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위험, 왜 무시하나

눈에 보이는 위험, 왜 무시하나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델리리움(Delirium)’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벨기에 맥주가 있다. 병 라벨에 귀엽게 보이는 분홍코끼리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단어의 뜻은 정반대이다. 델리리움은 섬망이라는 뜻으로 심한 과다행동과 생생한 환각, 초조함과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4가지 델리리움 맥주 중 하나인 ‘델리리움 트레멘스(Tremens)’는 ‘진전섬망’이란 뜻으로 알코올 중독자가 알코올 섭취를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손떨림, 환각 등의 증상을 보이는 의학용어다. 이 때 나타나는 환각 중의 하나가 분홍 코끼리라고 해서 이 맥주의 상징이 됐다. 물론 이름값을 할 만큼 알코올 도수도 높다. 코끼리는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도 등장한다. 하얀 코끼리이다. 옛날 동남아시아에서는 하얀 코끼리를 영적인 존재로 신성시했다. 당시의 왕들은 아니꼬운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하사하곤 했다. 그러나 막상 왕이 선물한 신성한 동물에게는 일도 시키지 못해 쓸모는 없으면서 사료비 등 유지비는 엄청 많이 들었다.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도 효과가 별로 없어서 처치 곤란한 프로젝트를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라고 한다. 주로 국제스포츠경기를 위해 사후 운영방안을 생각하지 않고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시설이나 경기장을 말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경제현상 또는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다른 동물들도 등장한다. 검은 백조를 뜻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도 그 중 하나다. 블랙 스완은 17세기말 서양인들이 호주 대륙에 발을 디딘 이후에야 발견됐다. 그때까지 백조는 당연히 흰색이었다. 이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실제 일어날 경우를 표현하는 말이 블랙 스완이다. 월가 증권분석가 나심 탈레브가 월가의 위기를 경고한 그의 책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주장했다. 블랙 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충격이 가해진다. 2008년 경제위기, 9.11 테러 등이 대표적인 블랙 스완이다. 블랙 스완이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이 일어나는 경우라면 ‘회색 코뿔소’는 반대 개념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너무 멀리 있는 위험으로 느껴 아무런 대책없이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비유한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서 멀리 있어도 쉽게 눈에 띄는 바람에 말 그대로 빤히 보이는 위험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가까이 달려오면 두려움이 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라고 진단하는 한국의 현 상황과 관련해 위의 동물들이 회자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하얀 코끼리도, 블랙 스완도, 회색 코뿔소도 배회하고 있다. 어쩌면 델리리움 상태에 빠져 분홍코끼리마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은 어떤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인 ‘블랙 스완’은 아닌 것 같다. 이미 국내외 많은 경제전문가들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IMF 등에서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해 경고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큰 위험이 보이는데도 무시하는 ‘회색 코뿔소’에 가깝다. 정부조차 지금이 경제위기라는 인식에는 동조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멀리 회색코뿔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쓰러지며 건물마다 임대 현수막이 나붙고,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세이고, 경제성장률은 2%도 불투명한 상황이며 소비와 투자마저 위축되고 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도 빤히 보이는 회색코뿔소다. 아직은 평온해보이지만 잠재된 위험 때문에 언제 회색코뿔소가 돌진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제는 정치이슈에 철저히 가려지고 있다. 지금처럼 위기를 보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한다면 어느 순간 큰 몸집의 회색코끼리가 우리를 들이받을지 알 수 없다. ‘회색 코뿔소가 온다’의 저자 미셸 부커의 경고가 의미심장하다. “예측이 불가능하면서 어느 순간 나타나면 엄청 큰 타격을 주는 블랙 스완 보다는 오히려 눈에 보이지만 무시해버리는 위험인 회색 코뿔소를 더 걱정해야 한다” 서민들은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는 이 경고를 정치권에서 무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관광산업으로 먹고살자

