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위험, 왜 무시하나

눈에 보이는 위험, 왜 무시하나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델리리움(Delirium)’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벨기에 맥주가 있다. 병 라벨에 귀엽게 보이는 분홍코끼리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단어의 뜻은 정반대이다. 델리리움은 섬망이라는 뜻으로 심한 과다행동과 생생한 환각, 초조함과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4가지 델리리움 맥주 중 하나인 ‘델리리움 트레멘스(Tremens)’는 ‘진전섬망’이란 뜻으로 알코올 중독자가 알코올 섭취를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손떨림, 환각 등의 증상을 보이는 의학용어다. 이 때 나타나는 환각 중의 하나가 분홍 코끼리라고 해서 이 맥주의 상징이 됐다. 물론 이름값을 할 만큼 알코올 도수도 높다. 코끼리는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도 등장한다. 하얀 코끼리이다. 옛날 동남아시아에서는 하얀 코끼리를 영적인 존재로 신성시했다. 당시의 왕들은 아니꼬운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하사하곤 했다. 그러나 막상 왕이 선물한 신성한 동물에게는 일도 시키지 못해 쓸모는 없으면서 사료비 등 유지비는 엄청 많이 들었다.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도 효과가 별로 없어서 처치 곤란한 프로젝트를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라고 한다. 주로 국제스포츠경기를 위해 사후 운영방안을 생각하지 않고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시설이나 경기장을 말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경제현상 또는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다른 동물들도 등장한다. 검은 백조를 뜻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도 그 중 하나다. 블랙 스완은 17세기말 서양인들이 호주 대륙에 발을 디딘 이후에야 발견됐다. 그때까지 백조는 당연히 흰색이었다. 이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실제 일어날 경우를 표현하는 말이 블랙 스완이다. 월가 증권분석가 나심 탈레브가 월가의 위기를 경고한 그의 책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주장했다. 블랙 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충격이 가해진다. 2008년 경제위기, 9.11 테러 등이 대표적인 블랙 스완이다. 블랙 스완이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이 일어나는 경우라면 ‘회색 코뿔소’는 반대 개념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너무 멀리 있는 위험으로 느껴 아무런 대책없이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비유한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서 멀리 있어도 쉽게 눈에 띄는 바람에 말 그대로 빤히 보이는 위험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가까이 달려오면 두려움이 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라고 진단하는 한국의 현 상황과 관련해 위의 동물들이 회자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하얀 코끼리도, 블랙 스완도, 회색 코뿔소도 배회하고 있다. 어쩌면 델리리움 상태에 빠져 분홍코끼리마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은 어떤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인 ‘블랙 스완’은 아닌 것 같다. 이미 국내외 많은 경제전문가들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IMF 등에서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해 경고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큰 위험이 보이는데도 무시하는 ‘회색 코뿔소’에 가깝다. 정부조차 지금이 경제위기라는 인식에는 동조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멀리 회색코뿔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쓰러지며 건물마다 임대 현수막이 나붙고,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세이고, 경제성장률은 2%도 불투명한 상황이며 소비와 투자마저 위축되고 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도 빤히 보이는 회색코뿔소다. 아직은 평온해보이지만 잠재된 위험 때문에 언제 회색코뿔소가 돌진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제는 정치이슈에 철저히 가려지고 있다. 지금처럼 위기를 보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한다면 어느 순간 큰 몸집의 회색코끼리가 우리를 들이받을지 알 수 없다. ‘회색 코뿔소가 온다’의 저자 미셸 부커의 경고가 의미심장하다. “예측이 불가능하면서 어느 순간 나타나면 엄청 큰 타격을 주는 블랙 스완 보다는 오히려 눈에 보이지만 무시해버리는 위험인 회색 코뿔소를 더 걱정해야 한다” 서민들은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는 이 경고를 정치권에서 무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관광산업으로 먹고살자

관광산업으로 먹고살자오용수대구관광뷰로 대표이사 세계 각국이 관광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꼽고 있다. 최근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산업 다각화를 위해 관광을 꼽았고, 일본은 지방에서 제조업이 점점 사라지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가자 관광이 지역을 살리는 보물이 되었다. 또 관광산업의 외화가득률이 80% 이상으로 다른 산업보다 높다. 그러다보니 전쟁 폐허 위에서 워커힐호텔을 만들고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조성하여 외화를 벌고 경제부흥에 이바지했다. 더구나 관광은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관광이 농업과 만나면 농촌관광이 되고, 제조업과 만나면 산업관광, 3차 산업과 융합하여 한류관광, 의료관광이 생겨났고 4차 산업인 공유숙박·차량, 빅데이터 활용 관광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 변신하고 있다. 국가 간 관계가 서먹할 때도 스포츠, 예술, 관광단 파견으로 해소한 경우도 많다. 이같이 관광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내일을 위한 활력을 얻고, 지역과 국가에서는 인구 감소를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는 만병통치약 역할을 하고 있다.대구는 세계적 항공권 플랫폼 스카이스캐너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올 4월 말~5월 초 일본 최대의 연휴인 골든위크 때 일본인의 선호 여행지 중 증가세 1위였고 여름휴가 인기 급상승 여행지 TOP5의 1위가 대구, 그 뒤가 블라디보스토크, 스톡홀름, 부다페스트, 양곤이었다. 대만에서도 작년 말 단거리 여행지 항공 검색 1위가 대구, 장거리는 호주였고, 호텔 예약 플랫폼인 부킹닷컴에서 가장 가고 싶은 도시 1위가 다낭, 2위가 대구였다. 그 결과 21만 명이 대구여행을 했고, 한국에 온 대만관광객 6명 중 한 명이 대구에 온 셈이다. 올해도 8월까지 이미 21만1천 명이 와서 전년대비 55%나 증가하고 있다. 이 얘기를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께 했더니, “대구가 1등이라니!”라며 기뻐하였고, 옆에서 “방탄소년단(BTS)도 5년 전에는 무명이었는데 세계 1위가 되었고, 대구관광도 비슷하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는 대구공항에 일본과 대만 행 직항노선이 늘어났고, 근대골목, 서문시장, 맛집, 카페, 치맥축제 등 두 나라 관광객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즐길거리가 많고, 74%나 되는 개별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도 주효했기 때문이다.한편 경북은 역사문화자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경주는 우리나라 관광 1번지로 불리며 한국관광을 세계에 알리는 얼굴이었다. 1979년 아시아태평양여행협회 서울 총회에 참석한 관광인들이 경주에 내려와 천년 고도 경주의 모습에 반하였다. 이후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오면 거의 경주를 들렀는데, 특히 일본 청소년들이 수학여행으로 찾아와 역사를 배우곤 했다. 또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경주시 전체를 역사유적지구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역사마을로, 영주 부석사와 안동 봉정사도 산사로, 올해는 한국의 서원으로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등 4곳이 지정되었다. 이런 문화재는 민족의 자긍심과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관광밖에 없다. 이에 문화와 관광을 결합한 문화관광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이제 대구·경북이 손잡고 추진 중인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대구의 도시관광을 즐기는 개별관광객과 경북의 문화관광을 주제로 하는 단체관광을 각기 강점을 살려 마케팅도 하고, 서로 연계하여 양 지역을 오가는 여행객을 유치하자. 국내외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수용태세도 개선하고, 대구·경북 대표 관광상품을 만들어 팔자. 그러나 주민들의 따뜻한 서비스와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대구시민은 경북을, 경북도민은 대구를 자주 가보자. 다음으로 서울, 부산 등 타지에 거주하는 대구·경북 출신의 출향민들이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고향을 찾도록 권해보자. 그리고 대만,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비롯해 동남아와 구미주 각국에 이르기까지 대구·경북 관광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전략적으로 유치 활동을 펼치자.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대구·경북의 상생의 상징이자 통합경제의 대표로 관광을 지목하였다. 이제 대구·경북이 관광으로 하나되고, 관광으로 먹고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관광을 열심히 키워보자.

