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무성한 한국당 경북도당 입당 심사

21대 총선을 6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이 유력 출마 예정자들의 입당과 관련 이상 행보를 보여 구설수에 올랐다.경북도당 당원자격 심사위원회는 21일 김장주, 김현기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 등에 대한 입당 심사에서 김현기 전 부지사는 승인, 김장주 전 부지사에 대해서는 재논의 결정을 내렸다.이날 김장주 전 부지사의 입당 재논의 결정과 관련 심사위는 구체적인 이유와 재논의 시점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아 뒷말이 무성하다.통상 당원자격 심사위는 제명 또는 탈당 등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입당할 경우 열리는 절차다. 그러나 두 전직 부지사는 당적을 가진 적이 없어 당헌당규상 ‘정치 신인’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심사위의 심사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결정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심사 전부터 김장주 전 부지사의 출마 예정 지역구(영천·청도)의 현역인 이만희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입당을 불허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비슷한 조건의 두 사람을 두고 누구는 입당을 허가하고 누구는 안된다고 결정한 것도 논란이다. 기준이 모호한 ‘고무줄 잣대’가 아니냐는 것이다.이번 결정은 공천 과정에서 문호 개방을 위해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중앙당의 방침과도 배치된다.출마자 영입을 위한 입당 심사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공정성이 훼손되면 어떤 결정도 신뢰를 얻기 어려워진다.현재 한국당은 당 체질개선과 세대교체가 당면 과제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당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그것은 현 정부와 민주당의 민심과 배치되는 국정 운영에 대한 반감 때문이지 한국당의 경쟁력이 되살아난 결과가 아니다. 자신들이 잘 해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한국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역량있는 신인의 과감한 영입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 경북도당의 입당 심사는 공정경쟁을 통해 세대교체를 염원하는 지역민의 바람을 외면한 처사로 비친다.한국당은 기존의 웰빙정당 이미지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국민의 지속적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당 체질 개선이 최우선이다. 반사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지나면 민심이 또 다시 돌아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총선 후보자가 결정돼야 당의 경쟁력이 생긴다. 신인 영입을 통한 공천 경쟁만이 당 혁신의 지름길이다. 고인 물에는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골키퍼의 행동편향이 주는 교훈

골키퍼의 행동편향이 주는 교훈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프로야구 2019한국시리즈가 시작됐다. 야구팬이라면 올해는 과연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기대감에 가슴 설레는 시즌이기도 하다. 이런 큰 경기에서는 종종 양팀 감독의 소소한 작전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대타로 기용할지, 투수 교체 시기는 언제로 잡는지 등에 따라 승부의 추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희생번트를 하느냐 마느냐도 그 팀의 색깔과 맞물려 큰 관심사다.야구 통계에 따르면 희생번트보다는 강공이 더 유리하다고 한다. 스포츠 경제학자 이영훈의 분석 결과다. 미국 메이저리그 4만5천여개 상황을 분석한 그는 1사 2루 상황에서의 득점확률(41.5%)보다 무사 1루에서의 득점확률(44.2%)이 더 높다고 했다. 일본 프로야구 2005년 시즌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록에 따르면 1사 2루에서의 평균득점(0.75점)보다 무사 1루에서의 평균득점(0.84점)이 더 높았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희생번트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운동경기보다 더 많이 객관적 데이터에 의존하는 감독들이 왜 희생번트를 지시할까?야구인들은 이를 감독의 면피 전략이라고 이해한다. 만약 강공을 지시해 타자가 병살타라도 날리면 감독의 책임이다. 그러나 희생번트는 실패해도 선수의 책임일 뿐이다.이처럼 가만히 있는 것보다 결과가 나빠지더라도 부담감 때문에 행동을 하려는 경향을 ‘행동편향(Action bias)’이라고 한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라기보다 뭐라도 했다는 인상을 남기려는 목적이 더 큰 것이다.축구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286개의 패널티킥을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 학계의 2005년 연구결과다. 패널티킥을 차는 축구선수들 중 3분의 1은 골대 왼쪽으로, 3분의 1은 골대 중앙, 3분의 1은 오른쪽으로 찬다. 하지만 골키퍼는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몸을 날린 경우가 94%였다. 골키퍼가 중앙을 지켰으면 더 많은 골을 막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골키퍼들은 왜 좌우로 몸을 날렸을까? 이유는 중앙에 멍하니 서서 골인을 쳐다보고만 있었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골키퍼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린다는 것이다. 승부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중앙에 서서 골을 막아내는 게 맞다. 그렇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걸 알면서도 행동을 하는 것이 행동편향이다. 패널티킥을 막아내기 위해 뭔가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행동편향이 운동 경기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3년 10개월 단위로 대폭 바뀐다는 대학입시 제도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바뀌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제도부터 뜯어고치는 듯하다.주식거래에서도 행동편향은 있다. 주가가 요동치더라도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 즉 주식을 장기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증권중개인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무슨 행동이든 취해야 고객들이 신뢰를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은 고객들에게 무능력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 특히 정책입안자들도 증권중개인과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에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패널티킥 연구결과에서 보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 용어로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 신념을 확인하려는 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요즘 경제관련 각종 지표나 통계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심한 것 같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인데도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아전인수식 통계 해석을 놓고 하는 말이다.이는 우리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오히려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혹 이런 확증편향 바탕 위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세워질까 걱정이다. 그렇다면 더 큰일이다. 골키퍼의 딜레마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다. 곰곰이 현재 우리사회에 대입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춘이 엄마

