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기술부터 배워라

미국의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이다. 낮 시간대 TV토크쇼 시청률 1위를 20년 넘게 지켜온 ‘오프라 윈프리 쇼’ 진행자로 유명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그녀의 인기비결은 바로 소통이다. 언제나 쇼 출연자 입장에서 대화하고 공감하고 경청한다.미국 CNN 라이브 토크 쇼에서 25년간이나 큰 인기를 누렸던 래리 킹(Larry King)도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소통의 비결이다.때문에 오프라 윈프리나 래리 킹의 토크 쇼는 ‘라포(Rapport) 토크’로 알려져 있다. 라포는 심리학에서 상담 과정에서 형성되는 신뢰와 친밀감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심리적으로 편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들의 기술이다.우리나라에선 예능인 유재석이 소통의 달인이다. 그가 오랜 기간 국민MC로 대우받고 있는 것은 바로 대화의 기술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출연자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한 때 그 만의 소통의 법칙이 온라인에서 떠돈 적이 있다.‘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지고, 들을수록 내 편이 많아진다’, ‘혀를 다스리는 건 나지만 내뱉어진 말은 나를 다스린다’,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 뜻은 왜곡된다’. 수십 년 오락 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람을 상대해온 노하우가 녹아있는 말이다.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의 강연에서 방송인 이영자가 전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말을 잘 할 수 있는 비법에 대해 그는 “잘 들어주는 것이 말을 잘하는 비법”이라고 소개했다.이처럼 국내외 유명 방송인들이 이야기하는 최고의 소통 기술은 경청이다.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상대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도 “말을 배우는 데는 3년이 걸렸지만 경청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렸다”고 하지 않았던가.인간이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다. 유대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고전 ‘탈무드’에 나오는 내용이다. 소통의 기술은 입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것이라는 교훈이기도 하다.결국 소통은 단순히 말만 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각이 통하고, 감정이 통하고, 무엇보다 너와 나의 다름이 통하는 것이 소통의 진정한 의미다. 그러려면 조언이나 평가를 하기에 앞서 잘 들어 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바로 경청이고 공감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 박사도 경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와 공감하는 ‘공감적 경청’이라고 했다.요즘은 언제 어디서든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도 말은 통하지 않는다. 소통의 부재이고 공감의 부재다. 때문에 현재 한국사회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실종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 간은 물론이고 정부 내부에서도, 여야 정치권에서도, 사회 각 기관들도 소통 부재의 늪에 빠져있다.원인은 여러 가지다. 정치에서 소통의 부재가 그 중심에 있고 그 여파가 전 방위로 번져가고 있다. 정치권의 소통 부재는 늘 지적되어온 일이긴 하지만 몇 년 새 소통의 이음새가 끊기고 불통의 장벽이 더 견고해졌다는 게 문제다. 여야는 최근의 선거법, 공수처법 뿐 아니라 모든 일에 극렬하게 대립만 해왔다.어디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할까. 먼저 정치인들부터 공감의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왕이면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방식대로 상대를 대하는 황금률보다 상대가 바라는 대로 대하는 백금률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절반의 국민들만 만족시키는 것은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것은 불통이다.끊어진 소통의 이음새를 복원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여야대립, 진영대립의 원인은 불신이다. 불신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감히 정치인들에게 소통의 기술부터 배우라고 다그치는 것이다.

학생은 선거판 졸이 아니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통과됐다. 이로써 패스트트랙 법안이 모두 처리됐다. 108석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제1야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한건도 누락되지 않은 채 모두 통과된 점이 신기하다. 국회의원 정수의 절반도 안 되는 129석의 여당은 거대한 제1야당의 죽기살기식 저항을 뚫고 목표를 100% 달성한 셈이다.반면 제1야당은불법적인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막아보았지만 빈손이다. 일견 여당의 완승처럼 보이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그 과정과 성과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정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의견을 가진 사람들 간의 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가는 과정이다. 정치의 장을 ‘모여서 의논하는’ 곳 즉 의회라 칭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그런 뜻에서 보면 의논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법은 국민이 합의한, 민주적 의미의 법이라 할 수 없다. 비록 다수결이 갈등의 최종해결수단으로 기능하긴 하지만 소수의 의견이 존중될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결론을 빨리 내는 것보다 제대로 된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요체다. 정치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전쟁터나 야바위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독단적으로 밀어붙여 정치 실종 사태를 만든 여당이 승리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개정된 선거법 중 준연동형비례대표제에 가려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은 선거연령 만 18세 인하안은 재개정이 필요하다. 만 18세는 우리 학제로 고3이다. 초·중등학생은 생활권이 가정과 학교에 국한되는 비사회인이다. 학생은 성숙한 사회인을 교육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비록 아는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할 만큼 사회물정에 밝지 않다. 그런 까닭에 학생은 국가와 사회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이런 학생들에게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교육청이 계획하고 있는 모의선거교육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선거는 교육을 해야 할 만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장선거를 통해 익숙한 일이다.그런데도 모의선거교육을 하겠다는 의도는 불순하다. 불법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학생을 득표수단으로 이용하고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드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만 18세 선거연령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 주장을 하기 전에 학제를 바꾸는 선행조치를 했어야 했다. 현 6·3·3·4 학제를 5·3·3·4 학제로 변경한 연후에 선거연령을 1년 인하하는 것이 순리다. 조숙한 학생이 많아진 상황에서 초등교육기간을 1년 단축해도 큰 무리가 없다.학제개편이란 선행조건은 건너뛰고 선거연령 인하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벼락치기로 밀어붙인 일은 여당의 정파적 의도라 보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도외시한 표 욕심이 교육현장을 갈라놓고 있다.극심한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상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란 가설이 선거연령 인하의 추진 배경이겠지만 학부모 영향하의 학생들이 실제로 그럴 것인지는 미지수다. 학연에 좌우될 개연성이 높아 그 지역 소재 고교 출신 후보자에게 유리한 조건만 만들어 준다. 고교생은 대개 인근 지역에 사는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선거연령 인하 논란을 고령자의 선거권과 연계하여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 정신이 성치 않거나 기능이 떨어진 고령자도 선거권이 주어지는 판에 만 18세는 당연히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기본가정을 이탈한 궤변이다. 일인일표주의를 오해한 소이다.인간 능력의 정량적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차선책으로 채택한 것이 일인일표주의일진대 고령자의 능력만을 문제 삼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인간능력의 정량적 평가가 가능하여 각 개인의 가중치를 계산해낼 수 있다면 그 가중치가 곧 투표 가중치로 적합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인일표제가 그나마 고육지책이다.교문 앞이 명함 돌리는 필수 코스가 되고 학교 교정이 선거유세장이 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학부모보다 더 연로한 후보자가 교문 앞에 돗자리를 깔고 등·하교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절을 하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선거는 고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연령이 아니라 고교 졸업이란 사건이다. 학생을 선거판 졸로 봐선 안 된다. 유권자의 심판이 두렵지 않는가.

