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대구 오성고 학생 양성 판정 받아…인근 남산고와 능인고, 시지고, 중앙고 등도 등교 중지

대구지역 2차 등교 개학 첫날인 27일 수성구 오성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이 학교가 폐쇄됐다.또 양성 판정을 받은 이 학교 학생과 접촉했거나 연관성이 있는 남산고와 능인고, 시지고, 중앙고 등도 등교 중지 당했다.이에 따라 대구시교육청은 이들 학교 고3을 포함해 등교하는 2학년 학생 전원에 대해 등교를 일시 중지 했다.

‘스쿨존 안전’ 첫 걸음은 불법 주정차 근절

5, 6월은 어린이 교통사고가 연중 가장 많은 계절이다. 올해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등교 개학이 겹쳐 걱정이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늦춰진 유치원생, 초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2학년의 등교가 27일부터 시작된다. 나머지 학년도 6월8일까지 순차적으로 등교하게 된다.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3월25일 이른바 ‘민식이법’(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개정 법률)이 시행에 들어갔다.스쿨존에서 규정속도 시속 30㎞를 넘거나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를 내면 가중 처벌된다. 피해 어린이가 사망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불법 주정차를 할 경우 일반 도로에 비해 2배가 넘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교통신호등 설치 등도 의무화 됐다.최근 3년(2017~2019년)간 보행 교통사고로 전국에서 7천894명(사망 42명, 부상 7천852명)의 초교생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상자 중에는 처음 학교에 가는 1학년이 전체의 22.3%인 1천763명에 이르렀다. 3학년 이하 저학년은 62.4%였다.스쿨존 안전의 주된 위해 요인은 불법 주정차와 과속이다. 그 중에서도 운전자들이 무심코 저지르기 쉬운 것이 불법 주정차다. 잠깐 볼일 보고 돌아오는데 별일 있겠느냐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통전문가들은 스쿨존 안전의 가장 큰 위해 요인이 불법주정차라고 강조한다.좁은 길에서 불법 주정차된 사이로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속도가 조금만 빨라도 사고를 막을 방법이 없다. 특히 키가 작은 저학년 어린이들은 좁은 도로 횡단 시 주차 차량 때문에 주행하는 차량을 식별하기 어렵다.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방심하면 차량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어린이를 놓치게 된다.문제는 우리의 의식이다. 민식이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스쿨존의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초교 주변 도로에는 여전히 불법 주정차 차량이 줄지어 있다.경찰은 계도와 단속을 병행하고 있지만 인력의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개학 후에는 초교 정문 쪽 통학로 주변 단속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한다. 스쿨존 주변 무인 주정차 단속장비 확충과 함께 과속방지턱, 미끄럼 방지 시설, 안내표지판 등 도로안전 구조물 설치도 늘려야 한다.어린이는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이다. 어린이가 보이면 무조건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야 한다.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이다. 기다리고 양보하는 운전습관이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젠 얼치기를 걸러낼 때다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고려인삼 중에 ‘얼치기’라는 삼이 있다. 전통 심마니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오는 말이다. 임금에게 진상한 산삼 중에 약이 되는 삼은 진으로 불렀고 아무리 오래된 삼이라도 약이 되지 못하는 삼은 얼치기라 했다.이처럼 얼치기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치기 혹은 탐탁치 않은 사람을 말한다. 어느 한 방면에서 기술이 부족하거나 서투른 사람을 이르기도 한다. 때론 풋내기, 반풍수라는 말과도 비슷하다. 반풍수는 얼치기 풍수라는 뜻이다. 됨됨이가 똑똑하지 못하고 모자라는 ‘얼간이’, 겨울에 논밭을 대충 갈아엎어서 심는 푸성귀인 ‘얼갈이’도 비슷한 말이다.전통 심마니들은 얼치기를 ‘잡마니’라고 하기도 한다. 요즘 얼치기와 잡마니가 판을 치고 있다. 선무당 사람 잡고 반풍수 집안 망친다고 했다. 모두 일을 그르치는 얼치기, 잡마니를 말한다.이런 반풍수와 선무당, 얼치기, 잡마니를 걸러내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K-방역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은 얼치기가 아닌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K-방역이 세계의 모범이 된 가장 큰 요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치권력의 간섭을 원천 차단한 게 코로나19 방역 성공의 원동력이었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낯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은 결국 얼치기 정치권력이 아닌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이때까지는 어땠나. 전문성은 둘째였다. 비전문가들이 나서서 반풍수 역할을 해왔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소비심리가 4개월 만에 개선되었다는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총선 직전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안을 두고 경제부처 관료들이 왜 여권의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조금 나아지고 있는 소비심리 만으로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성공이라고 자평하기엔 이르다. 앞으로 돈을 쏟아부어야 할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쓸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게 뻔한 데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은 줄어든다는 점이다.그런데도 ‘곳간에 쌓아두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는 국가재정에 관한 인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결국 곳간을 채우는 것도 세금이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할 돈 아닌가.코로나19 사태와 총선이 이어지면서 쑥 들어가 버린 소득주도성장만 해도 그렇다. 거쳐 갔거나 재임 중인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에 의해 나라 경제가 좌우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이들의 힘은 막강하다. 이들이 지속해온 정책인 소득주도성장도 결국은 돈을 뿌리는 경제정책이다. 하지만 청년취업, 노인 일자리 등 그렇게 많은 돈을 뿌리고도 제대로 작동된 게 어딨나. 코로나19로 묻혔지만 경제는 파탄 직전 아니었던가.그래서 코로나19 대처방식에서 배울 점이 많다. 정치권력이라는 외부의 입김보다 전문가 중심으로 진단을 하고 대책을 세우고 해결책을 실행한 결과가 방역 성공으로 나타났다. 이때까지와 달리 기본을 챙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이번 코로나19 방역에도 얼치기가 나섰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선무당, 반풍수들이 아닌 방역전문가들이 제자리를 찾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은 밀려나고 비전문가들, 특히 얼치기 정치권력이 나서 그르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산발적으로 지역감염이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이제부터일 것이다. 이전부터 보여 온 불경기에다 코로나19 불황이 또 얼마나 오래 갈지 안갯속이기 때문이다.해답은 전문가들 손에 달려있다. 그래서 K-방역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위기 대처는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 정치권력의 필요에 따라 대책이 수립되고 여기에 휘둘리게 된다면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사회적 거리두기와 오랫동안 이어진 경제활동 중단으로 경제 뿐 아니라 사회전반이 허약해진 상태다. 이제 정확한 진단과 처방, 수술은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반풍수와 선무당, 얼치기, 잡마니를 걸러낼 때다.