재춘이 엄마/ 윤제림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 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 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시집『그는 걸어서 왔다』(문학동네, 2009)....................................................................오래 전 ‘당신이 행복입니다’란 SK그룹의 기업이미지 광고가 있었다. 그 광고의 ‘엄마편’에는 재춘이네가 나오고 이 시가 소개되었다. 광고 멘트는 “자식의 이름으로 사는 그게 엄마 행복인 게다…” 이 광고는 ‘2009년 올해의 좋은 광고상’에 선정되었다. 한적한 항구마을 바닷가 조개구이 집, 아들의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어머니의 밝은 얼굴이 시청자와 신문독자로 하여금 아릿한 감동을 자아냈고 참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우리 둘레의 수많은 ‘재춘이 엄마’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재춘이네 구이집이 실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다만 이 시를 쓴 윤제림 시인은 윤준호라는 본명으로 활동하는 광고카피라이터였기에 아마 그 연줄로 시가 차용되었으리라 막연히 짐작될 뿐이다. 과거 여성들은 시집가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 이름을 붙여 택호로 불리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누구의 엄마로 불리었다. 그 자식들이 한 집안의 대표브랜드란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통했기 때문이리라. 특히 자식 이름을 앞장세워 아무개네로 불리는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미화시킨 면도 있는데, 지금의 관점으로는 자기 이름을 내세우지 못한 그 전통이 고루하고 못마땅하게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다.자식 사랑의 농도야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겠으나, 자기 이름 대신 누구네 엄마로 자꾸 불리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식이 전부라는 인식도 함께 배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을 여권회복이란 명분을 내세워 가차 없이 폐기해야 옳은지는 아리송하고 여전히 의문이다. 이 시는 그 의문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답하고 있다. 누구 엄마로 불리는 걸 아무런 저항 없이 수용하여 자식의 이름으로 사는 게 엄마의 행복이라고 증거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자식에게 넉넉히 포시라운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크게 뒤를 봐줄 수도 없다. 물론 스펙을 쌓는데 도움을 주지도 못한다. ‘공부 잘해라!’ 그 말이 전부다.내 어머니 김정순 여사도 ‘순진이 엄마’란 발음이 어색해 자주 불리지 않아 그렇지 평생을 그리 사셨다. 어쩌다 동사무소 같은 곳에서 당신 이름으로 서명할 때도 있긴 있었겠으나 어머니 이름이 주어가 된 적은 별로 없다. 여권을 발급받아 몇 번 바깥나들이 하실 때도 겉으로는 썩 기뻐하시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어쩌다가 통지표에 ‘수’를 몇 개 받아왔을 때, 역력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나도 좋았다. 실은 ‘순진아, 공부 잘해라!’ 소리를 별로 들은 기억이 없다. 어머니의 기대가 그리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삶의 전반을 통해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진 못했다. 순진이 엄마 미안해요 미안해요!

민생이 먼저다

민생이 먼저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주먹을 쥐고 함성을 지른다. 열한 살 난 어린이가 단상에 올라 구호를 선창하고 어른들이 따라 외치는 모습이 이채롭다. 한 뉴스 채널에서 본 장면이다. 구호 내용이 ‘검찰개혁’과 ‘공수처(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여서 더욱 놀랍다. 초등학생이 검찰개혁과 공수처를 제대로 이해하고 선동하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하긴 고등학생 인턴이 불과 며칠 만에 의학논문을 후딱 써 치우는 세상이니 열한 살 초등학생이라고 선입견을 가질 일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세상물정을 잘 모르고 판단력도 미숙한 어린이를 정치집회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은 어른스럽지 않다. 하늘이 내린 천재는 어린 나이에 학술논문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인생 경험과 사회적 경륜을 요하는 정치적 판단은 비록 영재라 하더라도 결코 어린이와 친하지 않다. 자아가 성숙될 때까지 보호해주어야 할 어린이를 정치적 도구로 악용하는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고정관념을 갖고 후진 생각을 하는 꼰대의 기우라면 오히려 다행이겠다. 그렇지만 어린이를 당파싸움의 소모품으로 삼아 이벤트나 쇼를 연출하는 행위는 개념 없고 파렴치하다. 유모차를 시위에 끌고 나오는 모습도 안전 차원에서 보아 아름다운 모습은 결코 아니다.광장민주주의라 하면 고대 그리스 아고라를 떠올린다. 아고라는 정치와 경제 및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토론·숙의하는 소통의 장이었다. 광장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을 전제한다. 자유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검증한다. 광장정치는 현장에서 소통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불순한 의도로 특정 정파를 광장에 동원하여 편파적 구호를 외치는 것을 토론이나 소통이라 할 수 없다. 광장민주주의의 전제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토론과 소통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광장민주주의는 의미를 가진다. 육성으로 들리는 공간범위와 인내 가능한 시간범위로 인한 한계를 감안하여 최대 집회 인원을 추산해보면 광장정치의 범위는 의외로 좁다. 모두 참여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 되면 가족이나 마을 단위로 대표자를 참석시킬 개연성이 커진다. 참석자는 일종의 비공식적 대의원인 셈이다. 광장민주주의에서 대의민주주의로 넘어가는 현상은 의견수렴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 점진적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한 결과다.대가족을 이루고 살았던 인구 약 25만의 아테네에선 씨족단위로 한명 정도씩 참여하는 민회가 물리적으로 가능했을 수 있다. 인구 5,000만이 넘는 대한민국에서 광장정치를 구현하기엔 용량초과로 무리다. 광장에 지지자들을 불러 모아 대의민주주의의 허점을 보완한다는 말은 헛웃음이 날만큼 어설프다. 편싸움을 하라는 부추김으로 작용할 뿐이다. 국민을 갈라 치는 정치는 마이너스의 정치다. 지금 절실한 건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플러스의 정치다.시위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도구로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시위는 보통 소외받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약자들은 의지할 비빌 언덕이 없기 때문에 광장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 반면 권력을 쥔 진영에선 표현의 자유가 그다지 절박하지 않다. 시위하지 않아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라인이 다양하다. 이익집단의 실력행사를 제외하고 거국적으로 지지자들을 동원하여 시위할 이유가 거의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 동원된 관제시위는 독재자의 레퍼토리다. 여론을 왜곡하기 위한 방편으로 흔히 이용된다. 최근의 일부 시위가 관제시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다.관제시위는 시위 구호만 봐도 안다.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라는 썰렁한 팻말이 동원된 관제시위임을 웅변하고 있다.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라는 이슈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보낸 정치 슬로건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민심이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검찰개혁이나 공수처 설치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하다. 대부분의 국민은 검찰 근처도 가볼 일이 없는 선남선녀인데 검찰개혁에 주먹 쥐고 일어서진 않는다. 거국적 시위를 할 만큼 공수처를 긴박한 사안으로 보지도 않는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는 배부른 소리다. 뜨거운 관심사는 민생고다. 민생을 외면한 채 엉뚱한 정파적 득실만 쫓는다면 진짜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물이 끓어오르는 비등점이 있듯이 민심이 폭발하는 임계점이 있다. 민생이 최우선이다. 민심을 잘 살펴야 할 때다.

