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시·도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돼 앞으로 최고 자문기구 역할을 할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고 9월 말까지는 500명의 시·도민이 참여하는 대구경북민간추진위원회도 출범할 예정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은 사실 이번에 처음 나온 주장은 아니다. 2000년대 초에도 있었고 그 이후에도 민간 차원에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통합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실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 가운데,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대구경북행정통합 이슈가 올 초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제안하고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에 호응하면서 지역의 최대 의제로 다시 급부상하게 됐다. 그 배경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같다. 지방을 초토화하고 있는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하고 지방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초광역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사람과 돈이 수도권에만 몰리는 현상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바로 잡을 힘을 가진 정치권이나 중앙정부는 입으로만 국가균형발전, 지방 살리기를 외칠 뿐 실제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진행되는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를 보는 지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보다 ‘실익이 뭘까’일 것이다. 제안 수준으로 제시된 대략적인 기본구상안을 놓고도 벌써 온라인에선 찬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찬성 측의 의견은 대략 이렇다. ‘행정 절차가 단축되면 행정처리 지연으로 인한 손실과 행정 규제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인구 500만 명 넘는 지방정부는 정부와의 교섭 및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다’, ‘수도권의 일방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반대 측 의견도 있다. ‘인구수만 불리는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식의 통합은 안 된다.’‘생활밀착형 행정이 더 요구되는 시대에 통합으로 행정비효율의 우려가 있다’, ‘재정, 권한 강화 없이 하는 행정통합은 하나 마나 한 것이고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다’.올해 초 출범한 대구경북통합연구단이 4월 제시한 기본구상안에 따르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1대1 통합을 원칙으로 한다. 또 기초지자체에 대해서는 경북 23개 시·군의 지위는 지금처럼 유지되고, 대구 8개 구·군은 유동적이다. 8개 구·군의 경우 통합 이후 대구시의 위상에 따라 지금과 같은 지위가 유지될 수도, 상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공론화위 등의 논의 과정에서 더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처음 제안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당시 올해 11월까지 주민투표 실시, 내년 6월까지 기본계획 수립, 그리고 의원입법이나 정부입법읕 통한 특별법 제정 등 구체적 일정까지 함께 제시한 바 있다. 당장은 시·도민들의 의견을 한 데로 끌어모으는 일이 선결과제인 만큼 공론화위가 우선 출범했다. 그러나 주민투표로 통합이 결정되더라도 헤쳐가야 할 앞길이 평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정부·여당의 행정수도이전 주장이나 다른 지역의 통합 움직임은 언제든 대구경북행정통합에 변수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행정수도이전의 경우 국가균형발전이나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지방의 통합 추진을 후순위로 밀어낼 수 있고 또 광주시와 전남도를 비롯해 대전시와 충남도, 부산시와 경남도 등의 통합론도 정치권의 이해와 맞물릴 경우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는 사안이다. 이참에 전국 단위 행정구역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전국 곳곳에서 통합 요구가 나오고 있어 이 같은 광역권 발전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여·야 합의로 관련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외에 행정대통합을 통해 지금의 수도권 단일 체제를 메가시티 단위의 다극 체제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론 연방제 국가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구·경북으로선 모두 신경 쓰이는 것들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앞세운 정치권의 정쟁에 휩쓸릴 경우 대구경북행정통합이 자칫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 같은 상황 전개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만드는 것은

얼마 전,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58조 원이 넘는 돈이 몰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시장 평가를 고려하더라도 한 기업의 주식에 기록적인 자금이 몰린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있고,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빚은 현상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청약증거금 1억 원을 넣고도 2만4천 원짜리 주식을 불과 5주밖에 배정받지 못했다는 뒷얘기였다.국내 근로자의 평균연봉이 3천634만 원(2018년 기준, 한국경제연구원)이라고 한다. 4대 보험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이 275만 원 남짓이고, 이를 최저생계비 수준의 생활비에 지출하고 월 100만 원을 저축한다면 단순계산식으로 1억 원은 8년 넘게 꼬박 모아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모은 1억 원이 12만 원어치(2만4천 원X5주) 대접밖에 못 받은 셈이다.월급쟁이들은 요즘 근로소득 외에는 재테크 방법이 없다고들 한다. 은행 금리는 바닥권이고 주식은 그야말로 돈이 돈 버는 시장이고, 한때 로또로 불렸던 부동산은 소액 자본으론 감히 달려들 엄두도 못 낼 테니 그럴 만도 하다.최근 정부는 한국형 뉴딜정책을 발표하면서 20조 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조성해 넘쳐나는 시중 유동자금을 생산적 투자에 유도하고 국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 이면에서 읽히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더 걱정스럽기만 하다.일부 보수 단체들을 중심으로 개천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비롯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일상생활이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권은 가라앉았고 휴폐업하는 점포들도 속출하고 있다.이런데도 또 광화문집회와 유사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동안 광장에서 외쳤던 그들의 주장을, 백번 양보해서 다 애국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고 인정해 준다고 해도,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가운데서 방역 당국에서 그렇게 금지하는 사람 간 밀접 접촉이 있게 될 상황을 또 만들겠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많은 국민은 이를 보면서 한편으론 걱정이고 다른 한편으론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이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여전히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지역갈등과 빈부격차가 공동체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걱정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구분마저도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모호해지는 듯하다. 정치권에서 비롯된 진영 간 편 가르기는 선동과 추종 세력에 의해 이젠 사회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고, 세력 집단과 이익단체 들의 이기적 집단행동은 공적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력이 커지고 있다.코로나 사태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탓이려니 위안해 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은 더 다양해지고, 행동은 더 극단으로 가고, 이해관계는 더 복잡해지는 모습이다.최근에는 우리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 집단이랄 수 있는 의료계의 집단파업 문제로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다행히 의료계와 정부, 여당 간에 합의안을 찾아 의료공백이라는 파국은 피하게 됐다.그러나 양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정부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는 진료 거부라는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합의해 놓고도 내부적으론 이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충돌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까 봐 지켜보는 국민들은 조마조마하다.여러 집단의 다양한 주장,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집단행동은 우리 사회에 늘 있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라는 큰 틀 속에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느냐일 것이다.