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과 인성교육

설 명절 단상과 인성교육황무일세계화전략연구소 교수설날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세월이 변하고 시대가 변했지만 우리의 미풍양속인 설 명절의 풍속도는 변한 게 없다. 지난 설 연휴 촘촘히 건설된 고속도로에는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의 부모형제를 찾는 귀성객들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현상이라고 사회학자들은 분석했다. 그 많은 고속도로에 귀향 시 나 귀경 시 주차장 같은 모습으로 차량이 빼곡히 이동하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필자도 지난 23일 서울에서 차량을 이용해 대구까지 오는데 7시간 걸렸다. 점심을 먹으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식권 예매하는데 30분, 음식이 나오기까지 30여 분이 소요되었으니 가히 그 상황을 알 수 있는 일이다. 설 명절을 마치고 다시 상경하는 26일에도 비슷하게 7시간 소요되었다. 고유한 전통 설 명절의 뜻 깊은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문화의 힘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있던 가족들이 설 제사를 부모형제들과 같이 지내려고 일부러 귀국하는 사람도 있다.설날 당일은 설 차례에 이어 자녀들은 부모님 또는 집안어른들께 세배 절을 한다. 절 받는 어른은 건강하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면서 세배 돈을 주며 사랑을 나눈다.고유의 전통 설 명절, 부모님께 나를 이 세상에 태어 나게 해 주신 은혜에 감사함을 표시하면서 세배를 하는 것은 ‘설’ 명절에 아름답고 소중한 일이다. 이는 한국 문화의 큰 행사이고 외국에 내세울 장점이다.이는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훌륭한 전통문화다. 최근 자녀들의 인성교육을 걱정하는 가정도 많다. 우리고유의 설 명절 행사가 곧 인성교육의 중요한 교육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 명절 행사인 설 행사를 좀 더 현실에 맞도록 조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뜻 깊게 치르도록 전문가 단체에서 현실에 맞게 승화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가족 간에 이웃 간에 아름다운 풍속을 살리고 발전시키면 우리의 민족 자존적 눈높이도 높아지고 삶의 질도 향상 될 것이다.

‘통합신공항’ 주민투표 합의정신 살려야

국방부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공동후보지인 ‘군위 소보·의성 비안’ 지역에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29일 확정했다. 국방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구 군공항 이전 추진계획’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군위군이 주민투표 결과에 불복해 단독 후보지인 ‘군위 우보’지역 유치를 신청했지만 투표 결과를 존중해 공동후보지에 건립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이번 결정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 조짐을 보이는 군위와 의성 양 지역의 갈등과 지역사회 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주민투표 합의정신이 깨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통합공항 이전 지역을 두고 군위와 의성 두 지자체의 지역 간, 주민 간 양보없는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군위군은 국방부가 공동후보지 선정 절차를 본격화하면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고 밝혀 향후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지난 1월21일 실시된 군위·의성 지역 주민투표에서는 의성 비안 89.52점, 군위 우보 78.44점 등으로 공동 후보지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점수는 찬성률과 투표참여율을 합산한 결과다.국방부는 “(선정에는) 법률 및 지역사회의 합의에 따라 정당하게 수립된 선정기준 및 절차와 그에 따른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한다”며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에서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향후 미래를 결정짓는 지역 최대 SOC다. 지역 이기주의에 발목잡혀 좌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전체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바람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항 건설까지 남은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우선 대구·경북 전체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대구시, 경북도, 군위군, 의성군 등 4개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이를 위해 경북도는 전방위적인 설득과 함께 군위군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역 개발과 관련한 추가 인센티브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대구시는 단독 후보지보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공동 후보지와 대구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계획을 한번 더 살펴보고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통합공항 이용객의 절대 다수가 대구시민이기 때문에 공항철도, 고속도로 등 대구시민의 불편을 덜어 줄 수 있는 다양한 대책마련이 중요하다.또 지역 정계는 관련 법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이전지 최종 선정에 혼선을 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이 최선

