업과 취업 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쉽게 이룰 수 없게 된 것은 현실이다. 지친 삶 속에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 트랜드가 된 것이다.새로 생긴 예쁜 카페 디저트와 SNS속 유명한 음식점 음식을 맛보기 위해 줄을 서야 할 만큼 장사가 잘되는 이유 것은 새로워진 트랜드가 반영된 결과다.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짧은 점심시간 동안 최고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시간을 쪼개 커피를 사 들고 직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처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여유와 만족을 찾는다.소확행 문화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감성에 개성을 더한 ‘갬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과 더불어 자신만의 감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는 문화가 생겼다. ‘홈트레이닝, 홈카페’ 등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공간 안에서 자신에게 딱 맞춘 취미를 즐긴다는 것이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또한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이 꿈꾸던 것을 영상으로 대리만족 하는 문화도 생겨났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음식을 먹는 영상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고 여행 영상, 더 나아가 일상을 기록하는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인 VLOG를 보며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여행 영상을 보며 언젠가 그 곳에 있을 나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청년 문화의 핵심은 삶을 즐기는 마음가짐 즉 스스로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모여 행복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청년들의 불안과 우울을 날려버리고 삶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우리들이 만드는 행복문화가 트랜드를 선도하길 바래본다.

한파와 함께 겨울철 동고동락

한파와 함께 겨울철 동고동락전준항대구지방기상청장 기상청은 늘 대중의 관심과 질타를 한 몸에 받는 국가기관 중 하나이다.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날씨를 다루기 때문이다. 날씨는 우리가 매 순간 겪는 것이지만 늘 새롭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아주 사소한 의사결정에서부터 파급력이 큰 의사결정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한 개인으로서는 ‘오늘은 어떤 옷과 신발을 신을까?’, ‘다음 주 여행을 갈 텐데 그곳 날씨는 어떨까?’를 궁금해 하고, 농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날씨가 동식물의 생육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늘 노심초사하고,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리 대비한다. 나아가 여러 산업 분야에서는 각종 질병의 전파, 전력량 수급, 교통량 증감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바꿔놓는 전쟁에서도 날씨로 인해 승패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있음은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여름이 지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바야흐로 겨울이 다가왔다. 기상청에서는 매일, 매 계절이 어렵고 낯설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특이기상의 발생이 증가하는 경향이기 때문에 잠시도 방심할 수가 없다.겨울철의 주요 이슈는 역시 한파이다. 이번 겨울철 기상전망에 따르면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으나,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가 있어 기온의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상청에서는 올겨울부터 한파 영향예보를 시범서비스로 시행한다.기상청에서는 기상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저감을 위해 영향예보를 추진 중이며 그중에서도 폭염 영향예보 정규서비스를 2019년부터 시행하였다. 더 나아가 올겨울에는 한파에 대해서도 지역 맞춤형 분야별 상세 한파 영향정보를 제공하여 한파 피해 저감에 실제적인 지원을 하고 영향예보 요소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자 한파 영향예보의 시범서비스가 시행되는 것이다.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를 맞고 있는 요즘은 많은 정보가 빠르게 생산되고 또 잊혀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우리 정부조직들도 국민들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정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던 일기예보도 그 형태와 방법이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과거 전국의 대표지점의 최고·최저기온에 대해서만 예보하던 것이 예보지점을 점차 늘려 지역의 동네별로 볼 수 있는 ‘동네예보’로 예보를 하고 있고, 최고·최저기온 뿐 아니라 3시간마다의 정시기온도 예보하고 있으며, 또 향후 이틀에 대한 예보를 3일~10일까지 예보하는 등 예보 기간까지 점차 늘려서 예보하고 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기상에 대해서는 좀 더 강하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자 영향예보라는 또 다른 형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기온이라도 해안과 내륙 등 지역에 따라 체감할 수 있는 영향이 서로 다르기에 지역과 분야에 따라 피해 정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여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 정보를 받아보는 수요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로 살아남으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정보 자체에 힘이 있었다면 현재는 방대한 양의 정보 중에 필요한 소스만을 추출하고 새롭게 가공하고 융합하여 적재적소에 필요한 정보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파 영향예보의 시범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피드백 받고 수정·보완해 나가면서 유용한 정보, 양질의 정보로 만들어 갈 것이다. 혹독한 추위 속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겨울이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겨울이 주는 즐거움까지 잊을 순 없다. 추운 날씨이기에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고 겨울이 겨울답게 추워야 비로소 빛을 보는 다양한 경험들이 또 있지 않은가. 겨울이어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추억과 함께 동짓날 따끈한 팥죽 한 그릇이 행복한 겨울. 다가올 한파에도 큰 피해 없이 즐겁고 슬기롭게 이 겨울을 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대 국회의원, 전부 바꾸라는데

