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101대 99와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101대 99와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순탄하게 결정되리라고 예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사단이 커질 줄이야. 대구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이웃인 군위군과 의성군이 벌이는 한 치 양보 없는 기 싸움이 갈수록 가관이다. 여기에는 한 뿌리라며 최근에는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주창하고 있는 경북도와 대구시가 은근히 뒤에서 용을 쓰고 있다. 얼마 전 이 지면을 통해 지적한 적도 있지만 그 경쟁이 도를 넘고 있으니 지역과 국가적 장래를 위해서라도 명쾌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101대 99.지난해 11월 22일부터 3일동안 시민참여단 200명(의성군민 100명과 군위군민 100명)이 한 자리에서 숙의형 시민의견조사라는 과정을 거쳐 신공항 이전부지 선정 기준과 절차를 결정했다. 이전부지 선정기준은 투표로 하고 군위군민은 군위 두 곳에, 의성군민은 비안에 각각 투표하고 결과 공동후보지인 의성 비안 또는 군위 소보가 높으면 공동후보지를, 군위 우보가 높으면 단독후보지를 후보지로 한다는 것이다. 선정기준 투표방식을 결정하는 시민참여단의 투표 결과는 101대 99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공항 주요고객인 대구시민의 의견은커녕 반대하는 지역민의 의견도 반영되지 않은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시민참여단 한 사람의 결정이 전체 판을 결정한 셈이다.90대 76, 그리고 찬성 76대 반대 74그리고 올 1월 21일 대구통합신공항 부지 선정을 위해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의성군민은 88.69% 투표율에 90.36%가 찬성했다. 군위군민은 80.61% 참여해 우보에 76.27%, 소보에 25.79%가 찬성했다. 의성군수는 당연히 의성 비안을 신공항 후보지로 유치신청 했다. 그러나 군위군수는 군민 74%가 반대하는 소보에 유치를 신청할 수 없다며 군민 76%가 찬성한 우보에 유치신청을 했다. 군공항유치 신청은 자치단체장이 주민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서 하도록 규정한 군공항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8조2항에 따른 적법 행위라는 주장이다. 숙의형 시민의견조사결과에 따른 주민투표를 반영해서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를 신공항 부지로 신청하지 않은 군위군에 대한 비난에 빗발치고 국방부는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를 이전부지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군위군은 국방부장관은 유치신청한 지자체 중에서 이전부지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전 부지를 선정토록 규정한 특별법을 들이대며 “법대로 하라”고 오히려 국방부를 압박하고 있다. 국방부는 투표 전 지역주민 공청회에서 자치단체장의 유치신청 권한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3000억원 대 1500억원소음과 민원 덩어리의 애물단지 공항을 유치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의 눈물겨운 현실은 사실 엄청난 공항주변지역 지원과 그에 따른 경제효과 때문이다. 공항이 들어서면 생산유발효과나 간접적 경제효과는 물론 고용창출효과까지 나타난다는 장밋빛 효과가 들먹여진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지원하는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만 봐도 그렇다.국방부는 지난해 12월 4, 5일 군위와 의성에서 열린 주민공청회를 열었고 같은 달 17일 대구군공항 이전사업 지원위원회는 이전주변지역 지원계획을 확정했다. 생활기반 시설 설치와 복지시설 확충, 소득증대와 지역발전 등 4개 분야 11개 단위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단독후보지 우보에 공항이 들어서면 군위에 3000억 원이 떨어지지만 공동후보지에 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의성군과 군위군이 1500억 원씩 나눠 가져야 한다는 단순 계산이다.101대 99의 투표결과를 존중하고 90대 76을 인정하라고 군위군을 강요하기엔 76대 26이라는 현실과 단체장의 신청권한이라는 절차 또한 적법하니 국방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 어쨌든 현 단계에서 군위군이 합의 결과를 무시하고 우보 단독후보지를 신공항 부지로 신청한 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어도 단죄할 수는 없게 됐다. 그런 만큼 이제는 국방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전부지선정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이경우의 따따부따…네 정체를 밝혀라

네 정체를 밝혀라시인에게 꽃은 그랬다.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어서야 비로소 꽃이 되었다고. 남들이 꽃으로 인정해 주어서 꽃이 됐다는 거다. 꽃으로 불리기 위해 자신이 먼저 보여주었다. 정체성은 그렇게 만들어진다.28살 청년 원종건이 자신의 민주당 인재영입 자격을 스스로 반납한다는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 보면 산뜻하고 쿨하다. 인터넷 서핑으로 챙겨보니 그가 한 때 주위의 따뜻한 시선과 세상의 관심을 받았던 사실 정도를 알게 됐다. 물론 그를 인격파탄자시하는 미투 폭로자의 주장이 사실인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그가 정말 어떤 인간이었는지, 누구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21대 총선 출마 포기 발언도 그 경위를 짐작은 할 수 있다. 그가 청와대에 있을 때 부동산 투기로 커다란 이득을 챙겼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그는 실제 차액보다 더 많이 사회에 기부했다고 토로했다. 그가 아무리 억울하다며 요동쳐도 세상의 눈총만큼은 피해 갈 수 없다는 현실을 그 자신은 물론 민주당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총선을 앞둔 예비후보들이 얼굴 알리기에 바쁘다. 후보들이야 일단 지명도를 높이는 일이 급하겠지만 유권자로서는 정말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여간 궁금하지 않다. 원종건씨나 김의겸씨처럼 행적이 드러난 사람들이라면 요즘 세상에서 그의 행적을 뒤지는 일이 가능하겠지만 그나마 빙산의 한조각일 뿐이다.많은 후보들이 자신의 경력을 들어 화려한 공적을 나열한다.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고. 과연 그러한가. 그것이 정말 사실이고 그렇게 자랑만 할 일인가. 공직자로 잘못한 결정이나 처신은 없었나. 자리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이용한 적은 없나. 비리나 부정이라 콕 집어 법률적 심판을 받지 않았다고 청렴하거나 유능한 것도 아닐 것이고 반대로 무능과 무사안일로 사회적 국가적 손실을 입힌 적은 없는가.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지만 그럴수록 그가 몇 살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느 동네서 자랐다. 어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을 나왔다. 직장과 사회 생활은 어떠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단순히 과거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어떤 정치인에 대해서는 그의 출신 고교 총동창회에서 제명했다는 뉴스가 나와 진위를 확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총동창회 차원에서는 그렇게 결정한 적이 없다며 해명했으나 그의 동창들이 눈 퍼렇게 살아 있으니 지역에서 그의 학창시절 행적은 도마 위 생선이다.또 어떤 정치인은 고위직에 있을 때 국가적 송사 사건의 당사자였다는 거다. 당시 그의 결정과 판단이 국가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면서 상대당 예비후보가 공개 토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물론 사람은 성장하니 어린 시절 또는 학창시절 이야기나 직장에서의 행위가 전부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분명히 밝혀져야 하고 당시 어떻게 판단했고 지금은 거기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유권자들은 알아야 한다.아무런 보장도 보증도 할 수 없는, 아니면 그만인 공허한 정치적 수사나 공약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후보자의 인간됨이다. 그래서 유권자가 궁금한 것은 그의 행적이다. 자랑하고 싶은 경력만큼이나 그의 실수나 잘못도 알고 싶다. 물론 평가가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그럴수록 그의 행적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그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사람인가 알아야 한다.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앞세우는 후보라면 공직자가 되겠다거나 아예 지도자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 공인이라면 모두 까밝힐 각오를 해야 한다.과거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개할 수 있는 떳떳한 후보. 정직한 후보. 세금으로 먹여주는 또 한 명의 관리가 아닌, 개인의 이익보다 지역을 대변하고 대표하고 공공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그런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누가 누구를 축하하는가