우한 폐렴 아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세상이 좁아지고 어쩌면 하루 만에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서 좋아진 점도 있지만, 가끔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도 생기곤 한다. 작년 말부터 중국에서 한 두건 보고되는 듯 하다가, 이제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로 그것이다.이제까지 보고되기로 이번 바이러스는 메르스보다는 약하고, 사스보다는 강하다고 하는데, 아직 드러난 것이 별로 없으니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어쨌든 출근길 버스 안을 보면, 조금씩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 조금씩 보통 사람들에게도 막연한 불안감을 만드는 존재로 다가가는 것처럼 보인다.코로나 바이러스는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코로나(원 둘레에 방사형으로 둘러쌓인 생김새) 모양이라서 생긴 명칭이다. 이 바이러스는 보통 인간에게 가벼운 감기 증상을 일으키고, 병원성이 약하며 사망률이 매우 낮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들이 다른 동물들의 종에서 옮겨 오는 경우다. 그들이 새로운 숙주에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치사율이 높은 경우가 왕왕 생기곤 한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인 사스는 사향고양이나 박쥐에서 메르스는 낙타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모두 일반적인 가축은 아니며, 산 채로 인간과 밀접한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으로는 우한 시장의 박쥐가 지목되고 있다. 아마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박쥐를 사 와서 살아있는 채로 무엇인가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때문에 인류에게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옮겨온 것이다.​바이러스의 전파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우한이라는 도시의 단 한 사람에게서 인류 처음으로 발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하필 전염력이 강한 변형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대부분 초기 감염군에서 전염력이 매우 높은 사람이 나와 병의 확산에 일조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초기에 진압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은 우한이라는 대도시에 살았다. 시골에서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 인구 밀도가 낮아 잘 퍼지지 않았을 것이며 대처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한은 중국의 대도시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며 인구가 1,000만이다.보통 바이러스는 몸에 들어가면 잠복기를 거친다. 대체로 잠복해서 조용하게 머문다. 2~3일에서 최장 2주 정도다. 이때는 대체로 전염 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다가 증식기가 찾아온다. 바이러스는 개체 수를 늘리면서 숙주의 몸을 공격한다. 이 증상이 발열, 인후통, 무기력이다. 특히 발열은 이번에도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관찰되었다. 그래서 전염성을 발열로 체크하는 방법은 완벽하지 않지만 가장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감염 경로는 일반적인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감염자의 분비물이 타인에게 들어가는 기전이다. 여기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이 공기 전염인데, 길을 걷다가 걸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인체에게서 나온 분비물 속의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서 감염에 충분할 정도의 역가를 잃지 않고 살아남다가 행인의 호흡기로 들어갈 정도로 강력해야 하는데, 어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도 이 정도는 드물다.일반적인 예방법은 늘 똑같다.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는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사람 많이 모인 곳에 가지 않고, 손을 잘 씻으며,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소매에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 씻기다. 손은 대부분 전염병의 매개다. 보통 사람의 비말이 직접 얼굴에 튀는 일보다는, 그 비말이 어딘가에 묻었는데 손으로 만져서 몸으로 들어올 확률이 더 높다. 비누로 흐르는 물에 손을 씻으면 균은 거의 다 날아간다. 적어도 감염을 일으키기에 균의 역가가 부족해진다. 마스크는 감염자의 비말이 날아가지 않거나, 공기 중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기침을 소매에 하는 이유는 분비물을 공기 중이나 손, 벽에 뿌리는 것보다는 소매가 타인에게 감염될 확률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물을 많이 마시고 건조한 환경을 피해야 한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은 몸이 덥히거나 식히지 않아도 되어 몸에 무리가 안 간다. 게다가 구강과 인후를 씻어낼 수 있다. 수분이 많아지면 균의 역가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모두가 이들만 엄격히 지킨다면 바이러스는 사멸의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우리는 항상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은 몸의 면역계가 알아서 물리친다. 컨디션이 나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감기에 잘 걸린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유행할수록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본인이 ‘컨디션이 좋다’라고 느끼면 그만큼 더 좋은 지표가 없다.​이성적으로 최대한의 예방 조치를 취했다면 더 이상의 공포심은 금물이다. 사태의 추이를 잘 지켜 보는 것이 좋겠다. 나부터 조심하는 습관이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고향

고향/ 현진건“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묘지 가고요/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유곽으로 가고요”‘고향’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신민요 가사다. 신민요란 예전의 민요가락을 빌려 당시의 사회적 참상을 풍자한 노래다. 가사엔 식민지 조선의 참담한 현실이 상징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일제는 도로나 철로를 낸다는 명목으로 농경사회의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던 논밭을 수탈해 갔다. 농토를 잃은 농민은 유랑민이 되거나 만주나 연해주로 쫓겨가야했다. 일제의 수탈과 만행에 항의하고 저항한 지식인은 일경에 잡혀 감옥으로 갔고, 노년을 즐기던 어르신은 일제 등쌀에 화병으로 죽어갔다. 얼굴이 반반한 젊은 여자는 먹고살기 위해 몸을 팔기까지 했다. 네 줄 가사에 식민지 조선의 참상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민족의 고뇌를 함축하고 이를 고발하는 풍자정신이 번득인다. 당시 엄혹했던 사회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주제를 뚜렷이 부각하고 현실감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이 신민요가 ‘고향’의 엑기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향’은 대구에서 경성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이 그 배경이다. 경부선에 승차한 정체불명의 노동자. ‘그’는 대구의 인근 마을에서 서간도, 신의주, 안동현, 일본, 대구, 경성 등으로 유랑하는 떠돌이다. ‘그’는 동양척식주식회사에 농토를 빼앗기고 간도로 떠났지만 결국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고향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지만 폐허가 된 고향마을은 더 이상 예전의 고향이 아니었다. 예전에 혼인할 뻔했던 여자를 만나지만 그녀의 삶도 비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대구의 유곽에서 몸을 팔고 있었다. 폐허가 된 고향마을은 더 이상 동무들과 뛰놀던 ‘꽃피는 산골’이 아니었다. 두 남녀의 기구한 삶이 곧 식민지 조선의 모습이었다. 처참한 현실은 특정한 한 인간의 삶이 아닌 ‘조선의 얼굴’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다.고향을 빼앗겼다. 빼앗긴 들에는 봄도 오지 않는다. 고향은 더 이상 수구초심의 낭만적 장소가 아니다. 현진건의 민족에 대한 역사의식이 처절한 양상으로 나타난 작품이다. 비장감마저 배여 있다. 식민지의 폭정 아래 신음하고 있는 민초들의 처참한 삶을 리얼하게 그려내었다. 당하고만 있어서는 ‘결코 답이 없다’는 역설적 외침이 쟁쟁하게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나라 없는 여인들이 당하는 비참한 모습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백일하에 까발리고 있다. 종군위안부 여성들의 슬픈 모습이 오버랩된다. 일제치하를 탈출하는 돌파구로서 민족적 저항을 고대하는 현진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폭압적 식민정책에 저항해야 하는 필연적 당위성을 작가 현진건은 소설 ‘고향’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고향’은 우리 지역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빙허 현진건은 김동인, 염상섭과 더불어 단편소설의 기틀을 완성한 대구 출신 소설가다. 1936년 동아일보 재직 시에 손기정 선수 일장기말소사건을 주도한 확고한 반일민족주의자이자 독립지사이기도 하다. 당시 수많은 뛰어난 문인들이 일제의 집요한 겁박에 못 이겨 변절한 것과 달리 현진건은 끝까지 지조를 지킨 몇 안 되는 작가다. 대구소설가협회는 ‘현진건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상하는 등 여러 가지 기념사업을 해오고 있다. 작품으로 보나 정신으로 보나 현진건은 자랑스러운 대구인이다. 앞으로 현진건 선창사업에 더욱 더 힘써야 하는 까닭이다. 오철환(문인)