내 안의 적들/이재무

내 안의 적들/ 이재무고양이의 폭정에 시달려 온 쥐들이 모여/ 숙의를 거듭한 끝에/ 다른 고양이를 자신들의 대표로 선출하였다/ 다음 날부터 쥐들은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보통의 인간은 엇비슷하던 이웃이/ 자신보다 잘나갈 때 고통과 불안을 느낀다/ (중략)// 진보 유전자를 지니고 산다는 일은/ 그 자체로 멍에이며 스스로 불행지수를 높이는 일이다/ 민중론자들 중에는 자신들보다 열등한 자들을/ 은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배제하려는/ 못된 버릇과 심리를 지닌 이들도 있다// 내 안의 불편부당한 적들과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책 속에서나/ 반짝일 뿐 끝내 맨 얼굴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 (천년의시작, 2017)....................................................‘보통의 인간은 엇비슷하던 이웃이 자신보다 잘나갈 때 고통과 불안을 느낀다’ ‘천출 벗은 자가 무리 앞에 우뚝 서 있을 때’ ‘모욕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과거 토지개혁으로 지주계급이 몰락하고 소작농이나 드물게는 머슴 출신이 새로 땅주인으로 등극했을 때 실제로 횡횡했던 정서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각운은 맞춘다고 한 마크 트웨인의 말도 있다. 비유하자면 이 같은 일은 어떤 집단 안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고 정치판이나 문학 동네라고 예외는 아니다.흔히 ‘시기와 질투’를 말하지만 엄밀하게는 이 둘은 다른 감정이다. 시기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 대해 느끼는 불퉁한 감정인데 반해, 질투는 자신이 이미 소유한 것을 경쟁자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질투와 시기는 대부분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닌다. 다른 사람의 것을 욕심내는 마음이나 내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마음이 모두 탐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고통(샤덴)과 기쁨(프로이데)을 합친 ‘샤덴프로이데’라는 독일어가 있다. 잘나가는 누군가가 잘못되기를 바라고, 그리 되어 그 사람이 고통 받을 때 자신은 기쁨을 느낀다는 인간 내면의 중층적 심리구조를 표현한 단어이다. 한 마디로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란 모토로 남의 불행을 고소해 하며 즐기는 심리를 말한다. 물론 건강하지 못한 보수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진보진영 가운데서도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송경동 시인의 이란 시의 일부다.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냐고 찾아왔다. 얘기 말엽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 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유리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오래 전 ‘검사와의 대화’에서 한 평검사가 노무현 대통령께 “83학번이시죠?” 라고 말한 것도 뿌리 깊은 학벌 비하에다 오만방자한 검찰의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이다.아닌 게 아니라 일부 민중론자들 중에서도 ‘은근, 노골적으로’ 멀쩡한 사람을 깔아뭉개는 ‘못된 버릇과 심리’를 지닌 이들이 있다. 그리고 불편부당함으로 똘똘 뭉쳐진 무리들도 있다. 이들에게 우리의 삶을 내어주어서도 안될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내 안의 불편부당한 적들과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책 속에서나 반짝일 뿐 끝내 맨 얼굴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불확실성

2020년 대한민국 교육계 신년교례회 화두는 ‘백년대계’였다. 교육계와 정관계 인사, 시민사회단체 등 4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교육은 백년을 내다봐야한다’는 대의에 공감했다. 한치 앞 작은 일에 휘둘려 백년대계를 그르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해석된다.돌아보면 아쉬움 투성이다. 교육은 그때그때 달랐다. 백년은 커녕 사건만 터지면 바뀐다.지난해는 백년대계라는 말이 더욱 무색한 시기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특혜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 여론은 들끓었고, 입시공정성 확보라는 이름 속에 굵직한 교육정책과 입시제도가 생기고 사라졌다.대표적 정책이 특목고의 폐지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 등 특목고가 완전히 폐지된다. 외고는 1992년, 자사고는 2001년 각가 도입됐으나 33년과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폐지에서 끝이 아니다. 전국 자사고나 외고·국제고교장연합회는 폐지를 위한 시행령 개정이 적법한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하면서 생존 여지를 남겨뒀다.교육부의 일반고 전환이 헌법에서 규정한 사학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점,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고교제도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점 등을 헌법소원의 근거로 들고 있다.연합회는 얼마전 기자회견에서 “자사고와 외고 1차 재지정평가가 석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정책을 변경한 것은 백년지대계 교육을 책임진다는 정부가 할 도리가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잦은 교육정책의 변화를 문제 삼은 말이다.불확실성이 남은 탓에 특목고 입시를 준비중인 현장의 학생과 학부모 속은 까맣게 타는 중이다.제도가 사라질수도, 유지될 수도 있다는 혼란이 불안감으로 이어지며 사교육시장 의존도를 키운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4월 총선에서도 교육 이슈가 부각될 조짐이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 등 일부 학부모단체가 자사고 폐지 반대 여론전을 펴겠다고 예고하면서 이미 정치 소재로 떠올랐다.정책의 잦은 변화는 대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매년 다른 대입제도를 거치야 하는 우스운 상황이다. 2015교육과정을 처음 배운 현 고2는 수능 시험범위가 달라진다. 언어영역에서 독서, 문학, 언어, 화법과작문을 공통 시험범위로 하고, 수학은 기하와 벡터가 빠진다.현 고1은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 대입제도 개편에 따라 수능위주 정시모집으로 30% 이상 선발하는 대입을 치른다. 학생부 기재항목도 축소된다.현 중3 역시 이 방안에 따라 주요 대학 정시 40% 확대를 적용받게 되면서 수능 비중 확대와 함께 학생부에서 비교과영역이 축소된다. 자율활동,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 등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비교과 폐지로 받아들여진다.수능의 변화는 제도 초창기부터 있어왔다.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라서 새삼스럽진 않다.1994학년도부터 시작된 수능은 도입 첫해 상·하반기 두 번의 시험을 쳤다. 더 좋은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지만 두 수능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겨울 수능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이듬해부터는 한 번으로 줄었다.1996학년도 수능은 200점이 만점인 마지막 수능이었고, 1997학년도부터 수능은 400점 만점으로 점수 체계가 달라졌다. 이후에도 영어의 절대평가 도입, 등급제 도입 등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대입 제도에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현장 교사까지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입시 불확실성, 교육 정책의 불확실성은 교육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현장 불안감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거나 사설 입시컨설팅에 눈을 돌리는 기폭제가 된다는 점을 신년교례회에서 교육 백년대계를 외친 교육 인사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절대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이 신뢰하는 교육을 여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월배 차량기지 개발, 주민 편의 우선해야

