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민심’ 제대로 읽으셨나요

추석 전 한 달여 간 지속된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소동은 우리나라가 처한 혼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다수의 언론과 야권은 “조국 한사람의 허물이 이제까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모든 사람의 허물을 모은 것보다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결국엔 장관으로 임명됐다.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국민들의 허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할거면 청문회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한다.지역 민심에서는 분노가 느껴진다. 각종 모임과 SNS에서는 날선 말과 글이 여과없이 표출된다. “선량한 국민들 마음에 독기를 품게 하는 정치를 왜 하냐”는 원성이 이어진다.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대외관계, 남북관계 등 국정의 어느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다. 뿔을 고치려고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설익은 개혁이 총체적 난국을 초래한 형국이다.일부에서는 조 장관 임명 강행이 현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분법을 통해 편가르기를 하는 좌파 정권의 진면목이 가감없이 드러났다는 것.현재 조 장관 임명자는 부인과 주변인물 등 여러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도 수십 곳에 걸쳐 이뤄졌다. 어떤 사실이 밝혀질지 전국민이 주시하고 있다.---조국 임명은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주변인물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인물을 장관에 임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해 이토록 국론이 분열된 적은 없다.대통령의 임명은 그 자체가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본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다름 없다. 법대로 수사를 한다는 것이 ‘윤석열 검찰’의 의지다. 하지만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기 때문에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문제를 피해 갈 수 없게 됐다.만약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 현직 법무장관이 정식 수사를 받게 되면 국정기조가 흔들리게 된다. 임명의 당위성은 땅에 떨어지고 정권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뻔히 보이는 결과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책임 공방이 또 다시 불타오를 것이다.‘수사 결과 별 문제 없다’는 발표를 할 경우에도 문제는 불거진다. 믿어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조 장관 임명자는 취임 하루 뒤인 지난 10일 검찰 개혁작업을 추진하기위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에 관여할 때가 아니다. 개혁 관련 작업을 유보해야 한다. 또다른 오해와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이번 사태의 공정한 수사가 검찰개혁보다 우선 순위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수사가 되지 않으면 검찰개혁도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조 장관 임명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맨 격이다.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엄청난 국가적 에너지가 찬반 진영 서로를 비난하는 비생산적 형태로 분출될 것이다.---역사상 국민이 이렇게 갈라진 적은 없다우리 역사상 국민이 이렇게 갈라진 적이 있었던가. 국민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됐다. 물론 같은 사안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정반합의 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그러나 지금 나타나는 모습은 아니다.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막장싸움이다. 국익은 뒷전이다. 급선무는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폐청산이고, 개혁이고 모두 공염불이다.많은 국민은 현재 우리나라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인지 확신을 하지 못한다. 국민에게 걱정을 주는 상황 뿐이다. 미래를 두려워 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맞아야 한다.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 그것이 정치다.21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인들이 국가 정책을 포함한 모든 것을 선거라는 ‘괴물’을 통해 보는 시간이다. 선거와 연관지어 생각하면 전체이익과 동떨어진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우려스럽다.지난 주 정치인들은 추석 귀향활동을 했다. 민심을 충분히 읽었을 것이다. 오기와 편견, 밀어붙이기와 편가르기 정치가 제발 끝났으면 하는 것이 민심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 민심이다.

영남의 원림 칠곡 심원정, 보존 대책 시급

홍석봉 논설위원팔공산 남서쪽 자락인 경북 칠곡군 동명면 송림사 앞 계곡 한 쪽에 자리한 심원정(心遠亭)은 작은 원림(園林)이다. 송림사 일주문을 마주한 도로변의 숲과 건물에 가려져 있어 심원정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심원정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 기헌 조병선(1873∼1956) 선생이 만년에 이곳 주변을 다듬고 나무를 심어 조성했다. 심원정은 주변의 자연과 지형을 잘 살린 별서정원으로 조성돼 일제 강점기 때 선비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소가 됐다. 8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심원정은 전체 면적이 2천378㎡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지만 누정(樓亭)문화가 발달한 영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표적인 원림으로 꼽힌다. 비록 근대에 지은 정자지만 영남지방에서는 이만한 원림의 형태와 별서정원의 의미를 갖춘 곳이 없어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원림은 보길도의 세연정과 담양의 소쇄원 등이 있으나 영남지방에는 예천 초간정과 봉화 청암정, 영양 서석지를 제외하면 이렇다할만한 원림은 찾기 어렵다.-근대 조성된 원림, 세계기념물 감시 대상돼심원정의 이름은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 중에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면 사는 곳 또한 저절로 외딴 곳이 된다)’에서 따왔다.심원정은 경사지에 터를 닦아 정면 3칸과 측면 3칸의 T자형 건물을 세운 뒤 그 주변에 토석담을 둘러 정자를 조성했다. 정자 주변에 인공 연못과 숲도 만들었다.정자에는 이열당, 위류제, 정운루, 암수실 등 공간을 마련해 조병선 선생이 기거하고 손님들이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조병선은 인공으로 조성한 성석과 군자소, 동취병, 은폭, 천광교 등 11곳과 지주암, 서대, 동반, 은병 등 자연 지형 9곳에 이름을 붙이고 심원정 25영이라는 시를 지었다. 편액과 석비 등 25가지 유산도 전해진다.심원정은 근대에 조성된 원림이라는 특별한 가치와 함께 원림 곳곳에 조성된 인공물 등이 당시 유학자의 세계관 및 우주관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조병선은 오랜 기간 송림사에 시주하고 도덕암 중수기를 작성하는 등 불교와 인연이 깊었다. 그래서 심원정은 유교와 불교의 공존 가치를 평가받기도 한다.이런 심원정이 퇴락하고 훼손되고 있다. 심원정 입구에는 현재 조병선의 손자인 조호현(58·기헌선생기념사업회 사무국장)씨가 거처하면서 관리하는 판넬 건물이 있고 바로 옆에 문을 닫은 식당 건물이 빛바랜 매매 안내문을 내건 채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다.-관리 소홀로 퇴락, 지자체서 매입해 정비해야식당 건물은 조씨의 어머니가 장사를 하던 곳으로 현재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 있다. 이처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은 심원정이 무허가 건물인 때문이다. 토지가 조계종 산하인 송림사 소유로 돼 있는 탓이다. 심원정은 조병선이 당시 송림사 땅과 자신의 땅을 맞교환해 건립했지만 6·25 한국전쟁을 거치며 문서가 소실돼 이를 증명할 수 없게 됐다. 현재는 기헌선생기념사업회가 송림사에 임대료를 내고 심원정을 유지하고 있다. 토지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아 문화재 등록을 못 하고 있다. 문화재로 등록하려면 지상권을 인증받거나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송림사측은 지상권 인증이나 매매는 조계종 본사와 합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한 발자국 물러 서 있다.기념사업회는 관리가 여의치 않자 지난 2015년 심원정을 문화유산 보호단체인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했다. 문화유산 보전활동을 벌이는 비정부기구인 세계기념물기금(WMF)은 한국 최초로 심원정을 2016년도 세계기념물감시 50곳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 그만큼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다.최근 기념사업회는 심원정에서 인문학 강좌를 열고 고택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심원정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보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땅을 지자체서 매입해 문화재로 지정,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경북도와 칠곡군이 내셔널트러스트, 송림사 등 관계자와 협의해 소유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심원정의 본 모습을 살리고 주변 경관도 정비해 관람객들이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공공급식과 로컬푸드의 ‘접점 찾기’

