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에 가려진 과제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코로나19 확산세가 완연히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최근에는 4차 대유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고, 우리 경제도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데 실제 피부로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백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보급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그런데 이 와중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도 들려 온다. 지지부진한 내수 경기 회복세를 보완이라도 하듯이 외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해 들어 지난 4월10일까지 누적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을 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수출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뿐이 아니다. 수입도 동시에 증가하면서 올 해 다시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기대되는 것이다. 2019년까지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상회한 바 있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지배를 받았던 지난해에 약 300억 달러 차이로 5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 해는 세계 경제가 기대한 만큼의 회복세를 보여준다면 지난해에 비해 적어도 10% 이상 무역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수출 뿐 아니라 수입도 동반 확대되면서 지난 2년 간 경험했던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서도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약 390억 달러, 약 449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바 있지만, 이는 모두 수출과 수입이 대폭 축소되면서 나타난 성과 아닌 성과다. 올 해는 이런 축소균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수출과 수입 규모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물론, 이렇게만 된다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고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것이고, 그만큼 국내 경기 회복세도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호사다마라고 무작정 기뻐하거나 안도할 수 만은 없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먼저, 국내 수출 회복을 이끌고 있는 주요 품목들을 살펴보자. 여전히, 무선통신기기나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이른바 수출 주력상품들이 중심이다. 물론 덕분에 우리 수출 구조의 고도화가 진전되고, 수출 상품 및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이 품목들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가 경기 회복기나 확장기에는 약이 되겠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더군다나, 수출 주력상품이라 불리는 주요 품목, 굳이 예를 들자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품목의 구성도 지난 10여 년 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들 품목들의 비교 또는 절대 경쟁우위가 높은 등 수출 주력상품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타 분야에서의 혁신이 부족하든 과도한 규제와 같이 제도적인 문제 때문이든 새로운 수출 주도 산업 또는 상품의 등장이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대변하기도 한다.또, 다른 문제는 이들 수출 품목들이 이제는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최대의 경쟁국들과 무한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물론 경쟁국들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공통으로 추진함으로써 수출보다는 오히려 현지 투자와 생산, 고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반도체와 배터리처럼 대표적인 수출 산업부문에서의 투자(자본)와 고용 유출이 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이외에도 남겨진 과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는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 물론 당장 다가올 수년 안에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거나, 혹은 대규모 자본과 고용 유출 등으로 국내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급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서 나쁠 일 또한 없다.

인플레 파이터를 맞이할 준비는 필요하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흔히들 중앙은행을 가리켜 인플레 파이터(inflation fighter)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금융 안정을 제외하면 중앙은행이 실업률과 물가 수준의 안정이라는 2가지 중요한 책무를 수행하기 때문인데, 1979~1987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장 직을 수행했던 폴 볼커(Paul Adolph Volcker)가 대표적인 인플레 파이터로 유명하다.볼커 전 의장이 인프레 파이터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급격한 금리 인상을 통해 치솟는 물가를 잡았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미국 경제도 오일쇼크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이에 맞서 그는 급격한 금리 인상을 통해 10% 이상 치솟던 물가 수준을 3%대 초반으로 안정시킴으로써 1990년대 미국 경기 호황을 이끈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저금리로 겨우 연명하던 좀비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기업 도산을 유발했고, 빚더미에 앉은 농민들이 과격한 시위에 나서는 등 시장의 극심한 반발과 단기적인 고용 악화 등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말이다.최근 들어 인플레 파이터란 말이 종종 등장하는 것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국채금리 또한 급등락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 하에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은 물론 좀비기업들의 무차별적인 퇴출, 단기 실업률 상승, 단기 경기 후퇴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한 시장 우려들 말이다.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인플레 파이터의 역사를 잘 아는 제롬 파월(Jerome Powell) 현 FRB 의장은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 중이지만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넘더라도 큰 틀에서 목표치에 수렴하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즉, 현 시점에서 보면 중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정책 목표가 완전 고용에 있기 때문에 인플레 파이터가 아닌 일자리 투사의 모습을 유지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이는 한창 파티 중인 금융시장에는 더 할 나위 없는 호재일 뿐 아니라 통화정책당국의 정책 리스크도 덜어주는 것으로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는 불확실성 해소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최근 들어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안정목표인 2%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미국 저금리 상황이 당분간 이어진다면 우리 통화정책당국도 금리 인상 시기를 조정하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이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고용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유지되면서 세계 경제가 활황 국면에 본격 진입하게 되면 수출 부문을 중심으로 경기 반등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고용과 내수 전반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그렇다고 해서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투사로서의 통화정책당국의 역할이 유지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과열 우려가 큰 금융 및 자산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여지가 다분히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가뜩이나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통화정책당국의 역할이 전환되는 충격은 상상 밖으로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금리나 공공부문으로부터의 지원 등으로 증가한 좀비기업 등은 중장기적으로는 모처럼 회복 기조를 맞은 우리 경제와 고용에 부담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파월 의장이 밝힌 바와 같이 미국 중앙은행이 앞으로 수년간 일자리 투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 줬으면 좋겠지만, 과거 경험에서 보듯 언제 입장이 바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통화정책당국의 역할도 바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언제까지 우리 통화정책당국이 일자리 투사로서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우리 앞에 인플레 파이터로 변신할 수도 있으니 안심해서는 안 될 일이다.