미래차 산업 대구 먹거리 되길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엑스포 2019’가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이번 미래자동차엑스포는 대구 시민들에게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수소차 등 자동차의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자동차 부품 산업의 비중이 큰 대구가 잘만 대응하면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정부는 현재 2.6%에 불과한 전기차와 수소차 비중을 10년 뒤엔 33%로 늘려 미래차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대구는 지역 총매출액의 30%가량을 자동차 부품이 차지할 정도로 자동사 산업의 비중이 큰 도시다. 대구시는 신성장 산업인 자율주행차와 전기 및 수소차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대구시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차 실증 평가를 하는 등 고지 선점에 나섰다. 대구시는 지난 8월부터 11월말까지 수성알파시티 일부 구간에 자율주행 셔틀버스 3대를 운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설을 구축하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한다. 또 지역 업체에는 부품의 실차 장착 기회가 주어진다.대구시는 2016년 초 택시 50대를 르노 전기차로 보급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을 열었다. 지난해 4천 대로 늘렸다. 내년 3월부터는 전기로 움직이는 시내버스 33대가 대구에서 운행된다. 2022년까지 총 13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대구에는 전기화물차와 이·삼륜차를 생산하는 기업과 충전기 납품 업체, 배터리 생산기업 등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있어 전기차 생태계는 어느 정도 갖췄다.대구시는 수소차 선도도시의 의욕도 보이고 있다. 내년까지 200대, 2022년까지 1천 대, 2030년까지 1만2천 대의 수소차를 보급키로 했다. 수소버스도 2030년까지 1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구시는 파격적인 지원금을 내걸고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 충전소가 단 4곳 밖에 없어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대구시는 자율자동차와 미래형 자동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후발주자로 뛰어든 수도권 등지의 지자체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점이다. 어떻게 특화하고 차별화하느냐가 과제다.친환경차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대구의 미래차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역의 부품 업체들만 갖고는 미래차 산업을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래 교통 체계와 자율주행차 연계 서비스를 연구하는 시험장도 최근 부산시와 세종시가 가져갔다. 대구는 여전히 부품 도시 기능에만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가 어떻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에 미래 먹거리가 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진행해 GRDP 만년 꼴찌 대구에서 탈피하는 길이 되길 바란다.

정치와 불쏘시개

정치와 불쏘시개김창원독자여론부장유명인의 말은 회자된다. 화자가 좋은 사람이던지 나쁜 사람이던지 상관치 않는다. 지난주(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로 정국을 흔든 조국 사태는 일단락됐다. 조 전 장관은 사퇴에 앞서 불쏘시개라는 말을 남겼다.불쏘시개는 불을 붙이기 위한 매개체로 쉽게 불을 붙일 수 있는 물질에 먼저 불을 놓아 나무에 옮겨 붙도록 하는 방법으로 화력이 센 마른 나뭇가지나 장작에 불을 옮겨 붙이기 위해 먼저 태우는 물건이다.불쏘시개가 정치에도 적용되는 모양세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조 장관의 사퇴 이후 정치권은 검찰개혁과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처리를 두고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는지는 두고 볼일이다.조 전 장관의 불쏘시개는 중요한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먼저 필요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자신이 검찰개혁을 위해 역할을 했고 자신의 그런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의미로 읽힌다. 불쏘시개에 먼저 불을 붙여 조금씩 불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작을 불꽃을 먼저 일으켜 큰 불이 나게 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조국 장관은 자신이 검찰개혁의 불쏘시개였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짓과 위선과 불공정을 폭로하는 불쏘시개였다는 점을 알고 있을까. 온 국민이 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심각한 분열을 불러온 불쏘시개가 자신이었다는 것은 모른 체 하는 걸까. 문재인 대통령도 조 장관의 사퇴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나. 자신이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로서의 자격이 있었는지는 돌아보지 않은 걸까.장관 지명과 임명 그리고 사퇴를 거치는 2개월 동안 그를 둘러싼 논란은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경제도, 외교도, 안보도 실종됐다. 국론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양분됐고 국회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마저 ‘조국 사태’가 휩쓸었다. 그동안 기업경기는 더 얼어붙었고 소비심리도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 지난 1년새 금융사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가 28%나 증가했는데도 민생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곡소리가 이어져도 돌아보는 정치사회지도자는 없었다.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결과가 상식이 되는 사회를 바라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이 좌절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조국 장관은 사퇴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갈등을 봉합하고 소통과 화합에 나서야 할 때다. 정치권도 국론통합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져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의 말은 보기에 따라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조국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법원의 판단이다. 국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없는 죄를 만들라는 게 아니다.그동안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가 사라져 좌절과 상처를 겪은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제기되었던 수많은 의혹에 대한 시시비비를 엄정하게 밝히는 것이다. 더 이상 특권과 반칙, 편법이 통하는 사회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할 것 아닌가.조국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는 갈라졌던 국론분열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조 장관 사퇴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국론통합의 불쏘시개에 불을 지피는 게 순서다. 막말에 갈등만 일으키는 한국정치를 개혁할 불쏘시개에도 불을 붙여야 한다.총선이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민생을 보듬는 불쏘시개는 누가 될 것인가를 주시하고 있다. 빚내서 빚을 갚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는 불씨에 불을 붙이는 불쏘시개 역할은 누가 해줄지 지켜보고 있다.