로컬푸드. 우리 고장에서 생산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좋은 먹거리를 뜻한다. 통상 반경 50㎞를 기준으로 한다. ‘신토불이’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때 좋은 먹거리란 신선하고, 안전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생산자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2012년 전북 완주에서 첫 선을 보인지 7년 넘게 지났다.현재 전국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229곳. 대구는 6곳, 경북은 9곳이 있다. 직거래 장터는 대구 20곳, 경북 30곳에 이른다.로컬푸드가 농촌을 되살리는 순기능을 가졌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로컬푸드 직매장의 이종철 대표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모두들 떠나는 통에 농촌이 사라진다고 야단들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농촌도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로컬푸드 활성화가 훌륭한 해법입니다.” 그는 영농 종사자 고령화, 규모 영세화, 이농 등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든 농촌문제를 로컬푸드가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돈벌이만 되면 젊은 사람 농촌 돌아와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는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서는 미래가 없으니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 농산품이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출하만 안정되면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온다. 이 대표의 확고한 믿음이다. 로컬푸드로 ‘지속 가능한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지난 2013년 문을 연 뒤 2014년 재개장한 문양역 직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94억5천만 원.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5%를 기록할 정도로 고성장을 이어왔다. 문양역 직매장은 납품 회원농가가 350여 곳에 이른다. 소비자 회원은 1만2천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구매실적이 있는 고객은 43만 명을 넘어섰다.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산자가 농산물의 수확, 포장, 가격결정, 매장 진열, 재고 관리 등을 직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그러나 모든 형태의 로컬푸드 사업이 순항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공급식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체급식이 주를 이루는 공공급식은 기획생산, 계약재배 등이 돼야 가능하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대구시는 지난해 친환경 로컬푸드를 학교급식 등에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공공급식센터를 건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예산은 300억 원 규모였다.현재 대구시교육청에 학교급식 지원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연간 300억 원 이상의 현금 대신 대구시가 현물을 구입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일괄구매로 친환경 로컬푸드를 싼값에 구입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대구 대규모 공공급식센터 진척 없어그러나 계획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300여 명의 학교 급식자재 공급업자들이 생존권 차원에서 격렬한 반대를 한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들이 단가 등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고품질의 로컬푸드를 납품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대구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공공급식 특히 학교급식은 우수식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 현재와 같은 학교별 구입 시스템 하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판로가 막힐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의 우수 농산품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구조가 정착할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은 이미 공공급식센터를 통한 식자재 공급이 사실상 전면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지역의 로컬푸드 생산농가는 소규모에 고령 농민이 절대 다수다. 공공급식센터가 설립되면 일정규모 이상의 농가나 전문 영농기업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먹거리의 유통과 안전성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것으로 기대됐던 로컬푸드 사업이 성큼 성큼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로컬푸드가 나아가는 것만큼 보완책도 마련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로컬푸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답은 나와있다.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차근차근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느리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정책은 없을까.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당, 아직도 정신 못차렸나

홍석봉/논설위원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혼미 상태다. 북한과 일본이 마구 흔들고 미국도 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안위와 경제 파탄은 뒷전인 채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의혹투성이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술 더 떠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깨트렸다.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북한은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펑펑 쏘아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민의 생명이 달렸는데도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아니면 괜찮단다. 사면초가다.이런 판국에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꼴이 말이 아니다. 무엇 하나 박수받을만한 게 없다. 사방에서 헛발질과 실수 연발인 더불어민주당에 카운터펀치를 날리지 못하고 있다. 되레 지지율은 안방을 내줬다. 최근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서는 탈이 났다.그나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금수저 행태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한국당에 반사이익은 없다. 지소미아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 때문이다.-한국당 텃밭 TK 민심이반은 중병 증표보수 텃밭 대구·경북의 민심 이반은 한국당이 중병을 앓고 있다는 증표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반일 감정과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영향을 미친 탓이 크다.지역 한국당의 하는 꼴은 더욱 가관이다. 점수를 따도 뭣한 판국에 점수를 되레 잃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오는 27일과 28일 차기 대구·경북시도당위원장 선출이 예정돼 있다. 시도당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지역사령관이다. 한국당은 차기 경북도당위원장에 리더십을 의심받는 최교일 의원(영주·문경·예천)을 추대했다. 대구시당위원장은 인적쇄신 대상자로 분류돼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한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두 의원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 의원은 해외출장 때 ‘스트립바’에 간 사실이 밝혀져 도덕성 논란에 휩쌓였고 공천한 영주 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정 의원은 차기 시당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예결특위 위원직까지 내던졌다.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못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내년 총선의 지역사령관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시도당위원장은 통상 공천심사위에 참여하며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를 쓰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유다.한국당의 장외투쟁도 눈총 받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당은 이날 ‘살리자 대한민국! 문(文)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조국 사퇴 촉구가 주가 되고 문 정부 규탄은 곁가지가 됐다. 그나마 조 후보자가 집회 명분을 살렸다. 온갖 금수저 행태가 조국 보이콧 목표가 됐기 때문이다.황 대표의 복잡한 셈법이 깔려있는 장외투쟁은 당내외에서 비판받았다. 불안해진 황 대표의 당내 입지 강화 및 한국당의 지지율 반전 시도로 분석됐다. 국민들은 무능한 국정운영으로 정권을 빼앗긴 뒤에도 자기반성과 인적 청산 없이 도로 친박당이 돼버린 야당을 좋게 보지 않는다. 장외투쟁을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사용해서는 약발만 떨어진다. 장외투쟁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시·도당위원장 임명, 장외투쟁 등 헛발질24일 한국당의 광화문 집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자유 우파 정당이 총선에서 진 것은 분열 때문”이라며 “제가 죽기를 각오하고 (우파 통합에) 앞장서겠다”고 말한 점은 보수대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황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고 보수 통합에 앞장선다면 어렵긴 하겠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 한국당은 개혁적 보수와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 유승민, 안철수 등 바른미래당과 범보수층을 끌어안는 보수대통합은 필수적이다.지역의 콘크리트 지지층도 하나 둘 한국당에 대한 미련을 거두는 모양새다. 떠나는 보수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어중간한 충격요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국당과 지도부의 환골탈태 말고는 답이 없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속도 내야