머릿수가 힘이고, 상식보다 손익이 보편적 기준이고 가치로 인정되는 세상, 그리고 권력의 사유화가 통용되는 세상을 우리가 매일 살아야 하는 건, 그 현실이 너무 막막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뭔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박준우 시시비비)의료계 파업과 지역의 의대 유치전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26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물러섬 없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료 정상화 시점은 현재로선 예측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집단휴진을 하고 있는 전공의에 이어 비록 시한을 정해놓긴 했지만 동네 개원 의사들까지 가세함에 따라 진료 차질은 물론이고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잘잘못을 떠나 의료계와 정부 양측 모두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의사들은 왜 하필이면 이런 위급한 시기에 진료 중단이라는 집단행동에 들어가는가?’ 그리고 ‘정부는 이런 사태가 생길지 뻔히 알면서 민감한 정책을 왜 이 시기에 발표했는가?’ 7월 말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4천 명 늘리고, 이 가운데 3천 명은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구체적 계획도 내놨다. 추진 배경으로는 국내의 의사 수 부족과 지역 간 의료격차 확대를 들었고, 서둘러 추진하게 된 이유로는 의사 한 명을 배출하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발표 내용을 즉각 반박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 측은 의사 수 부족 문제에 대해, 매년 낮아지는 출산율과 OECD 평균보다 높은 의사 증가율을 볼 때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특히 국내 의료 접근성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역 간 의료 격차와 특정과 기피 현상은 의료인력 재배치와 의료수가 조정 등 의료정책으로 해결해 갈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당장 어느 쪽 주장이 더 옳은지 잘 알 수 없는 국민들로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벌어지고 있는 대립 상황이 답답하고, 또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이 의료 공백으로 이어져 억울하게 피해보는 환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역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맞춰 안동시 포항시 구미시가 잇따라 의대 유치 입장을 공식화했고 경북도는 이들 지자체를 지원하고 나섰다. 이철우 도지사는 8월 초 포항의료원을 방문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경북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1.4명으로 전국 16위, 인구 10만 명당 의대 정원이 1.85명으로 전국 14위일 정도로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해 발생하는 치료가능 사망률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정’이라며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경북지역에 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확대를 우선으로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2018년 의대가 폐교된 전북에 공공의대가 우선 신설될 것이란 얘기가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전국 권역별로 공공의대를 1개교씩 설치하자는 주장도 있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해가 갈수록 지방의 의료 환경이 나빠지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데는 누구도 별 이견이 없다. 게다가 대구, 경북에서는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확산할 당시 의료 시설, 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타지역으로 보내야 했던 아픈 경험도 있다. 그렇기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의 양극화 해소 못지않게 정부가 서둘러야 할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2020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현황’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만이 정원을 채웠으며, 그 외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은 지원자가 적어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또 2020년에도 예년처럼 전국적으로 서울의 소위 ‘빅5 병원’에는 지원자가 넘치고 지방의 국립대병원 9곳 가운데 7곳은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성공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1일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거부로 마지막까지 지역민들의 애를 태웠던 신공항 사업이 극적으로 성사된 데는 무엇보다 시·도민들의 유치 염원이 큰 힘이 됐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은 불복과 협상, 중재안 마련, 그리고 재협상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졌던 일련의 과정들에 있다.어쨌든 통합신공항은 첫발을 내딛게 됐으며 대구·경북 또한 제대로 갖추진 국제공항을 앞마당에 지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함께 진행될 공항 관련 시설물 건설과 연계 도로·철도망 등 인프라 구축 공사는 계획대로라면 직접 투자비만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지역에서는 재도약의 전환점이 될 거란 기대가 크다.요즘 대구·경북은 역대 최장 장마가 지나간 자리를 무더위가 꿰차고 있다. 자연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인가, 지역에서는 통합신공항 사업의 출발을 자축할 겨를도 없이 대구취수원 문제로 또 다른 지역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최근 환경부가 대구취수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중 수량이나 수질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가장 유력해 보이는 안이 지자체 간 갈등의 빌미가 되고 있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구미 해평취수장과 안동 임하댐의 물을 대구로 끌어와야 하는데, 구미시와 안동시가 이를 즉각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당장은 환경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지역민들에게 민감한 물관리 문제를 해당 지자체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부터 먼저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물론 환경부는 협력사업이나 지역 현안사업 추진 등으로 반대 주민들을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환경부의 매끄럽지 못했던 일 처리를 지켜봤던 지역민들로서는 미덥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정작 속이 타는 건 대구 시민들이다. 대구는 1991년 구미 페놀 사고를 시작으로 그동안 크고 작은 수질 사고로 고통을 겪으면서 안전한 먹는 물 확보가 숙원이었다. 그래서 현재 구미공단 하류에 있는 취수원을 상류 쪽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것이다.그런 상황에서 환경부의 섣부른 제안이 나온 것이고 시민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반발하는 (해당 지자체) 주민들을 이해하고 설득해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구체적인 협의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일이 잘 풀려나갈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흔히들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의 성취를 위해 분투해 나가는 삶은 개인이나 집단이나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삶의 한 형태라고 한다. 비록 그 과정은 고단하겠지만 힘든 만큼 그 이상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또 그 분투 과정의 열정은 그 자체로 현재의 에너지이자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고 한다.그런 의미에서 최근 지역에서 있었던 통합신공항이나 대구시청 신청사 사업은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추동력이 될 수 있는 성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성공의 경험은 앞으로 집단 간의 유사한 갈등이나 충돌을 조정하고 풀어나가는 데 있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지난 연말 있었던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지 결정은 그 결과도 물론 중요했지만 지역에서 처음 도입된 공론화라는 민주적 여론수렴 방식의 성과물이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됐다는 평가다.시민참여단을 구성해 외부 간섭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현장실사와 투표를 통해 이전 장소를 스스로 결정한 것은, 당시 4개 기초자치단체가 경합을 벌인 대구시청 유치전을 큰 후유증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당시 김태일 대구시신청사건립공론화위원장은 ‘중요한 정책의 결정 권한을 시민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최고 수준의 민관 협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일들을 풀어나가는 데 언제든 적용해 볼 만한 방식이다’고 했다. 난관에 봉착한 대구취수원 문제도 통합신공항이나 대구시신청사의 성공 경험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기대한다