결국은 양질의 일자리다

결국은 양질의 일자리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일과 삶의 균형, 일과 가정의 양립, 퇴근 후 쉼표 있는 삶, 저녁이 있는 삶….이들 모두 지난해 이후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공감을 얻었던 신조어들이다. 특히 2018년 3월 ‘주 52시간제’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이후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심 이슈로 부상했다. 이 용어들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은 사회적 화두가 된 셈이다.내년부터는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될 듯하다. 내년 1월1일부터 종업원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도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진행됐다. 앞으로 50여 일 남짓 남은 새해부터는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만약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노동자가 회사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중소업체까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타깃이 된다는 말이다.그동안 저녁이 있는 삶, 휴식이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법 제도 개선에 나선 정부로서는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 무엇보다 과로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게 크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18년 한국 노동자 1명(국내 5인이상 사업체 소속)의 연간 노동시간은 1986시간이었다. 이는 2017년 연간노동시간 2014시간에 비해 1.4%(28시간) 줄어든 것이다. 정시 퇴근하는 ‘칼퇴’문화가 정착하면서 직장 내 회식도 줄어들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삶에서는 워라벨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OECD가 조사한 ‘워라벨 지수’를 보더라도 10점 만점에 한국은 4.7점으로 35개 회원국 중 32위다.워라벨을 잘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다. 최저임금 급등과 주휴수당 문제로 기업들이 정규직 직원 채용을 꺼리게 됐다. 8시간 풀타임 근로자 대신 일하는 시간에 딱 맞춰 일할 사람을 찾다보니 결국은 시간제 근로를 찾아다니는 토막근로자들만 많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 토막근로자들은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일을 하는 메뚜기족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아르바이트 고용까지 줄이며 본인이 직접 일자리로 뛰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알바 구인’ 자체를 대폭 줄이면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더라도 근무시간 쪼개기로 ‘메뚜기족 알바’만 늘어나게 된 것이다.이같은 사실은 통계자료로도 드러난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월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 고용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나온 수치다.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748만1000명으로 불과 1년 전보다 86만7000명 증가했다. 통계청 해명대로 조사항목 변경 때문에 35만~50만명이 비정규직으로 편입됐다고 보더라도 증가 폭이 너무 크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연간 비정규직 증가 규모는 1만~3만명 수준이었다.이렇다보니 메뚜기족 젊은이들은 워라벨을 ‘머라벨’(Money and 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한다. 주 52시간 도입과 일자리 쪼개기 영향으로 시간은 남는데 오히려 소득은 줄어 ‘저녁만 있는 삶(돈은 없으면서)’이 되었다고 자조하고 있다.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최근 부산지역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를 보면 27.9%만이 자기 스스로 워라벨을 잘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과 삶의 질 향상에 워라벨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는 70% 이상이 동의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낮은 수치다. 워라벨이 어려운 이유는 경제적 부담(39.3%)과 장시간 근로에 따른 시간부족(35.9%)이 가장 큰 이유였다.결국 퇴근 후 쉼표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의 실천이 어려운 건 좋은 일자리 부족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재정지출 위주의 고령층 일자리와 단기 계약직을 늘리는 것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전체 산업의 경기가 활성화되어야만 가능하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환경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의 임기, 권력의 유한성

대통령의 임기, 권력의 유한성윤정대변호사“Memento mori.” ‘죽는 것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경구이다. 영어로 바꾸면 ‘Remember to die.’가 된다. 로마에는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장군에게 로마에서의 개선식을 허용하였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개선장군이 행진을 할 때 그에게 자부와 오만이 아니라 겸손과 한계를 생각하도록 그의 뒤에서 노예로 하여금 이 말을 외치게 했다고 한다.로마가 인류 역사에 있어 가장 위대한 나라라는 데에는 이론(異論)이 없을 것이다. 로마는 2천5백여 년 전에 형성된 국가이지만 언어와 인종이 다른 남부와 중부 유럽, 영국, 이베리아 반도, 아프리카 북부와 중동 등 광대한 지역을 통치하였다.로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화, 법률, 종교에 있어서 깊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로마의 정치형태인 공화정은 근대 이후 전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기본적인 정치제도로 수용되었다.로마 지배층은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노예에게 의존하는 대신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해 사고(思考)하고, 국가를 운용하고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데 시간을 보냈다. 사고력이 높아진 만큼 로마인들은 실용적이었다.그들은 명예와 지성을 가장 높은 가치로 생각한 반면 인간의 도덕성과 능력에 대해서는 한계를 인정했다. 특히 개인의 도덕성과 능력보다 당연히 집단의 도덕성과 능력을 신뢰하였고, 집단보다 제도를 신뢰하였다. 따라서 로마인들은 왕정을 거부하고 공화정을 선택했다.로마인들은 왕정을 막고 공화정을 수호하기 위해 원로원과 민회와 같이 복수의 기관을 두는 등 권력을 분산시키고 국가의 주요 기관 간에 견제와 통제, 감찰이 가능하도록 하였다.그러나 공화정을 위한 로마인들의 가장 탁월한 제도는 바로 국가의 중요관직들에 대한 투표와 임기제였다. 로마의 중요관직들인 집정관, 감찰관, 법무관, 재무관 등은 모두 투표를 통해 선출하였고 그 선출직들은 감찰관을 제외하고는 임기를 모두 1년으로 제한하였다.오늘날 대통령과 같은 대권을 가지는 로마의 최고위직 정무관인 집정관(consul)은 임기가 1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선출하여 1개월씩 교대로 6개월만 집정관직을 수행하도록 하되 서로 정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이런 복잡하고 병렬적이며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며 논쟁적이고 어쩌면 소모적일 수도 있는 국가 운영 체제 속에서 로마는 가장 위대한 나라로 세상을 압도하였다.권력은 유한하여야 하고 통제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언제나 유효하다.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영구적으로 가지는 것보다 나쁜 것은 없다. 권력의 담당자가 계속적으로 바뀔 때 권력의 과오를 막고 실패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권력의 담당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국가는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반면 세습왕조인 북한과 같이 권력이 영구적이고 절대적일수록 권력의 과오나 실패로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피폐하고 무기력해진다.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집권하자마자 고위 관직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청산을 감행하였다. 적폐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나라의 틀과 제도를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변혁의 대못을 박고 이를 영구적으로 고착하기 위해 2,30년의 장기집권이 필요하다고 공언하고 있다.그들은 무균상태의 사회를 이룰 것처럼 주장하지만 무균상태의 지상낙원은 이념적인 선동이나 선전에만 존재할 뿐이다. 현실에서는 반복되는 불균등과 불공정과 불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도덕성은 차치하고 국가 운영 능력에 있어서 다른 집단보다 나은 지도 의문이다.더구나 대통령의 5년 단임과 국회의원 4년 임기에도 불구하고 국민 다수의 합의 없이 국가의 틀과 제도를 바꾸는 것은 임기제의 취지에 어긋난다. 많은 국민들이 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제의 취지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해가면서까지 국가의 틀을 바꾸고 변혁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정을 운영하고 관리하며 국가를 통합하라는 데 있다. 국가의 운영은 과거와 미래의 연속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과거를 부정하고 미래를 도박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회의원의 출석의무와 정치력 부재

