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취수원, 해결책 찾나

대구 물 문제 해결 방안으로 취수원 다변화가 제시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3일 대구시의 낙동강 상류 취수원 이전 문제와 관련, 취수원 다변화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해평 취수원은 전체 필요한 물량의 일부를 공급받기로 했다. 권 시장은 이날 “정부가 지난해 3월 말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등 2건의 연구용역에 착수해 오는 5일 용역 중간보고회를 연다”며 “용역 결과에 따라 대구시는 낙동강 물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취수원 공동 활용 지역에서 확보 가능한 수량을 취수하고, 부족한 수량은 현재 취수장에서 시민에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미 해평 취수원, 안동 임하댐 등에서 수돗물 원수를 공급받고 대구 문산·매곡 취수장은 강화된 고도 정수처리 공법을 도입해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구 취수원의 해평 취수장으로의 완전 이전은 수량 확보 문제로 일부 수량만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 잡았다. 해평취수장의 시설용량은 하루 100만t. 이 중 구미 공단 등에서 사용하는 50만t을 제외한 50만t의 여유 분 중 절반을 대구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필요한 물량은 임하댐에서 끌어오는 방안도 환경부와 검토했다. 권 시장은 취수원 공동 활용을 위해 해당 지역에 대한 상생 기금을 조성하고 이 지역에 필요한 국책사업 추진 및 규제 완화에도 발 벗고 나설 것을 약속했다. 반대 급부를 제공키로 한 것이다. 권영진 시장은 과거 “시장 직을 건다는 각오로 취수원 이전을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취수원 이전 대신 다변화로 물 정책의 방향 선회를 선언한 것이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대구 시민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내린 고육책이다. 대구는 1991년 페놀사고 이후 오랫동안 먹는 물 문제를 겪어왔다. 안전한 취수원 확보는 대구시의 절박한 과제였다. 대구시와 환경부는 방안을 찾던 중 구미 해평 취수원 쪽 원수 확보를 최선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구미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가까스로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일단 구미 시민들의 원수를 나눠 주겠다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해평 취수원에서 확보된 수돗물은 대구시가 필요한 양의 일부에 불과, 임하댐 물 등이 추가 확보돼야 한다. 안동시 등과 협의해야 할 부분이다. 대구시는 낙동강 상류의 오염사고 등 비상 상황에 대비, 충분한 수돗물 원수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낙동강 복류수 활용 등 대안 마련에도 신경 써야 한다.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한 이유다. 대구 시민이 물 걱정을 않아도 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적정 수준의 건강보험료 인상, 굳건한 사회안전망의 기반

남광수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수성지사장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상황이지만 내년 2021년에도 건강보험료율은 과연 인상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이다. 보험료율은 1977년 제도 도입 당시 보수액의 3%대로 시작해 현재 6.67%(사업주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로 거의 매년 인상돼 왔다. 지속적으로 인상했음에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진료비 지출에 대응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그 전년보다 11.4% 증가한 86조4천775억 원으로 집계됐다.이 중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35조 8천247억 원이며 전체 인구 중 14.5%를 차지하는 노인은 진료비의 41.4%를 지출했다. 고령화로 노인 진료비가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재정 지출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은 당연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보험료율도 머지않아 법정 상한선인 8%에 이를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진료비 대응뿐만 아니라 보험료율을 높여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논리는 더욱 명확해졌다는 것. 첫째 위기 상황에 의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은 코로나 방역·치료와 의료체계 유지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보험은 코로나 검사·치료의 직접적인 비용 지급뿐만 아니라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선지급·조기지급 또한 시행했다. 검사·치료를 위해 진단 검사비, 국민안심병원·선별진료소 운영 지원, 음압격리실 수가 인상 등 진료비 약 2천억 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환자 감소에도 차질없는 의료를 위해 전년도 동월 건강보험 급여의 90~100%를 병의원 등에 우선 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도록 해 의료체계 유지에 힘을 불어 넣었다.지난 6월30일 기준 5천514개 기관에 2조 5천333억 원을 지급했다. 이와 같은 역할은 건강보험 재정이 건전하고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향후에 코로나가 재확산하거나 또 다른 신종전염병이 발생해도 의료기관의 재정적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결해 의료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면 충분한 준비금 적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둘째 가계의료비 부담을 줄여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현재 코로나 검사·치료비를 100% 보장한 덕분에 국민이 내야하는 본인 부담금은 0원이다. 건강보험이 건보법에 의해 80%를 지원하고, 국가가 전염병예방법에 의해 20% 재정을 부담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제로로 만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충실히 해 의료비 걱정 없이 다른 소비를 해줄 수 있는 안정적인 구매력을 가질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유지해 나가야 경제에도 이득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건강보험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비급여 항목을 계속해서 줄여 60%대에 머무른 보장률을 올리고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이 건강과 생명에 있어서만큼은 차별 없이 보호를 받고, 이를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로 의료 접근성은 높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특징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의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를 가능하게 했다.2019년 건강보험료율은 독일 14.6%, 일본 1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67%로 낮은 편이다. 건강보험료율 인상의 본질은 무엇보다 소중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건강보험이 전 국민을 보호하고, 굳건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방파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 주기를 기대한다.

반디의 책 ‘고발’