새로운 이태백과 마주할 세상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2021년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피해 확대를 예방함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 회복 기조와 함께 우리 경제의 반등 기반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고용 유지, 청년과 중장년 및 여성 맞춤형 일자리, 취업지원 서비스, 근로가구 돌봄과 생활안정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고용대책이 추가된 것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그렇다고 해서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용 관련 대책에 있어서는 여전히 공공부문의 힘을 빌린 단기의 그저 그런 일자리 제공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고용이 전형적으로 경기 후행성을 가지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올 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한다손치더라도 민간 일자리 증가는 상당한 시차를 거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상대적인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기대하는 우리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책이 당장의 애로는 해소해 줄 수 있을지 모르나 미래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라는 정책명처럼 개인적인 이유이든 일자리 자체가 가진 문제 때문이든 미스매치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자신도 ‘이태백’(20대 청년층 태반이 백수)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이다.한편으로 보면 너무 비관적인 전망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교육을 받지 않고, 고용돼 있지도 않으며, 직업훈련에도 참가하지 않는 15~29세 이하 청년층 즉,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추세와 장기화까지도 우려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일자리에 대한 청년층들의 이러한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민간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니트족은 2020년에만 40만 명을 넘는 수준이고, 이는 전체 청년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 대비 각각 약 5%, 9%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전직 경험이 아예 없거나 무직 1년 이상인 상태로 일단 노동시장에서 퇴출 또는 자신의 의지로 벗어나게 되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두 말 할 것도 없이 이들은 생애소득 감소와 이에 따르는 후생수준의 하락과 같은 개인적인 피해를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문제와 직접 부딪혀야 하겠지만, 그나마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만약 니트족과 같은 상태가 장기화된다면 이는 부모세대의 부담 가중은 물론 각종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킬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노동 투입량 감소 등에 따른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 약화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이태백이란 말이 나 온 이래로 ‘이구백’(20대의 90%가 백수), ‘이퇴백’(20대에 퇴직한 백수),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N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집, 경력 등 N가지를 포기한 세대)와 같이 국내 청년층의 일자리와 그들의 미래 삶의 불안을 표현하는 많은 신조어들이 탄생한 지 이미 10년도 더 지났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의 고용가능성(employment)을 높이기 위한 정규 교육과정에서의 직업 교육, 차별화된 맞춤형 고용 대책 등 수많은 대책과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 아니라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할 말이 없게 만든다.코로나19가 누구에게나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당연한 일이고, 특별히 청년층이어서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도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태백과 마주하는 것은 비록 가족이 아니더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드는 생각은 이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당장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축소 개최될 도쿄올림픽이 주는 의미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인적 물적 피해야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만 세계 스포츠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난 해 열릴 예정이었던 2020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Paralympics)은 1차례 연기 끝에 결국 해외 관중없이 개최하는 것으로 확정됐을 뿐 아니라 그 규모도 상당히 축소된다고 하니 세계 스포츠계 입장에서 보면 매우 실망스럽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한 일이 된 것 같아 딱히 표현할 길이 없다.물론,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만 보면 이미 해외에서 판매된 티켓 63만 장을 포함해 이와 연관된 패키지 항공료와 숙박 요금 등은 환불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등 직접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 관광 등 타 분야도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해외 관중의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자국 내 관중을 50% 정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약 17조 원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여하튼, 이제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무관중이든 관중 수를 경기장 수용 규모의 50%로 하든 무제한으로 하든 해외 관중없이 치러질 것이지만, 이런 결정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결정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큰 지금 상황에서 충분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관심있게 살펴봤다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라는 표면적인 이유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 중에서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에 이뤄진 아베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내각의 정책의사결정과정에 관한 의문이다. 당시 도쿄도지사를 포함한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수차례에 걸쳐 비상사태선언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연기 결정 후에 서야 겨우 정부 차원의 코로나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사실은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 정책의사결정이다.음모론처럼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일본 내에서는 아베노믹스(Abenomics)를 통해 동일본대지진이라는 세계사적인 재난을 극복하고 경기 회복에 성공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려는 이른바 아베 전 총리 및 집권 여당의 치적 남기기를 위해 일본 국민들이 희생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그렇다고 해서 새롭게 등장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내각이 이런 불만을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집권 초기에 기득권 타파와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 등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권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 한 때 70%대까지 급등했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코로나 방역 실태는 물론이고 가족 및 관료들의 부패스캔들, 총리 자신의 결단력과 소통 능력 부재 등으로 한 때 30% 초반대까지 급락한 것이다.더욱이, 여전히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1천500명 내외 수준을 보이는 긴박한 상황에서 코로나 재확산 예방을 위한 긴급조치를 해제하고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려는 스가 총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또한 아베 전 총리 못지않게 곱지 않다. 연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물론, 올림픽의 개최가 세계와의 약속이고, 개최국으로서는 큰 명예이자, 정치인으로서는 큰 정치적 치적이 되는 등 개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이뤄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굳이 일본 국민이 아니어도 의문이 들 것이다.세계적으로 보면 올림픽만큼은 관심을 끌지 못하겠지만,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은 두말할 것도 없고 일자리나 주거, 불평등 등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 당장 해결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적어도 올림픽 개최 여부를 두고 보여준 일본의 최고 정책의사결정 책임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알았으면 한다.

