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지역 경제 영향 최소화해야

‘우한 폐렴’ 사태로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관광 및 수출에도 그 여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스·메르스 때 우리 경제의 성장 발목을 잡은 전례가 있어 더욱 걱정된다. 특히 올해를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로 정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쏟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는 돌발 악재가 곤혹스럽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가 더욱 움츠려들지 않을까 우려된다.‘우한 폐렴’은 28일 현재 중국에서만 사망 106명, 확진 4천515명으로 집계되는 등 급속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확진 환자 4명이 발생했다. 대구·경북에서 의심 증상을 보인 2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역 확산 우려는 덜었다. 하지만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정부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우한 폐렴’과 관련, 관광 분야와 수출 영향에 대해 관련 산업의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미국과 한국 증시가 급락하고 국채와 금값이 상승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댔다.중국 내수 침체로 인한 국내 수출 기업 타격,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사스 여파로 2003년 2분기 한국의 GDP가 1.0% 포인트 정도 떨어졌으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연간 GDP가 0.2% 포인트 감소했다. 메르스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절반으로 줄었다. 우한 폐렴도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당장 지역 관광산업에 불똥이 튀었다. 올해를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로 정하고 각각 외국인 관광객 100만 명 이상 유치 목표를 세운 대구시와 경북도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 당국의 한한령 해제 등에 기대, 올해 중국 관광객 급증을 예상하고 있다가 복병을 만났다. 중국 관광객 감소가 불가피해졌다.지역 산업계도 수출 감소 등 여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백화점, 마트 등 중국인 이용객이 많은 유통 업체도 매출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우한 폐렴’으로 티웨이항공 등 대구공항을 이용하는 저비용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보이콧 재팬’에 이어 중국 여행 취소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정부와 대구시 및 경북도는 ‘우한 폐렴’ 확산 저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광, 유통 및 수출 등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분석,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공산주의는 시대착오적이다

공산주의는 시대착오적이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로빈 후드’는 인기 캐릭터다. 사회부조리가 만연한 사회에 콜라 같은 시원한 직설법을 들이대는 까닭이다. ‘로빈 후드’는 영화로 여러 번 만들어졌고 그때마다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뻔한 이야기’에 대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번번이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탐관오리나 부자들을 무단히 죽이거나 혼내주고 그 재물을 강탈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착하거나 말거나 전혀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나누어주는 착한 이야기(?)에 모두 거부감 없이 박수를 보낸다. 대리만족일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 상황에서 가진 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서민들에게 거저 나누어주는 ‘로빈 후드’를 싫어할 이유가 없긴 하다. 그래서인지 ‘로빈 후드’는 비단 영국만의 고유한 캐릭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일지매가 있고 홍길동이 있다. 고위관료의 집을 털어 ‘물방울 다이야’를 훔친 도둑도, 단지 부잣집만 털었다는 이유만으로, 대도라 불리며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로빈 후드 신드롬’은 의외로 그 뿌리가 멀고 깊다. ‘로빈 후드’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원시공산사회와 만난다. 원시사회는 혈연을 기반으로 토지 등의 기본적 천연자원을 공유하고 먹거리를 같이 나누어 먹으며 빈부격차나 타고난 지위 또는 권위적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 평등한 사회였다. 능력 있는 일원은 사냥을 잘하고 다른 씨족의 재물을 많이 빼앗아 왔지만 무능하거나 병약한 탓으로 놀고먹는 구성원도 많았다. 하지만 씨족 내 분배는 무차별적으로 공평했다. 핏줄로 맺어진 운명공동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씨족구성원의 연대는 본능이었고, 비록 씨족구성원에 한정되긴 했지만, 이타주의가 공동선이었다. 연대감과 이타주의에 터 잡은 질서는 원시공산사회를 지탱한 기둥이었다.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원시공산사회를 치밀하게 재가공하여 현학적으로 리메이크하였다. 소련과 동유럽국가들은 공산주의를 현실에 적용해보았으나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 등으로 인해 모두 실패하였다. 그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본 사람들이 지금 다시 공산주의 깃발을 들고 추종자를 모으고 있는 우리 현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그 깃발 아래 모인 많은 사람들이 철 지난 이념과 빛바랜 철학을 실천하고자 기를 쓰는 상황은 거의 불가사의다.연대성과 이타주의가 적용될 수 없고 협동과 분업으로 짜여있는 거대한 글로벌 사회에서 씨족사회에서나 가능했던 폐기된 이념을 이 땅에서 다시 실험하려는 정치적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함께 잘사는 사회’를 향한 선의는 비록 인정하지만 기본가정과 환경이 맞지 않아 폭망한 실험을 왜 다시 꺼집어 낸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는 기름을 지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진배없다. 선의라 하여 정의를 담보해주지도 않고 악한 결과를 사면해주지도 못한다. 포퓰리즘으로 인한 일시적 지지여론이 폭망 정책을 정당화시켜주지도 못할 뿐더러 그 역사적 책임을 면탈시켜주지도 않는다. 사심 없고 대의에 충실하다고 하더라도 나라와 국민의 명운을 고려한다면 주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장시스템보다 정부시스템이 더 많은 정보를 포괄할 수 있다는 치명적 자만은 ‘빅 데이터’와 AI 및 IoT 등을 장착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말 그대로 오만일 뿐이다.오랜 세월 원시사회에서 생활해 온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산주의와 친숙한 셈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가족이란 공산사회에 몸담고 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사회’, ‘함께 잘사는 정의사회’ 등의 이상향에 혹하는 지식인이 아직도 주위에 많은 이유다. 수많은 불특정 다수인과 협동·분업으로 연결된 거대한 지구촌에서 씨족사회에서나 가능했던 공산주의를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악을 쓰는 무리가 준동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구름 잡는 정책을 실험 중이다. 이러한 책동을 막지 못한다면 폭망의 나락으로 추락할 뿐이다. 그 돌파구를 찾는 일이 화급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선거를 통한 심판이다. 이번 선거로 민심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과학의 힘으로 치명적 오만을 극복해서 완벽한 계획과 효율적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하더라도 공산주의는 여전히 시대착오적이다. 공산주의는 그 시스템의 성격상 현실 정치에선 전체주의로 흐르기 마련이다. 1인 1표로 평등한 주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와 이른바 ‘빅 브라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체주의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는 논리적 모순이다. 민주주의가 옳다면 공산주의는 자동적으로 버리는 카드가 된다.

