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다

무조건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적폐와 개혁이 유행이다. 유행이 아니라도 적폐는 청산 대상이다. 보수나 진보를 가릴 것 없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 본성 또한 절대선과 거리가 있다. 따라서 적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 모른다. 비록 선에 도달하기 힘들겠지만 선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은 인간의 영역이다. 유행이 아니라도 개혁은 끊임없이 해나가야 할 숙제다. 개혁의 목적은 적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적폐와 개혁은 동전의 양면이다. 적폐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이념은 하늘로 날아가서도 안 되고, 땅속으로 파고들어도 안 된다. 개혁은 땅을 밟고 사는 인간의 한계를 고려하여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 하늘을 날아 태양을 쫓는 이상적 과욕은 이카로스의 추락이 기다릴 따름이다.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제도부터 덜컹 바꾸려 한다면 개혁은 실패한다. 제도를 바꾸어 득이 많다면 당연히 바꾸어야 맞다. 그렇지만 개혁이 개선을 보장하진 않는다. 미숙한 개혁은 오히려 개악으로 흐르기 쉽다. 개혁엔 부적응과 혼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개혁은 달리는 수레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작업이다. 그만큼 어렵다. 따라서 제도를 바꾸기 전에, 운용을 잘못하고 있지는 않는지,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치밀하게 분석해봐야 할 터다. 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될 수 없고 그 부작용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절박하다면 제도개혁이 불가피하다. 반면, 운용의 묘를 잘 살려 그 결함을 치유할 수 있을 정도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제도개혁을 감행할 일은 아니다.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법만으로 대부분의 경우 폐단을 치유할 수 있다. 다양한 제도를 채택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비슷한 현상을 구현하는 현실은 제도보다 운용이 먼저라는 점을 시사한다.검찰과 경찰의 조화로운 공존은 필요하다. 검경수사권조정이 불가피한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경찰보다 더 성숙한 권력기관으로 굳어져 있다. 검찰에 더 우수한 인재와 세련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시스템이 수십 년간 뿌리를 내려온 상황에서 검찰의 권력을 빼서 경찰에 넘겨주는 제도개혁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검찰이 못한 일을 경찰인들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제도를 바꾸자는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제도를 바꾸는 일은 반칙이다. 운용의 묘를 살려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우선 그 길로 가는 것이 정석이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도 마찬가지다. 현 제도 틀 안에서 충분히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는데 굳이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들 필요가 없다. 조직은 인사와 권한이 핵심이다. 공정한 수사는 인사권 독립과 권한 위양을 통해 가능하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은 인사권 독립과 권한 위양이다. 인사권만이라도 정치권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보장된다면 검찰이 정권의 시녀나 대통령의 친위대로 전락할 일은 없다. 인사권 독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관을 신설한다고 해도 말짱 황이다. 공수처가 신설된다고 하더라도 그 수장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의 권한만 키워줄 뿐이다. 검경의 인사권을 대통령에게서 떼어내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법이 더 나은 대안이다.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도 개선으로 가긴 어렵다. 유권자의 직접 뽑을 권리를 침해할 따름이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잘 판단하지 못하는 점이 흠결이라면 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이는 운용의 문제다. 대뜸 제도부터 바꾸고 보자는 무리한 시도는 불순한 의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현 제도로 최선을 다해본 연후, 사심 없는 차원에서 철두철미한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거쳐 제도를 바꾸는 것이 순리다. 정권의 정치 공학적 차원이라면 국민을 ‘졸’로 보는 작태다.장관의 청문과정에서 드러난 입시의혹을 제도 탓으로 돌려서 대입제도를 바꾸겠다는 태도도 떳떳하지 못하다. 대입제도는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그렇지만 많이 바꾼 만큼 입시상황이 개선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일단 제도를 주어진 것으로 보고 최선을 다해 운용의 묘를 최대한 살리는 일이 우선이다. 그래도 결함을 치유할 수 없을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제도를 고치는 것이 맞다. 신중한 접근은 기본이다. 장관이 기존 업무도 파악하기 전에 개혁부터 서두르는 자세는 경솔하다. 위선적으로 볼 소지가 크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신하게 처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부끄러움을 모르고 잘난 체 설쳐대는 모습은 국민의 혈압을 올리는 꼴불견이다.

