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성역’은 없어져야

홍석봉 논설위원# 1. 1980년대 중반 한 종교단체 관계자 20여 명이 신문사 편집국에 항의차 방문했다. 그 전 날 보도된 종교단체의 건물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쥐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주택가의 종교시설 건립은 기피 대상이었다. 주민들이 구청에 항의하는 등 상당한 소동을 벌였다. 이와 관련한 보도에서 한 종교단체 시설이 거론됐다. 그중 ‘정신지체장애자 수용시설’이라는 단어가 문제됐다. 당시 그 종교단체 관계자들은 ‘정신장애자’라면 자신들을 ‘광인’ 으로 치부하는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기자는 표현 문제를 정정보도해 주겠다고 사과했다. 결국 그들 단체 행사를 보도해 주는 것으로 상황을 일단락 지었다. 이후 기자는 종교 관련 사건 보도는 극도로 조심했다. 당시의 곤혹스러웠던 기억과 사과했던 아픔까지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2. 1980년대 후반 보훈처장이 대구지방보훈청 초도순시에 나섰다. 당시 대구 남구 대명동 보훈청에는 보훈처장 방문 사실을 전해 들은 상이군인 등 보훈대상자 한 무리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 중 보훈처장의 업무보고 자리에 밀고 들어갔다. 보훈처장 면담을 요구하며 고함을 지르고 의수(당시는 요즘 같은 세련된 모양이 아닌 쇠갈고리 형태였다)를 휘두르며 항의하자 놀란 보훈처장이 인근으로 피신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들은 이튿날 언론사에 찾아가 의수로 편집국 테이블을 찍으며 쇠갈고리 표현에 항의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내겐 이게 손이다. 왜 손을 쇠갈고리라고 하느냐”며 분개했던 것이다. 언론사 간부들이 고개 숙여 사죄하고서야 간신히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이후 상당 기간 상이군경은 기피 대상이었다.-종교 및 시민단체 등 위세 보이던 ‘성역’# 3. 2000년대 중반 경북도내 한 도시의 기관장 오찬 모임. 남자 직원 2명이 전용 의자에 앉은 장애인 한 명을 끙끙대며 양쪽에서 부축해 오찬 자리에 앉혔다. 시장을 비롯한 참석 기관장들이 모두 일어나 뒤늦게 자리에 참석한 그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는 장애인 단체 대표였다. 뒤에 알고 보니 그는 그 지역에서 시장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인사였다. 그 지역에서 그의 눈 밖에 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한 일을 겪는다는 말이 돌았다. 그와 일이 얽혀 봉변을 당한 경찰 간부의 얘기가 전설처럼 회자됐다. 그는 그 지역에서 모두가 어려워하는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장애가 오히려 자산이었다. 그 힘을 맘껏 활용했다.위안부피해자를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윤미향 사태가 기자의 옛 기억을 소환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은연중에 형성된 성역이 있다. 이 성역은 때로는 약자라는 이름을 앞세워, 때로는 단체와 종교의 이름으로 쉬이 접근이 어려운 영역을 형성해왔다. 이들은 시민의 선의에 기대어 스스로 설정한 영역 내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이들 중에는 사회 상규에서 벗어난 독특한 조직 운영과 관리로 주목받기도 했다. 대개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폐쇄적 운영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의연대 처럼 어떤 일을 계기로 파행 관리와 운영이 드러나기도 한다.-권력에 기대 영향력 발휘, 성역 부정해야사회 발전과 시민 의식의 성숙에 따라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 허울을 벗듯 성역은 하나 둘 무너졌다. 이제 성역이라고 할만한 조직과 단체는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권력에 기대 비상식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들이 없진 않다. 경찰과 검찰까지 우습게 여기는 이들이다.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이 버려야 할 4대 우상(偶像)으로 종족, 동굴, 시장, 극장의 우상을 꼽았다. 그는 편견과 선입견이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로막는다고 했다. 베이컨의 정의 처럼 극장의 우상과 동굴의 우상이 만든 것들이 우리 사회의 성역이었다.윤미향 사태로 절대선으로 여겨지던 한 시민 단체 운영자의 허상이 무참하게 깨뜨려졌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신천지 교회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상을 만든 것도 인간이고 깨뜨리는 것도 인간이다. 편견이 만든 허상은 당연히 적폐 대상이다.

TK 당선자, 지역민에 응답하라

21대 총선의 여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보수의 참패였다. 그러나 TK(대구·경북)에서는 보수가 완승을 거뒀다. 지역민들은 100% 자신들의 의도 대로 선거결과가 나왔지만 찜찜함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현 정권의 중간 평가와 진보·보수의 균형을 위해 선택한 결과이지만 TK가 전국적으로 고립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TK 의원들은 지역민에 무한 부채 의식을 가져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잇단 TK 패싱으로 지역 민심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당선자들은 지역민의 선택에 응답을 해야 한다.---‘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지역 4대 현안국회가 개원하면 앞장서야 할 과제가 있다. 지역 4대 현안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대구 취수원 이전, 알짜 공공기관 지역유치 등이다.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큰 그림이다. 지난해 12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행정통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전격 제안했다.행정통합은 통합신공항, 취수원 이전 등 다른 현안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주민 공감대 형성과 법적, 행정적 절차가 필수적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당선자들은 대구시, 경북도와 특별법 제정을 위한 협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더 이상 뭉그적댈 수 없는 과제다. 지역의 미래가 걸려 있다. 그러나 안팎으로 난관에 직면한 상태다. 총리실에서는 지난해 6월 부산·울산·경남 단체장과 국토부 장관이 합의해 김해신공항 입지 재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 대신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 정권에 먹혀 들어간 때문이다.여권이 ‘부울경 민심 잡기’ 전략으로 접근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을 불허한다. 만약 김해공항 백지화(가덕도공항 건설로 가는 수순)가 결정되면 대구·경북 통합공항은 동네공항으로 전락하게 된다. 지역 정치권이 가덕도신공항 저지와 통합공항 건설이라는 투트랙 전략의 선봉에 서야 한다.상황이 이렇게 긴박한데도 지역에서는 통합공항 입지선정과 관련한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양지역 주민투표에서 다득표를 한 ‘군위 소보·의성 비안’을 제쳐두고 군위군이 ‘군위 우보’를 유치지역으로 신청한 때문이다. 당선자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시도지사, 군위·의성군수와 함께 합치된 의견을 도출해내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입지조차 결정하지 못하는데 중앙정부에서 부울경과 등지고 TK 편을 들어주겠는가.대구취수원 낙동강 상류(구미 해평) 이전은 10년 넘게 해묵은 현안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7월 말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과 ‘구미산단 폐수 무방류 시스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한다고 예고했다.수질 오염을 우려하는 대구와 수량 감소를 걱정하는 구미의 주장이 한치 양보없이 맞서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되면 갈등 봉합이 쉽게 이뤄질 수도 있다. 정치권이 팔짱만 끼고 있어선 안된다.---지역민 후회 않게 해결사 역할 나서야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현안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총선이 끝나는 대로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122개 기관이 거론된다. 대구시는 중소기업은행을 1순위로 희망한다. 본사 직원 3천 명, 계열사 11개의 대형 알짜 공공기관이어서 전후방 파급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대구는 중소기업 비중이 99.95%에 달하는 중소기업 도시다. 중소기업을 위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유치에 더 이상 합당한 명분이 없다. 반드시 유치해 대구를 중소기업 금융중심도시로 키워야 한다.21대 TK 의원들이 지역민에 진 빚을 갚는 첫 걸음은 4대 현안 해결에 앞장 서는 것이다. 선택한 지역민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현안별 중앙부처 ‘키맨’을 찾아 개원 초기부터 적극 나서라. 지역민들이 “우리가 국회의원을 잘못 뽑은 것은 아닌 모양이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힘을 빼라

