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하는 날

벌초하는 날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하늘빛이 달라졌다. 가을 색이 묻어난다. 하얀 구름 두둥실 떠 있고 매미 소리마저 잦아들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산들은 붉은 옷으로 갈아입기 전 마지막 푸르름을 더해 마음껏 자태를 뽐내고 있는 듯하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일가친척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모두가 산소를 돌아본다. 자식 된 도리지 않겠는가.산소가 위치한 산 중턱으로 올라가는 길가에는 알밤이 탐스럽게 영글어 반질반질 익어가고 있다. 인적이 드문 산속이라 떨어져 벌어진 밤송이 사이로 사이좋게 갈색의 밤톨들이 방글방글 웃고 있다. 막내가 손으로 집어 들어 살펴보다가 다시 제 자리에 놓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 밤은 우리가 먹을 것이 아니라 산짐승들의 겨울 먹이라는 것이 아닌가. 만약에 우리가 도토리나 알밤을 주워서 가 버리면 그들은 배가 고파 겨울이 되면 근처 마을로 내려올 것이라고. 어느새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아이에게 내심 놀라며 주위를 돌아보니 억새가 자기도 동의한다는 듯 너울너울 팔 흔들며 춤추고 있다.묘소 입구에 들어서니 봉우리 위로 자란 풀들이 삐죽삐죽 솟아올라 키를 넘기고 있다. 팔을 걷어붙이고 벌초를 시작하려 하자 어르신들의 주의사항이 이어진다. 우선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하시더니 준비해온 벌레 퇴치 스프레이를 신나게 분사하신다. 가을이 되니 독사가 많이 있을 터이고, 벌도 독이 한창 올라 있을 때이니만큼 조심조심 행동해야 한다고 이르신다. 벌초하다 해마다 벌에 쏘이는 일이 발생하였다. 아무리 조심하여도 누군가는 벌레에 물리거나 벌에 쏘여 고생하였다는 후일담을 듣기도 하였다. 특히 풀밭에서 집을 짓고 사는 땅벌이나 말벌은 정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신다. 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집안 아저씨는 벌이 싫어하는 색으로만 골라서 옷을 입고 향수도 뿌리지 않고 단단히 준비해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내신다. 풀이 우거져 있는 곳에 뱀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등산화까지 신고 오셨다.벌초가 시작되면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은 묘에 자란 풀을 낫으로 베기 시작하신다. 장갑을 끼고서 정성 들여 이발을 시켜드리고 계신다. 따갑게 내리쬐는 가을 햇볕에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떠나지를 않는다. 가장 웃어른이다 보니 조상의 머리를 이발시켜드린다고 하시며 조심스레 풀을 자르신다.과거에는 산소에 풀이 많이 자라있는 모습은 창피한 일이었지만, 요즘에는 일가친척들이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모두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산소를 찾아가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명절 즈음에서야 흩어져 있는 친척들이 날짜를 맞추어 함께 소풍 삼아 가는 날이 되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여 산소를 찾아간 것이다. 어르신들이 묘를 정리하는 동안 그 아래 순위 어른들의 몫은 예초기로 잡풀 베기를 담당하기로 하였다. 맨 아래 순위 젊은이들은 나머지 잡다한 일들을 맡아 한다. 만들어 놓은 음식 짐을 옮겨오고 음료수를 가지고 가서 일하시는 어른들의 목을 축여드리고 베어 놓은 풀을 옮기고 뒷정리하는 일들, 집안의 막내들의 몫이다. 벌초하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보니 여기서도 손아래 손윗사람이 구별된다.그 모습을 보니 ‘벌초하는 날’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이즈음이면 늘 입안에서 맴도는 시인의 시 ‘심술쟁이 가을장마 때문에 잡초가 배꼽까지 자라 있다. 오늘도 울 할배는 자주 찾아뵙지 못한 나의 두 손 꼭 잡아 주시며 반가워하신다/ 예초기로 인적이 드문 길을 터 가며 산소로 올라가 “할배요! 아부지 어무이요! 씨돌이 왔심더” 반백 년 동안 다녀도 언제나 울 할배는 너틀 웃음 지며 왕사탕 한 개씩 주신다/ 코흘리개 시절 해가 노을 속으로 떠난 후 사랑채로 가면 담배쌈지에서 왕사탕 한 개 주신다. 할배 무릎에 앉아 먹다가 잠이 오면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 푸른 꿈을 꾸었고, 새벽이면 술상 차려온 어머니에게 씨돌이부터 찾으시던 울 할배//…중략…//할배요! 씨돌이 왔다 갑니더. 추석 때 오겠심더.’우리와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진 분들, 그분들의 봉분 주변에 난 풀을 베어 깔끔하게 정리하는 풍속인 벌초를 금초(禁草)라고 하였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벌초하는 날만은 우리들의 일가친척들, 조상님들, 후손들이 만나 서로 교감을 잘 나눌 수 있기를. 그리하여 벌초하러 가는 그 길마저 자연과의 행복한 만남이 되기를 기대한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음주문화 바꿨다

‘제2 윤창호법’이 시행 2개월가량 지나면서 우리네 음주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당초 목표했던 음주운전 적발과 사고 건수가 크게 줄어드는 등 예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달라진 음주 문화에 따라 대리운전 업계도 주·야간 판도가 바뀌었다. 외식업계는 주점과 노래방이 한숨짓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은 지난 6월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5월25일부터 6월24일까지 시행전 한 달 동안의 대구 지역 음주 운전 적발건수는 면허정지 206건, 면허취소 317건 등 523건이었다. 반면 제2 윤창호법 시행 후 한 달간 적발 건수는 면허정지 151건, 면허취소 303건 등 총 454건으로 전 달보다 13% 줄었다.소주 한 잔만 해도 적발된다는 인식이 운전자들에게 싹텄다. 음주 후에는 대리운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또 출근길 숙취 운전 단속을 우려하는 운전자들도 부쩍 늘었다. 낮술을 마신 후 운전하는 경우는 크게 줄었다.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감소는 당연하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윤창호법 시행 후 한 달 동안 43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78건보다 44%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음주 교통사고는 앞으로 격감할 것으로 기대된다.윤창호법이 직장인들의 밤 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술자리는 간소화해지고 귀가는 빨라졌다. 2, 3차씩 새벽까지 이어지던 회식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진 직장인들은 다음 날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다음 날 꼭 승용차가 필요한 사람은 출근길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달라진 음주 문화로 인해 밤 시간대 대리운전은 줄고 출근길 및 대낮 대리운전이 크게 늘어나는 등 대리운전 풍토도 바꿨다. 반면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경기 침체의 그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가와 주점 등은 고객이 더 줄어 울상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용객들이 준 데 더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아직도 음주운전의 위험과 그 해악을 무시한 채 여전히 음주운전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며칠 전에도 음주운전 차량에 70대 노부부가 참변을 당했다.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처벌 기준 강화뿐만 아니라 과태료 등 벌과금도 가히 징벌적 수준으로 매긴다. 면허정지 500만 원, 면허취소 최고 2천만 원 등 서민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이제 웬만큼 간 큰 사람이 아니고서는 음주운전을 할 생각조차 못 할 정도가 됐다. 우리 사회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다. 조만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와 피해가 없어지길 기대한다.