문향만리…개화

개화 / 이호우꽃이 피네 한 잎 한 잎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마침내 남은 한 잎이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나도 아려 눈을 감네-시조집『개화』(태학사, 2001)시조는 우리의 호흡과 정서, 사상과 감정을 담기에 가장 알맞은 시의 그릇이다. 일정한 형식이 있어서 정형률이 시상을 전개하는데 제약을 줄 수도 있지만, 기량을 갖추게 되면 정형 속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움을 구가할 수 있다. 이호우는 경북 청도 출생으로 경성제일고보를 수료하였고, 1941년 이병기를 통해 《문장》지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이호우 시조집』과 『휴화산』등을 남겼으며 그의 시조 세계를 ‘살구꽃 서정과 깃발의 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정적인 세계와 더불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일에도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개화」는 단시조다. 단시조는 시조의 본령이다. 그러나 「개화」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개 양상을 보여주면서 존재론적 탐색을 통해 자아의 정체성이나 미적 상황을 구현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되 그 안에 실존적 자아가 투영되어 자아 즉 정의 세계화, 세계 즉 경의 자아화를 통해 서정시의 본질을 보여준다. 또한 이것은 생명의 비의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개화」는 이호우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한 하늘이 열리고 동시에 시인의 눈이 열린다. 마지막 고비를 맞자 바람과 햇볕이 숨을 죽이고 나도 아려서 눈을 감는다. ‘아려’도 원래는 ‘가만’이었는데 워낙 완벽을 기하는 퇴고를 거듭했기에 말년에 수정한 것이다. 이 시조는 그러한 전개 과정을 통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노래한다. 꽃이 피는 것은 존재의 확대다. 그리하여 한없이 순수하고 한없이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에서 이상 세계의 실현을 보고 그 감격 때문에 무한한 환희와 법열을 느끼게 된다. 그런 까닭에 꽃이 한 잎 한 잎 필 때마다 한 하늘이 열린다고 했으리라. 중장에서 미묘한 정서적 길항작용을 일으키는 ‘마침내’와 ‘마지막’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이 시조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데 이바지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남은 한 잎이 떨고 있는 고비에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더 이상의 말이나 행위가 필요치 않았기에 ‘나도 아려 눈을 감’게 된 것이다. 묵상하는 모습, 정밀이 흐르는 황홀한 순간이다. 여기서 ‘바람’과 ‘햇볕’이 병치된 점이 이채롭다. 문장 끝을 ‘피다, 있다, 죽이다, 감다’로 진술하지 않고 김소월의 「산유화」처럼 ‘네’로 끝맺고 있어 리듬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호우는 ‘여기 한 사람이/ 이제야 잠들었도다// 뼈에 저리도록/ 인생을 울었나니// 누구도 이러니저러니/ 아예 말하지 말라’라고 「묘비명」이라는 단시조에서 읊은 적이 있다. 남긴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모두가 주옥편이다. 진실로 ‘뼈에 저리도록’ 조국을 두고 울고 시조를 두고 애간장 끓이며 심혈을 다했던 시인이다. 그가 누구든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가 없음을 「묘비명」을 통해 다시금 절감한다. 이제 머잖아 이 땅에 다시 봄은 오고 꽃이 필 것이다. 땅에서 꽃이 필 때 저 광대무변의 궁창이 한 하늘을 열어젖힐 것이다. 그때 봄을 맞은 이들의 눈에도 새로운 한 하늘이 열려 말로 다 못할 기쁨의 순간은 온 누리에 도래하리라. 이정환 (시조시인)