홍석봉 논설위원골프를 배울 때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듣는 말이 ‘힘을 빼라’다. 골프 스윙을 하면서 힘이 들어가면 체중 이동이 잘 안되고 뒤땅을 치거나 에러 샷이 나온다. 초보자는 거리를 내고 싶은 욕심에 골프채를 잡은 손에 힘을 잔뜩 주고 채를 휘두르는 경향이 많다. 힘이 들어가면 몸이 경직되고 움직임이 둔해진다. 정확성이 떨어지고 속도와 파워도 줄어들어 공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힘 빼는 데만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숙달되고 단련돼야 힘이 빠지고 정확한 스윙 동작이 나온다.테니스나 축구, 야구 등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다. 테니스도 강한 스트로크를 하려면 팔에 힘을 빼고 부드러운 스윙을 해야 한다. 축구에서 강한 슈팅을 하려면 몸에 힘을 빼고 유연하게 차야 한다. 배구의 강 스파이크도 부드러운 몸놀림에서 나온다. 힘이 들어가면 똥볼과 파울볼이 나오는 등 미스 샷을 하기 마련이다. 투수와 수영 선수도 어깨에 힘을 빼야 속도가 나온다. 유도나 태권도 등 격투기도 힘을 빼야 제대로 된 동작과 타격이 가능하다.바이올린, 대금 등 악기를 배울 때도 힘을 빼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힘이 들어가면 몸이 굳고 바른 자세를 갖추지 못해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글쓰기도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힘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써야 좋은 글이 나온다. 글쓰기와 관련, 시인 박노해는 ‘긴장하면 굳어지고 굳어지면 무거워지는 법 그러니 먼저 힘을 빼라’고 했다.-운동과 악기, 힘들어가면 성공 못해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 이후 열린우리당의 실패가 ‘소환’됐다. 민주당이 당선인 워크숍에서 초선 당선인들에게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실패 사례 기록 책자를 배포했다. 이 대표는 앞서 민주당의 총선 선대위 해단식과 당선인에게 보낸 서한에도 이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했던 열린우리당이 승리에 도취, 겸손하지 못한 탓에 18대 총선에서 81석으로 추락한 사례를 들며 승리에 자만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힘을 빼라’는 것이다.열린우리당의 실패 사례 책자에는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후한서(後漢書)에 공자의 말을 인용한 데서 유래됐다. ‘수가재주 역가복주’는 정치인들이 민의의 중요성을 일깨우거나 비유할 때 애용하는 말이다. 이로운 것이 때로는 해가 될 수도 있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평소에 장차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곤란과 위험에 대비해 두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민주당의 실패 사례 복기는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겸손한 거대 여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부드러움은 능히 굳셈을 제어하고, 약한 것은 능히 강함을 제어한다. 부드러움은 덕이고 굳셈은 도둑이다. 약함은 사람을 돕는 것이고 강함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병법서인 ‘육도삼략(六韜三略)’에 나오는 말이다.-자신 낮춰야 국민 보여, 정치도 힘 빼야모든 운동과 악기를 다룰 때도 많은 훈련과 연습을 해야 힘이 자연스럽게 빠지듯 세상살이도 마찬가지다. 성공과 성취에 안주, 어깨에 힘이 들어가 오만과 독선적 행동을 하다가 험한 꼴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겸손과 배려, 양보를 잊은 때문이다.정치도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수련해야 힘을 뺄 수 있다. 자신을 낮춰야 국민이 보인다. 그래야 표가 나온다. 국민을 먼저 생각했다면 조국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4·15 총선 이틀 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사악한’ 검찰과 언론을 손보겠다고 공언하는 등 안하무인격 행동으로 공분을 샀다. 차기 대통령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인사가 ‘이천 화재’ 희생자 빈소를 찾았다가 무례한 언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평소 온화하고 순리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힘을 빼지 못해 ‘깜냥’을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 정치 7단쯤 되는 이에게도 힘 빼는 일은 쉽지 않은가 보다. 과연 앞으로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힘을 뺄 수 있을까. ‘K방역’ 성공에 취한 사이 코로나19가 다시 튀어나왔다. 겸손과 절제가 요구되는 시기다.

대일광장…농어업회의소를 아십니까

수입 개방 등 농어업 관련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농어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국회로, 정부 청사로 몰려간다. 그러나 목소리는 쉽게 묻힌다. 이야기를 정부에 전달해줄 공식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우리나라 농어민을 대표하는 기관은 어디일까. 농·수협인가, 각종 농어민단체인가.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농·수협은 농어민이 회원으로 가입한 협동조합일 뿐이다. 또 한농연, 전농, 농촌지도자회, 한우협회 등 여러 단체들은 설립목적에 맞게 가입한 농어민들의 분야별 대표단체다. 우리나라에는 전체 농어업인을 대표하는 기관이 없다.이러한 가운데 농어민 대표단체로 ‘농어업회의소’가 잇따라 설립되거나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민관협치의 농어정(農漁政) 거버넌스를 구축하자는 것이다.---20대 국회 법제화 사실상 무산농어업회의소 법제화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20대 국회에는 ‘농어업회의소법’이 계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손금주, 무소속 정태옥 의원 등 10명의 여야 및 무소속 의원이 지난 2019년 1월 발의한 법안이다.헌법 제123조 5항에는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 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는 농어업회의소법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 민생법안이긴 하지만 주목도가 떨어지는 농어업 문제여서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농어업회의소는 생소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상공회의소가 상공계를 대표하는 법적 단체로 기능하는 것과 같다. 자유무역의 확대로 수출입이 개방되면서 영세한 국내 농어업인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농어업회의소는 여러 농어업 단체를 묶어 지역, 단체, 품목 등 전체 목소리를 대변하는 법적 조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대표성, 전문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농어업회의소는 현재 경북 봉화, 강원 평창, 전북 진안 등 전국 14개 시·군에서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 최초는 2011년 창립한 진안이다. 광역 단위로는 충남도회의소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법률이 제정되면 특수법인으로 전환될 예정이다.설립이 추진 중인 곳은 13개 시군이다. 경북에서는 경주, 의성, 영덕, 고령 등이 움직이고 있다.봉화 농어업회의소는 2012년 출범했다. 현재 개인 회원은 1천100여 명이다. 전체 7천500여 농가의 15%가 가입했다. 28개 농어민 조직이 단체 회원으로, 농축수협 등은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설립 9년째를 맞은 봉화회의소는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100억 원) 조례 제정을 이끌어냈다.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센터(2014년 7월~2019년 2월)를 운영하고, 백두대간 봉화사과데이 축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로컬푸드 매장(2016년 6월~현재)을 개설하는 등 로컬푸드 활성화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뒀다.농어업회의소의 기본 목적은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농정을 현장과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가 방향성이다. 그러면 범농어업계의 대의기구로 정부 및 지자체와 파트너십이 구축된다. 농어업인의 참여를 통해 농어정의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다. 법률로 보장되는 자율기구이자 공적 대의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민관협치의 농어정 거버넌스 구축농어업회의소는 농정 자문 및 건의, 지역 실정에 맞는 농어업제도 조사연구, 정보제공 등의 기능을 한다. 또 귀농귀촌 지원, 농어촌 공동체 만들기, 로컬푸드 활성화 등 다양한 특화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지자체 농업조례 추진 등도 중요한 기능이다.농어업회의소법(안)에 따르면 조직은 총회, 대의원 총회, 이사회를 둔다. 100명 이내로 구성되는 대의원회는 읍면지역 대표, 단체 회원, 특별 회원 대표를 선출해 운영된다. 분야별 6~8개의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다.농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는’ 농어민의 뜻이 농어정에 반영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어업회의소가 필수적이다. 21대 국회가 개원되면 우선적으로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보수, 5·18과 세월호의 강 넘어서야