양극화를 넘어 공존과 포용의 사회로

양극화를 넘어 공존과 포용의 사회로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2011년 9월17일, 그러니까 꼭 8년 전이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1천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든 것이다. 20대 청년들이 많았다. ‘Occupy Wall street. (월가를 점령하라.)’ 대표 슬로건이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로 불리게 됐다.‘We are the 99%. 우리는 99%에 속한 사람이다.’ 자주 등장한 구호였다. 극소수 수퍼리치(거대 부자)가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궁핍한 다수 서민의 저항이었다. 일부는 인근의 리버티 플라자공원에서 노숙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행진도 있었지만 불의한 체제와 궁핍한 삶을 주제로 한 토론도 활발했다.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그들의 주장과 함성을 전 세계로 퍼 날랐다. 사진들과 함께였다. 지구촌의 주요 도시들로부터 공감과 지지가 쇄도했다. 시위대들은 지구촌 곳곳의 목소리들을 모으기로 했다. 10월15일을 ‘전세계 공동의 날’로 정했다. 82개국 900여 개 도시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저항의 세계화’라 할만 했다. 한국의 시민들도 호응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로 모였다. ‘여의도를 점령하라.’ 시위 현장에 걸린 현수막 구호였다. 1%를 위한 정책들과 투기자본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월스트리트 점거(오큐파이) 시위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는 사실에 있다. 이 때의 자본주의는 ‘무한경쟁, 승자독식 자본주의’였다. 성공한 소수가 한 사회의 부와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실패한 다수는 빈곤과 절망에 처해지는 자본주의였다.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부자 나라에서는 식량이 넘쳐났지만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발육부진과 기아 사망이 넘쳐났다.양극화가 주 타깃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대 99의 사회’라는 슬로건과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도 양극화를 겨냥한 것이었다. 소수 투기자본의 탐욕과 서민의 생활고,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이슈화시켰다. 1980년대 이후 지구촌을 휩쓴 ‘신자유주의’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토론도 활발했다.그러한 우려와 비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 ‘정글자본주의’, ‘20대 80의 사회’ 등의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널리 읽혔고 ‘희망고문’, ‘헬조선’이라는 비아냥이 청년세대에 널리 퍼졌다.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동조시위에 참여한 80% 혹은 99%에 속하는 서민들도 주로 양극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성토했다.다행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하게는 1년 전인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정적이었다.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를 중심으로 1980년대부터 지구촌을 휩쓸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모델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각 나라들에서 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대안체제를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물론 1990년대 중반 이후에도 영국의 블레어총리와 사회학자 기든스, 그리고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에 의해 ‘제 3의 길’ 노선이 주장되고 실천된 적이 있었다.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매우 심한 편에 속한다. 그렇게 된 계기는 1997년 말의 외환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IMF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강요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대표적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비정규직과 실업자는 급증했고 중산층은 붕괴되었다. 노숙자로 전락한 이들도 부지기수였다.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규모와 속도로 진행된 양극화는 지금까지도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탄식과 신음이 넘쳐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뿐만이 아니라, 실업자로 혹은 신용불량자로 대학문을 나서는 청년들의 절규도 숙지지 않고 있다. 3포, N포의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미래까지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는 일이 절박하고 시급하다. 사회경제 시스템의 운영 원리를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에서 공존과 포용으로 전환해 가야 한다. 그래서 80% 혹은 99%가 활력과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고개숙인 청년들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일으켜 세워야 한다. 8년째를 맞는 월스트리트 점거시위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숙제다.

부울경 어깃장 속 ‘김해 신공항’ 검증회의

김해 신공항 재검증과 관련해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어깃장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 검증관련 회의가 열린다.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과 이해 당사자인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 부단체장들이 처음으로 마주한다.부울경은 지난달 말 국무총리실에 동남권 관문공항이 김해 공항 확장을 통해 가능한지,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등 정책적 종합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정책적 판단에는 공항 신규 입지방안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검증 논의를 국가정책 검증으로 몰고 가 내년 총선에 앞서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속셈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검증기구에 해외 전문가를 포함시켜 달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당초 문제 삼았던 안전, 소음, 환경 등 기술적 쟁점 이외의 사항까지 검토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부울경의 총리실 재검증 주장에는 이미 확정된 김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그러나 재검증 논의에 앞서 총리실은 “정무적 판단없이 기술적 쟁점으로 한다”고 재검증 범위를 못박았다. 또 이낙연 총리도 국회 대정부 답변 등을 통해 “기술적 쟁점에 대해서만 재검증하겠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힌 바 있다.이날 회의에서는 검증기구 구성과 검증위원 선임, 검증위원회 역할 등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대구시 측은 검증 대상에 정책적 판단이 추가되고 해외 전문가까지 참여하면 검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해 신공항 계획에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영남권 신공항연구용역 결과가 반영돼 있다.또 김해 신공항은 영남권 5개 지자체가 추진했던 영남권 신공항 사업의 결과물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이를 다시 검증하려면 5개 지자체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부울경의 요구에 대해 총리실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적 판단을 하지않고 기술검증만 하겠다는 원칙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필요시 해외 전문가 참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총리실이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문제가 어려울수록 원칙대로 해야 한다. 총리실은 이미 천명한 대로 검증을 기술적 문제로 국한시켜야 한다. 외압에 흔들려 엉뚱한 결정을 하면 그것 자체로 영남권 주민을 분열시키고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는 결과가 빚어지게 된다. 총리실은 이러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농무 / 신경림

농무(農舞)/ 신경림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계간『창작과 비평』 1971년 가을호.........................................................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를 발표하면서 시업의 길로 들어선 시인은 곧 낙향해 10년 넘도록 시를 쓰지 않았다. 1956년은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침울하고 가난한 시기였다. 그의 낙향은 등단 무렵 유행한 모더니즘 정서와 자신의 시풍이 어울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나중에 술회하였다. 이후 농사와 날품팔이로 전전하던 그는 71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농무’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작을 재개했다. 10년 동안 만난 많은 사람을 위해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노래와 얘기를 대신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쓴 시편들이다.시에는 우리들 삶의 모습과 정서가 표현되어야 하고, 현실에 깊이 뿌리박고 있을 때 감동을 준다는 시론을 그는 줄곧 펴왔다. ‘농무’는 선생의 평소 시에 대한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으로, 고단한 민중의 삶에서 시의 소재를 찾아내 농민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한국 현대시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처음엔 이문구 작가의 주선으로 한 ‘유령출판사’에서 3백부 자비로 출간되었던 이 시집이 2년 뒤 75년 ‘창비시선’ 1호로 간행되는데, 지금까지 75쇄는 찍었을 것이고 어림잡아 75만 부는 족히 팔려 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하지만 살면서 시집을 한 번도 사본 일이 없거나 평소 시를 무슨 사교가 전파하는 전도 ‘찌라시’처럼 여기는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시’일 수도 있겠다. 7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 속에서 해체되어가는 농촌의 피폐한 현실을 생생하게 떠올려주는 시는 농민의 울분과 암담함이 역설적으로 표출되었다. 이렇듯 힘 있는 언어로 독자들을 감동시킨 시가 전에 또 있었던가. 당시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짓는 농민의 답답한 심정과 발버둥치는 모습이 오히려 ‘날라리를 불고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드는’ ‘신명’으로 변주된다.그들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거나 ‘서림이처럼 해해대’며 즐거운 듯하지만(꺽정과 서림은 홍명희의 '임꺽정'에 등장하는 인물로 서림은 나중 꺽정을 배신한다), 결국은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며 자신들의 삶을 자학하거나 체념하고 만다. 오늘날 농촌의 모습은 예전에 비해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지만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흘린 땀에 비해 그 대가는 알량하고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추수를 앞둔 들판에서 피를 뽑으며 주름웃음 짓는 늙은 농부의 모습이 TV에 비춰졌다고 신바람이라 생각지는 마시라.