관광산업으로 먹고살자오용수대구관광뷰로 대표이사 세계 각국이 관광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꼽고 있다. 최근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산업 다각화를 위해 관광을 꼽았고, 일본은 지방에서 제조업이 점점 사라지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가자 관광이 지역을 살리는 보물이 되었다. 또 관광산업의 외화가득률이 80% 이상으로 다른 산업보다 높다. 그러다보니 전쟁 폐허 위에서 워커힐호텔을 만들고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조성하여 외화를 벌고 경제부흥에 이바지했다. 더구나 관광은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관광이 농업과 만나면 농촌관광이 되고, 제조업과 만나면 산업관광, 3차 산업과 융합하여 한류관광, 의료관광이 생겨났고 4차 산업인 공유숙박·차량, 빅데이터 활용 관광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 변신하고 있다. 국가 간 관계가 서먹할 때도 스포츠, 예술, 관광단 파견으로 해소한 경우도 많다. 이같이 관광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내일을 위한 활력을 얻고, 지역과 국가에서는 인구 감소를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는 만병통치약 역할을 하고 있다.대구는 세계적 항공권 플랫폼 스카이스캐너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올 4월 말~5월 초 일본 최대의 연휴인 골든위크 때 일본인의 선호 여행지 중 증가세 1위였고 여름휴가 인기 급상승 여행지 TOP5의 1위가 대구, 그 뒤가 블라디보스토크, 스톡홀름, 부다페스트, 양곤이었다. 대만에서도 작년 말 단거리 여행지 항공 검색 1위가 대구, 장거리는 호주였고, 호텔 예약 플랫폼인 부킹닷컴에서 가장 가고 싶은 도시 1위가 다낭, 2위가 대구였다. 그 결과 21만 명이 대구여행을 했고, 한국에 온 대만관광객 6명 중 한 명이 대구에 온 셈이다. 올해도 8월까지 이미 21만1천 명이 와서 전년대비 55%나 증가하고 있다. 이 얘기를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께 했더니, “대구가 1등이라니!”라며 기뻐하였고, 옆에서 “방탄소년단(BTS)도 5년 전에는 무명이었는데 세계 1위가 되었고, 대구관광도 비슷하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는 대구공항에 일본과 대만 행 직항노선이 늘어났고, 근대골목, 서문시장, 맛집, 카페, 치맥축제 등 두 나라 관광객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즐길거리가 많고, 74%나 되는 개별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도 주효했기 때문이다.한편 경북은 역사문화자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경주는 우리나라 관광 1번지로 불리며 한국관광을 세계에 알리는 얼굴이었다. 1979년 아시아태평양여행협회 서울 총회에 참석한 관광인들이 경주에 내려와 천년 고도 경주의 모습에 반하였다. 이후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오면 거의 경주를 들렀는데, 특히 일본 청소년들이 수학여행으로 찾아와 역사를 배우곤 했다. 또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경주시 전체를 역사유적지구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역사마을로, 영주 부석사와 안동 봉정사도 산사로, 올해는 한국의 서원으로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등 4곳이 지정되었다. 이런 문화재는 민족의 자긍심과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관광밖에 없다. 이에 문화와 관광을 결합한 문화관광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이제 대구·경북이 손잡고 추진 중인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대구의 도시관광을 즐기는 개별관광객과 경북의 문화관광을 주제로 하는 단체관광을 각기 강점을 살려 마케팅도 하고, 서로 연계하여 양 지역을 오가는 여행객을 유치하자. 국내외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수용태세도 개선하고, 대구·경북 대표 관광상품을 만들어 팔자. 그러나 주민들의 따뜻한 서비스와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대구시민은 경북을, 경북도민은 대구를 자주 가보자. 다음으로 서울, 부산 등 타지에 거주하는 대구·경북 출신의 출향민들이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고향을 찾도록 권해보자. 그리고 대만,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비롯해 동남아와 구미주 각국에 이르기까지 대구·경북 관광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전략적으로 유치 활동을 펼치자.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대구·경북의 상생의 상징이자 통합경제의 대표로 관광을 지목하였다. 이제 대구·경북이 관광으로 하나되고, 관광으로 먹고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관광을 열심히 키워보자.

‘맑은누리파크’ 광역 폐기물처리 새 모델 돼야

경북도청 신도시 부근 안동시 풍천면 도양리에 ‘경북 북부권 환경 에너지종합타운’(맑은누리파크)이 11일 준공됐다.경북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역이 도시·농촌 구분없이 각종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가동을 시작한 친환경 폐기물 종합처리시설이어서 관심이 크다.경북북부권 11개 시군(인구 66만여 명)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다. 하루 처리 용량은 불에 타는 폐기물 390t, 음식물류 폐기물 120t이다.지난 2016년 착공해 3년 만에 준공된 에너지종합타운 건설에는 총 2천97억이 투입됐다. 본격 가동이 시작되면 11개 시·군에서 개별 처리하는 것보다 연간 1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또 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과 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생산가능 전력은 하루 최대 14MWh이다. 3만5천 가구가 사용가능한 양이다.에너지종합타운은 환경오염의 최소화를 위해 다중 오염방지 시스템을 가동한다. 또 설비가동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위해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시설 정문 전광판을 통해 주민들에게 상시 공개한다.도청 신도시 내에도 옥외전광판을 설치해 내년 3월부터 측정치를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에너지종합타운은 폐기물 처리과정을 공개해 주민들의 실생활 환경 교육장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2021년 12월에는 처리장 내에 수영장, 헬스장, 찜질방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한다고 한다. 주민들이 꺼리는 환경시설이 친환경 처리를 앞세워 주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에너지종합타운의 명칭은 공모를 통해 맑은누리파크로 결정됐다. 또 100m 높이의 전망대(굴뚝 겸용)는 맑은누리타워로 명명됐다. 전망대에서는 환경교육과 함께 도청 신도시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그러나 운영 주체 측은 준공 전 환경오염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졌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새 처리장은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지자체 폐기물 처리의 새로운 모델이 돼야 한다. 성패는 주민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오염물질 배출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달려있다.오염물질 저감처리가 제대로 안되면 광역처리 시스템의 타지역 확산은 물론이고 향후 설비의 지속적인 가동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실수로 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후진적 사고도 완벽한 시스템으로 원천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철망 앞에서

