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나

우리는 어디서나 / 오규원우리는 어디서나 앉는다/ 앉으면 중심이 다시 잡힌다/ 우리는 어디서나 앉는다/ 일어서기 위해 앉는다/ 만나기 위해서도 앉고 협잡을 위해서도 앉고/ 의자 위에도 앉고 책상 옆에도 앉듯/ 역사의 밑바닥에도 앉는다/ 가볍게도 앉고 무겁게도 앉고/ 청탁불문 장소불문 우리는 어디서나 앉는다/ 밑을 보기 위해서도 앉고/ 바닥을 보기 위해서도 앉는다/ 바로 보기 위해 어깨를 낮추듯- 시집『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1987) ...............................................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속에서 자 본다.’ 2007년 1월, 그러니까 타계하기 열흘 전 병문안 온 지인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썼다는 그의 유작이다. 오규원의 시는 그렇듯 시가 문자로 드러낸 것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준다. ‘우리는 어디서나’를 읽으면서도 감춰진 시 너머의 의미를 찾는데 잠시 골똘해졌다. 의자에 머문 시인의 시선에서 ‘바로 보기 위해 어깨를 낮추듯’이란 지혜를 발견한다. 쉽게 읽히다가 ‘역사의 밑바닥에도 앉는다’는 대목에 탁 걸려 잠시 주춤하는데 역사를 바로보기 위해서는 어깨를 낮추고 얹힌 힘도 빼고 밑바닥도 챙겨보라는 의미로 수습한다. 의자에 앉듯 무게의 중심과 균형을 잡으라는 뜻이리라. 역사관 역시 삐딱하게 서거나 드러누워서 볼 게 아니라 차분히 앉아서 보라는 거다. 역사는 대체로 승자의 입장에서 진술되어지고 기록으로 남겨졌으며 이설 없이 교육현장에서도 통했다. 오백여 년 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것을 두고 우리는 그것을 신대륙의 발견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토착 인디언의 입장에서 콜럼버스는 침략자의 첫발일 뿐이다. 갑자기 바다 위로 솟구친 땅도 아니고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무인 대륙도 아니었다. 서구 중심적 사고에 길들여진 역사 인식을 진작 바꿨어야 했다. 탈 서구적 시각인 인디오 시선으로 바라본 역사관도 균형 있게 함께 다뤄졌어야 했다. 과거 교육 현장에서 아프리카는 식인종이 득실거리고 북한 사람은 모두 흉하게 생겨서 뿔이라도 달린 양 교육을 받았다. 아니지 않는가. 모두 왜곡되고 편향된 서구중심의 세계관과 지나치게 기울어진 우측 이데올로기 탓이 아니었던가. 지금은 북한의 대규모 군사열병식을 생중계할 정도로 북한의 정보가 여과 없이 전해지는 세상이지만 과거엔 북에 대해 입만 뻥긋해도 신상이 위태로운 시절이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국민의식이 그만큼 성숙해졌기 때문이리라. 국사교과서에 주체사상의 개념을 소개하고 김일성과 김정은의 사진을 실으면서 3대 세습 독재정치에 대한 비판도 함께 다루어졌다면 좌 편향된 역사 기술이라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보다는 해방공간에서의 균형을 잃은 역사해석을 포함해 무조건적인 친미사관이라든가 친일사관의 부활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사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파적 이익에 맞춰 교과서를 개편하는 자체가 역사적 난센스다. 사안에 따라 쟁점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정파의 입맛에 맞추어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오류는 없어야겠다. 최근 언론보도나 방송의 토론 프로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조국사태와 관련해서는 경마저널리즘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모두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안팎의 도전에 대처하려면

안팎의 도전에 대처하려면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새해 벽두부터 국내외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북핵을 둘러싼 남북, 북미 관계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미국과 이란의 극단적인 대결은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올해는 총선이 있어 극심한 갈등과 편 가르기, 일방적인 선전과 매도, 맹목적인 혐오와 비방 등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국면 전환을 위해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내부가 분열되어 있거나 혼란할 때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기가 어려웠다.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은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다.”라고 했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한국의 교육제도를 언급하면서 한국은 한 번 만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방 사회(the one-shot society)’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다양성과 개성은 무시한 채 사지 또는 오지 선다형 문제의 하나뿐인 정답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는 사회를 비꼰 표현이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은 우리 사회를 전 세계에서 가장 삶의 활력이 넘치는 곳이 되게 했다. 고도 성장기와 개발 독재 시절에는 이런 인재 선발 방식이 나름대로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었다. 하나뿐인 정답을 요구하는 선다형 문제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하여 과정과 결과에 모두가 승복할 수 있었다. 인재 선발 방식에서 힘을 발휘하던 ‘한방’의 사고방식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힘을 발휘했다. 정치도 경제도 모든 것을 ‘한방’에 끝내고 싶어 한다. 문제는 세상 대부분의 일들은 한방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한방에 결말이 나는 것 같지만 그 내용이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나름의 절차와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해 우리는 다양한 가능성과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단숨에, 졸속하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세상은 다양한 가치관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 경직되고 일방적인 사고의 틀 속에 갇혀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사생결단의 몸짓과 함성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 그 어느 쪽도 자기만의 방식이 옳다고 주장한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의 말에는 아예 귀를 닫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복잡함과 번잡함이 미래를 지배하면 할수록 어두운 미래를 점치는 사이비 학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어지럽히는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바라보면 이 말이 정말 실감 나게 와 닿는다. 우리에겐 높은 산봉우리가 필요하다. 그 위에 올라서서 봐야 세상이 움직이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잘못된 믿음과 신념은 개인의 삶과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포스트렐은 말한다. 안정론자들은 기존의 안정된 틀을 벗어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안정론자들은 매사에 세세한 규정과 규칙을 만들고 모든 것은 엄격한 계획에 따라 관리하고 통제하려한다. 그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관료들은 아직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론자들은 시행착오나 실수, 실패조차도 무엇을 이루기 위한 기회로 받아들인다. 변화론자는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무엇을 한방에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변화론자는 자신의 식견과 지식이 부족함을 인정한다. 그들은 일의 진행 과정을 소중하게 여긴다.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생존과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올 한 해, 특히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맹목적인 낙관이나 비관을 경계해야 한다. 새해 초부터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과 본질을 중시하면서도 진취적인 개척 정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사람이 필요하다. 역사의 변혁기에는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국민의 역할 또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올해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느냐 후퇴하느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치열하게 논쟁하고 싸우되 배가 산으로 올라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겨울사랑