국회의원의 출석의무와 정치력 부재배병일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최근 국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국회의원의 출석을 의무화하고, 만약 무단으로 결석을 할 경우에는 제명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함에 따라 국회활동이 모두 정지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대책으로 구상한 것이라고 언론에서는 보도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헌법상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부여한 대표행위 자체를 소극적으로 포기하거나 방기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국회의원은 국민주권주의에 터잡아 직무상 작위의무인 대표행위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여야 한다. 국회의원은 대표행위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 국회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고, 의안 표결에 참여하여야 한다.국회의원은 법령상 발언권과 질문권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 반드시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출석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의 출석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위의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의 발언권 등 권한은 직무상 권한인 동시에 작위의무로서의 성질도 가진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의 권한은 국회의원의 출석의무와 중첩적 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 표리관계에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법리적 논리적 근거를 가진 국회의원의 출석의무로 인하여 국회의원은 본회의 등에 반드시 출석하여 국정을 논의하는 장에 참석해야 하고 결석을 해서는 안되는 부진정 부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다.아울러 국회의원은 본회의 등에 참석하여 표결에 반드시 참여하여야 하는 표결의무도 가지고 있다. 표결은 찬성과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말하고, 기권의 자유도 있기 때문에 표결의무는 그 범위내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 회의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지만, 기권도 하나의 표결의 방식이므로 반드시 찬성과 반대라는 표결의 적극적 의사표시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표결의무를 규정화하더라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그동안 우리 사회는 국회의원의 출석과 표결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하였고, 국회의원 스스로도 출석과 표결에 대하여 심각한 관심을 가지지 아니하였다. 이제 국회법을 개정해서라도 국회의원의 출석과 표결에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국회법을 개정하여 ‘국회의원은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에 반드시 출석하여야 한다.’고 하는 국회의원의 출석의무에 관한 명시적인 근거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둘째, 종전의 형식적인 규정의 존재에 머물고 있는 국회법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회의원의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출석의무를 독려·권장하기 위하여 국회법 제32조 제2항의 규정의 특별활동비를 수당·입법활동비 및 특별활동비로 개정하여 경제적 제재 금액을 지금보다는 더 증액시켜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규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세째, 국회법을 개정하여 “국회의원은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에 참석하여 표결을 하여야 한다.”라고 하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둘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의 표결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표결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찬성, 반대 뿐 아니라 기권의 자유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표결을 하여야 한다고 해서 기권을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표결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화한다고 하더라도 찬성이나 반대를 강제하는 의미는 아니다. 출석의무와 관련하여 표결의무도 규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현행 국회법에서도 국회의원이 무단으로 결석을 할 경우에 징계를 할 수 있고, 그 징계를 함에 있어서도 제명까지도 할 수 있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의원 출석이 문제가 된 것은 특정 국회의원 개인의 결석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특정 정당 전체가 국회를 보이콧함에 따라 모든 국회 일정이 마비된 것에 연유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무단결석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제재를 하자고 논의하는 것은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모든 정당지도층의 정치력 부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외식업 불황, 뉴트로가 대안 될까

외식업 불황, 뉴트로가 대안 될까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1980~1990년대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담아주던 초록색 멜라민 접시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는 재미있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20대 젊은층에서 인기라고 하니 의아하기도 했다. 40, 50대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것들을 구입한다고 하지만 젊은층들은 왜 보지도 못했을 초록색 멜라민 그릇에 열광하는 걸까.답은 최근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뉴트로(Newtro)’이다. 뉴트로는 ‘뉴(new·새로움)’와 ‘레트로(retro·복고)’를 합친 단어다. ‘신(新)복고풍’이라고도 한다. 30대 이하 젊은 층이 과거의 유행을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여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이 트렌드를 따라 80년대와 90년대 유행이 재해석되며 다양한 영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패션에서부터 시작해서 음악, 게임, 관광뿐만 아니라 식음료와 외식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멜라민 접시 열풍도 복고에 바탕을 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20대 이하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이들 20대 이하 세대는 오히려 자신들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물건들에게서 신선하고 재미를 느끼는 성향이 강하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 30대 이하 연령대의 멜라민 접시 구입 비중이 40%였다.유행이 지나 한물 간 것으로 생각되었던 헐렁한 재킷,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힌 가방 등이 모두 뉴트로 열풍에 따라 새로 출시된 것들이다. 롤러스케이트장 같은 놀이시설과 빨래방 같은 서비스업 창업도 마찬가지다.뉴트로 제품 출시가 가장 치열한 곳은 주류 제조사들이다. 지난 4월 40여년 전 소주의 향수를 되살린 복고풍의 한 브랜드가 히트를 기록하며 경쟁사들도 잇따라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제과류에선 1995년 출시했던 과자 ‘베베’가 새로운 제품 ‘배배’로 재출시될 예정이다. 한동안 익숙했던 대추음료 ‘가을대추’와 30여년 전 단종됐던 ‘해피라면’도 다시 나왔다. 식품, 음료업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오징어버거가 재출시 되어 인기를 끌고 90년대 가정집 냉장고에 물병으로 하나씩 가지고 있던 델몬트 음료병 선물세트는 출시하자마자 금새 동났다는 소식이다.외식업계에서도 뉴트로 바람이 거세다. 1970년대 서민들에게 인기였던 냉동삼겹살집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시 되살아난 것처럼 말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동성로 일대 냉동삼겹살집에는 젊은층들로 북적인다. 30~40년 전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했던 메뉴가 뉴트로 열풍에 되살아나며 꽁꽁 얼어붙은 외식 창업시장을 달구고 있다.냉동삼겹살이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인 이유는 뭘까. 중장년층에겐 경기불황 속 싼 가격에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외식공간으로 자리잡은 이유가 크다. 젊은 세대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먹거리에서 신선함을 느끼고 새로운 식문화에 재미를 보여서다.요즘 외식업 분위기는 말 그대로 한겨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2/4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는 65.08를 기록했다. 지난 1/4분기보다 0.8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외식산업경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식재료 원가, 고객 수, 종업원 수, 투자 활동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100을 기준으로 초과하면 성장세, 미만이면 위축세를 의미한다. 2014년 71.91에서 2016년 70.24, 2018년 67.51, 올해 1·4분기 65.97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이런 경기하강 국면에선 외식업체 스스로 자구책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트렌드를 읽는 수밖에는 없다. 전문가들은 뉴트로 중심의 소비 트렌드는 장기적으로도 전 산업에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외식업 종사자들은 이를 다각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즘은 소비의 흐름을 만드는 인싸(인사이더·각종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잘 어울리는 사람)가 뉴트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소위 ‘핫’하다고 하는 콘텐츠엔 주저없이 지갑을 열며 일반 대중들의 소비트렌드를 끌고 가는 경향이 있다. 뉴트로 감성도 이런 콘텐츠 중 하나이다. 언제 풀릴지 모를 불황과 외식업의 끝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소비의 흐름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의 계절

