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호텔경주에서 실무형 전문가들 참석해 열띤 토론 펼쳐
문화가 답이라는 말이 공공연한 현대사회 발전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다. 기업과 가정, 심지어 기관 및 단체에서도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일에 몰두하고 있다. 국가에서도 문화도시를 선정해 지원하는 정책을 벌써 시행하고 있으니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겠다. 대구일보는 이노버즈와 함께 경북지역의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신라사람들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를 육성하는 방안 마련의 대안을 찾아가는 포럼을 열었다. 학자, 분야별 연구원, 정책입안자,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자 등 현역으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난 14일 더케이호텔경주에서 포럼을 열고 관심 있는 이들의 참여 접수를 받아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육성포럼은 실질적인 문화산업 발전의 초석이 될 실무적인 이야기들이 거론·제안되면서 열띤 토론이 진행돼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열기가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신라사람들과 문화콘텐츠(강시일 기자)역사문화연구소 대표이자 서라벌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본보 강시일 기자(부국장)는 왕과 화랑, 장군, 여성리더, 승려, 장인 등의 다양한 신라사람들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육성사업이 지역문화관광산업 발전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강 기자의 강연을 요약했다.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비롯한 경북지역 곳곳에는 신라 천년의 역사를 증거하는 다양한 문화유적이 있다”며 “이러한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문화유적들은 오래된 삶의 이야기를 품고, 그때의 문화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면서 아름다운 미래를 준비하려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유적들은 힐링문화관광으로 톡톡히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문화자원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에 스토리텔링으로 옷을 입히고,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에니메이션, 게임, 오페라 등의 다양한 문화산업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문화산업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문화콘텐츠로 기능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그래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역사문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천 년의 신라시대를 꾸려왔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다.삼국유사 등의 역사에서 드러나는 신라사람들은 왕, 승려, 화랑, 장군, 충신, 효녀, 예술인, 학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훌륭한 문화콘텐츠 자원이다. ◆신라승려 장인 콘텐츠 활용방안(오세덕 교수)경주대학교 오세덕 교수는 신라의 승려이자 장인이었던 양지의 작품에 대해 소개하면서 당시의 장인들을 스토리텔링해 문화산업화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지역에 공립박물관 건설을 통한 문화콘텐츠 육성을 도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지역적 과제라고 제언했다. 인간은 더욱 더 과거를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 한다. 이러한 대중들의 궁금증과 욕구는 역사의 대중화에 기여하였고, 다양한 장르에서 역사를 소재로 활용, 대중과의 역사와의 소통이 보다 더 활발해지게 됐다. 특히 당시 건축물을 조명할 장인은 좋은 콘텐츠가 틀림없다. 아사달, 아사녀가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의 건립 과정을 전하는 설화가 아닌 소설의 한 부분이지만 우리는 이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인물에 대한 콘텐츠 특히 유물과 함께 어울리는 장인 콘텐츠를 정말로 매력적인 주제로 승화가 가능하다. 지역별로 역사적 인물을 축제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곳은 전국적으로 70곳에 이른다. 이러한 역사적 인물의 활용은 경주의 신라문화제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하여 신라의 건축 장인, 아비지, 양지, 강고내말 등의 스토리를 더한다면 신라문화제도 더욱더 풍성해질 것이 틀림없다. 박물관의 의미는 넓을 박, 만물 물, 객사 관이라는 한자의 조합으로 넓게 만물을 담은 곳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박물관은 전국적으로 문화관광부·해양수산부·농림부의 각각 산하 박물관 및 항공청 박물관 등 국립박물관이 51곳이고, 사립과 대학까지 포함하면 900여 개에 이른다. 