20대 국회의원, 전부 바꾸라는데20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0년 5월 29일까지이다.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4개월 앞둔 현재 20대 국회의 내부 평가는 엄정하다. 동물국회나 또는 식물국회라는, 역대 국회 중 가장 무능한 국회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당내에서조차 좀비정당이라는 자책과 비난이 쏟아지면서 모두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한국당 3선의 김영우 의원은 “20대 총선 막장공천으로 당을 분열시키는데 책임이 있는 정치인,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가호위했던 정치인, 거친 언어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면서 당을 어렵게 만든 정치인도 이제는 물러가야 한다”고 말했다.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던 유민봉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됨으로써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실망감을 줬다”며 “국회와 특히 지난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3선의 김세연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두 분이 앞장서고 선배 동료 의원들도 다같이 물러나자”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깨끗하게 해체하고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핵폭탄급 메시지를 던졌다.국회 밖에서도 한국당의 변신을 바라는 이들의 선언은 나왔다. 대구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대 공천 파동의 수혜를 입은 대구·경북 의원들은 차기 총선 불출마에 앞장서라”고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다.홍준표 전 대표는 “탄핵 당한 한국당의 공천 핵심 방향은 탄핵에 대한 책임이 있는 박근혜 정권의 장·차관, 청와대 수석, 새누리당 요직에 있었던 사람들을 정리하는 쇄신 공천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그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그들의 주장이 모두 옳다는 것도 아니고 수용할지 여부도 자유한국당의 문제다. 그러나 정작 자유한국당의 최대 지분을 가진 대구·경북 지역구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런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고 더구나 자기를 희생하지도 않았다. 김영우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판사와 검사, 장·차관과 장군 등 이른바 사회적으로 성공한 특권층만으로 채워진 웰빙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러한지,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의 출신 면면을 대표 전직을 찾아 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20대 총선 당선자 기준으로 대구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 8명, 민주당 1명, 무소속 3명이었다. 새누리당은 곽상도(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정종섭(행자부장관) , 김상훈(대구시 경제통상국장), 정태옥(대구시 행정부시장), 곽대훈(대구시 달서구청장) 윤재옥(경기경찰청장), 조원진(재중국한국인회 부회장), 추경호(국무조정실장) 등이었다.더불어민주당은 수성구갑 김부겸(4선·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간사) 의원이었고 무소속은 유승민(여의도연구소장), 홍의락(19대 민주당 국회의원), 주호영(대구지법 부장판사) 등이었다.이들 중 주호영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홍의락 의원은 민주당으로 조원진 의원은 우리공화당(전 대한애국당)으로 유승민 의원은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경북 국회의원은 13명 모두 새누리당이었다. 김정재(서울시의회 의원), 박명재(행자부 장관), 김석기(서울지방경찰청장), 이철우(경북도 행정부지사), 김광림(재경부차관) 백승주(국방부차관), 장석춘(한국노총위원장), 최교일(중앙지검장), 이만희(경기지방경찰청장), 김종태(국군기무사령관), 최경환(새누리당 박근혜대통령후보 비서실장), 강석호(새누리당사무부총장), 이완영(대구경북지방노동청장) 등이다.이들 중 최경환, 이완영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종태 의원의 당선무효로 2017년 4월 치러진 재선거에서 당선된 김재원(청와대 정무수석)의원과 이철우 의원의 2018년 경북도지사 당선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송언석(기획재정부 차관)의원을 포함 11명이다. 현재 대구 12명과 경북 11명 등 23명의 의원이 있고 이 중 19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또 대구 5명, 경북 7명이 초선이다.

내년 경기 진짜 회복되려면

내년 경기 진짜 회복되려면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지난달 말 발표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시간을 따지자면 2주도 채 지나지 않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바닥론과 재침체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가계와 기업들은 오랜 경기 부진에 위축된 심리가 더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산업활동동향이 어떤 보고서이길래 말들이 많은 것일까? 통상 산업활동동향은 매월 말 발표되는데, 생산과 소비 및 투자와 같은 주요 실물경제의 지난달 실적과 함께 현재의 경기 상황과 미래의 경기 향방을 알려주는 지표들에 관한 해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경기 상황이 어떻든 이 자료가 발표될 때마다 그 내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정책의사결정이 균형점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하지만, 요즘처럼 우리 경제가 갖은 노력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 보고서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현재와 미래 경기 향방에 대한 안이한 판단은 자칫 지금보다 더 큰 경기 부진은 물론이고 비록 경기 부진에서 탈출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정책의사결정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인 판단이 앞선다면 경기 부진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는 있겠지만, 그로부터 머지않은 시일 내에 경기 과열 현상을 불러올 만한 정책의사결정의 유혹에 빠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요 며칠 사이에 일고 있는 논의를 보면 이런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경기 바닥론을 논하는 전문가들은 현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지표가 횡보하는 가운데 향후 경기 향방을 보여주는 지표는 물론 기업과 가계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소폭 개선되어 이 이상 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반면에 재침체 가능성을 논하는 전문가들은 생산과 투자가 모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언제든 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분명한 것은 우리 경제가 경기 바닥을 다지고 있든 아니든, 재침체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들과는 상관없이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논해지는 경기 바닥론이나 경기 재침체론이 기업이나 가계 처지에서 볼 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기업이나 가계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통상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투자와 생산, 고용, 소비가 순차적으로 개선되는 이른바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보이지 않는 한 경기 회복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울렸다고는 할 수 없다. 또 이러한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도록 충분한 정책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심리 개선은 이루어질 수 없다. 경기 바닥론을 말하는 전문가들이 그 근거로 제시하는 심리 즉,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최근 다소나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수준은 매우 미미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추세도 여전히 하락세이다.최근 다시 불붙고 있는 경기 논쟁도 정리되어야 할 때다. 언제나 그렇듯 경기 회복은 기업들이 느끼는 시황 변화에서부터 찾아온다. 외부환경이 어렵더라도 대내적인 투자여건이 개선된다면 기업들은 얼마든지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고, 그만큼 고용도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전체 소득이 증가하면서 자동차처럼 세금 깎아서 소비를 늘리지 않아도 전체 소비는 증가할 것이다.국회 예산결산위원회를 통해 사상 최대 예산안이 의결됐지만 과연 얼마나 경기진작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기 회복에 가장 큰 적은 바로 정책에 대한 민간의 불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튤립에 물어보라