한국당 달라져야 한다

한국당 달라져야 한다 조국이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집어삼켰다.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대구 범어네거리 아침 풍경은 '조국은 유죄다. 조국 장관 임명철회하라'는 현수막을 휘두른 자유한국당 정순천 대구수성갑 당협위원장과 당원들의 시위가 이어질 정도로 조국 정쟁은 계속되고 있다.‘조국같은 놈’ ‘조국보다 못한 놈’이 최상의 욕이 될 정도다.대구경북(TK)은 특히 조국에게 장관을 붙이지 못할 정도로 분노의 민심으로 가득 차 있다.가슴속에 남은 공정 정의 평등을 몽땅 불살라버린 조국의 위선에 대한 울분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이제는 조국을 넘어 임명권을 부여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심판론으로 옮겨붙고 있다.심판 시기는 7개월 남은 내년 총선이다.하지만 막상 총선을 깊숙히 들여다 보면 과연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대 참패를 안겨 줄 것인지가 의문시 된다.현 집권 여당의 행보가 너무나 당당하기 때문이다.조국 사태로 들끓은 민심에 아랑곳 없이 제 갈길만 가는 수순이다.분명 총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은 커녕 민주당 의원조차 한마디 유감 표명조차 없다.자신감의 발로인지 너무 뻔뻔스런 당당함인지 알 수 없다.혹자는 그들의 이면엔 40%대의 결집된 지지율이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지금 당장 총선이 치러지더라도 TK 등 영남권을 제외하곤 40%대의 지지율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압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남북평화무드를 통해 그들은 서울 수도권을 포함 40%대의 지지율로 압승한 적이 있다.서울 25개 구청장 중 24개를 석권했고 서울시의원 110석 중 106석을 진보진영이 가져갔다.그들의 진보진영 지지자들만 잘 다독거리면 민주당 정권은 10년이고 100년이고 간다는게 그들의 셈법인 것 같다.반면 조국 사태로 대 반전의 기회를 잡은 제1 야당 한국당의 지지율을 보면 기가찬다.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민주당을 따라 잡지 못한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민주당은 싫지만 한국당도 만만찮다는 의미의 지지율로 보인다.그렇다고 한국당에 와야 할 민주당 반감 지지층들이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으로 쏠리진 않는다. 대다수 중도 무당층으로 향해 있다.실제 여론조사업체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6명을 상대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현재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8.5%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무당층이 급증하는 추세다.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반사이익으로 한국당 지지율이 올라야 하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소폭 오름세에 그쳤다.한국당이 문(?)과 민주당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중도외연 확장은 필연적임을 보여주는 수치다.한국당은 연일 장외집회와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와 서명운동 등으로 경제외교안보 등 현 정권의 무능함을 성토하고 있지만 그들의 굳건한 40%대 지지율을 무너뜨리진 못하고 있다.이를 위해선 한국당은 민주당과 같은 ‘습자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철저하고 세밀한 전략의 반만이라도 한국당이 따라했으면 벌써 전세는 역전됐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맹공을 퍼붓다가 어쩌다 한 막말에 발목을 잡히고 민주당의 물귀신 작전에 한국당의 무능이 드러나는 그동안의 헛 공세를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때마침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추석이전과 이후는 달라질 것이라는 발언을 최근 내놓았다.추석 이후의 한국당은 중도외연과 보수진영을 대결집으로 40%대의 민주당은 이길 수 있는 전략과 행동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언급이다.일례로 한국당은 TK를 뛰어넘어야 하고 한국당의 차기 대권 잠푱들은 모두 서울 수도권에서 장렬한 전사를 각오할 정도로 한국당 살리기에 뛰어 들어야 한다.내부총질을 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스물스물 대구가 위험하다며 TK 출마설을 흘리지 말아야 한다.한국당은 이들의 낙하산 전략 공천을 강행해선 안된다.TK 민심은 예전과 다르다. 그렇다고 진보진영쪽으로 쏠려 있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선거 때 마다 TK 민심은 속까지 모두다 털어놓았다. 수십년간 보수 심장의 의리(?)는 지켜왔고 또 한번 지킬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당은 달라져야 한다.

안전불감증 민낯 드러낸 영덕 질식사고

경북 영덕의 한 오징어 가공업체 지하탱크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숨진 사고는 안전 규정을 무시한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안전불감증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사업주와 근로자의 안전 교육 확대와 고용노동부의 현장지도 등 안전에 대한 예방조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경찰은 15일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 대표에 대해 숨진 근로자들이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지시, 질식해 숨지도록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한 이 업체 대표는 환기와 산소 농도 측정, 안전 마스크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한 결과, 수산물 가공업체의 오·폐수 처리 시설 지하 탱크에서 200~300ppm에 이르는 황화수소와 암모니아 가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근로자들이 오징어 부산물이 부패하면서 나온 황화수소 등 가스에 중독돼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사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작업 당시 안전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전혀 착용하지 않았고, 업체 측은 산소 농도 측정 등 가스 유무를 확인하는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업체는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전문 업체가 아닌 업체에 작업을 맡겼다.질식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2017년 5월 경북 군위 양돈장에서 정화조 청소 일을 하던 네팔 근로자 2명이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같은 달 경기도 여주의 한 양돈 농가 축사에서 분뇨를 치우던 중국인과 태국인 근로자 2명이 사망했다.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최근 5년간 질식 사고는 총 95건으로 150명의 재해자가 발생, 이 중 50.7%인 76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사고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 4명은 모두 불법 취업한 것으로 드러나 불법 체류자 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이들의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보상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또한 질식 사고 피해자의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로 나타나 위험의 외주화도 불법 체류 못지않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잊혀 질만하면 발생하는 가스 질식 사고다. 사고위험이 높은 밀폐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강화와 근로자들의 안전 교육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길밖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 더 이상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기를 바란다. 언제쯤 사고 공화국의 오명을 벗을 수 있으려나.