대구시가 달서구 월배도시철도차량기지 부지 14만9천여㎡를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전 후적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교통 환경 악화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 것.대구는 현재 경북고, 대륜고, 대구상고, 정화여고 등 외곽 이전한 학교 자리 대부분이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시내 중심 주요 시설도 마찬가지다. KBS가 이전한 신천동 부지에는 아파트가 들어섰고 대구MBC 자리도 얼마 전 주택업체가 인수해 이곳에 아파트를 건립할 예정이다.이렇듯 대구 중심가 학교와 주요 시설 부지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그나마 대구의 숨통 역할을 해오던 땅과 녹지가 사라지고 있다. 대구 전역이 아파트 숲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명성을 얻고 있는 터다.학교와 각종 시설의 외곽 이전은 교육 환경 개선과 지자체 등의 재정난 해소 등 이점이 크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은 것이다.월배차량기지는 1997년 대구 도시철도 1호선(지하철) 개통 때 조성됐다. 그런데 외곽지 였던 이곳이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전동차 소음 등을 이유로 이전을 요구, 대구시가 이전 계획을 검토 중이었다.대구시는 3천억 원으로 예상되는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부지의 70% 가량을 민간 사업자에 매각해 사업비를 충당키로 한 것이다. 나머지 30%는 공공시설 용지로 정해 주민 휴식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대구도시공사는 오는 6월까지 ‘차량기지 이전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 중이다.이에 후적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파트 촌으로 바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주민들은 당초 후적지에 문화·체육 시설 등을 갖춘 공공시설이 들어서기를 바랐다.주민들은 기부대양여 방식의 경우 아파트 단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경우 인근 교통난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주민들은 후적지를 도서관, 수영장 등 문화 체육 시설을 조성할 것과 주민 편의를 고려한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월배차량기지가 생긴 1997년 당시 월성 지역 인구는 9만 명에서 현재 25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 인근 일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해 출퇴근길 극심한 교통체증 등 주민 불편이 큰 실정이다. 그리고 인근에는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다.대구시는 차량기지 이전 계획을 면밀히 검토, 민간 매각 부문을 최소화하는 등 주민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구시는 주민 요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새해 소원지 이야기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2020년 새해를 맞은 지 벌써 보름 가까이 지났다.새해가 되면 올 한 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생각하게 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이 품은 소망을 깨끗한 종이에 써서 나무나 줄에 매달거나, 벽에 붙이거나, 불에 태우거나,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날렸다. 이 종이를 ‘소원지(所願紙)’라고 한다.종교와 관계없이 바라는 일을 정성껏 적은 뒤 치성을 드리면 소원이 이뤄지리란 기복(祈福)의 장치인 셈이다.소원지 쓰기는 새해를 앞둔 연말부터 해가 바뀐 연초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행되고 있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볼 수 있는 바닷가 또는 산 정상에서 열리는 해맞이 행사장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필수 아이템이다.양력으로 진행되는 해맞이 행사뿐만 아니라, 음력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까지 소원지 쓰기는 이어진다. 이 가운데 올해부터 변화의 움직임도 있었다. 소원지를 풍선에 매달아 날리는 행사가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 때문에 대폭 줄었다.용학도서관도 소원지 쓰기 대열에 동참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새해 소망을 함께 기원하는 한편, 이용자들의 바람을 도서관 운영에 반영하는 데이터로 활용하자는 취지였다.지난해 말 지역주민들이 기증한 책으로 크리스마스 북트리(book tree)를 만들면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새해 바람을 소원지에 써서 북트리에 매달도록 안내했다. 지난주까지 이어진 이 행사에는 그림으로 소망을 표현한 어린이들을 포함해 모두 664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지 유형별로 나눠봤다. 새해 소망을 글씨로 적은 소원지 586장 가운데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내용이 325장으로 가장 많았고,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내용이 98장으로 그 다음이었다.또 성적 향상과 취업을 포함한 시험 합격을 소망하는 내용이 53장, 이성교제 또는 우정을 바라는 내용이 52장으로 이어졌다. 소원지 중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도서관 입장에서 가장 반가운 소원지는 ‘독서’를 주제로 한 내용이다. 엄마 또는 아빠가 쓴 것으로 보이는 ‘아들,.책도 많이 읽어 주세요‘, ’책 좋아하는 가족으로 행복하길...‘, ’진짜 독서하는 2020년이 되길 소망합니다‘ 등이 있었다.또 어린이가 쓴 것으로 보이는 ‘재미있는 책 많이 읽고 싶어요’, ‘책 많이 사주세요’ 등이 그것이다.가족이 주제인 새해 소망이 많았다. ‘우리 아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사춘기, 빨리 가라. 갱년기, 오고 있다’, 아빠가 담배를 끊게 해 주세요‘, ‘여동생 갖고 싶어요’, ‘둘째도 꼭 생기게 해 주세요’, ‘엄마, 마음은 집에서 모시고 싶어요’, ‘사촌형과 함께 살게 해 주세요’, ‘할머니가 우리 집에 살게 해 주세요’, ‘새해에는 좀 더 멋진 아빠가 되길!’.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소망이 상당수였다. 특히 게임 또는 반려동물을 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브롤스타즈 보석 1000개를 받고 싶어요’, ‘휴대폰을 갖고 싶어요’, ‘강아지와 햄스터와 고슴도치를 키우고 싶어요’ ‘레고 하고 싶다. 심심하다. 나는 정당하다’, ‘내 방에 컴퓨터 있게 해 주세요’, ‘빨리 키 크게 해 주세요’, ‘빨리 어른 되고 싶어요’, ‘102개월 동안 방학되게 해주세요’, ‘엄마가 잔소리를 안했으면 좋겠어요’ 등.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도 자연스레 드러났다. ‘동화작가 되게 해 주세요’, ‘바이올린 천재가 되게 해 주세요’,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선생님이 되게 해 주세요’, ‘경찰 합격해서 자랑스러운 딸이 되자!’. 연예인을 선망하는 청소년들의 심정도 상당수 나타났다. ‘강다니엘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BTS, 트와이스, 연예인 만나게 해주세요’, ‘방탄 만나게 해 주세요’.개인의 소망을 넘어 사회를 생각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사회가 균형발전하게 해 주세요’, ‘우리 대구 안전하고, 전쟁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어르신의 담담한 소망도 있었다. ‘세상에서의 모든 아픔은 버리고, 조용하고 행복한 영원의 여행을 감사히 떠날 수 있기를...’.새해에 바라는 시민들의 모든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용학도서관도 이용자들의 소망이 이뤄지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도록 각종 정보자료와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할 각오를 다진다.