박헌경변호사수원지방법원에 재판이 있어 재판시간에 맞추느라 오랜만에 무궁화열차를 타고 수원으로 떠났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 한 의자에는 되도록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도록 코레일에서 좌석배치를 해주었다. 승객들은 답답하지만 모두 마스크를 벗지 않고 긴 시간 기차 속에 앉아 행선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오래된 무궁화열차라 그런지 기차가 자주 흔들리고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계속 났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장마철의 시골풍경과 푸른 산빛으로 인해 눈은 시원했다.기차를 타고 가면서 조금 눈을 붙여 휴식을 취했다가 가지고 간 북한의 얼굴없는 작가 반디가 쓴 단편소설집 ‘고발’을 읽었다. 김일성·김정일 공산독재 치하의 암울한 북한에 살면서 자유를 갈망하며 북한의 비참한 상황을 고발해 쓴 책이다. 주인공을 달리하며 7편의 단편을 엮어 놓은 소설집이다. 계급없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공산주의 개혁을 했다면서 북한은 전 근대적인 신분사회다. 신적인 존재인 어버이 수령이 군림하고 공산주의 귀족들이 신분을 세습하며 북한 상층부를 장악하고 나머지 일반 인민들은 동요계층 또는 적대계층으로 분류돼 자유를 잃고 농노 또는 노예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의 신분은 조선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게 자식, 손자로 이어지고 신분에서 벗어날 희망이 거의 없다.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는 북한은 감시사회고 병영사회이며 정권에 길들여진 노예사회다. 북한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만 섞인 소리를 했다가는 가족 전체가 한 밤중에 어디론가 모르게 끌려가야 한다. 북한에는 정치범으로 몰려 수용소에서 짐승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도 수십만 명에 이른다. 아무리 똑똑하고 개인적으로 능력이 있어도 동요계층, 적대계층은 출세할 수 없는 사회다. ‘고발’에는 김일성이 가는 곳은 1호 행사로 불려 인민들은 부모가 죽어도 통행증이 없이는 고향에 갈 수가 없다. 반디가 쓴 또 한권의 책 ‘붉은 세월’이라는 시집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들의 피맺힌 절규가 쓰여있다. 우리가 마시고 있는 자유의 공기는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으나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 자유가 빵보다도 더 귀하고 어쩌면 목숨보다 더 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 빵도 제대로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버이 수령 한 사람만이 완전한 자유와 신과 같은 절대적 권력, 온갖 사치를 누리고 사는 사회! 쌀밥에 고깃국을 마음껏 먹게 해주겠다고 어버이 수령께서 그렇게 약속했지만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배고픔과 감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 사이에 전쟁과 대립없는 평화의 공존도 중요하겠지만 노예상태에서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남쪽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집들 그리고 자유가 너무도 소중해 보인다. 내부적으로 문제도 많고 상처도 많은 나라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조국이 선진화되고 민주화된 대한민국이라는 것에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대통령도 남과 북의 체제경쟁은 이미 끝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의 침략을 맞아 총칼로 맞서 싸워 대한민국을 지켜낸 이름없는 수많은 장병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 그들의 피흘림이 없었다면 남쪽의 5천만 국민들도 김씨 세습독재 치하에서 자유를 잃고 노예처럼 살아가는 신세가 됐을 것이다.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대한민국을 70년만에 G11에 들만큼 선진국화되고 민주화된 나라로 만들어놓은 지도자들과 산업역군들 그리고 민주화에 힘쓴 분들에게 감사한다. 근대화에 힘쓴 분들과 민주화에 힘쓴 분들은 다같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두 주역이다. 앞으로도 두 주역은 서로 대립을 할 것이 아니라 나라의 발전을 위해 같이 경쟁하면서 나라다운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상생하는 길이며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길이 지켜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길일 것이다.