‘추석민심’ 제대로 읽으셨나요

추석 전 한 달여 간 지속된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소동은 우리나라가 처한 혼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다수의 언론과 야권은 “조국 한사람의 허물이 이제까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모든 사람의 허물을 모은 것보다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결국엔 장관으로 임명됐다.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국민들의 허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할거면 청문회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한다.지역 민심에서는 분노가 느껴진다. 각종 모임과 SNS에서는 날선 말과 글이 여과없이 표출된다. “선량한 국민들 마음에 독기를 품게 하는 정치를 왜 하냐”는 원성이 이어진다.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대외관계, 남북관계 등 국정의 어느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다. 뿔을 고치려고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설익은 개혁이 총체적 난국을 초래한 형국이다.일부에서는 조 장관 임명 강행이 현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분법을 통해 편가르기를 하는 좌파 정권의 진면목이 가감없이 드러났다는 것.현재 조 장관 임명자는 부인과 주변인물 등 여러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도 수십 곳에 걸쳐 이뤄졌다. 어떤 사실이 밝혀질지 전국민이 주시하고 있다.---조국 임명은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주변인물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인물을 장관에 임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해 이토록 국론이 분열된 적은 없다.대통령의 임명은 그 자체가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본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다름 없다. 법대로 수사를 한다는 것이 ‘윤석열 검찰’의 의지다. 하지만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기 때문에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문제를 피해 갈 수 없게 됐다.만약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 현직 법무장관이 정식 수사를 받게 되면 국정기조가 흔들리게 된다. 임명의 당위성은 땅에 떨어지고 정권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뻔히 보이는 결과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책임 공방이 또 다시 불타오를 것이다.‘수사 결과 별 문제 없다’는 발표를 할 경우에도 문제는 불거진다. 믿어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조 장관 임명자는 취임 하루 뒤인 지난 10일 검찰 개혁작업을 추진하기위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에 관여할 때가 아니다. 개혁 관련 작업을 유보해야 한다. 또다른 오해와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이번 사태의 공정한 수사가 검찰개혁보다 우선 순위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수사가 되지 않으면 검찰개혁도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조 장관 임명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맨 격이다.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엄청난 국가적 에너지가 찬반 진영 서로를 비난하는 비생산적 형태로 분출될 것이다.---역사상 국민이 이렇게 갈라진 적은 없다우리 역사상 국민이 이렇게 갈라진 적이 있었던가. 국민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됐다. 물론 같은 사안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정반합의 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그러나 지금 나타나는 모습은 아니다.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막장싸움이다. 국익은 뒷전이다. 급선무는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폐청산이고, 개혁이고 모두 공염불이다.많은 국민은 현재 우리나라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인지 확신을 하지 못한다. 국민에게 걱정을 주는 상황 뿐이다. 미래를 두려워 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맞아야 한다.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 그것이 정치다.21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인들이 국가 정책을 포함한 모든 것을 선거라는 ‘괴물’을 통해 보는 시간이다. 선거와 연관지어 생각하면 전체이익과 동떨어진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우려스럽다.지난 주 정치인들은 추석 귀향활동을 했다. 민심을 충분히 읽었을 것이다. 오기와 편견, 밀어붙이기와 편가르기 정치가 제발 끝났으면 하는 것이 민심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 민심이다.