누가 누구를 축하하는가똑 같다.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등장했던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등장했다. 그 개개인의 면면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나라를 구하겠다는 명분만큼은 하나같이 똑 같다. 달라진 것은 그 주체가 바뀐 것이다. 대구로 국한시켜 특히 그렇다.4년 전 대구에서 나선 인물들은 당시 새누리당 정권을 도와서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그랬다. 공천에서 진박 친박 논쟁이 벌어지고 배신과 탄핵의 쓰나미가 덮쳤다.이번에는 거꾸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거다. 그들에게 맡길 수 없어 내가 나섰다.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해야 한다는 거다.100년 여 전, 나라가 일제에 먹혔을 때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나섰다. 더러는 목숨을 걸었다. 그것이 지도자로서, 지식인으로서, 관리로서 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이었다. 그 때 나라 밖에서는 조선의 망국을 당연한 수순으로 진단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그 중 양계초의 이야기는 따끔하다.그는 조선이 망한 것을 왕의 무능과 백성의 무지, 그리고 관료들의 사익추구를 꼽았다. 특히 조선의 지배 계급인 양반사회를 지탱하는 관료들은 국가와 백성을 위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안일을 먼저 챙겼다고 그는 지적했다. “조선의 고고한 양반(관리)들은 백성의 상전이 되어 구차하게 눈앞의 안일을 탐했으며 나라가 망해도 나는 부귀하고 편안하다고 하는 자들이다.”양계초가 조선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망해가는 청나라에 교훈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가 일본에 망명가 있어 왜곡된 조선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깎아내리더라도 그의 식견과 안목이 깊고 넓음에는 동의한다면 참고할 만하다. 그의 눈에 비친 관료들은 늘 붕당을 만들고 음모를 꾸미고 파벌을 만들어 사리(私利)를 도모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심지어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자들도 모두 배운 바를 빌려 관직을 구하는 도구로 삼았다고 비꼬았다. “한일합병 조약이 발표되자 이웃나라 백성들은 조선을 위해 눈물을 흘렸는데 조선의 고관들은 날마다 출세를 위한 운동을 하고 새 조정의 영예스러운 작위를 얻기를 바랐다”고 조선 사회를 분석했다.그런 양계초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조선인이 있었으니 “무릇 조선 사람 천 만명 중에 안중근 같은 사람이 한 둘 쯤 없지는 않았다. 설령 한 두사람 있더라도 또한 사회에서 중시되지 않는다. 그저 중시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 대체로 조선 사회에서는 음험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자가 늘 강하고 번성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100년 전 이야기고 조선을 잘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아픈 대목이다.지금 총선에 나선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대단한 스펙들이다. 어떻게 보면 한 세상 잘 살아왔던 사람들일 수도 있다. 짧게는 10여 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국가직으로 또는 공공부문에서 봉사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보수도 두둑이 받았을 것이고 연금도 꼬박꼬박 챙기는 관료 말이다. 그런데도 또 더 해먹겠다는 것 아닌가. 그들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바치겠다는 것인지. 혹시 양계초가 100년 전 본 것처럼 자신의 출세와 안일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내려오시라.공직자 사퇴 시한전까지 선관위에 등록한 총선 예비후보 중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을 지낸 인물만도 134명이었다. 지금 대구·경북 25개 선거구에 등록한 예비후보만도 174명이나 된다. 덕분에 호텔과 컨벤션센터도 반짝 호황을 맞았다. 그들의 출마 회견장으로. 그들은 거기에서 화려한 이력을 과시했다. 정치인과 관료들 그리고 입김 있는 유력인사들뿐 아니다. 지역의 온갖 명함을 가진 이들이 줄을 서서 축하하느라 장마당이 됐다.누구를 축하하기 위해 줄을 섰던가. 아니면 누구의 눈도장을 찍기 위한 보험가입장인가. 이 무슨 주객전도의 현장인가. 설마 지난 세기 관존민비 사상의 유전자가 선거철을 해빙기 삼아 준동한 것인가.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한 명의 고액봉급자를 만들어낼 뿐이다.

우리도 미래를 이야기하자

우리도 미래를 이야기하자관광시즌이었던 지난 연말연시 대구국제공항은 예년에 비해 차분했다. 베트남 다낭이나 필리핀 세부 등 동남아행 비행기가 뜨고 내릴 뿐 그 흔했던 후쿠오카나 오사카 같은 일본행이 팍 줄어든 탓일 게다. 출발지 대구공항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웃 일본의 거리도 한국인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적폐청산 구호가 온 나라를 휩쓸었다. 일본의 반도체소재 수출규제에 이은 한·일간 무역분쟁과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일본 여행 자제로 확대됐고 그 여파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하루에도 수백만 관광객이 몰려드는 도쿄에서 한국말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온 나라가 일본에 대한 적개심으로 들끓고 있는데 일본 한복판에서 한국인들이 히히덕거린다면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그러니 숨죽이고 일본 여행하는 일부 관광객을 나무랄 수도 없지만 한국인의 일본 여행 자제는 칭송받아 마땅할 일이다.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며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본은 그런 과거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 2020년을 맞고 있었다.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 자제에도 도쿄나 도쿄 인근 관광지들은 사람의 물결로 뒤덮였다. 그들에게는 천황이 바뀌고 맞는 첫 새해에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서인지 온 나라가 들떠 있었다. 매스컴과 거리는 올림픽 경기장을 찾는 법이라거나 경기를 즐기는 법 등 올림픽 관련 소개프로그램과 광고들로 넘쳐나고 일견 활기차 보이기도 했다.2시간여 비행 만에 한국에 들어오니 또다시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듯 속이 상했다. 우리나라는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과거에 매달려 있었다. 일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었다. 소녀상이 여전히 중요 뉴스가 되고 있다. 5·18 진상규명도 현안이었다. 그나마 한·일 무역전쟁으로 대일무역적자가 줄어들고 한국인의 일본 여행 감소로 일본의 주요 관광지가 타격을 입었다는 뉴스가 위안이 됐다. 그것이 장래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4·15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당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설계를 발표했지만 레토릭 이상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마다 하는 립 서비스 정도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국민들에게 청와대와 시장바닥의 온도차만 실감하게 만들었다.선거법이 바뀌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허수아비 같은 반대 속에 민주당은 4+1이라는 첨단시스템을 가동시켜 힘으로 선거법을 바꾸어 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8세 이상이면 투표권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도 정치 바람이 불 것이다. 이 커다란 문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한국당은 선거법이 바뀌면 선거연령도 바뀌는 사실을 몰랐을까. 알았다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청년 학생들을 흡수하고 그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며 그들을 자기들 정치 영역 속에 흡수하는 전략도 있어야 한다. 그들을 위한 정책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당은 바뀐 선거법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떤 것인지 국회의원들도 모른다며 개정된 선거법을 악법이라 비난한다. 선거법이 통과되기까지 시간동안 거대 정당인 한국당은 어디에 있었나?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국회에 상정되기까지 한국당은 어떤 역할을 했나. 새로운 선거법이 가져 올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허점을 국민들에게 쉽게 설명해서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대안을 만들고 타협하는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그런 대비 보다는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무모함을 보이지 않았던가. 혹시 국민의 이익 보다는 국회의원 개인의 기득권 지키기에 열중한 결과는 아닌지 묻고 싶다.여전히 과거에만 매몰돼 있는 우리 정치에서 언제 미래를 이야기하고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그런 날이 언제나 올까.이번 총선에서는 미래를,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멸위험지역은 없다