옐로스톤(Yellowstone)은 1872년 지정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미국 서부 와이오밍 등 3개 주에 걸쳐 있다. 화산폭발로 이뤄진 고원지대에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 있어 다채로운 자연현상이 나타난다.한국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의 3배가 넘는 약 9천㎢의 광대한 면적에 황야와 협곡, 간헐천, 폭포, 기암괴석 등이 분포하고 있다. 옐로스톤이란 이름은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가 바위 표면을 노랗게 변색시켜 붙여졌다.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은 지리산이다. 1967년 지정됐다. 우리의 국립공원 관련 논의는 일제 치하인 1935년에 있었다. 금강산을 지정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불발에 그쳤다. 제1공화국 시절 남한산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 후 지리산이 지정된 1960년대 중반까지 뚜렷한 논의조차 없었다.---환경장관 “국립공원 지정 요건 충족”현재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총 22개소에 이른다. 산악형 18개소, 해상·해안형 3개소, 사적형 1개소 등이다.산악형은 가야산, 계룡산, 내장산, 덕유산, 무등산, 변산반도, 북한산, 설악산, 소백산, 속리산, 오대산, 월악산, 월출산, 주왕산, 지리산, 치악산, 태백산, 한라산 등이다. 해상·해안형은 다도해해상, 태안해안, 한려해상 등이다. 사적형은 경주다.최근 대구·경북의 명산인 팔공산이 국립공원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는 소식이 들려 지역민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팔공산은 자연생태계 등이 우수해 국립공원 지정 기준을 중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자치단체와 협의 및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쳐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승격을 둘러싼 찬반이 첨예하게 맞서왔다.난개발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승격 논의가 10여 차례 있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재산권 행사와 관련한 불안감 때문에 토지소유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면서 무산되곤 했다. 반대에 대한 대응책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때문이었다.찬성하는 사람들은 “국립공원이 되면 우리지역 명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관리의 효율화와 자연보전 기능 강화 등을 든다. 이들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돼도 관리 주체가 국가로 바뀔 뿐 규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이에 반해 반대 측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지금만 해도 그린벨트, 공원구역, 상수도 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제대로 재산권을 행사해 본 적이 없다. 국립공원 지정을 밀어붙인다면 생존권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팔공산은 행정구역상 대구 동구, 경북 경산시 와촌면, 영천시 신녕면·청통면, 군위군 부계면·산성면·효령면, 칠곡군 가산면·동명면 등 2개 광역시도, 5개 시군구, 8개 면에 걸쳐 있다. 전체 면적은 125.607㎢이며 대구가 28%, 경북이 72%를 점유하고 있다. 사유지는 78%에 이른다.-자연·인문자원 풍부…최고의 여건 갖춰팔공산은 수려한 자연자원과 함께 유서깊은 불교문화 유적 등이 산재해 있다.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 문화재 31점, 지방문화재는 90건에 이른다. 또 골짜기마다 전설과 설화가 서려있다. 스토리텔링화 해서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최고의 여건이다.국립공원 승격의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제는 반대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환경부 등 정부 당국과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척시켜야 한다.지난 201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광주 무등산도 지정 전 사유지가 80%에 이르러 난개발로 큰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1980년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난개발 방지와 국립공원 지정 등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국내 대표적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으로 평가되는 이 운동은 ‘무등산 1천 원 땅 한평 갖기 운동’으로 이어져 사유지 매입과 함께 기부를 받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광주가 어떻게 난제를 풀었는지 벤치마킹도 필요한 시점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기구한 운명

홍석봉/논설위원영화 ‘나랏말싸미’의 상영을 계기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의 숨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세종대왕이 당시 천한 신분의 스님 ‘신미’와 만나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백성을 위해 나라의 글자를 만든다는 내용이다.한글 창제의 배경과 원리 및 사용법을 기록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간송미술관에 보관된 것이 유일본이었지만 2008년 경북 상주의 고서적 수집가 배익기씨가 다른 해례본을 공개하면서 해례본은 2개가 됐다. 배씨가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상주본이다. 상주본은 세상에 빛을 본 지 1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여정은 파란만장하다.배씨는 골동품상 조모씨와 소유권 분쟁을 벌였다. 조씨는 자신의 골동품 점에서 배씨가 훔쳐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끝에 법원은 원 소유자는 조씨라고 인정했다. 조씨는 얼마 뒤 상주본의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이양한다는 말을 남기고 숨졌다.이후 문화재청은 배씨에게 상주본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배씨는 되레 국가의 강제 집행을 막아달라고 소송을 냈다.법원은 지난달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확정 판결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배씨에게서 상주본을 강제 회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상주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강제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 압수수색 등 강제집행 시 자칫 훼손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개인 탐욕에 행방감춘 상주본, 회수 불투명상주본의 가치가 1조 원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배씨는 상주본을 반환할 생각은 않고 국가에 1천억 원의 보상을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상주본의 회수 여부는 배씨 마음에 달렸다.배씨가 상주본의 소재를 밝히지 않으면서 훼손과 분실 등이 우려되고 있다. 상주본은 지난 2015년3월 배씨의 집에 발생한 불로 일부 훼손되기도 했다. 배씨는 이후 상주본을 자신만이 아는 곳에 보관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7년4월 불에 타 일부 훼손된 상주본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문화재청은 배씨를 달래기도 하고 강제집행 가능성도 열어놓고 회수 노력을 쏟고 있지만 배씨의 거액 보상 요구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배씨가 소재를 알려주지 않으면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배씨는 최근 상주본 반환 시 박물관 명예 관장 자리와 예우를 해주겠다는 정부 측 제안에도 콧방귀만 뀌고 있다. 그간 배씨의 언행으로 봐서 상주본을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배씨의 입만 쳐다보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문화재청은 반환 독촉을 하고 있다. 여차하면 배씨를 검찰에 문화재 은닉 및 훼손죄로 고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배씨는 여전히 ‘배째라’다. 국보급 보물이 한 고서적 수집가의 손아귀에서 빛을 잃고 있다. 국가의 공권력마저 법집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형편 없이 망가지고 있다.-재산 기울여 해례본 보호한 ‘간송’ 의기 돋보여훈민정음 해례본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 경북 안동의 한 서예가 집에서 세상에 첫 모습을 보였다. 간송 전형필은 해례본을 소장자에게 당시 기와집 열채 값인 1만 원의 거액을 주고 구입했다.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가면서도 자신의 품에 품고, 잘 때는 베개 속에 넣고 잘 정도로 애지중지했다. 간송은 전 재산을 기울여 일제에 의해 마구 유출되고 있는 문화재 보호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많은 문화재가 살아 남았다. 해례본은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됐다.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훈민정음 해례본은 이같이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유일본은 문화재 가치를 높이 산 간송에 의해 겨우 보존됐지만 다른 하나는 한 개인의 손에 운명이 간당간당한다.문화재청은 언제까지 배씨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을 건가. 강제집행을 해서라도 해례본을 찾아야 한다. 훼손 등의 경우 걸맞은 처벌을 해야 한다.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배씨는 국민적인 관심과 문화재의 가치를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곤란하다. 터무니없는 보상 고집만 피우다가는 국민적인 비난과 분노만 살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상주본의 원만한 국가 귀속을 보고 싶다.

