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TK 당선자들 앞에 놓인 과제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이 대구·경북에서는 싹쓸이에 성공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있긴 하지만 그야 어차피 복당을 다짐했으니 싹쓸이란 표현이 과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민 입장에서 과연 통합당이 TK 사수에 성공했다고 기뻐만 할 수 있을까. 지금 대구·경북 상황을 봐도, 또 총선 결과 확인된 전국 민심과 곧 개원할 21대 국회의 구도를 보더라도 오히려 걱정과 염려가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당장 대구·경북에는 난제가 쌓여 있다. 코로나19 피해도 이른 시일 내에 회복해야 하고 장기 침체에다 성장동력 부재로 힘들어하는 지역 산업계는 활로를 찾아야 한다. 여기다 도시 발전의 정체, 인구 감소 등 시급한 과제만 해도 차고 넘친다.그런데 총선 결과는 그나마 있던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 몇도 전멸하고 ‘우리 당’이라고 밀어주던 통합당은 영남권 외에선 참패해 당세마저 대폭 약화할 전망이다. 앞으로 지역예산 확보와 국책사업 추진 등에서 과연 지역 정치권에 정치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 돼버렸다.대구·경북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인적 피해야 겉으로 드러나기에 치료라도 할 수 있지만 수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직,간접 손실과 그로부터 파생하는 지역상권의 피해는 정확한 집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오죽하면 집단파산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매년 예산철만 되면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중앙정부의 예산 따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고위직에 줄 닿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지역정치권의 대여, 대정부 교섭력도 기대한 만큼 뒷받침이 안 된다고 푸념한다.여기에 당장 지역정치권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 예산을 끌어와야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는 게 지역 현실임을 볼 때 지방정부를 위해 중앙정부와의 소통도 거들어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든든한 지원세력도 돼 줄 것을 지역민들과 지방정부는 기대하고 있다.지금 전염병 사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6천억 원,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지역에 풀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재난지원금에 대해 너무 보수적 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한다.뭔 말이냐면 경기도가 전체 도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는데 어떻게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된 대구·경북에서 선별 지원을 결정했느냐는 것이다. 어느 지역보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결국 이걸 지역경제 살리는 마중물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더 적극적인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물론 재난지원금이 지방정부의 재정 형편에 따라 편성됐기에 그렇겠지만, 특별재난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또 지역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지방정부와 협력해 중앙정부에 정치력을 발휘해야 했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시, 도의 대응에서 아쉬워하는 대목이다.이번 총선에서도 지역 정치권은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너나없이 마음 졸이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만도 아니고, 선거 때면 늘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왜 유독 대구·경북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암만 생각해도 뭔가 앞, 뒤가 바뀐 것 같다. 위기 때마다 당을 살렸고, 필요할 때는 힘을 몰아 준 곳이 대구·경북인데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늘 통합당에선 주변부이거나 지도부 눈치보기 신세를 못 벗어나고 있으니 말이다.TK 당선자들은 이제부터라도 통합당에서 지역의 기여분만큼이라도 제 몫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도 지역민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당 지도부에는 당연히 들어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역민들이 통합당에 보여준 정성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요구가 아니겠는가.그런 다음이라야 지역을 위해서도, 그리고 당선자 본인을 위해서도 긴요하게 쓰일 정치력을 TK 당선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통합당 전체 의석수는 적더라도, 해야 할 일을 못 하면 유권자들은 다음 선거에서라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역민들이 언제까지고 실리에 눈감고, 애국심만으로 표를 줄 거라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다.

독자기고…사기 피해,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강진주상주경찰서 수사과 경제팀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마스크가 지금은 보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온 국민들이 힘든 이 시기에 마스크 품귀 현상을 겨냥한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우선 중고 사이트를 통한 마스크 대량 구매 사기이다.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요즘 마스크를 대량으로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혹 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가족, 연인, 주변 사람들을 위해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을 송금받은 뒤 갖은 이유를 대며 택배 발송을 미루다 결국 잠적해 버린다. 마스크가 급하게 필요해 구매하게 된 피해자들에게는 큰 충격과 배신감이 아닐 수 없다.경제범죄 수사팀에서 근무하는 필자 또한 이와 비슷한 사기 사건을 담당하게 될 때면 안타까움과 동시에 분노가 일어난다.대부분의 인터넷 물품 사기는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것이 쉽지 않다.이러한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마스크 뿐만 아니라 물품을 인터넷 상에서 구매할 땐 미리 사이버경찰청 사이버캅 어플 또는 ‘더 치트’ 사이트를 활용한 범죄 계좌조회를 해보고 먼거리가 아니라면 되도록 현장거래를 추천한다.마스크 사재기 등을 통한 매점매석 행위도 일어나고 있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7조에 의하면 ‘사업자는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매점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물가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여 매점매석 행위로 지정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품귀현상을 악용한 악덕 판매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경찰은 부정판매 행위 단속 강화와 더불어 예방 홍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마스크 등 매점매석 행위를 목격하거나 알게 된 경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신고 접수가 가능하다.