쿼드, 또 다른 시련일까?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지난 13일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으로 이뤄진 안보체제인 쿼드(The 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정상회의가 열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쿼드는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목표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반 중국 연합 협력체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쿼드가 개최된 것을 보면 미국의 대 중국 견제에 동맹국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보이기도 한다.물론, 쿼드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각을 세워 온 미국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정치·군사·외교는 물론 경제·사회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면 다른 참여국들의 입장은 서로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상황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다자안보기구로의 발전 가능성을 논할 정도도 되지 못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입장에서 보면 쿼드는 그냥 삼킬 수도 내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단순히 미국은 한국의 가입을 재촉하고, 중국은 비가입을 압박해서가 아니다.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쿼드는 거기에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우리의 국익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큰 의미가 있는 다자간 협의체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먼저 지정학적인 측면부터 살펴보자. 한미 동맹 유지와 안전보장 관련 이슈가 가장 크겠지만, 인도·태평양 지역 현안은 물론 미국의 대 중국 전략 변화에 관한 우리의 입장 반영 여부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더군다나 대 중국 관계에 있어서도 쿼드는 우리의 이익을 반영해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의 반발로 제2의 사드(THADDA)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중국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한편, 경제적으로도 보면 쿼드는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다른 예를 들 필요도 없이 미국과 중국은 각각 우리의 1, 2위 수출 대상국이라는 점만 생각해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쿼드는 미국과 중국의 과도한 경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역내 안보 불안과 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해상 운송 봉쇄 등과 같은 우리 수출 환경 악화 요인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쿼드가 신기술에 대한 대응과 미래 혁신을 지배할 규범과 표준 확립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 또한 중요한데, 이는 어떤 식으로 든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하튼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은 모두 중요한 나라로 어떻게 든 이들과의 관계에서 국익 최대화를 위한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고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쿼드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 되지만, 참여하든 하지 않든 쿼드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약이 될 수도 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이렇게 볼 때 당장 쿼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을 선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취해왔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과 침묵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미국 국무장관인 토니 블링컨(Tony Blinken)이 현재의 미중 관계를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 규정하면서, 중국이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종합적인 국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라고 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를 볼 때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우려가 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이제 곧 쿼드 불참과 이로 인해 발생할 리스크에 사후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쿼드 참여로 주요 의사결정에 외교력을 발휘해 적어도 우리 경제에 유리하도록 활용할 지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아무쪼록 그 때가 되면 현재는 물론 미래의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이제 호재만 남았나?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세계 경제는 벌써 과속을 우려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주요국을 중심으로 소비 회복 조짐이 보이고, 세계 교역량도 증가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발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아마도 올해 미국은 6%대 후반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고, 세계 경제도 6%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일 것이다.전망은 틀리라고 있는 것이라는 경제계의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들이 예측한데로 실현만 된다면 그 이상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설령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도 시장 심리의 호전이라는 점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기도 하다. 더욱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한 중앙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 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런 기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에 더 의문을 가져야 할 지도 모르겠다.이렇게만 보면 이제 우리 모두는 연이을 호재만 기다리면 될 법도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실물자산시장만 보더라도 잠재적인 리스크가 얼마나 큰 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버블인지 아닌지는 그것이 지나봐야, 즉 시장이 붕괴한 후에나 알 수 있다고들 하지만 자산시장의 자본 이동만 보더라도 얼마나 불안정한 지 알 수 있다. 넘쳐나는 유동성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언제 있을지 모를 금융통화긴축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이나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은 물론 비트코인, 원자재 등과 같은 시장과의 경쟁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만에 하나 어느 쪽이든 갑작스럽게 붕괴되기 시작하면 제어하기 힘든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유럽연합(EU)집행부가 시행 준비 중인 디지털 그린패스(Green Pass, 백신여권) 또한 양날의 칼이다. 이는 코로나19백신 접종증명제로 해외여행을 재활성화해 관광의존도가 높은 스페인이나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EU 전반의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정 기간 자가격리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코로나19 재확산 리스크를 그만큼 더 확대시킬 수 있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경제적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어서 도입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역효과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당연히, 세계 경제나 우리 경제에도 악재다.미국과 중국의 끊이지 않는 분쟁도 악재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라 논외로 하더라도 다른 하나를 덧붙이자면 경기 회복 속도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가격지표들 또한 리스크라면 리스크다. 국제유가는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철이나 구리 등의 원자재나 곡물 가격은 어느새 급등했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는 것도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경기 회복 속도가 미진해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가 감내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특히, 최근 국내 경기 여건을 살펴보면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유지되면서 여전히 경기 침체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은 물가 상승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은 아니고, 경기 자체도 회복 기조에서 크게 이탈한 것이 아니어서 굳이 말하자면 제한적인 스태그플레이션(small stagflation) 상태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기대만큼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세계 주요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경기 여건도 개선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으니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좀 더 희망적인 전망을 가지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에는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닥쳐올 악재들이 더 크고 많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