겨울사랑 / 고정희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시집『아름다운 사람 하나』(푸른숲,1990) ..................................................... 그 옛날 미팅 같은데서 어떤 계절을 좋아하냐는 식의 간지럽고 니글거리는 질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유통되곤 했다. 지금도 순진하기 짝이 없는 심심한 학생들 사이엔 수줍게 그 같은 문답이 오가고 있다. 대꾸에 따라 혈액형 따위와 더불어 상대방의 성격을 대충 간본다든지, 자신과의 주파수를 맞춰보곤 했다. 그때 겨울이 좋다 하면 순결하고 이성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낭만파쯤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그 대답은 계절간의 장단점을 면밀히 비교하거나 계량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두 가지 평범한 이유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내뱉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느낌이 좋은 순백의 강하물 때문에, 혹은 긴 방학이 있어서, 성탄절과 송년의 해방공간이 주는 매력, 그리고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일부 살이 푸짐한 사람들은 살을 가릴 수 있어 좋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겨울의 가장 본질적이고 깊은 매력은 그 차가움으로 뜨겁게 사랑을 촉진시킨다는데 있다. 겨울은 온기가 짙게 감각되는 계절이다. 따뜻함이 좋고 찻잔을 감싼 손의 느낌이 좋고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그립다. 여름과는 달리 곁의 따스한 체온이 싫지 않고 옆에서 사람이 치대어도 성가시지 않으며 포옹도 자연스럽다. 그래서 차가울수록 사람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문정희 시인의 ‘겨울사랑’도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고양된 격정은 고정희의 ‘겨울사랑’과 다를 바 없다. 확실히 겨울은 그 ‘따뜻한 감촉’으로 인하여 커피의 맛은 더 깊어지고 라면과 김치찌개까지도 훨씬 맛있어진다. 음악은 더 짙은 감칠맛으로 전이되고 연인들의 주고받는 밀도 높은 언어는 온기를 머금고서 스며든다. 그리고 겨울밤은 사랑의 역사가 무르익기 딱 좋은 계절. 고슴도치의 겨울나기 방식으로 연인들은 가급적 밀착, 밀착 또 밀착이다. 드디어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이 겨울은 연인들 사이의 거리를 물리적으로 좁혀준다. 하지만 사랑이 뜨거워지면 임계점에 부글부글 끓어올라 별사를 완성하기에도 마침맞은 계절 또한 겨울이다. 누구에겐들 이 겨울, 눈이 쌓이고 녹는 동안 더운 사랑과 아린 이별의 추억이 감긴 한 롤의 낡은 필름이 없으랴.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슥한 진실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정희 시인도 생을 떠받들 묵직하고 뜨거운 사랑 한 소절은 가졌나 보다. 못 잊을 사랑 하나 품고서 몇 번의 겨울을 버티었을까. 지상에 없는 그녀는 지금 ‘치자꽃 향기 푸르게 범람하는’ 어느 별에서 이 겨울과 입맞춤할는지. 또 남은 겨울을 버티고 새봄을 맞을지. 눈 내리지 않는 겨울에 겨울비만 추적거린다. 그 사이로 우수어린 눈빛 내 아직 살아갈 날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되살아나는 호르무즈해협의 악몽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연초부터 세계 경제에 새로운 암초가 등장했다. 지난 3일 새벽에 있었던 미국의 이란 군부 지도자 참수작전과 이란 정부의 보복 선언에 따르는 양국 간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 또는 긴장 상태의 장기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이 과정에서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정도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라도 한다면, 과거 2차례 있었던 오일쇼크 때처럼 국제유가 급등은 물론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을 통해 세계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1차 오일쇼크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O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이 원유 생산량의 25%를 감산하면서 발생한 세계적인 불황이었다. 유가는 1년만에 3배 이상 급등했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6%대 후반에서 2%대 후반 정도로 급락했다. 2차 오일쇼크는 1978년 OPEC의 자원민족주의 채택과 유가 인상 조치 및 이란의 석유 수출 중단이 맞물려 발생했다. 1980년까지 유가는 약 2.8배, 세계 경제성장률은 3%대 후반에서 1%대 초반으로 낮아졌다.우리 경제가 입은 피해는 더 컸다. 1차 오일쇼크 당시에도 성장률이 급락하고 물가도 20% 이상 상승하는 등 위기였지만, 2차 오일쇼크는 더 큰 위기였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가운데 물가는 20% 후반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그야말로 스테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좀 더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단행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추론에 근거한다. 이란의 경우, 2010년대 들어서만도 수차례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경고했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 이유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보복뿐 아니라 바로 지척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레이트와 같이 호르무즈해협을 끼고 있는 주요 원유 수출국들의 군사적 보복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이란의 결정을 가로막는 위협으로 남아 있다.만약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없다면 다음은 더 낙관적인 기대가 가능하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세계 전체 원유 생산의 2% 정도에 불과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이란의 원유 생산 감소 및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그 정도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 국제유가가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도 있다.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은 이런 낙관적인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먼저 지난 3일 미국의 참수작전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변화를 살펴보자. 이란이 포함된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두바이유는 물론 WTI(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 영국 북해의 브렌트유 등 세계 3대 유종의 가격이 급등하는 한편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90달러 중반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50%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더욱이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이나 한 듯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인 국제 금 가격은 하루 만에 온스당 20달러 이상 급등했고, 달러화와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시장의 심리도 빠르게 퍼졌다.