문향만리…표본실의 청개구리

표본실의 청개구리 염상섭~표본실의 박제가 된 식민지 지식인~…‘나’는 권태가 고질이 되어 집에 틀어박혀 산다. 불면증에 술·담배로 절어있다. 텁석부리 선생이 청개구리를 해부하던 일이 뇌리에 머문다. 숨 막히는 경성을 떠나고픈 잠재의식이 인다. 친구 H가 남포로 바람 쐬러 가자고 한다.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H가 때맞춰 낚아 챈 것이다. 평양역에 내려 부벽루를 거닐다가 장발의 걸인을 만난다. 초탈한 모습이 인상 깊다. 남포에서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를 갖는다. 객담 끝에 기인 김창억이 화제로 떠오른다. 그는 광인이거나 철인인 듯하다. 네 사람은 그를 만나러 간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묘한 전율을 느낀다. 그는 황당한 꿈을 꾸는 듯하다. 친구들은 놀리고 비웃지만 나는 그를 이해한다. 김창억은 행세하던 객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비록 신동이었지만 난잡한 부친으로 인해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모친의 보살핌으로 경성의 사범학교를 다녔다. 부친이 사망한 후, 살림이 쪼그라들었고, 모친마저 사망하자 집안이 거덜 났다. 마침 남포에 소학교가 생겨 교편을 잡는 바람에 그는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했다. 결혼도 하고 딸도 낳았다. 그것도 잠시뿐, 아내가 죽었다. 그는 실의에 빠져 술만 퍼마시다가 학교를 떠나 방랑했다. 반년쯤 지나 새 장가를 들고 새 출발을 했다. 다시 마가 꼈다. 불의의 사고로 네 달 동안 철장신세를 졌다. 출옥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는 외간남자와 정분이 나서 가출한 상태였다. 그는 비탄에 잠긴 나머지 점점 정신이 이상해져 갔다. 그는 엉뚱하게도 삼층집을 계획했다. 기둥을 세우고 널빤지를 걸치고 멍석을 둘러막아 얼렁뚱땅 삼층집을 지었다. 말이 삼층집이지 원두막에 가까웠다. 그 삼층집을 아지트로 세계평화를 목적으로 한 ‘동서친목회’를 조직하고, 그 목적달성의 일환으로 강연을 펼쳤다. 그의 기이한 행적은 일대에 쫙 퍼졌다. 우리가 만난 때는 그 즈음이다. 그 2개월쯤 후, 그 삼층집이 불타버렸다. 신성한 집을 신에게 되돌려 준 셈이다. 그의 용기와 자유로운 영혼이 가엽다. 마음이 무겁다. 보통문밖 짚더미 속에서 우물거리다가 장발을 한 채 돌아다니는 그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개구리 해부는 당연히 실험실에서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실험실’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표본실’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제의 눈을 의식하여 제목을 비틀었다. 세계평화를 부르짖는 김창억은 안중근의 ‘만국평화론’과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를 지지했던 우리 민족의 대리인 격이다. 그는 우리 민족의 울분과 염원을 보여주는 표본이다. 이 표본은 「날개」에서 ‘박제된 천재’로 부활한다.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분에도 작가의 뒤틀린 심사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변온동물인 개구리 배를 갈라봐야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올 리 없다. 당시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먹던 저간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자연주의 기법에 정통한 작가가 정확한 관찰도 없이 핵심적인 장면을 엉터리로 묘사했을 리 없다. 항간을 읽어달라는 복선이다. 작가는 청개구리를 불러내는 방식으로 일제에 쐐기를 박았다. 일제와 거꾸로 가겠다는 의도가 눈물겹다. 삼층집은 삼천리금수강산을 염두에 둔 착상이다. 이 작품은 당시 지식인들의 나약하고 무기력한 정신상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암담한 현실을 인식하지만 한발 물러나 빈정거리는 시니컬한 그들의 모습은 가련하다. 3·1 운동 이후 침체된 사회분위기를 감안하여 허무주의 내지 무정부주의에 경도된 당시 지식인들의 성향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원하지 않고는 정말 돌아버릴 만한 상황이다.오철환(문인)