바이든 리스크 시작되나?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우여곡절 끝에 들어서 이제 막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보낸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를 보면 아직까지는 시장의 기대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기후협약 복귀,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주의 존중 선언, G20 공조 및 동맹 강화 방침 등과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의사 표명은 미국의 보호주의 색채가 옅어짐은 물론 세계 교역량 축소,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과 같은 리스크도 함께 축소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그만큼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는 지난 4년 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워왔던 트럼프 리스크(Trump Risk)와의 결별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이 이상의 호재는 없어 보인다.그래서 여기까지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어서 다행스럽다는 것이지만, 이런 생각도 이제 곧 바꿔야 할 지 모르겠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대 중국 강경책은 물론이고 지난 달 말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공급망 재편 관련 행정명령만 보더라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중심으로 기존 미국 우선주의가 유지 또는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에는 미국 제조업 경쟁력 유지 및 강화에 꼭 필요한 반도체나 고용량 배터리 및 희토류 등의 핵심 부품과 자재의 공급망에 대해 짧게는 100일 길게는 1년 이내에 재검토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우리 입장에서도 공급망 재편 등 사전 대응이 불가피해 진 것이다.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과 투자 실적만 살펴봐도 이는 절대 기우가 아니다. 수출 측면에서는 승용차, 자동차부품, 무선전화기 등 이전의 오바마 2기 행정부 때 대 미국 수출 증가를 이끌었던 품목들의 수출이 부진하면서 전체 수출 실적의 둔화를 불러왔다. 이는 소재부품도 예외가 아니다. 반면에 투자 측면에서는 오바마 2기 행정부에 비해 50% 이상 대 미국 투자가 증가했는데 특히, 제조업과 정보통신업과 같이 미국의 전략산업 부문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규제가 집중된 부문에 대한 투자가 급증한 것이다.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이 본격화된다면 트럼프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대 미국 직접 수출 증가세 둔화와 함께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의 전략산업으로 대 중국 규제 관련 산업일 경우 이러한 경향이 가속화될 수 있을뿐더러 우회수출 기회의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아마도 최근 국내 반도체나 자동차 배터리 관련 주요 업체들의 미국 투자가 증가하는 것도 이런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행동으로 보여진다.더군다나,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대해 미국 국민들의 60%가 환호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온다니 우리 입장에서는 더 위협적인 일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동시에 추구했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면서도 국제사회로의 귀환을 통해 기존 미국 주도 세계 평화질서 유지라는 팍스 아메리카(Pax Americana)의 영예를 되찾으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미국 국민들이 갈채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향후 미국의 통상산업정책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당연히 이런 예상은 당연히 빗나갔으면 좋겠고 설령 그것이 맞더라도 트럼프 리스크에 버금가는 바이든 리스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길 바란다. 자칫하면 수출 감소, 투자와 고용 창출 기회 축소, 금융시장 불안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일이 현실화되길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때마침 지난 2월 우리나라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그 동안 부진했던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 등 3대 수출시장에서 4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하니 바이든 리스크와 같은 엉뚱한 소리보다는 글로벌 경기 회복의 혜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을 법하다. 하지만, 뻔히 예정된 리스크를 모른 척 그냥 보고 넘기는 것도 그다지 현명한 일은 아니다.

관리와 예방이 필요한 인플레와 긴축발작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새해를 맞은 지 벌써 2개월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우리 모두의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종료와 포스트 코로나19의 본격적인 시작 시점에 관한 것이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그 시점도 단축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면역 또는 집단면역이 확산되려면 내년 중반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낙관적인 기대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해서 그것이 언제일지 더 궁금하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미국, 일본, 유로존 등 세계 각국 및 지역의 돈풀기 등 적극적인 경기 방어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점차 회복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고, 그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우려는 뒤로하고 이제는 앞으로의 시장 변화에 대해 좀 더 낙관적인 시야로 바라봐도 좋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갈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스 또는 제로에 가까운 금리 수준에 다양한 시중자산매입 등을 통해 통화량을 늘려 경제 전반의 수요를 늘리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 불리는 경기 조정책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맞물려 경기 진작에는 긍정적이지만, 종국에는 원유와 철강 등 각종 원자재는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생필품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화와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즉 물가 상승을 유발하게 돼 언젠가는 종식되기 마련이다.물론, 위기 시에 취했던 양적완화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조기 경기 회복과 일자리 및 소득 증가로 이어져 개인 후생의 증가로 이어지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 빠른 속도로 물가가 상승해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면 이는 정책당국은 물론 개인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늘 접하는 일이지만, 다른 것은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제자리, 우리집 형편만 나아지지 않는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과한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더라도 물가 수준은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길 바라는 것은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그런데 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확장적 재정정책과 양적완화와 같은 경기조정정책의 방향이 갑자기 바뀔 경우다. 즉, 금리 인상 등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조치가 종료되고, 재정정책마저 확장적 기조에서 긴축으로 선회한다면 말이다. 이 경우, 세계적인 자산가격의 조정은 물론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에 새로운 충격이 가해질 우려가 크다. 특히,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특히 미국에서 시작된 이러한 정책 방향의 선회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급격한 자금회수로 신흥국 자산시장과 통화가치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심지어는 경제위기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실제로 1993년에 있었던 미국 저축대부조합 파산에 따르는 금융위기와 2008년에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을 돌이켜보자. 전자의 경우, 1994년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의 기습적인 금리 인상의 여파로 멕시코는 금융위기를 맞았다. 후자의 경우는 밴 버냉키(Ben Bernanke) 의장이 2013년 의회 증언에서 양적완화의 점진적인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tapering)이라는 말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인도, 터키,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의 통화, 채권, 주식이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발생하는 등 이른바 긴축발작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단기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최근 확산되고 있는 시장의 우려는 바로 이 때문이다. 주요국 물가 상승 압력의 증대 및 시장금리 상승은 바로 통화 및 재정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 파이터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경우 긴축발작과 같은 큰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당장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무시해서 좋을 일 없기는 마찬가지다.