‘일 경제 보복’ 긴 호흡으로 대처해야

한일 관계가 지난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지난 2일 넘지말아야 할 선을 끝내 넘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가)에서 배제하는 경제 보복을 감행했다. 우리의 명줄을 죄려는 엄청난 도발이다.민간 분야에서 연간 1천만 명(2018년 기준 방한 일본인 292만 명, 방일 한국인 753만 명) 이상이 상대국을 방문하며 교류를 확대하고 신뢰를 쌓아온 양국 관계는 일순간 얼어붙었다.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양국 관계 경색은 경제에 이어 군사협력, 관광, 문화, 학술, 스포츠 등 전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강 대 강’ 대치 때문에 타 분야로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자 배상 판결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이면에는 급격한 성장으로 일본 경제를 위협하는 한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자신들 저지른 문제 경제보복 연결시켜일본이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사 문제를 경제 보복으로 연결시킨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사태 확산의 징후가 여러번 포착됐지만 간과한 우리 정부의 무대책, 무능력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역시 맞대응할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 부당한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례없는 초강경 발언이다.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주한 일본대사에게 “우리국민은 (일본을) 더 이상 우호국으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외교관계 단절 등의 초강경 조치 직전에나 들을 법한 격한 톤이다.민간 분야도 들끓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일본의 이번 조치를 규탄하는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관광을 하지말자는 시민 운동도 확대되고 있다.사태는 일본이 도발하고 키웠다. 그러나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당연히 강온 양면 전략으로 임해야 한다. 또 좀 더 냉철하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국민들도 정도 이상으로 공포감에 휩싸이거나 일본을 혐오할 필요는 없다. 차분하게 추이를 지켜보면서 정부와 경제계의 대책을 지켜보는 것이 옳다. 특히 정부는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우리가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나 보고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당장 뚜렷한 것이 없다면 외교적 노력을 더욱 확대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국민 감정을 달래느라 설익은 대책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상대에게 결정적으로 아픈 ‘한 수’를 찾아내거나 만들어야 한다.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폐기같은 양측에 모두 피해를 줄 수있는 조치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에 도움을 주는 그 어떤 조치도 안된다. 북한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즐기고 있을지 우리국민은 보지 않아도 안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싫으나 좋으나 일본과 부대끼면서 살아야 하는 지정학적 운명을 가지고 있다.---해법 찾기 어려운 상황…우리 실력 키워야국가 간 관계는 가까울 때도 있고 멀어질 때도 있다.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 때문에 갈등이 상존한다. 한일관계는 당분간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언젠가는 경색국면이 풀린다. 당장 발등의 불은 그 시기를 앞당기는 노력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번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우리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긴 호흡, 긴 안목으로 대처하고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변화 요인이 있을 때 중요한 팩트를 놓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실용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각종 대응 명분을 쌓아가야 한다. 잠깐 분노하고 말아서는 안된다.열흘 뒤면 8·15 광복 74주년이다. 더 이상 일본과의 과거사가 미래로 나아가는 우리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울릉도의 ‘뚱딴지’ 고층 아파트

홍석봉/논설위원동해 신비의 섬 울릉도에 뚱딴지같은 괴물이 등장했다. LH 공사가 울릉읍 도동리에 10층과 8층 규모의 국민임대아파트 2동을 건립했다. 오는 9월 7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주민들은 울릉도의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새 아파트를 반기고 있지만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울릉도는 평지가 드물어 고층 건물을 세우기가 어렵다. 또 자재나 건설기계 등을 육지서 들여와야 해 건축비가 육지보다 3배 가량 더 든다고 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래야 5층 규모가 고작이었다.10여 년 전 LH 공사가 저동리에 지은 5층짜리 아파트는 리조트 모양의 건물로 주목받았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산 언덕에 불쑥 솟은 성냥갑 건물을 세워놓았다.한 건축가는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 섬 울릉도에 주변 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는 소식에 기가 막힌다며 헛웃음만 지었다.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울릉도를 왜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 같은 명소로 만들지 않고 괴물 같은 섬으로 만드는 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에게해의 산토리니 섬은 화산 폭발로 절벽이 된 가파른 바닷가에 하얀 칠을 한 가옥 수백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흰색 집과 푸른색 대문의 집들이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어진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어우러져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을 그러모은다.기암 절경과 독특한 경관을 자랑하는 울릉도도 화산 섬이다. 울릉도는 조금만 신경 써 관리하면 산토리니 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섬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볼썽 사나운 아파트라니!-주변 경관과 안 어울리는 10층 아파트 ‘우뚝’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도시는 말할 곳도 없고 읍면까지 흉물처럼 우뚝 서 있다. 주변 경관과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눈만 버려 놓는다. 회색 괴물이 도시는 물론 시골까지 잠식하고 있다. 그도 모자라 이젠 섬에까지 침범했다.콘크리트 숲이 된 아파트를 볼 때마다 숨이 콱 막힌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아파트 구입으로 귀결됐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인구 밀집과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주택은 아파트가 대세가 됐다.아파트는 1958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국내 최초로 세워졌다. 당시 준공식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그랬던 것이 어느 순간 전국이 아파트 천지가 됐다. 지난해 발표한 통계청의 ‘2017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서 주택 1천712만 채 중 아파트가 1천38만 채로 전체의 60.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비율 및 거주는 세계 최고다.주택난 해소에 급급한 정부와 이해가 맞아떨어진 주택업체가 공사비와 분양가에 맞춘 성냥갑 아파트를 기계로 찍듯 쏟아냈다.다양한 형태와 주변 공동체와 소통하는 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은 복잡한 법규와 규정에 묻혀버렸다. 결국 성냥갑 아파트만 남았다.거기에 효율성만 중시한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시작, 대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다. 대구에서 눈만 돌리면 보이던 앞산과 팔공산은 회색빛 건물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졌다.-획일적 모습 성냥갑 아파트는 이제 그만한 해 대구에만 1만여 채 이상 아파트가 공급된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는 40~50층의 매머드급 주상복합아파트가 러시를 이루면서 사방이 아파트와 빌딩 숲으로 가려졌다. 그것을 대구의 맨해튼이라고 자랑한다.성냥갑 아파트 건립은 이제 끝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지형, 기후 등을 감안해 의미를 가진 건물을 건립해야 한다. 작품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획일적인 모습은 벗어나야 한다.아파트는 한국의 상징이 됐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아파트에 생명을 불어넣자. 지자체는 공공건축 개념을 적용해 건립하도록 유도하자. 이제 성냥갑 아파트는 그만 짓자. 울릉도 같은 섬에는 건축 경관심의를 강화해 성냥갑 아파트는 아예 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후손에게 부끄럽지는 않아야 한다.