얼룩말 가죽

얼룩말 가죽/ 문인수법원 앞 횡단보도 도색은 늘/ 새것처럼 엄연하다. 흑.백.흑 백의 무늬가/ 얼룩말 가죽, 호피같다. 이걸 깔고 앉으면, 치외법권/ 산적 두목 같을까, 내 마음의 바닥도 때로 느닷없이/ 뿔처럼/ 험악한 수피가 되고 싶다. 나는/ 이 거대한 늑골 같은 데를 지날 때마다 법에/ 덜커덕 덜커덕 걸리는 느낌이다/ 인간이 참 제풀에 얼룩덜룩한 것 같다// 저 할머니는 이제/ 법이란 법 다 졸업한 ‘무법자’ 일까/ 신호등 빨간 불빛 따위 아랑곳없이/ 무인지경의 횡단보도에 들어선다/ 강 건너듯 골똘하게 6차선 도로를 횡단해 간다. (중략) 어려 보이는 한 교통순경이 냉큼/ 쫓아가 할머니를 부축해 정성껏 마저 건너간다/ 덜컹거리는 법 감정이, 시꺼먼 길/ 바닥이 문득 흰 젖 먹은 듯 고요히/ 풍금처럼 흐르는 저, 모법(母法)이 있다.- 시집 『배꼽』 (창비, 2008)................................................아닌 게 아니라 도색이 선명한 흑백 횡단보도를 보면 얼룩말 무늬 같다. ‘법원 앞 횡단보도’의 흑백 얼룩무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위법과 준법, 불의와 정의, 인치와 법치 따위의 대칭일 수도 있고, 시민 권력과 그 대척에 있는 사법 권력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법치도 좋고 사법 권력도 좋은데,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보편타당성, 집행의 투명성, 정의에 대한 복종, 예측가능성의 제공, 합리적 과정을 통한 사법 환경의 개혁 등이 전제되어야할 것이다. 법질서 확립의 형태가 정부나 검경, 법원의 자의적 법해석과 법적용으로 전개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법치는 국민들이 법을 잘 지키고 준수해야한다는 말이 아니라, 국가와 권력자들이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들이 법을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라 통치자의 개입과 검찰 등이 자의적으로 남용한다는 말이다. 지난 정권을 들추어보자면 퍼뜩 이명박 정부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명박산성과 촛불집회 탄압, 불매운동 처벌, 공안사건 획책, 미네르바 구속, 용산 참사 초래, 집시법 개악, 사이버모욕죄 등 온라인 탄압, 기타 MB 악법 추진 등 그 퇴행적 법치 행각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그런 정부를 윤 검찰총장은 자기가 경험한 바로 가장 ‘쿨한’ 정권이라고 했다. 힘이 다 빠진 정권 말기에 구체적 증거가 세상으로 다 드러난 사건의 사례를 들어 그딴 식으로 발언하는 윤 총장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런 그에게서 정의감이나 균형감각은커녕 손톱만큼의 역사의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망나니 완장을 찬 ‘산적 두목’같다고나 할까. 그의 ‘정무감각 없다’는 말은 ‘난 무대뽀’라는 말로 들리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국민들에게도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다시 들린다.법치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폭압적 사건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지금도 분노한다. 그 시절이 좋았노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검찰총장에게서 우리는 섬뜩함을 느낀다. 죄를 짓지 않아도 ‘이 거대한 늑골 같은 데를 지날 때마다 법에 덜커덕 덜커덕 걸리는 느낌이다.’ 까닥하다가는 없는 죄도 뒤집어쓸 판이다. ‘인간이 참 제풀에 얼룩덜룩한 것 같다.’ 이러한 법 감정에서 언제나 놓여날 수 있을까. 법원 앞 횡단보도를 ‘신호등 빨간 불빛 따위 아랑곳없이’ 구부정 느리게 걸어가는 ‘저 할머니’처럼 ‘이제, 법이란 법 다 졸업한 무법자’ 쯤 되면 몰라도...