의료칼럼…가려진 이마 속에 숨겨진 비밀

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코로나가 한풀 꺾인 듯한 시기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어느날 오후, 잔뜩 성이 난 부부가 진료실로 찾아왔다.마치 죄를 지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아내와 분을 참지 못해서 화가 잔뜩 난 표정의 남편이었다. 남편의 눈빛을 보니 내가 마치 무엇인가 잘못한 일이 있나 싶은 눈치가 들 정도였다. 다행히 나를 처음 찾아온 환자라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근처 병원에서 아는 지인의 소개로 쌍꺼풀 수술을 한 아내의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술하기 전에 눈의 크기가 조금 달라서 이것도 함께 고칠 수 있는지 질문해 보았는데 자기 병원만이 완전히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는 말에 대뜸 수술대에 누웠다고 한다.그런데 그 후 문제가 생기면서 부부간에 냉전이 벌어졌으니 안타까웠다.수술 후 인상이 매서워지면서 예전의 눈매가 아니라고 남편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는 가하면 양쪽 눈의 짝짝이도 더 심해져서 눈 자체도 불편해졌다고 한다.동네 지인 여럿이 함께 수술했지만 자신만 이런 문제가 생기면서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도 잘못되었다고 수군거리는 소문을 듣게 되면서 대인기피증까지 함께 생겼다고 한다.수술 후 눈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아가 보았지만 수술한 의사와 언쟁만 벌이고 나서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 남편과도 사이가 서먹해졌다고 한다. 함께 식사하다가도 눈만 쳐다보는 것 같은 남편의 시선 때문에 서로 마음이 상해 이제는 각 방을 쓸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한 편의 소설 같은 이야기를 듣고 나서 빨리 해결해서 한 가정을 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눈을 자세히 들여 보았다. 부릅뜬 듯한 눈매를 보니 중년 이상의 나이에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나면 생기는 전형적인 모습이 보였다. 양쪽 눈동자의 크기가 다르고 쌍꺼풀도 짝짝이가 된 것도 보였다.무엇이 원인일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짙은 퍼머로 가려진 이마를 들추어 보았다. 그런데 양쪽 눈썹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낮은 왼쪽 눈썹 위로 희미한 상처가 보인다. 아마 어릴 때 다친 흉터로 보였다.“혹시 어릴 적에 이마 다친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니 초등학교 시절, 넘어지면서 이마를 돌에 찧어 상처가 심하게 나서 병원에서 치료한 적이 있다고 작고하신 부모님께 들었다고 한다.다치면서 근육과 신경 일부가 손상을 입어 이마 근육의 힘과 움직임이 약해진 것이었다.눈꺼풀 처짐이 심하지 않은 20대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 눈꺼풀이 늘어지고 눈꺼풀을 당겨 올리는 근육의 힘이 약해져 이마 근육의 힘을 이용해서 눈을 뜨게 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다친 왼쪽 이마 근육의 힘이 오른쪽보다 약해지면서 이마로 당겨 올리는 힘이 부족해져서 눈동자의 크기도 작아지고 쌍꺼풀도 덮인 채로 더 이상 커지지 않았던 것이다.이제 이 가정을 구해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좌우의 힘의 차이를 최대한 줄여주어야 한다. 처진 왼쪽 눈썹을 최대한 끌어올려 오른쪽 눈썹과 같이 맞추어 주는 것이 첫 걸음이다.수술 준비를 하고 마취를 한 다음 양쪽 눈썹의 아래쪽 문신을 한 선을 따라 세심하게 절개헸다. 처진 왼쪽 눈썹을 오른쪽 눈썹과 같은 높이가 되도록 한껏 끌어올려 단단히 고정해 주었다. 이와 함께 수술 후 좁아진 눈과 눈썹 사이의 거리도 눈썹을 들어 올리면서 수술 전과 같아지도록 교정해 주었다.수술 직후 양쪽 눈썹의 높이와 눈의 크기가 비슷해진 것을 보고 부부는 일단 안도하는 눈치였다. 일주일째 되는 실밥 제거하는 날 비록 수술한 부기와 멍은 조금 남아 있었지만 한층 자연스러워진 눈매와 같아진 양쪽 눈동자에 만족하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안도하는 부부에게 “이제 이만하면 어느 정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부기와 멍이 잘 빠지고 큰 문제가 없다면 좀 더 젊어진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 주었다.중년 이상의 나이가 되면 눈꺼풀 수술을 생각하기에 앞서 처져 내려온 이마와 눈썹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나서 눈 수술을 해야 한다. 눈썹의 높이가 서로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문제가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해결되어 천만다행이다.눈 수술을 할 때는 눈만 볼 것이 아니고 이마와 눈썹, 얼굴 전체를 함께 봐야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마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었을 것이다. 성형외과 의사에게도 ‘나무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보라’고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셈이다.특히 눈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중년의 여성들은 이마의 주름을 가리기 위해 짙은 퍼머를 하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려져 있는 이마를 그냥 지나치기보다 귀찮을 수 있지만 이마 속을 자세히 들여 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역 중소기업과 함께 가는 LH 돼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지역 한 중소건설업체의 대구 수성구 연호지구 협의양도택지(협택)와 관련된 사업권을 인정했다.불명확한 관련 규정의 자의적 해석을 앞세워 지역 업체를 도산위기로까지 내몰았던 LH가 잘못을 시인한 결과다. 지역 중소업체 A사가 거대 공기업 LH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쟁취한 것이다.A사는 4년 전인 2016년 5월 연호지구에 ‘이천동테라스하우스’ 주택건설사업을 주도해 관련 사업권 부지 승인을 받았다. 이어 2018년 12월 최종 명의를 확보했다.국토부는 2019년 1월 A사의 사업권역을 포함한 부지를 연호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이미 터파기를 시작으로 사업 공정에 들어간 A사의 부지 전체가 편입됐다.이 경우 통상 기존 사업의 영위가 가능할 정도의 협택이 제공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LH 측은 협택 제공 불가 입장을 내놨다. 지구 지정 전 부지를 소유할 경우 협택을 받을 수 있지만 공람 공고일(2018년 5월)을 기준으로 A사에 사업권 명의가 없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그러나 A사가 국토부에 명확한 기준을 질의한 결과 ‘사업권 부지 승인을 받은 자는 사업권 명의와 관계없이 협택 대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즉 LH의 주장처럼 공고 공람 당시 사업권 명의가 누구에게 있었느냐의 문제는 상관이 없고, 사업권 부지 승인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업권 부지 승인시기는 2016년 5월이기 때문에 당연히 협택 대상이라는 것.이같은 국토부 유권해석에도 눈치만 살피며 시간을 끌던 LH가 뒤늦게 “업체의 사업권을 인정한다”는 답변을 내놨다.현재 해당 업체는 테라스하우스 착공이 무기 연기된 것은 물론이고 토지매입자금 입금지연, 각종 금융비용 부담, 대외신인도 하락, 위약금 발생 등의 손실을 떠안아야 할 처지다.A사 측은 LH의 업무 과실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LH가 단순 유권해석의 차이로 치부하며 별일 아닌 듯 넘기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례는 거대 공기업의 갑질에 다름 아니다. 중소 건설업체의 피해가 더 이상 되풀이 되면 안된다. 해당 업체의 억울함이 없도록 충분한 지원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정부의 기본적인 경제 정책도 영세 중소업체를 살리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공기업인 LH의 경영합리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LH의 존재이유는 이윤 창출이 전부가 아니다.가능하다면 중소기업의 입장에 서서 규정을 해석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경제칼럼…코로나19와 제조업의 재발견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절기는 완연한 봄인데 좀 더 따뜻해지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아직 찬공기가 가시질 않는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현격히 감소했지만, 날마다 추세가 변하는 등 여전히 리스크가 높다. 그래서인지 낙관론자들은 다들 어디로 숨었는지 연일 비관론자들의 우울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코로나19가 여름이 되어도 완전히 종식되기 어렵고 오는 겨울 2차 대확산 우려가 크다는 국내외 학계와 기관들의 보고와 IMF의 세계경제 수정전망이 아닐까 싶다.특히 IMF가 내놓은 세계경제 수정 전망은 가히 충격적이다.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 1월 전망보다 6%p 이상 낮춘 -3.0%, 미국은 거의 8%p나 낮은 -5.9%로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잘나가던 중국경제 성장률도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어,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샤오캉(小康)사회건설의 꿈은 이미 날아갔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정이 좋다지만 올해 -1.2%의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걱정은 했지만 설마 이정도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는 구석도 없지 않다. 이정도로 비관적인 전망이면 정부와 이번 선거로 단독 과반 의석을 넘어선 거대여당이 더 적극적으로 경기방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2차는 물론이고 3차 추경도 조기 추진된다면 아마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도 보았다. 위기에 맞서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선진화된 국민의식을 보았고 고도의 방역수준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진단키트와 마스크에서 보듯 우리 제조업 기반의 강한 경쟁력을 재발견했다. 국내 생산기반이 없었다면 세계 동시다발적 전염병 확산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 지금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맞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규모는 작지만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어 수많은 생명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는 다른 어떤 국가도 가지지 못한 우리만의 자산으로 긍지를 가져도 좋겠다.여기에 더해 세계 일류 제조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위기 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새삼 깨닫았다. 아무런 대가나 연고도 없는 중소 마스크 제작업체들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수급균형을 되찾고 마스크 대란을 조기 종식시킨 것이 바로 그들이다. 이처럼 세계 일류 제조기업이 가진 힘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외부로 발현될 때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계가 코로나19의 위협에서 점차 해방되어 정상화의 길로 복귀할 때 수출을 통해 우리경제에 큰 힘이 될 것도 자명한 일이다.더군다나, 이번 위기의 특성 상 상대적으로 제조업 부문이 고용 버팀목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얼마전만 해도 제조업은 통상 서비스업 등 타업종에 비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는 등의 이유로 중요시되어 왔다. 지금까지는 서비스와 도소매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이 먼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나마 제조업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겨우 버텨왔던 국내 제조업체들도 손에 꼽을 정도의 기업을 제외하면 모두가 위기에 내몰리게 되었다. 4월 들어 지난해에 비해 일평균 15%를 상회할 정도 수출 감소세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악화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규모에 상관없이 제조기업들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고, 당연히 좋은 일자리를 잃어가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정부는 물론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기업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제는 지원대상 기업의 규모를 따지고 고용실적을 따질 때가 아니다.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을 최대한 많이 살려낼 것. 그것이 바로 실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지속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첩경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코로나 장기화, 취약계층이 위험하다