수성못에 가면/ 이병욱

수성못에 가면/ 거기 낭만이 있다/ 그 낭만을 주워 담아 와서/ 우리는 낭만을 열어간다// 수성못에 가면/ 거기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을 주워 담아 와서/ 우리는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 수성못에 가면/ 거기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을 주워 담아 와서/ 우리는 추억을 노래한다// 수성못에 가면/ 거기 포근함이 있다/ 그 포근함을 주워 담아 와서/ 우리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포근함을 만끽한다「수성문학」 (수성문인협회, 2020)수성못은 대구의 핫 플레이스다. 대구라 하면 가마솥더위나 사과, 미인을 떠올리지만 사실 대구는 여러 가지로 만만찮은 도시다. 천년왕국 신라의 수도인 경주가 그 외연의 한 자락이라는 점, 해방 후 근대화의 기수로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약 2만여년 전 구석기이래로 쭉 집단적으로 사람이 거주해온 유서 깊은 곳인 까닭에 어느 곳 하나 진한 역사가 숨 쉬고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수성못도 또한 마찬가지다.수성못은 원래 웅덩이 정도였으나 일본 이주농민 ‘이즈사키 린타로’가 총독부 예산을 받아와 현재 규모의 저수지로 키웠다. 천수답이던 드넓은 수성벌이 전천후 옥답으로 변모하였다. 지금은 전국적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즈사키 린타로’는 비록 일본인이지만 대구사람이 기억해 줘도 좋을 선각자다. 그의 유언에 따라 못이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 쓴 묘소엔 고즈넉한 산 그림자만 쓸쓸하다.수성못엔 낭만이 넘친다. 법니산이 지켜보는 호수엔 오리배가 유유히 떠가고 물속엔 팔뚝만한 잉어들이 어리광을 부린다. 둑길을 따라 흐르는 사람물결이 발길을 유혹한다. 마냥 그 뒤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버스킹이 벌어진다. 시간을 잊은 연인들이 그냥 엉덩이를 붙이고 나란히 앉는다. 가끔 보여주는 레이저 쇼는 덤이다. 낭만적인 분위기가 필요한 영화나 드라마를 찍어야 한다면 단연코 수성못에 가야 한다.수성못엔 사랑이 흐른다. 운치 있고 호젓한 카페가 즐비하고, 그림 같은 연인들이 두 손을 마주잡고 호수의 일거수일투족을 하염없이 지켜본다. 둑길 펜스엔 영원한 사랑을 기약하며 굳게 채운 자물쇠가 연인들의 변치 않는 사랑의 염원을 눈으로 확인시켜준다. 또 사랑을 감추지 못한 연리지 부부가 호숫가에 수줍게 숨어있다. 어둠은 발그레한 얼굴을 살짝 가려주고, 사랑의 불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난다.수성못엔 추억이 숨어있다. 여름엔 엄마 아빠랑 오리배를 타고 호수 안에 떠있는 조그만 섬에 상륙했다. 거기서 왜 아이스케키를 먹어야 했던지 모른다. 겨울엔 벙어리장갑을 끼고 친구와 스케이트를 탔다. 빙판 위에서 먹던 어묵은 기가 막혔다. 해맑은 여대생과 보트를 타며 보트미팅을 했던 일과 술에 취해 호기롭게 못에 뛰어들었던 일이 새록새록 깨어난다.수성못엔 포근함이 있다. 무거운 삶의 더께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고자 찾아오는 사람일지라도 호수는 따스한 마음으로 맞는다. 참을성 없고 불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뒤집힌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을 때까지 호수는 말없이 푸근하게 기다린다. 거칠고 험한 인생살이에 치여 쫓겨 다니다가 호숫가에 앉아 한가로이 노니는 물고기를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이 말갛게 빈다. 맥박마저 뒷짐을 진 채 게으름을 즐긴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그 귀천을 가리지 않고 포근한 가슴을 내어준다. 수성못에 가면 누구나 엄마 품속 같은 포근함을 만끽한다. 오철환(문인)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장마 소식에 겁이 난다. 강원도와 충청지역에는 집중호우로 열차 운행이 멈췄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시간당 50㎜로 비가 퍼부으면 그것은 폭포 아래 서 있는 것 같지 않을까. 곳곳에 산사태에다 물난리가 나서 사고 소식에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시골집은 괜찮은지 걱정되어 서둘러 길을 나섰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로에는 차들로 가득 차 있고 슬금슬금 거북이걸음이다. 때로는 주차장처럼 멈춰 서 있다가 다시 조금 조금씩만 움직인다. 터널을 지나는 길이라 그 안에 혹시라도 사고가 생긴 것은 아닐까? 이곳에도 지반이 약해져서 산사태라도 난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터널 가까이에도 아무런 일은 없고 내리막이 되자 쌩쌩 달리는 것이 아닌가. 별일이 없어 아무리 엉금엉금 가게 됐어도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지루한 장마와 우울한 코로나19 소식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 피해 소식으로 마음이 무거웠을 터이니, 오랜만에 나타난 푸른 하늘과 밝은 햇살에 운전하면서 이리저리 살피느라고 속도에 탄력을 받지 못해 오르막을 잘 못 오르는 차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맑은 날씨를 보니 습기에 찬 집안을 얼른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방 문을 열어 젖혔다. 그러고 나서 비가 샌 곳은 없는지 살피는데 하얀 벽에 거뭇거뭇한 것들이 수십 개나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무심코 휴지로 닦아보니 살아 꿈틀대며 몸을 웅크린 채 발 앞에 떨어졌다. 화들짝 놀라 자세히 보니 지네처럼 발이 수십 개가 쌍으로 달려 있고 머리도 있는 벌레였다. 벽뿐만 아니라 바닥에도 깔려있고 욕실을 열어보니 그곳에도 수없이 많이 움직여대고 있었다. 장마가 지나는 동안 습기가 많아 생긴 것일까. 나무숲이 우거져있어서 살기 좋은 곳이라 찾아든 것일까. 살아있는 생물이라 함부로 살생은 할 수 없을듯하여 기다란 빗자루로 쓸어 숲속에 던져 주었다. 그곳에서 솔밭 사이 습기를 먹으며 땅속 유기물이라도 요기하며 살아가라고. 작년에는 없는 벌레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정말 그립다. 지난해에는 저렇게 징그러운 벌레는 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에는 그것까지 나타나 소름 돋게 하고 있다. 집 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나서 비바람에 텃밭은 괜찮은가 싶어 나가보니 난장판이 따로 없다. 고춧대는 다 쓰러져 있고 방울토마토는 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손으로 쓸어 담으니 그곳에도 무엇인가 만져지는 것이 있었다. 노래기들~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손이 갑자기 근질근질해오는 것 같았다. 노래기는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해를 끼치지는 않고 오히려 토양을 풍부하게 해준다고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징글징글해 표정이 먼저 일그러진다. 혹시라도 기어오르는 살아있는 벌레가 있는가 싶어 이리저리 살피는 데 전화기가 울린다. 받아보니 막내의 비명이 들려왔다.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천장의 전등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려 꽂혀서 산산조각이 났다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하마터면~!올해는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는 해인 것 같다. 코로나19가 봄을 삼키더니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장대비가 퍼부어 온 나라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벌레 노래기의 출몰도 멀쩡하던 전등의 낙하 사건에 놀란 가슴이지만, 온통 흙탕물에 젖어 있는 수재민의 마음에 비하겠는가. 해외입국자들의 코로나19 확진 소식도 걱정이다. 지난달 말 마지막 코로나 소아 환자를 퇴원시키면서 이젠 정말 끝이겠지? 생각했는데 벌써 빗나갔다. 해외 근로자의 아내가 자가 격리 중에 확진을 받았고 젖을 먹이고 있던 영아가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으로 오고 있다는 전갈이다. 정말 아무 일 없는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가 몹시도 그립다. 일전에 본 영화가 생각난다. ‘패터슨’이라는 영화다. 미국 뉴저지의 패터슨이라는 한 소도시에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의 일상 이야기. 그는 취미로 시를 쓰는 버스 기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리얼을 먹고 버스 운전을 하러 간다. 일이 끝나면 아내와 저녁 식사를 한 후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러 나간다. 중간에 늘 비슷한 시간에 술집에 들러 맥주도 한잔 마신다. 참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이지만, 영화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주일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사는 그저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예술로 바꿔내는 마술을 보여준다. 우리가 생업을 이어가면서도 내면의 감수성을 잃지 않는다면, 하루하루 아름다움으로 꽉 차지 않겠는가.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가 원하는 것을 마음 놓고 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의 하루는 삶에 활력소가 되지 않으랴. 요즘엔 평범한 일상이 참으로 그립다. 어서 빨리 그리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통합신공항 뒤에 숨은 눈물과 희망