소멸위험지역은 없다이경우지금 군위군와 의성군은 난리 아닌 난리다. K2 공군공항은 대구가 수십 년 앓던 이다. 군위와 의성이 서로 자기들 동네에 갖다 놓겠다고 지역민을 설득하고 있다. 대구국제공항을 덤으로 끼워 주는 데다 막대한 공항유치지역 지원 혜택이 곤경에 몰린 이들 지역을 유혹한 것이다. 영양군은 인구 1만7천명선을 지키기 위해 군내 기관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이들 지역은 모두 소멸 위험지역으로 손꼽힌다. 머지않아 군 자체가 없어지게 될 거란 끔찍한 소식이다.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1월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경북도의 소멸 위험지수는 0.50으로 전남도의 0.44에 이어 17개 시·도 중 위험지수 2위다. 경북 23개 시·군 중 소멸 고위험지역이 군위 의성 청송 영양 청도 봉화 영덕 등 7곳이다. 특히 군위와 의성은 각각 0.143으로 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지방소멸위험지수는 2014년 5월 일본 도쿄대 마스다 히로야 교수가 일본의 지방 쇠퇴 현상을 분석한 기법이다. 당시 마스다는 2040년까지 일본 기초단체 1,799곳 가운데 절반인 896곳이 인구 감소로 소멸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지방자치단체와 사회학자들은 소멸위험 지역을 구제해야 한다며 여러 가지 제안들을 제시한다. 특별지역으로 지정해서 대도시와의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복지와 교육 여건 등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최근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불러 상생발전 모델 구축을 위한 교류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두 사람의 개인적 인연에다 지방소멸 위험지역 단체장이라는 동병상련이 공동과제 해결과 함께 ‘인구소멸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까지 의기투합했다.소멸되는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계획이야 얼마든지 환영한다. 그런데 모든 지역을 모두 살려야 할 필요가 있을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봐야 할 때다. 왜 228개 자치단체라는 전근대적 행정구획에 갇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 학자가 일본사회를 대상으로 제안한 소멸지수를 지금 우리가 수용하고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이보다 먼저 우리 사회의 청년과 노인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20세기 초 등장한 청년이라는 용어만 봐도 그렇다. 국회에 계류된 청년기본법은 18세~34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15세~29세(청년고용촉진 특별법), 39세 이하(중소기업창업지원법) 등 필요에 따라 들쑥날쑥이다.노인도 사회학에서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65세 이상이면 국민연금 수혜대상이 되고 지하철 무료 이용 혜택을 주는 등 예우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활동을 근거로 노인의 나이를 규정한 탓일 것이다. 지방소멸을 따지는 나이도 65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의료 복지 사회 환경 등이 65세를 노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2015년 유엔은 100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연령구분 기준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18~65세는 모두 청년이다. 0~17세는 미성년자, 66~79세는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이라고 한다.우리나라 전체의 합계출산율은 1을 위협하고 이래저래 고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결혼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데다 그나마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따라서 출산 연령도 늦어지고 있다.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기엔 우리 사회의 평균연령이 늘어났고 그들의 건강도 좋아졌다.그래서 제안한다. 청년의 기준을 바꾸고 노인의 기준도 늦춰야 한다고.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정책도 그렇게 맞춰가야 한다. 없는 청년을 농촌으로 강제송환하려 억지를 부릴 일도 아니다. 농촌은 농촌답게, 현실을 인정하자는 거다. 조용하고 공기가 좋다는 것은 도회지와 문명으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결의대회를 한다고 사람들이 농촌에 살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공무원이나 교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직원들을 채용할 때 지역출신을 배려하고 지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등의 정책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볼 일이다.

20대 국회의원, 전부 바꾸라는데

20대 국회의원, 전부 바꾸라는데20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0년 5월 29일까지이다.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4개월 앞둔 현재 20대 국회의 내부 평가는 엄정하다. 동물국회나 또는 식물국회라는, 역대 국회 중 가장 무능한 국회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당내에서조차 좀비정당이라는 자책과 비난이 쏟아지면서 모두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한국당 3선의 김영우 의원은 “20대 총선 막장공천으로 당을 분열시키는데 책임이 있는 정치인,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가호위했던 정치인, 거친 언어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면서 당을 어렵게 만든 정치인도 이제는 물러가야 한다”고 말했다.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던 유민봉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됨으로써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실망감을 줬다”며 “국회와 특히 지난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3선의 김세연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두 분이 앞장서고 선배 동료 의원들도 다같이 물러나자”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깨끗하게 해체하고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핵폭탄급 메시지를 던졌다.국회 밖에서도 한국당의 변신을 바라는 이들의 선언은 나왔다. 대구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대 공천 파동의 수혜를 입은 대구·경북 의원들은 차기 총선 불출마에 앞장서라”고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다.홍준표 전 대표는 “탄핵 당한 한국당의 공천 핵심 방향은 탄핵에 대한 책임이 있는 박근혜 정권의 장·차관, 청와대 수석, 새누리당 요직에 있었던 사람들을 정리하는 쇄신 공천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그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그들의 주장이 모두 옳다는 것도 아니고 수용할지 여부도 자유한국당의 문제다. 그러나 정작 자유한국당의 최대 지분을 가진 대구·경북 지역구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런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고 더구나 자기를 희생하지도 않았다. 김영우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판사와 검사, 장·차관과 장군 등 이른바 사회적으로 성공한 특권층만으로 채워진 웰빙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러한지,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의 출신 면면을 대표 전직을 찾아 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20대 총선 당선자 기준으로 대구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 8명, 민주당 1명, 무소속 3명이었다. 새누리당은 곽상도(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정종섭(행자부장관) , 김상훈(대구시 경제통상국장), 정태옥(대구시 행정부시장), 곽대훈(대구시 달서구청장) 윤재옥(경기경찰청장), 조원진(재중국한국인회 부회장), 추경호(국무조정실장) 등이었다.더불어민주당은 수성구갑 김부겸(4선·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간사) 의원이었고 무소속은 유승민(여의도연구소장), 홍의락(19대 민주당 국회의원), 주호영(대구지법 부장판사) 등이었다.이들 중 주호영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홍의락 의원은 민주당으로 조원진 의원은 우리공화당(전 대한애국당)으로 유승민 의원은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경북 국회의원은 13명 모두 새누리당이었다. 김정재(서울시의회 의원), 박명재(행자부 장관), 김석기(서울지방경찰청장), 이철우(경북도 행정부지사), 김광림(재경부차관) 백승주(국방부차관), 장석춘(한국노총위원장), 최교일(중앙지검장), 이만희(경기지방경찰청장), 김종태(국군기무사령관), 최경환(새누리당 박근혜대통령후보 비서실장), 강석호(새누리당사무부총장), 이완영(대구경북지방노동청장) 등이다.이들 중 최경환, 이완영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종태 의원의 당선무효로 2017년 4월 치러진 재선거에서 당선된 김재원(청와대 정무수석)의원과 이철우 의원의 2018년 경북도지사 당선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송언석(기획재정부 차관)의원을 포함 11명이다. 현재 대구 12명과 경북 11명 등 23명의 의원이 있고 이 중 19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또 대구 5명, 경북 7명이 초선이다.