차이나 포비아, 경제에 치명적이다

차이나 포비아, 경제에 치명적이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세계 경제가 중국의 우한폐렴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달러화와 엔화, 금 등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는 대신 주식시장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에서는 자금이탈이 이어지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세계 경제를 공포 속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에 들어서만도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라는 세계적 규모의 전염병을 3차례나 경험한 바 있고, 그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크건 작건 경제적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사스와 신종플루의 발병지였던 중국과 멕시코는 당시 경제성장률이 1%p 정도 하락했고, 이들과 경제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국가들도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더군다나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28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적 피해도 컸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만다행으로 사스로 인한 사망 피해는 없었지만, 이후 신종플루와 메르스로 인해 각각 270명, 38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 바 있다. 국내외 유력 경제전망기관들은 3번의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적어도 0.1~0.3%p 정도의 경제성장률 손실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물론, 지금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우선, 발병국의 대응 자체가 변했다. 중국의 경우, 질병의 파급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대응이 지연되면서 피해를 키웠던 사스 때와는 달리 상당히 빠른 속도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1일 우한폐렴을 사스와 메르스급 질병으로 지정하고, 대응은 그보다 더 강한 흑사병 등의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물론 발병지와 가까운 우리나라나 일본 등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거의 모든 국가들도 검역과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조속한 시일 내에 사태가 진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낙관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런 낙관론은 과거에 있었던 사스와 메르스 당시 입었던 경제적 피해가 오래가지 않았다는 경험치가 반영된 것이기는 하다.하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 현재 번지고 있는 비관론이 쉽사리 사그라질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당장 중국경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우한폐렴 확산 우려로 인한 가계심리 악화가 경제성장률의 60% 이상을 의존하는 소비 둔화로 이어진다면 5%대 성장의 현실화는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확대될 국제금융시장의 리스크와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우리나라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 현상이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포보스(Phobos)를 어원으로 하는 포비아는 객관적으로 볼 때 전혀 위험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지만,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론이 악화되면 언제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만일 그렇게 된다면 항공, 호텔, 소매 등 관광을 둘러싼 전후방산업 전체에 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이로 인한 경기둔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중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으며 총 1,700만 명을 상회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인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더군다나,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으로 차이나 포비아가 확산되는 것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이런 의미에서 볼 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엄청난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은 참으로 놀랍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차이나 포비아 현상에 올라탈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피해를 막기 위한 공조가 필요한 때다.

‘우한 폐렴’, 지역 경제 영향 최소화해야

‘우한 폐렴’ 사태로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관광 및 수출에도 그 여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스·메르스 때 우리 경제의 성장 발목을 잡은 전례가 있어 더욱 걱정된다. 특히 올해를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로 정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쏟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는 돌발 악재가 곤혹스럽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가 더욱 움츠려들지 않을까 우려된다.‘우한 폐렴’은 28일 현재 중국에서만 사망 106명, 확진 4천515명으로 집계되는 등 급속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확진 환자 4명이 발생했다. 대구·경북에서 의심 증상을 보인 2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역 확산 우려는 덜었다. 하지만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정부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우한 폐렴’과 관련, 관광 분야와 수출 영향에 대해 관련 산업의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미국과 한국 증시가 급락하고 국채와 금값이 상승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댔다.중국 내수 침체로 인한 국내 수출 기업 타격,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사스 여파로 2003년 2분기 한국의 GDP가 1.0% 포인트 정도 떨어졌으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연간 GDP가 0.2% 포인트 감소했다. 메르스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절반으로 줄었다. 우한 폐렴도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당장 지역 관광산업에 불똥이 튀었다. 올해를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로 정하고 각각 외국인 관광객 100만 명 이상 유치 목표를 세운 대구시와 경북도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 당국의 한한령 해제 등에 기대, 올해 중국 관광객 급증을 예상하고 있다가 복병을 만났다. 중국 관광객 감소가 불가피해졌다.지역 산업계도 수출 감소 등 여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백화점, 마트 등 중국인 이용객이 많은 유통 업체도 매출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우한 폐렴’으로 티웨이항공 등 대구공항을 이용하는 저비용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보이콧 재팬’에 이어 중국 여행 취소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정부와 대구시 및 경북도는 ‘우한 폐렴’ 확산 저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광, 유통 및 수출 등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분석,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철저한 예방으로 우한 폐렴 극복하자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시작된 폐렴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MERS)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처럼 큰 피해를 끼칠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는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중국 내륙의 우한시에서 시작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서운 속도로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확진 환자가 4명이 발생해 앞으로 얼마나 감염자가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이 폐렴의 정확한 질병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이다.바이러스의 일종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심한 독감의 일종으로 이해하면 된다. 증상은 발열(37.5℃ 이상)과 호흡기 증상(기침, 콧물, 가래, 호흡곤란, 흉통 등)이다.특히 2주일 이내에 중국 우한시를 방문했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사스(SARS)와는 다르게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어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신종 감염병인만큼 발현된 증상에 따라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외에 백신이나 완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아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예방 수칙으로는 마스크 착용이 중요하다.바이러스 전파는 기침과 재채기로 공기를 통해 전파되므로 마스크 착용은 이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사스(SARS), 메르스(MERS)보다 전파력이 더욱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호흡기 증상이 없더라도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스크가 없을 때 기침을 한다면 휴지나 손수건,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 만큼 중요한 것이 손 씻기이다. 손 씻기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바이러스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검증된 방법이다.당분간은 외부에서 물체 등을 손으로 잡았다면 조금 전에 손을 씻었더라도 다시 씻는 것이 좋겠다. 손을 씻을 때는 비누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서 깍지 끼고 비비기, 손바닥과 손등 문지르기, 손가락 돌려 닦기, 손톱으로 문지르기 등을 30초 이상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이다. 2주일 이내 중국 우한시는 물론 중국 전역을 다녀온 적이 있는 경우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생겼다면 병원 방문 전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1339)로 신고해야 한다. 별일 없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넘기거나 자신의 증상을 숨기다가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난 메르스(MERS) 사태 때 경험해 본 바 있다. 자신을 지키고 이웃을 보호하는 일이므로 의심되면 반드시 신고해 진료를 받아야 하겠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잇따라 발생되면서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27일 격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지역에서도 대구시의사회가 병·의원에 예방 수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공공의료 기관과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현 시점이 메르스(MERS) 사태에 버금가는 비상상황으로 치닫는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무서운 감염성 질환이라도 시민이 위생의 기본을 지키고 의료계와 유관 기관이 제 역할을 다 한다면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의미를 되새기며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다.