철망 앞에서/ 김민기내 마음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떼 물위로 차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굽이쳐 가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음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 해/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저 위를 좀 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 꽁지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길/ 새들은 날으게 냇물도 흐르게/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마음도 흐르게/ 녹슨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이처럼 명징하게 서정적으로 통일을 염원한 노래가 또 있을까. 노태우 정부 때 만들어졌으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불리어지기로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햇볕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햇볕정책의 기본 틀은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정착에 토대를 두고 발전시켜나가면서 ‘남북연합’이라는 과도적 통일 체제를 거쳐 완전한 통일로 향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도 큰 틀에서 이와 다르지 않으며 문재인 정부도 이를 계승발전 시켜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문재인 정부 집권 반환점을 돈 이때 그동안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역시 한반도 평화통일의 물꼬를 다시 텄다는데 있다. 보수정권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군사분계선에 있는 군대를 비무장 시키고 끊어진 남북 철길을 잇고 있다. 통일을 바라는 남북 동포들은 이미 새가 되어 녹슨 철조망을 걷어내고 그 위를 훨훨 날고 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한 도올 김용옥은 만약 김정은이 바로 앞에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 유시민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간절하게 “문재인 대통령 같은 사람 다시 못 만난다”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당부다.‘10.4 공동선언’부터 꼭 실천하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정치란 어떤 경우에도 대중보다 한발자국 먼저 나가야하는데, 꼭 그렇게 하시라” 국민의 눈치를 너무 살펴서도 곤란하고, 국민의 의식과 역사를 항상 선도해가라는 당부였다. 이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철학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도 대통령에게 힘과 믿음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김용옥은 “우리 국민의 오판이 현재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다는 것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과거보다 훨씬 험난한 가운데서 문 대통령이 어렵게 뚫어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 가는 말이었다.지난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되는 날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동서냉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베를린 장벽이 독일분단 44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지 28년 만인 1989년 11월 9일 무너진 것이다. 11개월 뒤인 1990년 10월 3일엔 역사적인 통일을 달성한다. 그리고 30주년 기념일, 동독 출신으로 3선 총리인 메르켈은 이날 장벽 인근 예배당에서의 기념행사에서 “베를린 장벽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킨다”면서 “전 세계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녹슨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두면 반드시 통일은 오리라.

백척간두의 입시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8일 2025년부터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고,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고 49곳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특목고 중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만 남는다. 전면 고교 평준화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명분은 ‘고교 서열화 해소’와 ‘입시 공정성 확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이 빌미를 제공했다.지역 자사고들은 교육철학이 없는 방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사고는 지역에서 우수 학생들의 수성구 쏠림 현상을 약화시키고 지역별 교육 격차 해소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자사고 등의 폐지 시 수성구 쏠림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건립 중인 대구 국제고(중국어 중심 특목고)는 개교도 하기 전에 일반고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농어촌 고교의 ‘전국모집 특례’ 폐지 조치로 안동 풍산고 등 지역 인재를 배출해온 학교들은 당장 지역 학생 부족에 따른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주민들은 정부가 지역 살리기에 재를 뿌렸다며 황당해 하고 있다. 지역 주춧돌 역할을 해온 명문 고교의 폐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흔히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졸속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나서 정시와 수시 모집 비율 조정까지 말하는 것도 잘못됐다. 교육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후 내놓아야 할 사안이다. 입시는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육 정책을 조국 사태를 계기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만들 문제는 아닌 것이다.지역 교육계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일부 문제를 전체로 일반화시켜 입시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자사고들은 반대 의견을 취합해 교육 당국에 전달할 계획이다.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이와 관련, 대학 입시에서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적절한 대입 제도가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자사고나 특목고를 폐지하는 것 또한 아이들이 다양한 선택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정부의 고교 평준화 ‘대못박기’에 일선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만 혼란에 휩싸였다. 당장 관련 학교들은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월성 교육을 부정하는 것은 자칫 국가의 미래를 그르칠 수도 있다. 당연히 교육의 하향평준화도 걱정된다.부실한 공교육에 대한 교육 당국의 깊은 반성과 대책 없는 즉흥적인 입시 대책은 혼란만 더할 뿐이다. 교육 당국은 우리 교육이 백척간두에서 달랑달랑하는 느낌이라는 현직 교육감의 쓴소리를 귀담아 새겨야 할 것이다.

탈대구 항공사에 ‘의리’ 외친 권영진 시장

19년 전인 지난 2000년 ‘삼성이 대구를 버렸다’는 대구시민들의 분노가 불꽃처럼 일었다. 삼성이 당시 성서공단에 있던 상용차 사업을 포기한 때문이다.한순간 지역 경제가 휘청했다. 삼성 불매운동과 규탄집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반삼성’ 분위기가 극에 달했다.이에 앞서 1990년대 초반 삼성은 삼성자동차 입지로 대구가 아닌 부산을 선택해 대구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삼성은 자동차(승용차) 대신 규모가 작은 상용차(트럭)를 성서공단에 입주시켰다. 삼성은 자동차 사업을 한다는 명분으로 대구시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았지만 끝내 대구를 등졌다.악화된 대구와 삼성의 관계는 2010년 대구상의가 중심이 돼 개최한 이병철 회장 탄신 100주년 행사를 계기로 겨우 회복되기 시작했다.---“어려울 때 외면한 기업 똑똑히 기억해야”파장의 규모는 다르지만 비슷한 성격의 일이 또 일어났다. 지난 1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를 떠나려는 한 저가 항공사를 겨냥해 작심한 듯 쓴 소리를 뱉어냈다.권 시장은 이날 직원 조회에서 “대구공항이 한창 활성화 될 때 뻔질나게 찾아와 취항에 협조해 달라던 항공사 중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돼 승객이 줄자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노선을 철수해 버리는 의리없는 기업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는 대구에 발을 못붙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염치한 기업에 던지는 일갈이다.이날 발언의 타깃은 에어부산이다. 에어부산은 그동안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노선 9개 중 8개 노선을 철수했다. 오는 17일 후쿠오카 노선을 중단하면 대구취항 국제선은 타이베이 노선 1개만 남게 된다. 단물만 빨아먹고 발을 뺀다는 ‘먹튀논란’이 사실이 되고 말았다.에어부산의 ‘탈대구’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에서 비롯됐다. 지역에서도 일본여행 자제운동이 불붙으면서 여행객이 급감했다. 일본행 여객기의 빈자리가 크게 늘어났다.이런 와중에 인천공항 국제선 노선이 없었던 에어부산은 최근 노선 확보에 성공했다. 대구에 투입하던 항공기를 인천으로 돌리기 위해 대구를 등진 것이다. 대구보다 인천 취항이 유리하다는 것이다.지난 2016년 에어부산이 대구에 취항한 뒤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대구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에어부산은 일본 삿포로, 후쿠오카, 중국 싼야 노선 등에 취항하며 발생한 적자를 대구시로부터 보조받았다.장삿속만 앞세우는 기업에 시민의 결기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대구국제공항과 관련된 일이라면 시민 누구나 나서야 한다. 대구공항은 시민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권 시장이 이례적으로 에어부산을 강한 톤으로 규탄하고 나선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장 에어부산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향후 일본의 경제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또 다른 항공사가 대구를 떠나려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시민통해 메시지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기업의 경영논리는 간명하다. 가장 큰 목적은 이윤추구다. 기업활동을 통해 이윤을 내고 이를 재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세금을 내 궁극적으로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권시장의 ‘사이다 발언’은 시원하다.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최고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발언으로는 적합한가 의문이다. 떠나려 마음먹은 기업에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사전에 지역진출 기업들이 토착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대구시가 공항 활성화라는 과제에 매몰돼 사후관리는 뒷전인 채 유치에만 올인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에어부산을 규탄하는 발언은 시민이나 시민단체에서 나와야 한다. 현황을 공개하면 시민들이 자연스레 나섰을 것이다. 시장의 입에서 ‘의리’라는 감성적인 단어가 나오는 것은 조금 생경스럽다.대구는 기업유치를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향후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이 경영이 어려워져 빠져 나가려 할 때 지방정부에서 앞장서 규탄하면 누가 기업하러 오겠는가.이번에는 특수한 사정이 있긴 했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반기업 정서는 시대정신에 맞지않고 지역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삼청교육대