익숙하지만 낯선 문제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데자뷰(deja vu). 불어로 ‘이미 보았다’는 의미를 가지는 말로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지만 이미 봤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말하는데 우리말로는 기시감(旣視感)이라고도 한단다. 데자뷰의 발생 원인은 뇌가 저장된 기억의 자취를 더듬는 과정에서 기억의 착각이나 신경 세포의 혼란으로 정보 전달이 잘못되면 일어난다고 각종 사전에는 기술돼 있다.개인적으로는 데자뷰의 발생 원인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고 일상 생활 중에 가끔씩이지만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일들을 경험할 때가 있긴 하다. 이는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난데 없이 ‘뭔, 데자뷰?’라는 궁금증이 들겠지만, 요즘 국내 경기 여건을 잘 살펴보면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 들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 온 경제사회적 위기에서 탈출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과거 V자 위기 극복 과정을 한 번 살펴보자.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위기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일 것이다. 전자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1998년 -5.1%까지 급락한 후 이듬해 11.5%의 급등세를 보였다. 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률이 2009년 0.8%를 기록한 후 다음 해인 2010년에는 6.8%로 놀라운 반전을 이뤘다.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었던 지난 해와 올 해를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1.0%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 해에는 3%대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물론, 수치만 놓고 보면 이 정도에 만족할 수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경제 규모가 과거의 위기 당시에 비해 많이 커졌다는 점만 고려해봐도 V자 회복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로 딱히 부정할 만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따라서 올해 우리 경제의 실적이 마무리되는 내년 1월에는 모두가 과거 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보여줬던 저력을 마치 데자뷰처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는 것이다.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문제는 수 차례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겪었던 이미 익숙해진 경험들이 이번에도 비교적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번 위기까지 우리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을 살펴보면 각각 5%대 중반, 2%대 후반을 기록해 잠재성장률과의 괴리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즉, 과거 위기는 비교적 단기간에 종료됐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도 빠르게 회복돼 중기 수렴 과정을 거쳤는데 과연 이번에도 이런 과정이 반복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백신 보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고,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사회적 면역 형성에는 항간에 떠돌듯이 7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우려다. 이런 우울한 예측이 현실화되면 지금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낯선 경험을 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위기 극복 후 수년에 걸쳐 잠재성장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매우 새로울뿐더러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지속해야 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과도할 정도로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대응과 경제적 위기 극복 성과만큼은 스스로 자부해도 좋을 정도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이러한 성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내수부문의 회복은 다소 미흡해 보이지만, 외수부문에서만큼은 큰 저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출지향형 성장모델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도 큰 위안이 되는 점이다. 정책적으로도 비록 낯설기는 하지만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대응이 이뤄지고 있어서 더더욱 우리 경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 온 익숙하지만 낯선 문제들에 대해 마땅히 우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터무니 없는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굳이 염세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개미는 이리떼를 이길 수 있을까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최근의 자산시장, 그 중에서도 주식시장을 보면 언제 또 그랬었는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혼란스럽다. 특히, 미국의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탑(GameStop)에 대한 공매도 세력과 이에 대항한 개인투자자인 로빈 후드들과의 대결은 그 자체로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초래했지만, 그것이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세계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보면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더군다나 미국 자본주의 심장이자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라 일컬어지는 뉴욕의 월가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이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도 단기적으로 큰 조정이 있었을 뿐 아니라 특정 종목에 대해서는 동학개미의 저항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등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에 향후 국내 증시의 향방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공매도(Short Stock Selling) 관련 규제정책의 변화와 그 영향일 것으로 생각된다.잘 알다시피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 해당 주식을 빌려 매도해 가격이 하락하면 싼 가격에 사들여 되갚아 단기 매매차익을 꾀하는 매매형태로 투기성자본으로 분류되는 헤지펀드(주로 해외)가 즐겨 사용하는 전략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공매도를 찬성하는 쪽은 주식시장의 과열 방지 및 유동성 확대를 통한 매매 활성화를 이유로 꼽지만, 반대하는 쪽은 인위적인 주가 조정이나 채무불이행 등과 같은 부작용에 의한 피해가 크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양쪽 모두 그럴싸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공매도에 대한 정책 당국의 입장이 참 애매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연방의회의 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등 이번 게임스탑 사태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경제 불안정성과 각종 사회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버전 2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동학개미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공매도에 대한 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여론조사 결과 공매도 반대 의견이 60%를 넘었다고 하니 정책 당국의 고민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공매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비윤리적인 경영자, 불투명한 경영, 부풀려진 기업 실적 등에도 불구하고 고평가된 주가는 공매도를 통해 정상화함으로써 투자자들은 물론 주식시장 등에 더 큰 폐해가 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순기능이 역기능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일 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반대라면 공매도에 제한을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공매도의 순편익 대부분을 해외의 헤지펀드가 차지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증시 회복의 가장 큰 원동력인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물론이고 국부유출이라는 점에서 공매도는 너무나 불합리한 게임이다. 기업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 시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훨씬 싸게 지분 매입할 수 있는 포이즌 필(Poison Pill)처럼 경영권 방어장치 없이는 공매도 등을 통해 이리떼처럼 달려드는 헤지펀드들의 공격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물론,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간다.연일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이고, 그 때문에 완만한 조정기간을 거치면서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큰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는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공매도의 순기능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눈물과 기업들의 희생으로 달성돼서는 안될 일이다. 개미와 이리떼(Wolf pack) 중 최종 승자가 누가될 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기울어진 운동장만큼은 고쳐 쓰는 것이 마땅하다.