튤립에 물어보라/ 송재학지금도 모차르트 때문에/ 튤립을 사는 사람이 있다/ 튤립, 어린 날 미술 시간에 처음 알았던 꽃/ 두근거림 대신 피어나던 꽃/ 튤립이 악보를 가진다면 모차르트이다/ 리아스식 해안 같은내 사춘기는 그 꽃을 받았다/ 튤립은 등대처럼 직진하는 불을 켠다/ 둥근 불빛이 입을 지나 내 안에 들어왔다/ 몸 안의 긴 해안선에서 병이 시작되었다/ 사춘기는 그 외래종의 모가지를 꺾기도 했지만/ 내가 걷던 휘어진 길이/ 모차르트 더불어 구석구석 죄다 환했던 기억/…… 튤립에 물어 보라.- 시집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민음사, 1997).......................................................튤립은 마치 서양 꽃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쉔부른 궁전에서나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거울의 방’에서 어린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마리 앙투아네트의 손에 들려있을 법한 불꽃송이 왕관 같은 꽃이다. 붉은 튤립의 꽃말은 명성, 매혹, 사랑의 고백이다. 하지만 노란 튤립은 헛된 사랑이란 꽃말을 지녔다. 튤립이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꽃이긴 하지만 원산지는 터키이다. 꽃모양이 회교도들의 머리에 두르는 터번(튤리반드라고 불림)과 비슷하다 해서 갖게 된 이름이다. 1630년 터키에서 건너온 튤립은 네덜란드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았다.17세기는 네덜란드가 세계의 바다를 제패하고 무역으로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던 시대다. 암스테르담은 예술과 사랑, 야망과 욕망으로 뒤얽힌 도시였다. 이 때 투기의 대상으로 튤립의 광풍이 불었다. 터키로부터 튤립이 왕창왕창 수입되었다. 튤립의 소유는 곧 부와 교양의 상징이었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광기와 어리석음은 파국을 맞기까지 거의 30년간 지속되었다. 튤립 하나만 잘 키우면 대박이 터지고 인생 역전이 실현되는 ‘폰지게임’의 광풍에 뛰어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던 비슷한 대형 음모는 그 후 영국에도 덮쳤다. ‘튤립광풍’이란 말은 경제학에서 하나의 은유처럼 받아들여져 한국의 아파트 열기와 비트코인을 말할 때도 언급되었다. 이런 광풍이 휩쓸고 간 유럽에서 모차르트가 태어났다. 세살 때 화음을 감지하고 다섯 살 때 작곡을 시작하였으며, 일곱 살에 교향곡을 작곡하고 열한 살 때 오페라를 작곡한 천재 음악가는 서른다섯인 1791년 12월 5일 세상을 떠났다. 튤립만큼이나 난해하고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시신도 없이 비엔나 스테판 성당의 첨탑에 걸린 태양 속으로 빨려들었다.정신과 의사는 끔찍한 충격을 평범한 경험으로 되돌려 놓으려 하지만 시인은 평범한 경험을 짜릿한 충격으로 바꿔놓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치과의사인 송재학 시인에게 튤립은 어떤 의미고 모차르트는 누구일까. ‘리아스식 해안 같은’ 생각 많았던 사춘기에 그 꽃을 처음 받았고, 시인이 ‘걷던 휘어진 길’에 ‘모차르트 더불어 구석구석 죄다 환했던 기억’을 가진 걸 보면 꽤나 ‘짜릿’했던 추억 같다. 그러나 튤립에게 물어보기 전에 튤립광풍 당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희귀 구근의 값이 훨씬 비쌌다는 사실과 ‘사랑의 고백’에서 ‘헛된 사랑’으로 이어지는 원색적인 꽃말이 내내 걸린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확장재건축과 과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북구 매천동)의 확장재건축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재건축 논의가 시작된 이후 14년 만이다.총 1천75억 원(국비 421억 원, 시비 654억 원)이 투입돼 2023년까지 부지 규모를 확장하고 필요한 시설물을 신축한다.확장재건축 사업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영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공모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시설비의 30%를 국비지원 받게 돼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개선 사업의 필요성은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시설 현대화 사업이 숙원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했으나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쉽지않아 진통을 겪어왔다.‘이전하느냐, 현부지에 재건축하느냐’를 두고도 여러가지 방안이 나왔으나 2014년 현부지 시설 현대화로 일단락됐다.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은 물류 공간, 경매장, 주차장, 냉동창고 등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고 관련 상가, 엽채류 잔품 처리장 등 시설물 재배치 및 물류동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대구시는 안전에 문제가 없는 시설물은 존치시키면서 불합리한 시설은 재배치할 계획이다. 확장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부지면적은 현재 15만4천121㎡에서 1만7천304㎡ 더 넓어진다. 경매장도 3만4천721㎡에서 3천㎡ 이상 확장된다.지난 1988년 문을 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연간 거래 규모는 지난해 기준 55만t에 이른다. 한강 이남 최대 농산물 집산지로 서울가락(244만t), 서울강서(60만t)에 이어 전국 3위 규모다.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인근에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가 있는데다 도시철도 3호선 역세권이어서 최적의 교통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시설 노후, 비효율적 시설배치, 공간 포화 등 문제로 물량처리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13년 8월29일에는 추석 대목에 앞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70여개 점포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는 등 그간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졌다.새로이 선보이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이용 시민과 상인 등 모두에게 편리한 구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채소류와 생활쓰레기 등 각종 쓰레기 처리대책을 완벽하게 세워야 한다. 동시에 주차장을 여유있게 만들어 현재 이용시민과 상인들이 겪는 주차난 대책을 해소해야 한다.단기간 내에 쓰레기 처리나 주차난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재건축사업의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완벽한 방화 대책 구축은 말할 것도 없다.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 유통환경 변화와 소비자의 요구에 걸맞는 스마트한 물류거점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지도자와 스토리텔링 능력