스스로 엄격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스스로 엄격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핸들을 잡으면 인내심을 시험해야 할 때가 자주 있다. ‘저렇게 한가하게 운전할 거면 옆 차선으로 비켜주던지’ 하고 앞차에 책임을 전가하다가 이내 반성 모드로 바꾼다. 집에서 빈둥거리지 말고 5분만 일찍 나섰더라면 이렇게 초조하지 않을 텐데.차선을 바꾸다 시비가 붙어 길에서 난투극을 벌이거나, 난폭한 끼어들기를 따지다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제주에서는 차선을 위험하게 변경했다고 따지는 운전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마구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신이 저런 경우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응을 했을지 상상해 보라. 그냥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TV를 보면서 나라면 무슨 사태로 발전했을지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흥분했다.운전 중 상대와 시비가 생기는 것은 주로 차선변경이 원인이 되는 수가 많다. 방향지시등만 켜면 시비가 줄어들 텐데, 갑자기 끼어들어 불쾌감을 유발시키는가 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자주 마주친다. 보복운전은 명백한 범죄다. 대구에서 지난 한 해 동안 392건의 보복운전이 발생했다니, 사건화 되지 않아 통계에서 빠진 일상의 사소한 보복운전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인격수양이니 분노조절 장애니 한가하게 얘기할 계제가 아니다. 나부터 반성해야 하고 그와함께 도로 교통 환경도 고쳐져야 한다. 명색이 광역시라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2차선 도로의 한 쪽 차선은 아예 주차장이 된 지 오래다. 너무나 당연한 불법주차가 우리 운전수준을 넘어 국민 전체의 의식 수준을 보여준다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8월부터는 소화전 5m 이내나 횡단보도와 교차로, 버스정류소 부근에 차를 세우면 주차위반 과태료가 8만원으로 2배 올랐다. 하긴 이런 곳에 차를 세울 수 있다는 발상부터가 놀랍다. 저마다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 사정이 급박하니 세울 것이지만, 그렇게 긴급한 사정이 이렇게 많이 생긴다면 그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닐 것이다. ‘나 혼자니까’ ‘잠시면 되니까’ 하면서 새우는 것이다. 놀라운 장면은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점령하게 되면 이런 운전 매너 이야기들이 사라질까. 자동차가 없던 시절,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었다.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국방력이 강하거나 경제력이 대단해서 주변국들로부터 존경과 대우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예의를 지키는 품위 있는 국민들이었기에 이웃 나라 국민들을 교육하고 감화시켰던 것이다.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벌어진 한일간 무역전쟁이 확전일로에 있다. 해법도 난무하고 있다. 소재와 부품의 독립으로 극일을 강조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경제를 이야기했다.처음엔 온 나라가 들고 일어나면서 반일운동이 거세게 일더니 반 아베 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극일운동으로 기세를 누그러뜨리면서도 일본 여행 안 가기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식어들 줄 모른다. “일본이 우리 국민성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다.” “이참에 아주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역사적으로 우리가 일본을 가르치고 깨우쳐 줬다. 근세 들어 일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를 앞질렀지만. 최근의 ‘일본 이기기’는 우리가 집단적으로 일본에 대해 콤플렉스를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평화경제만으로도 우리는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단순히 국민총생산이나 경제지표 같은 수치로 일본을 따라잡는다거나 이긴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우리 앞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극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낼 역량이 있는지 자문해 보는 것도 해롭지는 않을 것이다.그냥 우리가 일본을 이기려면 일본보다 강해져야 하고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질서를 지키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면서 발전하고 강해질 수는 없다. 개인이고 국가고 간에. 도로에서의 운전 에티켓도 그 중 하나다.

성숙한 집회·시위 기대한다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지며 금지 또는 제한사유가 없는 한 경찰의 허가가 아닌 신고를 통해 집회를 할 수 있다.집회·시위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므로 폭넓게 보장하되 질서유지는 주최자의 준수사항으로, 경찰은 기본적으로 불법·폭력이 따르지 않는 한 주최 측 자율로 집회를 진행하도록 보호·관리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2019년 상반기 대구시내 집회·시위 건수는 1천256건으로 2018년 상반기 864건에 비해 45%정도 증가했으며, 최근 5년간 전국 노조 건설현장 집회도 6천600여 건을 넘어서고 있다. 늘어나는 집회 수만큼 확성기 등 소음으로 인한 시민들의 항의와 신고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4조(확성기 등 사용의 제한)에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확성기, 북, 징, 꽹과리 등 기계·기구를 사용해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위반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 기준은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 공공도서관의 경우 주간 65㏈이하, 야간 60㏈이하 이고 그 밖의 지역은 주간 75㏈이하, 야간 65㏈ 이하이다. 기준치를 10분 이상 초과한 소음이 지속 될 경우 유지명령이나 중지명령, 확성기 및 앰프 일시 보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치에 미치지 않는 소음에도 상당시간 계속되는 경우, 인근에서는 짜증 유발과 일상생활의 지장 등 소음의 고통을 호소하며 집회 주최 측과 인근의 시민들 간에 시비와 마찰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소음 기준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경찰은 준법·불법 여부와 폭력·비폭력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집회·시위 현장을 관리하고 있으며, 현장의 소음관리도 법률과 지침에 따라 적용, 대처하고 있다.날씨로 인해 불쾌지수도 올라가는 여름을 보내면서 서로 간 이해와 배려로 법적용 이전에 집회 주최 측의 권익과 주변 시민들의 일상생활 평온이 충돌되지 않는 진일보한 집회·시위를 기대해 본다.