막말, 거짓말, 헛말

막말, 거짓말, 헛말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한 때는 ‘생각과 말’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실은 한때가 아니라 인류 역사 대부분이 그랬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죄목은 청년들의 영혼을 타락시켰다는 것이었다. 2천 400년쯤 전의 일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800년쯤 지나 415년의 일이었다. 학문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뛰어난 수학자가 있었다. 철학자기도 했던 그녀의 이름은 히파티아였다. 강의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사상의 자유를 주장했다는 이유였다.다시 1천100년쯤 지나서였다. 1534년, 헨리 8세 때의 영국이었다. ‘유토피아’를 쓴 사상가 토머스 모어가 참수형에 처해졌다. 대법관이라는 최고위직까지 올랐던 귀족이었다. 왕의 이혼을 반대해서였다.근대사회를 연 위대한 사상가들도 위태롭긴 마찬가지였다. 마키아벨리, 장 자크 루소, 볼테르도 책이 불태워지거나 국외로 망명해야 했다. 생각과 글이 불온하다는 이유였다.20세기 들어와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끔찍한 학살과 공포가 세상을 휩쓸었다. 스탈린과 마오쩌뚱과 크메르 루즈 등에 의한 대학살과 대숙청은 20세기를 야만의 시대로 규정짓게 만든 대표적인 비극이었다. 선진국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미국의 매카시즘과 베트남 침공, 프랑스의 알제리인 학살 등도 부끄러운 야만이었다.우리나라도 그랬다. 70여년 전만 해도 사상이 다르다고 죽고 죽이는 일이 일상이었다. 독재권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하거나 갇히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죽임을 당하는 일도 흔했다.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도 납치되어 살해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났을 정도였다. 사실을 보도했다는 이유, 언론 자유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고문당하거나 투옥되거나 해직된 언론인도 부지기수였다.불과 수년 전, 지난 정권 때의 일이었다.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이 불이익을 받았다. 소위 블랙리스트 사건이었다.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최근까지도 사치였던 것이다.미국 헌법을 기초했고 3대 대통령을 역임한 토머스 제퍼슨의 말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다.” 우리가 지금 생각이나 말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거나 감옥에 갇히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살게 된 것도 전적으로 국내외의 선배 세대가 흘린 피와 노고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피로 키운 그 고귀한 민주주의’가 만신창이가 되는 상황을 하루도 빠짐없이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발전시킬 방안에 대한 이성적 토론이 자리해야 할 ‘생각과 말의 자유 공간’을 온갖 막말과 거짓말과 헛말들이 휘젓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흉측한 막말’이다. ‘다이너마이트 청와대 폭파’ 발언은 듣는 귀를 의심하게 했다. 서초동 촛불집회를 가리켜 ‘조폭들의 모임’이라고 한 것도 그랬다. 너무 많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이 유력 정치인의 말들이다. 국회 회의장에서까지 막말을 넘어 욕지거리와 삿대질이 일상이 되었다.‘뻔한 거짓말’도 심각하다. 거짓말 잘하는 것이 마치 정치인의 자질인 것처럼 생각될 정도다. 최근에는 유명대학의 교수들까지 가세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가리켜 ‘매춘부’라고 했다. ‘학문의 자유’ 뒤에 숨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일부 유튜브들은 물론 유력 신문과 방송들까지 교묘한 거짓말과 가짜뉴스들을 만들거나 퍼나르고 있다.또 있다. ‘황당한 헛말’이다. 이익이 된다 싶으면 논리나 근거도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주사파가 장악한 청와대’, ‘사회주의 정권’, ‘빨갱이’ 같은 흑색선전과 선동이 대표적이다. 전광훈 목사의 주장 하나도 듣기 거북한 헛 말이었다. ‘나는 본회퍼를 따른다.’ 본회퍼가 누구인가? 히틀러 암살모의에 가담했다가 붙잡혀 사형당한 목사가 아닌가? 전형적인 혹세무민 헛 말이다. 당혹스럽고 참담하다.유명 무명의 선각자들이 그 모진 고문과 투옥까지 감당하면서 피땀 흘려온 역사가 저런 막말, 거짓말, 헛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탐욕의 정치인과 무책임한 언론인, 혹세무민하는 종교인과 지식인들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도록 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도 아니다.‘생각과 말의 자유 공간’을 깨끗하게 하고 민주주의의 품격을 지켜내는 것이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결국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아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이다.

행복한 밥상

행복한 밥상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가을 햇살이 탐스럽게 빛난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의 색깔처럼 고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골집 마당에 가득 피어난 꽃처럼 공원을 수놓으며 하얀 가운을 입은 이들 앞에 앉을 차례를 기다린다. 토요일을 맞아 두류공원에서 ‘대구광역시의사회와 적십자가 함께 하는 건강 상담 및 행복한 밥상‘이라는 현수막 아래 나눔 행사가 열렸다.우리나라만큼 아픈 이들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기 쉬운 나라가 어디 있으랴만, 그래도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못 받는 이들을 위해 매년 함께 하는 나눔 의료봉사행사이다. 무더운 여름도 지나 서늘해진 가을이 다가오자 환절기 건강을 염려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나 보다. 줄지어 선 이들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외과계와 내과계로 나누어 열심히 진료해도 줄은 좀체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초음파 검사까지 무료로 할 수 있다니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뵈니 붉게 물들어가는 잎사귀도 한결 기운이 나는 듯 살랑댄다.보다 많은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따뜻한 의료와 건강 상담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한 분 한 분 그분들의 얼굴에 웃음 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 오후였다. 의사회에서 마음을 담아 마련한 후원금을 전달하며 이제는 밥상을 차리는 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땀 흘리며 그분들께 밥상을 차려드리는 차례다. 의사 봉사단 조끼 위에 머리 수건과 장갑을 끼고 줄지어 늘어서서 한 가지씩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로 했다. 행복한 밥상. 식판을 들어드리고 군대에서 쓰는 숟가락에 포크가 하나로 된 수저를 드시게 하여 반찬을 하나씩 담아드린다. 힘센 남자선생님은 밥을 푸고 국을 뜨고 그중에 덜 힘들 것 같은 반찬 나누는 대열에 서있던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무료급식행렬에 비지땀을 흘려대었다. 아마도 천 명은 족히 될 듯한 그분들의 반찬을 담아드리며 소리 내어 때로는 속으로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를 외쳐대었다.드디어 줄이 끝 나갈 무렵 청포묵은 바닥이 보이고 맛있게 보이던 김치도 이젠 조금만 남았다. 게다가 불티나게 인기 있던 가느다란 파와 김을 무친 것은 쳐다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갈 정도로 배가 고파왔다. 드디어 배식하던 봉사자들의 식사, 시장이 반찬인지 남이 해놓은 밥이라 그런지 정말이지 세상에~! 밥이 아니라 꿀이었다. 시장기가 어느 정도 가시자 입을 모은다. 오늘 흘린 땀방울이 행복이라는 작은 씨앗에 물을 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앞으로도 시간을 내서 이런 봉사를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야말로 나누면 더 행복해 질 수 있고 함께하여 더 의미 있는 의료봉사와 사랑의 급식이 아니겠는가. 이런 봉사활동은 참여하는 이들의 감성지수를 많이 높여줄 것도 같다. 아무리 춥고 배고픈 현실이라도 행복한 밥상 앞에서는 체온이 1도 정도는 높아질 것 같아 마음이 따스해오지 않으랴 싶다. 누구든 혼자서 식사하기 좋은 사람이 있겠는가. 더구나 독거 어르신은 식사 재료 준비와 배식, 설거지 등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런 분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마다 이런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는 적십자사는 정말 존경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봉사 팀에 합류한 한 학생은 얼굴에 땀을 닦으며 이야기를 한다. “평소엔 어머니가 차려준 식사를 하다가 스스로 참여하여 준비한 식사를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다.”라고. 그러면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상이 여기에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학생의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온도가 1℃ 정도는 올라간 것 같다.오래 전 방송에서 ‘행복한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매주 한가지의 먹거리를 선정하여 ‘a부터 z까지’의 모든 정보를 재미있게, 실증적으로, 경쾌하게 점검하는 프로그램이라 참으로 유익한 방송이라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때 얻어 들었던 지식으로 우리집 식탁을 차릴 때도 가장 행복한 밥상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곤 하였다. 신혼시절 남편에게 물었다. 가장 행복한 밥상은 뭘까? 그는 ‘어머니가 차려준 밥’이라고 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행복한 밥상은 정말이지 누군가 나 아닌 다른 이가 정성껏 마련하여 차려주는 것 아니겠는가.김수환 추기경은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가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려니’라고 하셨다. 추기경님의 미소와 말씀을 가슴에 새기는 이들이 많아져서 곳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며 행복한 밥상을 차리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민방위대는 나 자신과 국가 안전에도 도움을 준다