홍석봉 논설위원21대 총선이 열흘 지났다. 여당의 압승이고 보수 야당의 참패다. 당연한 결과지만 야당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야당을 절대 지지했던 TK(대구·경북)도 허탈감과 무기력감에 빠졌다.보수의 패인을 두고 백가쟁명식 분석이 난무한다. 하지만 여야의 득표율을 따져보면 보수 야당의 참패가 아니라는 분석이 의미 깊다. 보수는 통합당의 참패를 인정하고 자유 우파의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선거후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강경 보수와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사전선거 조작설’에 대해 보수 진영조차 고개를 흔든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제 그만하자. ‘낡은 보수’에 끌려가는 모습 바꿔야 한다”고 했다.미래통합당의 TK 싹쓸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TK가 통합당에 표를 몰아주었지만 더불어민주당에게도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많은 지지표를 던졌다. 한 친노 시인은 4·15총선 결과와 관련, “대구는 독립해 일본으로 가라”는 지역 혐오 글로 지역민들을 분노케 했다. 하지만 TK의 통합당 지지 보다는 호남의 민주당 지지 비율이 훨씬 높다.TK 마저 무너졌다면 개헌선이 붕괴됐을 것이라고 한다. 보수는 설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통합당이 당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TK 홀대론이 나온다. 통합당은 실컷 이용만 해놓고 TK를 부담스러워한다. 당연히 TK의 역할을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TK는 떳떳이 권리를 주장하고 챙겨라.-총선과 코로나, 탄핵과 열등의식의 강 넘어총선 참패가 결코 나쁜 결과만은 아니다. 보수는 이번 총선에서 의외의 소득을 거뒀다. 보수 야당의 원죄로 치부되던 탄핵의 강을 건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따라다녔던 꼬리표를 떼냈다. 친박, 친이의 계파 문제도 정리됐다. 극렬 지지층이면서도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 됐던 태극기부대와도 결별했다. 조원진의 우리공화당과 김문수, 전광훈 목사의 기독자유통일당, 홍문종의 친박신당은 한 석도 못 얻었다. 박근혜 망령도 함께 날아갔다.보수는 촛불시위와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민주화의 방관자 내지는 반민주화의 동조세력이었다는 부채 의식과도 결별했다. 경원시했던 운동권도 별것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통해 선진화된 국민 의식과 고도의 방역 수준, 세계 최고의 보건 의료 시스템, 진단 키트와 마스크 등 탄탄한 제조업 기반의 저력을 확인했다. 스스로도 몰랐던 우리의 힘을 소위 선진국이라는 국가에서 먼저 인정해 주었다. 오롯이 국민의 힘이다. 한국이 이제 열등의식에서 벗어나 세계 리더 그룹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외국 언론들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칭찬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역사 이래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만큼 올라간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마저 그들의 눈에는 경이의 대상이다.한국은 명실공히 선진국이자, 일류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최근 몇 년 동안 경제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코로나가 전화위복이 됐다. 우러러보던 미국과 일본조차 이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과거에 발목 잡혀 뒷걸음질 치지 않아야이제 보수는 5·18과 세월호의 강을 건너는 일만 남았다. 보수는 박근혜 탄핵의 강을 건너듯 5·18과 세월호의 강을 넘어서야 한다. 이미 5·18은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개념을 정립하며 국가 차원에서 정리됐다. 관련자들의 입만 조심하면 될 일이다. 세월호 망언이 4·15선거 막판 판세를 흔들었다. 세월호 문제는 정부의 처리에 맡겨두면 된다. 괜히 밤 놔라 대추 놔라 할 필요 없다. 이제 더 이상 과거에 발목 잡혀 뒷걸음질 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보수는 조국이 말아먹은 공정과 정의를 원래 자리로 되돌리고 보수의 가치를 살리는 미래설계를 고민하라. 과거 유산은 21대 총선, 코로나와 함께 털어버려라. 이제 더이상 꼰대는 없다. 사사건건 정부 발목만 잡는 정당도 없다. 노무현이 이루려고 했던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가는 일만 남았다.지겹기 한정 없던 코로나의 기나긴 터널도 이제 끝이 보인다. 우리는 그동안 험준한 산도 깊은 강도 건녔다. 518과 세월호의 강을 넘어 미래로 가자.