레일온도 예측정보, 안전운행에 도움

기상청과 철도 레일온도 예측정보 시스템전준항대구지방기상청장폭염과 열차 안전운행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열차가 달리는 레일은 철로 만들어져 일정한 온도가 넘으면 휘는(좌굴) 현상이 발생한다. 더위로 인하여 레일의 휘는 정도가 심하면 열차가 선로를 탈선할 수 있기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는 레일온도가 55℃ 이상이 되면 철도 운행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열차를 서행하고, 64℃가 넘으면 고속열차(KTX)는 운행을 중지한다. 열차 서행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4년 6회, 2015년 28회, 2017년 23회이던 열차 서행 횟수가 2018년에는 135회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기록적 폭염에서 기인하였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서울의 하루 최고기온은 39.6도(2018년 8월1일)로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게 치솟았고, 공식 관측이 이뤄지는 전국 95개 기상관측소 중에서 60%에 해당하는 57개소에서 역대 최고기온이 새롭게 기록되었다.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에 코레일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동안 3천805억 원을 투입하여 열차 안전운행과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한 폭염 대비 중장기 안전대책을 지난 2018년 8월에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열차운행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항으로 ‘레일온도 저감을 위한 차열성 페인트 도포구간 확대’, ‘자동 살수장치 설치 확대’, ‘실시간 감시시스템 구축’ 등 안전설비 확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레일온도 실시간 자동검지장치는 작년 75개소에서 올해 상반기 150개소로 확대 설치·운영 중이며, 폭염 발생 시 레일온도 검지장치를 이용해 레일 온도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레일온도가 높아진 위험구간에 대해 살수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대응을 하고 있다.이와 같은 열차 안전운행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대응과 더불어 레일 위치(지점)별 최고기온 예측정보를 생산하고 활용한다면 열차 안전운행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구지방기상청은 코레일 대구본부와 함께 폭염 대비 열차 안전운행 확보를 위한 레일온도 예측정보를 생산·활용하기로 협의를 하였으며, 협업을 통해 기상기후 빅데이터와 레일온도 실시간 자동검지장치에서 생산되는 관측자료를 융합한 ‘레일온도 예측 알고리즘’ 개발을 착수하였다.열차 레일온도 예측정보를 활용하면 사전에 열차운행 서행 지점 및 시간의 예측정보로, 열차운행 위험구간 점검 및 살수 인력과 장비 투입 등의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져 폭염으로 인한 열차 안전운행의 위험성을 확연히 감소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된다.레일은 공기와 열전도율이 다르기 때문에 태양고도가 높고 일사가 강한 시간대인 오후 1시 전후로 최고기온이 나타나는 특성을 고려하여, 레일온도 변화에 영향도가 높은 기상요소(기온, 습도, 일사, 풍속 등)의 상관성을 병합·분석하고, 기상예보(수치예보, 동네예보 등)를 접목하여 레일온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올해는 우선적으로 코레일(대구본부) 관할구역인 대구와 경북남부지역의 철도 각 구간에 대해 단계별(50℃가 넘으면 관심, 55℃가 넘으면 주의, 60℃가 넘으면 매우 경계) 레일온도 예측정보를 생산하여 웹사이트와 모바일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열차지연으로 인한 경제 손실 규모를 기후변화 시나리오(RCP4.5/8.5)를 적용하여 추정한 결과 2100년에는 45조~60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미국의 Paul Chinowsky 박사는 전망하였으며 기온 상승과 맞물려 열차지연은 사회·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레일온도 예측의 대표적인 해외사례는 미국연방철도국의 Web기반 레일온도 예측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9 km × 9 km 격자 간격으로 12시간의 레일온도 예보를 생산·제공하여 열차 안전운행을 지원하고 있다.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고, 전지구 평균기온은 점차 상승하는 추세에 있으며 폭염은 해가 거듭될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구지방기상청과 코레일(대구본부)은 변화하는 기후변화에 발맞춰, 레일온도 예측정보서비스를 생산·활용한다면 열차 탈선사고 예방으로 열차를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을 높이고, 열차지연을 최소화하여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대구지방기상청은 코레일(대구본부)과 대구·경북 레일온도 예측시스템을 올해 구축 완료하고, 이를 발판삼아 전국 철도망에 확대 적용할 표준 알고리즘을 2020년까지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우리나라를 넘어 유라시아 철도, 더 나아가 전세계 철도망에 적용이 가능한 레일온도 예측정보서비스 생산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구지방기상청과 코레일의 협업을 통해 대한민국 열차 안전운행의 선구자가 되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며, 대구지방기상청과 코레일(대구본부)의 숨은 노력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매미소리 / 임영조

매미소리/ 임영조감나무 가지 매미가 악쓰면/ 벚나무 그늘 매미도 악쓴다/ 그 무슨 열 받을 일이 많은지/ 낮에도 울고 밤에도 운다/ 조용히들 내 소리나 들어라/ 매음매음… 씨이이… 십팔십팔/ 저 데뷔작 한 편이 대표작일까/ 경으로 읽자니 날라리로 읽히고/ 노래로 음역하면 상스럽게 들린다.- 시집『그대에게 가는 길』(천년의 시작, 2008).......................................................휘파람새는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를 할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한다. 암컷은 수컷의 가창력도 살피지만 무엇보다 레퍼토리의 다양성에 더 점수를 준다. “호오, 호케꼬, 케꼬” 노래하며 간간히 바이브레이션을 뽑는다. 노래를 잘하는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사랑의 고행은 매미도 마찬가지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라며 안도현 시인은 말했다. 그 뜨거운 여름도 꺾여 처서의 끝물에 밤낮없이 줄기차고 맹렬했던 매미울음도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오랜 땅속 굼벵이 생활 끝에 지상에서의 한 달 남짓한 삶이니 암놈을 부르는 러브콜은 타는 목마름이고 지금은 처연하게 들릴 수밖에. 그래서 열 받을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열을 낸다고 해야 옳겠다. 만약 정말로 열 받은 매미가 있어 ‘씨이이...