국민을 바보로 만들지 마라

국민을 바보로 만들지 마라자유한국당이 21대 총선에서 현역의원의 절반을 물갈이 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모양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30%를 아예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하긴 역대 선거때마다 이런 물갈이론이 회자됐고 또 실제로 이뤄졌던 전례로 미뤄 아주 허풍은 아닐 것이다.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다시 뽑겠느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8.5%나 됐다는 조사 결과(코리아리서치,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도 있다. 하긴 역대 총선에서 초선의 비율은 늘 40%를 유지했다. 20대는 44%였고 19대는 49.3%, 18대는 44.8%, 17대는 62.5%가 초선이었다.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불출마 이야기가 나오면서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3선의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존재 자체가 민폐’인 ‘좀비정당’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 한국당 의원 전원이 오늘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자기가 살던 집에 불을 지른 것이다.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방법으로 새 물을 바꿔 놓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3당 합당으로 대권을 거머쥔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15대 총선에서 새 물을 바꿔 총선을 이겨보고 싶었다. 그 때 등장하는 인물이 이명박 서울시장과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 김문수 등 재야운동가들이었다. 이회창 이홍구 전 총리들도 그때 가세했다.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21개 선거구에서 압승하면서 전체 139석을 챙겨 제1당이 됐다.박근혜 정권의 20대 국회의원 물갈이는 어떻게 됐나. 지역출신 초선의원의 면면을 한 번 보자. 대구의 12개 선거구 중에 자유한국당은 11명의 후보밖에 내지 못했다. 친박 논란의 진원지인 대구에서 친박과 진박, 원박 간 이전투구는 유승민 후보의 공천을 놓고 동구을은 끝내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결과 대구 12개 지역구 중 자유한국당은 8명의 당선자를 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 중 5명이 초선이었다.경북은 13개 지역구를 한국당이 싹쓸이했다. 워낙 이 지역 정치색이 보수 일색이어서인지 제대로 된 야당 후보를 만나지 못해 무투표 당선이나 다름없는 쉬운 본선을 치른 의원들도 많았다. 이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초선이었다.그러나 이들 중 2명은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강제 탈락당했다. 전국적으로 적폐의 타깃이 된 인사들이 대구·경북 지역에 똬리를 틀었고 온갖 루머의 원인제공자가 된 의원들도 지역에 있다. 지난 해 6월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 단체장 후보를 잘못 공천해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지역에서 단체장을 무소속이나 또는 민주당 후보에게 내주는 패전의 용병술을 보인 의원들도 여럿 있다.그뿐 아니다. 그들은 지역 발전에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으니 시간만 나면 문재인 정권의 지역차별 탓만 할 뿐 정작 자신들의 역량 부족이나 게으름 탓으로 돌리는 국회의원은 보지 못했다. 더구나 자신이 그렇게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을 때까지 누구도 책임진다거나 부끄럽다며 의원직을 내놓는 의원도 없었다. 이러고도 다시 이런 국회의원을 공천한다면 이번에는 지역민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지난 선거에서 그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대구에서도 민주당 국회의원이 당선됐고 경북에서도 민주당 단체장을 뽑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지역민의 뜻에 반하는 의원,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후보라면 이젠 더 이상 이 지역에서 막대만 꼽으면 당선되는 행운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유권자들도 교육 되고 수준도 높아졌다.자신을 희생할 줄 모르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금뱃지를 달겠다는 사람, 다른 곳에서 단물 다 빨아먹고는 그 영향력이나 유명세로 정치지도자 반열에 오르려는 사람을 걸러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것이 보수를 보수답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터득한 셈이다.물갈이도 좋다. 그러나 더 이상 국민을 바보로 만들지 마라.

이경우의 따따부따…남은 임기는 국민에게 지는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는 국민에게 지는 대통령으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모두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2017년 5월 9일 자정이 임박한 무렵 서울 광화문 네거리, 상대 후보들을 따돌리고 당선이 거의 확정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당시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든 혹은 지지하지 않았든 모두가 흥분했고 또 기뻐했습니다.“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를 꼭 만들겠습니다.” 이 말을 했을 때 아무도 후보자가 기쁨에 겨워서 오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대통령 선거에 나가서 이겼고 전임 대통령의 추락을 지켜봤을 후보자로서 준비된 발언이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그러나 당선인의 그 빛나는 선언은 부도수표가 됐습니다. 21.8%의 지지율을 보냈던 대구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불통하는 대통령, 당신들만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선 당시 득표율 41.1%를 밑도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그런 불만의 소리를 담은 때문일 겁니다.지난 9일 임기 절반을 지나온 대통령께서는 ‘혁신 포용 공정 평화’를 다시 꺼내셨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가 대단히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하긴 우리 개인사에서조차 어느 땐들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위정자들이 말하는 ‘이번 선거’가 중요하고, ‘올해’가 중요하다는 식의 수식어는 언제 어디에서 쓰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대통령님의 임기 2년여를 통해서 던진 메시지는 익숙한 과거와의 단절이었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여러 차례 대통령 연설에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전임 대통령의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고,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고, 그러면서 민족정기를 바로 잡는 것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각오를 곳곳에서 확인했습니다.최근 대통령의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하는 가장 큰 변수는 경제문제이고 민생이라고들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무엇보다 우선이어야 하며 그 척도는 민생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입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추진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욕심의 수정이 필요한지는 후보 시절처럼 경제 전문가에게 맡기는 전략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시는 나라다운 나라인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 문제는 정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비하면 조금 미뤄 두어도 좋을 일입니다.그런데 그 나라다운 나라는 국민이 이기는 나라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한 사례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님께서는 불만이 많으실 줄 압니다. 그러나 국민으로서는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것은 실망 그 자체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왜 끝까지 국민을 이기려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렇게 비호했습니다. 검찰이 장관 임명도 하기 전에 내사했다거나 표적수사 했다거나 한 개인을 이렇게 철저하게 과잉수사한 적이 없었다고. 검찰이 할 일이고 국민들이 바랐던 수사였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는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지도자와 함께라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국민이 반대하는 인물들을 데리고는 적폐를 청산할 수도, 선거법을 개정할 수도, 검찰을 개혁할 수도 없습니다.대통령님,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데 앞장서지 말고 한중간에서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데 중심을 잡아 주십시오. 그것이 대통령님이 강조하시는 통합이고 소통의 전제조건입니다. 그래야 국민들을 이끌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경제는 그 다음 챙기시더라도 말입니다. 정권재창출을 넘어 진정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님의 커다란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이런 약속을 기대합니다.그래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내기를 기원합니다.