삼청교육대 / 박노해서릿발 허옇게 곤두선/ 어둔 서울을 빠져 북방으로/ 완호로 씌운 군용트럭은 달리고 달려/ 공포에 질린 눈 숨죽인 호흡으로/ 앙상히 드러누운/ 아 3·8교!/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살아 다시 3·8교를 건널 수 있을까/ 호령 소리 군화 발길질에 떨며/ 껍질을 벗기우고 머리털을 깎여/ 유격복과 통일화를 신고/ 얼어붙은 땅바닥을 좌로굴러 우로굴러/ 나는 삼청교육대 2기 5-134번이 된다// (중략)// 푸르게 퍼렇게 시퍼런 원한으로/ 깊이깊이 못 박혀/ 화려한 조명으로/ 똑똑히 밝혀 오는/ 피투성이 폭력의 천지/ 힘없는 자의 철천지 원한/ 되살아나/ 부들부들 치떨리는/ 80년 그 겨울/ 삼청교육대- 시집 『노동의 새벽』 (느린걸음, 2004)........................................ 1980년 8월부터 1981년 1월까지 5공 출범 직전 당시 국보위위원장 전두환에 의해 만들어진 초법적 교정기관이 ‘삼청교육대’다. 영장도 없이 수많은 시민들을 체포해 전국의 각 사단 특수 훈련장으로 끌고 가서 온갖 인권유린과 막장 범죄 행각을 저질렀다. 그해 8월 나는 야간통금에 걸려 파출소에서 5시간쯤 붙잡혀있는 동안 삼청교육대로 끌고 갈 사람들을 파출소로 잡아 와서 치도곤 하는 모습을 정면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제보’를 받고 잡아들인 외상술값이 있는 사람, 파출소장의 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등을 망라했다. 명목상의 징집대상자는 깡패와 상습절도 전과자들, 반정부 데모꾼, 불온선동자, 전두환 비방자, 5·18 유언비어 유포자, 윤락녀 등인데 ​실제 끌려간 사람들은 술집에서 싸움을 했거나 술 취해 길바닥에 자빠진 사람도 있었고 학교에서 좀 껄렁거리는 고교생 등도 포함되었다. 어린 학생들은 주로 부모가 항의할 여력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 자녀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진짜 조폭들은 사전에 파출소로부터 정보를 입수하여 조용해질 때까지 도피 잠적한 사례가 많았다. 할당량을 채우려다보니 노숙자, 부랑자를 비롯한 무연고자도 다수였다.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노동운동을 한 노동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당시 직장 노조설립에 간여했던 나도 까닥하다간 끌려갈 뻔했다. 윤락가 주변에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붙잡혀갔고 문신 장발도 이유가 되었다. 생활기반이 양동이었던 ‘도장골 시편’의 김신용 시인도 삼청교육대에 끌려갔었다. 그렇게 연인원 80여만 명의 군경에 의해 국보위 지침상의 검거대상인 ‘개전의 정이 없이 주민의 지탄을 받는 자, 불건전한 생활 영위자 중 현행범과 재범이 우려되는 자, 사회풍토 문란사범, 사회질서 저해사범’으로 덮어씌워져 6만 여명이 끌려갔다. 등급심사를 거쳐 실제 삼청교육대로 끌려간 사람은 약 4만 여명이다. 삼청교육대가 피교육생들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는 전두환에게 밉보여서 7개월간 교육을 받은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의 증언 등 여럿 있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해야 해요. 안 그러면 죽으니까. 내가 오죽하면 구두를 핥으라고 해서 구두를 핥았겠어요.” 1988년 청문회 이후 삼청교육대의 잔인성과 야만성이 속속 폭로되었다. 국방부는 공식집계로 교육과정에서의 사망은 54명이고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를 397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숫자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이런 놈들은 삼청교육대에 보내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돼”라는 말을 가끔 듣고, ‘부들부들 치떨리는 80년 그 겨울’을 미화하며 추억하는 이들이 있다니...