공산주의는 시대착오적이다

공산주의는 시대착오적이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로빈 후드’는 인기 캐릭터다. 사회부조리가 만연한 사회에 콜라 같은 시원한 직설법을 들이대는 까닭이다. ‘로빈 후드’는 영화로 여러 번 만들어졌고 그때마다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뻔한 이야기’에 대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번번이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탐관오리나 부자들을 무단히 죽이거나 혼내주고 그 재물을 강탈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착하거나 말거나 전혀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나누어주는 착한 이야기(?)에 모두 거부감 없이 박수를 보낸다. 대리만족일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 상황에서 가진 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서민들에게 거저 나누어주는 ‘로빈 후드’를 싫어할 이유가 없긴 하다. 그래서인지 ‘로빈 후드’는 비단 영국만의 고유한 캐릭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일지매가 있고 홍길동이 있다. 고위관료의 집을 털어 ‘물방울 다이야’를 훔친 도둑도, 단지 부잣집만 털었다는 이유만으로, 대도라 불리며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로빈 후드 신드롬’은 의외로 그 뿌리가 멀고 깊다. ‘로빈 후드’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원시공산사회와 만난다. 원시사회는 혈연을 기반으로 토지 등의 기본적 천연자원을 공유하고 먹거리를 같이 나누어 먹으며 빈부격차나 타고난 지위 또는 권위적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 평등한 사회였다. 능력 있는 일원은 사냥을 잘하고 다른 씨족의 재물을 많이 빼앗아 왔지만 무능하거나 병약한 탓으로 놀고먹는 구성원도 많았다. 하지만 씨족 내 분배는 무차별적으로 공평했다. 핏줄로 맺어진 운명공동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씨족구성원의 연대는 본능이었고, 비록 씨족구성원에 한정되긴 했지만, 이타주의가 공동선이었다. 연대감과 이타주의에 터 잡은 질서는 원시공산사회를 지탱한 기둥이었다.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원시공산사회를 치밀하게 재가공하여 현학적으로 리메이크하였다. 소련과 동유럽국가들은 공산주의를 현실에 적용해보았으나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 등으로 인해 모두 실패하였다. 그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본 사람들이 지금 다시 공산주의 깃발을 들고 추종자를 모으고 있는 우리 현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그 깃발 아래 모인 많은 사람들이 철 지난 이념과 빛바랜 철학을 실천하고자 기를 쓰는 상황은 거의 불가사의다.연대성과 이타주의가 적용될 수 없고 협동과 분업으로 짜여있는 거대한 글로벌 사회에서 씨족사회에서나 가능했던 폐기된 이념을 이 땅에서 다시 실험하려는 정치적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함께 잘사는 사회’를 향한 선의는 비록 인정하지만 기본가정과 환경이 맞지 않아 폭망한 실험을 왜 다시 꺼집어 낸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는 기름을 지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진배없다. 선의라 하여 정의를 담보해주지도 않고 악한 결과를 사면해주지도 못한다. 포퓰리즘으로 인한 일시적 지지여론이 폭망 정책을 정당화시켜주지도 못할 뿐더러 그 역사적 책임을 면탈시켜주지도 않는다. 사심 없고 대의에 충실하다고 하더라도 나라와 국민의 명운을 고려한다면 주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장시스템보다 정부시스템이 더 많은 정보를 포괄할 수 있다는 치명적 자만은 ‘빅 데이터’와 AI 및 IoT 등을 장착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말 그대로 오만일 뿐이다.오랜 세월 원시사회에서 생활해 온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산주의와 친숙한 셈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가족이란 공산사회에 몸담고 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사회’, ‘함께 잘사는 정의사회’ 등의 이상향에 혹하는 지식인이 아직도 주위에 많은 이유다. 수많은 불특정 다수인과 협동·분업으로 연결된 거대한 지구촌에서 씨족사회에서나 가능했던 공산주의를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악을 쓰는 무리가 준동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구름 잡는 정책을 실험 중이다. 이러한 책동을 막지 못한다면 폭망의 나락으로 추락할 뿐이다. 그 돌파구를 찾는 일이 화급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선거를 통한 심판이다. 이번 선거로 민심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과학의 힘으로 치명적 오만을 극복해서 완벽한 계획과 효율적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하더라도 공산주의는 여전히 시대착오적이다. 공산주의는 그 시스템의 성격상 현실 정치에선 전체주의로 흐르기 마련이다. 1인 1표로 평등한 주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와 이른바 ‘빅 브라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체주의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는 논리적 모순이다. 민주주의가 옳다면 공산주의는 자동적으로 버리는 카드가 된다.