신발이거나 아니거나

신발이거나 아니거나 박명숙 저것은 구름이라, 한 켤레 먹구름이라/ 허둥지둥 달아나다 벗겨진 시간이라/ 흐르는 만경창파에 사로잡힌 나막신이라 혼비백산 내던져진, 다시는 신지 못할/ 문수도 잴 수 없는 헌신짝 같은 섬이라/ 누구도 닿을 수 없는 한 켤레 먹구름이라.......................................................................................................................박명숙은 대구 출생으로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은빛 소나기』『어머니와 어머니가』『그늘의 문장』과 시조선집으로 『찔레꽃 수제비』등이 있다. 1990년대 전반에 등장한 탁월한 시인들로 박권숙, 이종문, 이달균 등을 들 때 박명숙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그의 시 세계는 개성적이기 때문이다.‘신발이거나 아니거나’는 독자에게 친절한 시는 아니다. 지나치게 자상한 시는 금방 식상할 수 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신발이든지 아니든지 간에 그 대상을 두고 시의 화자는 대뜸 저것은 구름이라 한 켤레 먹구름이라고 진술한다. 신발이 돌연 구름이 되고, 그것도 한 켤레 먹구름이 된다. 그런데 그것은 허둥지둥 달아나다 벗겨진 시간이기도 하다. 또 다시 훌쩍 공간 이동을 하여 흐르는 만경창파에 사로잡힌 나막신이 된다. 연이어서 혼비백산 내던져진, 다시는 신지 못할 문수도 잴 수 없는 헌신짝 같은 섬이기도 하다. 그리고 끝으로 결론짓는다. 누구도 닿을 수 없는 한 켤레 먹구름이라고. 제목부터 애매모호한 이미지를 도입한 이후 시종일관 확장은유를 원용하여 해득이 불가능한 상상력의 육화, 낯선 이미지의 배치를 통해 새로운 시의 한 경지를 열어 보이고 있다. 한 켤레 먹구름, 벗겨진 시간, 헌신짝 같은 섬 등과 같은 개성적인 구절들이 서로 맞물려서 미묘한 정서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심금을 울리는 점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로 ‘신발이거나 아니거나’는 신들려서 쓴 듯하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이 시의 주제나 메시지가 무얼까 하고 굳이 매달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직이 읊조리면서 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리라 생각된다.그의 다른 시편으로 ‘어린이날’이 있다. 뜻밖의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말이며 눈빛이며 주고받기도 무심한 날 텅 빈 동네 놀이터에서 시소 타는 노부부에게 어린이날은 그다지 외로울 것도 슬플 것도 없는 날이다. 기운이 철철 넘치거나 생기발랄할 수 없는 연조이기에 노부부 사이에 뜨거운 정담이 오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 사람이 비교적 건강한 가운데 함께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문짝 나간 버스 같은 허술한 가슴으로 젊은 날 추억들이 무임승차를 하는 날에 그 추억들을 곱씹으면서 바람에 눈을 헹구며 시소를 탄다. 이런 어린이날을 두고 시의 화자는 노인의 날이라고 말하고 있다. 참 쓸쓸하고 서글픈 정경이다.그의 또 다른 작품에 ‘드므’가 있다. 불가해한 일면을 가진 시다. 두려웠다, 거기도 내 얼굴이 남아 있었다, 라는 첫머리가 섬뜩하다. 내 얼굴이 거기에도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시의 화자에게는 적잖은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그 얼굴은 천길 물속을 타고 오른 일그러진 두 눈빛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데 석양이 피를 길어내며 그 눈빛을 끄고 있었기에 달아날 수가 없었고, 불길에 휩싸인 채로 물길에 감긴 그대로 독 안에 든 시간이었다, 라고 진술한다. 끝으로‘드므’는 한 역할을 한다. 즉 얼굴에 기록된 죄들을 드므가 씻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므’는 많은 내용을 함유하고 있지만, 상상만 할 수 있을 뿐 다 헤아리지는 못한다. 자기반성, 내적 성찰의 깊이가 특유의 시어들과 만나 새로운 미학적 세계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때로 고즈넉한 혼자만의 골방에서 며칠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때 불현듯 ‘신발이거나 아니거나’, ‘어린이날’, ‘드므’와 같은 비범한 시편을 얻게 되지 않을까.이정환(시조 시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시간이 없다

