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와 세금이야기

신혼부부와 세금이야기김조연대구 달서구청 징수과 세외수입팀장 2018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국가이다.이처럼 저출생, 고령화의 사회적 경고등이 켜지자 정부는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문제를 해결하고자 신혼부부에 대한 지방세 감면을 지난해 한 해 동안 실시했다. 올해도 감면기간을 1년 연장, 추진하는 지방세 특례제한법 개정안(생애 최초 주택구입 신혼부부에 대한 취득세 경감)이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했다.내용을 요약해 보면 혼인한 날부터 5년 이내인 사람과 주택 취득일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할 예정인 사람으로서 일정 요건을 갖춘 사람이 거주할 목적으로 주택을 유상거래로 취득하면 취득세의 100분의 50을 오는 12월31일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일정 요건이란 △주택 취득일 현재 신혼부부로서 본인과 배우자(배우자가 될 사람 포함) 모두 주택 취득일까지 주택을 소유한 사실이 없을 것 △주택 취득 연도 직전 연도의 신혼부부 합산 소득이 7천만 원(홑벌이 가구는 5천만 원)을 초과하지 아니할 것 △취득 당시의 가액이 3억 원(수도권 4억 원) 이하이고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주택을 취득할 것 등이다. 이 요건을 충족하면 취득세 경감을 받을 수 있다.실제로 달서구의 경우 생애 최초 신혼부부의 주택구입에 대해 지난해 1년 동안 감면한 취득세 건수는 100여 건이다. 감면규정에 대한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은 시행 첫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 건수가 적지 않다고 본다.지방세 특례제한법 상의 관련 감면조항이 시기 적절히 신설돼 연장 추진되고 있는 점은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서 매우 유용하다.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신혼기에 주택 취득에 따른 세금 감면혜택을 받아 다소나마 재정적인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향만리…고매

고매 / 조운매화 늙은 등걸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여기 하나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시조집 『구룡폭포』(태학사, 2001)조운은 전남 영광 출생으로 본명은 주현(柱鉉)이다. 3·1운동에 주동으로 가담했고, 1924년《조선문단》에 ‘초승달이 재 넘을 때’ 등 자유시 3편을 발표하여 문단에 진출했다. 1920년대 중반 국민문학파에 의한 시조부흥운동에 이병기와 함께 후반기부터 활약했다. 시조 형식에 대한 남다른 생각으로 단시조 한 편 한 편마다 의미 있는 연행 갈이를 하여 시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힘썼다. 작품집으로 복간된 ‘조운시조집’ 등이 있다.그가 남긴 유일한 사설시조 ‘구룡폭포’는 사람이 몇 생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전화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 수렴 진주담과 만폭동 다 고만 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 함께 흘러// 구룡연 천척절애에 한번 굴러 보느냐’라는 작품인데 자유시를 능가하는 절창으로 평가받으며 회자하고 있다. 실로 자연을 축사한 작품으로 단연 압권이라 하겠다. 역동적인 흐름과 용틀임을 보이고 있고, 생동감 있는 미묘한 시어 운용과 이미지 구사 솜씨가 눈길을 끈다. ‘고매’는 단어와 조사 어느 하나 허투루 놓인 게 없을 만큼 간명과 절제가 돋보인다. ‘고매’는 모든 욕망을 초탈해 버린 한 선비를 표상하고 있다. 정신의 극점 혹은 쉬이 범접할 수 없는 위의와 자존을 상기시킨다. 비록 나이가 들어서 성글고 거친 가지에다 꽃도 드믄드문 피어 있지만, 안으로 도사리고 있는 절조는 숙연하기까지 하다.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하다는 자기 연민과 자기 위안 그리고 그런 차원을 뛰어넘은 비장미가 돋보인다. 이렇듯 ‘고매’가 보여주고 있는‘정신의 어떤 드높은 경지’는 아무나 쉬이 이를 수 없는 도저한 세계다. 정갈하고 분별력 있게 살아온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고졸한 아우라가 눈길을 오랫동안 사로잡는다.초장 전구 ‘매화/ 늙은 등걸’과 중장 전구 ‘꽃도/ 드문드문’은 자수율로 따졌을 때 ‘2/4’구조다. 즉 각각 앞마디가 한 글자씩 줄어든 소음보다. 줄어들어서 더욱 간결한 맛을 내면서 단시조의 진미인 간명과 절제의 가락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고매’를 ‘고매’스럽게 하는 치밀한 미적 장치다.‘고매’와 더불어 그의 또 하나의 명편 단시조 ‘석류’는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이라고 사랑하는 임에게 고백하고 싶은 속마음을 ‘석류’는 남김없이 담아내고 있다. 석류의 외적 이미지가 내적 이미지로 전이되면서 도치와 반복으로 의미를 증폭시킨다. 특히 고백의 정도가 충일한 시어인 ‘보소라’를 두 번 되풀이하여 호소력 있는 혼신의 고백에 이르게 한 점은 이 시편만이 가진 특장이다.누가 ‘고매’와 같은 기품을 가진 인물인가를 찾아다니기보다는 ‘큰 바위 얼굴’처럼 자신이 그와 같은 품격을 지닐 수 있도록 힘쓸 일이다. 이정환 (시조시인)