얼마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집값 폭등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나온 집권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뜬금없다’, ‘일석이조가 가능한 제안’이라는 등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그러나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서울 집값보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메시지가 더 주목되는 게 사실이다. 비수도권도 수도권만치 발전해 젊은이들이 고향 가까운 곳에서도 좋은 일자리 잡아 결혼해 잘살 수 있게 되는 걸 지방 사람으로서 누가 마다하겠는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여러 조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수십 년 동안 누적된 사람, 기업의 수도권 집중과 그 여파라고도 할 수 있는 지방의 소멸 위기는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국가현안이 됐다. 또 정치 권력에 사람과 기업이 몰리는 한국적 현실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더라도 그 상징성과 파급효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지방 살리기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정치권은 벌써 찬반이 갈리는 모습이다. 그 속뜻이야 2022년 대선을 포함해 각 진영의 이해득실 셈법에 있겠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그 핵심이 국가균형발전에 놓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다’, ‘집값 비판 여론을 딴 데로 돌리려는 발상이다’ 하는 주장은 오히려 지방에서는 정략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비판으로 읽힌다.그래서 지방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지방정부의 노력에 호응하고, 또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완성이 결국 국가균형발전에 달려 있다는 원론적 시각에서라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하루속히 나서 줄 것을 정치권에 주문한다.대구시, 경북도를 포함해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자체 노력만으로 활로를 찾기 어려운 게 실상이다. 올해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전체 인구를 추월할 것이란 통계청 자료가 있고,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의 상장기업 2천300여 개사 가운데 70% 이상 기업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고 한다.이런 데 어떻게 지방에 사람이 붙어 있을 거며, 또 무슨 수로 지방경제가 성장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말로만 하는 국가균형발전은 더는 안 된다. 대신 좋은 일자리와 인프라를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최근 경북과 충남·북의 10개 시·군 단체장들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촉구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또 대구상의 등 비수도권 5개 지역 상의에서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반대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지방의 경제인들은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를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 지역 청년이 취업을 이유로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일각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확대 효과만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를 앞세우기에는 지방의 위기가 너무나 엄중하다. 오히려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면 이참에 국회, 청와대 외에 더 많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것도 세종시에만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아예 출퇴근이 어려운 대구, 광주 등 전국에 분산 이전하는 것이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대구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나, 민주당과 정부에서 행정수도 이전 제안에 이어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계획을 밝힌 것이나 모두 그 방향성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병을 고치려면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발전으로 지방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면 그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고,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진영 싸움 때문에 뒷전으로 밀릴 일이 아닐 것이다.

“왕국이었다”

작가 윤흥길이 1983년 출간한 소설 ‘완장’에는 시골 마을 양어장 관리인인 종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적은 급료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지만 그는 그 일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바로 그가 찬 완장 때문이다. 양어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생트집을 잡아 주먹을 휘둘러도 뒤탈이 없자 그는 그게 다 완장의 위력이라며 그 서푼어치 권력에 푹 빠진다. 아주 예전에 읽은 이 소설을 떠올리게 한 건 최근 일어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사건이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였던 현역선수 2명이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 감독과 주장(특정선수)이라는 완장이 폭력을 당연시해 준 감투였다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과거와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체육계는 여전히 다른 분야에 비해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시스템 특성상 선수들은 사실상 초·중·고에서 대학, 실업팀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후배는 시간이 가면 선배가 되고 또 현역에서 은퇴하더라도 다시 지도자가 돼 한참 후배이기도 한 선수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또 일부 종목의 경우 전체 등록선수를 다 합쳐도 수백 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인원이고, 훈련도 합숙 위주로 이뤄지기에 ‘그들만의 리그’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시쳇말로 한 다리만 건너면 족보를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물론 이 같은 시스템은 선수들에게 이점이 될 수도 있다. 강한 팀워크가 다져지고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운 나쁘게 못된 선배와 지도자를 만나게 된 선수들에게 이는 아예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최 선수의 아버지가 딸을 보낸 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숙현이에게 지옥과 같은 세상이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말이 현실이다.체육계에서 폭력이나 집단괴롭힘 같은 일이 일어날 경우 선수든 지도자든 가릴 것 없이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더 큰 문제는 고통을 당해도 선수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었다는 사실이다. 최 선수는 경찰, 검찰, 협회, 시청, 체육회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중 어느 한 곳에서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당시 그가 느꼈을 절망감에 대해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는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내부고발 형태의 신고자에 대해 2차 피해 보호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말일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특히 체육계의 경우 가해자가 퇴출당해도 피해자는 그 울타리 안에서 계속 운동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최 선수 역시 제때 신고조차 못 한 채 팀을 옮긴 이후에야 그나마 신고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이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선수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또 정부에서는 당연히 이번 사건에서 있었던 여러 기관, 단체 들의 잘못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체육계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온갖 부조리한 일들을 없앨 근본적인 방법은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부모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수없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도 지금 현실은 어떤가, 예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결국 학벌 따지고 학력 따라 연봉 차별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공교육 정상화가 요원한 것처럼, 체육계 문제도 메달 따라 몸값 매기는 성적 지상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최 선수 사건을 언급하며 ‘성적이 선수의 행복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좀처럼 그게 바뀔 거 같진 않다.