오철환객원논설위원 일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정의연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정의연의 비리는 천인공노할 일이다. 위안부 피해자를 팔아 영달을 추구했다면 그분들을 두 번 팔아먹은 행위다. 전모를 명백히 밝히고 죄 값을 치러야 한다. 위안부 피해회복의 정의와 정의연의 비리는 별개라는 시각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문제의 실마리가 풀린다. 성역이라는 방어막을 걷어야 할 때다. 최근까지 불거진 의혹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모두 정의연과 리더 개인의 비리에 집중되어 있다. 정의연은 피해회복의 정의와 그 필연성을 방패삼아 버티려 한다. 의혹 해소는 커녕 이상한 언행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 그것도 남의 다리를 긁는다. 기가 찬다. 갈등의 배후에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이 있다는 전혀 엉뚱한 음모론을 내놓았다. 문제의 초점을 흐리고 의혹을 뭉개려는 의도다. 정의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친일 세력이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말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정의연이 그렇게 주장하는 입장을 이해할 순 있다. 그렇더라도 잘못된 조직 운영과 각종 비리를 덮고 그냥 갈 수 있다는 인식은 오산이다. 적법한 절차와 과정이 정의로운 결과를 담보한다. 백보를 양보하여 정의연에 대한 비리 폭로가 친일파의 공격이라는 점을 수용한다고 해도 달라질 일은 없다. 비리를 폭로하는 사람이 친일파든 친미파든 비리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일본을 좋아하든, 미국을 좋아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 의지다. 일본과 일본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일제나 식민 지배를 찬양한다는 뜻은 아니다. 흘러간 역사를 두고 미래에 태어난 사람이 역사적 사실에 매여 연연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지만 역사로 미래를 포박할 수는 없다. 이제 친일 프레임은 역사 속의 유물로 묻어둬야 할 때다. 이사가 불가능하다면, 일본이든 중국이든, 이웃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는 게 서로 좋다. 감정이 남아있어도 큰 틀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정략적 목적으로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웃나라와 불화를 조장하는 일은 한심한 자해 행위다. 자국제일주의란 발톱은 숨겨둬야 제 맛이다. 자국중심주의는 힘의 우위가 그 전제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 이웃나라와 당당하게 서고 자국민의 생명과 이익을 지킬 수 있다. 부국강병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위안부 피해자 피해회복은 화급하다. 피해회복은 일본의 사죄와 금전적 배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피해회복을 한꺼번에 해결하면 최선이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단계적 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들이 90대 고령이기 때문이다. 남은 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금전적 보상이 급선무다. 원인제공자 일본에서 돈을 충분히 받아내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시간이 걸린다면 국가가 선 보상을 해주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국가가 힘이 없어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한 책임이 크다. 국가가 힘이 없고 가난하면 여자와 애들이 개고생 하는 점은 만고의 진리다. 사적인 일로 침몰한 세월호 사건에 비하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은 보다 명확하다. 세월호 유족에게 보상한 금액의 반에 반만 해줘도 지금 위안부 피해자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는 시간을 두고 끈기 있게 해결해나가야 할 장기과제다. 피해자에게 보상을 미리 대신 했다면 구상권이 발생함은 물론이다. 국가 차원에서 구상권 행사를 강력히 추진하기 곤란할 땐 시민단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시민단체는 정의의 깃발아래 뭉친 자발적 모임이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의 보상 여부나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눈치 보지 않고 위안부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위안부 합의로 받은 10억 엔을 모두 피해자에게 신속히 나눠주는 한편, 민간에선 반대운동을 강력히 전개하는 등 민관 양동작전도 유용한 선택지로 남아있다. 지금도 늦지 않다. 실리적 대응이 아쉽다. 시민단체라 하더라도 투명한 회계처리와 적법한 운영은 도덕적 규범을 넘어 법적인 의무다. 항상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타인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의 눈은 소금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탈선할 개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감시·감독이 필요하다. 법과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 목적이 정의롭다고 법을 무시하라는 법은 없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시간이 없다. 피해자들의 옹색함과 불편함을 외면하는 것은 정의를 떠나 죄악이다. 돈부터 먼저 줘야 한다. 어떻게 처리하든지 그 뒤처리는 국가 책임이다.

정의연 전모 밝혀 위안부 눈물 닦아 드려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에서 그동안 응어리진 한을 눈물로 토로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위안부를 팔아 본인의 사욕만 채웠다고 비판했다. 정의연 관련 의혹도 상세하게 밝혔다.정의연의 비정상적인 회계 처리와 독단적 운영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검찰도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정의연 윤 이사장을 옹호하는 여권 인사들과 진보 세력이 두둔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이 할머니는 이날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연 2차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을 겨냥해 “사리사욕을 채워서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갔다”고 말하고 모금활동과 함께 싸잡아 비난했다.이 할머니는 또 “윤 당선인이 최근 본인을 찾아와 눈물을 왈칵 쏟았는데 이를 두고 용서했다고 하는 기사는 너무 황당하다”며 용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그는 “이 사람은 자기 맘대로 뭐든지 하고 싶으면 하고 팽개치고 하는데, 어떻게 30년을 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마음대로 팽개쳤다”고 정의연의 독선 운영을 고발했다.또 수요집회와 관련해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분들이 그 데모에 나오시는데 그분들에게도 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사람(되놈)이 챙긴 것 아니냐”고 말해 윤 당선인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내세워 사욕을 챙겼다며 흥분했다.이 할머니는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의 행태라고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당혹감과 배신감,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며 기자회견 배경을 설명했다.하지만 그가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그리고 그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듯이 정의연 운동의 본질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운동의 성과는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이 할머니는 올해 93세다. 그와 남은 할머니들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피해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이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후손들이 기억해야 한다.윤 당선자는 철저하게 비판받고 그 잘못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이 특정인과 특정 세력의 이용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대구·경북 코로나 재확산 빨리 잡아야