이별의 방식/이금주

이별의 방식/ 이금주 한적한 지하철 안으로 들어섰네// 흑장미 꼭 다문 입술이 막 피어나는/ 나와 똑같은 코트를 입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네/ 도플갱어를 보는 듯/ 여러 눈길들/ 우리를 번갈아 읽기 시작했네/ 민망한 분위기를 숨겨줄 쥐구멍은 없었네/ (중략)/ 늙은 고양이처럼 발톱을 숨기고/ 훔치듯 표정을 읽었네// 오래전 친구였네// 나비들은/ 물오른 우리의 향기에 취해/ 주위를 돌아다녔네/ 우월감에 젖어 깊이 스며들지 못하고/ 우리는 말을 잃었네/ 다시 이어지지 못했네// 끝내 서로를 놓쳐버렸네// 그렇게 또 한 사람이 떠나갔네// 오늘은 내가/ 내일은 차창에 비치는 또 다른 내가 ㅡ 계간 ‘문학청춘’ 2019 여름호.............................................‘흑장미 꼭 다문 입술이 막 피어나는’ 무늬의 코트를 잘 차려입고 지하철을 탔는데 자기와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았다? 이럴 때 여성들은 대개 기분이 별로다.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하려들거나 민망해서 상대의 시선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졸지에 몰개성으로 취급당한다든지 흔한 바겐세일에서 구입한 옷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기분이 영 찝찝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지하철엔 뒤뚱거리는 펭귄처럼 고만고만한 검정 패딩을 걸친 사람들로 빼곡하다. 민망할 일도 반가울 것도 없다. 어차피 서로를 놓치고 ‘또 한 사람이 떠나’가면 그만인 것을.유시민 이사장은 jtbc 신년대담 며칠 뒤 ‘알릴레오’에서 진중권 씨에 대해 “이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최대한 존중하며 작별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어떤 때에는 판단이 일치했고 길을 함께 걸었던 사이지만 지금은 갈림길에서 나는 이쪽으로, 진 전 교수는 저쪽으로 가기로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때 두 사람은 정치적 지향이 같았고, 고 노회찬 의원과 더불어 팟캐스트를 함께한 적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조국 사태 과정을 통해 현격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면서 날선 공방을 벌이다가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했다.발단은 유 작가가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한 것을 두고 진 교수가 “취재가 아니라 회유라고 봐야 한다”고 객관적 근거 없이 주장한데서 시작되었다. 정황상 그렇겠다는 것을 심증으로 굳힌 결과였을 터이지만, 유 작가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충돌은 진보진영 안에서도 흔히 보아왔던 터라 전혀 낯설지 않다. 진 교수의 리버럴함과 독자적 엘리티즘은 그동안 다른 진보인사와 빚은 여러 차례의 마찰로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자기 혼자만 양심적이고 결벽하다는 듯 다른 사람을 쉽게 단죄하고 매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그는 정의와 무관하게 집단논리에 의해 지배받고 싶지 않은 사람임은 분명해 보인다. 자기 확신이 몹시 강해 사과나 유감표명도 그의 사전엔 없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 보여준 그의 논리대로라면 과거 ‘조영남 그림 대작’사건에서 그를 전폭적으로 옹호할 일은 아니지 않았을까. 그는 그때도 일반의 정서를 무식쟁이의 저급함으로 매도해버렸다.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등 거장의 명작도 제자나 조수와 협업한 결과물이란 것을 관련 자료로 밝히려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 유 작가는 그런 그에게 질린 듯했다. 유 작가는 성찰을 ‘이별의 방식’으로 권했지만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그 조언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홍석봉 논설위원당 태종 때 위징(魏徵)은 직간(直諫)으로 유명했다. 태종에게 200회가 넘는 간언을 했다. 그가 죽었을 때 ‘짐이 이제 한 거울을 잃었노라’고 하며 직접 묘비의 비문을 썼다. 위징의 충직한 간언과 충언을 잘 받아들이는 태종이 있었기에 당나라는 번영을 누렸다. 이 시기를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한다. 당 태종은 645년 3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 원정을 감행하지만 실패한다. 돌아오는 길에 “위징이 지금까지 살아있었으면 나한테 이런 걸음을 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위징이 충신으로 추앙받는 데는 위징의 끝없는 간언, 즉 ‘아니 되옵나이다(NO)’를 들어준 태종의 통 큰 리더십이 있었다.이 시대 대표적 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조국 사태 이후 여권과 진보진영에 연일 독설을 퍼부으며 진보 저격수로 등장했다. 특히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SNS 등을 통해 벌인 열띤 공방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친여 성향의 인물과 집단을 날카로운 말 폭탄을 장착한 드론으로 맹폭했다. 보수와 진보로 여론이 두 쪽 난 상태에서 진보가 진보를 공격하는 특별난 상황에 보수 쪽은 열광하고 있다. 진보 속의 ‘NO(아니오)’ 선언이다.최근 정치권에서도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드물게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NO’ 선언이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여당이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며 마련한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시대에 역행한다며 정면 비판했다. 여당에서 처음으로 터져 나온 공개 비판이다.-진중권, 여당 의원의 진보 및 정책 비판 속출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지난 연말 통과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 표결에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기권했다가 민주당 내부에서 배신자라고 찍혔다.윤석열 검찰총장은 청와대를 압박하며 권력의 비리와 부정에 대해 칼을 들이대는 등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NO’라고 하다가 쪽박차기 일보 직전이다. 정권 폭주를 견제하는 윤석열의 손발이 모두 잘려나갔다. 검찰의 청와대 수사에 대한 앙갚음이다. 