‘읍참마속’의 TK 총선 민심

전국 표심과 TK(대구·경북) 표심은 확연히 달랐다. 전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유례없는 대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TK지역에서는 미래통합당이 전 지역구 싹쓸이(무소속 홍준표 당선자 포함)를 했다.TK 민의는 단호했다. 민주당 김부겸과 같은 가능성 있는 진보 진영 후보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내쳤다. ‘읍참마속’의 심정이었을 것이다.---보수 지역 싹쓸이…진보 독주 반작용지역에서 보수가 완승한 것은 진보의 독주에 대한 반작용이다. 문재인 정권의 불안한 정책에 누군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마음이 모인 것이다.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해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절절한 호소다. 전국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균형을 TK에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이다.21대 총선을 통해 진보와 보수가 지난 4년 간의 성적표를 받았다. 통상 대통령 선거 이후 실시되는 총선은 ‘국정 안정론’ 대 ‘정권 심판론’의 격돌이다. 2022년 대선의 향배를 미리 점쳐 볼 수 있고, 전국과 지역의 정치지형 변화를 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총선이 끝나면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민심이 과거 패턴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결과는 같지만 접근하는 과정은 달랐다. 과거 TK의 선택이 영호남으로 나뉜 지역패권주의의 산물이었다면 이번 선택은 이대로 가면 국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보수가 주저앉으면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진보는 지역에서 또 다시 외면당했다. 현 정권 3년 동안 여러 실정(失政)이 진보가 선택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TK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들이 주민들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한 때문이다.이번 총선의 평가 기준은 다양했다. 지난해 전 국민을 둘로 갈라버린 조국 사태, 공수처법 논란, 전대미문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이어진 선거법 개정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대북, 대미, 대일 관계 등을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의 혼선과 어설픈 탈원전 정책, 소득주도 성장,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민생경제 파탄 정책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코로나와 관련해서는 ‘창문 열어놓고 모기잡는 격’이라는 비난을 받은 중국인 입국금지 외면, ‘괜찮다’만 연발하다 늦잡친 감염병 경보 조정, 전국민을 떨게 만든 마스크 대란, 사태 초기 지역 간 병상 공유 실패, 그로 인한 대구지역 자가격리 환자 잇단 사망 등도 평가 대상이었다.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이러한 이슈가 모두 묻혀버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감염병 위기와 경제난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린 것이다.TK는 어쩌면 이번 선거의 최대 피해지역일 수 있다. 4년 전 지난 20대 총선 때 김부겸, 홍의락 의원이 진보의 대구 교두보를 확보했다. TK 정치지형의 다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던 것이다. 전국민이 반겼다. 특히 지역민들이 기뻐했다.당시 지역민들은 가능성 있는 인물이고, 진정성 있는 활동을 하는 후보라면 인물 위주로 투표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엔 그들도 추풍낙엽이 됐다. 그들이 제시하는 비전이나 인물의 중량감과는 별개다. 전체 정치 상황을 보는 지역민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TK는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을 외면함으로서 현 정권의 핵심과 연결될 수 있는 선을 스스로 잘랐다. 집권여당의 인물을 키워야 지역 발전에 유리하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지역민이라고 왜 갈등을 않았겠는가. 그래야 지역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안다.---누구도 TK 민심을 나무랄 수 없어그러나 이번에는 국비 배정이나 국책 사업에서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2차적 문제가 됐다. 진보·보수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 우선이라는 대의를 선택했다.한국 정치의 균형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한 TK의 균형자 역할 자임은 계속될 것 같다. TK가 오지랖 넓게 전국의 진보·보수 균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빨리 와야 한다.누구도 이번 TK의 선택을 나무랄 수 없다. 진보는 지역 민의를 보듬어 다음 선거에서 다시 싹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TK에서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말이다.

대일광장-묻지마 투표의 유혹

홍석봉 논설위원봄꽃이 절정이다. 향연은 사라졌다. ‘4·15 총선’이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도 실종됐다. 정치의 장이 될 노변정담도 없다. 고작 선거 방송을 통해서나 후보자 면면과 공약을 귀동냥한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특정 정당에 대한 편애와 저주만 남았다. 유권자의 관심도 시큰둥하다. 현역 의원의 프리미엄도 맥을 못춘다. 무소속과 기타 정당 후보는 존재감도 없다.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에 매몰됐다.비례 대표라는 꼼수 정당은 조국의 부활을 선언하고 박근혜가 춤추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광화문 광장을 뒤흔들던 우리공화당도 바람 앞의 등불이다. 선거판은 거대 양당을 향한 맹목적인 지지만 꿈틀댄다.TK는 거대 양당으로부터도 관심 밖이다. 여야 모두에게서 창밖의 그녀다. 정치적 편식 탓이다. 여야 지도부는 뻔질나게 PK를 찾는다. 다 꺼진 가덕도신공항의 불씨까지 되살리려 부채질한다. 여당은 TK에 공들여봤자 이삭줍기도 어려울 것 같다. 야당은 산토끼만 쫓느라 안달이다. TK 선거는 흥미를 잃었다.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결말은 뻔한 거니까.TK는 다급하면 찾고 머리 숙이는 야당의 이중적인 행태가 얄밉기 짝이 없다. 아쉬울 때만 ‘보수 성지’니 ‘텃밭’이니 하며 집토끼를 챙긴다. 그러다가 형세가 유리해지면 외면한다. 지역에서는 보수 야당의 이런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비슷한 처지의 호남 사례가 대비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호남은 만년 주인 행세를 해온 민주당의 콧대를 아주 뭉개버렸다. 선거 결과 광주·전남 28석 중 국민의당에 25석을 몰아줬다. 안철수 국민의당의 완승이었다.호남을 신주 모시듯 했지만 오만이 화를 불렀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 ‘호남 홀대와 소외론’이 회초리를 들었다.-민심 외면한 보수당, 공천 심판 물건너가미래통합당의 행태도 민주당과 오십보백보다. ‘서울 TK’의 낙하산 공천 등 막장 공천이 지역민의 분노를 샀다. 반발이 컸다. 결국 두 곳만 후보를 바꿨다. TK의 일편단심이 TK를 발가락의 때만큼도 여겨지지 않게 만들었다.민주당은 호남에서 민심을 외면한 공천이 호되게 당했다. 민심에 반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절감했다. 중앙당의 일방통행식 내리꽂기가 사라졌다. 결국 ‘시스템 공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이후 호남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로 화답했다.미래통합당은 ‘텃밭’에서 아픈 경험이 없다. 그래서 오만하다. 기껏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게 큰 이변이었다. 뼈를 깎는 자성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은 금세 잊었다.TK와 호남의 차이는 통합당은 TK를 ‘봉’으로 여기고 민주당은 텃밭 민심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양 지역 모두 도긴개긴이 될 것으로 보인다.-선택지 없어 묻지마 투표 망령 되살아날 듯21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TK 여론은 현 정권의 경제 실정과 외교·안보 파탄 등 나라를 망가뜨린 정권 심판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간다. 또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기형아를 낳고 위성정당 꼼수를 부린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기를 쓴다. 전 국민을 열패감에 빠트린 조국을 복권시키려는 몰염치한 추종세력을 끌어내리겠다고 벼른다.정권과 한통속으로 말아먹은 여당을 준엄하게 꾸짖고 지역 민심을 외면한 보수 야당의 오만을 심판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의치 않다. 양대 거대 정당의 횡포에 환멸을 느끼지만 불행하게도 대안이 없다. 밀어줄 만한 정당이 없다. 통합당의 행태를 그냥 지켜봐야만 하는 지역민들의 심사는 불편하다. 최선은 없고 차선을 고민하고 있다.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 누가 나왔는지, 공약과 정책은 무엇인지 별로 관심 없다. 대신 특정 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 망령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TK가 또다시 ‘보수꼴통’ 소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호남도 묻지마 조짐은 있다. 대안부재의 현실이 안타깝다. 코로나 악몽 속에 꽃이 피고지는 지도 잊은 채 봄날은 간다.