맥주의 정치학

맥주의 정치학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설 명절이 지났다. 이제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접어들 시점이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친(親)서민’ 행보가 잦아진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서민 음식’ 먹어보기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대구 서문시장 같은 유명 재래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중적인 음식을 먹으며 자신이 얼마나 친서민적이며 평범한 사람인지를 내세우기 바쁘다.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하는 서민 코스프레용 식사 뿐 아니라 공식석상에서 먹는 식사도 ‘정치’의 일부분이다. 특히 한 국가의 대통령의 식사는 큰 뉴스다. 대통령이 어디서 누구와 어떤 메뉴로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메시지가 달리 읽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 오찬에 칼국수를 주로 냈다. 이는 절약과 청렴, 개혁의지를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안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삼계탕으로 해결했다. 장관이나 수석들과의 만남은 물론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때도 청와대 근처 삼계탕집을 찾았다.정치인들이 공식석상에서 마시는 술은 식사보다 더 정치적이다. 대표적인 술이 맥주와 막걸리. 둘 다 서민의 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 초청 간담회 때 치킨과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타임을 가졌다. 수제맥주와 국민 간식인 치킨을 앞에 놓고 허심탄회하게 서민경제를 이야기해보자는 의미였다. 지난해 5월엔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맥주회동을 가졌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 안건으로 여야간 얼어붙은 분위기에서 3당 원내대표가 맥주잔을 들고 국회정상화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도였다.맥주가 정치적 수단의 하나라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맥주집인 영국의 펍(pub)이나 독일의 비어홀(beer hall), 미국의 태번(tavern)은 예외없이 그 지역공동체의 모임 장소였다. 이곳에서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며 여론이 형성되고 때론 선동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히틀러가 최초의 정치 연설을 한 곳도 맥주집이었다. 1919년 히틀러는 독일 뮌헨의 오래된 맥주집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맥주를 마시는 대중들을 연설로 휘어잡았다. 자신도 맥주를 마시면서다. 히틀러는 이곳에서 국가사회주의노동당(일명 나치당)을 창당했다. 이후 행사와 집회도 주로 3천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이런 대형 맥주집에서 번갈아가며 개최했다. 맥주집이 최고의 정치적 공간이었던 셈이다.근대에 들어와서는 정치적 지지도를 올리는 하나의 방안으로 맥주를 활용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홈브루어일 정도로 맥주를 좋아했다. 맥주를 통해 서민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시카고 지역 크래프트 맥주를 정상외교를 통해 적절하게 홍보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혈통인 그는 아이리쉬펍에서 아일랜드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통해 아이리쉬계 미국인들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필스너 우르켈은 체코 플젠 지역에서 생산되는 세계적인 맥주다. 체코인이라면 누구나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맥주이기도 하다. 1994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했을 때 하벨 체코 대통령은 단골 맥주집으로 미국 방문단을 모셔와 이 맥주를 마시게 했다. 체코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준 의도된 정치적 행사였다.갑자기 맥주 이야기를 꺼낸 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맥주회동이 활발해졌으면 해서다. 요즘 꽉 막힌 게 정치뿐인가. 경제도, 사회도, 국제관계도 답답하다. 맥주 한잔하며 풀어보자는 뜻이다.맥주는 서민들의 술이다. ‘친(親)서민’ 이미지로 표를 공략하는 데도 맥주가 제격 아닌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라도 괜찮고, 의도된 정치적 행사여도 괜찮으니 맥주잔을 앞에 두고 자주 만나라는 말이다. 혹시 모를 일이다. 그러다보면 얽히고설킨 현안들이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맥주 속에 녹아있는 탄산이 주는 청량감을 온 국민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자칫 타이밍을 놓친다면 김빠진 맥주를 들이켜야 할 수도 있어서다.