독서의 계절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대구지역에서 흥미로운 독서운동이 잇따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으로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 조사에서 대구지역 성인의 독서율이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바일과 SNS 등 뉴미디어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엄지족’이 늘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수도’란 대구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강원도와 제주도보다 독서율이 낮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나 사회가 미래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시민들의 독서습관을 키우고, 독서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은 정설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런 가운데 인문역량을 강화할 가장 유력한 매체인 종이책을 소재로 재미있게 펼쳐지는 지역의 독서운동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필자가 동참한 독서운동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지난 12일~13일 동대구역 광장에서는 ‘대구 울트라독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토요일 낮 12시 종소리로 시작된 울트라독서마라톤대회에는 독서 마니아 18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요일 낮 12시까지 이어졌다. 순위 경쟁 없이 완주가 목표인 이 행사는 50분간 독서, 10분간 휴식이 24시간 반복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등번호가 붙은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은 1인용 책상에 앉아 자신이 가져오거나 행사 주최측에서 제공한 책을 읽는데 몰두했다. 경기 방식은 책에서 시선이 1분 이상 벗어난 경우, 눈을 감고 1분이 경과한 경우, 책상에서 15초 이상 일어선 경우, 지정된 시간 이외에 휴대폰을 사용한 경우에 경고를 받았다. 경고를 세 차례 받으면 실격됐다. 이날 일본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 ‘하기비스’ 때문에 바람이 불고 날씨도 쌀쌀했지만, 50명이 24시간 코스를 완주해 기념메달을 목에 걸었다.책을 매개로 대구의 미래인 ‘청년후배’들과 40대 이상 ‘청춘선배’들이 소통하는 ‘책으로 마음잇기’가 지난 10일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근처 ‘다온나그래’에서 열렸다. 대구시청년센터가 마련한 이 곳은 대구 청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차를 마시고, 회의를 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다. 행사는 지역출판사인 학이사를 중심으로 지난 4월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100일간 책을 추천하고 기부하는 ‘책으로 마음잇기, 책으로 세대잇기’ SNS 캠페인에 참여했던 선배들이 후배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였다. 이날 SNS 캠페인에 참여했던 선배 64명 중 일부와 청년 40여명이 만나 책을 선물하고, 그룹별로 주제를 정해 대화를 나눴다. 주제 중에는 필자가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JMTGR’도 있었다. 포털사이트 검색엔진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존맛탱구리’란 뜻으로 쓰이는 젊은이들 사이의 신조어라고 한다. 어찌됐던 대구의 선후배들이 책을 계기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였다.여행지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롭게 쉰다는 뜻을 지닌 ‘북스테이’도 지난달 말 수성못 상화동산에 등장했다. 수성못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등장한 북스테이는 ‘책과 함께 머무는 축제 속 쉼터’란 컨셉트 아래 3일간 운영됐다. 범어도서관, 용학도서관, 고산도서관 등 3개 수성구립도서관이 보유한 책 1천500여 권이 상화동산으로 옮겨진 ‘야외도서관’과 함께, 지역출판사와 물레책방을 비롯한 동네책방이 내놓은 책으로 꾸며진 ‘야외책방’이 그것이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 누구나 잔디광장에 설치된 해먹, 그늘막, 큐브상자, 매트, 의자 등을 이용해 가족 또는 이웃들과 함께 책과 함께 가을을 즐겼다.한편 최근 자료인 ‘2017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교과서와 수험서 등을 제외하고 1년에 한 권이라도 책을 본 비율을 나타내는 전국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59.9%, 연간 독서량은 8.3권, 평일 독서시간은 23.4분,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2.2%, 독서프로그램 참여율은 5.3%로 집계됐다. 대구의 경우 연간 독서율은 58.6%, 연간 독서량은 6.2%, 평일 독서시간은 15.1분,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3.9%, 독서프로그램 참여율은 1.5%로 나타났다. 지역별 5대 독서지표 현황에서 공공도서관 이용률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은 물론, 전국 평균 이하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성인 독서율은 1990년대 후반 77~79%대, 2000년대 71~76%대로 70%대가 유지됐지만 2010년대 들면서 59~71%대로 떨어졌다. 2017년 성인 독서율은 2015년에 비해 5.4%포인트나 낮아졌다.