지도자와 스토리텔링 능력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노력한 만큼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이나 보람이 있다고 생각할 때 힘겨운 노동이나 수고가 사람을 쓰러지게 할 만큼 지치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풍성한 수확을 생각하며 낮 동안 최선을 다한 농부에겐 저녁 시간이 달콤하고 어둠조차 축복이 된다. 오늘의 삶이 충만하고 꿈이 있는 사람은 내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새날은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한 해가 저물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자조적인 질문을 왜 자꾸 던지고 싶은 것일까. 마음이 답답할 때 우리는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고, 내 속마음을 털어내 놓고 싶다. 우리가 밤낮으로 접하는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악에 바친 고함소리이거나 그 어떤 생산적인 담론도 가로막는 냉소와 저주의 말들이다. 국민은 지금이 다소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로부터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우리 모두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 진부한 말 대신 참신하고 새로우면서 지혜로운 말을 해주는 사람을 고대하고 있다.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처럼 기존의 지배적인 이야기에 대항하여 새로운 관점을 내놓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고 했다. 미드는 당시까지의 통념을 무너뜨리고 ‘미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리더는 ‘새로운 이야기’로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를 유도해 내야 한다. 가드너는 리더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란 점을 강조한다. 사람들의 생각이나 태도, 관점을 바꾸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한다. 전문 지식에 식견과 지혜를 더 보태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각색해 낼 수 있는 사람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위대한 정치가는 위기 국면에서 국민을 움직이도록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가드너는 국민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킨 인물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을 꼽았다. 하원의원이었던 그녀는 1979년 ‘영국은 길을 잃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보수당 당수가 되었다. 그녀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했고, 언행이 일치하는 행동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그녀는 선배 수상 채덤 백작이 했던 “나는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나 외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같은 확신에 찬 말, “노동은 고장 중” 등과 같이 단순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말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거릿 대처는 쟁점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한쪽 방향으로 논쟁이 집중되도록 지도력을 발휘했다. 대처는 실업률과 노동쟁의, 인플레이션 등의 수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논쟁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녀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실행하기 위해 설득 가능한 대상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동조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쉽고 호소력 있는 이야기, 무엇보다도 진심과 진실성이 느껴지는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원칙이 정해지면 자신의 이야기에 동조하면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당근을 주었고, 반기를 드는 사람에게는 채찍으로 다가갔다. 이런 단호함이 먹혀들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무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그녀는 포클랜드 전쟁 때도 신중론을 물리치고 단호하게 대처해서 승리했다. 전사자 250명의 유족에게는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직접 진심 어린 감사의 편지를 섰다. 단호함의 이면에 있는 따뜻한 모성애가 빛났다. 그러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처는 영국병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강력하고 거대한 노동조합과 싸워야 했지만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이야기로 가슴속의 거센 저항도 녹여냈다. 우리는 변명하거나 강변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의 자초지종과 전후 과정, 결과, 문제점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대화가 단절되면 온갖 억측과 가짜 뉴스가 활개를 치고, 양식 있는 국민은 정치에 등을 돌리게 된다. 가슴속 깊이 스며들어 긴 여운을 남겨주는 밝고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운 기해년 마지막 달이다.