배우 정욱과 서 교수의 양심

배우 정욱과 서 교수의 양심류시호시인·수필가최근 서울 혜화동 아름다운 극장에서 김영무작, 송훈상 연출로 정욱 주연의 ‘서 교수의 양심’ 연극을 관람했다. 정욱 탤런트는 필자가 문화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지인으로 존경하는 예술인이다. 연극은 연기 인생 60주년, 올해 82세인 배우 정욱을 위해 한인수, 현석, 김호영 배우가 우정 출연한 아름다운 무대였다.연극은 신문 기자인 박인식이 대학 은사이자 유명 소설가인 서동호 교수가 최근 저지른 엄청난 비리를 알게 된 것으로 시작된다. 서 교수 명의로 출간된 베스트 셀러 ‘저 산 너머 저 산’의 소설 원작이 박 기자의 대학 동창이었던 강진욱의 옛날 원고였다. 원고는 부인 구 여사가 원고 독촉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기가 딱해서, 먼지 속에 있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 강진욱은 대학생 시절 서 교수 댁을 드나들면서 사모님인 구 여사와 정을 통했다는 비밀을 고백했다.그러다가 서 교수와 구 여사 사이의 딸 서주미의 생부가 강진욱으로 밝혀진다. 강진욱은 기자인 박인식에게 원고 절취 사건의 기사는 서동호 교수를 생매장하는 일이 되니, 절대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은사의 마음을 편히 해주려고 죽음을 가장하기도 한다.그러나 강진욱의 그러한 행동은 역효과로 나타나 서 교수는 진실을 고백하고자 한다. 서동호 교수는 파멸을 각오하고 기자 회견을 하며 양심선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서 교수를 모시고 있던 문단 후배 민 국장과 구 여사는 서동호 교수의 양심선언을 치매 증세에서 비롯된 횡설수설로 각색, 그를 정신 병원으로 데려갔다. 사태가 진정되고 서 교수가 귀가했을 때 부인 구 여사와 모녀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바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동호 교수는 이미 실성한 사람으로 변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몇 년 전 정욱 배우를 대학로 아트홀 마라카극장에서도 만났는데, 연극 ‘엘렉트라 인 서울’에서 무법 스님으로 출연하여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그동안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에서 첫 주역을 맡았고,‘학마을 사람들’에 출연했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의 작품에서 주역을 해냈다. TV 드라마에서는 중후한 지식인, 온화한 아버지 역할 등을 해왔다. 그림이나 음악, 연극, 문학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성을 움직이게 해주고 척박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샘물이 된다는데, 연극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우리의 삶과 밀접한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필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문학예술인협회는 아동문학의 태두 김종상 원로시인, 지방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정성수 작가, 비구상 서양화의 거목 권의철 화가, 대중가요 작곡자 송영수 회장, 이재신 성악가, 한국의사시인협회 고문 김세영 시인, 30년 경력 국어논술스피치학원 유미애 원장, 드라이 플라워 공예가 윤은진, 김종분 시낭송 전문가 등과 문학과 예술가들 행사를 함께 하고 있다. 문학, 시낭송, 연극, 그림, 영화, 음악, 악기연주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성을 움직이게 해주고 인생에 활력을 준다.미국의 정신의학자 마크 아그로닌은 ‘시니어들이 잘 활동하는 이유가 지혜와 회복 탄력성, 창의성 덕목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말해 인간의 뇌는 경험과 경륜이 쌓일수록 스스로 변화, 지혜의 폭을 넓혀주고, 감정 조절, 창의성까지 향상해 준다고 한다.장수시대 정욱 배우처럼 ‘인생의 큰일은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사려 깊은 지혜임을 잊지 말자.’ 라는 말을 제안한다.또 시니어들이 문학, 그림, 음악, 무용, 연극 등 예술을 가까이할 때, 힘보다 사려 깊은 지혜,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즐거운 마음이 필요하다고 권유한다.우리 모두 연극, 문학회, 음악회, 미술관, 박물관이나 문화전시회에 자주 들려서 자신의 감성도 살리고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 국민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반품 장류 재가공’ 공방…진상 규명 시급

대구의 한 유명 장류 전문제조업체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재가공해 유통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나서 진실규명이 시급한 실정이다.내부 고발에 따르면 문제가 된 업체의 제품은 80% 이상이 통상 ‘말통’으로 불리는 대용량 용기에 담겨 대리점을 통해 지역의 학교, 병원, 식당 등에 단체 급식용으로 많이 납품되고 있다.성장기 초중고 학생들의 학교 급식, 수술 전후 입원 환자들의 병원 환자식 등 취약계층 단체 급식에 비위생적인 장류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일부 제품은 대형 마트와 식자재 마트 등에도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재가공 관련 고발은 설연휴 직전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전·현 노조원들을 통해 이뤄졌다. 고발에 나선 노조원들은 “대형 마트 등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 처리된 간장, 된장 등의 장류를 새로 제조한 제품과 섞는 방식으로 재활용해왔다”고 주장했다.이들은 회사가 유통기한 경과, 변색, 이물질 혼합 등으로 반품된 제품을 버리지 않고 창고에 따로 모아뒀다가 재활용했다고 말했다. 또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회사의 지시로 제대로 폐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기회사 직원들은 식당에 가면 된장이나 춘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거짓 폭로에 강경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업체 측은 “간장류 반품 회수율은 0.2% 수준으로 전량 폐기 처리된다”고 주장한다. 된장의 경우 갈변 현상이 발생해 반품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도 폐기업체에서 모두 폐기한다고 말했다.고발에 참여한 직원들이 제시한 영상은 폐기용 간장을 폐수통에 붓는 것이라며 모인 폐수는 호스를 통해 폐기처리된다고 말했다. 즉 폐기과정일 뿐 재활용이라는 말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업체 측은 “식약처의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을 정도로 모든 장류가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창업한 지 60년이 넘는 대구지역 대표 장류 전문업체다.현재 경찰은 제보자들의 진술을 받는 등 고발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며 곧 수사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과 식품위생 당국은 철저한 조사로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 밝혀내야 한다.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식품위생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탱해 나가는 기본 틀 중 하나다. 후진국형 불량식품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童詩)의 필요성