코로나19 사태가 3개월째 접어들었다. 대구·경북 지역민의 고통도 그만큼 심화되고 있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코로나19가 이제 관리 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관계 당국의 지원이 취약 계층 위주로 전개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코로나19는 21일 현재 확진자가 전국 8명(대구 2명, 경북 0명)으로 확연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2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분적 완화에 들어갔고, ‘생활 방역’으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코로나19의 피해는 고용시장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9만5천명 감소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5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서비스업과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충격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뿐만 아니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취약계층은 현재 거의 방치되고 있는 수준이다.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장애인의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지원사도 없이 자가격리만 한 채 집에서 고립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활동지원사들의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감염 우려 때문에 간호사와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정부 지원을 기다리다 못한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대구시청 앞에서 코로나19 장애인 대책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현재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 등에 대한 대책은커녕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어 장애인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또한 취약계층 어르신과 저소득·다문화 가정 아동 등도 노인복지관과 아동센터 등 복지 시설이 휴관함에 따라 급식과 교육·돌봄이 중단돼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의 규모를 두고 논란을 빚으면서 지급액 규모와 지급 시기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추경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을 뿐 정부 여당과 규모와 범위를 두고 줄다리기만 하고 있다.대구시는 지역 확산세가 확실하게 둔화돼 방역 활동에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행정 여력이 생긴 지금은 취약계층에 대한 행정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지원책도 절차 등을 초특급으로 해 당장 생계가 어려운 취약 계층이 숨을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어느 그룹보다 어려운 상황에 몰린 취약계층에 대한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다.

독자기고…도민 공감 교통안전활동 전개한다

김종환청송경찰서 교통관리계장지난 1월 20일부터 2월 29일까지 경북도내 총 4천313명(모바일 573명, 설문지 3천740명)의 도민을 대상으로 경찰필요 안전 활동, 교통사고 위험시간대와 장소, 필요 교통안전시설, 취약요소 등 4개 항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설문조사 결과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근절 법규위반사항으로 과속 38.8%, 음주운전 17.8%, 신호지시위반 11.3%이며 난폭운전과 기타 순으로 나타났다.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필요 교통안전시설물로는 과속카메라 27.2%, 무단횡단방지 휀스설치 19.0%, 과속방지턱 설치 13.2% 순으로 조사됐다.교통 불편 또는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시간대로는 18~20시가 22.9%로 가장 높았으며 08~10시 19.2%, 06~08시 11.1%로 조사됐고 20~22시와 14~16시 순으로 나타났다.안전교통문화 조성을 위해 필요한 경찰활동으로는 교통시설개선이 34.0%, 거점근무가 24.8%, 교육 17.8% 그리고 홍보, 단속 순이었다.이에 따라 경찰은 도민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계식 단속 장비와 현장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아울러 자동차는 과속과 음주운전, 신호와 지시위반을, 이륜차는 신호위반과 안전모 미착용, 난폭 곡예운전 등의 법규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또한 오는 5월 31일까지 도로변 교통표지판 등의 일제 점검을 실시해 훼손되고 파손과 고장(태양광)난 표지판은 교체하여 교통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재난관리기금이나 교통안전예산 등을 적극 활용하여 교통시설물의 조기 설치도 적극 검토 중이다.출근시간인 08~10시와 퇴근시간 18~20시 시간대 교통불편 지역과 위험구간도 사전 선정해 최대한 도로변 노출 거점 순찰활동으로 집중 관리할 예정이다.이처럼 경찰은 도민과의 소통을 통해 교통사고로부터 교통안전 확보는 물론 공감 받는 경찰활동으로 2020년 교통사고 감소 및 체감안전도 향상에 기여할 계획이다.