세상읽기…생문은 항상 눈앞에 존재한다

생문은 항상 눈앞에 존재한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삼국지연의는 오랜 세월동안 손꼽히는 스테디셀러다. 이를 텍스트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차고 넘친다. 연의의 인기는 좀처럼 숙질 것 같진 않다. 약 1,800년 전, 대략 백 년 동안의 중국 고대사를 토대로 약 500년 전에 정리 된 소설에 지나지 않지만, 연의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거의 대부분의 인생사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보통사람으로 불편 없이 살아가기 위해선 연의에 나오는 일화나 고사성어 정도는 통달해야 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개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연의를 인용하는 것이 생뚱맞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유비가 터를 잡지 못하고 유표에게 의탁하여 형주의 신야성에 있을 때, 원소를 격퇴한 조조가 부하장수 조인에게 정예병 일만 명을 주어 신야성을 치게 한다. 조인은 신야성 앞에서 팔문금쇄진을 펼치고 유비를 압박하였다. 팔문금쇄진은 전설적인 난공불락의 진법이다. 유비는 팔문금쇄진을 몰라 당황할밖에 없다. 다행히 유비는 군사 ‘서서’의 계책을 받아들여 팔문금쇄진을 깨뜨리고 조인의 공격을 물리친다. 난공불락이라던 팔문금쇄진도 사는 길이 있다. 생문으로 들고 경문으로 나며 중앙의 공략보다는 진형을 어그러뜨려 혼란을 일으키는 전술이 요체다. 팔문금쇄진에도 생문이 있듯이 유비에게도 ‘서서’라는 생문이 있었다. 유비의 위대함은 난관에 맞닥뜨렸을 때 생문을 알아보는 안목에 있다.동오의 손권이 형주를 지키던 관우의 목을 잘라 조조에게 보낸다. 유비는 관우의 복수를 하고자 대군을 이끌고 동오를 공격하나 효정전투에서 대패하여 도주한다. 육손은 유비를 뒤쫓다가 제갈량의 팔진도에 걸려든다. 팔진도에도 생문은 있다. 진중에서 방황하던 오군에게 제갈량의 장인인 황승언이 나타나 사는 길로 안내한다. 황승언은 비록 제갈량의 장인이지만 위기에 빠진 동오군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인도주의 정신에서 사위를 배반하고 육손과 동오군을 살려준다. 제갈량의 팔진도에도 생문이 있고, 위기에 처한 육손에게도 생문이라 할 황승언이 존재한다. 생문을 보고 기꺼이 따르는 육손의 지혜가 돋보인다.생문은 반드시 살아나온 경우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우의 복수를 명분으로 동오를 공격한다. 연의의 3대 대전의 하나로 불리는 이릉대전이 그것이다. 유비는 초장의 작은 전투에서 연전연승하지만 효정산에서 결정적으로 대패한다. 유비는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수하지 못하고 백제성에서 사망했다. 유비는 이릉대전의 무모함을 진언한 제갈량이란 생문을 보지 못하고 사문으로 들어가 죽었다. 화공 가능성을 이유로 산중의 나무 아래 진을 쳐서는 안 된다는 책사의 진언이 있었으나 유비는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 비록 보지 못할 뿐이지만 실패한 경우에도 생문은 항상 주위에 있다. 유비 사후, 제갈량은 여섯 차례 북벌을 단행한다. 그 중 첫 번째 북벌이 가장 아쉽고 안타깝다. 마속이 산 위에 진을 치지 않고 왕평의 말대로 길목에 진을 쳤다면 가정전투에서 대승하고 그 여세를 몰아 낙양을 정벌했을 가능성이 크다. 왕평이란 생문이 엄연히 눈앞에 있었지만 마속은 결코 보지 못했다. 이릉대전의 패배와 북벌의 실패는 촉한을 멸망으로 이끈 사문이다. 생문은 항상 코앞에서 손짓하지만 아둔한 리더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문으로 들어가는 법이다.연의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에서도 생문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라 하대의 혼란기에 최치원의 시무책이란 개혁적인 생문이 나오고, 최치원과 최승우 그리고 최언위 등 6두품 인재들이 생문으로 인도하려하지만 리더의 무능으로 사문으로 들고 만다. 고려 말엽이나 조선 말엽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왕의 주변에 생문으로 인도할 개혁적 인재들이 손을 내밀지만 기득권에 취해 사는 길을 외면한다. 생문을 도외시한 나라는 모두 역사의 장에서 사라졌다.지금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내우외환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로 갈려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싸운다. 법과 원칙은 없고 편법과 변칙만 난무한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비난과 고집만 횡행한다. 국민은 없고 패거리와 진영만 판친다. 사문 주위는 시끌벅적하고 생문 주변은 썰렁하다. 전형적 망조다. 그래도 아직은 늦지 않다. 사문으로 들기 전에 생문을 찾아야 한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할 뿐 생문은 여전히 눈앞에 있다. 예전에도 항상 그러했듯이. 살 길은 총선에 있다.

‘신종 코로나’ 지역 경제 타격, 대책 마련을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구·경북 지역 경제를 강타했다. 시민들이 감염 확산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하면서 관련 업계가 매출이 급락, 울상 짓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구미공단 등 수출업체도 비상이다.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 등도 수출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역 경제에 내수와 수출이 동시 타격을 받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우한 폐렴’ 영향이 관광, 유통, 산업 등 지역 경제 전 분야로 파급되는 양상이다. 지역 ‘다중업소’도 행사 취소가 잇따르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극장가와 대형마트, 재래시장, 식당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아예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탓이다. 예약금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놓고 관련 업체와 이용객 간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역 호텔업계는 중국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예약취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회사가 신종 코로나로 인해 중국 내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조업 단축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역 자동차 부품 업체도 영향을 받고 있다.우한 폐렴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도 강타하고 있다.대구·경북 섬유업계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중국과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섬유기업들이 물류 반입 중단 및 지연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상승곡선을 그리던 대구시의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 정책도 유탄을 맞았다. 당분간은 중국인 의료관광객을 보지 못하게 됐다. 대구의 중국 의료관광객은 2009년 97명에서 2016년에는 5천300명까지 늘었다. 이후 사드 영향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회복하는 상황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은 것이다.신종 코로나 사태는 방한 관광객 감소, 내수 위축, 감염증 발병국의 내수·생산 위축으로 인한 수출 감소 등으로 파급효가 커질 전망이다.정부도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에 대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는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에 나서기로 했다.정부는 당장 수출 기업에 대해 경영 애로 해소와 시장 다변화 등 수출 지원책을 세우고 내수 피해 우려 업종은 정책 자금 지원 등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대구시와 경북도도 지역 수출입 기업 등을 중심으로 피해 업체 자금 지원과 수출입선 다변화 등 대책이 요구된다. 지역 산업의 부문별 피해 예측과 지원 방안을 마련, 선제 대응에 나서길 바란다.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책 수립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