경주는 국립(1) 및 사립(4개)을 포함해 모두 5곳의 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경주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박물관은 없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 고려 3경의 동경, 조선 경주부이자 경상좌도 감영 설치부의 지위를 유지했던 역사적인 도시다. 이 도시의 영광을 되찾는 첫걸음이 바로 경주시립박물관의 건립이다. 지자체 시립박물관의 건립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이와 함께 신라의 화려한 건축물을 만든 아비지, 양지를 포함한 다양한 건축 장인의 콘텐츠 접목은 매력적인 박물관, 다시 찾고 싶은 박물관, 쉽고 재미있는 박물관 등의 수식어와 타이틀을 갖게 할 훌륭한 요소이다. ◆시로 만나는 신라여인의 사랑(이령 시인)이령 시인은 삼국유사와 지역에 산재한 역사문화를 문학을 통해 산업화 하는 일이 어떠한 문화콘텐츠 산업화에 우선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확신했다. 이령 시인은 이미 삼국유사 대서사시 사랑편 시집을 발간한 데 이어 인물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토론에서는 신라시대 여성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산업화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논리적 규정을 의식적으로 규정하는 변증법적 운동은 경험이다.이는 대상과 현상,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식 혹은 경험의 실재성을 확립하게 된다. 시의 감화적 정동적인 기능을 상회하는 역사적 사건들에 깃든 진실들은 인간고유의 경험양식인 동시에 우주 전체의 어떤 보편적 속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역사를 알고 그 속에 깃든 숭고함을 발견해 내는 가장 적합한 예술이 바로 시가 아닐까. 경험의 사전적 의미는 실제 보고 듣고 몸소 체험한 것이다.유미 주의적 관점에서 경험은 곧 실재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경험의 총체로써 모든 현상과 세계를 느끼며 서로 유기적 관계 속에서 진화하는 일종의 역동적인 통일체 일지도 모른다. 미적 경험이 세계를 구축하는 하나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전제할 때 개별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사건에 있어서 보편적 제약들이 존재하게 되며 이는 미적 경험들이 경험 일반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표현하고 기존의 형해화(形骸化)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역사이며 삶이지 않을까. 의타성을 인식하고 시간의 변화와 사유의 훈습에 의해 각자의 삶을 갱신하는 노력으로 역사를 알고 현재의 삶을 잘 가꿔가기를 소망하면서 이를 문학으로 발전시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접목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왕릉으로 만나는 능묘석각 이야기(이진락 박사)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 위원장이자 공학박자 및 문학박사인 이진락 박사는 왕릉에 대한 문화콘텐츠 육성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경주지역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왕릉은 문화산업화 하기 위한 훌륭한 자원이라면서 자원화하기 위해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중국의 역사문화와 비교 분석을 통해 산업화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경주에 가장 완벽하게 남아있는 왕릉의 석각은 원성왕릉과 흥덕왕릉이라 소개하고, 경덕왕릉, 성덕왕릉, 헌덕왕릉, 김유신 장군묘에 남아있는 유적들도 훌륭한 역사문화자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진락 박사는 역사는 있는 그대로 두고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신라왕릉의 능묘석각을 잘 이해하려면 우선 중국의 능묘석각을 먼저 비교하면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원성왕릉과 흥덕왕릉 입구에는 팔각 돌기둥으로 제작된 2기의 화표석이 좌우에 서 있다. 화표석은 중국과 신라에서 황제의 능묘에서만 확인된다. 화표석이 있는 무덤은 황제의 능이다. 중국 화표석을 살펴보면 위에 사자, 호랑이 등의 석물들이 시대별로 다르게 앉아 있다. 그러나 신라는 화표석 위에 있던 동물들을 지상으로 내려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자로 사방에 설치해 중국과 다르게 독창성을 보이고 있다. 왕릉의 좌우에 배치한 석인상도 당나라와 신라시대에 설치한 형식을 비교 분석해 설명했다. 원성왕릉과 흥덕왕릉 앞에 설치한 두쌍의 석인상은 흔히 문인과 무인상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사실 모두가 칼을 잡고, 의복 안에 전투용 갑옷을 착용하고 있다. 지역에 수많은 문화유적은 단순해 보이지만 모두 당나라는 물론 고대그리이스 이집트, 인도 등의 문화와 연계되어 있어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잘 해석하고 포장하여 산업화 하는 길이 풍요롭고 넉넉한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신 장군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박임관 원장)경주학연구원 박임관 원장은 신라시대와 고려, 조선시대까지 경주에 녹아있는 역사문화를 통틀어 경주학으로 보고 다양한 역사문화를 산업화 하는 일을 연구 홍보하고 있다. 