동시(童詩)의 필요성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빠꼼 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을 맡으셨던 아동문학가 김병규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동시 ‘문구멍’의 전문이다. 48년 전의 기억이지만, 그날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창호지를 바른 문에 붙어 서서 침 묻은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대는 내 막내 동생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선생님께서 “아이가 자라는 순간순간의 모습을 문구멍으로 표현한 이 것이 바로, 동시(童詩)다”라고 하셨던 말씀도 생생하다. 최근 이 동시가 어느 분의 작품인지 궁금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 1959년 상주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신현득 시인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상하면서 등단한 작품이란 사실을 확인했다.동시는 어린이다운 소박하고 단순한 심리와 정서를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쓴 시로, 어린이를 주요 독자로 삼는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문학 장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린이가 쓴 시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동시의 가치를 몇 가지 언급하자면 어린이에게 감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며,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자연 및 인간세계와 사물에 대한 직관력과 관찰력을 기르며,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 때문에 동시는 어린이 교육용으로 큰 의미가 있는 문학 장르로 평가되고 있다.이번 겨울방학을 맞은 용학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기획 프로그램의 장르를 동시로 정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 중인 국비 공모사업인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동시愛 물들다’의 연속선상에서 동시캠프와 동시콘서트를 마련하고, 동시집을 펴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7년 도종환 장관 취임 직후 상주작가 지원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연속 선정된 용학도서관의 세 번째 상주작가는 아동문학가로 활동 중인 임창아 시인이다. 용학도서관 상주작가의 장르는 시, 수필, 동시로 이어지고 있다.이같은 겨울방학 기획의 계기는 지난해 11~12월 어린이 20명을 대상으로 운영한 동시교실인 ‘동시놀이터’에 참여한 어린이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필자와 만난 몇몇 학부모는 “기존에 다니던 학원을 포기하고, 동시놀이터에 참석했다”면서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한다. 동시 프로그램을 계속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9~10월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시교실인 ‘동시多방’에 함께한 어른들도 동아리를 만들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겨울방학 기획의 하이라이트는 ‘동시 헤는 밤’이라고 이름붙인 동시콘서트였다. 지난 22일 오후에 열린 콘서트에는 요즘 문단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동문학가인 송찬호 시인이 초청됐다. 송 시인은 “어린이는 아직 자라지 않은 어른이 아니다. 그들만의 반짝이는 세계가 있다. 동시는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다운 상상력과 언어가 만나 신나게 뛰어노는 운동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악4중주 축하공연과 어린이들의 자작 동시 낭송, 청중을 대상으로 한 삼행시 짓기로 진행됐다.어린이들의 자작 동시 낭송 순서에서는 지난해 ‘동시놀이터’와 설 연휴를 앞두고 진행된 ‘북(book)두칠성 동시캠프’에 참가한 어린이 시인 18명이 무대에 섰다. 어린이들이 시를 낭송하면 용학도서관 시청각실을 가득 메운 청중 100여명이 박수로 응원했다. 어린이들이 쓴 동시는 이날 ‘구름이 엉금엉금’이란 이름의 동시집으로 만들어져 어린이들에게 나눠졌다. 동시집에는 어린이 34명이 쓴 동시 56편이 실렸다.용학도서관이 내세우는 슬로건 중에 ‘시 흐르는 우리마을’이 있다. 도서관이 자리한 지역사회에 늘 시가 흘렀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시와 동시 강좌를 물론, ‘시(詩)라키비움’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매년 가을 지역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우리마을 동시암송대회’도 열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오늘날, 인간의 일자리를 AI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 만큼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동시를 통해 상상력, 창의력, 감성 등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인간이 AI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계가 수행할 수 없는 영역을 강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겨울방학 기획으로 동시를 선택한 이유다.