논⋅밭두렁 소각 미리 신고하세요

논⋅밭두렁 소각 미리 신고하세요강호권의성소방서 주무관농가에서는 농산물의 부산물 어떻게 처리를 할지 고민을 한다. 많은 농가에서는 소각하는 쪽을 택한다. 부산물을 모아 퇴비화 시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여 간단한 소각 쪽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리가 간단하고 빠르다는 장점 이면에는 많은 위험요소가 있다.소각 중 부산물의 불씨가 바람에 날려 인근 주택이나 야산으로 번지는 경우 크나큰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자칫 인명피해까지 발생 할 수 있다. 소방서 등 관공서의 소각금지 홍보 활동으로 군민의 의식이 개선되어 소각의 부주의로 인한 산불화재 발생 비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지만 겨울철은 다른계절에 비해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2019년 10월 31일에 경상북도 화재예방 조례가 개정 및 공포되었다. 주요 개정 내용은 경상북도 화재예방 조례 제3조제2항 화재로 오인할 만한 우려가 있는 불을 피우거나 연막소독을 실시하고자하는 행위를 하기 전 관할구역 소방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는 장소의 확대가 주 내용이다. 이전까지는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장, 주택, 상가밀집지역, 숙박시설, 야적장이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산림인접지역 및 논과 밭 주변, 비닐하우스 밀집지역까지 확대 되었다 소방서로 사전 신고 없이 하여 소방서에서 소각 행위를 화재로 오인 출동 하게 될 경우 2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조례 개정의 주된 이유는 불필요한 소방력의 낭비를 줄이고 나아가 실질적으로 소방력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 시 오인출동으로 소방력의 공백을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농산물의 부산물 또는 쓰레기를 소각 하기 전 관할 소방서로 미리 신고를 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소방력의 낭비를 방지 할 수 있으며, 만일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 할 경우에도 신속한 대비가 될 수 있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 고취로 화재 발생 건수를 줄일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봄맞이를 준비하는 ‘2월’

봄맞이를 준비하는 ‘2월’윤정대변호사2월은 겨울이 끝나는 달이다. 해가 갈수록 계절의 느낌이 점점 박해지는 것 같다. 올 겨울 추운 날이 적고 눈을 보지 못해 유난히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되었다. 겨울이 겨울 같지 않고 겨울이 벌써 끝난 것 같으니 봄에 대한 기다림도 떨어진다.올해는 더욱 봄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겨울이 겨울 같지 않고, 겨울이 끝나도 우울한 정치, 우울한 경제에서 벗어날 것 같지 않아서다. 거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질병마저 덮쳐 옛 시인의 한탄처럼 오는 봄도 봄 같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오세영 시인은 그의 시 ‘2월’의 첫 구절은 “벌써하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라고 표현했다. 한 해의 시작을 담은 1월이 쏜살같이 지나가 ‘벌써 2월’하는 생각에 머리를 흔든다.2월은 조용한 아이처럼 무언가 감춰져 있는 느낌을 준다. 늦추위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바람결에 따뜻한 한숨이 봄의 전령처럼 여리게 숨어 있기도 한다. 김용택 시인은 그의 시 ‘2월’에서 “날이 흐려진다./ 비 아니면 눈이 오겠지만/ 아직은 비도 눈으로 바뀔 때,/ 나는 어제의 방과 이별하고/ 다른 방에 앉아/ 이것저것 다른 풍경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나도 이제 낡고 싶고 늙고 싶다./ 어떤 이별도 이제 그다지 슬프지 않다./ 덤덤하게, 그러나 지금 나는 조금은 애틋하게도, 쓸쓸하게/ 새 방에 앉아 있다. 산동백이 피는지 문득, 저쪽 산 한쪽이 환하다. 아무튼 아직 봄이 이르다.”고 노래한다.2월이 지나고 3월이 시작되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시작될 것이다. 봄비가 내리고 풀잎이 솟아나고 꽃이 피는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것이다. 봄을 앞둔 2월은 1년 12달 중 일수가 가장 적은 달이다. 2월을 제외한 11달 중 1월, 3월, 5월, 7월, 8월, 10월, 12월의 일수가 31일, 나머지 4월, 6월, 9월, 11월의 일수가 30일인데 2월은 28일이다. 2월이 다른 달에 비해 일수가 적은 이유는 로마의 달력이 형성된 내력에서 유래한다.우리가 쓰는 달력은 로마의 달력을 근거로 삼고 있다. 고대 로마 달력은 봄이 시작되는 달을 1년의 시작으로 삼아 Martius, Aprilis, Maius, Junius, Quintilis, Sextilis,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 Januarius, Febrarius의 순서로 열두 달이 이뤄져 있었다. 이 가운데 Quintilis와 Sextilis는 훗날 로마의 통치자인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와 아우구스투스(Augustus)의 이름을 따 Julius와는 Augustus로 이름이 바뀐다.당시 로마인들은 1년을 355일, 12달을 31일과 29일로 구성하면서 마지막 달인 Febrarius는 28일로 남겨두었다. Febrarius는 한 해의 마지막 달의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열었던 축제인 페브루아(Februa)에서 이름을 땄다. 페브루아(Februa)는 정화를 뜻하는 단어인 페브룸(Februum)의 복수형으로 건강과 풍요를 가져오기 위해 악령을 물리치고 도시를 정화하는 일종의 의식을 뜻한다.그런데 로마의 관직은 거의 대부분 임기가 1년이었다. 관직의 취임 시기를 취임하자마자 아무런 준비 없이 전쟁과 국가사업 등에 나서야 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봄이 시작되는 Martius가 아니라 Januarius에 맞추면서 Januarius가 1월이 되었고 Febrarius는 2월이 되었다.또한 로마의 달력은 기원전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태양력인 이집트의 달력을 참고하여 1년에 10일을 더하여 355일에서 365일로 바뀐다. 그에 따라 29일로 되어 있던 달의 일수가 30일 또는 31일로 조정되지만 2월은 28일 그대로 두었다. 관습을 존중하여 전통 의식인 페브루아(Februa)가 열리는 달은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전한다. 하지만 3월 곧 봄의 시작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올 2월은 29일까지 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의 경우 2월이 하루 늘어나 29일이 되고 1년이 366일이 되는데 올해가 바로 윤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월은 대개 음력 1월 1일인 설날이 들어가는 달이지만 올해는 1월 25일이 음력 1월 1일로 설날이었다. 2월은 짧지만 다가온 봄을 맞을 준비를 하며 겨울을 단단하게 마무리하는 달이다. 졸업식이 열리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달이기도 하다. 새로운 출발에서 멀어진 사람들에게는 아픔을 딛고 더 마음을 여며야 하는 달이다. 지금은 작고 존재감이 떨어지지만, 다시 단단한 씨앗을 품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몽고반점