나비키스

나비키스 / 장옥관물이 빚어낸 꽃이 나비라면/ 저 입술, 날개 달고 얼굴에서 날아오른다/ 눈꺼풀이 닫히고 열리듯/ 네게로 건너가는 이 미묘한 떨림을/ 너는 아느냐/ 접혔다 펼쳤다 낮밤이 피고 지는데/ 두 장의 꽃잎/ 잠시 머물렀다 떨어지는 찰라/ 아, 어, 오, 우 둥글게 빚는 공기의 파동/ 한 우주가 열리고 닫히는 그 순간/ 배추흰나비 粉가루 같은/ 네 입김은 어디에 머물렀던가?- 시집『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 요즘 젊은 남녀는 만난 지 평균 일주일이면 키스를 감행한다고 한다. 첫 키스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 달을 넘는 경우는 드물고 그럴 땐 오히려 주위의 조롱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푸른 시절 모든 사랑의 단계들이 신비롭고 조심스럽기만 해서 손 한번 잡는데도 몇 달이 걸리곤 했던 신선한 두근거림은 이제 오간데 없다.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포옹하고, 입을 맞추는 진도를 차곡차곡 충실히 밟았을 땐 친구들이 “어디까지 나갔어?”라며 초롱초롱한 호기심으로 물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잤냐?” 라는 간략한 질문을 던질 뿐이다. 경험들 하셨겠지만 한번 나간 진도는 후진하지 않는다. 어제는 진한 ‘프렌치키스’를 했는데, 오늘은 가벼운 ‘나비키스’만으로 어제와 같은 떨림을 느낄 리 만무다. 사랑의 선행조건단계나 도약단계를 건너뛰고 뜨겁게 성숙단계에 진입했다면 탐색의 과정에서 얻게 되는 수많은 설렘과 고양된 느낌, 사랑의 화학작용과 발효된 교감은 찾아올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런 세상에서 첫 키스의 미세한 떨림, ‘아, 어, 오, 우’ 지상의 모음을 죄다 끌어 모아 빚어내는 한 호흡의 입맞춤을 어디 풍문으로나 들을 수 있겠는지. 영혼의 호흡이 가능하겠는지. ‘두 장의 꽃잎 잠시 머물렀다 떨어지는 찰라’가 ‘한 우주가 열리고 닫히는 그 순간’이 되어 토네이도로 변하기도 하는 ‘나비키스’를 이런 시나 읽으며 지그시 눈감고 그려내지 않으면 어디에서 건질 수 있으랴. 나비키스는 속눈썹을 상대의 뺨에 대고 깜빡이며 간질이는 키스를 말한다. 나비처럼 가벼운 키스이긴 하지만 미세한 속눈썹의 떨림과 뇌의 파동, 그리고 심장의 박동이 일치하는 경험을 갖게 된다. 인간의 가장 큰 성기가 ‘뇌’라는 말이 있듯이 나비키스만으로 충분히 뇌가 발기될 수 있어야 양질의 사랑이 구가되리라. 키스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분위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감정이 최대한 실린 분위기 있는 키스를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5년은 더 장수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사랑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키스는 소량의 모르핀 주사만큼이나 강력한 엔도르핀을 생성하며, 감정이 듬뿍 담긴 키스는 몸속에서 스트레스를 자극하는 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해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며, 자주 키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박테리아에 대항하는 면역물질을 만들어내는 등 키스와 건강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은 이미 통설이 되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이혼자나 사별자보다 평균수명이 긴 것도,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짧은 것도 어쩌면 키스와 무관치 않을지도 모른다. 나이 들수록 배우자가 곁에 있는 것이 건강과 장수에 큰 도움이 된다는 가설은 확실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홀아비나 과부도 아니고 멀쩡한 배우자가 곁에 있다면 자신과 배우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산삼보다 좋다는 이 키스를 잘 ‘활용’들 하시라. ‘네게로 건너가는 이 미묘한 떨림을 너는 아느냐’ 그렇다면 양질의 장수물질인 ‘배추흰나비 粉가루 같은 네 입김은 어디에 머물렀던가?’