아침논단…오늘도 그로기 상태로 가드를 올린다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오늘도 그로기 상태로 사각의 링에 오른다. 벌써 두 달이 지났다. KO 당하기 직전이다. 이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폭등이라는 강펀치에 다운을 당해 다리가 풀려있는 상태다. 4전5기의 신화를 일군 복싱 챔피언 홍수환 선수를 떠올려 본다. “그래, 이번 라운드만 버티면 다음 라운드에서는 기회가 있을 거야”무수한 주먹을 맞으며 사각의 링 모퉁이에 몰려있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가드를 올려본다. 하지만 연이은 원투 펀치가 얼굴을 향해 정통으로 날아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더 두려운 건 주먹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이젠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눈동자마저 풀리고 있어서다. 보이지 않으니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복부이건, 안면이건 주먹이 날아오면 날아오는 대로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이젠 한걸음 내디딜 힘조차 없이 휘청거리고 있는 대한민국 자영업자들 이야기다. 코로나19는 가히 타이슨의 핵주먹에 비견할 만하다. 태권도장을 비롯한 운동시설과 다른 학원들은 벌써 3개월째 수입이 제로다. 2주~4주 휴업을 했다가 영업을 재개한 외식업소들도 문만 열어두고 있지 매출은 평상시의 반토막도 못채운다.지난달 취업자 수가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뉴스가 이를 반증한다. 1년 전보다 19만 5천명이 줄어들었다.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 이후 가장 컸다. 특히 자영업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9만 5천명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2만 4천명 늘었다.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내보내고 1인 가게로 버틴 자영업자가 많다는 의미다.사회적 거리두기도 다음달 5일까지 연기했다. 자영업자들은 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다시 한 번 사각의 링 구석으로 몰리는 기분이다. 벌써 몇 번째 연장인지….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물론 코로나19 조기종식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공감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대안은 전혀 마련해 두지 않고 연기에 또 연기만 거듭하니 답답할 뿐이다. 더 암담한 건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더라도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게다가 한가닥 희망을 가졌던 코로나19 피해 긴급자금지원도 하세월이다. 대출이든 지원이든 이번 라운드가 끝나기 전에 경제적 수혈을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신용보증재단 코로나 특례보증도 심사에만 한 달 이상 걸린다. 그나마 심사에 통과해 시중은행을 찾아가도 보증금액만큼 대출받기는 어렵다. 정부자금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며 보증금액의 절반 정도만 대출해줄 수 있단다. 코로나 긴급생계비지원 기준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작 큰 피해를 본 대부분 외식업 자영업자는 건강보험료 기준초과로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이젠 어서 이번 라운드가 끝나길 바라며 시계만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상대선수의 펀치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코너로 몰리면서 다운을 당하고 또 일어선다. 다시 4전5기 홍수환 선수를 떠올린다.1977년 파나마에서 열린 WBA(World Boxing Association·세계복싱협회) 주니어페더급 초대챔피언 결정전. 홍수환 선수는 파나마 헥토르 카라스키야에게 2라운드에서 무려 네 번의 다운을 당하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3라운드에서 홍수환은 미친 듯이 덤벼들어 KO승을 일궈냈다.지금 자영업자들은 홍수환 선수가 당시에 치른 2라운드 경기와 같은 상황이다. 다운을 당하고 다시 일어서 가드를 올리고 또…. 많은 사람들은 위안삼아 이야기한다. “몇 초만 더 버티면 이번 라운드가 끝날 텐데 왜 그 몇 초를 못 버티나?” 하지만 버티는 것도 어느 정도 힘이 남아 있을 때 말이다.복싱 경기 100번을 보았다한들 링 위에 올라 1라운드를 뛰어보지 않고는 얼마나 힘든지 결코 알 수 없다. 지금 30만이 넘는 대구의 자영업자들은 이제껏 복싱경기 관람만 해온 정부와 대구시의 빠른 대처를 바라고 있다. 링 위로 수건을 던지기 전에 말이다.하지만 수건을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포기할 수도 없다.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 걸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마우스피스를 악물고 다시 가드를 올린다.

세상읽기…선거판 뒷담화

오철환객원논설위원 치열한 표심 얻기 전쟁이 끝났다. 유별난 싸움이었다. 거대한 두 개 진영으로 갈려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살벌한 모습은 생전 처음이었다. 이러다가 내전이 터지는 게 아닌지 겁이 났다. 다행히 그런 조짐은 없지만 선거 후유증은 단기간에 쉽사리 아물 것 같진 않다. 막말과 막장공천 탓에서부터 그럴듯한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백가쟁명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도 백화제방이다. 이번 선거는 여당의 역대급 압승이다. 민주당은 180석을 확보했고, 통합당은 103석을 얻었다. 지역구 의석만 보면 민주당 163석, 통합당 84석이다. 민주당이 통합당의 거의 두 배다. 그런데 비례의석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시민당은 33.35%를 득표하여 17석을 확보했고,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한국당은 33.84%를 득표하여 19석을 차지했다.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제1야당이 여당을 이겼다. 지역구에서 통합당을 크게 이긴 민주당이 비례에선 오히려 통합당에게 졌다. 정말 기이한 현상이다. 어떻게 이런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일관성 없는 들쑥날쑥한 결과를 다른 시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거의 동일한 수의 지지자를 가진 두 정당이 선거에 임해 전혀 판이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두루뭉술하게 합쳐도 원래의 상황이 왜곡되지 않는다. 선거결과에 대한 새로운 총평이 참이라고 보면 새로운 평석이 가능하다. 이 총평에 터 잡은 분석 및 평가가 엇갈린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유력한 해명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전략이 잘 먹혀들었고 지역구 공천이 가치공학적으로 절묘했다. 상대당 후보를 살짝 이길 정도의 후보를 전 지역구에 효율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전력 낭비가 거의 없었다. 조금 위험부담을 하긴 했지만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한 셈이다. 코로나 방역의 상대적 성공, 재정 살포에 의한 매표, 포퓰리즘 복지정책 등을 압승 요인으로 꼽는 분석도 틀렸다고 볼 수 없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러한 분석은 지엽적이거나 전제조건이다. 사후적인 정당선호투표 최종상황은 모든 선거판 변수들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한 종합적 세력상황을 예측하고 그 한계 안에서 지역 간 판을 고른 맞춤형 자객공천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그에 반해 통합당의 공천은 최악이었다. 민주당이 먼저 공천한 후에 늦장 공천하였는데도 맞춤형 자객공천은커녕 경쟁력 있는 후보를 험지에 보내 상대당 후보의 당선을 돕는 우를 범했다. 자살골을 그렇게 유도하고도 승리하기를 기대했다면 그야말로 바보천치다. 막장공천 내지 이적공천은 무소신의 극치다. 일부 언론과 목소리 큰 소수의 주장에 경도된 결과다.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대폭 수용하고, 다선 중진 험지 차출, 여성과 청년 우선 공천, 참신한 인재 영입, 친박의원 배제, 탄핵주도자 배제, 막말 배제 등 시중에 난무하는 목소리를 다 수용하는 만용을 부렸다. 그에 따른 공천은 다양한 기준에 걸려 엉망이 되었다. 그 결과 줄초상이 났다. 현 정권의 실정과 독선, 집권 여당의 시행착오, 집권세력의 여론 갈라치기 등으로 민심이 집권여당을 등지고 있다는 착각과 오만에서 나온 실책이다. 승패와 무관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아름답다. 합의된 룰에 의한 믿을 만한 결과라면, 민심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흔쾌히 수용해야 한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제도도 필요하지만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 공정하게 힘을 겨룰 수 있는 룰이 중요하다.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이 합의하여 룰을 정해야 하는 이유다.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을 편법으로 통과시킨 일은 비상식적인 폭거다. 합리·비합리, 유·불리를 떠나 합의된 룰 아래 경쟁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무시하면 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결과를 믿지 못하고 음모론이 횡행하는 현상은 룰을 합의하지 못한 데서 오는 불신 때문이다. 편법으로 통과시킨,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3법을 다시 심의하여 정상으로 돌려놓는 작업부터 해야 맺힌 매듭이 풀린다. 먼저 배려하고 예우하는 자세가 승자의 자신감이고 진정한 포용이다. 과반의석의 거대여당이라고 오만해선 안 된다. 정치는 비익조와 같다. 좌익만으로 날겠다고 우익을 버리면 새는 곧 추락한다. 막대자석의 S극을 끊어낸다고 N극만 남지 않는다. 서로 배척하는 극성을 잘라내도 남은 부분이 다시 양극성으로 갈린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없앨 수 없는, 함께 가는 동반자다. 역지사지의 정치가 민심을 얻고 장기 집권하는 길이다.