대구·경북에 또다시 코로나19 먹구름이 덮쳤다.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로 인한 감염이 4차, 5차까지 발생했다. 대구를 방문한 2차 감염자가 동전노래방과 음식점 등 지역 곳곳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확산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이에 대구시는 7월 예정인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잠정 연기했다. 2013년 축제 시작 후 처음이다.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도 2주간 연장했다. 대중교통 마스크 행정명령 의무화도 연장했다. 방역 당국은 감염 경로 파악과 최초 확진자 및 밀접 접촉자 등에 대한 자가 격리 및 검체 검사 등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25일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1명씩의 지역 발생 확진자가 추가로 나왔다. 대구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이태원 클럽 발 4차 감염으로 추정된다.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19세 여성 A씨는 지난 11일 대구 달서구 코인노래연습장을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노래방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인 대학생B(19·달서구)씨와 C(19·서울 관악구)씨가 다녀간 곳이다. 경북 성주의 A씨 외할머니도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구미의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25일 현재 등교 하루 만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구미거주 대구농업마이스터고 3학년 D군(18)과 관련한 확진자가 엘림교회를 중심으로 목사 부부 등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교회 신도 중에는 학습지 교사가 포함돼 구미시와 방역당국은 학습지 학생과 교사의 가족 등 100여 명과 중앙시장 상인 500여 명 등 600여 명을 상대로 검체 검사를 하고 있다.이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조기 확인이 쉽지 않아 방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검사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지역 내 확진자 발생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던 상황에서 이 같은 재확산 기미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방역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대구·경북민들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느슨해진 마스크 쓰기를 다시 옥죄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거리 지키기와 손 씻기, 기침 예절을 준수해야 한다. 생활 방역이 자리 잡지 못하면 그동안의 대구·경북민의 희생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겨우 잡은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당국도 지역사회 전파 차단에 배전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또한 전파 경로를 모르는 확진자와 무증상 확진자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해 추가 확산을 막도록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대구의 기록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에서 ‘영남권 기록문화의 본산(本山)’으로서의 기능이 자연스레 수행되고 있다. 대구는 지난 2월18일부터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발생시킨 불명예를 안게 됐다. 25일 0시 현재 대구의 누적 확진자는 6천874명으로, 전국 1만1천206명의 61.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지역 출판사와 언론사, 각종 기관 및 단체가 앞 다퉈 대구의 코로나19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기록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미래가 된다’는 말이 있다. 기록문화의 가치를 나타낸 표현이다. 유네스코가 지난 1995년 세계기록유산사업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사업은 세계의 기록유산이 인류 모두의 소유물이므로, 미래세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이를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록유산은 기록을 담고 있는 정보, 또는 그 기록을 전하는 매개물을 포괄한다. 현재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기록물은 모두 16건이다. 이는 국가 단위로 아시아 1위, 세계 4위다. 그 가운데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도 2017년 포함됐다.이 밖에도 대구가 기록문화의 중심지였던 근거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1601년부터 대구에 자리를 잡은 경상감영에서 ‘영영장판(嶺營藏板)’을 중심으로 ‘영영본(嶺營本)’이 간행되면서 서울과 전주를 포함한 전국 3대 출판거점의 역할이 수행됐다.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매개물은 책판(冊版)이 유일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구가 영남권 전역에 지식과 정보를 전파한 기록문화의 본산이었던 것이다. 당시 경상감영의 관할지역을 현행 행정구역으로 살펴보면 대구·경북지역은 물론, 부산·울산·경남지역이 모두 포함된다.대구지역 출판사인 학이사는 지난 4월 코로나19 대구시민의 기록인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에 이어, 5월 들어 대구 의료진의 기록인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를 잇따라 발간했다. 일반시민 51명과 의료진 35명이 각각 필진으로 참여한 이들 기록물은 원고료 없는 재능기부로 제작됐다. 판매 수익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한 기금으로 기탁될 예정이다. 시민들과 의료진이 대구지역 코로나19의 상황을 생생한 역사를 남기는 기록자로 기꺼이 나선 데다, 어려운 이웃을 도움으로써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는 자발적인 행동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이들 기록물은 출간된지 각각 며칠 지나지 않아 1천부씩 찍은 1쇄(刷)가 매진돼 2쇄를 간행한데 이어,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우리나라만큼이나 큰 일본에 소개되고 있다. 대구시민의 기록은 벌써 일본어판(版) 전자책(e-book)으로 제작돼 일본 독자들의 손에 들어갔으며, 대구 의료진의 기록도 곧 일본어 번역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어판 제작은 일본 도쿄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쿠온출판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코로나19 대구 기록 시리즈를 기획한 학이사 신중현 대표는 최근 아사히신문 및 NHK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일본 언론에 기사화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시리즈 3탄으로 대구 언론인들의 기록도 준비 중이다.대구지역 문화단체와 문화기관에서도 코로나19 기록화 대열에 나섰다. 대구시인협회는 지난 3월 인터넷 카페에 ‘코로나19 대구경북’이란 코너를 만들어 지역 시인들의 시와 칼럼 등을 모으고 있다. 현재 작품 100여편이 실렸으며, 코로나19가 진정될 무렵에 책으로 출간된다. 대구문화재단은 지난 15일까지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2020 대구: 봄’이란 주제 아래 그림, 수필, 영상, 사진 등을 공모했다. 공모전에는 모두 500여건이 접수됐으며, 6월 중에 수상작품이 발표된 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전시회 등을 통해 전국에 공유될 예정이다.대구시의사회는 코로나19 사태를 상세히 기록함으로써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백서(白書)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백서출간위원회를 구성한 대구시의사회는 회원을 대상으로 백서에 담을 동영상과 사진, 수필 등을 공모하고 있다. 백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에 발간될 예정이다. 대구시의사회는 또 회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논문 40편을 엄선한 뒤 2021년 학술지 등재를 목표로 지원금도 후원한다. 신문사와 방송국을 비롯한 지역 언론사가 대구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사태의 매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땀 흘린 노고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역할이기에 본 칼럼에서는 생략한다.