국내 금융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등 원화 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한편 5만 원 중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금 가격도 6만 원 가까이 치솟았다. 당연히, 시중 유통 기름값 상승세도 이어졌다.이처럼 지난 며칠만 돌아봐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장기화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뻔한 사실이다. 비록 지난 1, 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당시에 비해 국제정세도 많이 변화했고, 한국경제의 체력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말이다.이번 사태도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학교-지역사회 ‘공유형 시설’ 바람직하다

협업과 셰어(공유)가 강조되는 시대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 시설을 지역사회와 함께 사용하는 ‘공유형 학교’가 올봄 지역에 첫 선을 보인다.사실 그간 각급 학교의 다양한 시설은 이른 아침이나 방과 후 시간에는 놀리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예산을 들여 지었지만 활용도가 낮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이에 대구시교육청이 새로운 시도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육청은 오는 3월 개교하는 달서구 대곡2지구 내 한실초등학교에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다목적 대형 강당을 건립했다.관할 지자체인 달서구청과 협의를 거쳐 학교 설립단계서부터 다목적 강당을 주민에게 개방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한 것이다. 구청은 전체 건축비의 20%인 9억4천600만 원을 구비로 지원했다.강당은 주민 문화, 체육 활동 등에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실내 걷기용 트랙과 체력 단련실을 갖추고 있다. 또 핸드볼 경기가 가능할 정도로 일반 학교의 강당보다 1.5배 이상 규모로 크게 건립됐다. 한실초교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도서관이나 체육관을 주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학교시설 복합화 방안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설립을 인가받았다.시설 공유형 학교는 도시 외곽에 들어서는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학교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멀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 학령 인구 감소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다. 시설 과잉투자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학교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준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시도로 평가된다.한실초교와 같은 모델은 어린이들의 안전교육에 필수적인 학교 내 수영장 건립 등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경기 화성시, 여주시 등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문화·복지, 생활체육, 평생교육 시설 등을 함께 갖춘 학교복합시설 설치 및 운영에 나서고 있다.일본에서도 유휴 학교 시설을 활용한 보육, 노인복지, 지역주민 복지 등을 적극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학교 시설은 원칙적으로 학교와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 시설을 공유하는데는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내 어린이 보호 대책이다. 외부인 출입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위해 요인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시설물을 내 집처럼 아끼는 성숙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공유형 학교는 학교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화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번 사례가 학교와 지역사회 간 다양한 협업과 시설공유를 이끌어 내는 모델로 자리잡았으면 한다.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의성 쓰레기산 처리 지연은 절대 안 돼

국제 망신을 초래한 의성 ‘쓰레기산’이 법정 공방에 휘말려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돈에 눈 먼 악덕 폐기물처리업자의 행각이 멀쩡한 농촌 마을을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 놓았다. 말썽이 나자 행정기관이 국민 세금으로 처리하던 중이다. 그런데 이도 모자라 소송을 내 처리를 지연시켜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경북 의성군 단밀면 농촌마을에 무려 17만3천여 t의 폐기물이 쌓여 쓰레기 산을 이룬 채 2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전국에서 수집된 것으로 허가량의 80배가 넘는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섞인 폐기물이다. 낙동강과 직선거리로 800m에 불과해 자칫 낙동강 오염 등 2차 피해 우려도 없지 않다.지난해 외신에 보도되는 등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리자 지자체가 나서 폐기물 2만6천t을 처리했다. 올해도 나머지 폐기물을 치우는 2차 행정대집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하지만 말썽을 빚은 업체 측이 행정대집행에 반발, 대구지법에 대집행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가압류 이의신청 등을 잇달아 제기했다. 폐기물 분류 설비의 추가 반입도 막고 있다. 업체의 직접 처리 주장을 의성군이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에 행정대집행을 집행하던 업체는 문제 업체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의성군은 지금까지 수년간 처리하라고 통보했지만 업체 측이 미뤄 더는 믿을 수 없다며 행정대집행을 밀어붙이고 있다.쓰레기산 업자는 지난해 검찰에 구속돼 폐기물관리법위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업체는 그동안 20여 차례 행정조치와 7차례의 고발 조치에도 행정소송 등으로 버티고 있어 지자체 대응이 한계를 드러냈다. 법의 맹점을 이용한 전형적인 버티기다. 이 동안에도 폐기물은 계속 쌓였다.또 이 업자는 2017년 중간재활용업 허가가 취소되자 회삿돈을 빼돌려 타 지역에 새 폐기물처리업체를 세우고 검찰의 재산 추징에 대비, 법인을 담보로 20억 원을 대출받는 등 가히 법꾸라지 수준의 수법을 보여주고 있다. 지자체와 사법 당국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쓰레기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또한 이같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며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환경 사기범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징벌적 처벌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 당국은 허가 및 운영 과정을 꼼꼼히 지도 감독해 더 이상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환경 피해는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피해 범위도 넓어 마땅한 구제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국민 건강과 복지 차원에서 접근, 문제를 인식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이제 좀 놀면 어때?