수출 경기 회복, 기대해도 좋은가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국내 경기 여건이 조금씩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체감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내수 부문은 언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진정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백신 보급과 사회적 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뒤로 미뤄지는 것 같아서 회복 속도 또한 그만큼 늦춰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해 연말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올 해 상반기부터는 외수를 지렛대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반도체, 선박, 무선통신기기 등 여전히 특정 품목이 수출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지만, 지금처럼 내수 경기가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외수 환경도 녹녹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더군다나 지난 연말부터 국내 수출 환경 개선 기대감을 키워 왔던 주요한 몇 가지 이슈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겠다. 우선, 그동안 글로벌 교역에 부담을 주면서 국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쳐왔던 통상 레짐(regime) 상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 복귀 등을 결정함에 따라 글로벌 통상에 있어서도 기존의 다자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물론,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행보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와 함께 발생한 공급 과잉 탓에 자국산업보호를 위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특히,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FTA로 꼽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물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의 타결 또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주의 재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다. 물론, 한국은 후자에는 가입돼 있지 않지만, 미국의 다자주의 복귀와 함께 미국과 동시 가입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만약,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된다면 중첩된 FTA가 주는 효과를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한편, 주요국들이 앞다퉈 친환경 그린경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 또한 국내 기업에 있어서는 새로운 수출 시장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2021년부터 적용되는 파리협정은 물론이고 2050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탄소중립계획 등으로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는 물론이고 탄소배출 제로를 꾀하는 탄소중립 관련 혁신 제품의 글로벌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각 산업별로 탄소중립을 위한 비용이 들겠지만 말이다.이외에도 많은 기회요인들이 있겠지만, 이런 환경 변화가 실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통상 불황기에 수출 감소폭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지면서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이른바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서도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다만, 좀 더 살펴보면 이런 긍정적인 현상의 이면에 리스크도 숨어 있어 수출 경기 회복에 따르는 체감도가 기대보다 약할 수 있다는 점에는 주의해야 할 것이다.예를 들자면, 원화 가치의 평가 절상이나 수출 경기 회복 차별화 현상의 심화 등과 같은 문제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 달러화 공급 증가에 따르는 달러화 약세는 물론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국내 경기 여건 등 원화 가치의 평가 절상 요인이 중첩되면서 수출기업들은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라는 두 가지 우려에 직면할 수도 있다. 수출 경기 회복세도 지역별로는 선진국보다는 개도국, 산업별로는 석유화학이나 철강과 같은 중후장대형 산업보다는 ICT나 바이오헬스 관련 산업, 소재부품분야도 반도체나 자동차 배터리 등 특정 부문을 중심으로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지금의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극복 불확실성 때문에 내수 부문의 경기 회복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는 상황으로 외수 부문의 회복과 내수로의 파급 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무쪼록 적절한 대응으로 기대한 성과는 최대화하고, 우려되는 피해는 없었으면 한다.