개화

개화 / 이호우꽃이 피네 한 잎 한 잎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마침내 남은 한 잎이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나도 아려 눈을 감네-시조집『개화』(태학사, 2001)시조는 우리의 호흡과 정서, 사상과 감정을 담기에 가장 알맞은 시의 그릇이다. 일정한 형식이 있어서 정형률이 시상을 전개하는데 제약을 줄 수도 있지만, 기량을 갖추게 되면 정형 속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움을 구가할 수 있다.이호우는 경북 청도 출생으로 경성제일고보를 수료하였고, 1941년 이병기를 통해 《문장》지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이호우 시조집』과 『휴화산』등을 남겼으며 그의 시조 세계를 ‘살구꽃 서정과 깃발의 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정적인 세계와 더불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일에도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개화」는 단시조다. 단시조는 시조의 본령이다. 그러나 「개화」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개 양상을 보여주면서 존재론적 탐색을 통해 자아의 정체성이나 미적 상황을 구현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되 그 안에 실존적 자아가 투영되어 자아 즉 정의 세계화, 세계 즉 경의 자아화를 통해 서정시의 본질을 보여준다. 또한 이것은 생명의 비의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개화」는 이호우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한 하늘이 열리고 동시에 시인의 눈이 열린다. 마지막 고비를 맞자 바람과 햇볕이 숨을 죽이고 나도 아려서 눈을 감는다. ‘아려’도 원래는 ‘가만’이었는데 워낙 완벽을 기하는 퇴고를 거듭했기에 말년에 수정한 것이다. 이 시조는 그러한 전개 과정을 통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노래한다.꽃이 피는 것은 존재의 확대다. 그리하여 한없이 순수하고 한없이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에서 이상 세계의 실현을 보고 그 감격 때문에 무한한 환희와 법열을 느끼게 된다. 그런 까닭에 꽃이 한 잎 한 잎 필 때마다 한 하늘이 열린다고 했으리라. 중장에서 미묘한 정서적 길항작용을 일으키는 ‘마침내’와 ‘마지막’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이 시조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데 이바지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남은 한 잎이 떨고 있는 고비에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더 이상의 말이나 행위가 필요치 않았기에 ‘나도 아려 눈을 감’게 된 것이다. 묵상하는 모습, 정밀이 흐르는 황홀한 순간이다. 여기서 ‘바람’과 ‘햇볕’이 병치된 점이 이채롭다. 문장 끝을 ‘피다, 있다, 죽이다, 감다’로 진술하지 않고 김소월의 「산유화」처럼 ‘네’로 끝맺고 있어 리듬감을 배가시키고 있다.이호우는 ‘여기 한 사람이/ 이제야 잠들었도다// 뼈에 저리도록/ 인생을 울었나니// 누구도 이러니저러니/ 아예 말하지 말라’라고 「묘비명」이라는 단시조에서 읊은 적이 있다. 남긴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모두가 주옥편이다. 진실로 ‘뼈에 저리도록’ 조국을 두고 울고 시조를 두고 애간장 끓이며 심혈을 다했던 시인이다. 그가 누구든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가 없음을 「묘비명」을 통해 다시금 절감한다.이제 머잖아 이 땅에 다시 봄은 오고 꽃이 필 것이다. 땅에서 꽃이 필 때 저 광대무변의 궁창이 한 하늘을 열어젖힐 것이다. 그때 봄을 맞은 이들의 눈에도 새로운 한 하늘이 열려 말로 다 못할 기쁨의 순간은 온 누리에 도래하리라. 이정환 (시조시인)