예스맨들이 정국을 더욱 혼란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4·15 총선을 준비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4년 전남도지사 취임 후 실국장 토론회에서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야 정책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직원들의 'NO’를 주문했다. 정작 본인은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그렇게 못했다.문재인 대통령은 민노총과 전교조가 대놓고 청구서를 날리는 데도 말문을 닫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경제의 하부구조가 파탄 나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경제 기초가 튼튼하고 집값을 잡았다고 뜬금없는 소리만 해댄다. 아니오라고 말하는 경제 참모가 없기 때문이다.외교관계도 마찬가지. 중국은 한국을 마치 속국처럼 무례를 일삼는다. 트럼프는 동맹국을 압박하며 상거래의 대상으로 본다. 미국에 대해서도 사안에 따라 분명하게 ‘NO’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에만 NO를 외친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카스 R. 선스타인은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라는 책에서 다수의 폭력을 낳는 ‘집단사고’를 고발했다. 그는 “잘 작동되는 사회는 이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와 제도를 갖춰 동조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편견과 통념을 뒤집는 이견의 건강성을 강조했다. ‘NO’가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다는 얘기다.-양심과 정의 적폐 몰리는 사회, ‘NO’ 필요지금 우리 사회는 양심과 정의를 말하고 정직했다간 적폐로 몰린다. ‘NO(아니오)’라는 말도 희귀어가 됐다. 후한(後漢) 때의 사상가 왕충(王充)도 지식인 최고의 덕목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라고 했다.당 태종을 성군으로 만든 위징처럼, 문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청와대 주변에는 ‘아니오(NO)’라고 말하는 참모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예스맨들이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고 있다. 위징은 꿈도 못 꾼다. 나라가 암담하다. 청와대나 집권 여당에서 당당하게 ‘아니오(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평범한 이들의 인내심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언젠가 읽은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지구반대편에 가족 행사가 있어 떠났다가 귀국하는 길이었다. 새벽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달려야 할 정도로 급한 상황이 일어났다. 보안검색대에서부터 화장실 표지판을 찾았다. 얼른 수속을 마치고 뛰어가니 벌써 여럿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안절부절. 기다려도 좀체 나오는 사람이 없다. 너무 급한 나머지 양해를 구하고 뒷줄에 서 있던 내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혹시라도 빈자리인 줄도 모르고 무작정 열을 맞추어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였다. 안으로 발을 옮겨 하나하나 조심스레 점검해봤다. 평소 하던 대로 문을 당겨보니 열리지는 않지만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이번엔 문을 살짝 밀어 보았다. 그러자 쉽게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안에는 아무도 들어 있지 않은 빈자리였다. 차례차례 문을 열어보니 여러 곳이 텅 빈 상태가 아닌가. 잠시 한국을 떠나있던 이들이 그동안 어느 방향으로 당기고 밀어야 열리는지, 그것을 그만 잊어버렸던 것일까. 철썩 같이 자신이 늦어서 줄을 선 것이라 생각하고 급해도 둘러보지 않고 있었다니. 모두 웃음으로 떠들썩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일을 보기 시작하는 이들을 보며 한 사람의 시를 다시 읊어본다.미국의 극작가이며 시인인 팻 슈나이더는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라고 읊었다. ‘찻잔이 차를 담고 있는 일/ 의자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서 있는 일/ 바닥이 신발 바닥을, 혹은 발가락들을 받아들이는 일/ 발바닥이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는 일/ 나는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에 대해 생각한다. /…중략…// 계단의 사랑스러운 반복/ 그리고 창문보다 너그러운 것이 어디 있는가’극작가이기도 한 그 시인은 어렸을 때 홀로 된 어머니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바람에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고아원에서 지냈다. 이러한 힘든 경험은 그녀의 문학 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그러기에 가난과 불운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문학 활동을 평생 동안 해 오지 않았을까. 인간은 글을 쓰는 동물이라는 인식으로 고아원, 감옥, 말기 환자 병동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글로 써서 나타내 보이는 것을 그녀는 도왔다.우리는 평범한 것들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지지해주는 것들과, 입어 줄 때까지 옷걸이에 걸려 있기를 마다하지 않는 바지, 더러운 발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양말, 어떤 입술에도 아부하는 숟가락의 매끄러움, 밤새 앉아 울어도 품어주는 의자, 진짜 모습을 감추는 행위를 묵인하는 거울의 너그러움, 그것이 바로 사랑이지 않겠는가. 어떠한 환경에서도 우리의 삶을 떠받쳐 주는 평범한 것들의 은총과 같은 도움 없이 우리가 어떻게 하루를 반짝이는 날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우리네 삶은 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것에서라도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기쁘게 살거나 그 어떤 것에서도 아름다움 대신 그늘을 바라보며 살거나. 대개 이렇게 두 방향으로 나누어질 때 어찌하면 좋을까. 우리가 평범한 이들과 평범한 사물들을 통해 어느 날 문득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날이 찾아온다면 그 얼마나 세상은 아름다울까. 바로 사물과 사랑에 빠지는 날 말이다. 문득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번쩍 띄는 경우가 더러 있다.“어떻게 이것을 못 볼 수가 있었지?” 느끼는 순간 말이다. 평범한 것들에 대한 특별한 느낌,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주제이지 않을까 싶다.밤하늘에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 날, 주변에 힘들어하는 이웃이 있다면 이렇게 외쳐보자. “돈 워리 비 해피” 뜻은 모두 알다시피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자주 만나는 친구는 이 문장을 이야기할 때면 늘 강조한다. 현실에 맞게 직역하자면 ‘돈 걱정하지 마~! 당신은 바로 행복해질 거야~!’라고 말이다. 애니를 좋아하는 이들은 ‘하쿠나 마타타’를 노래할지도 모르겠다. 하쿠나 마타타! 스와힐리어로 걱정거리가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지 않은가. 불행한 생각을 하면 끝없이 우울해지고 그런 우울감에서 좀체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감정에 빠진 이들이 있다면 문득 외쳐보자. 돈 워리 비 해피! 마음부터 기운을 내야 힘이 나지 않겠는가.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오늘 하루 힘든 일이 있었더라도 다 털어내고 활짝 웃는 하루가 되기를, 그리하여 웃음으로 시작하고 웃음으로 마감하기를, 2020 올 한해는 날마다 경축일이 되기를 바란다.