골키퍼의 행동편향이 주는 교훈

골키퍼의 행동편향이 주는 교훈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프로야구 2019한국시리즈가 시작됐다. 야구팬이라면 올해는 과연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기대감에 가슴 설레는 시즌이기도 하다. 이런 큰 경기에서는 종종 양팀 감독의 소소한 작전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대타로 기용할지, 투수 교체 시기는 언제로 잡는지 등에 따라 승부의 추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희생번트를 하느냐 마느냐도 그 팀의 색깔과 맞물려 큰 관심사다.야구 통계에 따르면 희생번트보다는 강공이 더 유리하다고 한다. 스포츠 경제학자 이영훈의 분석 결과다. 미국 메이저리그 4만5천여개 상황을 분석한 그는 1사 2루 상황에서의 득점확률(41.5%)보다 무사 1루에서의 득점확률(44.2%)이 더 높다고 했다. 일본 프로야구 2005년 시즌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록에 따르면 1사 2루에서의 평균득점(0.75점)보다 무사 1루에서의 평균득점(0.84점)이 더 높았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희생번트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운동경기보다 더 많이 객관적 데이터에 의존하는 감독들이 왜 희생번트를 지시할까?야구인들은 이를 감독의 면피 전략이라고 이해한다. 만약 강공을 지시해 타자가 병살타라도 날리면 감독의 책임이다. 그러나 희생번트는 실패해도 선수의 책임일 뿐이다.이처럼 가만히 있는 것보다 결과가 나빠지더라도 부담감 때문에 행동을 하려는 경향을 ‘행동편향(Action bias)’이라고 한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라기보다 뭐라도 했다는 인상을 남기려는 목적이 더 큰 것이다.축구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286개의 패널티킥을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 학계의 2005년 연구결과다. 패널티킥을 차는 축구선수들 중 3분의 1은 골대 왼쪽으로, 3분의 1은 골대 중앙, 3분의 1은 오른쪽으로 찬다. 하지만 골키퍼는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몸을 날린 경우가 94%였다. 골키퍼가 중앙을 지켰으면 더 많은 골을 막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골키퍼들은 왜 좌우로 몸을 날렸을까? 이유는 중앙에 멍하니 서서 골인을 쳐다보고만 있었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골키퍼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린다는 것이다. 승부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중앙에 서서 골을 막아내는 게 맞다. 그렇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걸 알면서도 행동을 하는 것이 행동편향이다. 패널티킥을 막아내기 위해 뭔가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행동편향이 운동 경기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3년 10개월 단위로 대폭 바뀐다는 대학입시 제도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바뀌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제도부터 뜯어고치는 듯하다.주식거래에서도 행동편향은 있다. 주가가 요동치더라도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 즉 주식을 장기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증권중개인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무슨 행동이든 취해야 고객들이 신뢰를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은 고객들에게 무능력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 특히 정책입안자들도 증권중개인과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에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패널티킥 연구결과에서 보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 용어로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 신념을 확인하려는 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요즘 경제관련 각종 지표나 통계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심한 것 같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인데도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아전인수식 통계 해석을 놓고 하는 말이다.이는 우리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오히려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혹 이런 확증편향 바탕 위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세워질까 걱정이다. 그렇다면 더 큰일이다. 골키퍼의 딜레마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다. 곰곰이 현재 우리사회에 대입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것 같아요”는 책임회피다

“~ 것 같아요”는 책임회피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반포한 지 573돌이 되는 날이다. 매년 한글날을 전후해 각 기관단체 혹은 기업에서 ‘우리말 바로 쓰기’ 캠페인, 우리말 겨루기, 외국인 여행객 한글 이름 써주기 등의 관련 행사를 개최한다. 그나마 1년에 한번 정도이지만 이런 행사들이 바른 한글 사용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어 다행이다.필자는 한때 일간신문 교정기자로 근무한 적이 있다. 편집국 각 부서에서 써낸 기사를 보면서 맞춤법에 맞게 오탈자를 잡아내는 것부터 잘못 쓰여진 단어, 문맥에 맞지 않는 표현을 걸러내 바로잡고, 기사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 그 때 이후론 책을 봐도 오탈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내걸린 현수막의 오탈자만 눈에 확 들어오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을 겪고 있다.요즘은 TV 보는 것조차 신경 쓰인다. 올바르지 못한 표현들이 난무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다. 마이크를 갖다 대면 어른 아이 가리질 않고 이 말로 끝맺는다. 지난해 한글 창제 572돌을 맞아 개최한 어느 한글축제 현장에서 인터뷰에 응한 네 명의 대답을 보자.“문제가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한글날 쓰는 거라 더 남다른 것 같아요” “결혼하고는 손편지 처음인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도 교육적으로 좋은 것 같아요” “한글날을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사회자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한 네 명이 다섯 번이나 “~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말은 “문제가 조금 어려웠어요” “더 남달라요” “결혼하고는 손편지 쓰는 게 처음이에요” “교육적으로도 좋아요” “계기가 되었어요”로 바꿔 말하는 게 맞다.이름만 대면 아는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도 아무 거리낌 없이 이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행정용어 중에는 외래어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아마 행정용어 중의 수많은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시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를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왜 이를 “행정용어 중에 외래어가 너무 많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말로 바꿔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하고 이야기하지 못할까?올바르지 않은 말의 남용은 어른 아이,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질 않는다. 특히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 같아요”를 쓰는지…. 이는 자신이 없는 말투다. 책임을 회피하는 말투다. 자신의 말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취지다. 곰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국물이 짜졌다. 종업원을 불러서는 “조금 짠 것 같아요. 국물 추가해 주세요”라고 한다. 소금을 많이 넣은 건 자기자신 아닌가. 당연히 “짠 것 같아요”가 아니라 “짜다”라고 말해야 한다. 이뿐인가?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로 표현해야 할 말을 “재미있는 것 같아요”라고 얼버무린다.“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는 더욱 희한한 말이다. 자기 스타일을 자기가 정확하게 모른다는 말인가? 내 스타일이다, 아니다라는 명확한 말을 두고 자기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표현은 또 뭔가.“~ 같아요”와 함께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우리말의 문제 중의 하나가 사물에 대한 높임말이다. 수많은 문제제기에도 ‘같아요’처럼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도 카페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커피 두 잔에 총금액이 8천원 나오셨어요” 이라거나 “8천원이세요”라고 한다.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높임말을 쓸 요량으로 하는 말인데 결과적으로 사람이 아닌 사물을 높여 말한다.문제는 카페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젊은 종업원들이 잘못된 표현인지도 모르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에 대한 친절만을 강조하다보니 생기는 잘못된 존칭인데도 말이다.이처럼 지금은 국적 불명의 신조어와 줄임말만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전 연령대에서 무의식적으로 남용하고 있는 “~ 것 같아요”라는 말이나 젊은층에서 당연한 듯 말하는 사물존칭은 굳어지기 전에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반복해서 듣다보면 처음에 느꼈던 어색함마저 익숙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글날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말의 적절한 사용에 관한 캠페인이라도 벌여보자.