가랑비

가랑비 하종오자주 님께서는 어디론가 갔다 오시고, 그럴 적마다 봄빛은 누리에 더 들어찹니다. 이상합니다. 님께서 아니 계실 때, 개구리들이 나오고 수로에는 새끼 고기들이 몰려 놉니다. 저는 둔덕에 불 질러 마른 풀 태우면서 해충 알이 죽기를 바라고, 또 지난해 떨어져 있다가 더러 새들에게 쪼아 먹히고 남은 곡식 알갱이가 올해에는 돋아나 제게 걷히기를 바랍니다. 무릇 사람을 위하여 사라지지 않는 미물은 없지만 사람은 함부로 미물을 위하여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저 자신을 통해 깨칩니다. 새삼스럽게 깨칠 때, 재 덮인 둔덕에서 가느다란 연기 몇 줄기가 피어올랐다가 공중에서 흩어집니다. 아하, 불현듯 가리사니가 생깁니다. 님께서는 며칠씩 어딘가를 가시면 거기에서 저처럼 행하시고 돌아오시는군요. 그러니 님께서 아무 연락이 없으셔도 먼데서부터 봄빛이 어리다가 하늘까지 차올라 파랗지요. 님께서 아니 계실 때, 나무들은 움틔우고 등성으로 철새들은 날아옵니다. 이 무렵에 오는 비도 산에 들에부터 조심조심 잘게 옵니다. 이것도 그 사연 때문입니까? 이제 님께서는 제 곁에서 영영 떠나셔도 좋습니다.『님 시편』 (민음사, 1994).................................................................................................................... 님은 단순한 접미사에서 명사, 대명사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광범위하게 쓰인다. 님의 역사는 길고도 끈질기다. 고대시가 ‘공무도하가’에서 고려가요 ‘가시리’, 조선조 왕방연의 시조 ‘고운님 여의옵고’, 송강 정철의 가사 ‘사미인곡’,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이르기까지 님은 우리 민족의 문학사를 거의 관통하고 있다. 최근 사이버 공간에선 상대방이나 제삼자를 가리지 않는 범용 대명사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하종오 시인은 님을 모시고 시편까지 엮은 터라 ‘님의 시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법하다. 산문시 「가랑비」의 님은 종교적인 신이라기 보단 관념상의 절대자 내지 자연으로 봐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봄빛이 온 누리에 가득차고, 가느다란 가랑비가 내린다. 개울 어귀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기지개를 켜고 물뱀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겨울동안 얼어붙었던 물길이 풀리고 시냇물이 졸졸 소리를 내면 갓 눈 뜬 어린 물고기도 세상 구경을 나온다. 님은 볼 일 보러 갔나 보다. 님이 없어도 제각기 제 할 일을 알아서 잘 한다. 시인은 밭두렁에 불을 질러 마른 풀을 태운다. 풀 섶에 깐 해충 알을 소각한다. 해충은 태워 없애지만 참깨씨알이나 콩알 등 남은 곡식 알갱이는 살아남아 소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해충은 곡식의 포식자인 관계로 식량을 축내는 인간의 경쟁자이다. 자신이 해충이라고 불리는 걸 안다면 벌레가 퍽 억울해 할 것 같다. 벌레도 아마 고통을 느낄 것이다. 알 상태로 죄 없이 미리 화장당하는 해충의 신세가 가엾다. 인간을 기준으로 인간이 판단하여 어떤 생명체는 박멸하고 어떤 생명체는 보존한다. 그 정당성이 의심스럽다. 생명은 모두 존귀하다는 진리를 깨친다. 둔덕 위로 피어오른 한줄기 연기가 하늘가에서 스러진다. 시인은 깨달음을 얻는다. 님은 다른 곳에서 같은 일을 한다. 봄빛이 차올라 하늘까지 닿았다. 하늘이 파랗다. 버드나무에 물이 오르고 가지마다 처녀의 젖 망울 마냥 연초록 새순이 살포시 터진다. 소년은 연한 가지를 골라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며 봄날을 맞이한다. 산등성이를 넘어온 철새들이 피리소리에 맞춰 공중곡예를 한다. 가랑비가 산과 들을 살짝 적신다. 님은 안 계시지만 봄은 완연하다. 이젠 님은 영영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다부진 홀로서기 선언이다. 오철환(문인)