문향만리…목련

목련 이명숙서툰 사랑 아니면 말랑한 후회인 걸슬쩍 스친 정수리 그 문장 탈고하면 별똥별 부러진 그늘 시시콜콜 꿰매면저승사자 유머가 뒷목 잡아도 올 거지? 꽃냄새 악다구니 시시해도 올 거지? 비췻빛 너의 울안에 이주하고 싶으니사랑 그 미친 말에 가슴 아직 끓으면전생 따지지 말고 달빛인 척 와 줄래?첫 봄이 무표정하게 끌어당긴 놀람처럼-『강물에 입술 한 잔』(2019년, 고요아침)...................................................................................................................이명숙은 서울 출생으로 2014년 영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썩을』과 현대시조 100인선 『강물에 입술 한 잔』등이 있다. 사뭇 도발적이면서 좌충우돌, 종횡무진 맹활약하는 시인이다. 열정적인 창작 행보가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는 힘이 되고 밑거름이 되고 있다.‘목련’은 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노래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화자의 대상 접근문법은 당돌하고 거침이 없다. 서툰 사랑 아니면 말랑한 후회인 걸이라면서 슬쩍 스친 정수리 그 문장을 탈고하면, 별똥별 부러진 그늘 시시콜콜 꿰매면, 이라고 미완의 문장을 제시하여 독자의 공간을 넓혀준다. 저승사자 유머가 뒷목 잡아도 올 것이고, 꽃냄새 악다구니 시시해도 올 것이라고 여기고 비췻빛 너의 울안에 이주하고 싶기 때문임을 애써 강조한다.그리고 사랑 그 미친 말에 가슴 아직 끓으면 전생 따지지 말고 달빛인 척 와 줄래, 라고 물으며 첫봄이 무표정하게 끌어당긴 놀람처럼, 이라고 끝맺는다. 봄날의 목련을 이렇듯 역동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그만의 특장이다. 새로움이 무엇인지 자각하고, 차별화된 시도를 통해 부단히 낯선 시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탐색을 지속적으로 잘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아주 오래 전인 1965년이다. 경남 통영 사량도 출신 박재두 시인이 ‘목련’이라는 제목으로 어느 일간지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된 적이 있다. ‘목련’은 숨 닿을 거리 밖에 돌아누운 어둔 산맥을 떠올리면서 업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 강산의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단순한 서정시가 아니라 스케일을 넓혀 민족적인 문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꼭 기억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명숙의 ‘목련’은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지만, 목련의 재탄생임에 틀림없다. 비근한 소재를 자신만의 경험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목련 형상을 창조한 것이다. 그 점에서 이명숙의 ‘목련’은 이채롭다. 열린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또 다른 그의 시조에 ‘명자꽃’이 있다. 명자꽃은 시인이라면 누구나 시로 쓰고 싶은 대상이다. 그만큼 미묘한 아름다움을 가진 꽃이기 때문이다. 명자꽃에서 뼈와 살 죄 발라낸 어머니의 한세상을 보고 저승꽃이 핀 것을 읽어낸다. 밥 냄새 가신 몸에 애틋한 달빛 한소끔을 그냥 덮지를 못하고, 몸 안의 비린 비늘을 생각하면서 그대 여자였으리, 라고 노래한다. 하여 피치카토로 듣는 막 붉은 꽃잎 한 장을 보며 외딴섬 그늘진 꽃밭에 누군가 다녀갔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복사꽃이 지고 나면 누가 꼭 왔다 간 것만 같아, 라는 이성교 시인의 시 구절이 함께 클로즈업 된다. 아름답고 아픈 시다. 그렇듯‘명자꽃’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심저의 정서를 일깨운다.‘목련’은 봄의 전령사다. 봄을 가장 환히 밝히는 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노래한 만큼 이명숙의 ‘목련’은 그 수명이 길 것이다. 다채로운 이미지의 충돌을 보이면서도 미적 질서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독자기고…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을 아시나요