코로나 위기, 냉정해져야 극복한다

위기를 넘기려면 냉정해져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수습의 최전선에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그렇다.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과 혼선을 보면 ‘마음만 급한 것 아닌가’,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취약계층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해져 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대해 가구당 100만 원(4인 가족 기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상한 상황에 긴급하게 지원에 나서겠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하지만 긴축예산을 편성하든 국채를 발행하든 재원은 한정돼 있다. 긴축이 지나치면 국가가 해야 하는 필수적 사업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국채를 과도하게 발행하면 재정 안정이 흔들리게 된다.---꼭 필요한 계층 핀셋 지원하는 것이 기본현금 지원은 많은 국민에게 용돈 수준으로 나눠주기보다는 꼭 필요한 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핀셋 지원’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정부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발표부터 앞세웠다. 관계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국민들의 의문에 대한 답변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가장 큰 관심은 하위 70%의 기준이 뭐냐는 것이다. 뒤늦게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숙지지 않고 있다. 고가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어느 선까지 반영할 것인가. 일단 고액 자산가를 배제하겠다는 원칙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했다.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결정은 무엇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양한 측면의 세부 검토 없이 덜컥 정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수순이 꼬였다.지원금 논란의 불은 3월 초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당겼다.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가세했다. 정부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 도지사는 전격적으로 모든 도민에게 1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1조3천억 원이 넘게 든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돌출행동이다. 엄청난 예산을 푼돈으로 만든 것이다.이후 여러 지자체가 지급 대열에 동참했다. 기준이 없으니 금액과 대상도 들쭉날쭉이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지자체를 다독거려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자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간만 끌다 가이드라인 제시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대부분 지자체의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기준을 넘는 경우가 없다.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비교적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달랐다. 지자체보다 늦은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통 크게 70%를 설정하고 등장했다. 당정 협의과정에서 기재부의 50% 안은 묵살됐다. 가능한 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민주당안이 채택됐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치적 판단’이 낙점을 받은 것이다.일정 수준의 고정 급여를 받는 가구에 긴급지원금을 주더라도 의도한 대로 소비 진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계획된 소비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효과는 크지 않고 재정부담만 키우게 된다.이중 삼중의 지급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다수의 광역지자체가 지원을 발표한 상태다. 일부 기초지자체도 나섰다. 정부 지원을 포함하면 같은 목적의 나랏돈을 삼중으로 받는 사람도 나타나게 된다. 전혀 못받는 사람도 있는데 형평성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위기는 이제 시작…시행착오 용납 안돼지자체 부담과 관련한 반발도 터져나온다. 정부는 총 9조1천억 원 규모의 지원금 중 2조 원은 지자체 부담으로 제시했다.그러나 지자체들은 이미 자체 지원을 시작해 여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100% 국고로 보전해 달라고 한다. 지자체 몫 20%를 분담하지 않고 정부지원 80%만 주민에게 전달하겠다고도 한다. 혼란스럽다. 이 역시 정부의 사전 조율 미흡에 따른 자업자득이다.코로나 위기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산업 경기가 급전직하로 식어간다는 통계도 나온다. 이번 한번 지원금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장기화되면 그때는 어쩌나. 정책의 시행착오가 용납되지 않는 엄중한 시기다.

홍준표의 선택

홍석봉논설위원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자칫 밋밋해질뻔한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전국적인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하지만 홍 전 대표의 총선 가도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곳곳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그를 바라보는 TK(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시각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때문이다. 보수의 차기 대권 후보로 지역에서 밀어주어야 한다는 인물론과 그가 몰락하는 정치인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시각이 다양하다.그는 21대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바라는 미래통합당 지도부에 정면 반발, 보수 텃밭 출마를 고집했다. 그가 대구 출마를 재고 있을 때도 대권 후보급이 만만한 대구를 노린다며 못마땅해 하는 지역 여론도 적지 않았던 터이다.경남 창녕이 고향인 그는 중·고교 시절을 대구에서 보냈다. 그는 TK 성골은 아니더라도 진골은 된다며 대구 연고를 강조한다.-“TK 대권 주자 밀자”… 이상 기류에 ‘뜨악’홍 전 대표는 드라마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치렀다. 3김 시절 YS(김영삼)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발탁, 1996년 제 15대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4선 의원과 경남도지사, 19대 대통령선거 후보, 자유한국당 초대 당 대표를 거쳤다. 그런 그가 이번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 출마를 노렸지만 통합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앞서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도 퇴짜 맞았다. 결국 그는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홍 전 대표는 자칭 스트롱 맨이다. 거침없는 입과 강성 이미지가 그의 전매특허다. 그는 안티도 많다. 거친 입과 여성비하 발언, 무례한 언사 등 걸핏하면 입방아에 올랐다. 전교조와 민노총 등에 대한 강성 발언으로 보수층에는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진보 쪽에는 기피 대상이다. 그는 19대 대선 과정에서도 본인의 장기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그런 홍준표가 정치 인생의 마지막 승부처에 섰다. 그는 지난 26일 대구 수성을 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며 “대구가 마지막 정치 인생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건 승부를 시작했다.-지역 민심 ‘글쎄요’…몰락 길 걸을 수도그런데 뜻밖이다. 선거 초반이긴 하지만 지역 민심이 그다지 좋지 않다. 생각만큼 뜨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조직의 도움 없이 무소속으로 하는 선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새삼 느끼는 요즘”이라며 “그래도 대구에 친구도 많고 지인도 많아 무소속의 서러움이 덜하긴 하다”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도에 대해 에둘러 표현했다.선거에 이골이 난 그이지만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는 잔뜩 조바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는 무소속 출마를 비판한 한 중앙 일간지를 절독 선언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수성을 연착륙에 대한 초조함이 묻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통합당의 막천 공천을 성토하며 초반 기선잡기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다. 편한 길을 택한 그의 출마 명분이 약한 때문이다. 생각만큼 무소속 바람도 일지 않는다. TK 토종 후보 동정론도 부담이다.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을 우려, 무소속 연대 등과 거리를 두고 있는 점도 부정적 요소다.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윤환 전 민정당 대표의 몰락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이것도 극복 과제다. 구미 출신 김윤환은 1978년 유정회 국회의원으로 출발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의 대통령 당선을 도와 ‘킹 메이커’로 불렸다. 이후 이회창을 대선 후보로 만들었고 신한국당, 한나라당의 당권을 잡았다. 하지만 2000년 16대 총선에서 이회창에게 토사구팽 당했다. 민주국민당을 창당, 구미에 출마했으나 도의원 출신 김성조에게 패했다. 김윤환은 2년 후 세상을 등졌다.홍 전 대표는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는 것이 아니라 TK 기반으로 정권을 가져오기 위해 무소속으로 대구로 온 것”이라고 수성을 출마 명분을 내세웠다. 홍 전 대표가 이 모든 것을 극복하면 차기 대권 행보에 힘을 받을 수가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만사휴의다. 홍준표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대일광장…포퓰리즘과 코로나 긴급생계비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아 더욱 힘든 시간이다. 전국의 확진자가 86%나 집중된 대구·경북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해고된 아르바이트 직원, 일용직 근로자, 비고정 급여 생활자 등 저소득 계층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자체와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재난 주민·지역에 선별적으로 지급해야긴급 지원금은 재난을 입은 사람과 재난지역에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피해의 경중에 따라 지원의 크기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순위도 있다.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일부 지자체장들이 전 국민에게 1인당 1백만 원씩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경우 총 소요 재원이 무려 50조 원에 이른다. 금년 국가 예산 512조 원의 약 10%에 해당한다.미국(고소득층 제외)과 일본이 국민에게 현금 지급을 검토하는 것은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당면 과제는 코로나 이후 살길이 막막해진 저소득층의 생계지원이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은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포퓰리즘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경제를 살리고 코로나 피해주민을 지원하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 제안은 재정건전성 저해와 함께 효율성도 의문이다.한 여론조사 결과 긴급생활비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안의 찬성률은 29.4%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일정소득 이하 가구에 지급하자는 안의 지지율은 61.6%였다.지자체 재정상황과 국민정서를 감안해 접근하는 지자체장들도 있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예산 구조조정 등으로 마련한 2천억 원을 중위소득(100% 또는 85%) 이하 일용직, 택시기사, 식당 종업원 등에게 우선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중위소득 85% 이하 33만5천 가구에 긴급생활비로 30만~70만 원씩을 상품권 등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이하 118만 가구에 최대 50만 원을 지역사랑 상품권 또는 선불카드로 지급할 계획이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소상공인, 운수업체 종사자, 저소득층 등 15만 명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과 공감할 수 있는 조건이면 포퓰리즘이 아니다. 저소득층의 고통을 덜기 위한 선별적 지원이기 때문이다. 선별적 지원에 나선 지자체의 정책방향은 자체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주민 고통을 줄이기 위해 시기를 늦추지 않고 나선 것도 적절하다.---정부 기본 입장 밝힌 뒤 교통정리 나서야그러나 대상 선정 기준, 지원 액수와 방식 등에 차이가 있어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재난생계비 지원에 대한 기본 입장과 원칙 등을 밝힌 뒤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지역 실정에 맞게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긴급생계비를 지급한 뒤 정부가 전액 또는 일정 비율의 재원을 보전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지자체 간 피해규모와 재정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정부가 약 5조1천억 원에 이르는 전국 지자체의 재난기금을 코로나 긴급 지원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확대한 것도 지원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와 함께 집중 피해지역인 대구·경북에는 긴급생계비 용도의 국비 지원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나섰다. 이번 주 2차 회의에서는 저소득층 지원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실정에 맞고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됐으면 한다.재난기본소득 아이디어는 전향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상을 특정 짓지 않거나 정도가 지나치면 안된다. 찬반이나 지역별 형평성 문제 등으로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낙인과 반전