모두가 바라는 간절한 소망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후두두 비가 내린다. 빗소리가 요란하여 밖에 나서 보니 노란색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있다. 쇠로 된 울타리 봉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배경으로 장미는 울타리를 신나게 타고 오른다. 봄이 찾아온 줄도 모르는 사이 5월은 끝자락으로 달리고 울타리를 장식하는 장미 송이를 보면서 어느 해 봄, 작은 포트에 담겨왔던 장미 모종을 떠올린다. 얼어 죽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느새 자라나서 저리도 탐스러운 꽃을 피우다니. 힘들다고 아우성을 해대는 인간에 비해 작고 여리기만 한 식물들은 얼마나 변함없이 또 알차게 고단한 시간을 엮어서 예쁜 꽃을 피우는지, 생각하면 참으로 신통하기만 하다.거리에 작게나마 활기가 돈다. 지난주 고3 개학으로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병원에서도 손길이 분주하다. 학교에서는 열나는 아이들이 있을까 봐 하루 세 번도 넘게 열을 체크하고 일회용 개인 식사를 나르느라 바쁘고 집에서는 마스크를 챙기고 손 소독제 주머니에 넣어 보내느라 바쁘다. 병원에서는 학교에서 의심 증상으로 보낸 아이들을 선별하고 입원할 아이를 받느라 분주하였다.이번 주엔 초등 1, 2학년과 유치원생이 드디어 학교에 간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지만, 입학통지서를 받고 아직 입학식도 못 한 어린 친구들은 학교를 무척이나 그리워한다. 학교 가면 얼마나 뛰어다닐 것인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면 반갑다고 얼싸안고 얼굴 맞대지는 않을지, 우르르 몰려다니지는 않을지,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벗어 던져버리진 않을지 좀 걱정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은둔의 생활을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학교에 가서는 꼭 마스크를 쓰고 있도록 가르치고 친구들 간에도 양팔 간격 이상을 꼭 유지하도록 누누이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 학생들이 처음부터 잘 지킬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겠지만, 학교에서 처음부터 잘 가르쳐서 방역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하리라.날씨는 점차 더워지니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는 없고 마스크 끼고 공부해야 할 어린 학생들이 잘 참아낼까 우려는 된다. 오랜 시간 마스크를 쓰다 보면 호흡으로 인한 습기가 찬다. 그러면 바이러스 차단 효과도 떨어질 수 있으니 어릴수록 마스크는 더 자주 갈아주는 것이 좋다. 귀한 마스크를 자꾸 갈아줄 수 없다면 2~3개의 마스크를 말려가며 교대로 착용하는 방법도 권한다. 마스크를 꼭 쓰고 거리 유지를 하면서 구석구석 손을 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 씻기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어린 학생들에 대한 상황도 고려하여 바른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학교에서 손 씻기 한다고 모두 한꺼번에 수도꼭지 아래 모여드는 것도 문제일 것 같다. 양치질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하리라. 마스크 벗고 물을 튀겨가며 칫솔질하다 보면 혹시 모를 감염에 노출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도 된다.아이들에게 가정에서 물 없이 발라 비벼 말리기만 하면 소독되는 손 소독제를 하나씩 챙겨 넣어서 조금이라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어떤 물체에 손이 닿았다면 바로 꺼내서 수시로 바르고 소독하도록 교육해야 하리라. 손을 씻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더 명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손 소독제는 완전히 마를 때까지 비벼주고 마스크는 자주 손으로 만지지 말고 얼굴에 손을 갖다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손이 제일 더럽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눈, 코, 입이 가려워도 균이 있을 손을 대지 말고 그냥 꾹 참게 하거나 다른 천 같은 것으로 문지르는 것이 좋다 일러주어야 한다.어린 학생의 등교도 중요한 과제이겠지만, 입시를 앞에 둔 고3만이야 하겠는가. 저학년 학생들의 등교를 조금씩 유연하게 계획을 세워서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순차적인 개학이라고 하지만, 일단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 감염이 확산할 위험은 언제나 상존하니 말이다. 예전 과밀 학급이던 시절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2부제로 수업하던 때도 있지 않았는가. 현재도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또 경북의 한 지역에서도 감염 원인을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자꾸 발생하고 있다. 저학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은 일단 시작은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우려되는 상황이 되면 바로 조처해서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플랜 B로 돌아가도록 해주면 어떨까 싶다. 오랫동안 입원해 있던 한 아이가 떠오른다. 올해 입학하는 아이, 그의 소원은 “지금 당장 학교 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 표정을 보면 무작정 미룰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모두 한 마디씩 우려를 표시하는 개학이다. 일단 시작해보고 조정하는 수밖엔 다른 방도가 없지 않으랴. 힘들게 코로나19를 이겨낸 아이의 소원이 순조롭게 잘 이루어지길.

음주운전은 범죄행위다

정선관문경경찰서 교통관리계장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방법이 기존의 고정식 검문에서 벗어나 선별식 검문 방식으로 변화됐다.이것은 라바콘 등으로 S형 도로를 만들어 서행을 시킨 다음 정상적으로 통과하지 않고 라바콘을 충격하거나 에스 코스를 이탈할 경우 음주의 의심이 있다고 판단하여 선별 검문하는 방식이다.하지만 과거에 비해 음주운전 단속 방법이 변경되자 일부 운전자의 음주운전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월의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4천101건 발생하여 전년 같은 기간 3천296건보다 24.4%가 증가했다. 사망자도 6.8% 증가됐다.이는 운전자와 접촉이 불가피한 일제검문식 음주운전 단속이 코로나 19로 중단된 결과로 풀이돼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게 되었다.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방역체계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등이 늘어나 중단되었던 각종 모임과 여행 그리고 회식이 늘어남에 따라 음주운전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경북 경찰에서는 코로나19로 변화되었던 음주운전자 검문방식을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사용하여 일제 검문식으로 바꿀 예정이다.비접촉식 음주감지기는 공기중에 포함된 알코올 분자를 감지하므로 운전자가 후∼ 하고 불어 넣는 날숨을 내쉬지 않아도 된다.운전자는 단속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창문을 열고 마스크를 벗고 그냥 질문에 대답하면서 단순 호흡하면 된다.이때 경찰관은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운전자의 얼굴 앞에 대고 약 3~5초간 대기하면 감지방식이 완료된다.인사회생활을 하면서 회피할 수 없는 술. 하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는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음주운전은 범죄행위이며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단란한 가정마저 파괴할 수 있는 행위로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농번기가 시작된 농촌에서도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음주운전에 모두의 경각심을 갖고 안전운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장미와 가시