씹팔씹팔’ 한다면 아마도 구애 작업이 신통찮거나 열불 나게 하는 인간들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그 소리가 마치 데뷔작 한 편 달랑 대표작으로 내놓고 내내 우려먹는 시인의 경전처럼, 소품종 소량 생산으로 오랫동안 심각하게 남은 시인의 넋두리처럼 들렸던 모양이다.하지만 매미의 입장으로 관찰하면 날라리일 수가 없다. 우리 귀에는 같은 레퍼토리가 귀에서 공명하듯 들리지만 매미들에겐 그렇지 않다. 매미울음소리도 따지고 보면 지구온난화현상에 따른 기온 상승과 인간이 만들어낸 불빛 때문이라고 한다. 매미의 체온이 일정수준 이상이라야 울음을 울 수 있는 조건이 되며 기온이 떨어지면 울라고 애걸복걸해도 울지 않는다. 또 그래야 구애가 되고 사랑도 이뤄져서 스스로 강한 생존의 에너지와 번식력을 키워갈 수 있겠다.좀 예민한 분들도 얼마 남지 않은 이 여름 탓이고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 탓이려니 여기며 꾹 참아야지 별 도리 없겠다. 그런데 매미가 물러가도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깔 쥐어 물어뜯기는 점입가경 찬바람이 불 때까지 계속될 태세이며, 그 소음은 매미소리의 두 배쯤인 160데시벨은 되는 것 같다. 세상 온통 이 소음에 파묻혀 그동안 안보와 경제, 민생이니 하며 떠들어대는 것들도 다 빈 소리처럼 여겨진다. 야당은 청문회를 최대한 뒤로 미루면서 이를 즐기고자 하는데, 이쯤 되면 진영 간의 진검승부나 다름없이 되었다.그럴 수 있다는 양해의 수를 쌓아올리면 우리사회에서 모두 이해하고 넘어갈 일들이지만, 부도덕과 비양심의 기미를 추출하여 낙인을 찍어버리면 죽어도 장관을 시킬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조국과 조국을 위해 벌이는 싸움처럼 비쳐지지만 이 싸움은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왔다. 양쪽 모두 고난을 벗 삼아 당당하게 싸움에 임하고 있으나, 국민들로서는 애국으로 읽자니 ‘날라리로 읽히고’ 정파 싸움으로 음역하면 ‘상스럽게 들리니’ 어쩔 노릇인가. 매미소리는 머지않아 소멸되겠으나 우우 피 끊는 우리들의 속울음은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전후 베이비붐 세대 친구 몇 명이 같이 저녁을 먹었다. 자연스럽게 어릴 때와 학창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그날 이야기는 우리가 참 복 많고 행복한 세대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우리는 전쟁을 겪지 않았고 고도성장기에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했으며, 처자식을 부양하고 부모를 봉양하고 그런대로 노후 대책도 마련할 수 있었던 운 좋은 세대였다. 1950년대 중후반 세대들의 어린 시절은 춥고 배고프고 때로 막막했다. 그때는 특별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들의 형편이 비슷했다. 처지가 비슷하다 보니 동병상련하면서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았다. 극도의 궁핍 속에서도 대부분 가정은 아이들을 상급학교로 진학시켰다. 그 당시 부모들은 자는 아이 머리를 만지며 “열심히 배워서 우리보다는 잘 살아야 한다.”라고 기원했다. 우리 세대는 ‘배는 고팠지만 희망이 있는 시대’를 살았다.오늘의 청소년들은 어떤가. 그들은 “지금 배는 안 고프지만 희망이 없는 세대”라고 말한다. 부모들도 자녀들을 보며 “나보다는 더 잘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네가 나만큼이라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한다. 대학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어느 정도 재력이 있다면 명문대는 삶을 향유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명문대를 나와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은 SKY를 졸업한 사람이 승자가 아니고 결혼할 때 양가로부터 집 한 채를 물려받는 자가 승자라고 말한다. 결혼 당시 최소한 전셋집 정도에서는 출발해야 아이를 낳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허덕이다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 세대처럼 빈손으로 출발하면 영원히 빈손으로 적자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한일 무역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어느 명문대 재학생과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대학가는 일본의 무역규제 조치에 대해 왜 항의 시위 같은 것을 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답이 충격적이었다. “스펙 쌓고 취직 준비하기 바쁜데 데모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부모님 세대들은 국가와 민족, 통일 등 굵직한 주제를 두고 열심히 운동을 해도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할 수 있었잖아요. 우리는 죽도록 공부해도 취직이 안 됩니다. 불매운동이나 촛불집회는 어른들이나 하세요. 내 코가 석자입니다.” 더 할 말이 없었다.수시 상담을 하면서 자기소개서 문구 하나로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보면 안쓰럽다. 당사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비슷한 내용을 수없이 보는 나로서는 거의 차이를 못 느끼고 별다른 감흥이 없다. 지금은 대외 수상이나 논문 같은 것을 기재하지 못하게 되어있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스펙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부모의 교육 수준과 재력이 엄청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외고 2학년 때 2주 인턴을 한 뒤 의대 연구소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밝혀졌다. 적법 여부를 떠나 수많은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특권층이 적법했다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 자체가 취업난과 생활고로 허덕이는 그들을 분노케 하고 좌절하게 한다. 외고를 나와 이공계열을 거쳐 의학전문대학에 진학한 뒤 두 번 유급을 했는데도 장학금을 6학기 동안 받았다는 사실과 “유급을 하고는 학업 포기까지 고려할 정도로 낙담한 사정을 감안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학업에 정진하라는 뜻에서 면학장학금을 지급했다.”는 지도교수의 말은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부러졌다고 생각하는 젊은 그들을 허탈하게 한다. 그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핏발 선 눈으로 냉소와 조롱의 질문을 던진다. 낙제한 학생에게 격려 장학금을 준 교수를 국민의 스승으로 모시고 그의 모든 행적을 까발리자. 돈이 없어 휴학하는 학생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장학금 주는 착한 교수는 없나? 실연해서 죽고 싶다는 학생에게도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장학금을 주는 기특한 교수는 없나? 가진 자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말이 수많은 사람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각종 특혜와 불평등을 없애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자며 촛불을 들도록 부추긴 당신들이 이제 답하라. 우리에게 정말 희망이 있는가? 이게 온전한 나라인가?