대구 경북의 상생 협력과 리더십

대구 경북의 상생 협력과 리더십처음에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쇼 하고 있네.’ 선출직 단체장이 인기를 얻기 위해 무엇인가 한 건 하려는 반짝 이벤트 정도, 만나서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쇼,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건 나 뿐 아니라 많은 대구시민 경북도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대구시장이 1일 경북도지사가 되어 도청 직원들을 상대로 조회에서 특강을 하고 1일 대구시장이 된 경북도지사가 대구시의회를 방문해서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대구시와 경북도의 국장급 간부를 교체 인사발령해 상주 근무시키는 데까지 발전했다.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의 상생 협력이라는 말을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진정성이 보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의 대구와 경북 상생 협력 이야기다. 최근 권 시장과 이 도지사가 한 자리에서 대구와 경북의 상생 협력을 토론하는 자리가 있었다. 두 단체장은 양 지역이 협력하지 않고서는 발전은커녕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이라는 다 아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권 시장은 대구 경북이 지난 산업화 시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 대구의 섬유와 기계에서 탈피하는 혁신이 부족했다며 반성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지 않았다고 꼬집고는 소모적 갈등에서 벗어나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선의 권 시장은 “5년 만에 성공할 수 있다면 혁신하지 않을 지자체가 어디 있겠나”라고 자신의 치적을 자찬하고는 신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는 데는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쉴드를 쳤다. 부지사와 국회의원 경력의 이철우 도지사는 SK하이닉스의 유치 실패와 베트남에 간 삼성전자를 예로 들며 지역의 문화 교육 같은 정주 여건이 수도권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기울어져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그는 한 때 대구 경북이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때를 들어가며 이 지역에서 정권을 담당했던 지난 시절 지도자들은 무엇을 했는지 따지고 싶다고도 했다. 대구·경북의 520만 명이면 북유럽의 핀란드나 덴마크 노르웨이 수준이다. 합쳐서 수도권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대기업 중심에서 이젠 신기술 신산업의 중견기업을 키워 세계로 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신공항이 빨리 경북에 건설돼야 한다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가 더 이상 내륙도시가 아니라고 했다. 대구는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동해 바다가 있다. 영일만 신항을 대구의 항구로 활용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고 열 번을 토했다. 말은 맞다.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와 자원과 자본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빨려들고 있는 지 오래다. 모든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고 생산의 역외 유출이 지방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고 있다. 시장과 도지사가 대구와 경북이 한 뿌리라고 밤새 주장하지 않더라도 시도민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지나 선의나 진정성만으로 대구와 경북의 상생협력이 성공적 해피엔딩 극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두 지역을 가르는 것은 행정체계이고 공직사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도 두텁게 존재한다. 수많은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실질적 이해관계가 걸리면 지역주의라는 현실적 셈법이 우선하는 현상을 우리는 곳곳에서 목도하고 있다. 대구의 상수원 문제는 구미시와 오랜 갈등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중재를 총리실로 넘겼다. 대구 달성과 경북 고령의 강정고령보 통행 문제도 뒤집어보면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군위와 의성 간 유치경쟁은 또 무슨 조화인가. 권영진 시장이나 이철우 도지사는 이런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상생 협력이 쇼가 아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야 성공한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대구가 항구도시가 되고 대구 경북이 하나의 경제협력체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지도자의 사심 없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대다.

학자들의 자존심과 노벨상

학자들의 자존심과 노벨상또다시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온 국민을 ‘올해는’ 하고 희망고문으로 몰아넣던 문학상은 당사자가 미투 광풍에 휩쓸려 떠내려가 올해는 아예 기대조차 사그라졌다. 올해도 우리 국민들은 남의 집 잔칫상 바라보듯 노벨상을 쳐다봐야 했다.그런 가운데 이웃 일본에서는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그것도 우리가 부러워마지 않는 기초과학분야에서다.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 요시노 아키라 일본 메이조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은 요시노 교수의 수상으로 통산 27번째(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과학분야에서만 24명이 나왔다. 이번에 화학상을 받은 요시노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 분야 글로벌 기업인 아사히카세이 명예연구원이다. 그의 수상분야가 하필 우리나라 과학 산업계의 취약분야이기도 한 소재 부품 장비분야라는 면에서 그의 수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극일에 대한 현주소를 상기시켜 준 사건이 되고 있다.대한민국은 경제규모로만 따져도 세계 12위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8년 국내총생산(GDP) 1조6200억달러로 세계 12위이며 3050클럽(인구 5천만 명 이상이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에 가입한 7번째 나라가 됐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노벨상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멀다는 느낌을 최근 여러 곳에서 받았다.2002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쿠르트 뷔트리히 스위스 연방 공과대 교수는 최근 한 TV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노벨상에 목을 매지만 노벨상을 바라고 연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벨상이 나오기 위해서는 국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호기심을 갖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토록, 교수라면 정년 후에라도 10년 20년 계속해서 해야 하는데, 우리는 당장 성과에 목을 매고 있다는 거다. 실패를 무한 반복해도 계속해서 투자하고 지원해주는 뒷받침 속에 연구자의 끈질긴 노력이 있어야 성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성과도 증명되고 응용돼야 하니 하나의 위대한 발견이라도 10년이나 20년의 시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노벨상 이야기가 아직은 비현실적이라는데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첨단 소재, 생명과학 분야 등에서 수십억 원을 지원받은 연구 논문에 자녀 이름을 올린 사례들이 수두룩했다는 증언이 국감장에서 폭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사업비 46억 원을 지원받은 성균관대 모 교수의 나노 기술을 이용한 신소재 연구개발에 대한 논문에 그는 미성년인 자신의 딸을 공동저자로 올렸다고 했다.이처럼 2007년 이후 과기부가 지원한 연구개발 논문 가운데 교수가 자기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24건이었다는 거다. 지역 경북대에도 그런 논문이 4건이나 국감에서 드러났다. 이건 뭐 미성년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넘겨줘서 절세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논문에 공저자로 올리다니.그런 사람들이 학자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노벨상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넌센스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 전부일까. 드러나지 않은 비리와 불법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러니 고교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의과대학 논문에 저자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또 한국연구재단의 국정감사에서는 교수들의 연구비 부정행위가 폭로되기도 했다.학자들의 양심, 양식 그런 것 기대하면 안 되나. 언젠가 실험데이터를 조작해서 세계 과학계에 공개 창피를 당하기도 한 우리 과학계이고보니 떳떳한 학자적 자존심을 보고 싶다. 가진 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도 중요하지만 지식인의 자존심도 중요하다. 국가재앙급 논란의 주인공 조국 전 장관은 노벨상 이슈마저 빨아들이더니 35일만에 하차했다. 그런데 그는 본인의 폴리페셔 비난에는 앙가주망이라 변명하더니 장관 사직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서울대학교 교수로 복직했다. 비정규직 대학 강사들에게 보란 듯이.노벨상은 못 받아도 좋다. 학자들의 자존심을 보고 싶다. 국민들을 더 이상 허탈하게 만드는 희망고문은 말아줬으면 좋겠다.