먼저 맞는 것이 상책이다

먼저 맞는 것이 상책이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지 삼십여 년이 넘어서고 베이비붐세대의 노령연금 수급이 개시되었다. 베이비붐세대는 전후 어려운 시절에 성장한 까닭에 먹고살기 바빠 별다른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 대가족 농경사회에선 자식이 곧 노후대책이었다. 자식을 잘 키우는 것이 보험이었다. 소를 팔고 논밭을 팔아 자식들을 공부시켰다. 그렇게 키운 인재가 고속성장의 자양분으로 작용하였다. 그 덕에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잘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전통적 가치관은 붕괴되었다. 대가족은 핵가족으로 바뀌었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문화는 불편한 관습으로 폐기되었다. 베이비붐세대는 낀 세대다.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버림받은 첫 세대다. 부모의 노후보험 역할을 떠맡았지만 자식에게 든 보험은 깨져버린 꼴이다. 노후준비는 강제로 가입된 국민연금이 거의 유일하다. 입을 잔뜩 내밀었던 것이 지금에 와선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령액이 적은 것이 흠이긴 하다. 개선할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은 노후를 지켜줄 든든한 수호천사다. 은퇴자에겐 복지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금의 중요성에 비춰 그 설계와 운용을 완벽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세월이 흘러 여건이 변화할 경우에도 그에 맞춰 디테일을 신속히 조정해야 한다. 저출산과 노령화로 인한 제도의 문제점과 개편 필요성은 벌써 예견된 일이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마냥 눈치만 보고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국민의 노후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을 표만 의식하여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것이다. 2054년경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심각한 저출산과 급격한 노령화 때문이다.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하루빨리 보험요율을 올려야 한다. 표를 깨먹는다고 하여 번연히 다가올 위험을 모른 척 해선 안 된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비록 인기가 없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단일안을 제출해도 신속히 처리하기 힘들텐데 정부는 무려 다섯 가지 방안을 던져놓고 있다. 제도개편을 미룰수록 보험료 일시 인상의 충격은 그만큼 더 커진다. 당장 2088년까지 기금을 유지하려면 내년에 보험료율을 16.02%까지 올려야 한다. 이대로 갔다간 2030년이 되면 17.95%, 2040년이 되면 20.93%를 한 번에 올려야 한다. 기금이 고갈되면 매년 걷은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해야 할 판이다. 보험료를 빨리 올리지 않으면 종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는다. 미룰수록 매를 번다. 이왕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편이 좋다. 국민연금 제도개편이 화급한 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엉뚱한 일에 한눈을 팔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한 기업 길들이기에 정신이 없다. 수익을 올릴 방안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에 기업경영에 개입하거나 지배구조에 간여하려고 한다. ‘염불보다 잿밥’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기금 투자는 수익성과 안전성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기업을 지배하거나 경영에 개입하기엔 전문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성격과도 맞지 않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연금사회주의로 갈 위험성이 크다. 우리 헌법정신에 비추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책임투자도 연구과제다. 책임투자란 투자를 결정할 때 환경문제, 사회성, 지배구조 등을 고려하여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덕적이고 투명한 기업, 환경 친화적인 기업에 투자하고 비도덕적이고 환경 파괴를 일삼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기업의 변화와 책임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긴 하지만 기금투자로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까지 한 번에 달성하겠다는 의도는 과욕이다. 투자는 수익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수익성 투자에 지나친 가치판단은 금기다. 기금투자에 느슨한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둘 수 있겠지만 기업에 대한 규제와 응징은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정석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오로지 국민의 돈이다. 따라서 그 기금은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국민을 위해서만 관리되어야 한다. 이념적인 목적이나 정치적인 의도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 이사장을 위시한 직원의 인사도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연금 조직이 선거의 논공행상이나 정치인의 스펙을 쌓는 자리가 되어선 곤란하다. 세대 간 부담 전가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시에 보험요율을 조정하는 일이 급선무다. 연금에 목메고 있는 은퇴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은퇴자의 유일한 기댈 언덕이다.

대구 시내버스 배차 간격 단축시켜야

대구 시내버스의 운행 서비스가 전국 6대 도시 중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일부 노선의 경우 막차가 일찍 끊기는 데다 배차 간격이 길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민원이 이어졌다.10일 정웅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이 대경CEO브리핑 593호에 발표한 ‘시민의 발, 시내버스 이용을 더욱 편리하게’에 따르면 대구지역 114개 시내버스 노선의 평균 배차 간격은 6대 도시 중 가장 긴 23.8분이었다.서울(10.0분), 대전(15.7분), 부산(16.7분)은 물론이고 인천(18.9분), 광주(21.5분)보다도 훨씬 길어서 시민들의 시내버스 이용에 가장 큰 불편사항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배차 간격이 길어지는 근본 이유는 인구 대비 운행버스 수가 적다는데 있다. 대구의 버스는 인구 1만 명 당 6.1대로 6대 도시 중 가장 적다. 인천은 8.0대, 서울 7.5대, 부산 7.2대, 광주 7.1대, 대전은 6.8대다.이와 함께 대구의 시내버스 차종은 모두 대형차량(45인승)인 반면 타 대도시는 중형 차량(30~35인승)이 함께 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주는 1만 명 당 중형버스 비중이 2.5대였으며 인천도 1.9대에 이르러 대구도 중형버스 운행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중형버스는 교통수요나 도로여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영비용 절감효과도 있다.대구는 1990년부터 2017년까지 28년간 시내버스 수송인원 감소 비율이 57.6%로 광주(59.5%)에 이어 6대 도시 중 두번째로 높았다. 시민들이 시내버스 이용대열에서 지속적으로 이탈한다는 이야기다.출퇴근 등 시간에 1인 탑승 자가용 운행이 늘어나면 교통체증 심화, 도로효율 저하, 주차난, 공해, 교통사고 증가 등 여러가지 좋지않은 결과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대구는 아직 시내버스 이용을 대체할 수 있는 도시철도망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다. 버스 배차 간격이 단축되지 않으면 자가용을 이용할 수 없는 노령층, 학생, 빈곤층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우선은 대구의 시내버스를 6대 도시 평균 수준인 7.1대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또 도심과 부도심 및 주요 교통거점을 연결하는 직행버스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는 다른 어떤 대중교통보다 공급 및 운영비용 등 측면에서 경제성이 높은 교통수단이다. 다양한 노선 구축 및 적기에 필요한 서비스만 제공하면 저비용 투자로 고효율의 성과를 낼 수 있다.‘시민의 발’로 불리는 시내버스의 편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가운데 서야 정확하다