김해신공항 재검증…대구경북 배수진 쳐야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 때문에 잠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21일 오후 국무총리실이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재검증과 관련한 ‘지자체 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먼저 부산시·울산시·경남도(부울경)와 국토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가 열렸다. 이어 대구시·경북도와 국토부 관계자를 상대로 한 설명회도 개최됐다.설명회에서는 검증기구 구성기준, 검증범위 및 시기, 검증위원 선정 등과 관련한 총리실의 기본 방향이 제시됐다.총리실 측은 “현재 기본방향만 있을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힌 상태다. 중립적 입장을 취한 것 같지만 재검증 절차 개시 자체가 부울경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어서 대구경북의 주장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새 공항 입지 문제 등은 설명회 내용에 들어있지 않았다지만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이번 설명회 참석 자체가 부울경의 수순에 말려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떨칠 수 없다. 자칫 가덕도신공항 논의의 장을 공식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대구시와 경북도에서는 “설명회 조차 참석않으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 마냥 외면할 수 만은 없다. 총리실의 설명을 듣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가덕도신공항 절대 불가’라는 일관된 방침 하에 사안에 따라 대응하면서 반박 논리를 제시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대구경북발전협의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총리에게 김해신공항 재검증 즉각 중단을 요청했다.이들은 “재검증 문제는 사실상 여당에 의해 제기된 내년 4월 총선용이란 의혹이 짙다”며 “재검증을 하더라도 총선 이후여야 하며, 5개 시도가 합의하는 방식에 의해 용역시점, 기관, 방법 등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영남권 관문공항이 특정 지역의 민심 달래기용으로 전락하는것을 좌시하지 않을것이라는 입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표명했다.김해 재검증 문제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지역민이면 삼척동자라도 안다. 가덕도공항이 추진되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허울뿐인 ‘동네 공항’으로 전락하게 된다.만약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가시화될 조짐이 보이면 대구경북은 지역 역량을 총동원해 반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 행정소송 등도 검토해야 한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정치적 명운을 걸고 시도민과 함께 가덕도 공항을 저지할 수 있는 배수진을 쳐야 한다.

일본은 그렇게 밀려났다

일본은 그렇게 밀려났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1%대 성장이 지척이다. 다름 아닌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얘기다. 지난 주말 발표된 한 외신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42개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2.0%이지만, 그중에 11개 기관이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 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친다면 이는 1970년대의 오일쇼크, 1990년대 후반의 동아시아 통화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세계적인 충격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처음 겪는 일이 될 것이다.더군다나 요 며칠 사이에는 여기저기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당장 올해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1%대 성장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언제 해결될지 모를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는 물론이고 최근 거론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외 악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내수 경기 회복마저 지연된다면, 2020년대 중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리만큼 훨씬 빠른 속도로 우리 경제는 1%대 성장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느끼는 두려움 또한 그만큼 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는 별개로 정작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자면, 1%대 성장시대란 과연 어떤 상태이고, 우리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염려하고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는 다르고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지난 30년간 겨우 1%대 성장에 그친 일본을 보면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다.일본 경제가 1989년 말부터 시작된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장기불황에 빠졌고, 지금도 완연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또, 버블붕괴의 심각성을 인지 못 해 단기 대증요법을 반복함으로써 100조 엔 이상의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빚만 늘린 채 더 깊은 경기침체의 나락으로 빠졌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국가 전체로 보면 망하지 않은 것이 놀랍고, 아직도 빚을 내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천만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은 또 다른 이야기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2만 명 내외 수준이었던 자살자 수가 1990년대 후반 들어 3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홈리스 수도 2만5천 명을 넘어 생활고가 매우 심해졌다. 빈부격차가 심화되어 격차사회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니트족(청년무업자)이나 은둔형 외톨이처럼 청년층의 실업과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일자리 부족 등에 따르는 소득 감소로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람이 느니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지게 되었음은 당연하다. 고령층과 중년층을 중심으로 한 고독사가 급증한 것도 장기불황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다. 장기불황은 일본 국민 개개인의 삶을 매우 피폐화하였고, 누구나가 중산층이라는 1억 총중류사회를 실현하려던 일본의 꿈도 그렇게 사라졌다.에즈라 보겔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Japan as No.1’이라 칭송하며 본받으라던 일본의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라는 자만에 빠져 시장에서 원하는 혁신을 도외시하면서, 외부와 단절된 채 갈라파고스식 경영을 추구하던 일본의 대표 기업들과 주력산업들은 경쟁자들의 추격에 못 이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일본은 그렇게 밀려난 것이다.간단하게나마 이렇게 보니 참으로 두렵다. 지금 우리가 처한 모든 조건은 과거 일본과는 크게 다르다. 