박 원장은 신라시대 대장군인 김유신은 경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스토리텔링해 산업화 해야 할 보물이라 소개했다. 김유신은 시대적으로는 신라를 넘어 현재에까지 이르는 위대한 장군이자 성인으로 추앙 받고 있는 우리 역사상 대표 인물이다.공간적으로도 경주와 진천 등 전국적으로 족적이 남아 있거나 추숭되고 있는 사람이다. 또 교훈적으로는 30여 권이 넘는 관련 단행본이 발간되어 따라잡이 또는 마음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위인이다. 그동안 김유신의 주된 생활 근거지가 경주였지만, 또 주된 성장 족적이 경주이지만 김유신을 현창하거나 알리는데 소홀한 점이 있다.이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지역 축제를 개발하고, 연고가 있는 인물을 발굴해 이를 활용한 김유신을 재해석하고 문화콘텐츠로 재탄생 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집대성하고 관련 유적을 연계한 답사 코스의 개발, 그와 관련한 상품의 개발이 절실하다. 나아가서는 이러한 김유신의 총체적 연구와 활용을 위한 연구소의 설립도 필요한 때이다. 명성이나 족적면에서 최치원과 쌍벽을 이루는 김유신의 활용이야 말로 경주 문화의 한 획을 다시 긋는 일일 것이라며 김유신에 대한 연구와 활용방안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 ◆백결선생과 신라금의 활용방안(김성혜 박사)김성혜 박사는 백결선생의 우수한 예술적 기량과 신라금을 재해석해 소개하면서 이를 문화콘텐츠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결선생은 ‘삼국사기’ 열전에 기록된 86명의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선생’으로 추앙된 인물이며, 대악이라는 곡을 작곡하고 연주한 신라의 음악가이다. 그가 작곡한 대악은 약 300년 이상 전승돼 807년에는 춤이 추가된 후 대금무(碓琴舞)로 연행됐다. 그가 연주한 현악기 ‘금(琴)’은 같은 시기에 제작된 신라토우에서 그 실상을 파악할 수 있고, 이 악기는 해외 일본으로 전달되어 ‘신라금’으로 불렸다. 신라인들이 일본에 파견돼 신라금의 연주법을 일본 지식인들에게 전승한 결과 그 실물이 지금까지 ‘신라금’으로 남아 있지만, 근‧현대 학자들의 착각과 오류로 인해 신라금이 ‘가야금’으로 잘못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글은 신라 5세기 음악가 ‘백결선생’과 신라의 현악기 ‘신라금’을 오늘날 문화콘텐츠로 육성해 이를 일반인들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전문적인 학술적 연구를 넘어 현대적 활용 차원에서 일반인에게 신라인 백결선생과 신라 악기 신라금에 대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4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는 현대인들이 자주 활용하는 유튜브에 백결선생과 신라금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해 전송하는 것이다. 둘째는 교육의 출발 지점에 있는 아동들을 위해 백결선생과 신라금에 관한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새롭게 제작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지역 문화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경주시민을 위하여 백결선생과 신라금을 주제로 한 연극의 제작 및 공연이다. 마지막 넷째는 백결선생과 신라금을 주제로 에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증강 현실 영상물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이상의 4가지 방안으로 인하여 일반인들이 고대 신라문화 혹은 신라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풍월주의 50찬(차은정 박사)신라시대 화랑의 스토리를 가미한 신라시대 음식을 재현하는 라선재 대표인 차은정 박사는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요리체험행사를 통해 신라시대의 역사문화를 전파하며 역사문화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다. 차 박사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서 나타나는 음식문화에 대한 기록을 스토리텔링해 산업화에 활용하고 있다. 문무왕의 동생 거득공이 은혜를 입은 백성 안길에게 50찬을 베풀었다는 기록과 신문왕의 결혼에 폐물로 비단 15수레, 쌀, 술, 기름, 꿀, 간장, 된장, 포, 젓갈 등이 135수레, 조가 150수레였다는 기록을 스토리텔링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차은정 박사는 라선재에서 이미 신라시대 요리 만들기 체험과 화랑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인 문화에 접목해 소개하고 있다. 차은정 박사는 “화랑 사다함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해 풍월주의 50찬이라는 제목으로 뮤지컬을 제작해 라선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역사문화를 알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주를 비롯한 경북지역에는 신라시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역사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어 이를 스토리텔링해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개발한다면 삶의 질 또한 넉넉해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