가운데 서야 정확하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는 조선시대 중기 시인이자 문신이었다. 하루는 임제가 잔칫집에서 얼큰하게 취했다. 취기에 한쪽 발엔 가죽신을 신고, 다른 쪽엔 나막신을 신고 말에 올랐다. 하인이 짝짝이로 신었다며 말하자 그는 도리어 하인을 꾸짖었다. “어차피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가죽신만 볼 터이고 왼쪽에 있는 사람은 나막신만 볼 텐데 무슨 문제란 말이냐!”정민 한양대 교수가 그의 저서 ‘죽비소리’(마음산책)에서 소개한 백호 임제의 일화다. 말을 기준으로 해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가 신고 있는 신발도 달리 보일 수 있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가죽신을 신었다고 하고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나막신을 신었다고 주장한다. 다들 자기가 본 것만으로 으레 반대편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한다. 정면에서 보면 짝짝이로 신었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데도 서로 “가죽신을 신었다” “아니다, 나막신을 신었다” 싸움판을 벌인다.이런 싸움판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말의 정면에서 바라볼 생각은 애초에 없다. 모두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자기보다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죄다 ‘수구꼴통’에 ‘토착왜구’다. 반대로 자기보다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빨갱이’에 ‘좌좀(좌파좀비)’으로 매도해버린다. 애초부터 보수나 진보라는 이상적인 말마저 실종되고 없다.극우 아니면 극좌뿐. 양극화가 심하다보니 서로를 인정하기보다는 혐오한다. 그것도 극혐이다. 이 사회에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는 없어진 지 오래다. 지난달 19일 열린 ‘80년대생에게 듣는 한국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30대들의 불만이 쏟아졌다.이날 발제에 나선 이수인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과 학생은 “30대에게 정치는 우리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조국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진영 논리에 빠져 내년 총선을 위한 혐오 문화 조성에만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30대는 다른 세대를, 다른 구성원들을 혐오할 이유와 여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성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도 “진보와 보수 두 진영에서 누구를 혐오하고 적대하는지는 분명한데 어떤 걸 만들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30대들이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중간을 포용하지 못해서다. 중도보수나 중도 진보는 설자리조차 없다. 왼쪽과 오른쪽만 있지 중간이 없다. 여기에 더해 흑백 중에서 어느 쪽인지 줄서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여기도 회색지대는 없다. 오히려 미지근한 회색분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워 비난을 퍼붓는다. 좌우, 흑백의 극단적 대립을 완화시켜줄 중간 영역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완충지대가 사라졌으니 극렬한 대립만 있을 뿐이다.스스로 중도좌파적 지식인이라 하는 리영희 교수는 평론집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진실은 균형잡힌 감각과 시각으로만 알 수 있다고 했다. 진보의 날개만으로는 안정이 없고, 보수의 날개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갈 데까지 간듯하다. 감정을 앞세워 내가 옳네, 너가 틀렸네 하는 동안 좌우 날개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그럼 누가 이 역할을 해야 하나. 완충지대인 중도층이 넓어져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짝짝이 신발임을 바로 볼 수 있는 곳은 가운데뿐이다. 정민 교수는 이를 시비재중(是非在中)으로 표현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중간에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보기 위해선 오른쪽에 서서 봐서도, 왼쪽에 서서 봐서도 안된다. 가운데 서야 정확하다.오른쪽에 선 사람이 “가죽신”을 외치고 왼쪽에 선 사람이 “나막신”을 외칠 때 누군가는 가운데에 서서 짝작이 신발을 신었음을 알려줘야 한다.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중간이 없다. 중간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는 중간, 중도층을 키울 때다(이는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나타나는 무당층과는 다르다). 정치권을 보고 가운데 서서 보라고 해봤자 소귀에 경읽기다. 국민들 스스로가 중앙에 서서 길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성장세 꺾인 대구공항, 활로 찾아야

대구공항의 성장세가 6년 만에 꺾였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이용객 수가 일본 여행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비행 노선도 크게 줄었다. 당장 올해 대구시의 대구공항 이용객 470만 명 돌파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020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 외국인 등 관광객 유치에 나선 대구시와 경북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구공항 통합 이전 작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대구공항 이용객 수는 지난 2015년 200만 명에서 지난해 4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470만 명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016년부터 대구공항의 성장을 이끈 국제선 이용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지난달 대구공항 국제선 여객 수는 15만8천202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17만5천874명에 비해 10%(1만7천672명)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는 2013년 11월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대구시의 항공노선 다변화 정책과 저가항공사의 잇따른 취향으로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노선 수요는 는 반면 일본 여행객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저가항공사들의 출혈경쟁과 반일감정 확산 때문으로 풀이된다.대구공항의 폭발적인 성장은 상당 부분 일본 노선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제 불매운동이 일본 여행으로 이어지면서 대구공항 이용객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경색된 한일 관계는 당분간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 일본 여행 불매운동도 계속될 전망이다. 대구공항 이용객 수의 반등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대체 항공 노선을 개발하고 신규 노선을 뚫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줄어든 일본 여행객의 구멍을 메꾸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이런 상황에서 대구~싱가포르의 하늘길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싱 항공자유화협정 체결로 지방공항서 직항 편 자유 취항이 가능해졌다. 대구 발 싱가포르 노선의 신규 개설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성장세가 꺾인 대구공항의 활로가 될 수 있다.항공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대구공항 이용객이 한계상황에 부닥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 여행 수요가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급팽창한 동남아 등 해외여행객도 더 이상 큰 폭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대구공항의 노선 다변화와 외국인 여행객 수요를 늘릴 수 있는 관광 상품 개발 등 다양한 전략이 요구된다.한때 애물단지에서 5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대구공항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를 바란다.