어떤 진보주의자의 하루 / 신동호

어떤 진보주의자의 하루/ 신동호오전 여덟 시쯤 나는 오락가락한다/ 20퍼센트 정도는 진보적이고 32퍼센트 정도는 보수적이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막둥이를 보며 늘 고민이다/ 늘 고민인데 억지로 보내고 만다/ 정확히 오전 열 시 나는 진보적이다/ 보수 언론에 분노하고 아주 가끔 레닌을 떠올린다/ 점심을 먹을 무렵 나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배고플 땐 순댓국이, 속 쓰릴 땐 콩나물해장국이 생각난다/ 주식 같은 건 해본 일 없으니 체제 반항적인 것도 같은데,/ 과태료나 세금이 밀리면 걱정이 앞서니 체제 순응적인 것도 같다/ 오후 두 시쯤 나는 또 오락가락한다. (하략)- 시집 『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2014)................................................................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기존 보수 정당에 대한 심판 여론이 확산되자 동시에 보수와 진보에 대한 개념 논의도 활발해졌다. 진보를 좌파로, 보수를 우파로 규정짓기도 하는데, 프랑스혁명 때 열렸던 국민의회에서 왼쪽은 왕정을 무너뜨리고 프랑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공화파가, 오른쪽엔 예전 왕정체제의 근간을 유지하려는 귀족 중심의 왕당파가 앉았던 데서 유래했다.보수주의자들은 자유시장의 원리에 맡기자고 한다. 개인 각자가 자유롭게 부를 얻고자 열심히 경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평등은 자연의 법칙이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욕구를 자극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가도 함께 부유해진다는 논리로 자본주의의 근간이 됐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원칙적인 생각이라지만 시장경제에 마냥 맡겨둬 버리면 승자독식의 우려가 있고 실제 우리 사회 불평등 구조의 대부분은 그에 기인한 결과이다.역사에서도 대비되는 인물들이 있다. 포은 정몽주는 왕이 썩고 탐관오리가 판쳐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인 반면에, 심상정 대표가 존경하는 역사 인물로 꼽은 삼봉 정도전은 왕이 썩고 탐관오리가 판치면 나라를 바꿔야 한다는 진보적 입장이었다. 전자는 나라가 우선이고 후자는 백성이 먼저다. 문 대통령의 과거 선거캠페인이 “사람이 먼저다”였다. 하지만 이제 보수와 진보를 무 자르듯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결국 좋은 세상 만들어서 다 함께 잘 살자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뇌 자체가 다르다는 말도 있지만 공존할 수밖에 없다. 시에서처럼 어느 순간엔 진보적이었다가 또 어느 땐 보수적이 되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고 오락가락 이다. 웬만큼 진보적이고 웬만큼 보수적일 뿐 진보적 가치를 배제하는 보수나, 보수적 가치를 깡그리 무시하는 진보는 곤란하다. 남북 화해, 복지 확대, 민주화 등의 기치가 우리 삶을 핍박할 리는 없지 않은가. 다양한 가치들을 조화롭게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건전한 보수와 진보가 공존해 서로 인정하고 보완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룰 때 국가는 발전하고 개인의 행복과 존엄도 실현된다. 삶의 기쁨과 행복을 위한 4가지 조건으로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는 것’을 꼽은 유시민 작가가 정의하는 진보도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명하면서 함께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어나갈 때,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는 인생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연대’가 이루어내는 아름답고 유쾌한 변화를 ‘진보’로 보았다. 진중권 씨는 그 연대를 향해 “집단 속 승냥이, 뇌 없는 좀비”라고 독설을 퍼부은 것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왜 미적거리나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지난 연말 전체인구의 50%를 넘어섰다. 균형발전포럼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사상 초유의 ‘국가 비상사태’라고 규정했다. 시민단체에서는 “비수도권과 농산어촌, 중소도시들이 인구 감소로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며 “그간 추진해온 정책들이 실패했거나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경북의 성장거점인 구미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구미의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구 구성비가 젊기로 이름난 구미의 인구 감소는 비수도권의 안타까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지난해 말 구미시 인구는 41만9천742명으로 2014년 5월 이후 5년7개월 만에 42만 명 선이 붕괴됐다. 대기업의 수도권 및 제3국으로의 잇단 이전에 따른 고용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2015년 34세였던 시민 평균 연령은 38.4세로 4년 만에 4.4세가 높아졌다.한국고용정보원의 2019 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경북은 구미·포항·칠곡·경산 등 4개 시·군을 제외한 나머지 19개 시·군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중 군위·의성·청송·영양·청도·봉화·영덕 등 7개 군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전국의 비수도권이 동일한 상황이다.이에 반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국내 총인구 5천184만9천861명 중 50.002%인 2천592만5천799명이 수도권에 모여 산다는 것이다.비수도권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은 입을 모아 균형발전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인구 증가의 핵심요인은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이 수도권에 그대로 있는 한 인구 분산과 균형발전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다.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서는 153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연이어 추진될 것처럼 보였던 2차 이전은 말뿐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018년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의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다. 후속 로드맵 조차 마련되지 않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만약 총선 공약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루고 있다면 큰 잘못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선거에 앞서 정치권의 정쟁으로 비화될 경우 추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 백년대계를 정쟁에 휩쓸리게 해서는 안된다.선거와 상관없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 아울러 이전대상 기관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서대구 도시철도 노선, 합리적 결정해야