신천지교회에 1천억 원대 소송

얼마 전 대구시가 신천지 대구교회를 상대로 1천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신천지 교회 측이 전파 장소가 됐을 가능성이 큰 교회 시설과 교인 명단을 고의로 누락한 데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대구의 경제적, 사회적 피해 규모는 추정 집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막대하다. 또 그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 피해가 모두 신천지 대구교회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그러나 대구 첫 확진자였던 그 교회 신자, 그리고 그 후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확산 과정에서 보였던 교회 측의 대응은 대구의 코로나 피해를 키우는 데 분명 그 책임이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따라서 시의 소송 제기는 응당한 조치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천지 대구교회에 끝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시민정서를 생각한다면 금전적 피해보상 외에 다른 어떤 제재라도 신천지 교회 측은 달게 받아야 할 판이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안전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은 상상한 것들을 다 현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발전하고 있지만, 세상은 아직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것들에 의해 쉽게 구멍이 뚫리고 허물어질 수 있음을 지금 목격하고 있다.코로나19 위협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개인위생 수칙 준수가 전부인 현실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치료제도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 사태에서 감염병 확산과 방역이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그래서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신천지교회 집단감염 사태만 봐도 그들의 지나치게 비밀스러운 활동과 교인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주의 등 교인들의 행동이 당시 전염병 확산을 더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쓸데없는 가정이겠지만 그때 만약 신천지 교회와 신도들이 더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 대구 피해가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코로나19가 위력을 떨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기심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의학적 대응법이 없는 이번 전염병 발생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개인위생 수칙 준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이에 아랑곳없이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증상이 있는데도 여러 곳을 여행 다닌 사람이 있고, 확진 판정 이후 방역 당국의 이동경로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아예 거짓말을 한 이들도 많이 나왔다.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이 문제로 버스나 택시 기사들과 다투는 손님도 있다. ‘나만 괜찮으면 다른 사람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과 다름이 없다.이런 상황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까. 변덕스러운 개인의 양심과 도덕심에만 맡겨 놓는 것을 우선해야 할까, 아니면 강제력이 있는 법, 제도라는 수단을 통해 통제, 관리해야 할까.최근 지역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6월 초 폭염 대책의 하나로 ‘양산 대여 사업’을 시작하고 3주가량이 지났는데 준비한 1천여 개 양산 가운데 분실된 것이 2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2015년과 2018년에도 ‘양심 우산 대여 사업’을 했는데, 그때는 시행한 지 한 달 만에 준비한 우산의 절반 정도가 분실되거나 파손돼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고 한다.대구 도시철도의 전 역사에는 5월부터 ‘양심 마스크 무인판매대’가 설치돼 있어 필요한 사람은 누구라도 현금 1천 원을 놓고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서도 한 달여 동안 도난 사례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들의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근래 포스트 코로나란 말이 자주 쓰인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언택트 문화,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이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보편적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을 거란 예측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체험하고 있는 것 중, 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내가 조심해도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이다. 이 경험이 앞으로 공동체에 가져다줄 변화도 궁금하다.

/박준우 시시비비/ 대구시 ‘왜 이러나’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데다, 확진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대구 코로나 피해가 너무 큰 탓에 다들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이런 말이 거의 습관적으로 나오는 듯하다.그런데 이런 위기 상황을 헤쳐가는 데 앞장서고 시민들의 힘을 한데 모아가야 할 지방정부인 대구시가 요사이 시민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행태를 여러 차례 보여 시민들의 질타가 많다. 공무원들의 생계자금 부정수급에다 수백 명을 한데 모으는 의료인 행사 추진, 간호사 수당 미지급, 300만 원 벌금형이 포함된 행정명령 발표까지, 근 한 달 새 지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굵직굵직한 일만 해도 여럿이다.물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가장 고생하고 헌신한 이들이 의료진과 함께, 대구시를 비롯해 구·군의 공무원이었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근래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대해 대구시가 그 책임을 내려놓을 순 없을 것이다.지난주에는 대구 공무원들의 긴급생계자금 부정수급 사건이 알려졌다. 그 내용이야 다 나왔으니 더 말할 게 없겠지만, 문제는 사건 이후 보인 대구시의 초기 대응이 영 미덥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차에 따라 환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시의 최초 입장 표명이었는데, 이게 듣기에 따라선 단순히 행정 착오나 개인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식의 변명조로 들려 시민들의 화를 더 돋우었다.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먼저 백배사죄하고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충분한 설명과 함께, 책임 소재를 찾아 응분의 조처를 하겠다는 정도의 태도를 처음부터 보였어야 했고, 그게 최소한 시민들에 대한 염치 있고, 상식적인 대응이 아니었는가 하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나서 대구시에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겠는가. 그나마 늦게라도 시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듯해 다행스럽긴 하다.비슷한 시기, 또 시민들에겐 코로나19 대응에 겨를이 없어야 할 지역 한 거점·전담병원 노동조합에서 내놓은 성명이 충격이었다. ‘대구시는 의료진 등 코로나19 대응 봉사자 500명을 동원해 격려 이벤트를 하려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라’는 게 그 내용이었다. 성명이 나온 전후 사정은 더 기가 막혔다. 시가 이달 하순 놀이공원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 계획을 세우고 병원에 공문을 보내 참석자 명단을 미리 통보해 달라고 한 것을 노조에서 ‘정신 차리라’고 시를 깨우치는 의미로 성명을 내게 된 것이라고 한다.결국 이 행사는 취소됐지만, 전염병이 여전한 상황에서 적잖은 예산을 들여 이런 행사를 추진한 시의 배짱과 무분별함, 그리고 안일한 사고방식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나온 시의 해명도 ‘한국관광공사가 제안해서 추진하게 됐다’는 책임 떠넘기기였다.예산 얘기가 이왕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짚는다. 대구시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전국에서 온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았다. 시는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중앙정부 예산지원으로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미숙한 행정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또 대구 간호사 수천 명이 아직 위험수당을 받지 못해 불만이 크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 미지급 이유가 참 묘하다. 위험수당의 경우 타지역에서 온 간호사는 받을 수 있지만 대구에 있는 병원 간호사들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험한 일은 똑같이 했는데 대구는 안 되고 다른 지역은 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행정이란 게 뭔가. 여러 이론이 있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내가 사는 공동체에서 그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행정과 그 기관에 기대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벌어진 일들은 시민의 기대와 신뢰에 큰 흠집을 낸 것이다. 대구시장을 비롯해 공직자들은 이를 단순히 일과성 사고로 볼 게 아니라 그런 일들이 왜 거푸 일어나게 됐는지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공직자에게 더 의지하고 기대치가 높아지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백번 잘해 놓고도 한두 번 실수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는 게 세상사 이치가 아닌가./