홍석봉 논설위원코로나 감염병에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과 한국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2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pandemic)을 선포했다. 한국, 중국, 이탈리아, 이란 등 4개 국가를 사실상 위험국으로 낙인찍었다.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확진자 발생이 줄며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자 전 세계가 우리 국민에게 빗장을 걸어 잠갔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했다. 15일 현재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는 130여 곳이다.대구 시민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한 속앓이를 했다. 확진자 급증으로 언제 감염될지 몰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코로나 진원지로 기피 대상이 돼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해야 했다.-신천지·대구 낙인은 편견의 희생양 찾기‘대구 봉쇄’, ‘대구 사태’ 라는 낙인찍기에 몸서리쳐야 했다. 국난극복의 자긍심 가득한 TK가 한 순간에 코로나 감염병 진원지로, 멀쩡한 시민들이 감염병자로 매도당했다. 대구 출신 환자가 서울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고 대구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직장인은 자가 격리해야 했다.TK는 억울하다. 하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 외부의 멸시와 차별을 감내했다. 대구·경북은 만신창이가 됐다. 부지불식간에 대구 기피 현상이 생겼다. 외부 시각은 싸늘하게 변했다. 코로나 온상으로 낙인찍힌 대구 기피 현상이 야금야금 국민 의식을 갉아먹었다.WHO 사무총장은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낙인찍기 확산을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다”며 이성적 사고를 강조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국내 첫 확진 환자가 중국인 여성으로 밝혀지면서 전염병 공포와 함께 중국인 혐오가 시작됐다.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 중국 유학생 기피, 중국인 출입 금지 상점 등 기피와 혐오가 줄을 이었다.낙인은 신천지 교회로 타깃이 옮겨졌다. 코로나19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숙주 삼아 급속 확산됐다. 신천지 해산 청원과 신천지 교인 감염병 괴담이 떠돌았다. 신천지 교인이 혐오의 표적이 됐다. 신천지 교인이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회는 혐오와 낙인, 비난을 멈춰달라고 하소연했다.낙인의 무서움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뼈저리게 경험했다. 당시 일본은 한국인이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조선인 수천 명을 무차별 구타하고 학살했다.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위기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분노의 투사 대상을 찾다 보니 혐오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탈출구로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기피와 혐오 등 차별적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해 편견을 만든다.-혐오 도시에서 모범 도시로 대 반전 이뤄그런데 최근 1주일 사이 대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혐오 국가에서 본받아야 할 모범 국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대구가 있다.미국의 ABC 방송은 대구 르포를 통해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었다.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었다’며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대구 시민들의 모습을 전했다. 대구가 코로나19의 진원지임과 동시에 바이러스 해결 노력의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외신들은 또 한국의 진단키트 양산 능력, 환자 관리법 등 방역 정책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확진자 동선 공개 등 투명하고 체계적이며 민주적인 대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한국의 감염병 관리와 검진 시스템인 드라이브스루를 배우겠다고 한다.미국의 정치학자 미사 누스바움은 ‘혐오는 망상을 먹고 자란다’ 고 했다. 이제 혐오와 기피에서 벗어날 때다. 진원지 오명을 감내하며 셀프 격리하고 있는 대구 탓은 이제 그만하자. 더 이상 돌을 던지지 말자. 그동안 모두 고생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마무리만 잘 하면 전염병 대처 모범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이미 터전은 마련됐다.‘당연한 듯이 누렸던 모든 일상이 이제는 그리움이 되고 소원이 됐다’는 한 언론계 선배의 넋두리가 가슴을 파고든다.