새해 새날은

새해 새날은/오세영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부터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빛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시와시학사, 1992) 그 누구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 우리는 영원한 세월 속에서 조그만 행성을 타고 잠시 함께 삶의 길을 여행하는 동반자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몸을 움츠리거나 신세를 한탄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비관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충분히 넉넉할 수 있고, 우리 앞에 놓여있는 삶의 여정은 마음가짐에 따라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 좋을 만큼 충분히 풍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믿음으로 싹틔운 행복이란 결실은 결코 마르지 않는 화수분으로 함께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축복일진대 가는 세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흐르는 시간에 얽매여 축축하게 연연할 필요가 있겠는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이제 또 새해 새날이 시작되었으니 지난 삶을 돌아보고 매듭짓는 한편 새 마음 새 정신으로 자신을 가다듬어 볼 기회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그리던 그림을 계속 이어가도 좋고 새 도화지를 내놓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도 좋다. 그 판단은 오직 본인 스스로의 몫이다. 새해 새날은 달력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발원한다. 하늘에서 햇살이 내리고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 나뭇가지를 안고 때를 기다리던 겨울눈이 비로소 눈을 뜬다. 나무 등걸 속에서 숨죽이던 벌레들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켜면 새들은 먹이를 찾아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음침한 골짜기마다 햇볕이 찾아들고 얼어붙은 산속에 서서히 양기가 스며든다. 눈 녹은 물이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나뭇잎은 몸을 가누어 공장 돌릴 준비를 한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우리 곁으로 살포시 내려와 꿈과 희망과 용기를 전해준다. 새해 새날이라 하여 몸이 다시 젊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는 타성에 젖기 쉬운 우리네 삶을 새 마음 새 뜻으로 쇄신하라는 것이다.지난해는 정말 힘든 한 해였다. 경기가 죽어 서민의 삶이 고달팠다. 북한 핵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미·중 패권 다툼의 불똥이 우리에게 튀었다. 종군위안부 합의와 징용배상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급기야 무역 분쟁으로 비화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의 한복판에서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국민들은 양 진영으로 갈려 도저히 한 지붕아래 같이 살지 못하겠다는 듯 등을 돌린 채 서로를 향해 돌을 던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흔히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한다. 지난해 많이 아팠던 만큼 새해엔 지금보다 더욱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이 지면의 문향이 지친 심신을 다독이고 격한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를 소망한다. 새해 새날에.오철환(문인)

‘우한 폐렴’, 메르스·사스 교훈 삼아야

‘우한 폐렴’의 급속 확산에 따라 우리나라도 방역 비상이 걸렸다. 설 연휴 기간 중국 관광객의 대거 입국과 귀성객의 대 이동에 따라 전염병 확산 우려가 크다. 설 연휴가 국내 확산의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23일 현재 ‘우한 폐렴’으로 중국 내에서만 사망자 17명, 확진자가 540명이 넘어서는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확산되고 있다.세계보건기구 WHO는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중국 당국은 23일부터 우한의 교통 운영을 중단하고 떠나는 항공편과 주민 탈출 통제 등 한시적 봉쇄에 나섰다.또한 세계 각국이 관광객 단속에 나서고 공항 검역을 강화하는 등 방역에 치중하고 있다.국내서도 첫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3일 발열과 기침 등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확진자 1명을 포함 모두 16명이라고 밝혔다.대구시와 경북도는 24시간 상시 방역 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질병관리본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함에 따라 설 연휴 ‘비상방역대책반’을 가동하고 24시간 긴급 비상 대응체계에 돌입했다.하지만 보건 당국의 검역 및 방역 조치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무증상으로 입국해 일정 기간이 흐른 뒤 증상이 나타나고 발병하면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노출될 경우 급속 전염 우려가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지난 2003년 중국에서 발병한 사스는 동남아 등 각국에서 8천273명이 감염돼 775명이 숨졌다. 국내는 4명이 감염됐으나 사망자는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5년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186명의 환자, 1만6천752명의 격리자 그리고 38명이 숨지는 비극을 낳았다. 시장 바닥같이 북적이는 응급실과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문병 문화, 엉성한 방역망 등이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꼽혀 이후 응급실과 문병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됐다.사스 발생 당시 우리나라는 일사불란한 검역과 방역으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5년 메르스 발병 때는 허둥대다가 큰 피해를 입은 아픈 경험이 있다.전염병은 1차는 공항, 항만 등의 검역소에서 걸러내야 한다. 2차는 의료기관의 외래나 응급실 등에서 막아야 한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때는 1차, 2차 방어선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우한 폐렴’을 계기로 전염병의 1, 2차 방어선을 전면 재점검하고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한 폐렴’은 사스,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백신을 개발, 감염병 예방에 나서 주기를 바란다.