몽고반점 / 한강한강의 소설 ‘몽고반점’은 우리사회의 터부라 할 수 있는 형부와 처제간의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비윤리적인 섹스나 추악한 성애가 주된 관심사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 작품은 좀 더 난해하고 상징적이다.그는 비디오작가다. 그는 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사실을 아내를 통해 알게 된다. 그는 처제의 몽고반점을 상상하며 성적 욕망을 갖는다. 처제는 정신질환으로 2년 전 자살을 기도했다. 지금은 대학가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대학가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아내는 처제로 인해 신경 써야 할 혹이 하나 더 달린 꼴이다. 그는 우연히 처제의 알몸을 보게 된다. 푸른 몽고반점을 보지 못했지만 30대 이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한 성욕을 경험한다. 그 이후 그는 보디페인팅을 한 처제와 알몸으로 뒹구는 환상과 예술적 영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중 작품구상에 대한 처제의 동의를 받아낸다. 예술적 영감을 받은 그대로 처제의 알몸에 보디페인팅을 한 후 포르노적 성향이 짙은 센세이셔널한 작품을 찍기로 기획한다. 남자모델로 후배를 섭외했으나 일이 여의치 않아 결국 주인공 스스로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되기를 잠재적으로 소망했다. 처제의 엉덩이엔 과연 엄지손가락만한 푸른 몽고반점이 멍처럼 남아있다. 비디오 촬영 중 그는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마침내 처제와 섹스하고 만다. 그 다음날 처제의 원룸에 온 아내는 둘이 잠들어 있는 사이 비디오작품을 보게 된다. 눈이 뒤집힌 아내는 그 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구급차를 부른다. 구급차가 오고 구경꾼이 몰려든다. 처제는 개의치 않고 벌거벗은 몸으로 베란다로 나가 햇빛과 바람과 교접하려는 듯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그는 강렬한 이미지로 번쩍이는 육체를 응시한다.한강의 소설 ‘몽고반점’은 탐미와 관능의 세계를 수준 높은 미적 마인드로 정밀하게 묘사한 ‘예술가 소설’의 좋은 본보기라 할 만하다. 작가는 심미주의와 관능적 여체를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시키고자 욕망한다. 유교사회에서 터부시하는 처제와의 섹스와 강렬하고 도발적인 성욕을 추하거나 거부감 없이 처리한 점에서 작가의 단단한 내공을 엿볼 수 있다. 냉엄한 현실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양립시키거나 혼연일체로 합성시키는 작업에 얼마나 힘든 고통과 파국적 희생이 따르는지 작가는 비장한 각오로 웅변한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처절하게 고민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정치한 묘사와 유려한 문체로 탐색하고 있다. 맨 정신으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미쳐가야 하는 과감한 상황 설정은 양 세계의 화동할 수 없는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채식주의자인 처제의 식물적 이미지와 광합성을 하는 나뭇잎 같이 생긴 몽고반점을 연계시킴으로써 근원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기제로 활용하고 있다. 몽고반점은 작가의 의도를 떠나 다의적으로 해석된다. 몽고반점은 어린아이에게 있는 표식이라는 점에서 어른이 가질 수 없는 잠재적 욕망이고 성인이 된 후에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순수한 동경이다. 몽골 초원에서 말 달리던 시절의 아득한 추억을 불러오는 장치로 작용하여 원시적 꿈과 태생적 향수를 자극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몽고반점을 인간의 근원적 상흔이나 퇴화되지 않은 욕망의 원형질로 볼 수도 있다. 소설 ‘몽고반점’은 현대문예이론인 ‘몸 담론’을 통해 원초적 ‘순수성’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갈증을 잘 보여준다.