정치 문제 해결, 정치후원금으로 실천할 때

정치 문제 해결, 정치후원금으로 실천할 때지윤창울릉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무관국민 가운데 일부는 정치를 두고 정치인은 대기업 등 특정세력과 결탁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다고 믿고 있다. 이런 믿음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으로 이어진다.이러한 불신과 무관심은 우리나라 정치를 낙후시킨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견제와 감시가 없다면 정치인들은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라서 만 행동할 것이고,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중 하나가 ‘정치후원금’이다. 정치후원금은 국민이 투표 이외에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적은 금액이라도 다수의 국민이 정치후원금 기부에 동참한다면, 정치인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치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 애쓰지 않을 것이다.정치 자금 문제에서 벗어난 정치인들은 사적인 이해관계를 위한 행동보다는 정치후원금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해 준 다수 국민을 위한 소신 있는 행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정치후원금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및 정치인의 후원회에 직접 기부하는 ‘후원금’과 선거관리위원회가 개인으로부터 기부받아 법으로 정해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정당에 지급하는 ‘기탁금’이 있다.외국인이나 법인·단체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후원회나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서 정치자금을 후원하거나 기탁하는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다. 다만,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이나 각급 학교 교원은 기탁금으로만 정치 자금을 기부할 수 있다.정치후원금센터(http://www.give.go.kr)에 접속하면 신용카드, 신용카드 포인트, 계좌이체, 휴대전화 결제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나 페이코 같은 간편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도 기부할 수 있다. 더불어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경우 연말정산 시 10만 원까지는 전액을, 1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소액 다수의 정치후원금 기부 분위기 조성을 통한 건전한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매년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정치후원금 기부에 인색하다.대한민국의 깨끗한 정치를 바란다면, 이제는 국민이 정치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불신과 무관심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후원금 기부를 실천해야 할 때이다.

자이가르닉 효과

자이가르닉 효과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입동이 지났다. 겨울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 속에서도 화살나무 잎새들은 빨갛게 볼을 물들이며 열매를 영글게 한다. 한기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있는 그들의 의연한 자태가 참으로 대견하다. 차에 올라 히터를 한껏 틀어 온도를 높여본다. 몸과 마음이 자꾸만 떨린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영면 소식을 듣고서 너무나 가슴 아팠다.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볼 걸. 친구도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안타까워할까.성악하는 친구가 주택을 개조하여 예쁜 카페를 내었다. 여고 동기들이 모였다. 그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작년 겨울 이후 여러 차례 연락해도 받지 않던 친구가 올해 봄 담도암으로 눈을 감았다는 것이 아닌가. 평생 주말 부부로 살면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환자들과 부대끼며 조금의 여유를 갖지도 못하던 그녀였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나서 이제 조금 시간이 난다면서 연락하더니. 소식이 궁금하여 봄부터 여러 차례 전화해도 받지 않기에 무슨 일이 있는가. 급한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혹여 말 못 할 사정이 있어서 부재중 통화에 답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여러 생각을 하면서도 그저 그녀가 소식을 전해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엔 영영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어 버리다니.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한기가 들기 시작하였다. 친구들과의 자리를 피해 도망치듯 일어섰다. 후회가 밀려와 가슴을 쥐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그녀와의 대화창엔 “조용할 때 우리 꼭 만나자.”였었는데.‘자이가르닉 효과’가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다. 하고자 했던 그녀와의 만남이 약속만 하고 완결되지 않았으니 그 긴장이나 불편한 마음은 오래 지속되어 잔상이 되어 내내 오래오래 남아 있지 않겠는가. 1927년 오스트리아 빈의 한 카페. 어떤 여성이 요리를 나르는 웨이터를 지켜보고 있다. 이 웨이터, 종이에 적는 것도 아닌데 여러 손님의 주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서빙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 하나도 잊지 않는 웨이터를 신기하게 여긴 여성이 계산을 마친 뒤 그 웨이터에게 누가 어떤 음식을 주문했는지 다시 말해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웨이터는 크게 당황하며 계산이 끝난 마당에 그걸 왜 기억하냐고 되물었다. 그때 그 자리에서 놀라운 상황을 목격한 여성이 바로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이었다. 자이가르닉은 이 경험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실험을 하나 고안했다. 그녀는 실험 참가자를 A와 B의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들에게 각각 간단한 과제를 내주었다. 시 쓰기, 규칙에 따라 구슬 꿰기, 연산하기 등 15~22개의 과제로 이를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체로 비슷했다. 실험의 핵심은 A그룹이 과제를 수행할 때는 아무런 방해를 하지 않고, B그룹은 도중에 중단시키거나, 하던 일을 일단 놔두고 다른 과제로 넘어가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과제를 마친 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해야 했을 때 B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이 A그룹보다 무려 두 배 정도 더 많이 기억을 해냈다. 반면, 그들이 기억해 낸 과제 중 68%는 중간에 그만둔 과제였고, 완수한 과제는 고작 32%밖에 기억해 내지 못했다. 마치 카페의 웨이터가 계산을 끝낸 더는 볼일 없는 손님의 주문은 더 이상 기억하지 못 했듯이 말이다.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목표를 이루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이 자이가르닉 효과가 아닐까 싶다. 자이가르닉은 이처럼 끝마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우리가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줄곧 남아 있는 일에 미련을 두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뇌리에 남아서 기억하게 된다. 이런 심리 현상을 그녀의 이름을 따서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른다. 하던 일을 다 완성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긴장은 풀리고, 기억에서는 쉽게 잊힌다. 하지만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 예를 들면 이루지 못한 첫사랑. 시험에서 못 푼 문제, 클라이맥스일 때 끝나 버린 드라마, 작심삼일이 되어 가고 있는 새해 새 아침에 세웠던 계획들, 이런 것들은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이런 아쉽고 찜찜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행동하도록 부추겨서 다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작가 헤밍웨이도 바로 이 효과를 이용하여 글을 써서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고 하지 않던가. 일단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데서 오는 기쁨과 행복한 마음을 한번 맛본다면 다음번 목표는 이것의 도움 없이도 잘 끝낼 수 있을 것이다.아직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자이가르닉 효과로 내내 마음에 남을 것이니, 이 겨울엔 후회 남지 않도록 잘 살아보는 것이 어떨까.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민간 체육회장’ 시대