이제 좀 놀면 어때?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올해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고 있다. 주52시간제는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되어왔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계도기간에는 주52시간제도를 위반하더라도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2년 전 이 제도의 시행 이후 직장인들의 여가생활 트렌드가 많이 바뀐 건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주중 퇴근 이후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여유가 생겨났다. 각종 문화센터에서도 수강생이 급증하고 있고 특히 2030 직장인들과 남성 수강생의 증가라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일중독 국가였다. 2013년 미국의 만화작가 단체 ‘도그하우스 다이어리(Doghouse Diaries)’가 만든 세계지도가 큰 반응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세계은행과 기네스북 정보를 참고해 국가별 대표이미지를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도를 만든 것이었다. 프랑스는 관광, 인도는 영화, 벨기에는 휴식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거기에 비해 한국은 ‘일벌레(workaholics)’가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일벌레 이미지는 식사시간에서도 드러난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연구한 각 나라 국민들의 식사시간을 보면 한국인들은 15분이었다. 스페인, 이탈리아 사람들은 3시간 30분, 프랑스인 3시간, 미국인 2시간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일을 우선시하던 사회에서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일과 가정생활의 우선도’ 조사(2019 사회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19세 이상) 비중은 42.1%로 이 비율은 매년 감소해왔다. 2011년 54.5%에서 2017년 43.1%로 확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다시 1.0%포인트 낮아졌다. ‘가정생활을 우선시한다’는 비율도 13.7%로 3년전 조사보다 0.2%포인트 줄었다.반면 ‘일과 가정생활 모두 비슷하게 우선시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44.2%였다. 이 응답비율은 지난 2011년 34%에서 2013년 34.4%, 2017년 42.9%로 증가했다.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강조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사유하는 인간)이며 호모 파베르(Homo Faber·작업하는 인간)인 동시에 호모 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이때까지는 호모 파베르가 각광받았다. 일중독 사회에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무능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인간형은 호모 루덴스이다. 이를 제창한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가 열심히 일을 하기 위한 재충전의 수단도 아니고 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비합리적일 것 같은 놀이가 인간을 동물과 차별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하위징아가 이야기하는 놀이의 특징 중 하나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즐기는 데서 나온다. 당장 눈앞의 과제인 4차 산업혁명도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창의적 상상력’으로 일해야 이룰 수 있음이다. 4차 산업혁명도 출발은 놀이에서부터다. 이제는 근면으로 포장되는 일중독이 더 이상 미덕일 수 없는 시대다. ‘주 52시간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가야할 방향인 건 맞다. 다만 이 제도의 시행에 수많은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디지털타임스가 2020 신년을 맞아 경제학 교수와 국책·민간연구기관, 증권사 애널리스트, 금융권 종사자 등 국내 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개혁 대상으로 ‘각종 인허가 규제’에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가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정도로 산업 현장에선 아직 주52시간 근무제가 여러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호모 루덴스적인 특징을 외면할 수도 없는 시대다. 주52시간제 정착을 위한 대안을 고민할 때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통일전선전술의 벤치마킹

통일전선전술의 벤치마킹오철환객원논설위원 통일전선전술은 북한의 대표적 적화통일 수단으로 알려져 우리에게 비교적 금기에 속하는 개념이다. 통일전선이란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별개의 집단들이 합작하여 전선을 통일하는 것이다. 통일전선전술은 역사적으로 공산권 국가에서 주로 애용하였다. 레닌은 멘셰비키 및 무정부주의자들과 통일전선을 구축함으로써 볼세비키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정권을 잡은 후 레닌은 노선을 달리하는 멘셰비키와 무정부주의자를 숙청하였다. 모택동과 주은래도 레닌으로부터 배운 통일전선전술을 중국의 공산화에 적극적으로 응용하였다. 일제와 싸울 때는 국·공 합작을 했고, 국·공 내전 중에는 소자본가와 지식인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모택동의 공산당은 자기보다 훨씬 강했던 장개석의 국민당을 몰아내고 중국을 공산화했다. 공산화 이후 연합했던 세력이나 정적을 모두 숙청했다. 김일성도 북한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통일전선전술의 덕을 톡톡히 봤다. 정적을 제거하는 과정도 레닌이나 모택동과 판박이다. 북한은 지금도 통일전선전술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이를 대남사업 부문에 지속적으로 구사해오고 있다. 연방제통일론이 대표적이다.통일전선전술은 중국 전국시대 소진과 장의의 합종연횡책과 삼국시대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 중에서 그 원형질을 찾을 수 있다.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위해 가장 강력한 세력부터 제압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약한 세력을 규합하여 공동전선을 펼쳐야 했다. 만만한 손권과 손잡고 중원의 최강자인 조조를 멸한 다음 손권을 도모하는 계책이 제갈량의 기본 구도다. 제갈량이 실패한 원인은 유비의 과잉 의리 때문이었다.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한다는 명분으로 제갈량의 만류를 무릅쓰고 오를 공격하는 실수를 범한 까닭이다. 그 결과와 관계없이 제갈량이 시종일관 구사한 책략은 유력하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통일전선전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통일전선전술이 공산당의 투쟁도구로 활용되었다고 해서 공산당의 전유물은 아니다. 빨갱이전술로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우리 정치사에서도 통일전선전술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노태우와 김영삼은 3당 합당을 통해 대선 승리를 굳혔다. 김대중은 김종필과 손잡고 이인제를 이용해 강적 이회창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통일전선전술은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제압하는 도구로서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한 셈이다.총선을 앞둔 지금, 지리멸렬한 현 보수정치권이 통일전선전술을 벤치마킹할 기회다. 범보수연합, 보수의 빅텐트, 반문연대 등의 구상은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구체성과 실현성 부족이 관건이긴 하다. 