‘극적인 타결.’ 이럴 때 쓰는 말인가보다.지난 7월 하고도 30일. ‘우보공항’이 아니면 절대안된다며 무산위기로 치닫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510만여 대구시·경북도민 특히 군위군민들의 열망에 힘입어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 유치 신청 합의라는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숨죽이며 이를 지켜보던 많은 주민과 언론인들은 이날 하루 긴장 속에서 긴박했던 순간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우보공항을 지키는 것도, 공동후보지에 통합신공항을 탄생시키는 것도, 김영만 군수를 비롯한 추진위원회, 군위군민들의 위대한 승리라고 본다. 통합신공항이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까지는 뼈아픈 눈물과 환희의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박근혜 정부가 2016년 7월. K2 대구 군공항과 민항을 함께 이전해야 한다는 발표 직후 김영만 군위군수는 “소멸돼 가는 군위군을 살릴 수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도내에서 가장 먼저 유치 희망 의사를 밝혔고 지난 4년간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했다.그동안 반대하는 주민들에 의해 화형식에다 뼈아픈 주민소환까지 당했다. 하지만 찬성하는 주민들도 군위군민이고, 반대하는 주민들도 똑 같이 군위군의 미래를 걱정하는 주민들이었다.통합신공항 건설이라는 대역사가 무산됐다면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통합신공항을 포기하지 않고 성공시킨 결과는 위대한 군위군민의 승리라고 본다.군위군과 대구·경북 주민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유치’라는 옥동자가 탄생했다. 옥동자를 낳기 위해 긴 산고를 겪어야 했다. 주민 대다수가 다행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대구·경북 특히 군위군의 미래를 보장하는 통합신공항 유치는 그야말로 대역사다.통합신공항이 있기까지 김영만 호를 이끌어온 김 군수의 심정은 지금 어떨까. 민항터미널, 영외관사, 항공클러스터 100만 평, 시도 공무원 연수시설, 군위동서관통도로 등 큼직한 인센티브를 얻어내기까지는 김 군수의 특유의 뚝심이 큰 작용을 했다는 평이다.이제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은 멀고도 멀다. 군위군을 비롯한 시도민은 한마음 한 뜻으로 틀림없이 성공하는 세계적인 일류 통합신공항을 건설해야 된다. 아플수록 성숙한다는 말이 새롭다.그동안 많은 아픔도 겪었지만 인내하고 참은 세월만큼이나 통합신공항 이라는 자식을 우리는 품에 안았다. 어질고 현명한 부모가 돼 잘만 키우면 분명 톡톡히 효자노릇을 다하리라 믿는다. 통합신공항 뒤에는 많은 눈물이 있었지만, 이제는 희망이 보인다.모쪼록 군위군민들은 성공한 통합신공항 건설에 매진해 세계적인 공항도시. 일류 시민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서대구 환승센터’는 대구 균형발전의 허브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사업이 경제성을 인정받음에 따라 서대구 역세권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서대구지역의 교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복합환승센터는 이미 건설된 동대구복합환승센터와 함께 향후 대구 동서균형 발전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서대구역 환승센터 건립사업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가 시행한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0.93~1.2로 나타나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났다. 사전 타당성 조사는 서대구역 환승센터의 유형, 시설 규모, 교통 수요 예측 및 경제성 분석 등을 통해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필수적 절차다.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복합환승센터는 서대구역 건설에 따른 교통 중심지 역할에 더해 문화, 업무, 상업 기능이 어우러진 서대구 역세권 개발의 핵심 사업이다. 건축면적 1만8천㎡, 연면적 18만㎡에 지하 5층~지상 6층 규모로 인근 시외버스(서부·북부), 고속버스(서대구) 터미널의 기능을 흡수하게 된다.서대구 복합환승센터는 고속철도(KTX, SRT), 광역철도, 대구산업선, 달빛내륙철도, 노면전차, 통합공항 연결철도 등 주요 광역 교통수단의 허브 역할을 할수 있도록 건설된다.환승센터 사업은 서대구 역세권 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선정되는 민간사업자가 일괄 시행하게 된다. 대구시는 복합환승센터를 포함한 전체 사업계획서를 오는 9월14일까지 접수받는다. 이후 내년 상반기 중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이에 앞서 대구시는 오는 2030년까지 서대구역 인근 98만8천㎡(약 30만 평)에 민간자본과 국·시비 등 총 14조5천억 원(민자 31%, 국·시비 69%)을 투입해 서대구 역세권 대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해 9월 발표했다.서대구 역세권은 민관공동 투자개발구역(66만2천㎡), 자력개발 유도구역(16만6천㎡), 친환경 정비구역(16만㎡) 등으로 구분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민관공동 투자개발구역은 공공이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민간자본 투자를 유치해 우선 개발하게 된다.서대구지역은 과거 산업단지가 밀집해 지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중심이었다. 그러나 산업단지가 노후되고 연결 교통망이 미흡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대구지역을 국내 다른 지역으로 사통팔달 연결하는 복합환승센터는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는 지역주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SOC가 돼야 한다. 시행착오 없는 추진을 기대한다.