시장 심리 안정이 특단의 대책이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보통과 구별되게 다름.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특단(特段)이 가지는 사전적 의미다. 통상적으로 이런 표현을 쓰게 되면 처한 상황은 제 각각이지만 청자(듣는, 혹은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긴장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꾀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특정 시장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책당국의 발표는 해당 시장의 긴장감과 혼란을 초래해 종국에는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그래서, 웬만하면 정책당국은 ‘특단의 조치’ 또는 ‘특단의 대책’ 등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일부 특정 시장에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국내 부동산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표현이 나와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놀람의 배경은 우선 그 표현이 암시하는 바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그도 그럴 것이 지난 수년 간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일어난 상황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 보더라도 다른 자산시장에 비해 부동산시장이 유독 과도하게 팽창했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기에 특단의 조치라는 표현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법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우리 경제 전반의 생산성 하락은 물론 지속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주요 리스크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그런데, 내심 불안한 마음에 뛰는 가슴을 억제하지 못한 것도 그에 못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지난 수년 간 수요억제책을 중심으로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실패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난 과오를 만회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실망감 때문도 아니다. 하물며, 공공 재개발,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 개발 등 부동산 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구정 연휴 이전이라는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발표한다는 계획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이는 정책당국의 단호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심리의 불안정성을 완화 또는 해소시킬 만한 구체적인 재료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앞으로도 과연 시장이 원하는 만큼의 정책 대안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만한 재료를 시장에 제공하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물론, 정책당국의 지적처럼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통계학적인 변화와 완화적 통화금융정책과 이에 따르는 자금쏠림현상에 의한 초과수요 발생 등도 부동산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조세 부담 강화, 재개발 재건축은 물론 임대주택 등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기대와는 달리 주택 공급 감소 현상을 야기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을 확대시켰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눈 앞에 보이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정책당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불안하게 느끼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잘못 된 것이 정책당국만의 탓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가혹하기 그지없는 처사이기도 하다. 막말로 아무리 정책당국인들 모두가 원하는 곳에 소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저마다 지불할 수 있을 만큼의 가격으로 무제한 주택을 공급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더군다나, 불안한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에 나름대로 적극 대응하고자 하는 국민 개개인의 잘못(이기심) 탓으로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여하튼 지금 중요한 것은 국내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공급 부족에 있다는 것과 수요 억제를 중심으로 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대응만으로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시장과 정책당국의 공감대가 비로소 형성됐다는 점이다.오는 설 연휴 이전에 시장의 예측 수준을 뛰어넘는 공급 확대책이 발표된다고 하니 그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모처럼 형성된 시장과 정책당국의 공감대가 제대로 반영돼야만 시장 심리 안정과 정책목표 달성을 가능케 할 수 있다.

홍콩 느와르와 일류(日流)의 추억, 그리고 한류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최근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한류의 기세가 그 어느 때보다 세차다. 지난 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휩쓴 ‘기생충’의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최고의 독립영화 영화제라 불리는 선댄스 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것에 이어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BTS(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다. 정규4집 ‘MAP OF THE SOUL’이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200’과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그래미어워즈(The GRAMMYs)’만 받게 되면 ‘아메리칸 어워드(AMAs)’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 이어 미국의 3대 음악상을 모두 수상하게 되는 것이다.이처럼 올해도 한류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뿌듯하고 기쁜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더군다나, 한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가 약 5조 6천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내심 한류가 이대로 쭉 안정적으로 성장만 해 준다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지금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도 크다. 문화유산이 많아 관광으로 먹고 사는 여느 유럽의 몇몇 국가들을 생각해보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것 같다는 황당한 생각까지 해 볼 정도로 말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의 한류는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한 때 역내에서 반짝이다가 세계화에 실패한 홍콩 느와르(noir 암흑가를 무대로 한 비정한 범죄물)나 세계화 과정에서 쇠퇴해버린 일류(日流 또는 J-Wave)처럼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주윤발이나 유덕화 등이 주연으로 열연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홍콩 느와르는 1980~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을 휩쓴 바 있다. 하지만, 1997년 홍콩 반환을 전후로 홍콩 영화계 전반이 몰락하는 가운데 어느 샌가 우리의 관심사에서 사라졌다.홍콩 느와르보다 더 영향력이 컸던 일류 또한 마찬가지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일류는 만화는 물론이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이웃집 토토로’ 등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등 게임, 키티나 도라에몽 등 캐릭터, J-pop(일본의 대중음악), 드라마 등 모든 문화콘텐츠 부문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크게 유행한 바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서서히 힘을 잃어갔고, 최근에는 한류에 밀려 그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1979년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 에즈라 보겔(Ezra Vogel)이 ‘Japan as No.1’이라 칭송할 정도로 막강했던 국가 경쟁력의 쇠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자, 이제 우리의 한류를 생각해보자. 한류 이전에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을 이뤄냈고, 그 과정에서 현대, 삼성, LG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그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조선 등의 산업에서 혁신적인 상품들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고, 이들 부문에서만큼은 세계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 본격적인 세계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류도 한국산(Made in Korea) 상품에서 시작됐고, 탄탄한 경제와 산업 기반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성장해 왔다는 말이다.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고, 개도국의 급성장 등으로 산업 경쟁력 또한 위협받고 있다. 