통일전선전술이 위력을 발하려면 유연한 창의력이 요구된다. 정치적 영역이라는 점에서 보수정당 간의 연합이 주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부분적인 연합이라는 낮은 형태의 공동투쟁으로부터 전반적인 연합이라는 높은 수준의 공동투쟁까지 그 스펙트럼을 넓히는 노력이 절실하다. 전략적 동맹대상과 전술적 동맹대상을 엄격히 구별하여 양자를 적절히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지역구 공천 작업의 공조에서 정당 간 합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포용할 필요가 있다. 통일전선을 분야별로 나누어 결속력을 다지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컨대, 반소득주도성장전선, 원전재개전선, 반공산주의전선, 비핵화전선, 반전체주의반독재전선, 친시장주의전선, 자유수호전선, 지방분권전선, 공수처반대전선, 연동형비례반대전선 등 다양한 연대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통일전선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한 사람의 리더가 모든 통일전선을 통괄하기 힘들다면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안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대세를 바꾼다. 정세변화에 따라 신축성 있는 변신과 적응이 필요하다. 통일전선전술이 역사적으로 많이 성공했던 원인은 실용과 실리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각론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와 총론에 집중하는 관용과 대범함이 필승을 담보한다.통일전선전술이 만능은 아니다. 라벨을 붙이고 흉내만 낸다고 되지 않는다. 벤치마킹하기위한 여건을 갖추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꼴통보수로 남아있는 한 그 무엇을 갖다 붙여도 비호감을 탈피하기 힘들다. 쇄신하고 혁신하는 모습, 대의를 위한 비전과 결기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일이 기본전제조건이다. 유능한 인재 영입, 적재적소 공천, 부적격자의 스크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공천 등은 통일전선의 커버리지를 넓히고 성공을 배양하는 밑거름이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희망

희망 / 정해정 웃음 띤 그대 미소는/ 분노를 잠재우고/ 지구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삶의 무게가/ 때론 버거울 때도/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립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는/ 슬기로움이 되어 어두운 터널을/ 만난다 해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밤하늘에 뜬 수많은 별/ 그 중 유일한 별 하나/ 그게 바로 당신이랍니다.- 시집 『날마다 좋은 날』 (노블타임즈, 2019)....................................................... 시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한다는 말들을 한다. 시를 잘 쓰기보다는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이 말에는 시적 성취가 인격의 성숙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함의도 지니고 있다. 시인에 앞서 그들도 생활인이며 남들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으면서 살아간다. 범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낯간지러울 수도 있다. 당연히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허물도 없지 않으리라. 이때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잘못과 허물에 대한 성찰을 시적인 비망록으로 남기려는 성향이 있고 그 사유를 시라는 틀 안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시는 자신의 상처와 허물조차도 진실하게 담아내는 치유의 그릇이며 희망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간이 덜 여물었거나 설령 도덕적으로 사소한 흠결이 있다손 치더라도 시를 쓰지 못할 이유란 없다. 얼마나 진정성 있는 태도로 시를 대하느냐가 중요하며 진득한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사람냄새가 밴 시면 족하다. 기교만으로 쓰는 시는 잠시 독자를 현혹시킬 수 있어도 그것은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으며 생명력이 짧다. 진실하고 진솔한 시만이 독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된다. 시가 우리의 삶에 밀착되지 않고 허황되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이면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시인 스스로도 공허해지기 쉽다. 따라서 시 창작의 궁극적 의의는 자신을 포함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소박하고 평범한 진리를 담은 공자의 말씀이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능력자란 의미이기도 하다. 시를 놀이하듯 즐기는 사람은 이미 시를 통해 도달하고 성취한다. 시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요 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면 희망은 점점 자라게 되어있다. 그리고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한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의 품에서만 자란다. 시인에겐 ‘사랑하는 당신’이 희망의 절대적인 끄나풀이다. ‘수많은 별’ 중에서 ‘유일한 별’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 한 희망은 언제나 살아있는 것이다. 시적 성취에 이르기에는 부족할지 몰라도 그 믿음의 당신을 생각만 해도 기쁨이며 행복인 것이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충전소 늑장 건립…황당한 ‘수소차 보급 차질’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일환인 대구시의 수소자동차 보급이 첫 발도 떼지 못 한 상태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수소충전소 건립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수소차 보급사업은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수소경제 활성화의 속도를 높이고 혁신성장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대구시는 오는 2030년까지 연차적으로 수소차 1만2천 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40개소를 구축하겠다고 지난해 5월 밝혔다. 수소산업 기반구축 계획의 후속조치다. 단기적으로는 2022년까지 720억 원을 투입해 수소승용차 1천 대, 수소버스 20대를 보급하고 충전소 4개소를 건설할 계획이다.또 금년 중에는 수소차 200대를 보급하고 이들 차량에 대한 수소 공급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충전소 1개소, 금년 말까지 1개소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었다.그러나 지난 연말까지 달서구 성서산단 CNG충전소에 건립 계획이었던 1호 충전소 완공이 대구시의 추가경정예산 확보 차질로 인해 오는 9월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지역의 수소차 구입 예정자들은 차가 출고되더라도 충전소가 가동될 때까지 차를 세워둬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현재 대구지역에서 수소차 구매계약을 한 사람은 140여 명에 이른다.이와 관련 대구시는 “충전소 건립을 위한 추경이 지난해 9월에야 확정돼 착공이 늦어졌다”고 밝혔을뿐 시민불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미숙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현재 대구시는 수소차 1대(판매가격 7천만 원 안팎)당 3천5백만 원의 구입비를 보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자비 3천5백만 원 정도면 수소차를 구입할 수 있다.