‘직원 인사권 독립’은 지방의회의 숙원

인사권은 조직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의 필수적 요소다. 인사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독립된 조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의회에는 그러한 요소가 결여돼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 직원의 인사권은 자치단체장에게 있다.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원들의 보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이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1~2년 근무기간이 끝나면 집행부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무처(혹은 사무국·사무과)가 의원들과 완전한 일체가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도 왕왕 있다.---대통령이 국회사무처 직원 임명하면 되겠나의회에 사무처 직원 인사권이 없는 것이 자방자치 발전에는 큰 핸디캡이다. 실무조직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해 의회와 집행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지방의회 의원들은 “국회사무처 직원이나 국회의원 보좌진 인사권을 대통령이 행사하면 국회의원이 어떻게 국정을 감시할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지방의회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는 것.지방의회의 직원 인사권 독립은 지난 1991년 지방의회 출범이후 계속 제기된 숙원이다. 최근 이같은 숙원이 해결될 조짐이 보여 많은 이들이 반기고 있다.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8일 지방공무원 인사제도 개편 내용을 담은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국회 통과 후 준비 기간 1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개정안은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권을 광역의회에 한해 의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행안부는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률안에 시도의회 인사권 조정 내용이 있는데, 이번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은 인사위원회 구성 등 세부 방안을 후속 법률로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새 법안이 발효되면 의장이 의회 소속 직원의 임용과 보직관리, 교육훈련 등 인사관리를 의회차원에서 하게 된다. 지방의회 인사권 강화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어 국회 통과가 확실시된다.이와 함께 지방의회 의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정책지원 인력은 조례 제·개정, 예·결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조사 등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게 된다.행안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원안대로 확정되면 지방의회 의원도 보좌관을 둘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제도 개편 앞서 검토·보완 요소 적지않아하지만 검토·보완해야 할 요소도 적지 않다. 우선 각 시도 의회 사무처는 행정사무 직원이 적어 독립 인사단위로 운영하기에 규모가 작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대구시의회 사무처의 전체 정원은 91명이지만 행정직은 58명에 불과하다. 경북도의회 사무처는 정원 111명에 행정직은 64명이다.자칫 인사교류가 되지않아 ‘고인 물’이 되기 십상이다. 다른 시도 의회와의 교류를 허용하거나, 의장의 요청에 한해 집행부와 인사교류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의회 사무처 근무 경험이 있는 일부 공무원들은 “의회 인사권 독립은 안된다”는 주장도 한다. 집행부는 의회가 견제하지만 의회는 견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회의 직원인사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그러나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지방자치 발전의 큰 흐름이다. 기초지자체인 시군구 의회 사무국(과)의 인사권 독립도 검토해야 한다. 이는 시도 의회 인사권 독립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달렸다. 시도 의희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시군구 의회 인사권 독립은 말도 꺼내지 못하게 된다.시도 의회는 직원 인사권 독립을 역량 제고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집행부 견제와 함께 지역민 삶의 질 개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지방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지방의원들 스스로 사명감을 바탕으로 책임감, 전문성을 키워 제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의회의 법적, 제도적 환경 개선에는 그러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

직무유기 공화국

홍석봉/논설위원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우리나라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기업인을 불러 회의를 하고 외환 사정을 체크하는 등 허둥대고 있다. 지난 12일 경제 보복 이후 일본서 열린 한·일 첫 전략물자 회의에서 한국 대표는 수모 수준의 홀대를 받았다. 창고 같은 회의실에서 명함 교환은 물론 인사조차 않은 채 냉랭한 태도로 서로 할 말만 하고 끝냈다. 한·일간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일본의 경제 보복은 강제징용자 배상을 둘러싼 정부 간 갈등에서 초래한 외교 문제다. 정부 간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외교 채널은 꽉 막혀 있다. 이런 와중에 외교부 장관은 아프리카 출장을 떠났다.주변 4개국과의 협력외교는 외교부의 외교정책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4개국 외교는 오간데 없다. 곳곳에서 파열음만 내고 있다. 기강 빠진 외교부는 4개국에게 무시당하고 사대 외교로 질책받고 있다.국방부도 무능하기 짝이 없다. 북한 목선의 ‘노크 귀순’ 은폐 의혹에 이어 해군 2함대의 허위자수 파문 등 안보 무능을 드러냈다. 장관은 국회에서 6·25가 김일성의 전쟁범죄냐고 묻는 질의에 제대로 답도 못했다. 국민을 불안케 하고 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기강 빠진 외교·국방부, 국민 불안케 해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이 사법 농단으로 법정에 서는 초유의 사태를 빚으면서 법원과 검찰은 조롱 대상으로 전락했다. 경찰은 시위대에게 두드려 맞고도 사법처리조차 제대로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 정부에서 수시로 터져 나오고 있다.헌법 제69조에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대통령 선서를 하도록 규정해 놓았다.또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로 보장했다.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고, 국민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헌법이 보장한 국가의 책무와 국민의 권리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권익 보호’라는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남북 관계에 두고 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데만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위협은 도외시한 채 핵 실험과 미사일로 우리 국민을 위협하고 있는 김정은에게 한껏 몸을 낮추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를 과연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문 대통령은 누구의 대통령인가. 지금까지의 문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과 행동은 국민들을 심히 불안케 하고 있다. 이는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 대통령의 역할 방기도 광의의 직무유기다.-국민 포기는 직무유기, 국익 우선해야이 시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협정과 관련한 1965년 6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일국교정상화 회담 결과에 대한 국민담화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담화문에서 ‘우리는 이 각박한 국제사회의 경쟁 속에서 지난날의 감정에만 집착해 있을 수는 없다. 어제의 원수라 하더라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감정보다 국익을 우선했다. 이후 한일 청구권 자금을 밑거름 삼아 우리나라는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54년이 지난 이 순간, 우리는 적폐 청산을 외치며 반일로 거꾸로 가고 있다. 그것이 현 사태의 본질이다.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포기하는 국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조선 인조와 관료들은 임진왜란을 당하고도 인접 국가의 동향을 읽는데 실패해 병자호란의 치욕을 당했다. 임진왜란과 36년 간 일제 강점기의 몸서리 나는 시절을 겪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나라가 휘청댄다. 우리는 역사에서 과연 무엇을 배웠는가.