/박준우 시시비비/ 시민의식 그리고 시민단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에겐 다소 낯선 찬사가 해외에서 들려왔다.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이 대한민국을 코로나 19 대응 모범국가로 주목하면서 그 배경에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던 것.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는 위안부피해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그게 충격이었던 건 폭로 대상이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시민활동가와 시민단체였다는 점에서도 그랬지만, 그 내용이 도저히 있어선 안 될 일이었기에 더더욱 시민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또 안타까운 건 그 시민활동가의 잘못된 처신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그가 몸담았던 시민단체라는 조직에서 어떻게 그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질 수 있었던가 하는 점이었다.이번 일로 인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시민의식에, 또 시민단체 활동을 선의로만 봐 왔던 많은 이들의 믿음에 혹시라도 균열이나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시민운동이나 시민단체의 힘은 말할 것도 없이 시민사회의 건강한 시민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그 힘은 가깝게는 촛불혁명에서 경험했고, 또 그 이전에는 군사독재와 외세의 압력에 맞서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것을 역사에서 배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민의식은 자유민주주의의 버팀목이자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리라.얼마 전 위안부피해 할머니 한 분이 대구에서, 20년 넘게 위안부피해자 돕기 시민활동가로 일하다 21대 국회에 진출한 한 국회의원을 두고 여러 의혹을 폭로했다. 그 내용은 사실 여부를 떠나 듣기만 해도 기가 막히는 것들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돈만 모았다’ ‘후원·기부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았다’. 할머니의 폭로에 국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애초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한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그 국회의원은 이 단체의 전 이사장이었다.당장 여론이 들끓었고 국회의원직 사퇴와 검찰수사 요구가 빗발쳤다. 동시에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수사를 통해 개인의 잘못은 죄가 밝혀지는 대로 그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관련된 문제들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고, 이참에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정의기억연대는 1980년대 후반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오던 37개 여성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한 단체가 그 모태가 됐다. 처음에는 피해자 지원 활동에 주력하다, 그 후 진상규명이나 교육 및 장학 사업, 기림과 국제연대 사업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활동 범위가 커짐에 따라 단체는 조직, 예산 등 여러 면에서 그 규모가 자연스럽게 커졌을 것인데, 문제는 외형적 성장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성격에 걸맞지 않게 조직이 관료화되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됐다고 한다.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와 그 활동가들을 보는 시각은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엇갈려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대가 없이 시민의식을 가진 이들이 연대를 통해 공동체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은 것 같다.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시민단체 활동에 지지를 보내고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함 대신에 그 후원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측면에서 시민단체들은 정의연 사태를 가볍게 봐 넘길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다시 챙겨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투명하고 합리적인 내부 절차가 보장되고 있는지 더 살펴봐야 하고, 특히 세금을 지원받는 경우에는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시민의식으로 뭉쳐진 힘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수백 명씩 나올 당시, 대구에는 수많은 의료진이 전국에서 왔다. 꼭 와야 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도 감염병 현장을 찾은 그들은 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돌봤다.이런 모습들은 지역민들에게는 아직도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남아 있으며, 또 외신들은 이를 한국인의 놀라운 시민의식이라고 소개했다. 한 개인의 못난 행동 때문에 세계가 놀라워하는 시민의식, 시민운동이 손상되거나 위축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박준우 시시비비…거짓말과 숨기

코로나 사태가 5월 초 황금연휴 직후 터져 나온 이태원클럽발 집단감염 소식으로 다시 경계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을 찾았던 잘못 때문인지 클럽 방문자 중 일부는 진단검사에도, 방역당국의 연락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게다가 확진된 일부 방문자의 경우 역학조사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이동경로를 숨겨 감염병 차단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진단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수천 명에 달한다니 그저 걱정스럽고 다만 운이 따라 큰 탈 없이 시간이 흘러가길 바랄 따름이다.이태원클럽 집단감염 과정에서 드러난 기막힌 일 중 하나가 확진판정을 받은 20대 학원강사의 ‘거짓말’이었다. 수학 강사인 그는 5월2일 새벽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을 찾았다가, 6일 출근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강의했다고 한다. 6일은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공개된 날이었다.9일 확진판정을 받은 그는 또 역학조사에서는 직업을 속이고 전염병 차단에 가장 중요한 이동경로를 거짓으로 진술했다. 그것도 나중에 경찰조사를 통해서 들통난 것이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사이 그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과 그 학부모, 동료 강사 등 수십 명이 감염됐고, 게다가 그중 학생 두 명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한 사람의 거짓말이 교회 신도를 비롯해 1천700여 명이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사태를 부풀린 것이다.해당 지자체는 유사 사례 발생을 막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그 학원강사를 고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이 이미 다 크게 벌어진 다음의 조치였다. 이 사건은 파장이 컸던 만큼 SNS나 온라인에서는 그의 개인 신상과 거짓말 이유 등을 두고 온갖 뒷얘기들이 떠돌기도 했다.거짓말과 관련한 재미있는 글을 본 게 있어 소개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세 부류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거짓말을 만드는 부류로, 이들은 힘센 사람들이라서 원하는 목적을 얻으려는 방편으로 종종 거짓말을 이용한다. 둘째 부류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로, 이편저편을 기웃거리는 기회주의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거짓말을 용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참, 거짓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이태원클럽 집단감염에서는 또 성 소수자들의 ‘숨기’ 행동이 논란거리가 됐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태원 클럽 중 몇몇 업소가 성 소수자들이 출입하는 곳으로 알려지고, 또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보도가 나오자, SNS와 온라인에서는 그 업소와 성 소수자들을 비하하고 욕하는 이들과 다름을 비난해선 안 된다는 이들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이를 의식한 듯 방역당국은 정례브리핑에서 “차별과 배제는 공동체 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결국 방역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또 익명 검사제를 도입해 이들의 진단검사를 유도했다.근래 사회, 경제 현상을 설명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이론 중에 ‘미니멈의 법칙’이란 게 있다. 아무리 단단하게 만든 쇠사슬이라도 결국 그 전체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는 설명으로 더 알려진 이론이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약한 고리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생생하게 보고 있다. 한 사람의 일탈로, 공동체 모두가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됐고, 또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모두에게, 결국 자신에게도 위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그뿐인가. 