TK의 혁신은 언제오나

보수텃밭 TK(대구·경북)의 혁신은 언제올까? 역대 총선시기만 되면 읊조려야 되는 희망의 메시지다.내년 총선 4개월을 앞두고 있는 현재의 보수 중심 자유한국당의 현 주소는 예전과 전혀 달라진 것 없다.되레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한국당쪽으로 쏠리면서 오는 TK 한국당의 자신감, 자만심만 가득찬 모양새다.대권을 넘겨준 철저한 자기 반성은 뒤로 두고 “나만 살면 된다”는 TK 한국당 의원들만 바라보다 보면 정치권에 대한 희망을 버린 채 자포하기 하는 시민들이 또 다시 늘까 우려스럽다.조국 사태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올 한해 내내 TK(대구·경북)정치권을 집어삼킨 채 벌써 달력도 한장밖에 남지 않았다.올 한해 정치권을 회고하는 지역민들의 속내는 한마디로 새카맣게 탔을 것이다.여야간 치고 받는 막장드라마에 답답증만 가중시켜 온 탓이다. 내년 4월 총선의 경자년 쥐띠 새해가 다가오고 있지만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TK 정치권의 혁신과 개혁의 신호탄이 아직 울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지역 정치권의 혁신은 무엇보다 막장드라마를 가져온 20대 국회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의원들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한국당 공천과 관련, 당의 공천 컷오프 규정에 앞서 스스로 총선 불출마라는 대승적 결단을 보이는 의원의 대표적 지역이 TK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최근 언론과의 퇴임 인터뷰를 통해 “공천에서 몇 %를 물갈이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은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서 국민을 감동시킬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7대 공천 땐 30여 명이 불출마 선언했다”고 덧붙였다.현재 보수텃밭 TK 한국당의원은 단 한명도 없는데다 통틀어 6명에 불과한 한국당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와 비견되는 얘기다.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위원장도 대구지역 친박계 현역 의원들을 겨냥해 “20대 총선에서 ‘진박공천’ 혜택을 본 분들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연일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김 전 위원장의 주장은 한마디로 이들의 총선 불출마 없이는 한국당의 공천 혁신은 없다는 것이다.“진박으로 당선된 의원들이 하나같이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때 입도 뻥긋하지 못한 사람들이고 이분들이 대구를 대표하는 한 대구는 보수꼴통이요 적폐세력이라는 오명을 계속 안고 살아야 한다”는게 김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단식이후 일성으로 ‘읍참마속’을 강조했다.황 대표의 친정체제 강화라는 일부 비난도 있지만 당직을 재편하고 강력한 협상력과 투쟁력을 지닌 새로운 원내대표 진용으로 뭔가 옹골 찬 기세를 보이려고 노력 중이다.그동안 최측근으로 불리던 TK 일부 친박계 의원들과의 거리도 띄워놓고 있다.지역 정가 관계자들은 당장 한국당 공천 과정에서 TK 의원들을 향한 ‘읍참마속’의 진가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정가 일각에서도 황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TK 친박계 일부 의원들의 희생의미가 담긴 총선 불출마 선언이 내년 초를 전 후 해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컷오프를 당하기에 앞서 대승적 결단을 통한 정치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는 얘기다.대승적 결단은 비단 TK 한국당 의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험지 동구을 출마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변혁의 리더인 4선 유승민 의원도 해당된다.죽음의 계곡을 넘어 당당히 대구의 아들로서 대구의 벽을 넘을 것이라는 유 의원에 대한 일부 보수 민심은 유 의원의 장렬한 전사보다는 보수회생을 위한 대승적 자기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듯 하다.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을 통해 보수회생의 깃발을 쳐 들고 전국을 누비는 유 의원을 보고 싶다는 목소리도 크다. 보수통합 과정에서 탄핵의 강은 넘겠지만 대구의 아들로 다시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역 어른(?)들의 통큰 표심은 아직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21대 총선 만큼은 유 의원이 통크게 물러서야 한다는 정가 일각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한국당의 공천정국은 빨라야 새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통합의 시그널도 이 때쯤 울릴 것이다.그전인 올 연말부터 TK 한국당 의원들의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총선 불출마라는 자기 희생의 종이 크게 울리길 기대해 본다.민심은 계속 반성해야 할 그들의 희생을 옥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