통합신공항 더 큰 그림을 그리자

홍석봉 논설위원우여곡절 끝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가 결정됐다. 4년간의 진통 끝에 옥동자를 낳았다. 난산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노력과 의성군의 인내, 군위군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대구·경북은 새로운 ‘하늘길’을 열고 비상을 눈앞에 뒀다. 침체된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통합신공항은 앞으로 510만 대구·경북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노둣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신공항이 개통되면 유럽과 미국, 남미, 아프리카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인천공항까지 하루를 허비해야 했던 수고를 덜게 됐다. 또 통합신공항 이전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대구·경북의 협조는 행정통합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통합신공항 이전은 이제 겨우 첫 발을 뗐다. 앞으로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구·경북 나아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계획과 실행을 빈틈없이 해 지역 중추로서, 국가 제3 관문공항으로서 역할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지역민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하늘길이 내륙도시의 한계를 안고 있는 대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통합신공항 건설로 가장 기대되는 것이 지역 경제발전의 중심 축 역할이다. 인천공항을 통하지 않고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지역의 물류거점 역할도 기대된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공산품과 농산품을 세계 각국으로 보낼 수 있다. 특히 구미는 시내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사실상의 구미공항이라고 할 정도다. 구미공단의 각종 전자 및 섬유제품 등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통합신공항, 하늘길과 지역 발전 견인차통합신공항은 이전, 개항으로 끝이 아니다. 경북도가 구상하고 있듯 군위·의성 지역에 각종 물류시설을 유치, 항공 물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유럽과 북미 등 장거리 여행길이 트이면 자연스레 항공정비도 뒤를 받쳐주어야 한다. 국내 투자를 했다가 사업성 미비로 떠난 영천의 보잉 MRO 센터같이 항공정비업체의 지역 투자 등 발전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구~광주 간 영호남 고속전철이 연결되면 통합신공항의 활용가치는 더욱 커진다. 충청권뿐만 아니라 호남권에서까지 중장거리 국외 노선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차제에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비아냥받던 예천과 울진 공항의 활용방안도 찾아야 한다. 예천 공항은 경비행기 전용 공항으로 활용, 2025년 개항 예정인 울릉 공항을 오가는 공항으로 만들자. 울진 공항은 지금도 일부 이용하고 있지만 비행훈련장 및 교육장으로 활용, 항공산업 발전의 한 축으로 삼아도 된다.-항공물류 기반 쌓고 예천·울진공항 활용을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으로 대구·경북에는 20조 원 규모의 돈이 풀린다. 유사 이래 지역 최대의 건설 사업이 될 전망이다. 신공항 건설에만 10조 원이 투입되고 9조3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대구공항 후적지 개발에도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군위·의성은 상주인구의 대거 유입 등으로 공항도시로 입지를 다지며 단박에 국내 소멸 예정 1, 3위의 지자체의 오명을 떨쳐버리게 된다.통합신공항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 중인 행정통합에도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학계와 경제계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양 자치단체 간 행정통합 방안 모색에 나서는 등 이제 걸음마를 뗀 정도다. 신공항은 행정통합이 이뤄져야 온전히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명품’ 신공항을 만드는 것 못잖게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쌓인 분열과 앙금을 털어내는 것도 과제다. ‘핫바지로 보지 말라’는 의성군민들의 뿔난 외침을 잘 새겨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향후 통합신공항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군위와 의성군의 갈등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 경북도가 발표한 1조 원 규모의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계획 등이 그 일환으로 보인다. 더욱 적극적인 의성군 끌어안기에 나서야 한다.시작이 반이다. 대구·경북은 ‘명품’ 신공항을 만드는 데 지역의 지혜와 역량을 끌어모아야 한다.

마이다스의 손/ 이상규

손녀 윤이의 웃음소리는/ 마이다스의 손이다/ 추석에 대구를 다녀가면서/ 떨궈놓은 웃음소리/ 베란다 창가에 자글거리며 내려앉는다// 온통 황금빛으로/ 쏟아져 나오는 웃음소리는/ 창문과/ 발을 담근 물과 / 불어오는 바람과/ 하늘의 별까지// 손녀 윤이는/ 키들거리는 웃음소리로/ 추석 무렵의 수성못 들안길과 그의 침실과/ 갖고 놀던 장난감 자동차와// 아내의 얼굴과/ 아침 배달 조간신문과/ 멍멍이와 침대와 소파와/ 훈민정음 해례본과/ 여진족이 쓰던 문자와/ 그리고 손녀가 머물던 빈자리까지/ 일상의 기쁨이 환하게 퍼진다「수성문학」 (수성문인협회, 2020)마이다스는 만지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신화 속의 왕이다. 마이다스는 미다스의 영어식 표현이다. 최근 모든 고유명사는 그 지방에서 불리는 대로 불러주고 있다. 미다스는 기원전 8세기 무렵 소아시아 프리기아의 왕이다. 알렉산더대왕이 칼로 잘랐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그 일화로 유명세를 얻은 고르디우스 왕의 아들이다.탐욕스런 미다스 왕은 디오니소스에게 손을 대면 황금이 되는 신통력을 달라고 간청했다. 디오니소스는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미다스는 주위 물건을 닥치는 대로 황금으로 만들었다. 만지기만 하면 황금이 되니 좋기도 했지만 문제도 심각했다. 닿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니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자기 딸도 황금조각상으로 변했다.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에게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달라고 간청했다. 원래대로 돌려주었다고도 하고 그대로 살다 죽었다고도 한다. 인간의 탐욕을 경계한 신화로 보이지만 이재에 능한 사람을 칭찬하는 말로 전화됐다.시인은 손녀 웃음소리가 미다스의 손이다. 손녀 웃음소리에 주위의 모든 것들이 몽땅 황금으로 변한다. 황금은 재화나 재물이 아니라 즐거움과 행복의 메타포다. 손녀 웃음은 삼라만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사랑과 즐거움을 준다. 그 웃음의 여운마저 마법을 부린다. 창문과 침대, 소파와 장난감에서 손녀의 웃음자락이 묻어난다. 물과 바람과 별까지 미소 짓는다. 손녀와 걷는 길은 축복이다. 들안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활기차고, 상화공원 시비에 새겨진 ‘나의 침실로’도 반갑다. 조간신문에 좋은 소식이 실려 온다. 훈민정음해례본과 여진문자도 새삼스럽다. 일상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아내도 넌지시 웃고 있다. 손녀 웃음소리가 부린 마법이다.귀여운 손녀만큼 사랑스러운 건 없다. 아들 딸 낳고 살았지만 사랑스러운 줄 몰랐는데 손녀를 얻고 보니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 먹고살기 바빠서, 아들 딸 재롱을 제대로 못 보고 살았다. 누구든 손녀를 볼 즈음이면 삶의 힘겨움에서 조금 빗겨나 여유를 갖는다. 그때 찾아오는 손녀의 재롱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의 즐거움이다. 흔히 인생삼락이라고 하면 공자를 생각하지만 실상 사람마다 그 내용은 각기 다를 것이다. 첫째 자식 키우는 즐거움, 둘째 배우는 즐거움, 셋째 일하는 즐거움을 인생삼락으로 꼽는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터이다. 시인은 손녀바보다.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식 키우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 적잖은 진통과 희생이 따른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인생삼락 어느 것도 즐거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인생삼락을 무엇으로 채워 넣는다 하더라도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결혼하지 않고 애도 낳지 않는 최근 풍조는 극단적 이기심의 발로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감히 이 시를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다. 오철환(문인)