최하는 백성들과 다투는 정치다

최하는 백성들과 다투는 정치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적이 당신을 한 번 돕게 되면, 당신을 더더욱 돕고 싶어 하게 된다(Enemies who do you one favor will want to do more)’.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그의 자서전에 남긴 글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치인이다. 한 일간지의 인터넷 판에서 프랭클린이 정적을 친구로 만든 기발한 묘책을 썼다는 기사를 보고 손바닥을 쳤다. 지금 좌우로 나뉘어 으르렁거리는 한국의 정치인들이라면 한 번쯤 꼭 되새겨 봐야 할 에피소드여서다.프랭클린이 주 의원 시절의 이야기다. 그는 시시콜콜 자기를 물고 뜯는 정적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고 싶어 했다. 고민 끝에 묘안을 생각해냈다. 정적이 당시 값나가는 책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그를 찾아갔다. 프랭클린은 며칠간만 책을 빌려줄 수 있겠느냐며 매우 정중하게 말을 꺼냈다. 그 정적은 책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속 좁은 사람으로 소문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프랭클린은 며칠 후 책을 돌려주면서 진심을 담아 감사의 편지도 함께 전해주었다.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저 값비싼 책을 며칠간 빌려주는 작은 호의를 베풀었을 뿐인데 프랭클린에 대한 미운 감정이 사라졌던 것이다. 이 일이 있고나서 두 사람은 평생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다.이 일간지 기사는 이를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라고 했다. 도움을 준 사람이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호의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마음을 열고 다가서면 상대방도 진심을 알아주는 대표적 사례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판이 상대를 헐뜯고, 모욕을 주고,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처럼 기술적인 묘안을 찾을 생각은 없고 막말만 남아 있다.그 막말마저 지나쳐 감히 인용하기도 꺼려질 정도다. 오는 말이 험하니까 가는 말은 더 험해진다. 듣고 있는 국민들은 화가 치민다. 저급한 이들이니까 저급한 말을 쏟아내는 것이라고 치부하고 때로는 흘려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분이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국민들의 힘으로 법안을 발의할 수만 있다면 정치인의 막말금지법이라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싶다.이 상태에서는 오직 자기들끼리의 싸움만 중요하지 일반 국민들의 안위나 걱정은 전혀 안중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임대 현수막을 내건 상가가 부지기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사육농가들은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있는 상태 아닌가.자기들끼리의 싸움이 지나치다보니 이젠 일반 국민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정치를 하고 있다. 정치인의 한마디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한줄 글에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옳네, 네가 틀렸네 싸움판을 벌인다. 이 싸움판에 또 정치인이 끼어들어 난장판을 이룬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행동이 늘 선(善)이며 정의(正義)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연히 상대는 악(惡)이고 부정(不正)이라고 몰아세운다.이쯤이면 중국의 역사가인 사마천이 이야기하는 가장 등급이 낮은 정치, 가장 못난 정치에 해당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리더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누어 소개했다.1등급은 선자인지(善者因之)다.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정치로 순리(順理)의 정치라 할 수 있다. 2등급은 이도지(利道之)로서 백성을 이롭게 하여 잘 살게 만드는 정치다. 3등급은 교회지(敎誨之)라고 해서 백성을 가르쳐 깨우치게 하는 훈계형 정치다. 마지막 4등급은 정제지(整齊之)로 백성들을 일률적으로 바로잡으려는 위압 정치다.사마천은 이 4개의 등급 외에 또 하나의 최하의 등급을 추가했다. 그것은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으로 백성들과 다투는 정치다. 마땅히 백성들을 이해시켜 스스로 따르게 해야 할 일을 갈등을 일으키며 오히려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형태라고 했다.과연 우리나라는 사마천이 이야기하는 이 다섯 가지 통치 형태에서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최하 등급인 ‘가장 못난 정치’가 아닐까 두렵다. 권력을 잡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제발 곰곰이 생각 좀 해봐주길 바란다. 아니면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를 낼 수 있는 묘수라도 찾아주든지….

대구, 수제맥주 대표도시 간다

대구, 수제맥주 대표도시 간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9월2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안에 있는 야외콘서트홀에서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대구시가 후원하는 ‘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 발대식’이었다. 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는 대구의 수제맥주 산업 활성화와 저변확대, 이를 통한 대구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7월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대구의 3개 수제맥주 양조장과 관련 업체, 대학 등 학계·연구기관에서 참여해 수제맥주 산업화를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이날 협의회와 공동주최 단체인 대구테크노파크 바이오헬스융합센터는 수제맥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대구지역 양조장 3곳에서 생산한 수제맥주 시음 행사도 곁들였다. 행사장소도 다른 단체의 발대식처럼 실내가 아니라 수제맥주 특성에 맞춰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야외공연장으로 정했다. 행사에는 초청 내빈 외에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최근 들어 대구에서 불붙기 시작한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발대식을 가진 협의회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맥주 효모와 상품 개발, 수제맥주 아카데미 운영, 창업생태계 조성 등의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대구의 수제맥주산업 활성화 노력은 다른 도시에 비해 한걸음 늦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부산, 강원도를 비롯한 다른 시도에는 많은 수의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들어서있고 이젠 이를 활용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들을 개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브루어리(양조장) 투어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부산에 갔다가 그곳의 양조장 7곳 중 한군데를 들러 견학과 시음을 한후 돌아온다든지, 울산 울주군 언양불고기를 맛보러 간 김에 인근의 양조장까지 들렀다 오는 것이 이젠 일반화된 관광코스가 되었다. 대구도 이날 발대식을 계기로 수제맥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이젠 협의회를 중심으로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댄다면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제맥주 개발 등의 산업화 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가 수제맥주 산업 활성화에 앞서있는 다른 지자체를 따라잡고 앞서나가려면 해결해야 할 몇몇 과제들도 있다. 먼저 경북지역과의 협력이다. 수제맥주는 양조 및 판매만으로는 산업화에 분명 한계가 있다. 수제맥주는 농업, 제조업, 상업뿐만 아이라 관광업까지 아우르는 6차산업의 핵심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예로 맥주의 주재료인 홉 농장은 대구지역에서는 어렵다. 대구 인근 경북지역에 대규모 홉 농장을 갖추고 대구경북이 공동으로 체험형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이 좋을 듯하다. 이미 충청북도 제천을 비롯, 경북 상주 등지에서는 매년 8월말~9월초에 홉 수확체험으로 서울을 비롯한 인근의 대도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몇년전부터 재배면적이 확 늘어난 홉 농장의 경우 다년생 덩굴식물이라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인해 화훼·장식용으로도 쓰일 정도로 보기가 좋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코스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대구에도 10여 개의 수제맥주 양조장이 들어서야 산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0개는 독특하면서도 좋은 맥주를 찾아다니는 ‘맥주 힙스터(hipster:유행등 대중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들이 찾는 도시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양조장 숫자이다. 이들이 대구로 몰려와야 입소문을 타고 차츰 일반인들까지 브루어리 투어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미국 프로야구팀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Coors Field)가 있는 도시가 덴버다. 지난해 말 기준 양조장 수가 158개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도시이다. 4개 코스의 비어트레일(Beer Trail)이 이 도시에서 인기있는 여행 테마인 것처럼 대구의 10여개 양조장과 인근 경북지역의 대규모 홉 농장을 연계한 비어트레일도 가능할 것이다. 맥주는 음식과의 궁합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미 브랜드화 되어있는 대구10미와 어울리는 수제맥주를 개발해 짝을 지어주는 것도 수제맥주 산업화 이전에 해야 할 선결과제다. 푸드트럭이 처음 생겨난 도시로 유명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가 수제맥주의 도시가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특별조치법의 입법 필요성