또, 우리 경제가 1%대의 저성장시대에 진입하더라도 꼭 일본처럼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장기에 걸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현실과 마주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울나라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말처럼 지금이라도 죽으라고 뛰어야 한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 다이아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이아나 루먼스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으로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중략)/ 더 많이 아는 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누구나 살아온 생을 돌아보면 후회와 미련이 박혀있는 대목이 있기 마련이다. 내 경우 다른 무엇보다 실패한 결혼과 더불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회한이 크다. 아이가 생겼다고 저절로 좋은 부모가 되고 좋은 자녀로 자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타고난 성품과 재능이란 게 있겠으나 아이들은 백지와 같아서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모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고백컨대 나는 아이들에게 그리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 모범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위엄도 없었다. 아이 역시 썩 좋은 아들로 성장한 것 같지는 않다.솔직히 후회막급이다. 아이와 하나가 되려는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부족했다. 누가 내 이력을 들추어 공격한다 하더라도 자식에 대한 부분만큼은 티끌 잡힐 게 없지 싶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동안 졸업식 말고는 한 번도 학교에 찾아간 적이 없으며, 아이들의 성적 또한 늘 평균 이하면 이하였지 평균을 상회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둘 다 군대도 제 알아서 가고 작은 아이가 복무했던 부대는 강원도 오지 최전방이라 단 한 번 면회를 가지 못했다. 그 대목만큼은 지금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루먼스는 부모의 통제과잉을 경계했지만 나는 거의 방임수준이었으니 부정적 의미의 방치에 가까웠다.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게 하지도, 더 많이 껴안지도 못했다. 그 모든 것의 시늉을 안 하지는 않았겠으나 결국 바라보는 일에 인색하여 작은 도토리 속에 큰 떡갈나무가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했다. 모든 부모들은 아이를 잘 키우길 원하지만 나로서는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탓에 맥없이 시간을 흘려보낸 뒤 불감당이 되었다. 자녀를 가르치는 최선의 교육은 부모의 사랑과 모범인데 그러지 못했다. 아비의 능력으로 도움을 주지도 못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른버짐 같은 황폐한 그 자리에 할머니란 존재가 계셨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각자 제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못마땅한 것 투성이다. 만약 아이를 키울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잘 한번 키우고 싶다. 이 시처럼 자존감을 높여나 주는 말, 잠재력을 길러주는 말,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말, 희망과 용기를 주고 꿈을 갖도록 하는 말을 먹고 자라도록 하겠다. 말은 생각을 지배하고 행동을 유발하며 삶을 이끌어갈 것이므로. 또 생명의 존엄을 가르치고 이웃을 생각하며 책무와 자기 자신에 엄격하도록 가르칠 것이다.물론 그러자면 부모부터 그 소양과 자질이 갖춰져야 하리라.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끗발’이 통하고 자식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번 조국 후보자 자녀문제 논란과 한진 일가의 무너지는 모습 등을 보면 팔다리의 힘이 쪽 빠진다. 내게도 여섯 살 손녀 ‘지혜’가 있다. ‘힘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잘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TK 대권 잠룡, 수도권으로 가라

자유한국당의 대권 잠룡들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대구·경북) 출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그러나 낙하산 공천과 서울 TK(대구·경북)의 전략 공천 반대 움직임 속에 잠룡들의 지역 출마를 전제로 한 행보를 고깝게 여기는 지역민들이 적지 않다. 잠룡의 위상과 역량에 걸맞게 험지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출마해 낮은 야당 지지율을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해야지 손쉬운 당선 길을 택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도 한국당의 위기 시절 당을 이끌었던 이들의 TK 출마 움직임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한국당의 현재 어려운 상황은 외면한 채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구·경북에서 금배지를 단 후 대권을 향해 나가겠다는 이들의 의도를 탐탁찮게 여기는 것이다.최근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의 차기 총선에서 지역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들이 잇따르면서 지역 정가에 논란이 일고 있다.김 전 비대위원장과 홍 전 대표는 최근 TK의 바닥 민심이 심상찮다며 자칫 내년 총선에서 보수 텃밭인 TK의 승리를 점칠 수 없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위기의 한국당을 위해 자신들이 지역에 출마해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간접적인 의사표시다.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는 각각 대구 수성갑과 동구을, 북구을 등 대구지역 전략 공천설의 중심에 서 있다.김 전 비대위원장은 최근 지역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자신의 지역 출마 여부를 타진하는 등 잦은 접촉이 수성갑 출마설의 배경이다. 홍 전 대표는 대구에서의 마지막 정치 인생을 보내고 싶다고 표명하는 등 지역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한때 한국당의 얼굴이었던 이들의 지역 총선 출마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들이 지역에 출마할 경우 바닥권의 지역 민심 이반이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국당은 지역 전석 석권은 고사하고 집권 여당에 자리를 내주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되레 한국당의 서울 등 수도권에서 여론 악화 등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양 잠룡은 서울과 경기도의 험지에 출마, 침체된 한국당의 분위기를 쇄신시키고 자신들의 역량과 전투력을 바탕으로 한국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또한 이참에 바른미래당 등 야권과의 보수대통합을 통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전 대표도 서울 등에 출마해 보수의 기치를 올려야 한다. 한국당 잠룡들은 서울로 가라. 거기서 본인들의 진가를 보여주고 대권을 노려라. 그것이 총선 출마의 명분도 찾고 지리멸렬한 한국당을 살리는 길이다. 지역민에게 권력욕으로 비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겠나.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봐야 할 책이 있으면 즉각 사야 하는 급한 성격 탓에 집에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몇 권 있다. 당장 책 한권 내리 읽을 것 같던 마음가짐도 주문한 책이 도착할 때쯤이면 의욕이 반감해버린 뒤여서 시간이 날 때 읽어 보자라며 미뤄두기 때문이다. 이런 개인적인 약점을 커버해주는 것이 전자책(eBook)이다. 배송을 기다릴 필요 없이 클릭 한번으로 바로 읽어볼 수 있어서다.종이책에 대한 향수가 한번씩 일어나는 건 전자책의 단점이다. 책을 넘길 때의 감촉과 첫 장을 넘길 때의 종이 냄새는 그리움이다. 두툼한 책을 들고 손으로 느끼는 느낌은 전자책으로서는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이다. 그래도 전차잭 시장은 매년 20~30%대씩 급성장하고 있다.‘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저, 창비)를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이 책을 봐야지 마음먹었을 때 바로 클릭해서 볼 수 있다는 점,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전자책의 장점을 생각하며 가볍게 구입한 이 책은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니….