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맥스로텍 김인환 대표

▲ 대구 달서구 대천동 성서 4차 산업단지에 있는 (주)맥스로텍 내부 전경.
▲ 대구 달서구 대천동 성서 4차 산업단지에 있는 (주)맥스로텍 내부 전경.

미래 제조업의 핵심으로 3D 프린터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우주 환경 속에서 직접 거대구조물을 만들 수 있도록 3D로봇 프린터를 쏘아 올린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과학발전을 한 세대 앞당기는 새로운 기술. 3D 프린터 산업이 주목받는 만큼 관련 기술과 업체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3D로봇 프린터와 접목시킬 수 있는 이송기술을 보유한 (주)맥스로텍도 그 중 하나다.
김인환 맥스로텍 대표이사는 “아직 개발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지만, 필요한 기술이 보완된다면 3D 프린터 기술은 3차 산업혁명을 불러올 기술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맥스로텍이 보유한 기술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 3년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전, 그리고 도전

맥스로텍의 전신은 아진기계공업이다. 지난 1995년 설립돼 공작기계사업으로 시작했다.
김인환 대표가 아진기계공업의 재무경영인을 맡은 것은 지난 2003년. 그의 성실함을 알아본 아진기계공업의 당시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CEO) 제안을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한결같이 기업인의 꿈을 꿨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부족한 경험과 작은 회사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공(공학)을 살려 전기제어 분야에 회사를 차린 그는 이후 13년간 탄탄히 기반을 쌓아올렸다.
당시 거래관계였던 아진기계공업으로부터 CEO 제안을 받은 그는 정든 회사를 직원들에게 맡기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재무경영인 취임 후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무선 갠트리로봇’ 기술을 도입했다. 무선 갠트리로봇은 당시 국내에 없던 자동이송로봇 기술로, 이후 아진기계공업은 갠트리로봇의 부품과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김 대표는 “당시 국내 자동화산업은 유럽기업들이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공학도이기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였고, 국산화를 통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2005년, 김 대표는 아진기계공업을 인수해 현 ‘맥스로텍’으로 이름을 바꾸고, 맥스로텍은 유럽의 자동화 회사와 어깨를 견줄 수준까지 성장했다.
도전은 그 뒤로도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08년에는 공작기계사업과 자동화시스템 사업을 운영하면서 축적하게 된 엔지니어링 기술로 새롭게 도약점을 만들었다. 자동차 엔진 핵심부품에 대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토대로 국내 중소기업 사상 최초로 엔진실린더블록 임가공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 개발은 계속됐고, 맥스로텍은 현재 로봇기술과 IT 기술을 융합한 신개념의 차세대 공작기계인 PKM(Parallel Kinematics Machine)을 개발해 시장에 론칭한 상태다.

◆기술로 승부한다

맥스로텍의 핵심 기술은 산업용 로봇 분야에 걸쳐 있다.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무선 갠트리로봇시스템(Wireless Gantry Robot system)을 도입해 국내외 자동차 회사와 기계장비 회사 등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갠트리로봇은 자동화시스템의 핵심으로, 맥스로텍은 이를 토대로 3D로봇 프린터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3D로봇 프린터와 관련한 주요 특허 기간이 내년 2월에 만료된다”며 “맥스로텍의 보유기술이 3D로봇 프린터와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맥스로텍의 주가는 지난달 말 150% 이상 껑충 뛰어오른 뒤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맥스로텍의 기술은 대부분 김 대표의 관찰력과 발 빠른 도전이 일궈낸 작품이다.
갠트리로봇의 경우 유선ㆍ무선 갠트리로봇으로 분류되는데 국내에서는 맥스로텍이 유일하게, 전 세계적으로는 일본 회사와 함께 단 두 곳만이 생산하고 있다. 3년 전부터 3D로봇 프린터 기술에 관심을 둔 것처럼, 갠트리로봇 역시 김 대표의 통찰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김 대표는 “맥스로텍이 보유한 로봇기술은 융ㆍ복합을 통해 보다 나은 형태의 기술 개발로 연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장점이다”며 “우리는 결국 기술로 승부를 해야 하는 회사다. 앞으로 로봇기술과 IT기술의 융복합화와 같은 다양한 기술의 응용, 접목을 통한 신기술 개발에 계속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벤처연합회장직을 맡다

지난 2004년 (사)대구경북첨단벤처기업연합회가 출범하면서 초기 벤처기업인으로 활동한 김 대표는 현재 연합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벤처기업 간 노하우 공유, 대정부 정책 건의 등으로 전국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역의 첫 벤처 혁신형 협회로 맏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과 부담감이 있지만, 회원사의 고용창출 부분과 상호교류 증진 면에서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조직간 갈등을 해소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이 회사 운영과 같아 (맥스로텍) 운영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지역의 벤처회사 실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비췄다.
연합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벤처기업 수는 대구 1천557곳, 경북 1천369곳으로 3천곳에 육박한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면 10%가량의 비율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전통적으로 기계부품, 자동차 관련 장비 등을 중심으로 첨단업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가 전체 기업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IT(s/w), 섬유, 바이오, 의료, 로봇 벤처기업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김 대표는 “단순논리로 비약할 수는 없지만, 양적 성장이 있어야 질적 성장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많은 벤처기업이 나와야 양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나올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벤처인에게 조언해달라”는 주문에 그는 적극적인 활동력을 꼽았다. 그는 “아무리 좋은 기술도 고객이 선택하지 않으면 필요가 없게 된다. 기술 개발 이전에 충분한 시장조사가 선행되야 하고, 능력 있는 마케팅 인력이 필요하다”며 “전문가나 선배기업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데 망설이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창의적인 혁명

임기 후의 일을 묻자 곧바로 맥스로텍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맥스로텍을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며 기업인로써의 포부를 밝혔다.
20년 이상 기업인으로 지내오면서 어려운 고비는 없었을까. 김 대표는 “2009년 엔진실린더블록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대 회사가 생산을 멈추는 바람에 직원 급여조차 고민스러울 때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러시아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매출액에 이르는 규모의 설비투자를 했지만, 해당 회사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제품 생산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맥스로텍도 어쩔 수 없이 생산라인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뒤라 생산이 중단됐을 때 정말 아찔했다”며 “다행히 국내 완성차 업체와 계약하고 1년 후부터 라인을 재가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들과 함께 밤낮으로 노력한 덕분에 단 한 명의 해고도, 단 하루의 급여 체불도 없었다”며 “결국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자와 직원이 한마음으로 단결한 덕분이다”고 웃었다.
이러한 노력은 맥스로텍을 4배 이상 꽉 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김 대표가 인수한 2005년 매출액 92억원, 사원수 25명이었던 맥스로텍은 2012년 매출액 409억원, 사원수 112명으로 각각 445%, 448% 성장했다. 올해 대구경제를 이끌 월드스타기업으로도 선정됐다.
김 대표는 “맥스로텍의 사명은 창의적인 혁명(Creative Evolution)이다. 작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창조하고 진화해 나가기를 원한다”며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회사의 발전과정 역시 회사가 연관 산업분야에서 혁신을 계속 추구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혜윤 기자 hyeyo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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