민방위대는 나 자신과 국가 안전에도 도움을 준다황보식영남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민방위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됐다. 전역한 후 만 40세까지로 대구지역 민방위대도 시민 안전의 주체자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올해로 창설 44주년을 맞은 민방위대는 현재 활동성이 강한 청년들로 조직되어 있으며 군사 작전상 필요한 노력지원 등 전쟁 억제 역할과 방공·방재 활동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다. 또 구조, 복구 등의 재난대비에도 도움을 주고있으며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 안전에도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민방위대 창설은 1950년 동란 이후 현재까지 비상대비계획(1969·충무계획)과 민방위대 창설(1975년9월)을 통해 전쟁 억제기능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재난대비는 평소 테러, 방화 등 거동수상자 신고 및 교육 훈련을 통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자체 별로 조직된 재난 대비 예방 활동으로 365일 재난대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민방위 교육훈련 1~4년차는 연간 기본교육 4시간 등이며 5년차 이상은 비상소집 1시간으로 민방위대원의 교육훈련이 정해져 있다.필자는 교육훈련시간 동안 민방위대는 나 자신의 가치와 소중한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생에게 인식시켜 주고 있다.나 자신의 가치와 소중한 가족의 안전은 민방위대 활동의 중요한 덕목으로 나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이웃사랑 실천의 초석이다는 신념에서다.아울러 강의를 준비하면서 이론 강의만 할 것이 아니라 유사시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휴대용 조명등 구입을 권하고 있다.이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생명줄 같은 역할로 교육생들에게 휴대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또 화재시 젖은 손수건 사용도 교육하고 있다.1944년 민방위 제도의 창시국가인 스웨덴의 국가민방위 정신에는 ‘나를 지키는 것은 국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처럼 민방위대 정신이 사회 곳곳에서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첨복단지 ‘성급한 자립 압박’ 부작용 부른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대구첨복단지)는 지난 2009년 대구경북을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의료연구개발 클러스터다. 2013년 핵심연구시설을 준공하고 2014년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그러나 지난 17일 첨복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대구첨복재단)이 주최한 ‘메디시티 상생포럼’에서 재단 재정의 성급한 자립화 요구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첨복재단에서 운영 중인 신약개발지원센터의 경우 자립에 방점을 찍을 경우 본연의 목적인 지원 역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운영에 들어간지 5년밖에 안된 신생 기관이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다.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직 자립화 요구보다는 꾸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날 ‘신약개발센터 지원 사례’ 발표에 나선 김정애 영남대 약대 교수는 “정부가 요구하는 재단 및 센터 자립화에 매몰되면 결국 신약개발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에 앞서 김 교수는 “지역 약대들의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에서 신약개발지원센터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며 “과거 엄두도 못내던 후보물질 평가와 테스트 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자립화 압박으로 첨복단지 내 설립된 정부 지원센터들이 기업이나 대학을 지원하는 기능이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첨복재단 등에 따르면 자립도는 지난해 이미 35%를 넘었고 2020년까지 45%를 목표로 하고 있다.단기간 내 과도한 자립화 요구는 자칫 지원기관의 기능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과제에 치중하게 돼 본연의 목적을 잃게 될 수 있다.신약 개발센터의 자립화는 기술화된 제품을 공유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나누는 등 신약개발 지원이라는 목적 사업을 통해 확대돼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자립화 요구가 첨복재단 설립의 큰 목적을 해치지 않도록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이와 함께 첨복재단 설립당시 해외파 등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고용됐으나 이후 타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와 정주여건의 한계 등으로 대부분 퇴사했다는 사실도 이날 포럼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됐다.대구시 측은 “메디시티 상생기금이 230억 원 조성돼 있다. 매년 3억 원 정도 이자가 발생하고 있어 이 기금을 우수인력 영입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뒤 대책은 바람직한 대처가 아니다. 사전에 다른 지역의 현황, 전문인력 스카우트와 관련된 흐름 등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유사 사태가 거듭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떠먹여 주는 밥도 못 먹는 한국당