대일광장…이것이 ‘과한 선제 대응’의 결과인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제 대응한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 코로나19 사태로 온나라가 공포 분위기다. 특히 전국 확진자의 대부분이 몰려있는 대구는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다.정부의 대책은 뒷북의 연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월28일 국립 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 “정부 차원에서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제적 조치들이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엔 국내 확진자가 한자리 숫자였다.---1차 방역 여지없이 실패한 결과그러나 불과 한달 남짓 만에 확진자는 7천134명(8일 기준)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책임지는 1차 방역이 실패한 결과다.국내 첫 확진자는 1월20일 발생했다. 중국 우한에서 첫 공식 확진자가 발생한 후 20여일 만이다. 대구의 첫 확진자는 2월18일 나타났다. 그로부터 20일 만에 확진자는 대구 5천381명, 경북 1천81명으로 늘어났다. 한 순간에 대구·경북 전역이 바이러스로 초토화 됐다.대책은 겉돌았다. 대구에서는 현재 2천 명이 넘는 확진자가 병상이 없어 자가격리돼 있다. 기저질환을 가진 노령층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태가 이어졌다.대구의 확진자들이 병원에 가지 못해 죽어가는 동안 다른 지자체에는 빈 병상이 적지않게 있었다. 환자를 입원시켜 달라는 대구시장의 애절한 요청은 자기지역 주민의 눈치를 보는 자치단체장들의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외면당했다. 정부가 비상시 병상 통합관리를 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뒤늦게 조정하겠다는 말을 하기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마스크 대란도 길게 이어졌다.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도 깊어졌다. 현 상태에서 마스크는 생명줄이다. 정부가 뒤늦게 비상조치로 약국 등을 통한 ‘1인 주 2매’ 한정판매에 나섰다. 그간 공적 판매를 한다고 했지만 매번 허탕이었다. 몇 시간씩 줄을 서다 헛걸음 하는 경우도 많았다. 품귀 조짐은 2월 초부터 나타났다. 한달 가량 시간만 허송한 것이다. 이것이 정상적 국가 행정인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기대처 능력인가. 국민들의 분노와 한숨소리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결정적 미스는 조기에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정치, 경제 등 여러가지 관계를 이유로 조치를 미뤄왔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했다. 뒷북 조치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 “창문 열고 모기 잡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감염병 위기경보도 문제였다. 정부는 사태가 급속 악화된 지난달 23일에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의료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조정을 건의했지만 계속 외면했다. 어쩔 수 없는 지경에 몰려서야 변경에 나섰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코로나 확산 초기 폐쇄적 종교시설과 취약계층이 입원한 정신병동 등의 방역과 점검을 소홀히 한 것은 두고두고 뼈아픈 실수로 지적될 것이다.---민간분야는 나무랄데 없이 움직여그러나 이에 반해 민간분야는 나무랄데 없이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다. 전국의 의료인들이 대구를 돕기 위해 모여들었다. 지역 의료인들은 퇴근 후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힘을 보태고 있다. 단체, 기업, 개인의 성금과 위문물품도 꼬리를 물고 답지한다. 대구를 응원한다는 국민들의 메시지도 넘쳐난다.그뿐이 아니다. 전국민의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 됐다. 자신의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오래 착용하면 귀나 접촉부위가 불편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짧은 시간 내 뿌리내렸다. 손세정제 사용도 필수가 됐다. 위기를 맞아 건강한 시민의식이 작동하는 것이다.“기업은 이류, 관료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며 한국의 행정과 정치를 꼬집은 말이 생각난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지난 1995년 봄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 국민은 ‘일류’지만, 행정은 여전히 ‘삼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류’라는 정치는 논외로 하고.

코로나 재앙과 고립된 섬 ‘대구’

홍석봉논설위원지금 대구는 절망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괴물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절감하고 있다. 시민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당 대변인은 ‘대구 봉쇄’라는 말로 TK(대구·경북)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뒷북만 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과 원망만 가득하다. 그렇지 않아도 대구는 이미 봉쇄됐다. 고립된 섬이다. 대구공항의 국제선이 끊기고 고속 및 시외버스 운행도 대부분 중단됐다. 택시도 멈춰 섰다. 식당과 점포도 안내문을 내걸고 셔터를 내렸다. 도심엔 인적이 끊겼다. 오후 7시만 넘으면 대구 중심가는 적막강산이다.이웃이 자가격리되고 앰뷸런스 소리에 경기를 일으킨다. 날이 밝는 것이 두렵다. 밤새 또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늘었는지 뉴스 보기가 겁난다. 중국에 마스크와 방진복을 퍼주는 사이 국민들은 마스크 몇 장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 서 기다린다. 전쟁 때나 볼 법한 마스크 배급제를 한다. 내 코가 석자인 데 중국과 약속 때문이다. 시민들은 마스크 천 쪼가리 하나에 생명을 맡겼다. 충격과 공포에 빠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구가 감염병의 진원지로 지목됐다. 비하와 조롱을 쏟아낸다. 직장인은 대구를 다녀갔다는 이유로 격리된다. 대구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다. 대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원 없이 겪고 있다.-경험하지 못한 나라 원 없이 체험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병원 치료도 못 받고 숨졌다. 병실이 없어 입원도 못한 채 자가격리 중이었다. 의사와 의료시설, 장비가 부족해 난리다. 불과 한 달 전 중국에서 벌어진 일과 판박이다. 이게 의료 선진국의 민낯인가.누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나. 누가 대구 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나. 원망할 겨를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우유부단이 초래한 불행이다. 중국 눈치 보며 주저주저하는 사이 코로나 쓰나미가 닥쳤다. 운명공동체라는 중국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며 정부의 무능을 비웃고 있다.미국과 베트남이 대구 여행 금지와 입국을 제한했다. 1일 현재 한국에 문을 걸어 잠근 나라가 89개다. 외교관계 악화는 뒷전이다. 국민 안전이 먼저다. 중국은 ‘외교보다는 방역이 우선’이라며 염장을 지른다.전 세계가 한국인 입국을 막을 태세다. 대구는 고립됐고, 대한민국은 고립되고 있다. 앞뒤 재지 않고 국경을 폐쇄하고 입국을 차단하는 몽골과 대만, 이스라엘 사례를 우리는 소 닭 보듯 하고만 있을 건가.-국민 안전 위협 땐 안면 몰수도 필요우리는 앞서 중국과 일본,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우리의 대응 방법은 무엇인가 해답은 나와 있다. 과도한 혐오도 문제지만 지나친 온정주의는 자칫 국가를 위험에 빠트린다. 이번에 확인했다. 서푼짜리 자존심에 연연하다가 국민만 죽는다. 밑천 다 드러난 변명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국익을 위해서는 안면몰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나라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게 나라다.‘문과수비(文過遂非)’라는 말이 있다. 사마광의 자치통감에 나온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교묘하게 꾸며 합리화하고 잘못된 행동을 계속한다는 뜻이다.사마광은 “허물은 사람이 반드시 면치 못하는 것이다. 요(堯) 임금은 허물을 스스로 알지 못할까 근심하였기 때문에 비방목(誹謗木, 왕이 백성들에게 잘못을 지적받기 위해 궁궐 다릿목에 세운 나무)을 설치하고 감간고(敢諫鼓, 잘못된 정치가 있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두드리도록 궁궐 문 앞에 설치한 북)를 설치했다. 그러니 군주의 허물을 백성들이 들을까 두려워할 것이 있겠는가?”라고 했다.세계가 부러워하던 나라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됐나. 하루아침에 ‘거지’ 취급을 당하고 있는 현실 앞에 국민은 좌절한다. 요 임금은 언감생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 눈치 보기 외교와 뒷북 방역 대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전시 상황에 준하는 코로나19 대책을 짜길 바란다. 밤 기운 찬 데 앞뜰엔 매화 향기만 가득하다.