서대구 KTX역과 도시철도 노선을 잇는 트램 방식의 연계 교통망 사업과 관련, 노선 논란이 뜨겁다. 노선이 통과하는 대구 서구청과 달서구청이 서로 자기 지역에 유리한 노선 설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대구에서도 가장 낙후된 서구는 도시철도 신설을 계기로 지역 발전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노선 향배에 아주 예민하다. 서구는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달서구도 조금도 양보할 기색이 없는 상황이다.특히 서구는 구민들이 노선 조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달서구청이 대구시청 신청사의 두류정수장 유치에 따라 신청사 인근을 지나는 노선이 유력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구 중심 통과를 배제한 도시철도 노선 구상안에 ‘서구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현재 서구청은 서대구 KTX역에서 평리네1거리, 신평리네거리, 두류역(2호선), 안지랑역(1호선)을 잇는 서대구로 노선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반면 달서구청은 서대구 KTX역에서 서대구공단과 죽전역(2호선), 상인역(1호선)을 잇는 와룡로 노선을 제안 중이다.서구의 경우 낙후된 도심 이미지를 벗고 향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유입되는 1만5천여 가구의 구민을 충족할 만한 교통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서대구 KTX역사에서 달성까지 연력되는 트램이 서구청이 제시한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시청 신청사를 중심으로 한 달서구청 안이 유력해지는 듯 방향이 기울자 서구청은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광역·기초의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서구 주민들은 지역의 경제 발전과 정주여건, 교통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서대구 KTX역 개통을 앞두고 도시철도 노선을 잇는 연계 교통망 조성에 태무심하다며 광역·기초의원들의 미온적 행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서구 주민들의 반응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서구는 인구도 크게 줄고 있고 대부분 지역이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터다. 서대구 KTX역사가 신설되면서 도약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거기다 서대구 트램 열차 노선 신설에 기대가 컸었다.그런데 노선이 주민 뜻과는 달리 설치될 것으로 보이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대구시는 서구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달서구에 비해 낙후한 지역 현실을 감안해 노선을 조정하는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대구시는 지역 균형 개발 측면에서도 새롭게 노선을 들여다봐야 한다. 대구시는 서구 지역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노선 개설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전준항대구지방기상청장지난 6일은 절기상 ‘작은 추위’라는 뜻의 소한이었다. 소한은 우리나라 24절기 가운데 23번째 절기로 동지와 대한 사이에 있고, 음력으로는 12월 초순이지만, 양력으로 1월 5~6일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가 바뀌고 처음 나타나는 절기로 ‘정초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인데,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어도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다.’ 등의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다는 의미를 가진 속담이 있다. 왜 ‘큰 추위’의 대한보다 ‘작은 추위’의 소한이 더 추운 걸까? 옛날 중국 사람들은 소한부터 대한까지 15일간 5일씩 끊어서 3후로 나누었다고 한다.초후에는 기러기가 북으로 날아가고, 중후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고, 말후에는 꿩이 운다고 기술하였다. 이는 옛날 중국 주나라 때, 화북지방-황하의 북쪽지역 기후에 맞춰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 기후와는 조금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하지만 의미가 무색하게도 6일 대구지역 일최저기온은 –1.4℃로 평년(-3.6℃)보다 2℃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다. 이처럼 올 겨울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날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이러한 기온이 높은 원인으로는 지난 12월 중순 이후로 시베리아 부근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북쪽 찬 공기를 몰고 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 내외로 높아 우리나라 남동쪽에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이 강도를 유지하면서 북쪽 찬 공기가 한반도로 깊숙이 내려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그렇다면 과거 통계자료에서 대구지역의 소한과 대한의 기온은 어땠을까? 실제로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웠을까?과거 10년간(2010년~2019년) 대구의 소한과 대한 시기의 일최저기온을 분석해본 결과, 소한 시기가 더 추웠던 날은 4년뿐이었다. 나머지 6년은 실제로 소한 시기보다 대한 시기에 더 추운 날씨를 기록하였다. 분석해보면, 소한이 대한보다 추웠던 날은 최저기온이 3.6~12.8℃까지 차이가 나 소한의 최저기온이 크게 떨어진 반면, 대한이 소한보다 추웠던 날은 2016년에 7℃가 추웠던 날을 제외하고 대체로 차이가 0.3~4.0℃로 소한이 대한보다 추웠던 날보다 최저기온 값의 차이가 적었다. 이는 소한이 대한보다 추울 때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차이가 나는 반면, 대한이 소한보다 추울 때는 소한보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비슷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한이 대한보다 춥다고 느끼는 것은 사람이 느끼는 추위가 상대적이어서 비슷하게 낮은 기온이라 하더라도 겨울철 한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소한에 더 춥게 느끼고 한파 피해도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하강하여, 3℃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아침 최저기온이 –12℃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표할 수 있다. 이 3가지 조건은 본격적으로 찬 공기가 지배하는 정초한파인 소한 시기에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겠다.2019년 12월 3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대구지방기상청에서는 한파영향예보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파영향예보는 한파 피해 저감을 위해 방재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국민의 안전·건강 증진을 도모하고자, 각 지역 환경을 고려하여 분야별·위험수준별 맞춤형 상세 한파 영향정보이다. 한파영향예보는 6개 분야(보건, 산업, 시설물, 농·축산업, 수산양식, 기타(교통,전력 등))로 나뉘고, 위험수준별로 4단계(관심/주의/경고/위험)로 나뉘어 지역별로 예상되는 한파전망 및 위험수준에 따른 상세한 대응요령 정보를 전달한다. 이에 대한 정보는 날씨누리 홈페이지(www.weather.go.kr), 모바일 웹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어느덧 겨울도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올 겨울은 상대적으로 따뜻하지만, 일시적으로 대륙고기압이 크게 확장할 때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기상청에서 제공되는 일기예보 및 한파영향예보, 생활기상지수 등을 활용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대한 끝에 양춘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추위 뒤에 따뜻한 봄이 온다는 말로, 힘들고 괴로운 일을 겪고 나면 좋은 일도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도 미래를 이야기하자