만에 하나 우리 경제와 산업이 일본처럼 본격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면 한류도 쇠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자랑에 마지 않는 한류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경제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돼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되찾아야 할 미덕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이번 연휴 동안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새해를 맞이 하긴 했지만 여전히 무거운 마음을 내려 놓기가 쉽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이 막 시작된 와중에 변이종이 확산되는 등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히 꺾일 줄 모르는데다가 우리 경제는 물론이고 개개인의 삶의 여건도 특별히 아주 좋아질 것이 없어 보이는 지금 마음이 편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긴 하다.하지만, 정작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지난 수년 간 우리 경제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잃어버려 화합과 번영의 길을 걷기보다는 갈등과 반목의 도가니에 갇혀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아귀다툼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과연 이런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나 있을 것인지 하는 생각이었다.잘 알다시피 우리 경제는 산업화에 빠르게 성공하면서 양적인 팽창에는 성공했지만, 질적인 부문에서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점들을 남겼다. 특히,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는 대표적인 예로 가진 자(기득권)와 그렇지 않은 자(비기득권)와의 긴장을 높여 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최근에는 경제의 양적 팽창조차도 순조롭지 않아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게 됐을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이나 플랫폼화 등 산업생태계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양극화 현상을 야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 더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상황이 이러다 보니 우리 경제와 사회가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더 번영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4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자신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영국의 국력과 특성 그리고 성공의 바탕이 돼 왔던 ‘개인의 자주독립성이나 자립정신, 또는 개인 주도성,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 다양한 문제를 원활히 해결할 수 있는 개인의 자발적 행동에 대한 신뢰, 이웃에 대한 불간섭, 남들과 다르거나 특이한 사람에 대한 관용, 권력이나 정부에 대한 건전한 회의심 등’과 같은 영국인들이 가진 미덕이 서서히 붕괴되면서 국력이 쇠퇴해 가고 있음을 우려했다.이 같은 하이에크의 우려는 유럽을 중심으로 나치즘과 파시즘이 기승을 부리고 전 세계가 전체주의로 흘러가는 것뿐 아니라 심지어 영국조차도 그런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위기의식을 대변하는 것으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반드시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지금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철학이나 이념 혹은 사상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다만, 그만하면 차고 남을 정도로 치열한 논쟁을 거쳐왔으니, 이제 이런저런 핑계는 그만 두고 우리 경제와 사회는 물론이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우리 사회의 미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한 번 논의해보자는 것이다.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 들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명작 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가 자꾸만 떠오른다. 무엇이 잘못돼 가고 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고, 잘못 끼운 단추는 그대로 둔 채 나머지 단추를 아무리 잘 끼워 맞춰봐야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그 원인을 나 아닌 남의 탓으로 돌려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조차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논쟁으로 아까운 세월을 보내고, 그 결과 반목과 갈등만 키운다면 그야 말로 아둔하고 비생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아무쪼록 새해에는 우리 경제와 사회에 대해 좀 더 희망적이고 전향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난제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이제 올해도 딱 하루가 남았다.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특히나 올해는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참 아쉽고 후회도 큰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직업 상 바로 코 앞에 우리 경제와 삶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회색코뿔소(the gray thino)가 지척에 다가와 있었는데도 일찌감치 신호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일부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좀 더 신중하게 받아들였더라면 지금처럼 후회할 일도 없었을 것인데 말이다.그래도 내년 봄부터는 국내에도 백신이 보급돼 가을 이후에는 사회적 면역이 형성되면서 이전만은 못하겠지만, 코로나19의 지배 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위로가 되기는 한다. 그래서 이제 몇 시간 남지도 않은 내년이야 말로 우리 경제와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예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상처도 상처지만, 그 이전부터 해결되지 않고 있던 우리 경제의 난제들이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긴 하다.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들이다. 가장 먼저, 장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고용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는 과정에서 고용시장은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겠지만, 우리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산업과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면 경제 전반의 신규 일자리 창출 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까지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있던 인력들이 경기 개선으로 일거에 노동시장에 진입할 경우에는 일자리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실업문제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국내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제 새로운 주무 부처 장관이 나서서 좀 더 참신하고 시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토록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과연 단기간에 얼마나 진정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마저도 기존 정책기조의 유지 및 보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시장 안정화 효과는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이미 지난 3/4분기에 명목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능가할 만큼 늘어난 가계부채 문제도 빠질 수는 없다. 영끌(내 집 마련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 모아 자금을 마련한다는 뜻)에 빚투(빚 내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좀처럼 늘지 않는 일자리와 임금소득 등으로 가계의 부채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부채는 그나마 유동성 등 정부의 각종 금융지원책 덕분에 버티고 있지만, 가계부채는 자산시장이나 고용 상태가 불안정해 지면 전체 경제의 위기를 유발할 뿐 아니라 장기에 걸쳐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유발한다.국가부채 문제는 마치 블랙스완(the black swan)과도 같다. 국가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현 상황만 고려한다면 여전히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고 경기 개선과 더불어 재정건전성이 강화된다면 크게 문제될 것 없어 보인다. 그래서, 단기 재정 악화와 국가부채 증가가 지금 당장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경기 개선 속도가 둔하고 지금까지 논한 많은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된다면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더군다나 내년은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돌입하는 해이기도 해서 이외에도 산적한 많은 경제 문제가 다른 이슈에 매몰될 가능성도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눈 앞의 경기는 좀 좋아질 수는 있어도, 우리 경제에 내재된 문제점들은 미해결인 채로 점점 심각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피해는 장기적으로 오롯이 국민 개개인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올 해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한 무지와 이해 부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아무쪼록 오는 신축년에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제들에 잘 대처해 유사한 실수와 좋지 않은 경험을 반복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