쓰레기 왕국 그냥 두고 볼건가

홍석봉/논설위원최근 지역 출신 봉준호 영화감독과 방탄소년단, 청소년축구대표팀 정정용 감독 등이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며 국위를 선양, TK(대구·경북)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호사다마랄까.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다. 의성의 ‘쓰레기 산’이 외신을 탔으며 필리핀에 수출해 국제 망신을 산 폐기물의 일부가 지역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망신살도 뻗쳤다. 거기다 의료폐기물이 무단 적치된 창고가 경북 일원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경북이 폐기물 집하장으로 불명예와 오물을 뒤집어썼다.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도 전국에서 쏟아 놓은 폐기물(지정폐기물 제외)은 모두 하루 41만4천626t이다. 이중 생활 폐기물(사업장 폐기물 제외) 발생량은 하루 5만3천490t이다. 소각 시설마저 부족한데다 있는 있는 시설마저 주민 반발에 따라 100% 가동하지 못하면서 생활 폐기물의 소각은 24.9%에 그친다. 매립률은 13.5%로 2012년 이후 감소 추세다. 생활 폐기물 중 재활용을 위해 분리배출·수거한 분량이 1만4천452t(27.0%)이다. 하지만 나머지 쓰레기는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다. 외국 수출 길도 막혔고, 땅에 묻거나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그렇다 보니 의성 ‘쓰레기 산’ 사태가 발생했다. 한 폐기물처리업체가 의성군의 사업장에 불법 방치한 폐기물은 허가 양인 2천157t의 80배에 달하는 17만3천여 t이다. 업자가 처리할 수 없어 환경부와 경북도가 지난달 폐기물 처리를 시작했다. 처리 비용만 440억 원이 들어간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경북 곳곳이 불법 방치 쓰레기로 몸살앓아경북도의 경우 현재 8곳에 22만4천 t이 쌓여 있다. 전국 235곳에 방치된 쓰레기는 모두 120만 t이다. 처리에 3천억 원이 필요하다.쓰레기 산이 생긴 근본 원인은 폐기물 배출량 자체가 처리 능력을 넘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폐기물을 수입 금지하면서 해외로 내보내던 물량이 국내에 쌓인 것도 한 원인이다. 정부가 ‘고형연료(SRF)’를 쓰는 열병합발전소를 대기 환경 오염을 이유로 규제한 것도 작용했다.우리나라는 국가별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 1위(2016년 통계청 자료 기준 98.2kg), 연간 종이컵 사용량 230억6천200만 개, 비닐봉지 사용량 211억390만 개다. 우리는 하루 1인당 1.01kg(0.27㎏이 음식물 쓰레기)의 폐기물을 쏟아 놓는다. 무심코 버리는 플라스틱 용기와 1회용 컵, 비닐 등은 바다로 흘러가 분해된 뒤 어패류를 통해 우리 몸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지정폐기물인 의료 폐기물도 골치덩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3월 이후 고령군과 대구·경북·경남지역 12곳에 1천241t의 의료 폐기물을 창고와 노지에 불법 보관한 업체를 적발했다.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기준, 21만9천t. 의료 폐기물 소각처리장은 경북 3곳(경주·고령·경산) 등 14곳에서 모두 18만9천t을 처리한다. 연간 3만t이 불법 보관 및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경북 3곳의 위탁처리 업체가 전체 32.6%를 처리하다 보니 서울 등에서 경북으로 의료 폐기물이 몰리고 있다. 앞으로도 쉬 개선 여지는 없다.의료 폐기물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더욱 늘 전망이다. 빈 창고마다 쓰레기로 가득 찰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덜 쓰고 적게 버리는 것이 쓰레기 유산 해결책통계만 봐도 금수강산은 쓰레기 천지다. 폐기물 관리를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덜 쓰고 적게 버리는 방법뿐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폐 플라스틱은 인류의 역량을 집중해 처리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2013년부터 시행돼 쓰레기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모범사례로 삼아야 한다.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는 자원재활용 측면만 따지면 독일, 오스트리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아파트 거주민이 많은 때문이다. 재활용 처리가 늘고 있지만 아직 배출량을 따라잡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후손에게 쓰레기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원시적인 생활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김해 백지화는 ‘가덕도 재추진’과 같은 말