위기에 맞닥뜨린 경제 약자들의 삶을 그냥 내버려 두면, 그게 결국 공동체 전체의 위기로 이어져 그 피해는 모두가 함께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가라는 공동체의 약한 고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시련과 고통에서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박준우 시시비비…통합신공항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대구·경북 동반 발전과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 속에 추진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올해 1월 말 주민투표를 통해 비안(의성)·소보(군위) 공동후보지를 이전지로 선정해 놓고도 그 이후 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코로나19 사태와 총선 등으로 모두 그동안 그쪽으로 눈 돌릴 여력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벌써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부터라도 대구시와 경북도는 신공항 후속조치 추진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바싹 묶어 매야 할 것이다.신공항 이전사업이 지지지진한 이유야 모두가 알다시피 일차적으론 군위군의 주민투표 결과 불복에 있다. 그런 만큼 지역민들은 그동안에라도 군위군의 입장에 변화가 있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다소 실망스럽다.얼마 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4월20일 있었던 경북지역 시장, 군수 영상회의에서 나온 김영만 군위군수의 발언을 올렸다. “어떻게 하면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훌륭한 공항이 만들어질까, 이것을 염려하는 것인데 시도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정말 공항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곳으로 하겠다.”곧바로 지역에서는 김 군수의 발언 중 ‘공항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곳’을 두고 분분한 해석이 나왔다. 군위군의 승복만 있으면 통합신공항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나온 이런저런 얘기를 종합해 보면 군위군의 기존 입장(군위 우보 단독후보지에 유치)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뿐이었다.지금 시점에서 신공항과 관련해 대구·경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공동체의 확고하고 일관된 실행 의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처럼 공항이전 자체에 대한 시비나 특정지역에 대한 비난으로 혼란이 생긴다면 코로나 사태와 총선으로 달라진 외부 환경과 맞물려 향후 신공항 이전사업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그런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의 책임과 역할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감나무 밑에 누워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식의 자세론 절대 안 된다. 두 지방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군위, 의성 두 지역 간의 합의를 위한 설득 작업은 당연히 계속돼야 하고, 신공항 건설의 사실상 결정권을 쥔 국방부와 정부 쪽에도 더 강력하게 후속절차 진행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이 일은 지방정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다. 지역 정치권도 당연히 힘을 보태야 한다. 특히 21대 총선 TK 당선자들은 앞장서서 공항 이전사업의 꼬인 실타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풀리고 이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최근 들리는 국방부의 분위기로는 일단 코로나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라야 공항 이전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데, 이는 올해 초에 밝힌 총선 이후 사업 추진 약속과는 거리가 있고 특히 코로나 사태 종료를 조건으로 한다면 연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질 가능성마저 있어 우려를 낳는다.총선 이후 정치권, 특히 부산·경남 쪽 정치권의 변화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동남권신공항 역할을 할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앞장섰던 부산시장의 사퇴가 표면적으론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긍정적 변수가 될 것 같지만, 김해공항 확장보다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내심 원하는 부산·경남 여론과 내년이면 본격화할 대선 국면을 생각해 본다면 기다리는 지금의 시간이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분석이다.코로나 사태가 통합신공항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도 있다. 신공항 건설에는 순수사업비 9조3천억 원에다 교통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확보했다고 발표된 예산은 대구시와 국방부가 합의한 순수사업비 부분뿐이고, 대구~신공항 간 공항철도나 고속도로 예산 얘기는 들리지도 않는다.지난 4월24일에는 야권의 대권후보군 한 명인 홍준표 당선자와 경북지역 몇몇 당선자가 이철우 도지사를 따로 만난 자리에서 홍 당선자도, 다른 당선자들도 한결같이 신공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정말 주저주저하다간 대구·경북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지역민과 지역정치권, 지방정부 모두에게 특단의 각오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박준우 시시비비…TK 당선자들 앞에 놓인 과제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이 대구·경북에서는 싹쓸이에 성공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있긴 하지만 그야 어차피 복당을 다짐했으니 싹쓸이란 표현이 과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민 입장에서 과연 통합당이 TK 사수에 성공했다고 기뻐만 할 수 있을까. 지금 대구·경북 상황을 봐도, 또 총선 결과 확인된 전국 민심과 곧 개원할 21대 국회의 구도를 보더라도 오히려 걱정과 염려가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당장 대구·경북에는 난제가 쌓여 있다. 코로나19 피해도 이른 시일 내에 회복해야 하고 장기 침체에다 성장동력 부재로 힘들어하는 지역 산업계는 활로를 찾아야 한다. 여기다 도시 발전의 정체, 인구 감소 등 시급한 과제만 해도 차고 넘친다.그런데 총선 결과는 그나마 있던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 몇도 전멸하고 ‘우리 당’이라고 밀어주던 통합당은 영남권 외에선 참패해 당세마저 대폭 약화할 전망이다. 앞으로 지역예산 확보와 국책사업 추진 등에서 과연 지역 정치권에 정치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 돼버렸다.대구·경북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인적 피해야 겉으로 드러나기에 치료라도 할 수 있지만 수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직,간접 손실과 그로부터 파생하는 지역상권의 피해는 정확한 집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오죽하면 집단파산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매년 예산철만 되면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중앙정부의 예산 따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고위직에 줄 닿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지역정치권의 대여, 대정부 교섭력도 기대한 만큼 뒷받침이 안 된다고 푸념한다.여기에 당장 지역정치권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 예산을 끌어와야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는 게 지역 현실임을 볼 때 지방정부를 위해 중앙정부와의 소통도 거들어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든든한 지원세력도 돼 줄 것을 지역민들과 지방정부는 기대하고 있다.지금 전염병 사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6천억 원,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지역에 풀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재난지원금에 대해 너무 보수적 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한다.뭔 말이냐면 경기도가 전체 도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는데 어떻게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된 대구·경북에서 선별 지원을 결정했느냐는 것이다. 어느 지역보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결국 이걸 지역경제 살리는 마중물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더 적극적인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물론 재난지원금이 지방정부의 재정 형편에 따라 편성됐기에 그렇겠지만, 특별재난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또 지역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지방정부와 협력해 중앙정부에 정치력을 발휘해야 했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시, 도의 대응에서 아쉬워하는 대목이다.이번 총선에서도 지역 정치권은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너나없이 마음 졸이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만도 아니고, 선거 때면 늘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왜 유독 대구·경북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암만 생각해도 뭔가 앞, 뒤가 바뀐 것 같다. 위기 때마다 당을 살렸고, 필요할 때는 힘을 몰아 준 곳이 대구·경북인데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늘 통합당에선 주변부이거나 지도부 눈치보기 신세를 못 벗어나고 있으니 말이다.TK 당선자들은 이제부터라도 통합당에서 지역의 기여분만큼이라도 제 몫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도 지역민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당 지도부에는 당연히 들어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역민들이 통합당에 보여준 정성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요구가 아니겠는가.그런 다음이라야 지역을 위해서도, 그리고 당선자 본인을 위해서도 긴요하게 쓰일 정치력을 TK 당선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통합당 전체 의석수는 적더라도, 해야 할 일을 못 하면 유권자들은 다음 선거에서라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역민들이 언제까지고 실리에 눈감고, 애국심만으로 표를 줄 거라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다.