사후약방문이 된 ‘코로나 3법’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하룻밤 자고 나면 전국에서 수십 수백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 대부분 대구·경북 사람들이다. 지역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뉴스만 보면 가슴이 철렁거려 진정이 안된다고 한다.대구는 불과 며칠 전까지 코로나19 청정지역이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31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한순간에 국내 코로나19 진원지로 낙인찍히고 말았다.경북도 마찬가지다. 청도, 경산, 영천, 의성, 안동, 경주, 문경 등 여러 시·군에서 확진자가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다. 청도 대남병원은 신천지 대구교회와 함께 슈퍼 확산처가 됐다.---지역 공동체 마비…외지인 대구 기피지역사회의 공동체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이 1주일 연기됐다. 이에 앞서 대학들도 개강을 2주일 뒤로 미뤘다. 어린이집에도 문을 열지 말라는 대구시장의 휴원 권고가 전달됐다.도심 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적막감마저 든다. 도시철도, 버스 등은 이용객이 격감했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찾는 식당도 손님 발길이 뜸하다. 확진자가 발생한 금융기관과 상수도 사업소 등 공공기관은 즉각 폐쇄됐다. 확진자가 방문한 동네 슈퍼 등도 문을 닫았다. 공공 도서관들은 임시 휴관에 돌입했다.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이나 친목 모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지역 경기는 불과 며칠사이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외지사람들에게 대구가 기피지역이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위험한 지역이니까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것이다.경북지역 한 사우나에서는 회원들이 ‘최근 대구를 방문한 사람은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을 써붙이자고 주장해 관리인이 진정시키느라 곤욕을 치렀다. 또 비영남권 일부 지역에서는 대구에서 오는 사람은 못오게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돈다고 한다.대구의 한 회사원은 이달 말 어머니 제사를 혼자서 조용히 모시기로 했다. 타지에 사는 형제들이 대구를 방문할 경우 만의 하나 바이러스를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여러가지 이유에서 대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지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의 우한처럼 봉쇄해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를 위험시하고 꺼리는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런 소리를 듣게 된 처지가 정말 안타깝다.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우문우답'이 생각난다. 몇년 전 인기 있었던 송년모임 건배구호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에게 답이 있다’는 말의 첫 음절을 모은 것이다. 이번 사태 전까지 우리는 신학기 지역 대학으로 돌아올 중국 유학생 문제만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이 중국의 바이러스를 묻힌 채 대거 돌아오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그러나 그에 앞서 점검해야 할 우리 안의 허점은 간과하고 있었다. 일부 종교 기관과 취약계층이 입원해 있는 정신병동 등이 방역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또 이번 사태 확산의 중심에 있는 31번째 확진자는 의료진의 검사 권유를 2차례나 외면했다. 그가 지역 최초의 감염자인지 아닌지는 지금 단계에서 알 수 없다. 하지만 검사를 했더라면 감염확산 속도를 늦추고 신천지 교회와의 연관성을 좀 더 일찍 밝힐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검사로 이어가지 못한 의료진의 소극적 권유가 두고두고 아쉽다.---중국 유학생 대거 복귀 또 한번의 고비여야는 24일 ‘코로나19 대책 특위’를 설치한다. 또 의료진의 검사 및 치료 권유를 거부하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코로나 3법 개정안’(감염병예방법·검역병·의료법)을 이달 내 처리할 예정이다. ‘사후약방문’이 따로 없다. 법안이 조금만 일찍 입법화 됐어도 사태가 이만큼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또 한번의 큰 고비가 남아 있다. 곧 중국 유학생들이 대거 지역대학으로 돌아온다. 기숙사 등에 2주간 자가격리를 한다고 하지만 통제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방역당국은 대학에 일임하지 말고 유학생 통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같은 일을 두번 당할 수는 없다.

‘기생충’과 정치 방정식

홍석봉 논설위원영화 ‘기생충’ 태풍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정치판도 기지개가 한창이다. 지리멸렬했던 보수가 ‘기생충 빅 히트’에 때맞춰 회생 조짐을 보인다.기생충의 성공 방정식은 보수가 벤치마킹할 점이 여럿 있다. 성공과 재건 비결은 첫째 여건 성숙, 둘째 든든한 후원, 셋째가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이다. 물론 정치판이 보수 재건이라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까지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지층의 ‘보수 재건’ 염원이라는 든든한 배경에다 ‘진보 염증’이 뒤를 받치면 공수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기생충의 성공에는 봉준호라는 걸출한 영화감독이 있었다. 뛰어난 작품과 배역들의 열연이 그 바탕에 있다. 제작사인 CJ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또한 백인 위주의 오스카 역사상 비주류였던 한국 영화가 때맞춰 등장,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기생충의 성공은 첫째 오스카상은 동양 영화는 인정하지 않는 미국인들만의 잔치였는데 그것을 넘어섰다. 감독상과 작품상 등 오스카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들만의 리그, 잔치에서 벗어나려는 오스카의 몸부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주류의 성공은 예고돼 있었다. K 팝과 한국 드라마 등 폭풍 성장한 K 컬처의 힘이다.-기생충의 성공 방정식, 보수 재건의 힘두 번째, 6개월 간의 오스카 레이스에서 각종상 200여 개를 수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홍보한 CJ의 물질적 후원이 있었다. CJ의 지원이 없었다면 미국 젊은 층을 파고드는 조직적인 홍보는 어려웠을 터이다.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생충’의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이다. 세계인이 공감할 문제를 쉽게 표현한 작품성과 대중성이 영화팬과 전문가를 사로잡았다. 특히 빈부격차 등 불평등 문제는 미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했다.정치 시즌인 요즘 보수는 재건 호기를 맞았다. 첫째 여건이 좋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와 실정은 결정적이다. 조국·추미애 법무부장관 기용의 잇단 헛발질,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 , 꼬인 남북 관계 개선, 방향타 잃은 외교, 코로나19 발생 등 지지층의 이탈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정권 심장부로 향하고 있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은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 조국 딸 불공정 입학 등 공정과 정의의 훼손, 젊은층의 이탈과 반란, 최근엔 지지도까지 급락하는 등 민심이 급격히 이반하는 양상이다.-보수 대통합과 개혁 공천, 총선 보증수표두 번째가 최근 보수의 결집이다. 든든한 후원자다. 떠났던 집토끼와 산토끼까지 집으로 들어오고 있다. 야권 대통합이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전진당이 합당, ‘미래통합당’이 17일 출범한다. 등 떠밀린 느낌이 없진 않지만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 중심을 잡았다. 홍준표·김태호가 경남 험지로, 김무성이 광주 출마를 모색하는 등 당 대표급 선수들도 일단 교통정리되는 모습이다. 인재영입도 태영호 등 나름 구색을 갖췄다. 유승민과 김성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보수 회생을 위한 희생양을 자임하는 인사들도 늘고 있다.그런데 문제는 세 번째인 작품성과 대중성이다. 아직 총선 체제의 밑그림도 제대로 못 그렸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 머리를 짜내고 있지만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또 안철수의 중도 그룹과 조원진과 전광훈 목사의 태극기부대도 끌어안아야 한다. 그다음이 물갈이 여론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TK 텃밭 선수 정리다. 그래야 보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텃밭의 기초가 단단해진 후에야 충청과 수도권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결국 보수의 성공은 당 혁신과 개혁 공천뿐이다. 야당이 환골탈태해야 떠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보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탄핵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일도 중요하다. 탄핵의 덫을 넘지 못하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 아직까지는 작품성도 대중성도 없다.이 세 가지는 성공 방정식의 요소다. 성공 방정식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감동이 있어야 한다. 뻔한 해답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면 보수 야당은 아예 이 땅에 발붙일 자격도 없다. 박태준식으로 말하면 무조건 우향우해서 동해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