정선관문경경찰서 교통관리계장운전을 하다 보면 편도 1차선 도로나 모퉁이 등에 불법 주·정차로 인해 주행을 하지 못한 경우와 이로 인한 시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일부 운전자는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한 나머지 차량을 편한 곳에 주·정차하는데 이는 차량 통행의 흐름을 방해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초래하게 되어 주·정차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일반적인 주·정차 금지구역이 있지만 운전자로서는 특히 이곳만큼은 절대 주. 정차를 금지하여야 할 장소가 있다.소화전 앞, 횡단보도 위, 모퉁이 5m 이내, 버스승강장 10m이내는 4대 불법 주. 정차 금지구역이다.이 곳은 소방차가 화재진압을 위해 필요하거나 보행자 안전을 위해 필요하거나 다른 자동차의 흐름에 방해를 주는 등의 원인으로 엄격히 주·정차를 금지하고 있다.특히, 소화전 앞은 화재진압이 지연되는 것을 예방하고 소화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화전 등 시설 주변에 주·정차를 금지하고 있다.또 시설 주변에는 ‘적색 노면표시’를 하고 있는데 과태료는 승용차 기준 4만 원에서 8만 원, 승합차 기준 기존 5만 원에서 9만 원으로 상향됐다.누구든지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1분 간격으로 2장 이상 촬영하여 보내면 단속이 가능하다.운전자는 소화전 앞 등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에 주차하는 것은 기본적인 양심을 파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모두의 안전을 위해 조금 더 배려하는 양심주차의 실천이 필요한 때다. 자치단체에서도 공용 주차장을 건설하는 등 시민들이 주·정차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향만리…연탄 한 장

연탄 한 장안도현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외롭고 높고 쓸쓸한』(문학동네, 1994)................................................................................................................연탄은 서민들의 요리용 화덕이자 겨울 땔감이었다. 목욕물을 데우는 보일러 역할도 했다. 부엌에는 사시사철 연탄불이 꺼지지 않았다. 여름이면 이동식 화덕으로 옮겨져 밖으로 내쫒기긴 했지만 요리할 땐 아무래도 연탄불이 요긴했다. 찬바람이 불면 집집마다 연탄 넣는 일이 제일 급한 겨울채비였다. 연탄을 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김장독을 마당에 묻어 놓으면 근심걱정이 다 사라졌다. 온 식구가 아랫목에 모여앉아 웃음꽃을 피우곤 했지. 참 소박했던 시절 아름다운 추억이다. 옥에도 티가 있는 법. 매년 겨울철만 되면 연탄가스에 중독되는 불상사가 끊이지 않았다. 연탄가스는 겨울철 공포의 사신이기도 했다. 연탄가스에 현상금을 걸기도 했으니 연탄가스를 잡는 일은 온 국민의 염원이었다. 이는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미제다.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은 연탄가스 중독으로 동치미 국물을 마셨던 추억을 공유하고 있을 터다.시인은 연탄의 이타성에 주목한다. 제 한 몸 불태워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음식을 익혀주는 희생과 봉사는 거의 성인 반열이다. 연탄을 보고 고개 숙여 스스로 반성하고 미생을 성찰한다. 미처 불붙기도 전에 타고남은 재를 상상하며 자신을 불태우지 못하는 용렬함을 꾸짖는다. 희불그레한 연탄재로 남더라도 뜨겁게 불태우는 열정이 아름답지 않는가. 어차피 한번 살다가 가는 인생, 무언가에 미쳐 몸을 바치는 삶이 매력적이지 않는가. 자신과 남을 위한 희생이자 봉사다. 연탄으로 이름 붙여진 몸이 불 한번 붙이지 못하고 시커먼 연탄으로 으깨어지는 것은 역천이다. 세상에 태어나 열정을 다해 살지 못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일갈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안도현 시 「너에게 묻는다」 중)연탄재는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편안한 길을 만든다. 그 길은 부자동네의 평탄한 꽃길이 아니고 달동네 언덕길이다. 연탄은 마지막 순간에도 몸을 으깨어 남을 위해 봉사한다. 해서, 언덕배기를 올라가려고 땀을 뻘뻘 흘리는 연탄 리어카꾼의 숨넘어가는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 모습을 아름답게 보는 눈 또한 아름답다. 쓰레기통 옆에 쌓여진 연탄재에서 보석 같은 깨달음을 얻는 사람은 예사롭지 않다. 하찮고 어두운 사소한 일상에서 인생의 교훈을 찾아내는 일은 시인의 몫이다. 남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는 사람을 누추하고 비루하다고 덜떨어진 인간으로 보는 세상이지만 찬란한 끝장을 한번 연출해 보고자 느슨한 마음을 다잡는다. 오철환(문인)