박준우 시시비비…영화 ‘기생충’과 국회의원 선거

두 달 전, 2월 9일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에, 그리고 그가 대구 출신이란 사실에 지역민들이 마치 내 일처럼 기뻐했던 게. 그런데 그때부터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생각지도 못했던 전염병이 대구·경북을 덮치면서 수천 명이 전염병에 걸렸고, 그로 인해 도시 전체가 사실상 전염병 패닉에 빠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더 지치고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다음 주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살면서 보통 사람이 관계할 일이 거의 없는 게 정치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정치가 최소한 평균 수준의 제 역할은 해 줘야 우리가 별 탈 없이 일상을 보낼 수 있기에 선거는 결코 외면해선 안 될 중대사임에 또한 틀림이 없다.봉준호 감독에게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권의 최고 권위 영화상을 여럿 안겨 준 영화 ‘기생충’은 영화적 재미도 재미지만, 그 내용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철저히 한국적 상황으로 설정해 놓은 빈부격차 문제였지만 세계인들이 여기에 공감한 점이 두드러졌다.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국세청의 ‘2018년 신고분 종합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소득이란 한 해 동안 발생한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소득 등을 합산한 것인데, 2018년 신고분은 2019년 5월 말까지 신고된 소득으로 가장 최근의 과세 자료로 볼 수 있다.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 상위 10% 종합소득 평균 금액은 각각 1억7천96만 원과 1억4천484만 원으로, 하위 10%(대구 120만 원, 경북 127만 원)에 비해 대구가 142배, 경북이 113배 높았다. 특히 대구는 전국 시·도 중 격차 순으로 서울, 제주에 이어 세 번째였다.같은 자료에는 또 평균 근로소득 분석치도 나온다. 여기서도 상,하위 격차가 경북 46배(상위 10% 1억500만 원, 하위 10% 226만 원), 대구 42배(1억692만 원, 254만 원)로 조사됐다. 경북은 서울에 이어 전국 두 번째였다.사실 빈부 격차는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어느 시기, 장소든지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것도 한 사회 안에서뿐 아니라 국가 간, 기업 간, 그리고 같은 근로자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를 인간사의 부조리한 한 단면이라고 한다. 학자들 역시 빈부 격차의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잘 분석해 놓고도 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고 보기엔 그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 해소와 완화를 위해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한다.당장 우리 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 양상을 보이는 사례를 하나 보자. 경제 불평등 해소를 주요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내건 문재인 정권은 출범 초부터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식으로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론적 배경인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그 대표적 정책이다.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현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을 국가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그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집단이 성장해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이 과정에서 개인 소득은 당연히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친기업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하고, 법인세 인하나 기업 관련 각종 제도,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결은 조금 다르지만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어느 정도의 정부 개입에는 동의한다.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노동이니, 친기업이니’ 또는 ‘분배가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 하며 이쪽저쪽을 오가는 정책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런데도 경제 불평등은 여전하고 심지어 더 커지고 있기도 하다.‘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정치의 목표가 국민 행복이라면 정권을 누가 가져가든 그 결과는 결국 같을 거라고 보는 게 맞는 생각일까. 4월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이날 기표소에 들어가면 내 생각을 대변해 줄 대표로 누군가를, 그리고 정치집단을 선택하게 된다. ‘내 삶의 한 부분으로서 정치는 어떠해야 할까’란 물음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박준우의 시시비비…“안방 주인 노릇 제대로 한 번 하자”

정치권의 4·15총선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25개 지역구의 후보자 선정을 끝내면서 대진표가 완성됐고, 26~27일에는 후보자등록이 진행된다. 그러나 전염병이 휩쓸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역민들에겐 선거도, 정치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그렇더라도 우리는 또 정치 없이 살아갈 수 없기에 마뜩잖은 정치일지라도 이를 외면하지 않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대구·경북에서 정치라면 보수정당인 통합당이 늘 관심 순위 최상위에 놓인다. 그래서 선거 때면 통합당 공천 결과를 놓고 시도민들은 평가를 하곤 한다. 그게 선거 과정에 반영될 거란 기대도, 그로 인해 정치가 달라질 거란 희망도 별로 품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그렇게 한다. 아마 다음번엔 좀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거로 생각한다.얼마 전 통합당의 TK 공천 결과가 발표된 후 SNS에는 ‘보수 중도정당에서 공천받는 법’이란 글이 한동안 떠돌았다. 거기에 나온 몇몇 글이다. ‘어려울 때 당을 지키지 말라. 탈당했다가 복당하는 게 더 대접받는다’ ‘보수정당에서 절대로 당협을 맡지 마라. 맡으면 종처럼 부리고 팽 당한다’ ‘보수는 민주주의보다도 기회주의가 살아남는다’ 등등.지역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라면 각 조건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바로 꼽을 정도로, 특정인을 흠집 내거나 편들려는 의도가 분명히 읽히는 글이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크게 틀린 말이 아니라면서 공감하는 걸 보면 통합당에서도 한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문제는 왜 이런 류의 글이 선거 때마다 돌아다니고 일부에서지만 공감을 얻게 되느냐는 것이다. 통합당의 TK 공천 결과가 이번에도 그 빌미를 제공했다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을 듯하다. 당장 지역에서는 ‘기원전(기준, 원칙도 없고 전횡만 있는) 공천’이니, ‘낙하산 공천’이니, ‘지역은 안중에도 없는 공천’이니 하는 말이 나왔고, 또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통합당 공천에서 TK에서는 현역 의원 중 6명이 탈락했다. 