우리도 미래를 이야기하자관광시즌이었던 지난 연말연시 대구국제공항은 예년에 비해 차분했다. 베트남 다낭이나 필리핀 세부 등 동남아행 비행기가 뜨고 내릴 뿐 그 흔했던 후쿠오카나 오사카 같은 일본행이 팍 줄어든 탓일 게다. 출발지 대구공항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웃 일본의 거리도 한국인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적폐청산 구호가 온 나라를 휩쓸었다. 일본의 반도체소재 수출규제에 이은 한·일간 무역분쟁과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일본 여행 자제로 확대됐고 그 여파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하루에도 수백만 관광객이 몰려드는 도쿄에서 한국말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온 나라가 일본에 대한 적개심으로 들끓고 있는데 일본 한복판에서 한국인들이 히히덕거린다면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그러니 숨죽이고 일본 여행하는 일부 관광객을 나무랄 수도 없지만 한국인의 일본 여행 자제는 칭송받아 마땅할 일이다.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며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본은 그런 과거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 2020년을 맞고 있었다.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 자제에도 도쿄나 도쿄 인근 관광지들은 사람의 물결로 뒤덮였다. 그들에게는 천황이 바뀌고 맞는 첫 새해에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서인지 온 나라가 들떠 있었다. 매스컴과 거리는 올림픽 경기장을 찾는 법이라거나 경기를 즐기는 법 등 올림픽 관련 소개프로그램과 광고들로 넘쳐나고 일견 활기차 보이기도 했다.2시간여 비행 만에 한국에 들어오니 또다시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듯 속이 상했다. 우리나라는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과거에 매달려 있었다. 일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었다. 소녀상이 여전히 중요 뉴스가 되고 있다. 5·18 진상규명도 현안이었다. 그나마 한·일 무역전쟁으로 대일무역적자가 줄어들고 한국인의 일본 여행 감소로 일본의 주요 관광지가 타격을 입었다는 뉴스가 위안이 됐다. 그것이 장래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4·15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당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설계를 발표했지만 레토릭 이상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마다 하는 립 서비스 정도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국민들에게 청와대와 시장바닥의 온도차만 실감하게 만들었다.선거법이 바뀌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허수아비 같은 반대 속에 민주당은 4+1이라는 첨단시스템을 가동시켜 힘으로 선거법을 바꾸어 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8세 이상이면 투표권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도 정치 바람이 불 것이다. 이 커다란 문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한국당은 선거법이 바뀌면 선거연령도 바뀌는 사실을 몰랐을까. 알았다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청년 학생들을 흡수하고 그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며 그들을 자기들 정치 영역 속에 흡수하는 전략도 있어야 한다. 그들을 위한 정책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당은 바뀐 선거법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떤 것인지 국회의원들도 모른다며 개정된 선거법을 악법이라 비난한다. 선거법이 통과되기까지 시간동안 거대 정당인 한국당은 어디에 있었나?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국회에 상정되기까지 한국당은 어떤 역할을 했나. 새로운 선거법이 가져 올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허점을 국민들에게 쉽게 설명해서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대안을 만들고 타협하는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그런 대비 보다는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무모함을 보이지 않았던가. 혹시 국민의 이익 보다는 국회의원 개인의 기득권 지키기에 열중한 결과는 아닌지 묻고 싶다.여전히 과거에만 매몰돼 있는 우리 정치에서 언제 미래를 이야기하고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그런 날이 언제나 올까.이번 총선에서는 미래를,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화재예방은 선택 아닌 필수

현봉환상주소방서 청리119안전센터 센터장뜨끈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왔다. 찬바람과 추운 날씨에 야외활동보다는 실내활동이 잦고 난방 기구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에 소방서에서는 겨울철 소방안전 대책을 수립하여 화재예방에 힘쓰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화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국가화재정보시스템 e-화재통계에 따르면 2019년도 경상북도 내 계절용 기기에 의한 화재건수 117건 중 1월 21건, 2월 13건, 11월 16건, 12월 18건 등 총 68건으로 약 60%가 겨울철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다면 겨울철 계절용품인 난방용품을 어떻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우선 난방용품 구입 시 안전인증(KC마크)를 받은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KC마크는 안전·보건·환경·품질 등 분야별 인증마크를 국가적으로 단일화한 통합인증 마크다.전기제품 사용 시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소비전력이 큰 난방 기구를 한 콘센트에 한꺼번에 사용할 경우 과부하가 발생하여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분리해서 보관해야 한다.또 화목보일러는 불연재로 구획된 별도의 실에 설치해야 한다. 연통은 보일러 몸체보다 2M이상 높게 연장 설치하고 땔감 등의 가연물은 2M 이내에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연통을 청소하여 타르 등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도 필요하다. 항상 대비를 하고 조심을 해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화재이고 그때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주택용 소방시설인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 등이다.여름이고 겨울이고 화재예방은 필수지만 건조한 날씨와 난방 기구 사용 등으로 화재예방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때이다. 내 주변에 위험요소는 없는지 한 번 둘러보고 안전한 난방 기구 사용으로 따뜻하게 겨울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