사위질빵 꽃

사위질빵 꽃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바람결이 한결 선선하게 다가온다. 추석이 지났다. 아부다비에 사는 조카는 늦은 밤 사막의 보름달을 보내왔다. 커다랗게 떠오른 달을 보며 가족의 건강을 소원하면서. 5시간 늦은 시차로 그제야 뜬 달을 보면서 식구들의 얼굴을 떠올렸으리라.유난히 일찍 찾아온 추석, 눅눅하던 날도 말끔해져 명절 분위기를 더했다. 고운 옷으로 갈아입은 가족이 차례를 모시러 모여들었다. 명절 연휴가 되지 않으면 좀체 틈을 내기가 힘든 직장인들이라서 훨훨 세계를 향해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조상 음덕을 잊지 않으려고 몇 시간씩 달려오는 것을 보니 대견하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일상의 대화를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그 가치가 절실하게 느껴지니 세월이 절로 사람의 마음을 어른처럼 만들어 가는가 싶다.추석이면 둥근 달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깔아 시 영상을 보내주는 이가 이번에는 ‘달빛 기도’를 전해왔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중략…//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외국에서 온 식구들이 인사하고 싶다고 하여 친정어머니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하늘도 한결 가을 분위기다. 그림 같은 구름을 머리에 이고서 산을 오른다. 부모님을 찾아가는 길, 노랑나비와 호랑나비가 산 아래까지 내려와서 춤을 춘다. 우리의 길 안내를 하려는 모양이다. 조금 뒤처져 걷고 있으면 다시 날아와 우리 곁을 맴돈다. 걸음을 재바르게 옮기면 다시 저만치 앞에서 날개 짓을 한다. 수풀 우거진 산길이라 길이라도 잃을까 봐서 노심초사 손을 이끄는 것 같다. 산소를 찾아 오를 때마다 나타나는 저 나비를 보면, 꼭 어머니 아버지의 현신인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 온다. 돌아보니 동생의 눈가에도 물기가 촉촉하다.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부모의 숨결인 것 같다.산소가 보이는 산 중턱에 올라서니 묘지 둘레에 초록의 망이 빙 둘러쳐 있다. 제부가 멧돼지 방지용 울타리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한여름에 들렀을 때 우거진 잡풀 덩굴 속에서 무덤 위에 난 멧돼지의 난동 흔적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 장면이 너무 안쓰러워 무더위 속에서 바로 시내에 나가서 고춧대를 지지하는 알루미늄 막대기를 군데군데 세워 망 울타리를 만든 것이라니. 힘센 멧돼지가 머리 조금만 쓰면 그까짓 쯤 쉽게 떠밀어 버릴 수 있을 것이었지만, 그 울타리는 제부의 정성을 아는 듯 오롯이 세워둘 때의 그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사위의 장인 장모에 대한 사랑이 지극함에 더없이 고맙고 대견하다.지극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정성을 다하는 이들에 감동하였을까. 산소 주변을 둘러보니 심어둔 적도 없었는데 하얗게 피어난 꽃들이 또 하나의 울타리처럼 빙 둘러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사위질빵이었다. 상아색에 가까운 하얀색이랄까. 꽃을 활짝 피운 덩굴 풀, 사위질빵이 이웃한 나무들을 감아 올라가 빈틈없는 울타리로 서있다. 하얀 꽃을 머리에 잔뜩 이고서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다. 어머니의 함박웃음같이.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은 장모가 사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식물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수확물이나 땔감을 나르는 도구로 지게였는데 두 어깨로 무거운 짐을 지기 위해서는 지게다리 양쪽에 튼튼한 질빵을 만들어 달아야 많은 짐을 져 나를 수가 있었다. 모처럼 처가에 온 사위에게 농사일을 덜 시키기 위한 장모의 지혜로 사위질빵 줄기로 만든 지게 질빵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면 끊어지기에 조금만 지고 나를 수 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식물의 줄기를 걷어서 질빵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식물이다. 여러 가닥의 줄기가 뻗으면서 자라나 상아색 꽃망울을 달고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위질빵을 보니 어머니가 평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그 선한 사위의 얼굴이 다시 보인다. 참으로 흐뭇하다.깊어가는 가을이 오면 하얀 머리카락 같은 털을 달고 사위질빵 씨앗이 맺게 되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더 멀리로 날아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서 더 튼실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리라. 사위질빵은 꽃도 곱지만, 향은 자연 속 시인인 듯 은은한 향기로 여운을 남긴다. 열매가 익어 가면 작은 씨앗 끝에 흰 깃털이 호호백발 할머니의 머리카락처럼 짧게 밑으로 처져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간다. ‘아들딸 낳고 잘 살라’는 부모님의 소망을 간직한 듯, 사위질빵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주시겠다며.

해남에서 온 편지 / 이지엽

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 하고 지난 설에도 안 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중략)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중략)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시조집 『해남에서 온 편지』(태학사, 2000)....................................................진한 남도사투리의 정서가 따로 해석이 없어도 통째로 스며든다. 시인이 이 시의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어 마저 소개한다. “내가 있는 학교의 제자 중에 수녀가 한 사람 있었다. 시를 쓰기 몇 해 전 남도 답사길에 학생 몇이랑 그 수녀의 고향집을 들르게 되었는데 노모 한 분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생전에 남편이 꽃과 나무를 좋아해 집안은 물론 텃밭까지 꽃들이 혼자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흐드러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엄니도 하늘로 간 ‘애비’를 따라나섰고, 고향집도 사라져버렸다고 한다.그리움은 보고픈 감정이 해결되지 않을 때의 묵힌 정서 상황이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그리움이 별밭에 일렁이는 은하수라면 고향에 계시는 부모들의 대처로 나간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은 차라리 겨울비탈에 선 애절한 나목이다. 부모둥지 떠난 자식들의 고향 찾는 횟수가 고작 일 년에 두어 번. 그조차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너나없이 승용차가 있고 씽씽 고속열차가 달려도 사정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힘들게 고향을 찾아와서도 재깍 내뺄 궁리만 앞선다. 처음부터 복귀할 만반의 태세를 갖춘 듯하다. 그래야 잘나가는 자식의 유세처럼 보인다.우리 ‘엄니’들이 일찌감치 명절날 달력에 동그라미 치고 그리움을 예약하시는 마음에 비해 추석 한나절부터 서두르는 귀경행렬을 보면 도회 사는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참 야속하고 사무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노모는 홀로지만 참으로 꿋꿋하다. 짐짓 자식들에게 유혹의 추파를 보내지만 쉽사리 먹혀들지 않으리란 것도 잘 안다. 수녀가 되어 종신서원 받은 딸자식과 엄마의 특수한 관계와 사정은 별개로 치고, 지금 우리가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부모의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그 불균형은 장차에는 더욱 더 심화되리라.어머니 안 계시는 추석을 세 번째 지냈다. 남 보기엔 무심한척 해도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은 어쩌지 못하겠다. 작은 아이와 둘이서 ‘오붓하게’ 차례를 지내고 한 상에서 음식을 먹고 술도 한잔 했지만 좀처럼 적막함은 사위어들지 않는다. 어머니 아버지와는 지방의 ‘신위’ 앞에 절을 올리는 게 고작이고 손녀 지혜와는 영상통화로 만족해야했다. 나도 어쩌다가 ‘노인 홀로 가구’가 되어있지만 우리 자식들이 부모를 받들어줄 것이란 기대는 거의 무망하다. 노후의 경제적 안정 못지않게 정서적 안정과 자립이 필요한 때다. 도리 없다, 저 달은 언제나 둥글고 환한 얼굴이지만 자식에 대한 기대는 팍팍 줄이고 그리움 또한 탈탈 털어내는 수밖에는.