통과의례 거친 권력과 선출된 권력

통과의례 거친 권력과 선출된 권력검사들과 자주 상대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니 두렵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것 같다. 독선과 자존감으로 뭉친 집단이 검사들이라는 인상이었다. ‘청산도 잡아넣으면 죄가 있다’는 오만, 그리고 그런 인상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다.이런 브레이크 없는, 탱크 같은 집단의 코를 꿸 장사는 어디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언론을 무관의 제왕이라 하는지, 역할은 검찰권 감시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생각도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생존의 늪에 빠진 언론은 검찰을, 국가권력의 상징이면서 국가의 녹으로 존재하는 이율배반의 존재인 검찰을 견제할 능력이 없었다. 자정능력을 잃었으니 아예 자격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민들의 힘이 정부를 엎기도 하고 세우기도 하는 시대를 맞아 검찰권을 제어하고 감시하는 기능도 시민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는구나 싶다. 그것이 지금 검찰의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부름일 것이다.사법시험, 개천에서 용이 나던 왕년에는 고졸자나 대학 재학 중 합격해서 가문을 빛내고 일약 스타가 된 사례가 있었다. 지금은 로스쿨로 대체됐지만 그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통과한 좁은 문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쳐다보는 것조차 아득하다. 그래서 그들은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그들은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쳤잖아. 그들끼리의 카르텔이다. 그들은 특권을 기득권이라고 하지 않고 시험을 거쳐 당당히 입성했으니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들의 법률적 권리가 특권이 되는 것은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이다.이 철옹성 같은 검찰권을 깨부수고 특권의식을 없애겠다는 것이 검찰 개혁이다. 검찰 개혁 선봉에 선출된 권력이 나섰다. 그들은 말한다. 너희들 검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너무 비대해졌다. 이건 시대의 요청이지 결코 개인적 분풀이도, 시기심의 발로도 아니다. 검찰 스스로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그러고 보면 검찰 개혁이 고시로 입성한 권력과 선출된 권력의 승부 같다.그런데 하필 조국 장관만이 할 수 있는가. 왜 그만이 적임자인가. 그렇게 개인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간 조국이 그 일을 맡아야 하는가. 그 전에 수많은 법무부장관도 있었고 앞으로 수많은 법무부장관 후보자들이 그 일을 맡으면 안 되는가. 사실 검찰 개혁의 법률적 사항은 국회로 넘어가 있는 것 아닌가.조국 장관이 검찰 개혁 문제를 진두지휘하려면 먼저 자신을 발가벗고 가족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아이 입시문제를 챙기고 아내 펀드를 챙겨야겠다면, “조국 장관은 당장 내려오시오”.조선 성종때 젊은 유생 이목은 나라에 가뭄이 들자 “정승 윤필상을 솥에 삶아 죽이면 하늘이 감동해서 비를 내릴 것입니다”하고 상소했다. 윤필상이 길에서 이목을 만나 “젊은이는 꼭 이 늙은이의 고기맛을 봐야 하겠는가” 물었으나 이목은 외면했다고 실록은 기록했다. 이목보다 44살이나 많은 윤필상은 왕의 인척으로 여러 공을 세웠지만 시세에 부합하고 간사해서 젊은 신하들로부터 은근히 따돌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왕조시대에도 이런 직언을 했던 선비가 있었다.1988년 12월31일, 국회 광주특위에서 노무현 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이 명패를 팽개친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질의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변명조의 일장연설만 하다가 퇴장한 때문이었다. 증인의 열통 터지는 답변 태도에 그날 노무현 의원이 팽개친 것은 의원의 무력감이었다.미안하다, 모른다. 고민하겠다. 성찰하겠다고 말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없던 일이 되는가.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지금 조국 장관의 행태를 본다면 무엇을 집어 던졌을까. 그의 변명에 아무도 성찰할 짓을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지식인들이 왕조시대보다, 군사독재시대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가 속이 좁아서일 것이다.