홍석봉 논설위원조국 사태는 무능한 정권과 사이비 좌파가 초래한 비극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거기에 좌표잃고 표류하는 야당은 뒷짐지고 있었다. 대화 상대로 여기지도 않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내로남불로 버티다가 결국 광장과 청와대로 달려간 민심에 무릎꿇었다.조국을 낙마시킨 것은 민심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여기에 무임승차하려고 한다. 촛불과 광장에서 재미를 봤다. 총선까지 ‘고(go)’를 외치고 있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하고 입으로 일어선 자 입으로 망한다고 했다. 성경 구절이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다시 광장으로 갔다. 한국당은 촛불로 정권을 뺏은 문재인 정권을 다시 촛불로 뺏겠다는 심사가 아닌가.21대 총선이 6개월 남았다. 정치권이 총선 체제로 돌입했다. 그런데 지역 터줏대감 자유한국당의 꼴이 말이 아니다. 아직 정신을 못차린 듯 하다. 조국 낙마의 공을 자임하며 자아도취에 빠진 것은 아닌가. 눈 앞의 단 맛에 취해 갈 길을 잃었나.조국 사태는 비실비실하던 야당에 보약이 됐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한국당은 제발로 걸어들어오는 호기를 발로 차버리고 있다. 정부 여당에 등 돌린 민심을 정권을 되찾는 추동력으로 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선후가 바뀌었다. 광장 민심은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자칫 역풍만 초래할 뿐이다.-광장은 이제 그만, 역풍만 초래할 뿐한국당은 조국 사태로 여당에 등 돌린 중도층이 한국당에 마음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젊은 층의 한국당 혐오는 상상을 초월한다.민심은 진보도 싫고 보수는 미덥지 못해 한다. 조국 사태로 민낯이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허약한 체력, 586의 허상, 진보 좌파의 철면피함, 김정은에 맡겨놓은 안보 등 현 정권의 실체를 목도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등을 진 것이다.역사학자 최남선은-“우리 조선은 망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했다. 망하려면 폭삭 망해야 했다. 세계사의 흐름을 외면한 결과 초래된 역사의 비극이라는 것이다.20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탄핵의 멍에를 진 새누리당은 친반과 비박으로 갈려 이전투구를 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폭망’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해체하고 재건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한국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정쩡한 봉합에 그쳤다. 이후 한국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건물도, 가재도구도 새로 바꿀 수 있는 호기를 놓쳤다.지금 한국당에는 지도자도 전략도 없다. 풍파가 이는 대로 그냥 흘러갈 뿐이다. 한국당에는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안 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얼굴 마담이 됐지만 아직 의문부호만 잔뜩이다. 광장 민심에 편승,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할 뿐이다.대권 잠룡들도 말만 요란했지 승천하기엔 힘이 달리는 것 같다. 철 지난 레퍼토리만 불러대고 있다. 만만한 TK 지역구만 찾아 다니며 무임승차를 노리고 있다. 위상에 맞지 않는다.-한국당 과제는 변화와 혁신 수용, 체질 개선한국당의 가장 큰 과제는 급격하게 진보로 기울어진 대한민국호를 수렁에서 건져내는 일이다. 다시 사이비 좌파가 나라를 좌지우지하게 놔두어선 안 된다.진보 좌파가 망쳐놓은 경제, 안보, 외교를 바로잡는 일이 그 다음 이다. 또 촛불 이후 둘로 갈린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도 시급하다. 웰빙 정당의 한계도 탈피해야 한다. 지역 민심은 외면한 채 일신의 영달에만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들을 몰아내야 한다. 그리고 새 피를 수혈해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민심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이게 한국당의 사명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정당으로서 거듭나야 한다. 싱크 탱크 기능을 활성화하고 끊임없는 성찰로서 당을 채찍질해야 한다. 그래야 보수가 다시 살고 빼앗긴 정권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이다.경제는 추락하고, 외교는 실종됐고 안보는 위기다. 포퓰리즘이 대한민국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쓰레기통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 세계 12위권의 경제 대국,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대한민국호를 이대로 좌초시키고 말 것인가. 조국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금파리 반짝 빛나던 길

사금파리 반짝 빛나던 길/ 임현정인부들이 담배 피우러 나간 사이/ 이삿짐을 실은 트럭을/ 통째로 훔쳐갔다는 건데// 숲 속 공터에// 책이 꽂힌 책상이며/ 손때 묻은 소파까지/ 여자가 살던 집처럼 해놓고// 남자는 너럭바위에 앉아/ 생무를 베어 먹은 것처럼/ 달지도 쓰지도 않게/ 웃었다고 합니다// 꼭 같이 사는 것처럼// 물방울무늬 원피스가/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는데/ 경비 아저씨의 푸른 모자가/ 아파트 화단에 떨어져 있는 날이었습니다- 시집『꼭 같이 사는 것처럼』(문학동네, 2012) .................................................... 2012년에 나온 이 시의 수록 시집이 1년 뒤 반짝 화제가 된 것은 그해 방영된 ‘상속자들’이란 TV드라마의 영향이었다. 드라마 제작사와 간접광고계약을 맺은 출판사의 책들이 계속 노출되는 가운데 시집이 극중 남자 주인공의 침대 맡에 놓였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고맙다 고맙다. 나를 허락해줘서, 고맙다 고맙다 당신의 발치에서 울게 해줘서.’ 시에 대한 무한신뢰와 사랑을 보여준 이 말에 드라마 작가의 필이 꽂혔던 것 같다. 침대에 누운 남자주인공은 이 시집 제목의 ‘사’자에 작대기를 그어 ‘꼭 같이 자는 것처럼’으로 고친 다음 표지사진을 찍어 여자주인공에게 보낸다. 처음 PPL 계약을 할 때부터 책 노출 조건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정하고, 책은 출판사에서 홍보하고 싶은 책과 작가가 드라마 전개상 녹이고 싶은 책을 절충해 선정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대목은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의 일부 내용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무튼 한 인터넷서점에 의하면 TV 나오기 전 2주간에는 달랑 한 권 팔렸던 책이 방영 다음날 바로 60여 권의 주문이 들어왔고 이후 매일 주문량이 늘었다고 한다. 새삼 대중영상매체의 힘이 놀랍다. 하지만 시집은 다른 교양서적이나 소설에 비해 반응이 더디고 미지근한 편이다. 몇 년 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이 읽었던 책들은 모조리 대박을 쳤다. 물론 책들의 간접광고 효과는 다른 패션의류나 상품에 비하면 잽도 안 된다. 특히 책의 경우는 다른 상품과 달리 단순한 노출만으로 구매를 유도하기 어렵다. 가령 출판사가 드라마의 배경일 경우 아무런 개연성 없이 그저 책장에 꽂혀 노출된 것만으로는 약발을 받지 못한다.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부터 해당 책을 염두에 두고 줄거리에 녹여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얼마 전 유시민 이사장이 출연한 라디오방송을 우연히 듣다가 ‘맞아, 유시민은 작가였지’ 불현 듯 각성하였다. 스스로 밝혔듯이 그의 주요소득원은 인세이고, 직업으로서 작가의 의무를 다하고 생계를 유지하자면 일 년에 책 한권은 내야한다는 말이 꽂혔던 것이다. 현역으로서 유시민 작가만큼 간접광고에 빈번히 노출되는 사례를 드물 것이다. 방송에 나와 한마디 할 때마다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니 매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그의 자유분방한 지적 행보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그가 쓴 책을 한권도 사본 적이 없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오래전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도서관에서 빌려본 것이 솔직히 전부였으니 생각하면 민망한 노릇이다. 다음에 시내 나가면 서점에 들러 잊어먹지 말고 ‘글쓰기’ 책이든 최근의 ‘유럽 도시 기행’이든 꼭 한 권은 사줘야겠다. 그래야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

