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이사

▲ 아진엑스텍에서는 고속정밀기계에 쓰이는 전자제어칩 등 개발한다. 연구실에서 직원들이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br />
 엄창현 기자 taejueum@idaegu.com
▲ 아진엑스텍에서는 고속정밀기계에 쓰이는 전자제어칩 등 개발한다. 연구실에서 직원들이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엄창현 기자 taejueum@idaegu.com

현재 아진엑스텍은 기계의 고속정밀제어에 필요한 전자제어칩을 개발하고 있다. 전자제어칩 시장은 전 세계에서 3개국, 7~8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진엑스텍이 유일하다. 전자제어칩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매출은 설립 초기 8천300만원에서 현재 200억원으로 수직상승했으며, 최근 코넥스 1호 기업으로도 상장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는 “주변의 많은 공학도가 내가 한 일을 보고 놀라워 한다”며 “돌이켜보면 무모할 정도의 열정과 패기가 있었다. 내가 경영학도가 아니라 공학도였다면, 그들처럼 내가 해낸 일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예상했다면 차마 시도하지 못했을 무모함이었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예상대로 창업 초기 엔지니어링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김 대표는 “보통 설립 초반에는 회사 대표가 거의 모든 일을 다 처리하게 마련인데 (내 경우는) 엔지니어링도 포함됐다”며 “직접 엔지니어링을 할 수는 없어도 개념을 알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새벽시간 컴퓨터 학원을 등록해 C언어부터 아트워크까지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기초를 배웠다. 그는 “나중에는 내가 1부터 10까지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틀린 걸 알게 됐지만 이 기간 배운 것들이 엔지니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풀어놨다. 왜 개발비가 많이 드는지, 왜 (기획 때와 달리) 성능에 차이가 생기는지, 개발 날짜가 늦어지는지 등에 대한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고.
그는 “특히 엔지니어에겐 소비자의 기호와 달리 자신이 개발하고 싶은 것 위주로 생각하는 소위 자아도취적인 면이 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없으면 매일 밤늦게까지 연구하는 자발적인 성취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고 웃었다.
전문기술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자금 조달도 고민거리였다. 김 대표는 “당시 벤처기업은 자본금이 떨어지는 순간 끝나는 거였다”며 고개를 내둘렀다. 기술개발은 직원에게 맡기고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낡은 구두로 문턱을 넘나드는 일에도 부끄러움은 없었다고 했다.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받아야 했는데, 자격 요건 부분을 조절하려고 한 관계자를 25번 찾아갔더니 나중엔 저를 보고 도망가는 해프닝도 있었죠”
노력을 거듭한 끝에 국책사업도 많이 따냈다. 공업기술개발 관련 국책사업은 통상 대기업이 수행하는데, 설립 당시 직원 5명인 상황으로 연구개발비 프러포즈를 성공한 것이다.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개발 과정은 조금씩 순조로워졌다.
김 대표는 “자금조달이나 시장조사는 내 역할이었다. 엔지니어링을 이해하면서 내가 직원을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뭘 보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공학이 기초과학과 일반산업을 연결해주듯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경영학과 기초과학을 조화시킨 셈이다”고 덧붙였다.

◆월드클래스 300 목표

당초 아진엑스텍은 천안 일대로 이전하려 했지만, 2000년께 소프트웨어 기반 환경 조성을 위해 지역 기업인을 스카우트한 대구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성서산업단지에 자리 잡았다. 그는 “지금은 그 결정에 만족하고 있다”며 “성서단지는 저렴한 임대료 외에도 디지털 집적화 환경이 가장 매력적인 점이다”고 말했다. 아진엑스텍이 개발하는 전자제어칩은 관련 정보와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컴퓨터칩에는 크게 연산을 담당하는 CPU,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그리고 특수분야에 적용되는 ASIC 3종류가 있다. ASIC는 다시 동영상 중심의 멀티미디어, 통신, 제어칩으로 나뉘는데, 아진엑스텍의 주력은 이 제어칩이다.
제어칩은 반도체장비를 중심으로 탱크나 항공기, 의료기기 등 고속정밀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기계에 쓰인다. 기계, 전자공학, 통신, 소프트웨어, 수학 등 모든 분야가 필요하며 장비에 대한 현장ㆍ개발경험도 필요해 직접 개발하는 회사가 드문 블루오션이다.
김 대표는 “제어칩은 디스플레이부터 스마트폰, 카메라 검사장비, 바이오장비 등 현재 46개 시장이 있다”며 “앞으로의 로봇시대와, 아직 개방되지 않은 솔라셀 시장을 고려하면 더욱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그의 업무는 더욱 많아졌다. 아진엑스텍이 코넥스에 상장되는 등 활발한 행보를 하는 가운데 코넥스협의회장직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7월 코넥스 1호 상장기업 21곳 가운데 19곳이 수도권 기업이었다”며 “지역기업들은 앞서 시장 흐름을 분석하고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함께 성장하는 SW기반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설명회)를 할 생각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목표는 우선적으로 외국산 제어칩이 70% 가까이 되는 국내시장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3년 내 평균 매출액 500억원 수준인 월드클래스 300 진입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그는 “다가올 로봇시대에 전문 부품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며 “외형보다 메카트로닉스를 전문으로 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집중하고, 회사와 직원이 함께 공유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혜윤 기자 hyeyo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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