수소차 보급에는 완성차 업체의 공급 지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수소차 ‘넥소’를 제작하는 현대자동차는 계약이 몰려 출고 시점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혀 구매 계약자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수소차는 충전 소요시간이 5분 정도로 짧고 1회 충전에 600㎞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수소에너지는 청정에너지 중 하나로 꼽힌다. 원료가 되는 물은 무한정 존재하며 연소시 극소량의 질소와 물만 생성되고 공해 물질은 발생되지 않는다.신재생 에너지 확대는 대구시가 앞장서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그러나 수소차 보급은 처음부터 꼬인 느낌이다. 아직 시민들의 믿음이 확실치 않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는 시행 초기 신뢰 획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구시는 정책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시행착오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경자년은 국민 모두가 행복한 해로

경자년은 국민 모두가 행복한 해로황태진북부본부장2020년 경자년으로 흰 쥐의 해이다.전통적으로 쥐는 쉴새 없이 움직이는 부지런한 동물이고 다산은 물론 저축과 절약도 잘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흰쥐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상징이기도 하다.사람들은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백서 띠의 좋은 기운을 받아 대박의 꿈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희망과 밝은 미래는 꿈꾼다고 다가오지 않는다.미국의 스나이더 박사는 ‘희망은 학습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희망을 얻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경쟁에 뛰어들어 충돌과 갈등을 해소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또 실패를 통해서 본인의 희망을 갈고닦을 수 있다.올해가 끝나고 내년이 시작될 즈음에 우리는 또다시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말할 것이다.새해에도 많은 일이 예정돼 있고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국제적으로 미국 대선이 있고, 홍콩사태에 이은 대만 총통 선거, 영국의 브렉시트, 미·중 무역분쟁,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예고로 한반도 정세 악화 우려,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촉발된 한·일 대치국면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특히 우리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중요한 문제는 경제문제로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합심해 이를 타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경기 전망 및 경영환경 조사’에 의하면 응답 기업의 36.0%가 내년 국내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중소기업 경영환경을 전망하는 사자성어로 ‘암중모색(暗中摸索)’을 꼽았다고 한다. 한국경제를 그만큼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최근 경기부진은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국제경제환경 악화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국내정책의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너무나 경직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오히려 있는 일자리도 무너뜨리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경제정책은 어떤 분야보다 유연해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정치나 국방, 안보, 경제 등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단합된 힘을 보여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때이다.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고 확실한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군자는 곧고 바르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무조건 고집하지 않는다’라는 논어 위령공의 말처럼 합리성과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지난해 교수신문은 2019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상대를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글자 그대로 목숨을 함께하는 새다.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 공동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이념의 대립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총선이 있는 올해는 우리에게 수많은 희망메시지가 달려올 것이다.총선을 통해 갈등과 분열을 상생과 통합으로 바꾸는 정책토론의 장으로 삼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어떤 희망 메시지가 정말 대한민국을 튼튼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고 또 그 성과를 다수의 국민이 향유하게 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한낱 선거철의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정의의 가치를 드높여 배려와 양보, 화합과 협치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를 대다수 국민이 희망한다.사람은 해가 바뀔 때마다 아쉬움을 달래며 새로운 바람을 갖는다. 일년 단위로 나이를 헤아리다 보니 반성과 설계를 함께하는 셈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현재의 시점에서 경건한 자세로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꿈꾸어보지 않는가.새해에 갖는 기대는 누구나 희망적이다. 그러기에 바뀌는 해를 기다리게 되며 어제보다 내일을 기대하면서 살아가듯이 새해에 거는 기대는 누구나 크지 않을 수 없다.새해에는 국민 누구나가 행복한 해로 기억돼 우리가 뜻한 대로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황태진 기자 tjhwang@idaegu.com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김광석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 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광석이는 왜 그렇게 빨리 죽었다냐?” 에서 북한군 병사 송강호의 대사다. 1996년 1월6일 서른셋의 나이로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 김광석의 죽음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의문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가장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던 시기였기에 더욱 미스터리다. 이 ‘시’는 그가 작사한 노랫말이다. 그의 노래는 대중적이고 일상적이지만 다른 대중가수와는 다른 면이 있다. 평론가를 포함한 문인들에게 문학과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김광석을 꼽았다.