우려하던 일이 기어이 터졌다.국토교통부가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광역단체장들의 압박에 못이겨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국무총리실에서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말이 재검토지 실은 김해공항 확장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지난 2016년 세계적인 공항설계회사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김해공항 확장을 밀양·가덕도보다 더 적합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영남권 5개 시도가 이에 승복하고 합의했다.---주무부처 국토부 제치고 총리실 왜 나서나김해 신공항건설과 관련한 객관적 상황은 그동안 변화된 것이 없다. 그래서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 요구에 대해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여러차례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입장을 바꿔 부울경이 주장해온 총리실 검증을 받아들였다.국토부는 공항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책임있는 전문 부처다. 전문성 있는 부처를 제쳐두고 총리실이 왜 나서나 하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된다.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10여 년간 대구경북과 부울경이 입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사안이다. 두 지역의 생존과 자존심을 건 갈등이 내재된 폭발성 강한 사안이다.당장 대구경북에서는 정치권, 민간, 자치단체 구분없이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분노, 배신감, 허탈 등의 반응이 여과없이 분출되고 있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0일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부울경 단체장 3명의 합의문이 발표되자 즉각 공동입장 성명을 통해 “총리실 재검토 결정은 심히 유감이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성토했다.이어 “국토부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이제 와서 일부 지자체의 정치적인 요구로 재검토를 받아들인다면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동시에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1일 “내년 총선을 위한 새로운 적폐”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총리실이 특정 지역만의 선거를 위해 새로운 적폐를 시도한다면 500만 시도민이 총궐기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재검토 결정이 터무니없다는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총리실의 재검증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통해 “총리실은 과거 영남권 5개 단체장의 합의 정신에 맞게 국토부와 부울경 3개 단체장만 참여하는 검증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의원도 “김해 신공항은 총리실이 일방적으로 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을 깨서 가덕도 신공항으로 간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씻을 수 없는 갈등만 남는다고 말했다.현정권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 동요가 감지되는 부울경의 표를 얻으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대구경북과 부울경을 갈라치기해 특정지역의 표를 얻으려는 작전이라는 것이다.또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존 결정을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부울경 민심을 의식해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리실 검증을 핑계로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대구경북 모든 수단 동원해 저지해야영남은 이제 또 다시 대구경북과 부울경으로 양분될 위기에 처했다. 지방살리기의 중심 과제인 공항 건설에 정치논리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것 자체가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대구경북은 이제 김해 신공항과 동시에 추진되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전면 추진중단 등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배수진을 쳐야 한다. 만약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내륙의 한 동네공항으로 위상이 추락할 가능성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김해 신공항 재검토는 동남권 공항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정부가 일부 지자체의 ‘떼법’에 밀리는 상황이 현실화돼서는 안된다. 떼법은 적폐다. 떼법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전국민이 정부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실패가 자산이다

지난 2002년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등진 코미디언 이주일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유행어와 함께 코미디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다.‘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이주일의 인사말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그에게는 한과 설움이 응축된 자조의 말이기도 했다. 그는 본인조차 혐오했던 외모를 오히려 자신의 전매특허로 만들어 30여 년 동안 대중을 웃기고 울렸다.이후 코미디계에는 속칭 ‘개성 있는’ 얼굴과 캐릭터를 무기로 대중적 인기를 끄는 코미디언들이 속출했다.7전8기는 감동이 크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현역 시절 텍사스주 댈러스의 남부 감리교대학 졸업식에 참석, 2천여 명의 학생과 교수, 학부모들 앞에서 축사를 했다. 그는 축하의 말을 건넨 후 “나처럼 C 학점을 받은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해 폭소와 환호를 받았다. 이 축사는 모든 졸업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대표적인 실패 극복기다.-주목받는 발상의 전환, 대리만족 느끼게 해‘대프리카’로 상징되는 대구는 폭염도시다. 나쁜 이미지만 가득한 ‘폭염’을 상품화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08년 대구 수성구청은 더위를 상품화한 폭염축제를 기획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2008년 8월1일부터 3일간 대구 수성못과 들안길 일대에서 펼쳐진 폭염축제는 사흘 동안 50만 명의 대구 시민이 몰렸다. 이듬해는 80만 명이 찾았다. 그런데 2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폭염축제를 연 구청장이 낙선하고 새 구청장이 들어서면서 폭염축제는 끝났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의 희생양’이 됐던 것이다.두고두고 폭염축제를 아쉬워하는 대구 시민들이 많다.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충분히 대구 대표축제가 됐을 터였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치맥 페스티벌’과 연계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냈을 것이 분명하다.실패를 통해 인생을 배우자는 실패 박람회와 폭염과 미세먼지를 주제로 대구에서 ‘쿨 산업전’이 열리는 등 단점이 자산이 되는 시대다. ‘못난이 사과’ 등 못난이 마케팅도 관심을 끌고 있다.역발상이 주목받는 시대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고 다양성을 띠고 있다는 방증이다. 못난이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통해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시민의 다양한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재도전을 응원하는 2019 실패박람회가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대구 동성로 일원에서 열렸다. 강원, 대전, 전주에 이어 네 번째다.박람회는 실패 자산 콘퍼런스, 실패 공감 콘서트, 이불킥 공모전, 실패 토크 버스킹, 국민 숙의 토론회 등과 실패를 통해 인생에서 우뚝 선 저명인사의 특강도 있었다. 실패 경험의 공유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영원한 낙오자다음달 엑스코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국제쿨산업전’도 관심을 모은다. 폭염과 미세먼지에 선제 대응하고 대구를 기후변화 모범도시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클린로드, 쿨링포그, 쿨루프, 그늘막, 차열도료, 옥상녹화, 미세먼지 저감 관련 업체들이 참가하고 냉동냉방, 쿨 섬유 및 소재 관련업체들이 출품 예정이다. 다양한 소비재 기업의 제품도 선보인다.못난이 농산물도 불황 탓에 인기다. 10여 년 전 경북도가 태풍으로 낙과 피해를 본 과수 농가를 위해 마련된 ‘못난이 사과’는 피해 농가 돕기 운동과 겹쳐 이목을 끌었다. 덜 익은 과일이나 출하 과정에서 생긴 흠집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이 마케팅 대상이다.문재인 정부들어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 각 분야를 난도질하고 있다. 오랜 악습 청산이 본래 취지지만 이것이 4대강 보 등 전 정권이 이뤄놓은 업적 파괴가 주 목적이 됐다. 전 정권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발전을 도모할 수는 없나.16일 새벽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한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준우승했다. 값진 성과다. 우승컵이 아니라도 좋다. 최선을 다했으면 후회는 없는 법이다. 기술과 체력적 열세를 뛰어넘어 세계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우리 청소년 축구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1등 만이 전부는 아니다. 실패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내년 총선 ‘본때’를 어떻게 보여줄 건가