특별조치법의 입법 필요성 배병일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률은 국회에서 입법되어 시행되면 그 때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그 법률이 폐지될 때까지 유효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일정한 기간 동안에만 법이 적용되고, 법률에서 규정한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효력을 잃는 한시법이라는 것도 있다.한시법은 특정한 사항에 대하여 일정기간 동안에만 규율을 하고 그 기간이 경과하면 법률적용의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법률을 소멸시키는 법이다. 그래서 한시법은 대부분 한 번만 제정되는 것이고, 여러 번 반복해서 입법되는 것은 한시법의 입법목적에 어긋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토지는 사람이 살고 있는 터전으로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중요한 사유재산이다. 토지는 개인의 경제적 부의 원천으로 지적도와 토지대장에 의해 구분되고, 등기에 의하여 권리귀속을 결정한다.지적도와 토지대장은 세금징수를 목적으로 등기부는 권리관계 증명을 위하여 필요한 장부이다. 조선시대에도 양안이라고 하는 지적도와 토지대장에 해당하는 것이 있었지만, 여러모로 내용이 부실하고 부정확하였다. 1910년 일제는 우리나라를 수탈하고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한 재정을 확보하고자 토지세금을 확실하게 징수하고자 하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양안 이외에는 제대로 된 지적공부가 없었다.일제는 우리나라에서 토지조사사업과 임야조사사업을 1912년부터 1935년까지 실시하면서 지적도, 토지대장, 임야대장, 등기부 등 토지관련 장부를 새롭게 만들었다. 그 후 36년간 우리나라에 적용한 토지소유 관련 법은 일본 민법과 일본 부동산등기법이었고, 해방이후 1959년말까지도 계속하여 적용되었다. 1960년 1월1일부터 우리가 만든 민법과 부동산등기법이 시행되었다. 그 이전까지 우리나라 토지에 50년 간 적용되었던 일본 민법에서는 당사자간에 토지매매계약을 하면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으로 보았는데,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등기를 이전해야만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으로 보아 등기 이전이 권리 변동에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50년 간 계속되어온 계약관행 등으로 인하여 등기 이전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1960년 이후 경제발전에 따라 고속도로 건설 등 국가적인 토건사업을 실시하면서 토지보상을 둘러싸고 토지소유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공사가 지연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1969년 임야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는 등 각종 특별조치법을 한시법으로 여러 번 제정하였다.1977년에 와서 전국적으로 많은 토지와 건물이 미등기상태로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등기된 부동산이라도 대장상으로만 등기부에 한 필로 되어 있는 토지를 여러 필로 나누는 분필 등으로 변경하고 있어서 재산권으로서의 가치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을 조속히 등기토록 하기 위하여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6년 한시법으로 제정하였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효과가 있었고, 국민들은 그 입법의 효율성과 필요성에 대하여 요청을 하게 되었다.이에 또다시 1992년과 2005년에 동일한 이름과 내용으로 2년의 한시법으로 입법하였다. 그런데 20대 국회에 들어와 2016년 11월에는 최교일 의원이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대표 발의한 이후 지금까지 11건이 동일한 이름과 내용으로 발의되어 있다. 입법 현상으로 아주 특이한 것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법의 이념인 합목적성측면에서는 일단 타당하지만, 또 다른 법적 안정성측면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다. 그러나 8·15 해방과 6·25 사변 등을 거치면서 부동산 소유관계 서류 등이 멸실되거나, 권리관계를 증언해 줄 수 있는 관계자들이 사망하거나 주거지를 떠나 소재불명이 되는 경우들이 많아 부동산에 관한 사실상의 권리관계와 등기부상의 권리가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하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간편한 절차를 통해 사실과 부합하는 등기를 할 수 있도록 입법되어야만 한다면 나름대로 합목적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하루빨리 입법되어야 할 것이다.