그의 짧은 생애가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어느 천재 요절시인과 닮았고, 맑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시적이며, 아픔과 허무가 밴 노랫말과 가락들이 모두 문학적인 서정을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서른 즈음에’는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1990년대 이후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른 즈음에'는 30~40대 청춘들의 삶을 융숭 깊게 했으며,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황지우의 시 ‘늙어가는 아내에게’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생을 성찰케 하면서 그들을 위로했다.오래 전 한 주점에서 군에 입대하는 친구를 위한 젊은이들의 송별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침 주점의 스피커에선 청춘의 송가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왔고 잠시 가게 안이 조용했으며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란 대목에 이르자 무리 가운데 여자 하나가 훌쩍훌쩍하더니 기어이 모두가 엉엉 울어재끼는 광경을 본 일이 있다. 김광석의 노래는 그렇듯 사랑을 더 열렬하게 하고 이별을 더욱 애틋하게 하며 삶을 진지하게 만든다. 그의 노래는 정갈한 고독과 우수를 느끼게 하고 시적인 울림으로 공명한다.김광석을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하고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유다. 그가 살아있다면 올해 쉰일곱이다. 사후 24년이 흐른 지금껏 그의 노래는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새롭게 조명되어 살아있는 웬만한 가수보다 활동 폭이 넓고 우리들 삶 속에 살아서 함께 호흡한다. 우리 대중문화에 김광석 현상으로 자리 잡은 그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그가 태어나고 떠난 달이 모두 1월이니만큼 매년 이맘때면 그를 추모하며 곳곳에서 김광석을 다시 부른다. 그의 고향인 대구 방천시장 옆 김광석길은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된지 오래다.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하여 그 향수와 낭만을 찾아 10대에서 60대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를 몰랐던 젊은이들도 그의 노래에 빠져들어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따라 부른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과 책임사법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과 책임사법윤정대변호사1986년부터 약 5년 동안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벌어진 10건의 연쇄살인사건은 8차 사건을 제외하곤 지난해 9월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이 5차, 7차, 9차 사건에서 확보된 DNA가 한 수감자의 DNA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모두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강간살인범으로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수감자는 경찰의 뒤늦은 수사에서 이미 범인이 잡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8차 사건을 포함하여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죄라고 밝혔다.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그의 이름에 따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바뀌었다.1988년에 일어난 8차사건의 피의자로 몰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윤씨는 이춘재의 자백이 있은 후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 발생 당시 22세의 농기계 수리공 윤씨는 경찰에 의해 검거 직후 모방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자백하고 검사에 의해 기소되었다. 윤씨는 기소된 지 불과 약 2개월만인 1989년 10월 1심인 수원지방법원 형사재판부로부터 검찰의 구형대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범행을 부인하며 항소하였고 “사건 당시 친한 선배와 잠을 자고 있었는데 경찰의 혹독한 고문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 형사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 이래 원심 재판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고 침입 경로와 범행 후 피해자의 유기상태, 범행내용, 도피 경로를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특히 범행현장과 피고인의 체모에 대한 감정의뢰 보고서 및 소견서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기 충분하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국선변호인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1심 국선변호인은 윤씨를 법정에서 잠깐 보았을 뿐이고 2심 국선변호인은 법정에 나오지도 않아 법정에서 다른 국선변호인으로 교체되기도 했다.윤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했고 2009년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었다. 이춘재의 자백이 없었더라면 윤 씨는 끝까지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혼자 울분을 삼키며 평생을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며 지내야 했을 것이다.재판은 윤씨에게 무의미한 절차였다. 사실 윤씨 사건은 무죄를 나타내는 증거나 정황이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소아마비인 윤씨는 현장검증 할 때 담을 못 넘어서 형사들이 잡아준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재판부가 현장 검증을 했더라면 그가 범행을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 윤씨의 옷에는 농기계 수리로 인해 기름때가 묻어 있었으나 피해자의 옷과 집에서는 기름때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자백을 이유로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재판은 1심의 졸속 재판을 정당화시켰다.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두식 교수는 그의 책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판·검사들이 일정한 틀을 미리 짜놓고 사건을 꿰맞추려 한다는 것은 당사자나 변호사들이 많이 느끼는 문제점 중의 하나입니다. 거기에서부터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지요. 판·검사들이 틀을 짜는 이유는 그들의 독선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일 것입니다.”라고 지적한다.한 사람이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20년을 교도소에서 지내야 했고 출소한 후 10년이 돼서야 진범의 자백 덕분에 비로소 재심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검찰과 경찰은 뒤늦게 윤씨가 불법체포 후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당한 것으로 보고 당시 수사경찰관들을 직권남용, 불법체포·불법감금,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하였고 수사과장과 수사 검사도 직권남용, 불법체포·불법감금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이다.우리 사법 시스템 속에서 수사의 최종 판단자는 기소여부에 대한 권한을 가진 검사이고 재판의 최종 판단자는 유·무죄와 형량에 대한 선고권을 가진 판사이다. 그러나 검사와 판사는 이러한 중대한 권한에 비해 책임은 부존재한다. 기소나 재판을 소홀히 하고 그로 인해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신의 기소나 재판이 잘못되었다고 고백하지도 않는다. 검사는 수사관과 판사를 탓하고 판사는 검사나 무능한 변호사를 탓할 것이다. 잘못된 형사판결에 대해 검사와 판사가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지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윤씨와 같은 사법권력에 의한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줄이는 길이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요동치는 정치권, TK 향배는 어떻게 되나