나도 뻔뻔하게 살고 싶다

나도 뻔뻔하게 살고 싶다살다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귀인을 만나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장자가 수레를 끌고 가다 수레바퀴 자국에 갇힌 붕어 우화가 그런 것이다. 강물을 끌어 오는 수고 보다 지금 당장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 아닌가. 병상에서 10시간 이상을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하는 처지에서도 신체의 생체 시계는 여전히 가동됐다. 참으로 참기 힘든 것은 소변 욕구였다. 아랫배는 탱탱하게 팽창되고 방광은 이미 용량을 초과한 지 오래다. 그러나 아무리 용을 써도 소변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신은 또렷해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아랫도리는 내 몸이 아닌 듯 전혀 감각이 없었다. 실례하겠다며 내 배 위에 올라앉은 간호사는 능숙한 솜씨로 내 아랫배를 주무르면서 “편안히 계시면 됩니다” 하고 나를 안심시켰다. 한 참 있으니 그의 말처럼 편안해졌다. 세상에, 이렇게 시원하고 또 통쾌하기까지 하다니. 고마웠다. 보수를 받고 일하는 직업이라지만, 이렇게 누구의 불편함과 고통을 해결해서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니 직업 치고는 정말 좋은 직업 같다. 고마운 사람을 여러 번 만났지만 다시 잊지 못할 고마움이었다. 덕분에 배뇨의 황홀경에 빠진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장면을 TV에서 봤다. 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인재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다. 일전 불사의 결의를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아니, 대통령님. 법 위반 사항은 형사법으로 해결해야 하고 그런 문제라면 장관 후보자로 추천할 때 죄다 걸렀을 것 아닙니까? 지금 국민들이 실정법 위반을 따지는 겁니까? 국무위원 후보자가 실정법 위반이면 이건 아예 후보 예비 ‘풀’에도 못 끼는 것 아닙니까? 도대체 청와대 인사 시스템은 뭐 하는 겁니까?조국 장관의 교수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시절 보수 진영이나 기성세대를 향해 날리던 예리한 어퍼컷들이 하나 둘 새겨졌다. 이제 그는 인사 청문 대상자의 비도덕성이나 위법으로 인한 사정당국의 혐의만으로도 사퇴했던 수많은 후보자들을 기억했어야 했다. 있는 집안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박사에 모교 교수라니, 학벌에다 부와 권력까지 모두 가진 사람이 자기 말처럼 진보적 사상을 갖고 있었으니 강남좌파 엘리트가 도덕성과 공정성으로 보수 우파 공격의 선봉에 섰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사실은 기득권을 향유했고 이용했음이 들통 난 것이다. 자녀 교육과 가정 관리에서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한 속물이었는데 억지로 감춰온 위선의 민낯을 스스로 보여 준 것이다. 거기에다 재직했던 서울대에는 제자들의 비난에도 사표 대신 휴직계를 내는, 장관직 이후의 교수직까지 보장 받겠다는, 양 손에 떡을 움켜 쥔 그의 치졸한 욕심에 실망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건 마치 얼굴 예쁜 여자아이가 공부도 잘 하는데다 집안도 좋아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것과 같았다. 거기에다 마음씨까지 고왔으니 주위의 시샘을 넘어 또래의 우상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얼굴도 병원에서 뜯어고친 성형미인이었고 성적은 편법과 특혜로 만들어진 성과임이 들통 난 꼴이었다. 그런 조국 장관의 뻔뻔함은 보통 사람은 흉내낼 수 없을 정도의 맷집이다. 말로만 “성찰하겠다”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겠다” “미안하다” 말고 그렇게 반성하면 내려와야지. 장관직을 끝내 버티는 고집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 자신만이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는 권력욕을 사명감이라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권력을 잡고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오만함보다 목마른 붕어에게 한 바가지 물을 주는 조국이었으면 좋겠다. 시원하게 소변 한 번 보게 해 주는 그런 시원함을 말이다. 지금 국민들은 조국 장관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기득권을 향해 날카롭게 쏘아대던 자신의 트윗처럼 산뜻한 도덕적 처신을 기다린다. 나도 저렇게 뻔뻔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날 까 두렵다.

시간이 없었다고 말하지 마라

시간이 없었다고 말하지 마라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하자 셀프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준비 되지 않은 기자들은 의혹투성이 조 후보자에게 변명 기회만 준 꼴이 됐으니 결국은 조 후보자 페이스에 말려든 셈이다. 질문 내용이 대부분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거론된 사실들을 확인하는 수준인데다 기자들의 반복적이고 줄기찬 부적격 자격 자질 공격은 노회한 법학자의 혓바닥에 한국 언론의 한심한 수준만 보여준 꼴이 됐다. 하긴 자료 요청 권한도 법적 수사권도 없는 기자의 한계야 있지만 그렇다고 기본 팩트조차 확인하지 않고 덤벼들어 “네 죄를 알렸다”는 원님 재판식으로는 후보자를 끌어내리기에 역부족이었다.여론이 아무리 나쁘고 국민 정서가 아무리 조국 반대라 하더라도 “이런 정도로, 이러고도 장관을 하겠다고 버티느냐”며 내미는 결정적 한 방이 끝내 터지지 않아 아쉬웠다. 11시간의 공세는 그나마 ‘진짜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준비 안 된 언론의 판정패였다.정치권에 시한폭탄이 던져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여야 4당 합의 선거제 개혁안이 지난달 29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결돼 패스트트랙 첫 관문을 넘어선 것이다.선거제 개혁안은 이제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90일과 본회의 부의, 상정을 거쳐 표결에 부쳐진다. 이론적으로는 오는 11월 27일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다.선거법 개정 협상이 언제부터였나. 그때도 그랬다. 왜 충분히 논의도 하지 않고 이렇게 억지로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느냐며 동물국회를 만들었다. 그럼 그동안 논의하자고 할 때는 왜 하지 않고 계속 딴전만 피웠잖아. 그래놓고 지금에 와서 왜 갑자기 그러느냐고, 시간이 없다고 그런다.이대로가 좋다. 변화는 불편하다. 더구나 내 몫을 내놓는 변화라니, 막을 수 있는 데까지 거부하고 보는 거다. 그거 차지하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걸 쉽게 내놓는다는 말인가. 지금 누가 득을 보고 법을 바꾸면 누가 손해보고 누가 이득을 보게 되나. 그걸 국민의 입장에서 헤아려야 한다. 더 많은 국민이 이득이 되는 쪽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 기득권이 붙잡고 내놓지 않으려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의 이익인가, 그들만의 이익인가. 국민들은 제대로 알고나 있는가.선거법개정안이 통과되고 선거구가 개편되면 당장 지역구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게 된다. 그 때는 지역구에 따라 현역 의원들 간에도 공천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회의원들의 그야말로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가 줄어들고 현역 의원들끼리 공천경쟁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국민들이 동정심을 갖고 지역구 의석수를 현재대로, 또는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노숙자가 호화주택의 소득세를 걱정하는 꼴이나 진배없다.그들의 기득권 누리기에 당연하다거나 혹 동정심을 보인다면 또 다른 조국을 용인하는 것이다. 국민 누구나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에서 당선되면 맡는 것이지 특정인이 재선 삼선 하고 기득권을 갖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거구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면 된다. 모두 당선되거나 모두가 국회의원이 될 수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될 것이다.국회의원이 왜 필요하고 왜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곡절 끝에 조국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게 됐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한 달이 지났다. 그렇게 오래 준비했으니 하루지만 의혹을 말끔히 씻을 수 있는 한 방을 기대한다. 국회의원으로서 기자들과 다른 권한도 가졌으니 정말 장관감인지를 조국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판정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선거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시간 없다고 말하지 마라. 선거법을 바꾸든 지키든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논의하라는 거다.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아닌, 국민의 편에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스스로 엄격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스스로 엄격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핸들을 잡으면 인내심을 시험해야 할 때가 자주 있다. ‘저렇게 한가하게 운전할 거면 옆 차선으로 비켜주던지’ 하고 앞차에 책임을 전가하다가 이내 반성 모드로 바꾼다. 집에서 빈둥거리지 말고 5분만 일찍 나섰더라면 이렇게 초조하지 않을 텐데.차선을 바꾸다 시비가 붙어 길에서 난투극을 벌이거나, 난폭한 끼어들기를 따지다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제주에서는 차선을 위험하게 변경했다고 따지는 운전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마구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신이 저런 경우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응을 했을지 상상해 보라. 그냥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TV를 보면서 나라면 무슨 사태로 발전했을지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흥분했다.운전 중 상대와 시비가 생기는 것은 주로 차선변경이 원인이 되는 수가 많다. 방향지시등만 켜면 시비가 줄어들 텐데, 갑자기 끼어들어 불쾌감을 유발시키는가 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자주 마주친다. 보복운전은 명백한 범죄다. 대구에서 지난 한 해 동안 392건의 보복운전이 발생했다니, 사건화 되지 않아 통계에서 빠진 일상의 사소한 보복운전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인격수양이니 분노조절 장애니 한가하게 얘기할 계제가 아니다. 나부터 반성해야 하고 그와함께 도로 교통 환경도 고쳐져야 한다. 명색이 광역시라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2차선 도로의 한 쪽 차선은 아예 주차장이 된 지 오래다. 너무나 당연한 불법주차가 우리 운전수준을 넘어 국민 전체의 의식 수준을 보여준다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8월부터는 소화전 5m 이내나 횡단보도와 교차로, 버스정류소 부근에 차를 세우면 주차위반 과태료가 8만원으로 2배 올랐다. 하긴 이런 곳에 차를 세울 수 있다는 발상부터가 놀랍다. 저마다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 사정이 급박하니 세울 것이지만, 그렇게 긴급한 사정이 이렇게 많이 생긴다면 그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닐 것이다. ‘나 혼자니까’ ‘잠시면 되니까’ 하면서 새우는 것이다. 놀라운 장면은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점령하게 되면 이런 운전 매너 이야기들이 사라질까. 자동차가 없던 시절,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었다.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국방력이 강하거나 경제력이 대단해서 주변국들로부터 존경과 대우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예의를 지키는 품위 있는 국민들이었기에 이웃 나라 국민들을 교육하고 감화시켰던 것이다.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벌어진 한일간 무역전쟁이 확전일로에 있다. 해법도 난무하고 있다. 소재와 부품의 독립으로 극일을 강조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경제를 이야기했다.처음엔 온 나라가 들고 일어나면서 반일운동이 거세게 일더니 반 아베 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극일운동으로 기세를 누그러뜨리면서도 일본 여행 안 가기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식어들 줄 모른다. “일본이 우리 국민성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다.” “이참에 아주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역사적으로 우리가 일본을 가르치고 깨우쳐 줬다. 근세 들어 일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를 앞질렀지만. 최근의 ‘일본 이기기’는 우리가 집단적으로 일본에 대해 콤플렉스를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평화경제만으로도 우리는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단순히 국민총생산이나 경제지표 같은 수치로 일본을 따라잡는다거나 이긴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우리 앞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극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낼 역량이 있는지 자문해 보는 것도 해롭지는 않을 것이다.그냥 우리가 일본을 이기려면 일본보다 강해져야 하고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질서를 지키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면서 발전하고 강해질 수는 없다. 개인이고 국가고 간에. 도로에서의 운전 에티켓도 그 중 하나다.