장미와 가시김승희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누가 나의 슬픔을 놀아주랴』(미래사, 1991).................................................................................................................계절의 여왕이 5월이라면 꽃의 여왕은 장미꽃이다. 꽃의 여왕 장미꽃이 5월에 피기 때문에 5월이 계절의 여왕에 등극한 건지도 모른다. 그게 뭣이든 이름값 하기가 쉽지 않지만 장미꽃은 역시 장미꽃이다. 담장에 만개한 장미꽃을 보노라면 절로 입이 벌어지고 발길이 머문다. 장미엔 가시가 있다. 신이 준 교훈이다. 허나 시인은 루틴한 은유의 틀을 깬다.빈손으로 세상에 나와서 지금까지 부지런히 살아왔다. 삶이 험하고 힘들더라도 열심히 살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리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어려움을 참고 극복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남들도 다 그러려니 했다. 인생이 고해라지만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으면 가벼워지기 마련이고, 고통의 바다를 헤엄쳐 가다보면 쉴 수 있는 섬이라도 나올 터이다. 앞만 보고 꿋꿋이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다. 비록 어렵고 괴롭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니. 이 고통을 참고 견디면, 언젠가 기쁨도 찾아오겠지.세상살이가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비슷할 거라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삶의 본모습을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으니, 인간은 기껏 눈먼 장님이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여기저기 더듬어 본다. 그러다 보면 차차 코끼리의 실체를 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시인은 삶을 장미라 생각한다. 세상살이는 눈먼 손으로 장미를 만지는 일이다. 삶을 모르는 시인은 눈 먼 장님이다. 손끝으로 느끼는 삶은 온통 가시투성이다. 그토록 가시가 많을 걸 보니 아름다운 장미꽃이 많이 필 것을 기대하였다. 그래서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는 고통과 아픔을 참아내곤 했다. 장미꽃으로 그 보상이 주어진다 해도 가시는 가시다. 그렇지만 장미꽃을 상상하며 가시의 날카로운 아픔을 견뎌냈다. 살만큼 살면서 뾰족한 가시에 질리도록 찔렸다.참고 또 참았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반드시 즐거운 날이 온다는 푸시킨 시인의 말을 믿고 싶다. 삶에 무릎 꿇고 싶지 않다. 안 참으면 또 어떡할 것인가. 참을 수밖에 없는 외길 인생이다. 절망의 결과가 두렵다. 희망을 믿고 절대자에 의지하는 것이 약한 인간이다. 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이젠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다. 삶을 정리해도 크게 억울하지 않을 때다. 가시에 무수히 찔리면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니 이젠 인생을 알아도 좋을 때가 아닌가. 삶을 관장하는 절대자에게 묻고 싶다.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장미꽃이 피는 가시 있는 장미인가, 장미꽃이 피지 않는 가시만 있는 장미인가. 아니면 장미꽃만 피는 장미와 장미가시만 무성한 장미로 삶을 숙명처럼 갈라놓은 것인가. 이젠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오철환(문인)

감염병 전문병원, ‘TK패싱’ 말 나오지 않아야

질병관리본부가 추진하는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사업에 대구, 경남, 부산 등 3개 광역지자체 7개 병원이 뛰어들었다. 지역 간 경쟁은 치열한 3파전 양상이다.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확산될 때 지역 내 발생 환자의 격리 및 치료를 위한 전문기관이다. 재난수준의 감염병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지역 중심병원 역할을 하게 된다.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응하는 국가차원의 인프라다.대구지역에서는 칠곡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 대구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의 병원이 신청했다. 경남에서는 양산부산대병원·창원경상대병원 등 2곳이, 부산에서는 삼육부산병원이 공모에 참여했다. 최종 선정결과는 서면 및 발표 평가, 현장 확인 등을 거쳐 다음달 24일 발표된다.감염병 전문병원에는 국비 409억 원이 지원돼 음압격리병실 36개(중환자실 6개), 음압수술실 2개 등이 포함된 감염병 전담병동이 설립된다. 근무 인력은 전문의 4명 이상(감염병 전문의 2명 이상), 전담 간호사 8명 이상이어야 한다. 평시에는 결핵 등 호흡기 환자 입원·치료 뿐 아니라 감염병 대응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 및 연구기능도 병행한다.대구에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치돼야 하는 당위는 하나둘이 아니다. 대구는 이번 코로나 사태 과정에서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동시에 전 시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빠른 시간 내 사태를 수습한 감염병 대응 모범지역이다. 누가 봐도 권역별 전문병원 유치의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중증 환자를 진료했고, 비상 대응체계 학습효과가 풍부하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는 평가 지표다.대구시도 적극 지원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사태 초기 병상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대구시는 지역의 병원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음압병실 추가 비용 및 지역 병원 간 대응협력 네트위크 운영경비로 시비 12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와 민간의료협업체제인 메디시티협의회 등의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영남지역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이점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에서만큼은 TK패싱이란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대구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최적지다.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라도 감염병 전문병원은 대구로 와야 한다.