우리에게도 노변정담(爐邊情談)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노변정담(爐邊情談)이 필요하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앤 리차드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제45대 텍사스 주지사를 지낸 유명 여류 정치인이다. 그녀가 정치인으로 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1988년 아틀란타주에서 있었던 민주당대회 기조연설이 엄청난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연설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아직도 회자되는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다.“저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너무도 다행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이 제가 알았던 지도자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에게 희생이 필요하며, 이러한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해준 지도자들 말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다르고, 또는 고립되어 있거나, 아니면 특별한 관심사가 있어서 힘들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했고, 국가적 사명감을 부여해 주었습니다.”어린 시절 라디오를 통해 당대의 지도자를 접하며 자란 그녀가 이렇게 말한 이는 프랭클린 루즈벨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미국의 제32대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이다. 고비 때마다 ‘노변정담(fireside chats)’이라 불리는 대국민 담화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도록 죽는 날까지 자국민들에게 국가적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도록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그렇다면 도대체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까?루즈벨트 대통령의 라디오 대국민 담화는 취임 직후인 1933년 3월12일 ‘은행위기에 대해’라는 13분짜리 연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작 노변정담이라 칭해진 것은 이것부터가 아니라 ‘유럽전쟁에 대해’라는 2번째 담화부터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평소 참모들과 벽난로를 에워싸고 대통령 담화문을 만들고 암기한다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CBS 방송 경영진이 2번째 담화 직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노변정담이라 칭한 것이 유래가 된 것이다.노변정담은 당시 미국의 명운을 좌우할 대내외 정책과 법안 등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것만으로 국민 통합이 이루어지고 정책 추동력이 생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2가지 특징이 노변정담에 없었다면, 아마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당시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했을지도 모른다.첫번째는 노변정담이 마치 친구를 대하는 듯한 진심 어린 말투와 염려스러운 어감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큰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1차 담화문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내 친구들(My Friends)’로 시작되어, “이것은 나의 문제 이상으로 당신들의 문제입니다. 일치단결한다면 잘 해결될 수밖에 없습니다”와 같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1, 2인칭을 써서 친근하게 매듭지어진 것처럼 말이다.두번째는, 노변정담이 주요 정책이나 법안을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명료하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수많은 소문과 억측에 편승하지 않도록 예방했다는 점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2월23일의 ‘전쟁의 경과에 대해’라는 담화를 발표하기 전 국민에게 세계지도를 준비하라고 요구한 데서 잘 알 수 있다.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세계 민주주의를 지키고, 지속 번영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디서 전쟁을 하고 있는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등 국민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였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변정담이다. 우리 모두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분열로 치닫는 사회를 보면서 위기의 한복판에서 각자도생에 빠져 외롭고 힘든 나머지 위로과 격려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인들이 누렸던 것처럼 이번 추석에는 ‘내 친구들’로 시작되는 노변정담이 꼭 듣고 싶다고 한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

구미 스마트 산단, 경제 회복 마중물 되길

침체에 빠진 구미 지역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구미 국가산업단지가 ‘스마트 산업단지 구축 사업’에 최종 선정된 것. LG화학이 참여하는 구미형 일자리 사업 선정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구미 경제에 활력소가 기대된다.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구미산단과 인천 남동산단을 2020년도 스마트 산업단지로 선정했다. 구미산단은 생산·고용 기여도와 주력 업종인 전기·전자 업종의 중요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구미 산단에는 스마트 제조 혁신 단지 조성(2천801억 원), 청년 친화형 행복 산단 구현(1천42억 원), 미래 신산업 선도 산단 구축(618억 원) 등 국비 2천185억 원과 지방비 1천486억 원, 민자 790억 원 등 총 4천461억 원이 투입된다.경북도는 구미 스마트 산단에 개방형 양방향 스마트 데이터 네트워크 구축, 스마트공장 안정적 성장을 위한 지원 인프라 고도화, 산단 스마트화를 리딩할 미래 융합형 인재 공급 체계 고도화, 산단 내 중소기업 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전문 기업 육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스마트 산단화에 따라 구미산단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ICT기술을 적용해 미래형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경북도는 스마트 산단이 조성되면 생산 유발 2조960억 원, 부가가치 유발 6천679억 원, 고용 유발 6천301명을 예상하고 있다.스마트 산단 선정은 의미가 남다르다. 곧 구미산단 50주년을 맞는 때문이다. 1971년 한국전자공업공단으로 문을 연 구미산단은 2013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0.7%인 367억 달러를 수출했다. 하지만 생산·수출·고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위기에 몰렸다.2011년 75조7천억 원에 달했던 생산액은 2017년 44조4천억 원까지 떨어졌다. 수출액도 2017년 288억 달러로 급감했다. 근로자 수도 2015년 10만2천 명에서 2017년 9만5천 명으로 줄었다. 업체 가동률은 2019년 5월 현재 66.6%까지 하락했다. 최근엔 35%까지 떨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 마찰, 대기업 해외 및 수도권 이전 등 구미 지역 경기 전망은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구미산단의 선도 스마트 산단 확정은 지역 경제에 다시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 전반으로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워낙 지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마트 산단이 침체된 구미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추석 / 권선희