특별기고…21대 총선 빅데이터 분석 위력 발휘해

김택환경기대 빅데이터센터 특임교수 ‘미래통합당 압승, 더불어민주당 대패’.이는 전국 총선 선거결과인 더불어민주당 압승, 미래통합당 대패와는 아주 판이한 대구경북의 선거 결과다. 대구경북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권 후보인 김부겸 후보까지 떨어지고, 반면에 무소속인 홍준표 후보는 기사회생했다. 대구 나머지 11곳 모두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선되고 경북지역에서는 13곳 전 지역을 석권했다.대구일보와 경기대 빅데이터센터는 공동으로 대구경북의 총선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격전지 선거구 4곳을 처음으로 빅데이터 분석 보도해 큰 관심을 받았다.(대구일보 4월 12, 13일자 참조). 대구달서갑과 안동예천 지역구는 부정 언급어가 적고 긍정 언급어 많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망한대로 미래통합당의 홍석준 후보와 김형동 후보가 각 각 승리했다. 또한 여론조사와는 달리 빅데이터 분석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수성을 역시 홍준표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수성을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결과 총 언급량에서 대권을 내건 홍준표 후보(4천 300건)가 미래통합당의 이인선 후보(930건)와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후보(518건)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가 이 후보와의 격차는 4배 이상이다. 이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후보 간 언급량이 3배 이상 차이 날 경우 당선이 유력하다는 패턴에 해당되기 때문에 홍 후보의 승기를 예측한 것이다.그러나 빅데이터 분석의 한계를 보인 곳도 있었다.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수성갑의 경우 대권도전 선언을 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후보에 미래통합당의 주호영 후보가 큰 격차로 승리했다.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두 후보 간 박빙을 예상했다. 선거 5일 앞두고 김부겸 후보 쪽이 유리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을 뛰어넘는 새로운 선거 ‘상수’가 발생했다. 선거 5일 전 유시민 전 장관은 유튜브 채널인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에서 “범진보 진영이 180석도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대구경북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김부겸 후보 측은 이후 “보수층이 강력하게 결집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투표율에서도 나타났다.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는 ‘대권론’을 띄웠지만 오히려 무소속의 홍준표 후보를 당선시킨 것이다. 총선 이후 유시민 전 장관은 “김영춘 후보 등에 미안하다”며 “더 이상 정치평론을 하지 않겠다”다고 했다.총선 빅데이터를 분석한 언노운데이터의 서기슬 대표는 “대구 수성갑은 빅데이터 분석에서 예외적인 패턴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분석에서 유 전 장관의 180석 발언 이후 막판에 오히려 김 후보에 전국적인 응원이 쇄도하게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지 않지만 주소지를 수성구에 두고 있는 사전 투표자들의 응원 목소리도 빅데이터를 통해 포착할 수 있었다. 서 대표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기계적인 방법을 통해 해당 지역의 해당 후보와 관련된 언급만을 추려내는 방법을 썼지만, 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수성구와 대구에 대해 상세하게 언급하며 김부겸을 언급하는 것까지 구분해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즉 다른 선거 상수가 위력을 발휘하면 빅데이터로 지역구 민심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분석의 장점은 당락 ‘그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서 대표는 또 “김부겸 후보가 비록 지역 선거에서 졌지만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타 지역으로부터 김부겸 후보에 대한 응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전국 승리 분위기를 견인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쪽의 희생이 다른 한쪽의 수혜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서 그대로 보여주었다. 선거 동안에는 김 후보의 페이스북 1건에 평균 약 1300개의 ‘좋아요’가 올라왔지만 낙선 인사에서는 열배인 1만개 ‘좋아요’와 수천 개의 응원 글이 올라왔다. 경기대 홍성철 교수는 “김부겸 후보는 작은 전투에서는 졌지만 큰 전쟁을 위해 많은 국민지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제2 노무현을 상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험지인 부선 낙선을 통해 ‘바보’라는 별명을 얻었듯이 김 후보에게 ‘돌덩어리’가 되라는 주문도 있었다.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빅데이터는 석유나 반도체같은 핵심요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권자 수십만~수백만 명이 ‘정보원’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자신의 의식을 표출하기 때문에 그들 속마음까지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소수에게 묻는 여론조사보다 정확성과 타당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방법은 향후 다른 많은 분야에도 유용하게 활용하기 기대해본다.

아침논단…도서관은 살아 있다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신규 확진자가 10명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위를 다소 완화했지만, 긴장을 늦추지는 못할 상황이다.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둔감해지는 순간 지역사회 감염이 급격히 확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시민들이 즐겨 찾던 공공도서관도 예외가 아니다. 긴장감을 유지한 채 시민들에게 제공할 서비스의 내용과 방식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정부는 19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다소 완화된 수위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기간을 오는 5월5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한 달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결과, 국민의 피로가 누적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됐다고 판단해 ‘운영중단’이 권고됐던 종교시설과 유흥시설, 실내 체육시설, 학원에 대해 ‘운영자제’로 제한을 완화했다. 하지만 문을 닫은 지 두 달을 넘긴 지역 공공도서관은 불특정 다수, 특히 감염병에 취약한 연령대가 많이 이용하는 특성 때문에 언제쯤 문을 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임시휴관 중인 공공도서관이 외부로 비쳐지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호수에 떠있는 오리를 연상하게 된다. 사람들이 보기에 오리는 한없이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물속에 있는 두 다리를 잠시도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의 광풍 속에 놓인 공공도서관도 마찬가지다. 평상시 도서관을 즐겨 찾던 시민들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로가 누적되는 바람에 심리적 안정이 흐트러진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도서관 역할이라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지역 도서관계에서는 일차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온라인으로 전자책(e-book)을 읽을 수 있는 전자도서관 활용을 적극 권장했다. 이어 비대면으로 책을 접할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과 함께, 대면을 최소화한 ‘북 워크 스루(Book Walk Thru)’ 또는 ‘테이크 아웃(Take Out)’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서고 있다. 도서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온라인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용학도서관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대구시인협회와 함께 도서관 3층 시(詩)라키비움에서 진행하던 ‘이 달의 시인’ 전시 내용을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달의 시인’으로는 문인수 시인이 선정됐다. 이른바 문 시인에 대한 ‘랜선 전시’인 셈이다.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준비하는 공공도서관도 적지 않다. 4월23일은 1995년 UNESCO 총회에서 세계인의 독서 증진과 함께, 저작권 제도를 통한 지적 소유권 보호를 위해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한 날이다. 수성구립도서관은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4월18일부터 4월21일까지 북 워크 스루 대출서비스를 신청한 시민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씩을 선물한다. 장미꽃 선물은 스페인 카탈루니아 축제일인 성 조지의 날(4월23일)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전통이 전해진 것이다.이에 앞서 지역 공공도서관들은 지난 2월 중순 도서관이 임시휴관에 들어가자, 문을 닫은 상태에서 처리해야 할 일에 나섰다. 물론 이 일들은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도서관계 전문용어로는 이용자와 대면하는 직접봉사에 상대되는 간접봉사라고 한다. 용학도서관은 본관에 소장된 15만여권을 비롯해 소장량이 1만5천~2만5천 권 규모의 분관인 파동도서관과 무학숲도서관 자료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장서점검을 진행했다. 장서점검은 2년마다 실시해야 하는 도서관의 주요업무이기도 하다.코로나19 사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될 때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재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하기 등 삶의 방식에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삶의 방식이 적지 않게 바뀔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인류가 생산한 지식정보를 축적하고 소통하고 확산해온 도서관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의 내용과 방식의 진화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