TK의 고민

홍석봉 논설위원“TK가 마음 둘 데가 없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를 찾은 당시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가 정권을 넘겨준 TK(대구·경북) 지역민들의 헛헛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밉고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기에는 뭔가 찜찜해 하는 심기였던 터에 중도로 돌아선 이들이 많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다. 물론 유 의원은 TK가 바른미래당을 지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발언으로 이해됐다. TK의 딸로서 대통령으로 밀어줬더니 탄핵의 덫에 걸려 영어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에 대한 연민과 괘씸함 등이 혼재한 TK 지역민들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읽고 있었던 그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지역에서 자치단체장 한 명 배출하지 못했다. 선거 결과 민주당이 대약진했다 .4·15총선을 불과 70여 일 앞둔 지금 보수의 심장 TK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보수 야당인 한국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이다. 지난달 31일 500여 개 정당·단체가 참여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 보수 통합에 나섰지만 통합은 지지부진하다. 통합의 핵심인 새로운보수당의 유승민 의원과 신경전만 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자신의 지분 확보와 대권을 위해 마이웨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본인이 탄핵의 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본인의 대권 가도도 도로아미타불이 된다.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함께 하기를 바랐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손학규 대표와 결별,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황 대표가 내민 손길도 거부했다. 애당초 그는 보수당과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우리공화당은 내분에 휘말려 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신당 창당과 독자행보를 선언했다.-사분오열 보수, 반쪽 통합으로 가나이렇듯 보수가 사분오열된 채 각개 약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쪽 통합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르면 여당만 어부지리를 얻는 형국이 된다. 보수가 꿈꾸는 4·15총선 승리 바람은 물 건너간다.TK 국회의원들도 공천 눈치만 보고 있어 지역민들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다. 찌질한 금배지라고 욕먹어도 대수롭잖게 여긴다. 타 지역에서는 쇄도하고 있는 불출마 선언 한국당 의원이 단 1명 뿐이다. 모두 배 째라다. TK는 인재의 보고다. 각계각층에 인물이 넘쳐났다. 그런데 지금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들은 법조계와 공무원 출신 일색이다. 호황 속 인물난이다.대신 한물간 정치인들이 다시 표를 구걸하며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역에 출마해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겠다고 호언장담이다. 물론 100세 시대에 경륜 있는 노회한 정치인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 시즌만 되면 얼굴을 내미는 철새 정치인들은 사절해야 한다. 정치가 업이 된 전문 꾼들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또하나 지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대권주자 반열에 들만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승민 의원은 보수 통합을 어렵게 하며 발목이 잡혔고 민주당의 대구 수성갑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생사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처지다. 홍준표 전 대표는 대구 출마가 여의치 않자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 공천 신청을 해 험난한 공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나마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험지 출마를 자청,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무기력한 한국당, 탈태환골 가능할까지역의 대표 주자들은 자신의 자리를 걱정해야 할 어려운 입장에 내몰린 채 주변을 돌아볼 처지조차 되지 않는 궁벽한 형편이 돼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지역 정치인들이 보수 빅텐트 아래에 모여 폭주하는 문재인 정부와 586진보 세력을 끌어내리고 난 후 다시 헤쳐모이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과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희생할 수 있는 인물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매번 파수견 역할을 했던 TK다. 하지만 숙명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억울하다. 보수 야당의 무기력에 몸서리친다. 한국당의 탈태환골과 보수의 재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 ‘쿼바디스 도미네’.