내년 1월16일부터 전국 시·도 및 시·군·구 민간 체육회장 시대가 열린다.올 초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의 각종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조항이 국민체육진흥법에 신설됐다. 이에 따라 각 체육회는 내년 1월15일까지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 체육회장은 대부분 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겸직해 왔다.민간 체육회장 제도 시행의 근본 목적은 체육의 ‘탈정치’다. 이를 통해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대한체육회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체육회는 지난 2016년 엘리트체육과 국민생활체육 등 양대 조직이 통합돼 새로 출범했다. 지자체 체육회만큼 많은 회원을 보유한 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각종 선거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도록 하려는 탈정치 장치 중 하나가 민간 회장 제도다.이제까지 체육회장은 자치단체장이 겸직하면서 예산지원과 함께 체육행정을 이끌어 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체육회 주요 보직에 단체장 선거캠프 인사를 임명해 선거조직으로 활용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퇴직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체육회 실무 요직을 맡는 경우도 많았다. 개선돼야 할 체육회의 과제였다.그러나 민간 회장 선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시각도 있다. 체육회장 선거에 나서는 인사가 정치권 관련이 있는 인물일 경우 체육회가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또 지역 체육계의 분열과 갈등 조장 등 선거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체육회장으로 있으면서 편법 사전 선거운동 등으로 지명도를 높여 각종 선거에 도전하는 디딤판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현 제도 하에서는 체육회가 지자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체육회는 지자체로부터 예산의 대부분을 지원받고 있다. 자칫 체육회장과 단체장의 정치적 견해가 다를 경우 예산삭감 등 보복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만약 단체장이나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민간 체육회장 선거에서 대리전을 벌이면 탈정치는 한순간에 헛구호가 되고 만다. 단체장이 겸임할 때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엄정한 선거관리와 함께 지자체 예산과 각종 체육시설 지원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체육회장이 지자체 눈치를 안보고 예산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선거에 나서는 체육회장 후보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탈정치라는 제도 개혁의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TK에는 정치만 있고 ‘경제는 없다’