추석 / 권선희아고야, 무신 달이 저래 떴노/ 금마 맨키로 훤하이 쪼매 글네/ 야야, 지금은 어데 가가 산다 카드노/ 마눌 자슥 다 내뿔고 갔으이/ 고향 들바다 볼 낯빤디기나 있겠노 말이다/ 가가 말이다/ 본디 인간으로는 참말로 좋았다/ 막말로 소가지 빈 천사였다 아이가/ 그라믄 뭐 하겄노/ 그 노무 다방 가스나 하나 잘못 만나가 신세 조지 삐고/ 인자 돌아 올 길 마캐 일카삣다 아이가/ 우찌 사는지럴/ 대구빠리 눕힐 바닥은 있는지럴/ 내사 마 달이 저래 둥그스름 떠오르믄/ 희안하재, 금마가 아슴아슴 하데이/ 우짜든동 처묵고는 사이 읍는 기겠재?/ 글캤재?- 시집 『꽃마차는 울며 간다』 (애지, 2017)...................................................................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얼까? 고향, 가족친지, 둥근달, 송편, 황금들녘, 성묘, 차례, 한복, 선물 그리고 고된 노동, 처량함, 귀성길 정체, 용돈, 고스톱, 추석 특선영화... 요즘은 긴 연휴와 해외여행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환한 둥근 달은 고향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총체적으로 대변한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이나 사람을 떠나보내고 고향을 지키는 사람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의 초점이 둥근달로 모인다. 가만 달의 숨소리를 들으며 세상에 없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것은 고향에 대한 설렘이고 고향땅 부모이며 지상에 부재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살아계신 고향의 부모로서는 달려올 자식들에 대한 기다림이리라. 시에서 ‘금마’는 경상도에서 3인칭 남성을 칭하는 대명사다. 비록 가족은 아닐지라도 화자에게는 피붙이나 다름없는 친숙했던 이웃인 것 같다. ‘본디 인간으로는 참말로 좋았’던 아이가 ‘그 노무 다방 가스나 하나 잘못 만나가 신세 조지 삐고’ ‘마눌 자슥 다 내뿔고 갔으이’ 고향 들여다볼 낯짝이나 있을까 연민한다. 그래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처묵고는 사이’ 소식 없는 것이라 애써 위안한다. 이제 이 땅의 모든 순한 길은 그 고향을 향한 설렘과 그리움의 등불로 환해졌다. 지금은 비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지만 보름달을 볼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양쪽 부모 다 계시고 고향의 정경이 고스란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날갯죽지 다 찢겨나가고 고향 또한 낯선 객지가 되어버린 이도 있으리라. ‘금마’도 돌아올 길을 잃어버린 날개 잃은 천사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간직된 고향의 원형이야 달라지랴. 다만 부모가 아무도 안 계시거나 가고 싶어도 찾아갈 형편이 못 되는 이에겐 둥근달이 내내 심란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 빚던 어린 시절의 고향이 지금은 너무 아스라이 있다. 어머니가 개시로 내 입에 가장 먼저 넣어주었던 그 송편 맛은 잊을 수 없다. 하늘보다 내 마음에 서둘러 먼저 뜬 둥근달이 그리운 얼굴들과 포개어진다. 차마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이웃의 얼굴들과 고단한 현실로 작아지고 모난 마음의 한 구석도 본다. 저 달빛에 젖은 마음의 꽃가지가 휘면서 까닭 모를 눈물이 난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절망을 떠올리며 부모님께 다 하지 못한 도리를 생각한다. 자식들에게 태만했던 지난날의 회한도 불쑥 치밀어 오른다. 거처를 옮기고 처음 맞는 명절이다. 혼자 조용히 보낼까했는데 ‘뜻밖’에 작은애가 올라온단다. 내 집에서는 평시에도 달이 훤히 잘 보이는 편이다. ‘아고야, 무신 달이 저래 떴노’ 나도 작은애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다. 삭혀진 그리움도 소환하여 되살려볼 참이다.

“저도 짝짝이인걸요”

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저도 짝짝이인걸요일주일 전에 수술한 환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좌우 눈썹의 높이가 짝짝이라고 다들 한 마디씩 해서 너무 걱정이 되어서 왔어요, 잘못된 거 아니에요”라고 한다.수술하고 나니 가족들이며, 친구들이 다들 와서 한 마디씩 하고 가는데, ‘짝짝이’가 되었다고, 지금 재수술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이야기해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수술 전에 찍었던 환자의 사진을 컴퓨터 화면에 올려놓고 함께 보았다. 좌우 얼굴이 서로 달라서 눈썹의 높이가 서로 달랐던 수술 전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얼굴에 보였던 불만스러운 모습이 사라지고,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언제쯤이면 같아질까요” 라는 질문에 “얼굴의 모습이 좌우가 서로 달라서 낮은 쪽 눈썹을 조금 더 당겨 올려놓았으니 시간이 지나고 부기가 빠지면 비슷하게 될 겁니다. 조금씩 더 좋아질 것이니 너무 걱정 마세요”라고 답했다. 가끔 수술 전 사진을 보여 주어도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다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수술 전에 이러한 내용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한 것이 있는 수술청약서에 자신의 글씨로 서명한 것을 눈앞에 보여주면 어쩔 수 없이 수긍한다.수술하기 전에는 내가 해 준 말들을 흘려 듣느라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었는데, 수술을 하고 나서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보고 나니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사람들의 얼굴을 누구나 좌우가 다르다. 필자의 얼굴도 좌우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한쪽 눈에만 쌍꺼풀이 살짝 보이고 다른 눈은 쌍꺼풀이 다 덮여서 좌우가 ‘짝짝이’다. 눈썹의 높이가 서로 다른 탓이다.그래서 수술하기 전 환자들에게 얼굴의 좌우가 다르다고 “제 눈도 짝짝이인걸요”라고 말해준다.사람의 눈에 어떤 얼굴이 가장 예쁜 얼굴로 보일까? 여러 연예인들의 얼굴 모습을 보여주고 그 중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을 고르게 했더니, 얼굴의 좌우 모습이 자로 잰 듯이 똑같은 사람의 얼굴이 가장 많이 선택이 되었다고 한다.즉 사람의 심리 속에는 좌우의 얼굴 모습이 같을 때 가장 미인이라고 느끼는 성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들에게는 얼굴 전체 모습의 좌우를 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같아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눈, 코, 턱 등 얼굴의 좌우가 다른 것을 같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한 분야가 되었고, 중년이 된 경우에는 좌우의 얼굴 주름이 서로 다른 것을 맞추어 주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좌우가 서로 다른 것을 교정하는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후 이것이 완전히 같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껏 좌우가 다른 모습의 형태와 습관을 가지고 살아온 모습이라, 비록 수술로 교정을 해 주었다 하더라도 수술 부위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 조직이 여기에 맞추어 변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이런 경우에는 수술 전 서로의 차이를 정확히 측정하고 환자와 충분히 상의해서 이것을 어느 정도까지 교정할 것인지 결정한 후 수술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수술과정에서 교정하는 양이 양쪽 눈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회복기간 역시 좌우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그렇기 때문에 수술을 하고 나면 이제부터는 인내심과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 부기가 빠지는 1~2주 동안은 어느 정도 같아지는 것 같다가도 그 이후에는 그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는데 그 때부터 걱정이 늘어진다.심지어는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거울만 들여다본다는 사람도 있고, 매일 한 번씩 전화하는 경우도 있으니, 어떻게 생각하면 약간은 무던하게 지내는 것이 차라리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수술을 많이 한 쪽의 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결국 같은 모습이 될 텐데 아무래도 조급한 마음이 앞서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한다.그런 걱정을 안고 있는 환자들에게 해 주는 말이 있다.“너무 걱정 마세요.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리시면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일 경제보복 여파…대구공항 흔들리면 안돼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불똥이 엉뚱하게 대구국제공항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과 일본연계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대구공항의 국제선 취항 중단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에어부산은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9개 중 후쿠오카를 제외한 8개 노선을 이미 운항 중단했거나 곧 중단한다.중단 대상에는 오사카, 삿포로, 도쿄, 기타큐슈 등 일본 노선과 베트남 다낭, 대만 타이베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중국 싼야 등 동남아와 중국 노선이 포함돼 있다.일본을 연결하는 4개 노선은 이미 운항하지 않고 있다. 에어부산이 단독 취항 중이던 싼야, 코타키나발루 노선 등은 다음달 27일부터 중단된다.에어부산이 동남아 노선까지 취항을 중단한 이유는 항공기 운항 스케줄이 일본 노선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 대구로 온 항공기는 정비 후 다시 일본으로 가도록 운항 스케줄이 짜여져 있다. 그러나 일본노선이 대부분 운항을 중단하게 돼 동남아에서 온 비행기가 다음 동남아 운항 때까지 쉬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 일본 취항 중단 때문에 동남아 노선이 영향을 받는 결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현재 동남아 노선은 탑승률이 80%를 넘지만 일본은 노선에 따라 30~40%로 격감했다.대구공항 이용객은 올 상반기 247만여 명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97만여 명이었던 국제선 이용객은 143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무려 47.7%나 급증했다.그러나 대구공항 국제선은 저가항공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에어부산 취항 중단과 같은 사태가 다른 저가항공사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구공항 활성화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상황이 나빠져 탑승률이 떨어지면 바로 철수하는 항공사 측의 얄팍한 상술을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보복을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이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여 답답하다.대구는 통합공항 개항 전 현 공항이 국제선 취항 국가와 편수, 공항 내 편의 시설 등 모든 면에서 국제공항으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래야 이전 시 현 공항 이용객을 그대로 받아들여 성공적으로 개항할 수 있다.어렵게 구축한 현재 대구공항의 위상이 쪼그라들면 이전 공항의 성공적 개항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다른 항공사에서 에어부산과 유사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대구시 등에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보고만 있어선 될 상황이 아니다. 대구공항은 지역의 대표적 SOC인 동시에 시민의 자존심이다.