중국 후베이성 방문객 입국금지 바람직하다

정부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2주 이내에 방문한 외국인의 국내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그간 정부는 중국 여행객 입국제한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제사회의 대응을 파악하면서 방역상 필요성, 위험 확산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혀왔다.현재 지구촌 모든 국가가 우한 폐렴 확산 공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금지하는 초강수를 내놓았다. 또 다수의 국가들은 중국을 오가는 항공 노선을 중단했다. 일본은 1일부터 최근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거부하고 있다.2일 국내 확진 환자는 총 15명으로 늘었다. 추가 확진 3명 가운데 1명(13번 환자)은 지난달 31일 1차 귀국한 우한 교민이다. 중국에서는 2일 현재 사망자가 304명으로 늘었다. 확진자는 1만4천380명에 이른다. 전날보다 사망자는 45명, 확진자는 2천590명이나 증가했다.사태를 주시하던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달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국내에서는 31일 확진 환자로 판명된 4명 중 2명이 우한에 가지 않은 2차 감염자(6번째 환자)의 가족이었다. 3차 감염 공포가 현실화 되는 형국이다.그간 정부는 추가 확진 환자들이 능동감시 대상에 포함돼 있어 아직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2, 3차 감염이 나타나면서 방역대책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우한 폐렴의 확산세가 언제 절정에 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7~10일 내 정점에 달한 뒤 더 이상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홍콩대학의 한 교수는 오는 4~5월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말해 확산 가능성이 여전한 것으로 진단했다.어느 예상이 맞든 우리는 국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차단방역에 전력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취하는 동시에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정부의 조치는 힘이 떨어지고 방역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우한 폐렴은 아직 백신도 개발돼 있지 않다. 강화된 선제적 대책은 지극히 당연하다.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사태 종식 후 중국과의 경제, 정치적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주변 국가들의 대응 사례를 신중히 살펴보고 적절한 추가 조치를 취해 나가기 바란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 정호승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에는 희망이 없다/ 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에는 절망이 있다/ 나는 희망의 절망을 먼저 원한다/ 희망의 절망이 절망이 될 때보다/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당신을 사랑한다정호승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창비, 2017)인생은 고해다. 이 오래된 명제를 ‘삶은 스트레스’라는 현대적 버전으로 치환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는 인간이 운명적으로 부딪혀야 하는 원초적인 화두이다. 삶의 고통은 인간의 숙명이라는 전제 아래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움으로써 고통이 똬리를 틀 둥지를 없애버리는 방법이 해결책일 수 있다. 본능을 조절하기가 넘을 수 없는 장벽이긴 하지만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삶의 고통을 원죄에 대한 심판이나 대가로 보고 신에게 사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기도 한다. 초월자를 믿고 그 가르침에 의지하는 게 요체다. 한편, 인간은 삶의 고통을 도전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끝없이 추구해왔다. 학문과 과학을 방편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성과에 못지않게 새로운 스트레스를 산출해낸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에 반해 삶 자체를 포기하는 극단적 방법도 있다. 삶을 즉시 포기하고 천국으로 가자는 종교가 있다면 사이비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삶의 고통을 대처하는 여러 가지 방법에서 공통분모를 하나 추출해보라면 단연 그 첫 손가락에 꼽히는 매개적 개념은 희망이다. 이승에선 비록 고통을 감수해야하지만 내세엔 복락이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이 희망이고, 고난의 바다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그 난관을 극복하면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신념이 희망이다. 인간은 희망이 없으면 고통 속에서 쉽게 무너진다. 희망이 희망으로써 의미를 갖는 건 절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희망 없는 희망은 뿌리가 없고 절망 없는 희망은 존재가치가 없다. 희망은 희망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추구하는 구원의 손길이다. 희망은 절망 중에서 숨 쉬는 생명이자 어둠 속에서 갈구하는 한줄기 빛이다. 희망은 자신에게 보내는 구조신호이고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그래서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이 희망이다.’ 희망이 그 생명력이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은 절망이 절망으로 끝나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절망은 희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고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생명이 있다. 절망 속에서 꺾이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름답다.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인생은 고해지만 희망이 있어 살만 하다.정호승 시인은 “희망의 구체성이 중요하다”며 “희망은 절망에 철저히 뿌리내리고 바탕을 두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시인은 희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독스는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노래했던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정호승표 시적 미학이다. 강한 부인의 호소력이 강한 긍정보다 울림이 더 크다는 시적 정서를 다시 한 번 공감한다. 역설의 미학은 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만개시킨 배달민족의 끈끈한 정서다. 오철환(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대처하는 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대처하는 법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설이 지나니 나뭇가지 끝에 봄물이 묻어날 것만 같다. 대지엔 따스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데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를 얼어붙게 한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무서운 기세로 퍼지고 있다.학교에 간 막내가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2주 이내 중국을 다녀왔던 사람은 병원에서 무증상이라는 확인을 해 보고 와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친구들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어서 학교에 있기가 곤란하다고 하였다. 연초에 상해 공항을 경유하여 싱가포르를 다녀온 것뿐이었는데,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병원에 오라고 하여 진찰을 하고 발열 체크를 하여 상태를 확인한 후에 돌려보내며 웃음이 났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아이들도 어른도 모두 다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너도, 나도 빠져들어 가게 되어 버린걸.“신종 코로나는 악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자국을 방문한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전 세계를 공포에 빠져들게 한다. 우리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전염병을 막는데 투사가 되어 잘 막아나가야 할 때이다.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가벼운 감기 증상을 일으키던 병원성이 약한 바이러스로 사망률도 낮았다. 감기 환자들에게 흔히 발견되던 것이었으니까. 대신 이것은 변이도 잘 되어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해서 살아남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런 변이형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전염력과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초기에 중증 폐렴으로 이행하고 악화가 급속하게 빨라져서 사망하게 된다.바이러스의 잠복기는 대개 2~3일에서 2주 정도다. 이때는 대부분 증상과 감염성이 드물다. 그러다가 증식기에 접어들면 분비물은 역가가 높아져 감염성을 띠고 차츰 증상이 발현한다. 열이 나고 인후두통이 있고 몸이 나른해진다. 증상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있다는 보고도 있어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잠복기 감염이나 무증상자의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듣던 중 다행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이 빨라진다는 소식이다. 6시간이면 판정 가능하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사뭇 기대된다.우리나라에서도 3차 감염자의 보고가 되어 걱정스럽지만, 우리가 일반적인 건강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그래도 지역사회 감염은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누군가가 예방법을 기억하기 좋게 만들어 보내주었다. 항상 기억하라는 뜻으로.Remember W-U-H-A-N( 우한을 기억하자)W-wash hands (손을 잘 씻는다)U-use mask properly (마스크를 바르게 착용한다)H-have temperature checked regularly ( 체온을 정기적으로 자주 체크한다)A-avoid large crowds (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가지 않는다)N-never touch your face with unclean hands(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말 것)가장 효율적이며 가장 좋은 방법은 열나는 사람,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사람 많이 모인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고 무조건 손을 깨끗이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잘 씻는 것이다. 마스크를 꼭 쓰는 것이 좋다. 마스크 착용 시 주의할 점은 얼굴에 잘 밀착해서 사용해야 한다. 일반 마스크는 쓰지 않는 것보단 낫지만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약처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 등급으로는 KF80: 입자성 유해물질(황사 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한다. 평균 0.6um 입자 80% 이상 차단/KF94, KF99 : 입자성 유해물질과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 보호한다. 그러므로 마스크는 가능하면 KF94/ 99 필터가 장착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권한다. 기침할 때에는 휴지를 대거나 소매 안쪽에 하고 기침 시 침이나 가래가 튀었을 경우를 대비해서 기침 후 반드시 손을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위생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건강도 지켜서 우리 사회의 전염병에 대한 전파를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서 무조건 불안해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차분하게 감염병의 발생 추이를 잘 지켜보면서 나의 정신 건강과 면역체계를 위해 노력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본에 충실하면 언젠가는 바이러스가 사멸하고 우리가 승리하여 활개 치며 살아갈 날, 본립도생(本立道生), 살길이 생기지 않겠는가.

믿을 건 빈틈없는 검역과 개인위생 관리 뿐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급속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비상사태 선포를 논의하고 있다. 30일 현재 ‘우한 폐렴’으로 중국에서만 사망자 170명, 확진자 7천700여 명이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사활을 건 전면전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도 30일 ‘우한 폐렴’ 접촉자에게서 환자가 발생했다. 첫 2차 감염 사례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하지만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흔들리고 있고 격리시설 결정이 오락가락하는 등 정부의 어설픈 대응에 불안감이 가시질 않고 있다.정부가 우한 귀국자에 대한 전수조사 및 중점 관리에 들어갔지만 우한 폐렴 의심 증상자가 거리를 활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에 대한 관리도 비상이다.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통령 지휘하에 일사불란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우한 폐렴 사태’를 맞아서는 정부 지휘라인이 허둥지둥하며 엇박자를 보여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컨트롤타워를 자처했던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질병관리본부가 방역을 지휘한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는 격리 장소를 하루 새 뒤집어 아산·진천 주민들이 트랙터로 봉쇄 시위를 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우한의 교민 송환을 두고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증상이 있어도 태운다고 했다가 9시간 만에 무증상자만 데려오겠다고 말을 번복했다또한 ‘우한 폐렴’이 발병한 이후 중국에서 입국한 3천여 명 중에서도 어디서 증상자가불쑥 튀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WHO가 무증상 감염자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대중교통 및 비행기 이용객을 통한 감염이다. 현재 ‘우한 폐렴’ 의심자가 활보하고 있고 일본 등지에서 무증상자 전파가 확인되고 있는 마당에 다중 이용시설에서의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특히 지하철과 시내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과 철도 및 비행기 등 이용객들에 대한 검역 및 방역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만일 이런 대중교통과 대형마트 등 다중 이용시설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현재 ‘우한 폐렴 사태’는 어느 한 곳이라도 구멍이 뚫리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자칫 국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검역과 방역 시스템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감염병 예방 행동수칙 준수 등 의료기관 종사자와 시민들의 청결의식 생활화 등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데 더욱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신도시 이야기