행동하는 지성은 진실을 말하는 용기

행동하는 지성은 진실을 말하는 용기나라 전체가 당장 일본과 전쟁이라도 치를 기세다. 100여년 전 구한말의 지식인들이 이랬을까. 나라 안팎을 살펴보면 참으로 암울한데 정치인들을 보면 도무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우국충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푸 술잔을 비웠다. 이럴 때 조선의 선비 김굉필을 생각한다.대구 달성군 구지면 대니산 기슭의 도동서원은 김굉필의 정신을 지키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유네스코가 도동서원을 세계문화유산에 올렸다. 성리학의 시대적 가치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성리학의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가치가 인정된다고 했다.성리학, 지금 조선을 망하게 한 주범이라고도 하지만 세계사에서 500년 왕조도 그리 흔하지 않고 보면 그 긍정적 역할 또한 없지 않을 터다. 더구나 안팎으로 강대국의 침략 조짐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상으로 보면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다. 당파싸움으로 사화가 끊이지 않았으나 그 속에서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면서 그 시대를 헤쳐 나왔다고 평가하는 역사가들도 있다.성종 연산군의 시대. 여전히 세조의 왕위찬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림파들은 지배권력에 계속 잽을 날린다. 왕조의 정통성은 집권세력의 아킬레스였다. 왕자의 난과 계유정난이라는 왕위쟁탈전은 유교적 윤리에 정면으로 배치됐다. 사림파의 주장은 훈구파 중심의 국정운영에 대한 도전이었다.결정적 한 방은 김굉필의 스승 김종직의 조의제문이라는 사초였다. 사림파들은 그전에도 남효온의 육인전이나 단종의 생모인 현덕왕후의 소릉 복원 주장으로 훈구파의 예민한 반응을 불러 온 터였다. 세조의 왕권에 대한 정통성과 그로 인해 생겨난 공신들에 대한 존재명분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로 읽혔기 때문이었다.그 중심에 김굉필이라는 도학자가 있었다. 소학, 참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지금의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그야말로 물정 모르는 꼰대의 원형이라고 할 것이다. 삼강오륜이 국가보안법보다 무서웠고 모든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능력과 역할이 남자에게 집중돼 있을 때였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를 규정짓는 가치가 있었고 시대가 요구하는 세계관이 있었다.그런 세상에서 김굉필은 행동하는 지성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고작 50년을 살았다. 늦게 관료사회에 나갔다. 그리고 훨씬 긴 시간을 유배지에서 보냈고 그리고는 끝내 목이 달아났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조선을 관통했다. 그 정신, 지도자라면 과연 그런 정신을 지녔어야 한다고 꼽을 수 있는 선비였다. 고작 정6품으로 있으면서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 도덕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리고 작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김굉필은 보여주었다.그는 특히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싫어했다. 공자도 ‘교언영색선의인 (巧言令色鮮矣仁)’이라 하지 않았던가. 듣기 좋은 말, 상대의 환심을 사려는 교묘한 아첨의 말과 비위를 맞추는 번지르르한 얼굴색을 한 사람치고 어질고 착한 사람이 드물다는 말이다. 늘 말을 조심하라고 했고 자신도 그렇게 말과 행동을 삼갔다. 선현의 가르침을 말 뿐이 아니라 실천했던 선비였다. 그러니 스승 김종직이 이조참판이라는 벼슬자리에 있음에도 임금에게 바른 말 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할 수 있는 것도 그였다. 이미 성균관 유생 시절에도 임금에게 직접 장문의 상소를 올렸던 그였다. 말 보다는 행동으로 몸소 실천했던 그의 정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했던 김굉필의 정신은 도동서원에 그대로 담겨있다.나라 돌아가는 꼴이 장히 어지럽다. 어느 쪽이 진실하고 어느 쪽이 국민을 속이려 드는가. 지성인이라면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런 날 김굉필을 생각하면서 도동서원을 찾는다. 유네스코에서 도동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정한 이유가 그 번듯한 외형에만 있지 않음을 본다. 행동하는 지성, 책임지는 지성.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김굉필의 정신이 도동서원 기왓장마다 서까래마다 박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