왜 소설 ‘동물농장’을 다시 읽나

왜 소설 ‘동물농장’을 다시 읽나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동물들이 드디어 혁명을 일으켰다. 인간 농장주인으로부터 가혹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동물들이었다. 마침내 동물들은 인간 주인을 몰아내고 자기들이 직접 농장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혁명을 이끈 ‘나폴레옹’과 ‘스노볼’이라는 돼지 두 마리를 지도자로 삼았다. 이들은 혁명 후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등의 7계명을 헛간 벽에 적어두고 초심을 다졌다. 일요일마다 회의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돼지집단 내부의 권력투쟁과 부정부패라는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들고 만다. 이들 특권층 돼지들은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는 계명을 무시하고 술을 마시고, 자녀들을 위해 전용 고급 교실을 짓는 등 자신들이 혁명의 구실로 삼았던 ‘적폐’들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러고서는 다른 동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떤 동물도 저항하지도, 비판하지도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동물들은 폭력과 노동착취, 복종에 익숙해지고 무기력해져만 갔다. 다른 생각을 가진 동물은 무조건 적으로 몰려 숙청되기 때문이었다. 조지오웰이 1945년 발표한 소설 ‘동물농장’의 일부 내용이다. 동물농장은 러시아 혁명 이후 ‘프롤레타리아 유토피아’를 내건 공산주의 독재가 타락해 가는 과정을 풍자한 소설이다. 발표된 지 70년이 넘은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며 섬뜩함을 느낀다. 그 당시 소설 속의 상황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너무나 똑같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웠다. 발표된 지 70년이 넘은 이 소설의 내용이 왜 하필 현재 한국의 상황과 똑같은지. 그렇다면 소설 동물농장이 주는 교훈은 당시나 현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먼저 소수 엘리트 권력층의 부패는 그들만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설 동물농장에서 지배층인 돼지가 가장 먼저 챙겼던 특권은 사과를 슬쩍 가져가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일반 대중인 다른 동물들이 이들의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감시하고 제지했더라면 돼지들의 지도자 나폴레옹이 독재자로 변해가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배당하는 동물들은 그러지를 못했다. 그들의 무지와 무기력이 결국은 권력의 타락을 불러온 것이었다. 권력을 잡은 머리 좋은 돼지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실을 철저하게 억압했다. 이들 사회의 이상이 집약된 율법인 7계명을 먼저 무시하고 모른 체하는 뻔뻔함도 나타났다. 심지어 애초의 동물 7계명이 조작되고 부정되어도 어느 누구도 이를 비판하거나 저항하지 못했다. 특정 계층은 대중을 기만하면서 거짓과 조작이 진실을 덮었다. 그 속에서 동물들은 굴종과 복종에 익숙해져 갔고 무기력해져만 갔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동물은 무조건 적으로 모는 이분법적 논리에 의해 숙청되거나 즉석에서 처형됐다. 급기야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계명은 어느새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내용으로 바뀐다. 평등은 말뿐이었고 철저히 계급사회로 이뤄진 독재체제로 변해버린 것이다. 소설 동물농장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은 과거 러시아혁명에 관한 우화이다. 그러나 당시와 똑같은 사건들이 현재의 사회, 현재의 정치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AF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초, 빅 브라더가 당원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전체주의 국가를 그린 조지 오웰의 또 다른 소설 ‘1984’의 판매가 무려 95배나 폭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도 이 소설의 판매가 165% 늘어났다. 이같은 오웰의 소설 재출간 붐은 현재 사회가 ‘1984년의 동물농장’이어서가 아닐까.한국은 어떤가. 정권은 바뀌고 있지만 부정부패와 부조리, 편법은 여전하다. 동물농장을 읽고 좌절하는 건 그래서다. 과연 누가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더 슬픈 건 ‘동물농장’은 1945년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래세계에서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 풍자하는 우화는 세계 곳곳의 삶의 모습을 담은 현재의 축소판이다. 소설 속 지도자 돼지 나폴레옹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 그럴싸한 논리에 현혹된 대중들이 경계를 늦추는 순간 보란 듯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소설 동물농장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자영업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자영업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몰락, 벼랑 끝, 빈사 상태, 한숨…요즘 자영업을 다룬 언론사 기사 제목에 포함된 단어들이다. 각종 정치적 이슈로 우리 사회가 보수, 진보라는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동안 자영업 대란, 자영업의 몰락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말이다.이같은 현상은 통계청 자료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8월말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가구 가계소득 증감률 추이’에 따르면 국내 가계사업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사업소득은 개인이 계속적으로 사업을 해 얻은 순수익 중 가계에 들어온 금액을 말한다. 가계사업소득이 줄었다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2분기 국내 가계사업소득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3.4%, 올해 1분기 1.4%의 감소율을 보인 이후 3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이는 일자리를 잃은 빈곤층이 급증하면서 근로소득마저 계속 내리막길을 걸은 결과이기도 하다. 소득 하위 20%(1분위)에서 근로자가구비중은 지난해 2분기 43.1%에서 올해 2분기에는 29.8%로 대폭 내려앉았다.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최하위층 가구의 70%가 자영업자 또는 무직자 가구이고, 근로자 가구는 불과 30%라는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특히 하위계층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다.특이한 것은 하위계층의 사업소득은 늘어나고 상위계층의 사업소득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의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2분위(하위 21~40%), 3분위(소득 41~60%)의 사업소득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1% 증가했다. 반면 4분위(상위 20~40%)는 16.6% 감소했고 5분위(상위 20%)에서도 0.5% 감소했다.이를 두고 청와대의 통계해석이 구설에 올랐다. 1~3분위 사업소득이 증가한 것을 두고 올해 2분기 전체적인 소득 수준이 상당한 개선이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통계청의 발표이후 “작년 1~2분기에 비해 올해 1~2분기가 전체적으로 나아졌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이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본다. 자영업자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4분위에 있던 자영업자 소득이 줄어들면서 3분위로 내려앉고 3분위는 2분위로 떨어지면서 하위계층의 사업소득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문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자영업자들은 희망을 잃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연적으로 분배와 성장이 이뤄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정책과는 정반대의 결과다.일부에선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작년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8만명으로 폐업률(창업자 대비 폐업 비율)이 72.2%에 이를 만큼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이들의 몰락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제켜두고 개인 탓으로만 보는 것도 맞지 않다. 실제 50대 이후엔 재취업의 기회가 너무 제한적이고 20~30대들은 취업문턱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이런 노동시장의 문제가 이들을 자영업이란 불구덩이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결국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게 자영업의 몰락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쉽게도 이때까지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부정책은 카드수수료 인하와 소상공인 경영자금 지원이었다. 청년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를 위해 쓴 그 많은 예산에도 효과는 미미하다. 당장의 실적보고용 정책이나 일시적인 자금지원 정책은 이들의 몰락을 잠시 늦추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빚을 내서 겨우 사업을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은 폐업조차 맘대로 못한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임금은 조금 적더라도 재취업이나 업종변경을 할 수 있도록 길을찾아 주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이 정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겠는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배병일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7월16일부터 직장내 괴롭힘, 이른바 직장내 갑질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종전까지는 직장내 갑질은 법적으로 규제할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도덕적으로 직장 윤리 문제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직장내 갑질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있었다.심지어 모 기업주의 회사내 엽기적 갑질과 공기업내의 갑질, 여러 병원내의 태움이라는 갑질 등이 해당 직원의 극단적 선택으로 비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제20대 국회에서 12건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법안을 발의한지 6개월만에 괴롭힘 금지법이 입법되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제76조의 2의 규정을 신설하여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다.또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의 규정을 신설하여 직장내 괴롭힘을 확인한 사용자는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만약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사용자는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지만, 제109조에서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게 되면 형사처벌(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하도록 하고 있다.상시 10인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은 직장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으로 작성하여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하도록 하였지만, 교용노동부는 시정기간을 두었다. 갑질금지 규정은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에서 괴롭힘이 7월16일 이후에 발생한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하여 미투와 같이 과거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갑질금지법은 6개월만에 졸속으로 입법하다가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괴롭힘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폭행이나 협박과 같이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 뿐 아니라 성희롱 등에 의한 행위도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형사처벌이나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잡일을 시키거나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왕따를 시키는 것, 음주·흡연·회식을 강요하는 것, SNS 갑질, 뒷담화 등도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얼마든지 많은 행태가 있을 것이지만, 괴롭힘의 개념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문제가 많다. 둘째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라는 요건의 입증도 문제될 수 있다. 피해자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할 것이고, 이에 대해서 가해자측은 업무상 적정범위내의 행위를 했다고 주장할 것이지만, 그 입증이 만만치 않다. 피해자측으로서는 몇 가지 사실을 근거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손쉽게 주장할 수 있다. 가해자측으로서도 이에 대한 반박이나 탄핵을 하기 위해서는 온갖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직원과의 면담이나 대화한 기록을 상세하게 남기거나, 동료들에 대해 주관식으로 기술하는 다면평가를 의무화해 평소 자료를 남기는 등의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후자는 자칫 괴롭힘의 증거로도 될 수 있다.세째 사용자로서의 오너가 가해할 경우에는 직장내에서 징계권자를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네째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고, 괴롭힘을 단지 직장내 징계사항으로 방치했다는 점도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의 경우는 제외되어 있는 점이 아쉽고,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행위가 사회적인 도덕규범으로 규율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부득이 법률로서 규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행위를 법적으로 규율하기 위해서는 그저 사회문제화된다고 해서 바로 법률로서 제한을 해서는 안된다.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법언이 있듯이, 어떤 행위가 법규범화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때에 법규범으로 규율하여야 할 것이다. 갑질 괴롭힘은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갑질 신고에 대하여 불리한 처우를 한 행위에 대하여 처벌하도록 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는 입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