누가 누구를 축하하는가

누가 누구를 축하하는가똑 같다.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등장했던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등장했다. 그 개개인의 면면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나라를 구하겠다는 명분만큼은 하나같이 똑 같다. 달라진 것은 그 주체가 바뀐 것이다. 대구로 국한시켜 특히 그렇다.4년 전 대구에서 나선 인물들은 당시 새누리당 정권을 도와서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그랬다. 공천에서 진박 친박 논쟁이 벌어지고 배신과 탄핵의 쓰나미가 덮쳤다.이번에는 거꾸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거다. 그들에게 맡길 수 없어 내가 나섰다.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해야 한다는 거다.100년 여 전, 나라가 일제에 먹혔을 때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나섰다. 더러는 목숨을 걸었다. 그것이 지도자로서, 지식인으로서, 관리로서 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이었다. 그 때 나라 밖에서는 조선의 망국을 당연한 수순으로 진단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그 중 양계초의 이야기는 따끔하다.그는 조선이 망한 것을 왕의 무능과 백성의 무지, 그리고 관료들의 사익추구를 꼽았다. 특히 조선의 지배 계급인 양반사회를 지탱하는 관료들은 국가와 백성을 위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안일을 먼저 챙겼다고 그는 지적했다. “조선의 고고한 양반(관리)들은 백성의 상전이 되어 구차하게 눈앞의 안일을 탐했으며 나라가 망해도 나는 부귀하고 편안하다고 하는 자들이다.”양계초가 조선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망해가는 청나라에 교훈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가 일본에 망명가 있어 왜곡된 조선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깎아내리더라도 그의 식견과 안목이 깊고 넓음에는 동의한다면 참고할 만하다. 그의 눈에 비친 관료들은 늘 붕당을 만들고 음모를 꾸미고 파벌을 만들어 사리(私利)를 도모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심지어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자들도 모두 배운 바를 빌려 관직을 구하는 도구로 삼았다고 비꼬았다. “한일합병 조약이 발표되자 이웃나라 백성들은 조선을 위해 눈물을 흘렸는데 조선의 고관들은 날마다 출세를 위한 운동을 하고 새 조정의 영예스러운 작위를 얻기를 바랐다”고 조선 사회를 분석했다.그런 양계초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조선인이 있었으니 “무릇 조선 사람 천 만명 중에 안중근 같은 사람이 한 둘 쯤 없지는 않았다. 설령 한 두사람 있더라도 또한 사회에서 중시되지 않는다. 그저 중시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 대체로 조선 사회에서는 음험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자가 늘 강하고 번성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100년 전 이야기고 조선을 잘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아픈 대목이다.지금 총선에 나선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대단한 스펙들이다. 어떻게 보면 한 세상 잘 살아왔던 사람들일 수도 있다. 짧게는 10여 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국가직으로 또는 공공부문에서 봉사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보수도 두둑이 받았을 것이고 연금도 꼬박꼬박 챙기는 관료 말이다. 그런데도 또 더 해먹겠다는 것 아닌가. 그들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바치겠다는 것인지. 혹시 양계초가 100년 전 본 것처럼 자신의 출세와 안일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내려오시라.공직자 사퇴 시한전까지 선관위에 등록한 총선 예비후보 중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을 지낸 인물만도 134명이었다. 지금 대구·경북 25개 선거구에 등록한 예비후보만도 174명이나 된다. 덕분에 호텔과 컨벤션센터도 반짝 호황을 맞았다. 그들의 출마 회견장으로. 그들은 거기에서 화려한 이력을 과시했다. 정치인과 관료들 그리고 입김 있는 유력인사들뿐 아니다. 지역의 온갖 명함을 가진 이들이 줄을 서서 축하하느라 장마당이 됐다.누구를 축하하기 위해 줄을 섰던가. 아니면 누구의 눈도장을 찍기 위한 보험가입장인가. 이 무슨 주객전도의 현장인가. 설마 지난 세기 관존민비 사상의 유전자가 선거철을 해빙기 삼아 준동한 것인가.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한 명의 고액봉급자를 만들어낼 뿐이다.