올해로 안동·예천 도청신도시는 경북도청 이전 4년째, 대구 신서혁신도시는 조성 7년째를 맞고 있지만 두 신도시가 애초 예상했던 만큼 인구 규모나 성장성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신도시의 경우 인구가 일정 규모 이상 돼야 인근 구도심이나 접경 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확장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현재 상황으로는 두 곳 모두 플러스 효과는 고사하고 자칫 지역경제에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신서혁신도시와 도청신도시의 당면한 문제는 결국 인구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자체 유효소비가 부족해 신도시 활성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심지어는 이로 인해 기존 거주인구마저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실제로 2013년 조성 완료된 신서혁신도시의 경우 이 일대 건물에서 빈 상가를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공실이 는 건물 가격이 내려가 일부 건물주들은 대출금 상환독촉에 시달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세입 점포주들은 사정이 다소 나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당장 장사가 안돼 속을 끓인다고 한다.이런 일이 벌어지자 애초 신도시 계획 단계에서 인구 예측이 잘못된 탓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초 조성 당시 공공기관 종사자를 7천~8천 명 정도로 예측하고 상가 등을 조성해 놨는데 실제 입주한 이들 기관의 종사자 수가 다 합쳐봐야 3천여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신서혁신도시에는 한국감정원 등 10개 기관의 직원 3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경북도청 이전을 위해 조성된 도청신도시 역시 상황이 신서혁신도시와 유사하다. 이곳에는 2015년 11월부터 이전을 시작해 2016년 3월 완료한 경북도청을 비롯해 경북도교육청(2016년 3월), 경북지방경찰청(2019년 7월) 등 주요 행정기관이 들어가 있다.그런데 이곳 역시 실거주 인구가 애초 예상과 달리 크게 적어 평일 점심때를 제외하곤 길거리에서 사람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 한다. 처음부터 행정기관 이전에 초점을 맞춰 조성된 탓에 병원 학교 등 실거주민을 위한 생활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또 애초 잘못된 인구 예측만 믿고 인구 유입책 마련에 소홀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도청신도시 인구 현황(2019년 9월 말 기준)을 보면 주민등록상 인구는 1만6천317명으로, 조성 당시 예상했던 1단계 목표인구 2만5천500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행정도시라는 특성상 주민등록 이전은 않고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 상주인구는 2만1천여 명 정도 된다는 게 경북도의 설명이다.그러나 이마저도 인근 도시인 안동에서 40%, 예천에서 18% 정도 유입된 결과이고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타 시,도 유입인구는 22%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도청신도시가 조성되면 접경 도시들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애초 경북도의 예상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외려 인근 시,군에 인구 감소라는 예상 못 했던 걱정거리를 떠안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예천의 경우 도청신도시 조성 초기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있었지만, 행정기관 이전이 완료되자 부동산 가격은 원래대로 돌아갔고 원주민 가운데 소비 여력이 있는 주민들이 신도시 아파트단지로 이탈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물론 3년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앞으로 타지역 인구가 더 유입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지금 여건을 보면 이른 시일 내 상황이 반전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신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변화를 촉구한다.특정 목적을 위해 조성된 신도시가 성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난 만큼, 지금이라도 신도시를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도시로 새로 조성한다는 변화된 밑그림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가령 시급한 인구 늘리기를 위해서는 일자리창출이 가능한 기업체를 유치하거나 공단 등을 조성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기존 거주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자급자족형 도시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연계교통망 확충은 두 신도시에 다 필요한 과제다.

엘에이 올림픽 라이온스(Olympic Lions)