21대 총선이 내년 4월15일 치러진다. 10개월 남짓 남았다.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에서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집권 3년 차 들어서도 뚜렷한 민생 비전을 제시 못 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미래 비전 실종, 경제정책 성과 미진, 북핵 문제 답보 등이 주요 원인이다.지역에서는 부산 가덕도공항의 총리실 재검토설, 구미 반도체클러스터 무산, 허울뿐인 경주 원전해체 연구소 반쪽 유치, 예타 홀대 등의 사례가 소외감을 더한다.정치 무용론과 혐오증이 확산되면서 제역할을 못 하는 정치인을 응징하자는 이야기가 힘을 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총선 ‘국정안정론’-‘정권심판론’ 첨예 대립총선 과정에서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이 첨예하게 맞설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정권심판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모든 것이 휩쓸릴 수도 있다.지난 4월 말 패스트 트랙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 여하에 따라 지역의 정치도 격랑을 탈 수밖에 없다. 일부 선거구가 사라질 수 있다. 새 선거법에 따라 본격 다당제 시대 돌입 등 정치구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내년 총선은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인 동시에 현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국민여론도 다시 한번 보수와 진보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대상은 누구일까.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 지역구 현역은 김부겸(대구 수성갑),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 2명이다. 또 바른미래당에는 개혁적 중도보수를 주창하는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 대한애국당에는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이 있다. 나머지는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이들 중 특히 관심의 대상은 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다. ‘본때를 보여주는 대상에 두 사람을 포함시켜야 한다. 제외해야 한다’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두 사람의 활동과 행보가 지역민의 기대에 못 미친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 노력하고 행동한 것은 분명하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본때 대상자 선정의 가장 큰 기준은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이 제역할을 하고 있나’ 이다. 잣대는 보수·진보 구분 없이, 정당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 보수·진보의 균형은 국가나 국회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필요하다.대구경북에서 한국당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던 지난날의 추억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보수가 지리멸렬한 정국에서 존재감조차 없는 웰빙 정치인이 다시 선택받아서는 곤란하다.---과감한 물갈이 만이 한국당의 살길대구경북에서 한국당 물갈이 여론이 높아져야 당내 공천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그 길만이 지역이 정치적 위상을 되찾는 길이고, 대한민국의 보수가 사는 길이다. 그래야 한국당이 지역과 보수의 지지를 얻고, 또 그 국회의원들은 지역과 보수를 방패막이 삼아 힘있는 대여 투쟁을 해나갈 수 있다.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구경북부터 ‘새 피’를 수혈해야 한다. 역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유능한 새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면 한국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보수가 도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영입과 발굴을 통한 물갈이와 체질 혁신만이 한국당의 살길이다. 이 상태로 조금만 더 지나면 호남이 아닌 지역에서도 보수가 후보 공천조차 못 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정치의 카타르시스는 선거를 통해 지지하는 세력이 선택됐을 때 크다. 하지만 선후와 경중을 따져봐야 할 때도 있다. 과거처럼 ‘못 먹어도 고’는 아니다.지역민들은 여전히 “민주당은 싫고, 한국당은 기대 못 한다”고 한다. 이럴 때 “본때를 보여주자”는 의견은 탁월한 선택이다.그러나 동시에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옳다. 평가 대상자의 정치적 소신, 능력, 미래 기대치 등이 그것이다. 품어줄 대상은 품고, 키울 재목은 키우자. 그래야 선택한 본때가 더 빛을 발한다. 동시에 공천혁명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아직도 개발시대 논리에 기대고 있나

홍석봉/논설위원1991년 3월14일 오후 10시께 경북 구미시 구포동에 위치한 두산전자가 15일 오전 6시까지 30t의 페놀 원액을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에 흘려보냈다.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다.수돗물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대구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두산전자는 90년부터 페놀이 다량 함유된 악성 폐수 325t을 옥계천에 무단 방류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분노한 시민들이 두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국회가 진상조사에 나섰다. 관련 공무원들이 무더기 구속되고 징계받았다.그런데 당시 환경처는 수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24일 만에 두산전자의 조업 재개를 허용했다. 다시 보름 만에 페놀 원액 2t이 유출됐다.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환경처장관이 경질됐다. 대구시민들은 두산 측에 물질적 정신적 피해 170억100만 원(1만3천475건)의 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일부 금액만 배상받았다.페놀 사건은 국내 최대의 환경 사건이다. 우리에게 마시는 물의 소중함과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를 계기로 환경 관련 법이 대폭 강화됐다. 정부는 상수원 수질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각종 주요 환경 사건이 발생하기만 하면 되풀이하는 방식이 됐다.-포항제철소와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의미 커경북도는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봉화군의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해 각각 10일과 120일의 사전 조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포스코는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포항제철소의 4개 고로 중 제2고로에 붙은 브리더 장치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혐의다. 포항제철소에 대한 지자체의 조업정지 처분은 처음으로, 이례적이랄 수 있다.브리더는 가스 안전 배출 밸브다. 포항제철소 측이 고로 정비를 하면서 버튼을 이용해 수동으로 브리더를 열었고,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됐다는 것이다.포스코 측은 "브리더를 개방하지 않고 고로 수리를 하면, 고로 내 압력 유지 문제로 폭발 위험이 있다. 대형사고를 예방하는 행위였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측은 "제2고로가 10일간 가동 중단되면 고로 안 쇳물이 굳어 15년에 한 번씩 6개월이 걸리는 고로 개수 작업을 해야만 고로가 다시 정상 가동될 수 있다"고 했다. 피해가 너무 크니 상황을 양해해 달라는 의미다.120일의 사전 조업 정지 처분을 받은 영풍 석포제련소는 경북도에 청문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경북도는 앞서 영풍 석포제련소가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며 조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경북도는 아연 등을 생산하면서 중금속 물질이 섞인 공장 폐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이에 영풍 제련소 측은 낙동강에 폐수가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며 “120일 조업 정지가 확정된다면 공장을 재가동하기까지 1년 이상 휴업해야 한다”고 억울해하고 있다.영풍제련소는 아연 제련, 합금 제조 공장이다. 1970년 설립됐다. 국내 아연 유통량의 34%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최대 생산업체다. 중금속 폐수 배출로 2014년부터 국정감사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이전과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산업 비중 큰 기업도 일벌백계 다스려야경북도가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 포항제철소와 석포제련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기업이 우리나라의 산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조업 중단 시 받는 기업의 피해도 상당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환경문제를 이런 경제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다 보니 오염 폐해가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보전과 개발의 이익이 상충할 때마다 개발에 손을 들어주다 보니 영풍 석포제련소 같이 50년 가까이 낙동강 1천300리 주민들의 젖줄에 중금속을 뿌려대는 기업이 유지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페놀 사건에서도 경험했다. 그 대가는 엄청났다.그동안 우리가 받은 환경오염의 피해만 해도 계산이 어려울 정도다. 자손들에게까지 물려 줄 수는 없다.개발시대의 경제 논리에 더 이상 기대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국민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다. 경북도가 이번에 속 시원한 처분을 내렸다. 포스코도 기업 윤리를 더욱 철저히 챙겨라. 영풍 석포제련소는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문을 닫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