통합공항 합의, 명품공항 건설로 이어가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유치 신청 최종 마감을 하루 앞둔 30일 극적으로 타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8월 중 군공항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열어 공동후보지를 이전지역으로 결정한다. 2018년 3월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와 단독후보지(군위 우보) 등 2곳의 예비후보지 선정 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입지 선정논의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30일 군위군청 회의실에서 김영만 군위군수를 만나 통합공항 공동후보지에 대한 유치 신청 방안을 논의했다.이 자리에서 김 군수는 전날 권 시장과 이 도지사가 제시한 합의문 인센티브에 대해 강화된 보증을 요구했다. 보증 방법은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과 대구시의원, 경북도의원 전원의 연대 서명이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국방부에 공동후보지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구시와 경북도는 서둘러 대상자들의 서명을 받아 군위군과 공동후보지를 신청한다는 최종 합의를 마무리했다.대구시와 경북도의 인센티브 합의문에는 △민간공항 터미널, 공항 진입로, 군 영외 관사 군위군 배치 △공항신도시(배후 산단) 군위군 및 의성군 각 330만㎡ 조성 △대구·경북 공무원연수원 군위 건립 △군위군 관통도로(동군위 IC~공항 간 25㎞) 건설 △군위군 대구시 편입 추진 등 5개 항이 포함돼 있다.이날 오전 3자회동 직후 권 시장은 중간 브리핑을 통해 “통합신공항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가고 시도민 염원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같이 노력한다는 것까지 대체로 의견 접근이 됐다”고 전해 최종 타결의 기대감을 높였다.이에 앞서 김 군위군수와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29일 국방부에서 단독 면담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헤어지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그러나 전 시도민의 성원을 업고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대구시와 경북도의 노력으로 막판 극적 대합의가 이뤄졌다.물론 그동안 단독후보지를 고집하는 군위군의 완강한 행보에 시도민들의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군위군은 도내 어느 지역에서도 통합공항 유치를 생각하지 않을 때 과감하게 나섰다. 그간 모두에게 일일이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 있지 않았겠나 짐작이 간다. 그런 모든 난관을 넘어 쉽지 않은 결단을 한 군위군에 박수를 보낸다.앞으로 통합공항 개항 때까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 과정의 어려움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입지선정 과정의 진통을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무산 일보 직전에서 극적 합의를 일궈낸 지역민들의 저력을 향후 명품 통합공항을 만드는 데 모아가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유치신청을 환영한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군위군과 의성군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유치를 신청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군위-의성 지역민들의 통큰 결단으로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간절히 염원했던 ‘새로운 하늘길’을 가질 희망이 생겼다. 새로 건설될 통합신공항이 세계의 고립된 ‘섬’으로 전락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을 소생시킬 산소호흡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그 동안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가장 위대한 분들은 군위와 의성주민들이다.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 통합신공항이 건설되면 분명히 소음이 많아지고 생활에 불편함이 있을 텐데도 지역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삶의 공간을 내주셨기 때문이다. 그 고마움은 사업진행과정에서 충분히 위로받고 보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2014년 ‘군공항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함께 시작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대고 갑론을박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이타적 배려심과 수준 높은 시민정신이 발휘되어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더 의미있는 것은 통합신공항사업 신청과정에서 시도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통합되었는 점이다. 깊이 새길 일이다.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방심할 수 없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은 첫 시작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군위, 의성군에서 유치신청을 한 것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정도이다. 시도민 모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대구경북의 미래인 통합신공항 함께해 주십시오”라는 대구시장과 경상북도 지사의 공동호소문을 꼼꼼히 읽어보면 510만 시도민들의 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통합신공항이 대구경북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절규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후대들에게 더 절실한 바이다.통합신공항의 가장 큰 역할은 지역경제발전이다. 공항이 건설되면 인천공항을 거치지 않고 세계 전역으로 갈 수 있다. 현재 민간공항과 군공항으로 운영되는 좁은 대구공항(7.1㎢)을 군위, 의성지역(15.3㎢)으로 확대이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규모나 시설 면에서 보면 국제공항으로서의 충분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용객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상품의 국제적 유통이 원활하게 된다. 특히 대구, 구미, 김천, 경산, 영천, 청도, 포항, 안동, 문경 등지에서 생산되는 공산품과 신선한 농산품들이 세계 각국, 각 가정으로 손쉽게 배송될 수 있다. 대구경북 인접지역의 항공물류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울산, 부산, 경남뿐만 아니라 경상북도 북부권과 연결된 충남, 충북의 물류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대구-광주의 달빛동맹이 영호남 고속전철로 연결된다면 통합신공항과의 거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 그러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분산, 지역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일본이 가까운 영남과 중국이 가까운 호남, 충청이 연결되면 중국-한국-일본의 경제협력체계가 형성되어 동북아시아지역 발전의 붐을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도권 의존적인 교통-물류체계를 분산시킬 수 있고, 지역이 세계로 가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공항도시의 형성도 기대된다. 공항발전에 따른 파급효과로 공항으로부터 40~70㎞ 이내에 형성될 공항도시는 침체된 대구, 경북에 활력을 제공할 새로운 중심되 될 것으로 기대한다.통합신공항이 가지는 또 다른 의미는 국가안보적 역할이다. 통합신공항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통합운용하게 된다. 의성, 군위지역은 방어종심이 깊은 내륙에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항이 해양과 인접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양으로부터의 적의 기습공격에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때문에 내륙 깊숙이 자리하게 될 통합신공항은 유사시 전략적 보루역할을 하는데 최적이다. 경제와 안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통합신공항이다. 무엇보다도 대구경북 시도민이 하나될 수 있는 사업이다. 이제부터는 손에 손을 잡고 공항완성의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이 감격과 기쁨의 순간에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 그럴까? 삼국유사와 김수환 추기경의 가르침을 품은 군위, 마늘의 힘을 가진 의성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치사의 말씀을 전한다.