자영업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자영업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몰락, 벼랑 끝, 빈사 상태, 한숨…요즘 자영업을 다룬 언론사 기사 제목에 포함된 단어들이다. 각종 정치적 이슈로 우리 사회가 보수, 진보라는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동안 자영업 대란, 자영업의 몰락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말이다.이같은 현상은 통계청 자료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8월말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가구 가계소득 증감률 추이’에 따르면 국내 가계사업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사업소득은 개인이 계속적으로 사업을 해 얻은 순수익 중 가계에 들어온 금액을 말한다. 가계사업소득이 줄었다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2분기 국내 가계사업소득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3.4%, 올해 1분기 1.4%의 감소율을 보인 이후 3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이는 일자리를 잃은 빈곤층이 급증하면서 근로소득마저 계속 내리막길을 걸은 결과이기도 하다. 소득 하위 20%(1분위)에서 근로자가구비중은 지난해 2분기 43.1%에서 올해 2분기에는 29.8%로 대폭 내려앉았다.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최하위층 가구의 70%가 자영업자 또는 무직자 가구이고, 근로자 가구는 불과 30%라는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특히 하위계층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다.특이한 것은 하위계층의 사업소득은 늘어나고 상위계층의 사업소득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의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2분위(하위 21~40%), 3분위(소득 41~60%)의 사업소득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1% 증가했다. 반면 4분위(상위 20~40%)는 16.6% 감소했고 5분위(상위 20%)에서도 0.5% 감소했다.이를 두고 청와대의 통계해석이 구설에 올랐다. 1~3분위 사업소득이 증가한 것을 두고 올해 2분기 전체적인 소득 수준이 상당한 개선이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통계청의 발표이후 “작년 1~2분기에 비해 올해 1~2분기가 전체적으로 나아졌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이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본다. 자영업자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4분위에 있던 자영업자 소득이 줄어들면서 3분위로 내려앉고 3분위는 2분위로 떨어지면서 하위계층의 사업소득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문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자영업자들은 희망을 잃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연적으로 분배와 성장이 이뤄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정책과는 정반대의 결과다.일부에선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작년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8만명으로 폐업률(창업자 대비 폐업 비율)이 72.2%에 이를 만큼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이들의 몰락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제켜두고 개인 탓으로만 보는 것도 맞지 않다. 실제 50대 이후엔 재취업의 기회가 너무 제한적이고 20~30대들은 취업문턱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이런 노동시장의 문제가 이들을 자영업이란 불구덩이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결국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게 자영업의 몰락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쉽게도 이때까지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부정책은 카드수수료 인하와 소상공인 경영자금 지원이었다. 청년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를 위해 쓴 그 많은 예산에도 효과는 미미하다. 당장의 실적보고용 정책이나 일시적인 자금지원 정책은 이들의 몰락을 잠시 늦추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빚을 내서 겨우 사업을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은 폐업조차 맘대로 못한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임금은 조금 적더라도 재취업이나 업종변경을 할 수 있도록 길을찾아 주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이 정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