정치인들을 보고 흔히 일반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됐으리라 짐작한다. 평소에는 민생, 경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얘기하면서도 정작 정치판에 들어가 하는 걸 보면 언제 그런 말을 했던가 싶고, 또 경제야 어찌 되었건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태를 너무 자주 보이니 나오는 말일 것이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월 중순께 대구에서 지역 기업인들을 만나 민부론(民富論)에 대해 강연했다. 이 민부론은 자유한국당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항해 만들었다는 경제정책인데, 여기에는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가구당 연간소득 1억 원 등 부자나라 만드는 정책이 들어있다고 한다.그런데 황 대표가 다녀가자마자 정의당 대구시당에서 긴급논평을 내놨다. 요지는 전국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대구에서 어떻게 민부론 얘기를 꺼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비판에는 물론 민부론을 대기업 편향 정책으로 보는 정의당의 판단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경제 이슈 선점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수, 진보할 것 없이 그렇다.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이만한 재료가 없을 것이고 또 현재 경제 상황이, 민생의 어려움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대구에서는 지난달 일부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침체한 지역경제 상황 때문인지 경제 관련 기관의 국감에서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10월17일 대구국세청, 한국은행대구경북본부 합동국감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지역의 대표정치인 중 한 명인 바른미래당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이 대구 GRDP(지역내총생산)가 26년째 전국 꼴찌라는 점을 거론하며 두 기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두 기관 수장에게는 또 지역 경제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 지역경제를 살려낼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도 했다.장관을 했던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 남구-울릉) 의원도 이날 대구국세청장과 한국은행대구경본부장에게 맨날 꼴찌고 바닥인 대구·경북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반적인 심층 대책을 제시하라고 했다.그런데 당시 두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지역 정가는 물론이고 세간에서 흘러나온 말들이 그리 곱지 않았다. 시민들은 점점 어려워지는 경기 탓에 속앓이하고 있는데,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살펴야 할 지역 국회의원들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왔다.통계상 경제지표는 물론이고 시장의 체감경기까지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두 의원의 말이 마치 자신들하고 전혀 상관없는 일에 훈수 두는 듯한 태도로 비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절실함이 안 느껴졌다는 것이다.한술 더 뜬 것은 황교안 대표의 민부론 강연에 동행했던 자유한국당 김광림(안동) 최고위원이 지역 기업인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나서면 대구도 GRDP 자체가 전국 평균으로 따라간다.” 물론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지역민들은 그동안 봐온 지역 국회의원들의 처신에 숱하게 실망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 낙담했을 것이다.정치가 무엇일까.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걸 정치의 역할이라고 본다면, 먹고사는 일, 경제는 당연히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는, 정치인은 그렇게 하고 있는가.국민이 생업을 제쳐놓고 거리에 나가 정치가 해야 할 일을 똑바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정도라면, 이런 정치는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막힌 일은 정례행사처럼 이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치는 달라지지 않았고, 심지어 달라질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요즘 지역에는 ‘지역경제는 나 몰라라 하고 정치만 하려는 정치인들만 있다’는 말이 떠돈다고 한다. 국민에게 온전하게 힘 있는 날인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민생은 챙기지 않고 정치만 하려는 가짜정치인이 있다면 심판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라도 해야 먹고사는 일에 그나마 그들이 관심이라도 가져줄 것이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의 방 한 칸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 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시집『밤에 쓰는 편지』(청사, 1987) ................................................................... 뱁새가 깊은 숲속을 자유로이 휘젓고 다녀도 쉴 곳은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셔도 그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고 장자는 말했다. 안분과 자족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에겐 말처럼 간단치 않은 일이다. 내 몸 하나 맘 편히 누일 ‘지상의 방 한 칸’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시름에 찬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세상천지 솟은 게 아파트고 늘린 게 집이라지만, 주택난은 투기가 기승을 부렸던 80년대만의 사정은 아니다. 이 시가 발표된 게 80년대이고 그보다 먼저 박영한의 소설 ‘지상의 방 한 칸’이 나온 것도 80년대이다. 아이가 여럿인 경우 셋방 하나 얻는 것도 여간 까다롭고 힘든 게 아니었다. 생애최대의 과제이자 꿈이 내 집 마련이고 내 집 대문 앞에다 자기 이름을 새긴 문패를 대못으로 쾅쾅 박는 거였다. 남자가 가장 비참한 생각이 들 때가 아이들 먹고 싶은 것을 주머니 사정으로 사주지 못할 때와 주인집 눈치 보느라 제 자식 맘껏 뛰어놀게 하지 못하고 동선을 단속할 때다. 행여 주인집 아이가 심술을 부려 애들끼리 쌈질이라도 하면 눈물을 삼키며 제 자식을 야단 치고 돌아서서 울었다. 지금이야 이런 식의 설움을 겪는 이가 얼마나 될까만 예전엔 그랬다. 이 시는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밖에 없는 시인으로서의 자조적 연민이 가득하다.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을 겪지 않은 사람은 그 설움을 모른다.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근으로 아프고’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쓰라림 뒤에 집장만의 감격을 알지 못한다. 살면서 누구든 환희의 날이 없진 않겠으나, 전월세로 떠돌다가 집칸을 장만하여 첫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만한 환한 기쁨이 어디 있으랴. 운 좋게도 나는 1987년 목동에 조그만 아파트 하나를 장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오른 전세금을 감당 못해 자꾸만 외곽으로 빠지거나 월세로 내몰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나지금이나 내 집 소유의 의미는 크다. 전전긍긍한 삶을 살았던 경험을 가진 사람일수록 내 몫의 방 한 칸은 곤한 육신을 눕힐 공간인 동시에 자본주의 세상에서 거의 유일한 자구책이며 대항수단이기 때문이다. 소유가 아닌 주거개념으로서의 주택이란 점잖은 말도 있으나 호시탐탐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현실에선 무안하기 그지없는 언사다. 80년대처럼 부동산 불패 신화를 굳세게 믿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집값 안정을 말하면서도 내 이익과 관련해서는 다른 생각의 주머니를 찬다. 수도권, 특히 강남 집값은 언제나 심상찮았다. 나는 목동아파트를 1억 몇 천에 처분하고 서울을 떠나는 그 순간 루저가 되었다.

청년 창업, 청년 실업 대안 될 수 있나

청년 창업, 청년 실업 대안 될 수 있나추현호콰타드림랩 대표지역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통계 수치보다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며 느끼는 청년 실업 체감률은 훨씬 매섭게 다가온다.청년 창업 멘토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상담소 및 센터를 찾아오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창업은 원해서 시작하는 경우보다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의 창업아이템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여러 생각이 들곤 한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통계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5년 차 창업기업의 평균 생존율은 27.5%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통계와는 별개로 업계 관계자와 창업 전문가들은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만큼 창업하기 좋은 시대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지역의 청년 창업 생태계가 과거에 비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다차원적, 다변적, 양적 그리고 질적 변화를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창업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해비타트(hightech habitat)와 같은 구조적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한다. 우수한 창업가가 배출되는 교육기관, 풍족한 벤처캐피털 자금, 창업가들이 손쉽게 회사를 만들고 합병할 수 있는 법률 시스템, 스타트업 멤버간의 이직과 교류가 활발한 네트워킹 문화 등이 바로 실리콘 밸리의 주요한 성공요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거시적 환경이 갖춰지고 미시적 차원의 창업 기업의 혁신과 스캐일 업을 위한 열정이 동시에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청년 창업이 취업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청년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이 고민해야 할 본질은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결국 회사제품과 서비스의 차별성이다. 거시적 창업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회사 그 자체의 서비스와 제품의 품질이 고객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외부 지원에 의존한 스타트업은 결코 자생할 수가 없다. 청년 스스로 창업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지난 1일 강원도 한림대학교에 개최된 국제지역혁신포럼에 토론자로 초청되어 포럼의 전 과정을 함께했다. 스코틀랜드의 글렌위비시스 디스틸러리(양조장)를 청년들과 지역 커뮤니티의 펀딩으로 살려낸 크레이그 맥리치와 함께 토론을 이어가며 시장 경쟁력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중요한 포인트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청년 실업의 대안으로서 청년 창업이 주목받는 요즘 창업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지속 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입동, 건강한 겨울맞이