맥주의 정치학

맥주의 정치학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설 명절이 지났다. 이제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접어들 시점이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친(親)서민’ 행보가 잦아진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서민 음식’ 먹어보기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대구 서문시장 같은 유명 재래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중적인 음식을 먹으며 자신이 얼마나 친서민적이며 평범한 사람인지를 내세우기 바쁘다.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하는 서민 코스프레용 식사 뿐 아니라 공식석상에서 먹는 식사도 ‘정치’의 일부분이다. 특히 한 국가의 대통령의 식사는 큰 뉴스다. 대통령이 어디서 누구와 어떤 메뉴로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메시지가 달리 읽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 오찬에 칼국수를 주로 냈다. 이는 절약과 청렴, 개혁의지를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안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삼계탕으로 해결했다. 장관이나 수석들과의 만남은 물론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때도 청와대 근처 삼계탕집을 찾았다.정치인들이 공식석상에서 마시는 술은 식사보다 더 정치적이다. 대표적인 술이 맥주와 막걸리. 둘 다 서민의 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 초청 간담회 때 치킨과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타임을 가졌다. 수제맥주와 국민 간식인 치킨을 앞에 놓고 허심탄회하게 서민경제를 이야기해보자는 의미였다. 지난해 5월엔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맥주회동을 가졌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 안건으로 여야간 얼어붙은 분위기에서 3당 원내대표가 맥주잔을 들고 국회정상화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도였다.맥주가 정치적 수단의 하나라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맥주집인 영국의 펍(pub)이나 독일의 비어홀(beer hall), 미국의 태번(tavern)은 예외없이 그 지역공동체의 모임 장소였다. 이곳에서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며 여론이 형성되고 때론 선동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히틀러가 최초의 정치 연설을 한 곳도 맥주집이었다. 1919년 히틀러는 독일 뮌헨의 오래된 맥주집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맥주를 마시는 대중들을 연설로 휘어잡았다. 자신도 맥주를 마시면서다. 히틀러는 이곳에서 국가사회주의노동당(일명 나치당)을 창당했다. 이후 행사와 집회도 주로 3천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이런 대형 맥주집에서 번갈아가며 개최했다. 맥주집이 최고의 정치적 공간이었던 셈이다.근대에 들어와서는 정치적 지지도를 올리는 하나의 방안으로 맥주를 활용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홈브루어일 정도로 맥주를 좋아했다. 맥주를 통해 서민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시카고 지역 크래프트 맥주를 정상외교를 통해 적절하게 홍보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혈통인 그는 아이리쉬펍에서 아일랜드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통해 아이리쉬계 미국인들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필스너 우르켈은 체코 플젠 지역에서 생산되는 세계적인 맥주다. 체코인이라면 누구나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맥주이기도 하다. 1994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했을 때 하벨 체코 대통령은 단골 맥주집으로 미국 방문단을 모셔와 이 맥주를 마시게 했다. 체코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준 의도된 정치적 행사였다.갑자기 맥주 이야기를 꺼낸 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맥주회동이 활발해졌으면 해서다. 요즘 꽉 막힌 게 정치뿐인가. 경제도, 사회도, 국제관계도 답답하다. 맥주 한잔하며 풀어보자는 뜻이다.맥주는 서민들의 술이다. ‘친(親)서민’ 이미지로 표를 공략하는 데도 맥주가 제격 아닌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라도 괜찮고, 의도된 정치적 행사여도 괜찮으니 맥주잔을 앞에 두고 자주 만나라는 말이다. 혹시 모를 일이다. 그러다보면 얽히고설킨 현안들이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맥주 속에 녹아있는 탄산이 주는 청량감을 온 국민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자칫 타이밍을 놓친다면 김빠진 맥주를 들이켜야 할 수도 있어서다.

배우 정욱과 서 교수의 양심

배우 정욱과 서 교수의 양심류시호시인·수필가최근 서울 혜화동 아름다운 극장에서 김영무작, 송훈상 연출로 정욱 주연의 ‘서 교수의 양심’ 연극을 관람했다. 정욱 탤런트는 필자가 문화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지인으로 존경하는 예술인이다. 연극은 연기 인생 60주년, 올해 82세인 배우 정욱을 위해 한인수, 현석, 김호영 배우가 우정 출연한 아름다운 무대였다.연극은 신문 기자인 박인식이 대학 은사이자 유명 소설가인 서동호 교수가 최근 저지른 엄청난 비리를 알게 된 것으로 시작된다. 서 교수 명의로 출간된 베스트 셀러 ‘저 산 너머 저 산’의 소설 원작이 박 기자의 대학 동창이었던 강진욱의 옛날 원고였다. 원고는 부인 구 여사가 원고 독촉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기가 딱해서, 먼지 속에 있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 강진욱은 대학생 시절 서 교수 댁을 드나들면서 사모님인 구 여사와 정을 통했다는 비밀을 고백했다.그러다가 서 교수와 구 여사 사이의 딸 서주미의 생부가 강진욱으로 밝혀진다. 강진욱은 기자인 박인식에게 원고 절취 사건의 기사는 서동호 교수를 생매장하는 일이 되니, 절대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은사의 마음을 편히 해주려고 죽음을 가장하기도 한다.그러나 강진욱의 그러한 행동은 역효과로 나타나 서 교수는 진실을 고백하고자 한다. 서동호 교수는 파멸을 각오하고 기자 회견을 하며 양심선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서 교수를 모시고 있던 문단 후배 민 국장과 구 여사는 서동호 교수의 양심선언을 치매 증세에서 비롯된 횡설수설로 각색, 그를 정신 병원으로 데려갔다. 사태가 진정되고 서 교수가 귀가했을 때 부인 구 여사와 모녀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바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동호 교수는 이미 실성한 사람으로 변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몇 년 전 정욱 배우를 대학로 아트홀 마라카극장에서도 만났는데, 연극 ‘엘렉트라 인 서울’에서 무법 스님으로 출연하여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그동안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에서 첫 주역을 맡았고,‘학마을 사람들’에 출연했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의 작품에서 주역을 해냈다. TV 드라마에서는 중후한 지식인, 온화한 아버지 역할 등을 해왔다. 그림이나 음악, 연극, 문학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성을 움직이게 해주고 척박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샘물이 된다는데, 연극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우리의 삶과 밀접한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필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문학예술인협회는 아동문학의 태두 김종상 원로시인, 지방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정성수 작가, 비구상 서양화의 거목 권의철 화가, 대중가요 작곡자 송영수 회장, 이재신 성악가, 한국의사시인협회 고문 김세영 시인, 30년 경력 국어논술스피치학원 유미애 원장, 드라이 플라워 공예가 윤은진, 김종분 시낭송 전문가 등과 문학과 예술가들 행사를 함께 하고 있다. 문학, 시낭송, 연극, 그림, 영화, 음악, 악기연주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성을 움직이게 해주고 인생에 활력을 준다.미국의 정신의학자 마크 아그로닌은 ‘시니어들이 잘 활동하는 이유가 지혜와 회복 탄력성, 창의성 덕목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말해 인간의 뇌는 경험과 경륜이 쌓일수록 스스로 변화, 지혜의 폭을 넓혀주고, 감정 조절, 창의성까지 향상해 준다고 한다.장수시대 정욱 배우처럼 ‘인생의 큰일은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사려 깊은 지혜임을 잊지 말자.’ 라는 말을 제안한다.또 시니어들이 문학, 그림, 음악, 무용, 연극 등 예술을 가까이할 때, 힘보다 사려 깊은 지혜,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즐거운 마음이 필요하다고 권유한다.우리 모두 연극, 문학회, 음악회, 미술관, 박물관이나 문화전시회에 자주 들려서 자신의 감성도 살리고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 국민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반품 장류 재가공’ 공방…진상 규명 시급