엘에이 올림픽 라이온스(Olympic Lions)성민희재미수필가 올림픽 라이온스 클럽에서 2019-2020년 회장 취임식이 있었다. 제45대 회장이라고 한다. 45대라니. 짧은 이민 역사에서 45명의 회장을 배출시킨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 단체가 반백년 동안 변함없이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도 놀랍고 그 단체를 유지시키는 힘이 바로 봉사(We Service)라는 명제도 놀랍다.회원과 초대 손님 등 약 200명의 인원이 넓은 홀의 테이블을 꽉 채웠다. 초대 회장 부부가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으로 식은 시작되었다. 그 뒤로 전직 회장부부가 긴 세월 어느 지점에서 역할을 했는지 연도수가 적힌 휘장을 두르고 줄줄이 입장한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의 행렬이 한 해 두 해 지나간 역사의 무게를 보여준다.올림픽이라는 단어는 한인 사회에서 가장 가깝고 익숙한 단어다. 올림픽 길을 중심으로 한인 상점이 늘어서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 스물다섯 배나 먼 곳, 서울에서 비행기로 열 세 시간을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엘에이다. 이 낯선 땅에서 상권을 이루고 우리의 문화를 이어가는 ‘코리아타운’은 그야말로 한국인의 무서운 집념과 땀방울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 작품의 주역이 바로 올림픽 라이온스의 회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올림픽 라이온스는 한인타운을 이루어 한인 경제의 기틀을 세우고 외로움과 향수를 달래어 준 고마운 이민 선배들, 한인타운에 대한 애착과 사랑의 역사가 누적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단체다.오늘의 이 행사를 위해 멀리 한국에서도 축하객이 왔다. 자매 라이온스인 청주의 상당라이온스와 마산의 무학라이온스 회장단이다. 두고 온 고국을 위한 사랑의 실천을 함께하는 파트너다. 상당·무학라이온스는 올림픽 라이온스에서 제공하는 각막의 통관과 안전한 수송은 물론 저소득 시각장애인을 발굴하여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무료 각막 이식 사업은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뿌리가 깊고 열매가 풍성한 사업인지 마음이 숙연해진다. 국경을 초월하여 인류를 위한 봉사를 함께하는 세 단체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여러 단체에서 온 축하객과 회장의 축사와 덕담, 새 회장의 취임사 등 모든 공식 행사가 끝나자 축가 순서가 되었다. ‘미 8군에서 활약했던 가수 K 입니다.’ 사회자의 소개 멘트에 맞춰 고개를 꾸벅하며 등장하는 청바지와 하얀 티셔츠, 모자를 쓴 모습이 낯익다.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반가움이 수군수군 여러 테이블에서 흘러나온다. 1980년대 한인타운에서 가장 유명했던 Y 중국식당. 지금은 비록 주인은 바뀌었지만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티고 앉아 이민 초창기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중국식당의 그 시절 안주인이다.이미자와 나훈아, 하춘하, 김수희, 조용필 등의 가수가 ‘교포 위문공연’이라는 이름으로 들락거리던 그 때. 한인타운 가까이에 있는 윌셔이벨극장에서 공연이 있는 날은 고국의 바람이라도 마시려는 듯 교포들은 하루 일과를 마친 피곤한 몸으로 몇 시간 운전을 하며 몰려들었다. 그런 목마름이 있는 때에 한국에서 활약한 가수가 무대를 설치하고 노래를 불러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웠던지. 그곳은 사업가들의 사랑방이었다. K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마음껏 노래를 부르며 향수를 달래는 손님이 많았다. 식당 운영을 위해 동부서주하며 노래를 부르던 그녀에게 어느 날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화교 출신이었던 남편이 웨이츄레스와 외도를 했다는 것이었다. 얼마 후 이혼을 하고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 그녀를 우리는 궁금해 했다. 분개한 여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더 이상 그 식당을 이용하지 말자며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 불매 운동은 남자들의 비협조(?)에 별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이제 30여 년이 지난 지금 추억의 재소환처럼 그녀가 나타났다. 여기저기에서 부인들이 다가가 부둥켜안는다. 함께 고생하며 서로를 위로하던 그때의 기억을 주고받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을까. 우리가 디디고 온 세월이 휘장을 두르고 입장하는 전직 회장의 행렬처럼 머릿속에서 줄을 선다. 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녀도 그때 만난 그 사람 앞에서는 이민 초년생이 된다. 걸치고 있는 장식을 모두 벗어던지고 벌거숭이가 되어 서로 껴안는다. 옮겨진 삶의 뿌리를 조심조심 내리고 가꾸고 피워 올리던 시절이 있었건만 이제는 두고 온 고국을 도와줄 만큼 성숙했다. K도 올림픽 라이온스도 이민 역사의 자랑스러운 주역임을 자부하고 있을 터. 그들이 엮어갈 또 다른 45년에 축복을 보낸다.

웃음에 관한 고찰

웃음에 관한 고찰 / 최영효1.백무동 첫물이 물안개 뚫고 내리며 무연한 참꽃 마주쳐 곁눈으로 훔치다 헛디딘 발목을 끌고 바위에 미끄러지는 소리2.처마 낮은 지붕 아래 다 저녁 내릴 무렵 시집간 첫째 딸이 손자 안고 들어설 때 앉혀둔 찰옥수수가 솥뚜껑 여는 소리3.가을볕 목덜미에 잔광이 빌붙기 전 콩이야 팥이야 하늘 바라 말리는 시간 깻단이 성질 못 참고 제물에 터지는 소리시조집 『노다지라예』 (목언예원, 2014)최근 시조문단은 풍성해져서 읽을거리들이 많다. 발표 지면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쓰는 시인들이 그만큼 많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눈매 매서운 고급 독자는 군계일학을 찾으면 무릎을 치며 반기게 된다.최영효 시인의 ‘웃음에 관한 고찰’은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눈여겨보아야 할 작품이다. 웃음이 귀한 시절에 슬그머니 웃음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 웃음이 금방 나오지는 않는다. 새겨 읽지 않으면 시의 화자의 의도를 수월하게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시된 세 가지 장면의 미학적·정서적 정황을 면밀히 머릿속에 그려보아야 한다.먼저 첫 수에서 ‘백무동 첫물’이 ‘무연한 참꽃’을 곁눈질하다 그만 발목을 헛디디어 바위에 미끄러지는 사태를 그리고 있다. 그것이 왜 웃음을 주는가 하고 반문하는 이가 있다면 이 작품을 깊이 읽지 못한 것이리라. 둘째 수에서는 ‘다 저녁 내릴 무렵 시집간 첫째 딸’이 손자 안고 들어설 때에 맞추어 ‘앉혀둔 찰옥수수가 솥뚜껑 여는 소리’가 들린다.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다. 셋째 수에서는 콩과 팥 등을 말리느라 분주한데 생각하지도 않은 ‘깻단이 성질 못 참고 제물에 터지는 소리’를 낸다.독자는 또 생각한다. 이러한 전혀 다른 정황의 세 장면이 연출하고 있는 것과 웃음이 무슨 연관이 있는가 하고. 물론 그럴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시적 시각으로 새로운 시의 한 경지를 연 것은 몹시 놀라울뿐더러 웃음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혹은 깊은 사유의 세계와는 하등 관계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불쑥 내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우리는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진종일 일에 시달려서 혹은 사람에게 부대끼다가 한 번도 얼굴에 미소를 지어본 적이 없이 지낸다면 그것은 옳은 사람살이가 아닐 것이다. 늘 고개 숙이고만 걷다가 제대로 하늘 한 번 마음껏 올려다보지 못한 채로 살고 있다면 그것 역시 옳은 삶이 아닐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푸른 하늘을 자주 우러르고, 이웃들을 만나 유쾌하게 소리 내어 웃으면서 얼굴을 마주한다면 삶의 활력이 되살아나지 않겠는가. 시인이 오죽하면 제목을 ‘웃음에 관한 고찰’이라고 소논문 제목처럼 무겁게 달았을까? 정말 ‘웃음’은 고찰을 해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웃음에 관한 고찰’이 보여주는 미묘한 소리의 사태 앞에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게 될 때 우리 삶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리라 믿는다. 이정환(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