“내가 원래 결정장애가 심해서…”“요즘 얼굴이 너무 타서 동남아 사람 같아”“여자들이 원래 수학에 좀 약하지 않나?”흔히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들이다. 이런 말이 아무렇지 않다면 당신도 ‘선량한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스스로가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위의 세 문장은 모두 차별의 표현을 담은 말들이다. 특히 결정장애라는 말은 장애를 부족함과 열등함의 뜻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중의 하나이다.또 다른 예를 보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기준은 뭔가? 실제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는 일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한 구분일 뿐이다. 심지어는 비정규직인 직원이 정규직 직원보다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어쨌든 비정규직을 따로 뽑고 정규직 전환 단계에서는 무기계약직이란 신분을 달아준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사회의 모습이니까, 다른 곳에서도 다 똑같으니까 차별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 듯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못한다.이처럼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는 우리 모두는 사실은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차별에 대한 인식은 10~20년 전에 비하면 놀랄 만큼 높아졌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은 차별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고, 평등이라는 원칙을 도덕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다만 차별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을 곳곳에서 만난다.차별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은 이 사회에 너무나 넓게 퍼져있다. 서양인과 결혼하면 글로벌 가족이고 동양인과 결혼하면 다문화 가족이 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차별의 용어가 되어 버렸다.얼마전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판 주인공에 할리 베일리가 낙점된 이후 ‘흑인 인어공주’라며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인어공주 원작이 덴마크 동화라는 점을 근거로 흑인 주인공에 반대하는 일부 여론에 디즈니 측은 “덴마크 ‘사람’이 흑인일 수 있으니까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며 “흑인인 덴마크 사람과 인어가 ‘유전적으로’ 빨간 머리를 갖는 것도 가능하다”고 반박했다.때로 아주 작은 차별은 무시해도 되나? 흑인 인어공주처럼 다수가 이야기하면 합리적인 차등이라고 이야기해도 되나? 가끔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나 시정조치를 역차별이라고 공격하지는 않나? “이런 말은 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혐오주의자나 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바로 나, 당신, 우리일 수 있다. 평범한 우리 모두가 선량한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 저자의 말이다.마지막 문장은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할 만큼 섬뜩하게 한다.

대근 엽채 일급 / 김연대

대근 엽채 일급/ 김연대이순 지나 고향으로 돌아온 아우가/ 버려두었던 옛집을 털고 중수하는데/ 육십 년 전 백부님이 쓰신 부조기가 나왔다/ 을유년 시월 십구일/ 정해면 오월 이십일/ 초상 장사 소상 대상 시 부조기라고/ 한문으로 씌어 있었다/ 육십 년 전 이태 간격으로/ 조모님과 조부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추강댁 죽 한 동이,/ 지례 큰집 양동댁 보리 한 말,/ 자강댁 무 열 개,/ 포현댁 간장 한 그릇,/ 손달댁 홍시 여섯 개,/ 대강 이렇게 이어져 가고 있었는데,/ 거동댁 大根葉菜一級이 나왔다/ 대근엽채일급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나는 그만 핑 눈물이 났다/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내 아버지, 할아버지와/ 이웃들 모두의 처절한 삶의 흔적/ 그건 거동댁에서/ 무시래기한 타래를 보내왔다는 게 아닌가.- 시집『아지랑이 만지장서』(만인사, 2012).......................................................지난 74년 동안 우리 경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어마어마한 외형적 폭풍성장을 해왔다.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적인 인프라와 국민의 생활상도 크게 바뀌었다. 특히 1945년 70%에 달했던 농업 인구는 현재 5% 남짓이다. 시의 배경인 안동 길안마을 역시 전형적인 두메산골 농촌지역이다. 시에서 ‘을유년’은 바로 1945년 광복을 맞은 해이고 ‘정해년’은 2년 뒤 1947년이다. 농지개혁 이전이므로 당시 전체 경지 가운데 3분의 2는 소작지였으며, 206만호 농가 중 자작농은 14%에 불과했다.시에서의 생생한 ‘부조기’는 당시 우리 농촌의 생활상과 인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죽 한 동이’ ‘보리 한 말’ ‘무 열 개’ ‘간장 한 그릇’ ‘홍시 여섯 개’ 60년대 계란꾸러미와 메밀묵, 백설탕 등이 인기선물이자 주요 부조품목이었음을 기억하는 우리에게도 무척 소담스럽다. 하지만 낯선 품목이 아닐 수 없는데, 그 이후 세대에겐 참으로 생경한 부조물품이리라. 우리네 조부와 부모님 세대들이 고스란히 겪었던 가난과 그 가난 가운데서도 서로 따스한 인정을 나누며 돕고 살았던 눈물겨운 삶의 기록이 아닌가.살림살이야 남루하기 그지없지만 이웃끼리 서로 보듬고 나누며 살아오면서 누구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는지, 겉보리소출이 얼마인지, 숟가락이 몇 개인지 빠삭하게 서로의 형편을 살폈다. 이웃에서 큰일을 치면 온 동네사람들이 ‘간장 한 그릇’으로, ‘홍시 여섯 개’로, 그도 아니면 몸을 때우는 걸로 거들었다. 그중에 ‘대근 엽채 일급(大根葉菜一級)’ ‘무시래기 한 타래’라니, 무슨 사족이 더 필요하랴. 지난 세월동안 우리는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을 누리며 산다고 여겼으나 이웃에 누가 병으로 속울음을 울고 있는지, 누가 밤사이 죽어나갔는지 모른다.탈북민 모자가 굶어 죽은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누구 하나 관심조차 갖지 않은 채 오로지 나 자신과 내 가족만을 위해 이기적인 관행으로 살아오진 않았는지. 문상과 부조는 진정으로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살이 방편으로 덤덤하고 간결한 애석함의 표시에 지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경제적인 삶의 질은 높아졌다지만 각종 범죄, 자살 등 비경제적 지표들은 갈수록 악화를 기록했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사기범죄는 날로 지능화되었으며 남의 돈을 날름 떼어먹고도 당당한 사람들로 넘쳐나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구미시 도심공원 일몰제 손놓고 하세월