대구시 조례, 약령시 되살리는 마중물되길

침체에 빠진 대구 약령시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약령시 관련 조례가 제정돼 활로를 찾은 때문이다. 대구 약령시는 그 핵심인 약전골목에 위치한 한약재 도·소매상들이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그 자리를 커피 전문점과 음식점이 대신하면서 위기를 맞았다.대구시의회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섰다. 한의약 육성·발전과 약령시 활성화를 위한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지난 16일 관련 상임위를 통과했다. 조례안은 오는 22일 본회의에서 가결, 시행된다. 대구시의회의 시의적절한 대응을 환영한다.대구 중구 남성로와 계산동 일원에 위치한 대구 약령시는 1658년 한약재 수집의 효율성을 위해 개설됐다. 약령시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까지 한약재를 공급 해온 세계적인 한약재 유통의 거점으로 명성을 떨쳤다. 2004년엔 한방특구로 지정됐다.이런 약령시가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한방 관련 업소는 갈수록 주는 반면 그 자리에 카페와 식당 등이 대신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구 약령시에는 한방 관련 업소 183곳이 있다.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2009년 이후 27개 업소가 줄었다.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이곳에도 속칭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나타난 때문이다.대구 약령시의 토대인 한약재 도매시장 운영 법인도 적자로 운영 포기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국산 한약재가 중국산 등 값싼 외국산에 밀려나고 한약재 소비가 준 탓이다.한약 관련 업소의 퇴조에는 관련 종사자의 고령화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겹치면서 약전 골목의 면모가 갈수록 쇠퇴, 약령시의 명맥 유지가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약령시 보존회는 현 약전 골목 인근 아파트 부지 등을 활용, 한방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근대문화유산 신청 등 보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이번 대구시의회의 약령시 활성화 관련 조례 제정은 약령시가 다시 날개를 달게 할 기반을 마련했다.조례안은 대구시장이 한의약 육성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하고 한의약 육성 지역 계획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단체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또 한의약 기술 관련 지역 특산물이나 지역 생산 제품을 생산 전시·판매하는 기업은 대부료와 사용료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이번 조례 제정으로 침체에 빠진 대구 약령시가 활성화돼 전국 한약 1번지의 명성을 되찾고 지역 경제 발전에 한몫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대구시와 약령시 측은 우수 한약재 개발 및 유통을 통해 시민 건강에 일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구 약령시가 거듭나기를 바란다.

변화하는 취미생활

변화하는 취미생활이민주아트파인애플 대표 취미생활 열풍의 시대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워라벨 확산으로 자기개발과 힐링을 위해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필자는 미술작가로 활동하며 예술단체 대표로 예술교육, 전시기획 등을 맡고 있다. 이 중 예술교육 분야로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미술 수업을 여러 해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인 취미 미술로 드로잉 수업과 원데이 클래스 페인팅 수업을 개설해 수성구 동성시장 예술프로젝트 ‘아트파인애플’ 공간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개설한 지 일주일 만에 30명 이상이 신청해 현재 매월 50명 이상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과거에는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연령층은 높았고, 주로 문화센터와 같은 교육공간에서 성인 교육으로 진행됐지만 현재는 연령층도 다양해졌으며 특화된 수업을 진행 곳을 찾아 수업을 듣는다. 수강생의 입장으로는 좀 더 전문적이고 선생님과 바로 소통할 수 있고 수업을 깊이 있게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물론 다양한 공방들이 모두 잘되기는 힘들다. 우선 공예의 경우 트렌드를 많이 쫓아가는 경향이 크고 SNS에 기록을 하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만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트렌드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또 공방을 운영하며 일정 자격요건을 부여해 주는 강사 배출이 수입원인 곳도 있다. 이런 방향으로 쏠리게 되면 공방이 너무 많아지고 경쟁력이 심해져 결과적으로 다시 문을 닫는 공방도 늘어난다. 오랜 기간 심도있게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전문적이지 못하고 SNS상의 이미지만 쫓는 곳들도 발생하게 되고 전체적인 이미지가 나빠질 우려도 있다.관련 이야기들을 지인들과 나누며 살펴본 결과 공방을 다니는 다양한 목적 중 하나가 여성의 경우 정년까지 직장을 다니기 힘들 것 같은 사회 분위기의 구조상 향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자기개발의 목적도 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자기개발이나 힐링 뿐만 아닌 불안한 미래의 대안적 요소로도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모순된 사회현실과 이제야 우리 사회에서는 삶과 휴식, 취미의 밸런스를 찾아가기 위해 한발 내딛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