대구의 한 유명 장류 전문제조업체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재가공해 유통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나서 진실규명이 시급한 실정이다.내부 고발에 따르면 문제가 된 업체의 제품은 80% 이상이 통상 ‘말통’으로 불리는 대용량 용기에 담겨 대리점을 통해 지역의 학교, 병원, 식당 등에 단체 급식용으로 많이 납품되고 있다.성장기 초중고 학생들의 학교 급식, 수술 전후 입원 환자들의 병원 환자식 등 취약계층 단체 급식에 비위생적인 장류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일부 제품은 대형 마트와 식자재 마트 등에도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재가공 관련 고발은 설연휴 직전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전·현 노조원들을 통해 이뤄졌다. 고발에 나선 노조원들은 “대형 마트 등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 처리된 간장, 된장 등의 장류를 새로 제조한 제품과 섞는 방식으로 재활용해왔다”고 주장했다.이들은 회사가 유통기한 경과, 변색, 이물질 혼합 등으로 반품된 제품을 버리지 않고 창고에 따로 모아뒀다가 재활용했다고 말했다. 또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회사의 지시로 제대로 폐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기회사 직원들은 식당에 가면 된장이나 춘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거짓 폭로에 강경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업체 측은 “간장류 반품 회수율은 0.2% 수준으로 전량 폐기 처리된다”고 주장한다. 된장의 경우 갈변 현상이 발생해 반품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도 폐기업체에서 모두 폐기한다고 말했다.고발에 참여한 직원들이 제시한 영상은 폐기용 간장을 폐수통에 붓는 것이라며 모인 폐수는 호스를 통해 폐기처리된다고 말했다. 즉 폐기과정일 뿐 재활용이라는 말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업체 측은 “식약처의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을 정도로 모든 장류가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창업한 지 60년이 넘는 대구지역 대표 장류 전문업체다.현재 경찰은 제보자들의 진술을 받는 등 고발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며 곧 수사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과 식품위생 당국은 철저한 조사로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 밝혀내야 한다.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식품위생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탱해 나가는 기본 틀 중 하나다. 후진국형 불량식품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童詩)의 필요성

동시(童詩)의 필요성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빠꼼 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을 맡으셨던 아동문학가 김병규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동시 ‘문구멍’의 전문이다. 48년 전의 기억이지만, 그날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창호지를 바른 문에 붙어 서서 침 묻은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대는 내 막내 동생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선생님께서 “아이가 자라는 순간순간의 모습을 문구멍으로 표현한 이 것이 바로, 동시(童詩)다”라고 하셨던 말씀도 생생하다. 최근 이 동시가 어느 분의 작품인지 궁금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 1959년 상주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신현득 시인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상하면서 등단한 작품이란 사실을 확인했다.동시는 어린이다운 소박하고 단순한 심리와 정서를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쓴 시로, 어린이를 주요 독자로 삼는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문학 장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린이가 쓴 시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동시의 가치를 몇 가지 언급하자면 어린이에게 감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며,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자연 및 인간세계와 사물에 대한 직관력과 관찰력을 기르며,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 때문에 동시는 어린이 교육용으로 큰 의미가 있는 문학 장르로 평가되고 있다.이번 겨울방학을 맞은 용학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기획 프로그램의 장르를 동시로 정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 중인 국비 공모사업인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동시愛 물들다’의 연속선상에서 동시캠프와 동시콘서트를 마련하고, 동시집을 펴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7년 도종환 장관 취임 직후 상주작가 지원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연속 선정된 용학도서관의 세 번째 상주작가는 아동문학가로 활동 중인 임창아 시인이다. 용학도서관 상주작가의 장르는 시, 수필, 동시로 이어지고 있다.이같은 겨울방학 기획의 계기는 지난해 11~12월 어린이 20명을 대상으로 운영한 동시교실인 ‘동시놀이터’에 참여한 어린이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필자와 만난 몇몇 학부모는 “기존에 다니던 학원을 포기하고, 동시놀이터에 참석했다”면서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한다. 동시 프로그램을 계속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9~10월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시교실인 ‘동시多방’에 함께한 어른들도 동아리를 만들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겨울방학 기획의 하이라이트는 ‘동시 헤는 밤’이라고 이름붙인 동시콘서트였다. 지난 22일 오후에 열린 콘서트에는 요즘 문단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동문학가인 송찬호 시인이 초청됐다. 송 시인은 “어린이는 아직 자라지 않은 어른이 아니다. 그들만의 반짝이는 세계가 있다. 동시는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다운 상상력과 언어가 만나 신나게 뛰어노는 운동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악4중주 축하공연과 어린이들의 자작 동시 낭송, 청중을 대상으로 한 삼행시 짓기로 진행됐다.어린이들의 자작 동시 낭송 순서에서는 지난해 ‘동시놀이터’와 설 연휴를 앞두고 진행된 ‘북(book)두칠성 동시캠프’에 참가한 어린이 시인 18명이 무대에 섰다. 어린이들이 시를 낭송하면 용학도서관 시청각실을 가득 메운 청중 100여명이 박수로 응원했다. 어린이들이 쓴 동시는 이날 ‘구름이 엉금엉금’이란 이름의 동시집으로 만들어져 어린이들에게 나눠졌다. 동시집에는 어린이 34명이 쓴 동시 56편이 실렸다.용학도서관이 내세우는 슬로건 중에 ‘시 흐르는 우리마을’이 있다. 도서관이 자리한 지역사회에 늘 시가 흘렀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시와 동시 강좌를 물론, ‘시(詩)라키비움’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매년 가을 지역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우리마을 동시암송대회’도 열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오늘날, 인간의 일자리를 AI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 만큼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동시를 통해 상상력, 창의력, 감성 등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인간이 AI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계가 수행할 수 없는 영역을 강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겨울방학 기획으로 동시를 선택한 이유다.