내안의 ‘성역’은 없어져야

홍석봉 논설위원# 1. 1980년대 중반 한 종교단체 관계자 20여 명이 신문사 편집국에 항의차 방문했다. 그 전 날 보도된 종교단체의 건물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쥐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주택가의 종교시설 건립은 기피 대상이었다. 주민들이 구청에 항의하는 등 상당한 소동을 벌였다. 이와 관련한 보도에서 한 종교단체 시설이 거론됐다. 그중 ‘정신지체장애자 수용시설’이라는 단어가 문제됐다. 당시 그 종교단체 관계자들은 ‘정신장애자’라면 자신들을 ‘광인’ 으로 치부하는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기자는 표현 문제를 정정보도해 주겠다고 사과했다. 결국 그들 단체 행사를 보도해 주는 것으로 상황을 일단락 지었다. 이후 기자는 종교 관련 사건 보도는 극도로 조심했다. 당시의 곤혹스러웠던 기억과 사과했던 아픔까지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2. 1980년대 후반 보훈처장이 대구지방보훈청 초도순시에 나섰다. 당시 대구 남구 대명동 보훈청에는 보훈처장 방문 사실을 전해 들은 상이군인 등 보훈대상자 한 무리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 중 보훈처장의 업무보고 자리에 밀고 들어갔다. 보훈처장 면담을 요구하며 고함을 지르고 의수(당시는 요즘 같은 세련된 모양이 아닌 쇠갈고리 형태였다)를 휘두르며 항의하자 놀란 보훈처장이 인근으로 피신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들은 이튿날 언론사에 찾아가 의수로 편집국 테이블을 찍으며 쇠갈고리 표현에 항의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내겐 이게 손이다. 왜 손을 쇠갈고리라고 하느냐”며 분개했던 것이다. 언론사 간부들이 고개 숙여 사죄하고서야 간신히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이후 상당 기간 상이군경은 기피 대상이었다.-종교 및 시민단체 등 위세 보이던 ‘성역’# 3. 2000년대 중반 경북도내 한 도시의 기관장 오찬 모임. 남자 직원 2명이 전용 의자에 앉은 장애인 한 명을 끙끙대며 양쪽에서 부축해 오찬 자리에 앉혔다. 시장을 비롯한 참석 기관장들이 모두 일어나 뒤늦게 자리에 참석한 그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는 장애인 단체 대표였다. 뒤에 알고 보니 그는 그 지역에서 시장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인사였다. 그 지역에서 그의 눈 밖에 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한 일을 겪는다는 말이 돌았다. 그와 일이 얽혀 봉변을 당한 경찰 간부의 얘기가 전설처럼 회자됐다. 그는 그 지역에서 모두가 어려워하는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장애가 오히려 자산이었다. 그 힘을 맘껏 활용했다.위안부피해자를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윤미향 사태가 기자의 옛 기억을 소환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은연중에 형성된 성역이 있다. 이 성역은 때로는 약자라는 이름을 앞세워, 때로는 단체와 종교의 이름으로 쉬이 접근이 어려운 영역을 형성해왔다. 이들은 시민의 선의에 기대어 스스로 설정한 영역 내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이들 중에는 사회 상규에서 벗어난 독특한 조직 운영과 관리로 주목받기도 했다. 대개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폐쇄적 운영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의연대 처럼 어떤 일을 계기로 파행 관리와 운영이 드러나기도 한다.-권력에 기대 영향력 발휘, 성역 부정해야사회 발전과 시민 의식의 성숙에 따라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 허울을 벗듯 성역은 하나 둘 무너졌다. 이제 성역이라고 할만한 조직과 단체는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권력에 기대 비상식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들이 없진 않다. 경찰과 검찰까지 우습게 여기는 이들이다.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이 버려야 할 4대 우상(偶像)으로 종족, 동굴, 시장, 극장의 우상을 꼽았다. 그는 편견과 선입견이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로막는다고 했다. 베이컨의 정의 처럼 극장의 우상과 동굴의 우상이 만든 것들이 우리 사회의 성역이었다.윤미향 사태로 절대선으로 여겨지던 한 시민 단체 운영자의 허상이 무참하게 깨뜨려졌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신천지 교회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상을 만든 것도 인간이고 깨뜨리는 것도 인간이다. 편견이 만든 허상은 당연히 적폐 대상이다.

구미 떠나는 LG전자와 ‘리쇼어링’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기업 유턴(리쇼어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면서 리쇼어링이 정책 우선순위가 됐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구미의 TV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키로 해 대구·경북이 충격에 빠졌다. LG전자는 글로벌 TV시장에서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하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북도와 구미시로 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 아닐 수 없다. 이전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더라도 대통령까지 나서 리쇼어링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한국 기업의 유턴,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LG전자의 TV 생산 라인 해외 이전 조치는 글로벌 TV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가격 경쟁이 갈수록 심화돼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임금은 한국의 15%~20% 수준이다.하지만 세계 각국이 리쇼어링에 목을 매고 있고 대통령까지 나서 리쇼어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LG전자의 결정은 정부 방침에 정면 배치됨은 물론 정부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LG전자가 구미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LG전자는 2006년 디스플레이 공장을 파주로 이전 신설, 구미 시민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 주었었다.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은 지난해 구미에 5천억 원을 투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속칭 구미형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 시책에 따른 것이다. 이것이 LG전자의 해외 공장 확장 투자에 따른 부담을 덜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LG전자의 TV 사업 부문 캄보디아 이전은 구미 시민의 뼈아픈 기억을 소환했다. 삼성과 LG 양대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를 잃은 구미의 전자 산업 생태계가 일거에 붕괴되지 않을지 우려된다.LG전자의 이번 사례는 기업은 경쟁력 강화 즉, 기업 생존이 가장 우선 가치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정부 리쇼어링 정책의 한계를 잘 보여준 셈이다.한편에선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수도권 규제완화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리쇼어링의 핵심이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인데 이 경우 리쇼어링 기업 대부분이 여건과 환경이 좋은 수도권에 몰릴 것이라는 점이다.결국 리쇼어링 기업의 지방 유치는 확실한 당근책이 없이는 어렵다. 국내 유턴 기업이 지역으로 올 경우 교육과 의료, 주거 등 파격적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