4·15 총선이 딱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바야흐로 출마 희망자들의 사무실 개소식과 출판기념회 등이 잇따르는 등 신년 초부터 정치 시즌 개막을 알리고 있다. 또한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보수당’ 출현과 안철수 전 의원의 정치 복귀에 따라 정치권이 요동칠 전망이다.지난 5일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보수당’이 창당식을 갖고 신당의 닻을 올렸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은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새로운보수당과 통합을 모색하는 등 보수통합 움직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 뜻을 밝히는 등 위상 재정립에 나섰다. 하지만 지도부 퇴진과 비상대책위 요구 등 반발이 계속돼 황 대표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은 가장 큰 이슈다. 5일 현재 한국당의 불출마 선언 의원 9명 중 6명이 PK 출신이다. TK는 1명도 없다. 한국당 PK 의원 22명 중 6명이 불출마 선언했다. TK에서는 불출마 선언 의원이 1명도 없자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출마 선언 없는 TK 의원들을 향해 “자존심도 없나”라며 일갈했다. 황교안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 시사는 영남권 중진 의원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가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이제 한국당의 텃밭인 TK 의원의 거취가 주목된다. 대구·경북 21명의 한국당 의원 중 20대 총선 당시 ‘공천 파동’의 주역 등 물갈이 대상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한국당 당무감사결과도 TK 당원은 지역 의원 100% 물갈이해야 한다는 설이 파다하다. 그래도 TK 의원들은 꼼짝 않는다. 모두 ‘배 째라’다. 자발적인 불출마 선언은 기대난이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무자비하게 칼질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중앙당의 보수통합 움직임도 지역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권오을 바른미래당 경북도당위원장이 탈당하는 등 바른미래당 탈당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는 보수 신당으로, 일부는 한국당으로 합류할 것이다. 여기에는 대권 포석의 일환으로 호시탐탐 대구 출마를 노리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의 거취도 달려 있다.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한국당 간판만으로는 마음이 떠난 지역민의 표심을 되돌리기가 쉽지않다는 점이다.자칫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따라 엉뚱한 곳에 표가 가거나 무소속 유력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한국당의 탈태환골없이는 어렵다. 시간은 많지 않다. 한국당은 국민들의 보수 대통합과 혁신 요구가 들리지 않나.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자자자, 짠짠

자자자, 짠짠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언제 저런 숫자가 될까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2020년이라는 곳에 도달하게 되었다. 구름에 가렸던 해가 환하게 솟아올라 빛을 발한다. 새해에는 늘 즐겁고 신나게 살아가리라 다짐부터 한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나의 생각도 더러 틀릴 수 있다며 상대의 마음을 짚어가며 조용히 들어주리라. 어떤 상황에서도 역지사지를 생각하며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리라. 봄날 같이 따스한 빛이 내리는 주말, 의사회 임직원들의 연수회가 개최되었다. 통영으로 내려가 바닷가에서 이순신 장군의 정기를 받아 한 해의 업무를 잘 해보자는 단합대회의 취지였다. 임원과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주차장에 모여 버스에 오르면서 모두가 상기된 얼굴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남쪽 바다를 향해 떠난다는 신남이 온 몸에 가득 전해온다. 젊은 직원들부터 이사 감사 회장님까지 버스에 한가득 올랐다. 올 한해 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나 빈틈없이 업무를 잘 해야 할까 한번쯤 생각해보고 결의를 다지는 연수회, 쪽빛 바다를 끼고 그림같이 펼쳐진 연수회장에 닿았다. 늦은 시각까지 열띤 토론을 마치고 짭쪼름한 바다 내음을 코에 들이키며 머리를 식힌다. 저녁 식사로 먹은 굴내음이 입가에 남아 마음까지 상큼해 온다.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보는 힐링의 시간인가. 밤이 이슥하도록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고 잘 해보자는 마음을 가슴에 새겨 잠자리에 든 회원들, 잠시 눈을 붙인 뒤에는 어김없이 아침 산책을 하는 이들의 사진이 톡에 뜨기 시작한다. 아침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북어국으로 해장을 한 대원들이 이순신 장군의 기운을 받으러 나섰다. 제승당에 들리자 나이 어린 임원들과 직원들이 향불을 앞에 두고서 엄숙한 표정으로 이순신 장군 앞에 머리를 숙이고 묵념을 한다. 신년이 되어 처음 맞는 단합대회, 모두가 이순신 장군의 기운을 받아 한 해를 희망차게 잘 살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산에 맹세하고 바다에 서약한 기분으로 저마다의 가슴에는 결기가 가득할 것 같다.생각해보면 새해마다 결심을 한 것 같다. 새롭게 받아 놓은 날들 이런 저런 일을 수행해 내리라 다짐하지만 그중에 이룬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은 해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껏 즐기면서 행복한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신년회나 단합대회때마다 건배사를 하게 된다. 올해엔 건배를 하면서 자자자,짠짠으로 정하였다. 건강하자, 함께하자, 행복하자의 자자자, 그리고나서 잔을 부딪히면 모두가 다 잘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다. 시작하는 이 마음 그대로 올 한해가 저물때에도 늘 같은 마음으로 마무리하면 좋겠다. 실내용 텐트를 아기 엄마들에게 추천하였을때도 그랬다. 그 속에서는 외풍이 느껴지지 않아서 행복의 보금자리에 든 것 같고 모두 함께 하는 것 같아 가족모두가 건강을 되찾을 것 같다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지 않겠는가. 자자자 짠짠 하면서 날마다 행복과 건강을 다짐하면 으레 삶이 더욱더 즐겁지 않겠는가.새해 다짐이 설령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를지라도 날마다 다짐하리라. 매일 매일 건강한 생각으로 모두 함께하는 자세로 행복을 도모하리라고, 날마다 기도하리라, 새해에는 아집을 버리고 느긋한 마음으로 상대를 포근하게 먼저 품어줄 수 있게 되기를. 내 앞에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눈길을 밟아가듯 설레며 늘 깨끗이 살아가기를. 그리하여 한 해가 다 저물 때 내가 계획한 대로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잘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되기를. 통영의 바람을 맞으니 청마의 행복이라는 시가 떠오른다.‘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희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중략…//제각각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며 힘차게 외쳐본다. 자자자, 짠짠!김창원 기자 kc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