신승남중부본부 기자대구시는 최근 5천60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 장기 미집행공원 18곳의 토지 매입에 나섰다. 이와 함께 구수산과 갈산공원 등 2곳의 민간공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정부가 지난 5월 부지를 매입하는 지자체에 70%의 지방채 이자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이자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매입 대상지는 전체 장기 미집행 공원 38곳 중 범어·두류·학산·앞산·천내·야시골·장기·송현·연암·신암·대불·상리·망우당·남동·하동·창리·장동·불로고분공원 등 18곳의 도심공원 부지 중 개발 가능성이 큰 우선조성대상부지 281필지 53만4천㎡이다.대구시는 내년 6월까지 공원조성계획인가와 공원 설계 등을 거쳐 대구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도심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도심의 푸른 숲을 빚을 내서라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어서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내년 7월이 되면 일몰제에 따라 장기 미집행시설인 도심공원 등이 해제된다.도심공원 등이 해제되면 토지 소유주들이 자신의 땅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개발할 수 있어 난개발이 예상된다는 것이 행정은 물론,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난개발 가능성을 알고 있는 정부도 1999년 헌법재판소가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장기미집행 시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이후 일정기간 도심공원 해제를 유예하고 민간이 개발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문제는 열악한 지방재정이다. 땅을 매입하기 어려웠던 구미시는 지난 2015년부터 민간이 공원을 개발하고 그 일부(30%)의 토지에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지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민간공원 조성 사업을 시행하려 했다.중앙공원과 동락공원, 꽃동산 공원 민간공원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하지만 중앙공원 민간공원 조성사업은 기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시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됐고 결국 이번 제8대 시의회가 동의안에 반대하면서 무산됐다.남은 것은 동락공원과 도량동 꽃동산 공원 2곳인데 공원조성계획인가와 공원 실시 설계 등을 고려할 때 사업 성사여부는 녹록치 않다. 또 일부 시의원들과 시민단체 등이 특혜 등을 운운하며 반대에 나설 경우 사업 자체가 불투명하다.그러는 사이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을 받는 구미시 어린이공원과 근린공원은 모두 32곳, 1천2만9천684㎡로 이 가운데 78.5%인 787만8천859㎡가 사유지다.이를 모두 매입할 경우 5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구미시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일부 시민단체와 시의회의 눈치를 살피느라 도심공원 대부분이 사라질 처지지만 구미시는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구미시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넋두리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넋두리오철환객원논설위원 트럼프는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389억 원을 받은 걸 두고 하는 말이다. 내년엔 분담금을 대여섯 배 인상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일본과의 갈등에 대한 중재 커미션을 요구하는 꼼수인지도 모른다. 분통이 터진다. 북한의 김정은을 아름다운 친구라고 치켜세우고,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겐 상식 이하의 조롱을 일삼는다. 질투심을 이용하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것인지, 재선에 써먹으려고 공을 들이는 것인지, 아니면 다목적용인지 모르겠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든 치졸하다. 정신 바짝 차려도 시원찮을 시국이다.주한미군이 국방에 기여한다면 상응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정당한 분담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비용의 성격을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국방이나 안보를 위한 비용은 전액 대한민국 부담이다. 북한의 도발과 침략에 대비하는 비용은 대한민국 부담률이 절대적이라 본다. 북한이 미국을 응징대상으로 삼는 이상 대북 경계가 미국 국가안보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방 목적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국방비를 남의 나라에 전가하는 것은 주권국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미국의 국가안보나 패권 목적의 비용은 당연히 미국 부담이다.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는 목적이라면 패권 차원이다. 예컨대 전략자산의 전개라든가 미군의 배치전환 등은 미국 부담이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물론 원칙적 접근으로 판단하기 모호한 부분이 많다.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국 국방비를 우방에 떠넘기는 것은 자국군대를 용병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트럼프도 주한미군을 용병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분담금에 대한 투명한 관리는 당연하고 어떤 면에선 국민에 대한 의무다. 지원금은 세금이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잘 감시하여야 한다. 불용액으로 남은 경우, 다른 단체의 지원금과 동일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일조가 넘는 불용액을 두고 회수는커녕 계속 분담금을 증액 지원할 뿐만 아니라 그 집행상황도 감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어도 억울할 게 없다. 예산을 지원받은 단체는 상시감사는 물론 국정감사도 받을 필요가 있다. 예산이 시스템에 의하여 원칙대로 투명하게 집행된다면 지원금이 적고 많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쉽게 준다고 자존심 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 트럼프가 수금하러 오지 않아도 줄 돈은 줘야 한다.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북한이 중·러와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강한 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이 깨질까봐 겁을 내는 건 이해한다. 그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살피고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방위비 분담금의 부당한 부담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침략을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이 중·러의 팽창을 우려할 수 있다. 방 빼라는 말이 미국의 급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점에 잘 착안하면 미국에 당당할 수 있다.급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돈을 우려내려 한다면 우방이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은 장사치의 흥정대상이 될 수 없다. 약점을 잡고 우려먹는 방법은 하책이다. 아무리 장사꾼이라도 턱도 없는 방식으로 뻥치고 협박하여서는 그 약발이 오래가지 않는다. 곧 밑천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밑천이 드러난 장사꾼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북한은 대한민국을 따돌리고 미·중·러·일 등과 직접 상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이다. 핵을 보유하면 군사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고, 국가 간 관계에서 당당할 수 있으며, 미국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잘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도 큰 판을 보고 용감하게 대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핵에 대응하여 대한민국도 핵을 가져야 대칭을 이룬다. 미군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를 잠재적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려하고, 북핵마저 또 다른 겁박수단으로 끌어쓰려한다면 우리도 핵무장 카드를 꺼내들 필요가 있다. 일본이 극렬히 반대할 것이다. 일본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물밑접촉을 통해 상호 윈·윈할 묘책을 찾아야 한다. 궁즉통이다. 이스라엘의 핵 보유 과정과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정책을 진지하게 연구해볼 때다. 핵을 가져야 강대국이 될 수 있고, 영공 침범 시 재래식 무기라도 자신 있게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