새해 새날은

새해 새날은/오세영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부터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빛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시와시학사, 1992) 그 누구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 우리는 영원한 세월 속에서 조그만 행성을 타고 잠시 함께 삶의 길을 여행하는 동반자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몸을 움츠리거나 신세를 한탄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비관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충분히 넉넉할 수 있고, 우리 앞에 놓여있는 삶의 여정은 마음가짐에 따라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 좋을 만큼 충분히 풍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믿음으로 싹틔운 행복이란 결실은 결코 마르지 않는 화수분으로 함께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축복일진대 가는 세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흐르는 시간에 얽매여 축축하게 연연할 필요가 있겠는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이제 또 새해 새날이 시작되었으니 지난 삶을 돌아보고 매듭짓는 한편 새 마음 새 정신으로 자신을 가다듬어 볼 기회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그리던 그림을 계속 이어가도 좋고 새 도화지를 내놓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도 좋다. 그 판단은 오직 본인 스스로의 몫이다. 새해 새날은 달력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발원한다. 하늘에서 햇살이 내리고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 나뭇가지를 안고 때를 기다리던 겨울눈이 비로소 눈을 뜬다. 나무 등걸 속에서 숨죽이던 벌레들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켜면 새들은 먹이를 찾아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음침한 골짜기마다 햇볕이 찾아들고 얼어붙은 산속에 서서히 양기가 스며든다. 눈 녹은 물이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나뭇잎은 몸을 가누어 공장 돌릴 준비를 한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우리 곁으로 살포시 내려와 꿈과 희망과 용기를 전해준다. 새해 새날이라 하여 몸이 다시 젊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는 타성에 젖기 쉬운 우리네 삶을 새 마음 새 뜻으로 쇄신하라는 것이다.지난해는 정말 힘든 한 해였다. 경기가 죽어 서민의 삶이 고달팠다. 북한 핵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미·중 패권 다툼의 불똥이 우리에게 튀었다. 종군위안부 합의와 징용배상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급기야 무역 분쟁으로 비화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의 한복판에서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국민들은 양 진영으로 갈려 도저히 한 지붕아래 같이 살지 못하겠다는 듯 등을 돌린 채 서로를 향해 돌을 던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흔히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한다. 지난해 많이 아팠던 만큼 새해엔 지금보다 더욱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이 지면의 문향이 지친 심신을 다독이고 격한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를 소망한다. 새해 새날에.오철환(문인)

‘우한 폐렴’, 메르스·사스 교훈 삼아야

‘우한 폐렴’의 급속 확산에 따라 우리나라도 방역 비상이 걸렸다. 설 연휴 기간 중국 관광객의 대거 입국과 귀성객의 대 이동에 따라 전염병 확산 우려가 크다. 설 연휴가 국내 확산의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23일 현재 ‘우한 폐렴’으로 중국 내에서만 사망자 17명, 확진자가 540명이 넘어서는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확산되고 있다.세계보건기구 WHO는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중국 당국은 23일부터 우한의 교통 운영을 중단하고 떠나는 항공편과 주민 탈출 통제 등 한시적 봉쇄에 나섰다.또한 세계 각국이 관광객 단속에 나서고 공항 검역을 강화하는 등 방역에 치중하고 있다.국내서도 첫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3일 발열과 기침 등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확진자 1명을 포함 모두 16명이라고 밝혔다.대구시와 경북도는 24시간 상시 방역 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질병관리본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함에 따라 설 연휴 ‘비상방역대책반’을 가동하고 24시간 긴급 비상 대응체계에 돌입했다.하지만 보건 당국의 검역 및 방역 조치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무증상으로 입국해 일정 기간이 흐른 뒤 증상이 나타나고 발병하면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노출될 경우 급속 전염 우려가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지난 2003년 중국에서 발병한 사스는 동남아 등 각국에서 8천273명이 감염돼 775명이 숨졌다. 국내는 4명이 감염됐으나 사망자는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5년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186명의 환자, 1만6천752명의 격리자 그리고 38명이 숨지는 비극을 낳았다. 시장 바닥같이 북적이는 응급실과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문병 문화, 엉성한 방역망 등이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꼽혀 이후 응급실과 문병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됐다.사스 발생 당시 우리나라는 일사불란한 검역과 방역으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5년 메르스 발병 때는 허둥대다가 큰 피해를 입은 아픈 경험이 있다.전염병은 1차는 공항, 항만 등의 검역소에서 걸러내야 한다. 2차는 의료기관의 외래나 응급실 등에서 막아야 한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때는 1차, 2차 방어선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우한 폐렴’을 계기로 전염병의 1, 2차 방어선을 전면 재점검하고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한 폐렴’은 사스,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백신을 개발, 감염병 예방에 나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