현재 이들 중 상당수는 무소속 출마를 고민 중인 걸로 알려지고, 또 이들이 힘을 합쳐 무소속연대를 결성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아무튼 통합당에 험한 지역정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그럼 이런 지역 분위기를 바라보는 통합당 지도부의 생각은 어떨까. 경험상 그 예측이 아주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는 늘 되풀이됐던 터라, 당으로서 관심을 가질 만한 거라곤 그들의 출마로 인해 혹시라도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지 않을까 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낙천자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복당을 불허해야 한다는 공관위 측 주장 정도로 대응하는 모습이다.그러나 정작 답답해야 할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늘 지켜봐야 하는 지역민들이다. 언제까지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만 볼 것이며, 핑퐁 게임을 하듯 그들끼리 주고받는 금배지 아래 줄서기만 할 것이냔 말이다.이번에 공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면면을 봐도, 그들 역시 4년 전이나 그 전 선거에서 지금 자신들이 비판하고 있는 공천 잣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였다. 직전 총선 때도 박근혜키드 얘기가 있었고,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사천, 막천으로 지역이 난리 통을 겪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과 같은 통합당 공천 구조에 당사자로서, 또는 방관자로서 책임 있는 그들이 또 공천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부끄럼도, 염치도 모르는 정치인들에게 변화의 주체가 되길 기대하는 건 암만 봐도 무리일 듯하다. 특히 깃대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TK를 생각하는 통합당에 이 지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기대하는 건 더 그럴 것 같다.믿고 맡겨만 놔선 안 된다면 이젠 지역민들이 정당이, 정치인들이 변화하도록,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내자. 낙하산 공천받은 자에게는 표 주지 말고, 지역민은 안중에 없거나 지역이 어려울 때 앞장서지 않은 이에게는 우리도 눈길 주지 말자. 통합당은 늘 TK에 대해 우리 안방이라고 하는데 언제 여기를 제대로 안방 대접해 준 적이 있었던가 묻는다.

박준우 시시비비…감염병에도 가짜뉴스라니

우리 사회에 가짜뉴스(fake news)가 얼마나 퍼졌으면 이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있다. 최근 한 교수가 발표한 가짜뉴스 유형을 다룬 글이 눈길을 끈다. 그는 가짜뉴스를 모두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허위정보, 오인정보, 거짓정보, 루머(유언비어), 패러디(풍자) 등이 그것인데,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허위정보와 거짓정보일 것이다. 이 둘은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이가 의도를 갖고 계산해서 전파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코로나19 감염병이 지금 대구·경북을 휩쓸고 있다. 지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환자만 수천 명에 이르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감염병 때문에 평온하던 일상이 무너져버렸다는 사실이다.그런데 이런 와중에, 더군다나 감염병 방역에 모두가 온 힘과 정성을 모으고 있는 이런 상황에 확인도 되지 않는 가짜뉴스가 쏟아져나와 힘들고 지친 시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니 기가 찰 일이다.최근 SNS를 통해 접한 것 중 그나마 약한(?) 것만 추려봐도 이렇다. ‘코로나19는 치료가 되어도 폐 손상이 심하다’ ‘올해 4월까지 2개 여행사를 제외한 국내 모든 여행사가 부도난다’ ‘대만 전문가의 10초 이상 숨참기 코로나19 진단법’ 등등. 언뜻 보면 단순한 정보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가만히 읽어보면 불안감을 더 키우는 것들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의도가 섞인 감염병 가짜뉴스도 적지 않다. ‘정세균 총리는 대구 와서 자리 옮길 때마다 옷 갈아입고 지퍼도 보좌관이 올려준다’ ‘(총리는) 밥도 대구 음식 못 먹고 서울서 배달해 먹는다’.가짜뉴스는 그 역사가 커뮤니케이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고 한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백제 무왕과 선화 공주의 러브스토리 탄생의 비화인 ‘서동요’ 얘기도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가짜뉴스였고,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에서 조선인대학살이라는 참극이 벌어진 배경에도 일본 내무성이 악의적으로 퍼트린 허위정보가 있었다는 것이다.그 옛날에도 가짜뉴스가 있었는데, 요즘은 누구나 인터넷과 SNS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최적화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가짜뉴스의 경향을 분석한 학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가짜뉴스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정치·경제적 이해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주로 이해집단 내에서만 공유되었다면 근래에는 그 전파가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특히 최초 가짜뉴스가 여러 경로를 거치면서 스토리가 덧입혀져 2차, 3차 가짜뉴스로 확대, 재생산돼 그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종이 생기듯 가짜뉴스도 변종 가짜뉴스가 만들어져 전파되는 셈이다.얼마 전에는 SNS 등에서 국내외 톱스타들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 있는 ‘신천지 연예인 찌라시’가 급속히 퍼진 적이 있다. 이 가짜뉴스는 그러나 실명 노출 덕(?)에 외려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이름이 들어있던 한 여가수는 SNS에 ‘찌라시 조심하세요,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가짜뉴스가 워낙 넘쳐나다 보니 의외의 일도 벌어진다. 최근 감염병 사태로 신천지 교회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데 이 교회 총회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후에 벌어진 일이 참 묘했다. 회견 내용보다 그가 차고 나온 전직 대통령 이름이 찍힌 손목시계의 진위에 관심이 더 쏠린 것이다.감염병이 두려운 것은 그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그래서 전파 경로를 알 수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짜뉴스 역시 바이러스와 유사한 면이 많다. 최초 생산자가 잘 드러나지 않고 그 전파가 시, 공간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가짜뉴스가 빠르게 전파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확정편향과 고정관념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꼽는다. 즉 자신의 이익과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정보라면 그 진위는 상관없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자신에게 이득인지 손해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냥 감정적으로, 분위기에 휩쓸려 가짜뉴스 전파자가 되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