입동, 건강한 겨울맞이전준항대구지방기상청장파란 가을 하늘과 형형색색의 단풍들을 보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는 요즘이다. 가을나들이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어서 들뜬 마음으로 노랗고 붉은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한 발걸음들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아침, 저녁으로 점점 더 쌀쌀해지는 공기가 이젠 가을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뜻하는 듯하다.8일은 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의 ‘입동(立冬)’이다. ‘입동’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번째 절기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과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사이에 든다. 이 때 쯤이면 가을걷이도 끝나고 바쁜 일손을 털고 한숨을 돌리는 시기로,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단풍잎들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가기 시작한다.겨울이 들어선다는 날로 여긴 입동 즈음에 사람들은 겨울채비를 하기 시작하는데 바로 대표적인 준비로는 김장을 들 수 있다. 김장은 평균기온이 4℃ 이하로 유지 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여 예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인 11월 말에서 12월 초인 입동 전후를 김장하기 제일 좋은 시기로 여겼는데, 이는 김치의 주재료인 채소가 얼기 전에 하는 것이 좋고, 날씨가 너무 따뜻할 경우 김치가 쉽게 시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김장철이 점차 늦어지고 있는 추세이다.입동에는 날씨점을 치기도 한다. 제주도 지역에서는 입동날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 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하고, 전남 지역에서는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개 전국적으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었으며, “입동날이 따뜻하면 그 해 겨울이 따뜻하다”라는 속담도 있다.이러한 입동의 우리지역 기후는 어떠할까? 1981~2010년까지 30년간 대구지역 입동(立冬)의 일 평균기온은 11.4도, 일 평균 최고기온은 17.2도, 일 평균 최저기온은 6.6도로 상강(霜降·10월24일)때 보다 약 2~3도 가량 낮게 나타났다.이처럼, 입동이 시작되며 계절이 바뀌는 이시기엔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매우 커지는데 이 때문에 생체리듬이 흐트러지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급격히 떨어진 기온 때문에 신체 유지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어 체력 소모가 많아지고, 이 때문에 우리 몸의 외부 자극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한반도로 유입되며, 날씨가 매우 건조해져 코나 기관지 등의 점막이 메말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도 낮아져 감기 등 바이러스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기상청은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날씨예보를 바탕으로 보건기상지수를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 (http://www.weather.go.kr) 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 보건기상지수 중 ‘감기가능지수’는 일교차, 최저기온, 습도 등을 이용하여 감기 발생 가능정도를 지수화한 것인데 4단계별(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로 일 2회(6시, 18시) 서비스 하고 있다. 이 감기가능지수를 참고하여,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고, 따뜻한 음료를 통해 체온을 유지하며, 실내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여 감기를 예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감기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에도 각별히 유의해야한다. 입동이 시작되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 혈관이 좁아져 심장에 부담이 커지는데, 이 때문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환자가 급증한다고 한다. 그러니 금연, 고혈압치료, 비만관리 등을 통해 질병에 대한 예방을 꾸준히 하여야 하며, 앞서 말한 보건기상지수 중 ‘뇌졸중 가능지수’를 참고하여, 실외활동이나, 급격한 운동을 자제하는 등의 관리도 필요하다. 기상청은 감기와 뇌졸중 외에도 ‘천식·폐질환 가능지수’도 제공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여, 건강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예보된 2019년 겨울철 기후전망을 보면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으나 기온변화가 크겠다는 전망이다.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잘 끝내고, 환절기 건강관리에도 신경 써서 남은 2019년을 건강하고 알차게 보내기를 기대한다.

헬기 실종자 수색 및 처리, 빈틈 없어야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를 찾는 정부의 합동 수색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7명의 탑승자 중 3명은 시신을 발견, 인양했지만 나머지 4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색작업이 길어지면서 유가족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수색 당국은 6일 함선 21척과 항공기 6대, 잠수사 117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수색 당국은 독도 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 4명을 찾기 위해 6일부터 해저 탐사선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수리 중이던 해군의 대형 함정도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수색 당국은 동해는 조류가 거의 없어 실종자들이 추락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부터 범정부 현장수습지원단이 대구에 꾸려졌다.각종 사고 때마다 부실 대응이 논란이 됐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사고 초기 최첨단 장비를 동원했으면 실종자 수색이 이처럼 길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시 조난위치를 송출하는 항공기용 구명 무선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청해진함이 고장 나 12시간 동안이나 수색에 동원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평소 고장 정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청해진함은 무인 잠수함(ROV)을 보유하고 있다.사고 수습에 나선 컨트롤 타워도 문제다. 현재 해양경찰청이 주도해 수색작업을 펴고 있지만 소방청과 해군이 함께 수색 작업 중으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행정안전부, 해경, 해군, 소방이 함께 하는 범정부 차원의 현장 수습단이 꾸려진 것은 다행이다.“높은 분들은 코빼기도 안 비친다”는 유가족들의 원성이 많았다. 대형 사건사고 현장마다 곧잘 터져 나오는 주장이다. 유가족들은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인데도 관련 지자체장들이 찾지 않은 데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5명이 숨진 포항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 때도 유가족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성토했었다. 1년 여가 지났지만 달라진 점은 별로 없는 것이다.정부는 사고 6일 만인 지난 5일에야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이 실종자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수색 진행 상황 등을 설명했다.정부와 수습단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실종자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희생자들의 장례절차와 보상 문제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고 원인 규명도 철저히 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정부와 수습단은 실종자 가족들의 피 토하는 울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