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발생 4일째를 맞은 21일 실종자 가족과 사망자 유족의 대기소가 마련된 대구시민회관 소강당에는 자원봉사자 지원이 쇄도해 슬픔과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화재사고 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45개 단체에 579명이 자원봉사에 나서 음식과 의료품 등을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공하며 고단한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KT사랑의 봉사단과 삼성사회봉사단은 아침∙점심과 저녁식사를 번갈아 장만해 실종자 가족들과 대책본부 관계자 등에게 무료로 대접하고 있으며, 대구시종합자원봉사센터는 빵과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미군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USO도 오전에 제리 브루노 기획실장 등 3명을 파견해 가족대기실 입구에서 생수 등을 배부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불편한 생활을 계속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칫솔과 치약, 양말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새벽기도회 등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대구시의사회와 대구경북약사회는 가족대기실 입구에 임시진료소와 임시약국을 설치해 하루 300-400명에 달하는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에게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 95년 지하철 가스폭발사고로 상당수 재학생들이 숨졌던 대구 영남중학교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 신청을 해 왔으며 대구지역 각 대학과 기업체로부터도 자원봉사를 문의하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

구세군과 대한적십자사 등도 대구시민회관 주변에 천막을 치고 실종자가족과 대책본부 관계자들에게 음식과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요원인 김모(43)씨는 "갑작스레 가족이나 친지를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실종자 가족인 이정아(26∙여∙대구시 북구 대현동)씨는 "막내 여동생이 실종돼 낙담하고 있는데 뜻하지 않게 사랑의 손길이 몰려와 용기를 얻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한편 이번 사건 희생자들의 영정이 안치된 시민회관 소강당 합동분향소에는 지난 20일 2천500여명이 조문한데 이어 21일에도 이만섭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일반시민과 기관∙단체장 등의 조문행렬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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