슬기로운 여름나기

고정석대구지방기상청장한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는 요즘, 여름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장마, 폭염, 열대야, 태풍 등이 있을 것이다. 봄철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여름철이 다가오면 우리나라 북동쪽에서부터 발달한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기단의 영향을 주로 받다가 점차 남쪽에서 발달하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기단이 북상하면서 여름으로 계절의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이 두 기단을 경계로 정체전선이 생기게 되는데 이 정체전선이 길게 띠를 형성하며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여러 날 동안 이어지는 비가 바로 전형적인 장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이러한 전형적인 장마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장마의 어원을 살펴보면 한자의 길 장(長)자와 많은 물을 뜻하는 우리 옛말(맣)이 합쳐진 것에서 유래됐다. 순우리말로 오란비라고도 한다. 장마라고 하면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남부지방은 6월23일부터 7월23~24일 이어지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대구지역은 장마기간 평균 강수량이 288.6㎜인데, 가장 적었던 해는 1973년에 37.6㎜(연강수량 864.4㎜ 대비 4.3%),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 587.1㎜(연강수량 1131.5㎜ 대비 51.9%)이다. 최근에는 정체전선의 영향만으로 오랜 시간 비가 내리기 보다는 국지성 호우의 성격을 자주 보이는데 두기단의 영향 뿐 아니라 다른 기상학적인 변수와 지형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부지역에는 집중호우의 영향을 받지만 다른 일부 지역으로는 덥고 습한 날씨만 이어져 장마라는 이름이 무색해 지는 경우도 잦다. 장마철에는 덥고 습윤한 성질을 가진 북태평양기단 가장자리를 따라 다량의 수증기가 남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되게 되는데 차고 습한 기단과 만나서 공기가 불안정해지고 불안정해진 공기는 많은 강수를 내릴 수 있는 기상학적인 조건이 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산악지형이 다양해서 지역적으로 공기의 불안정을 가중시키기 쉽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천둥‧번개와 강풍을 동반해 강하게 내리는 집중호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근 호우특성을 살펴보면 시간당 강수량의 강도가 매우 커지는 경향이라 짧은 시간동안 국지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오는 형태로 바뀌면서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추세다.여름철에는 많은 비와 무더위로 인해 우리의 몸과 마음 등 주변의 많은 것들이 영향을 받게 되고 크고 작은 피해들이 생겨난다. 장마철에는 일조시간이 줄어들고, 야외활동이 제한되고 습도로 인해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우울감이 더해지기도 한다. 또한,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식중독균의 번식도 활발해져 식중독의 위험도 높아지고, 각종 피부 질환의 발생도 증가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장시간 비가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비가 내리게 되면서 산사태, 낙석 사고, 하천 범람, 저지대 침수 등 여러 재난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해안가 저지대나 상습 침수구역에 대한 사전 대비 및 배수로 점검 등 주기적인 시설물 점검도 잊지 말아야한다. 장마가 끝나고 북태평양기단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일 최고기온이 30℃를 훌쩍 넘기는 무더위가 찾아오고, 밤사이(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겪는 등 본격적인 무더위인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된다.폭염특보가 발표되면 온도가 높은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시에는 양산이나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또한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가 중요한데, 선풍기나 에어컨 등으로 실내 온도를 22~25℃로 유지해야 한다. 타이머를 설정하고 틈틈이 환기시켜 냉방병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를 해 몸을 식히고 피로를 풀어주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장마가 끝났다고 해서 많은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방심할 수 있는데 대기불안정으로 집중호우와 같이 많은 비가 올 수 있음으로 사전에 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올해 장마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장마가 지나면 곧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될 것이다. 폭염과 열대야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날씨누리(www.kma.go.kr), 날씨알리미 앱 등을 활용해 건강을 지키고, 큰 피해 없이 슬기로운 여름나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기대한다

얼마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집값 폭등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나온 집권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뜬금없다’, ‘일석이조가 가능한 제안’이라는 등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그러나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서울 집값보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메시지가 더 주목되는 게 사실이다. 비수도권도 수도권만치 발전해 젊은이들이 고향 가까운 곳에서도 좋은 일자리 잡아 결혼해 잘살 수 있게 되는 걸 지방 사람으로서 누가 마다하겠는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여러 조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수십 년 동안 누적된 사람, 기업의 수도권 집중과 그 여파라고도 할 수 있는 지방의 소멸 위기는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국가현안이 됐다. 또 정치 권력에 사람과 기업이 몰리는 한국적 현실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더라도 그 상징성과 파급효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지방 살리기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정치권은 벌써 찬반이 갈리는 모습이다. 그 속뜻이야 2022년 대선을 포함해 각 진영의 이해득실 셈법에 있겠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그 핵심이 국가균형발전에 놓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다’, ‘집값 비판 여론을 딴 데로 돌리려는 발상이다’ 하는 주장은 오히려 지방에서는 정략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비판으로 읽힌다.그래서 지방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지방정부의 노력에 호응하고, 또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완성이 결국 국가균형발전에 달려 있다는 원론적 시각에서라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하루속히 나서 줄 것을 정치권에 주문한다.대구시, 경북도를 포함해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자체 노력만으로 활로를 찾기 어려운 게 실상이다. 올해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전체 인구를 추월할 것이란 통계청 자료가 있고,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의 상장기업 2천300여 개사 가운데 70% 이상 기업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고 한다.이런 데 어떻게 지방에 사람이 붙어 있을 거며, 또 무슨 수로 지방경제가 성장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말로만 하는 국가균형발전은 더는 안 된다. 대신 좋은 일자리와 인프라를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최근 경북과 충남·북의 10개 시·군 단체장들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촉구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또 대구상의 등 비수도권 5개 지역 상의에서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반대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지방의 경제인들은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를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 지역 청년이 취업을 이유로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일각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확대 효과만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를 앞세우기에는 지방의 위기가 너무나 엄중하다. 오히려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면 이참에 국회, 청와대 외에 더 많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것도 세종시에만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아예 출퇴근이 어려운 대구, 광주 등 전국에 분산 이전하는 것이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대구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나, 민주당과 정부에서 행정수도 이전 제안에 이어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계획을 밝힌 것이나 모두 그 방향성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병을 고치려면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발전으로 지방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면 그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고,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진영 싸움 때문에 뒷전으로 밀릴 일이 아닐 것이다.