산불과 위험 기상

산불과 위험 기상김종석기상청장 지난 9월부터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지금도 진행되어 세계적으로도 최악의 산불로 되고 있다. 이번 산불의 영향으로 호주산 농·축산물이나 지하자원 수입에 차질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2일 발간한 ‘호주 산불 피해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에 따른 호주 농·축산업계 피해로 육류, 양모, 와인 등의 수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수입 다변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산불이 주는 경제적 파장도 만만하지 않다.우리나라 면적 이상의 산불피해와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고 있다. 광활한 자연 속의 동물들도 피해가 심해 호주의 자랑인 코알라도 기능성 멸종상태에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마저 들리고 있다.지난해 4월, 우리나라 강원도에서도 큰 산불이 발생했다. 강원도 인제와 고성, 강릉 옥계 등 사방팔방으로 발생하여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큰 산불이었다.이 산불은 1,757ha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 시설물 등 916곳을 집어삼킨 대형 산불이었다. 이 산불은 건조한 환경과 매우 강한 바람으로 인해 더 크게 번졌다. 산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2천795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으며, 우리나라는 산림 비율이 높은 나라로 산불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산불에 영향을 주는 기상요소로는 습도, 강수량, 기온, 바람 등이 있다. 강수량이 적고 맑은 날이 지속 되어 대기가 건조해질 때 ‘산불 발생 위험도’는 커진다.겨울과 같이 건조한 계절에는 나무나 낙엽이 바짝 말라 있기 때문에 한 번 불에 타면 걷잡을 수 없이 큰 화재로 번지게 되고, 여기에 바람까지 강하게(풍속 7m/s 이상) 불게 되면 불씨가 날아다니며 산불이 공간이동 하게 되어 대형 산불로 규모가 커진다.강한 바람은 연료의 수분을 증발시키고 산소 공급을 증가시켜 불을 거대한 재난으로 키우는 역할과 전선과 같은 인공 구조물에 마찰을 일으켜 불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산불은 발생 당시 습도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습도인 실효습도의 영향을 받는다.실효습도는 목재 같은 물체 등의 건조한 정도를 나타낸 지수로, 낮을수록 건조함을 의미한다. 5일 동안의 일 평균 상대습도에 경과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 산출한 목재 등의 건조도로, 만약 현재 습도가 높다 해도 목재가 오랫동안 말라 있었다면 이 실효습도는 낮게 나타난다.보통 실효습도가 낮아지면 화재가 발생하고 번질 위험성이 높아지게 되는데, 기상청에서는 이 실효습도를 기준으로 ‘건조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실효습도가 35% 이하로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를 발표하고,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건조경보’를 발표한다.또한 건조특보가 발표되면 지역별로 건조에 대한 현재 상황과 전망에 대한 내용으로 기상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대형 산불 발생 시 천리안 위성을 통해서도 확인을 하고 있다.기상청과 산림청이 협업하여 전국 지역별 지형조건, 산림의 상황과 기상청 예보정보를 바탕으로 온도, 습도, 풍속 등의 기상조건을 실시간으로 종합·분석하여 산불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예측하고 산불방지 및 산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올해도 설을 맞이하여 산을 찾을 때는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오지 않는 지역에서는 건조하여 작은 불씨가 큰불로 이어지기 좋은 환경이므로 산불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설에 잠시 선조들이 물려준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을 돌아보며 모든 가족들이 행복하고 복이 넘치는 2020년이 되기를 소원한다.

설날 아침에

설날 아침에/ 김종길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시집『성탄제』(삼애사, 1969)..................................................... 어린 시절 1년 365일 가운데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설날이었다. 그 기다림은 설렘을 동반한다. 추석과 비교하여 그 유익을 계량해 봐도 설이 더 실속이 있었다. 운이 좋으면 헐렁한 운동화 하나 얻어걸리는 횡재수준 설빔에다 정말로 웬 떡이냐며 따끈따끈한 가래떡이랑 강정 따위 평소 먹지 못했던 맛난 음식들, 그리고 무엇보다 후훗 세뱃돈, 연탄재 구멍에 꽂아 쏘아 올리는 화약놀이, 그 하루만큼은 하늘이 두 쪼가리 나도 행복해마지 않아야할 가족들의 표정 그리고 우리들의 환한 얼굴들. 이보다 더 즐거운 날이 어디 있으랴. “엄마, 몇 밤만 자면 설이고?” “딱, 한 밤 남았지!” 하루하루 손을 꼽고 툇마루의 기둥을 껴안고 빙글빙글 돌면서 기다렸던 설이었다. 섣달 그믐밤 어머니는 늘 그러셨다. 턱을 고이고 코딱지처럼 달라붙어 졸고 있는 내게 잠들면 눈썹이 센다고 했다가 종래엔 방으로 옮겨 이불을 덮어주시곤 했다. 설을 이틀 앞둔 어느 해, 자고 있는 나를 깨우지 않고 몰래 손바닥 뼘 벌려 잰 문수로 신발을 사들고 오신 엄마. 한 번도 내 손을 꼭 잡아준 적이 없던 아버지가 생애 처음 신게 될 끈 달린 운동화의 첫 끈을 묶어주셨던 그 설날은 지금도 생생하다. 날마다 맞이하는 무덤덤한 햇살이었지만 이날을 기해 일제히 새로운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넉넉하지 않아도 넉넉했고 추워도 춥지 않았다. 미리 놋그릇을 말갛게 닦고, 수증기 가득한 방앗간 앞에서 떡살 담은 양은대야를 놓고 긴 줄을 설 때면 설렘은 최대치로 고조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이 하루 지나 적당히 굳어지면 예쁜 타원형으로 썰리고, 마침내 볶은 쇠고기, 계란지단, 김 등속의 꾸미가 넉넉히 얹힌 떡국이 상 위로 올라와 한 그릇 뚝딱 해치우면 삶의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거로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꺽 트림을 했다. 착시현상인줄 알지만 머리통이 굵어지고 어른이 되어서도 설날은 모든 걸 용서해주고 용서받고 그래도 될 것만 같았다.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한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오는 것이지만 이 어찌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닐까.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희망이라는 이름의 해를 같은 방향으로 함께 바라보며 긍정의 지혜를 찾아낸다면, 잇몸을 뚫고 나오듯 오르는 새해의 광채를 선하고 슬기로운 눈으로 다시 본다면, 어느 지붕 아래인들 축복이 넘치지 않으랴. 만 11년 6개월 동안 변변찮은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