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R&D로 지역 섬유산업 불황 정면돌파”

발행일 2013-12-26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8·끝> 보광직물 차순자 대표

차순자 보광직물 대표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섬유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섬유산업이 어렵다고 다들 이야기 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구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 대구 섬유의 경쟁력을 한층 더 올리겠습니다”

테이블에 겹겹이 쌓인 원단, 쉼없이 울리는 전화, 부산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발길…

그의 집무실은 여느 업체의 ‘사장실’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살아움직이는 생동성 이랄까. ‘일하는 CEO’(최고경영자)의 면모는 그의 목소리는 물론 사무실 곳곳에 녹아있었다.

대구 서대구산업단지에 위치한 보광직물 차순자(59) 대표. 최근 찾은 그의 집무실은 연말을 맞아 한창 바쁜 시간이었다. 차 대표는 “납품 일정을 맞추느라 직원들 모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원단설계에서 제직까지 모든 면제품을 생산하는 보광직물은 병원복, 침구류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직접 제직, 가공한 뒤 봉제해 자체 브랜드로 파는 직물회사다.

1978년 창사 이후 매출은 2012년 220억원, 올해 25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불황 속 섬유업체가 달성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대단한 성과다.

해외진출에도 공을 들인 끝에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문을 여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미군에 군 메트리스 제품을 제공하는 계약도 성사돼 납품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광직물의 주력 품목인 병원용 리넨 제품은 국내 대학병원에 공급되고 있다. 차 대표는 “서울대병원 등 대부분의 국내 대학병원이 우리 회사가 만든 유니폼과 침구류 등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의사복, 간호사복, 산모복 외에도 운동복, 캐디복, 작업복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성공한 여성기업인이 되기까지

차 대표의 성공스토리 첫 시작은 197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성공한 여성기업인이지만 시작은 미약했다.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고등학교 때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어린 나이에 가장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어려운 형편에 대학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1974년 고교 졸업과 동시에 외삼촌이 운영하는 직물업체에 경리직원으로 들어간 게 섬유와의 첫 인연이었다.

4년 뒤 독립해 대구 서문시장에 ‘민영상사’라는 직물가게를 열었다. 창업자금은 혼수비용이었다. 차 대표는 “퇴근 후 자루에 넣은 돈을 세는 재미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며 “그 땀의 대가로 점포 수도 10곳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열정을 시샘한 것일까. 그에게도 시련이 닥쳐왔다. 친구의 부탁으로 수표 28억원을 빌려준 것이 잘못돼 결국 부도를 맞았다. 손실액만 200억원이 넘었다. 섬유와 함께 운영했던 주유소사업도 접어야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4억원을 마련한 뒤, 2003년 보광직물로 업체명을 바꾸고 새롭게 도전했다. 2010년에는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등 재기에 성공했다. 2011년에는 계명대 경영학과 야간 과정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차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린 결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시련의 시간을 극복하고 나니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성공의 비결, 쉼없는 R&D

중국의 저가 공세로 대구지역 섬유 기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광직물이 연매출 200억원 이상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차 대표는 “끊임없는 R&D(연구개발) 덕분”이라고 했다.

실제 보광직물은 최근 몇해 R&D 과제를 계속해서 따내면서 연구개발 역량을 키웠다. ‘슈퍼융합사업’에서 ‘항공기 및 해양 화물 컨테이너 개발 과제’ 주관기업으로 선정, 2년간 약 16억원의 예산을 받아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경북지역 특화사업으로 시니어복 개발에 뛰어들어 3억원 가량 예산을 지원 받았다. 특히 2009년 설치한 부설 연구소는 보광직물의 R&D 성과를 뒷받침했다.

차 대표는 “최근 거래처인 군과 기관, 병원 등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쉼없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R&D 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인력도 중요하지만 생산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며 “우리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55세인데,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남승렬 기자 pdnam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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