약간의 ‘관심’과 작은 ‘용기’가 테러를 예방할 수 있다

백진훈대구 남부경찰서 경비작전계테러는 특정 목적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가 살인, 납치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행사해 사회적 공포 상태를 일으키는 행위를 말한다.그 규모와 형태는 대형, 다양화되고 있다.대상도 과거 특정 대상을 겨냥한 ‘하드 타깃’(hard target)에서 최근에는 일반 시민 등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소프트 타깃’(soft target)으로 변경돼 민간의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소프트 타깃은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를 테러대상으로 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테러범의 진입이 쉽고 테러 도구 은폐가 용이해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특히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량 등이 테러 도구로 사용되는가 하면 정부에 대한 반감 및 경제적 이유 등으로 테러단체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 의한 테러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세계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2016년 입국한 카자흐스탄 불법체류자가 국내 이슬람 사원에서 테러단체 접촉 후 테러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구속(2019년 10월19일)된 사례가 있는 등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아니며 다수의 사람들이 밀집한 곳이라면 테러위험지역이라 볼 수 있다.평소 인천국제공항에서 폭발물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한 뒤 경·군 인력들이 출동하는 모습을 우리는 언론매체에서 자주 접해 왔다.최근 뉴욕 911 테러 현장 부근에서 폭발물로 추정되는 압력 밥솥을 발견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례가 발생했다.해체해보니 누군가가 버려놓은 일반 압력밥솥으로 확인돼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이는 사소한 것에도 주의를 기울였던 주민의 신고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경찰은 테러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지하철역,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을 수시로 점검하고 각종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실시하는 등 테러예방활동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이런 경찰의 관심과 노력은 물론 일반 시민도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요령을 숙지하는 등 테러 예방을 위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다수가 모여 있는 장소에서 거동이 수상한 자와 폭발물이 의심되는 가방, 소포 상자, 물건 등을 발견했을 때는 절대 손대지 말고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 반대 방향으로 대피해야 한다.이때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을 이용하고, 바로 112에 신고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초동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테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우리 가까이 있기에 경찰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테러 예방에 대해 사소한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약간의 관심과 신고할 수 있는 작은 용기가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초석이 돼 테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안쪽/ 김영순

잠시 잠깐 뻐꾸기 울음이 그친 사이/ 삼백 평 과수원에 삼천 평 노을이 왔다/ 넘치는 감귤꽃 향기 더는 감당 못하겠다// 이렇게 내가 나를 이기지 못하는 시간/ 하루 일상 시시콜콜 어머니 전화가 온다/ 말끝에 작별인사를 유언이듯 하신다// 어제는 방석 안에 오늘은 속곳 속에/ 당신의 장례비를 꽁꽁 숨겨 두었단다/ 치매기 살짝 스며든,/ 세상의 가장 안쪽시조선집, 「그런 봄이 뭐라고」 (고요아침, 2019)김영순 시인은 제주 출신으로 2013년 ‘영주신춘문예’와 ‘시조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 「꽃과 장물아비」와 「그런 봄이 뭐라고」가 있다.‘가장 안쪽’에는 근원적인 슬픔이 배어 있다. 첫수에서 잠시 잠깐 뻐꾸기 울음이 그친 사이에 삼백 평 과수원에 삼천 평 노을이 왔다, 라고 노래하고 있는데 삼백 평을 삼천 평으로 부풀리고 있는 대목에서 시인의 남다른 스케일과 기발함을 엿본다. 더구나 넘치는 감귤꽃 향기 더는 감당 못하겠다, 하는 내적 파장조차 이채롭다. 이렇게 내가 나를 이기지 못하는 시간에 하루 일상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전하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다. 말끝에 작별인사를 유언이듯 하시는데 들어보니, 어제는 방석 안에 오늘은 속곳 속에 당신의 장례비를 꽁꽁 숨겨 두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사연을 화자는 단 두 줄로 끝맺는다. 치매기 살짝 스며든 세상의 가장 안쪽이라고. 그런 안타까움을 세상의 가장 안쪽, 이라는 절묘한 구절로 육화해 독자의 심금을 울리며 긴 여운을 남긴다.그는 다른 작품 ‘꽃과 장물아비’에서 봄이면 따라비오름 초여름엔 사려니숲 유채꽃 종낭꽃 찾아 벌통도 따라 간다, 라고 독자의 시선을 끌면서 이사에 이골 난 차를 끌고 가는 유목의 피임을 환기한다. 그리고는 곧장 나더러 장물아비라고, 미필적 고의라고 하며 반문한다. 이 표현은 다소 도발적이다. 나는 단지 벌통을 꽃 곁에 놓았을 뿐 꽃 속의 꿀을 훔친 것은 저들의 짓이 분명하다, 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끝 수 벌의 몸을 통과해야 꽃물이 꿀이 되듯 내 가슴을 관통한 저 못된 그리움아, 라는 대목에서 이 시가 연시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좌판도 흥정도 없이 야매로 팔고 가는 것이라고 끝맺고 있다.단시조 ‘감귤 따기’도 특색이 있다. 삼한사온 어디 가고 한 보름째 궂은 날씨임에도 모처럼 모처럼만에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하늘에 가위를 대고 노을을 따 내리고 있다고 노래한다. 모처럼, 을 두 번 되풀이한 점이 좋다. 짧은 시에 탄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화자는 정작 가지에 달린 감귤은 따지 않고 더 높은 곳에 있는 하늘 한 모서리에 가위를 갖다 대고 노을을 따 내린다고 한다. 이 시조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가지의 감귤은 현실이고 하늘의 노을은 이상이 아닐까? 감귤을 수확하면 먹거리가 되고 팔아서 이득을 얻는다. 하늘의 노을은 마음으로는 따 내릴 수 있지만 실현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상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닿을 길 없는 이상향에 대한 이러한 꿈꾸기는 우리의 삶이 결코 물질적인 데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우리는 흔하거나 일반화된 서정의 문맥을 보면 곧 고개를 돌리게 된다. 김영순 시인은 시조문단의 또 다른 목소리의 한 주인공이다. 그의 개성은 그 누구와도 다른 차별성을 확연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신의 특장을 잘 살려 나가는 시업의 길에 매진해 일가를 이뤘으면 한다.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신만의 가장 안쪽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 가장 안쪽을 얼마나 잘 보듬고 가꾸어가는가에 따라 우리 인생의 결은 퍽이나 달라질 것이다. 이정환(시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