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이 살고 싶어하고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인구절벽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매년 새로 태어나는 아동이 줄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955년에 태어난 아동은 84만 명이었지만, 2000년에는 60만 명으로 줄었고, 2015년에는 42만 명으로 6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30년을 한 세대로 계산할 때 두 세대 만에 출생아가 반으로 줄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75년에 출생아는 21만 명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인구학자들은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우려가 있는 국가로 대한민국을 꼽는다. 이러한 예측은 통계에 근거한다.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누어서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인구학적인 쇠퇴 위험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데 한국은 2016년에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수가 0.5 미만으로 소멸위험에 있는 시ㆍ군은 전국적으로 2014년에 79개에서, 2016년에 84개로 늘어났다. 228개 시ㆍ군 중에서 36.9%가 소멸위험지역이다. 전국 3천483개 읍ㆍ면ㆍ동 중 2천242개(64.4%)가 1.0을 밑돌았고 소멸위험 직전까지 떨어진 0.5 미만인 곳은 1천383개(39.7%)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4할은 향후 30년 안에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전국에서 인구소멸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은 경북 의성군과 전남 고흥군이고, 다음은 경북 군위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경남 남해군, 합천군, 산청군, 전남 신안군 등이다. 가장 심각한 의성군 신평면은 인구 811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447명이고 젊은 여성은 21명으로 위험지수는 0.047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은 인구절벽의 위기에 놓였고, 84개 시ㆍ군과 1천383개 읍ㆍ면ㆍ동은 30년 뒤에 소멸할 위기에 빠졌다.
미국이나 유럽도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는데, 왜 ‘지방소멸’은 일본과 한국에서 더 심각한가?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과 초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도쿄 한곳으로 인구가 집중하는 ‘극점사회’이기 때문이다.
극점사회에서는 젊은 사람을 저임금으로 쉽게 쓰고 버릴 수 있기에 청년들은 결혼하기 어렵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은 공동화되고 도쿄는 ‘불임 사회’로 바뀐다. 2012년 일본 평균 출산율은 1.41이지만 도쿄는 1.09이었다.
한국도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기에 ‘지방소멸’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인구집중을 줄이고자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고 지역에 혁신도시를 만들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인구절벽을 막으려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젊은이가 괜찮은 일자리를 찾고 연애도 하며 결혼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녀를 낳는 것은 부모가 할 일이지만, 키우는 것은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젊은 여성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농어촌에 있는 작은 학교를 살려서 학생이 맘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교육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초등학교가 사라지면 젊은 층은 더 이상 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주민은 사라진다. 귀농ㆍ귀촌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젊은이가 돌아오지 않는 지역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행정구역의 개편도 적극 시도해야 한다. 읍ㆍ면ㆍ동 중에서 면 인구는 급격히 줄고 읍 인구는 상대적으로 덜 감소하며 동 인구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주로 농촌지역으로 구성된 군을 인접한 도시와 묶어서 행정구역을 개편하면 지방소멸을 완화할 수 있다.
전남 광산군이 광주로 편입되어 광산구가 된 후에 주민이 늘어났듯이, 무안군, 신안군, 영암군은 목포시로 합치고, 보성군, 고흥군은 순천시로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행정구역을 개편하기 전이라도 각종 공공시설과 주민편익시설을 생활권역별로 개발하여 정주 여건을 키워야 한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대책을 세우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내일이면 늦다.

이용교

광주대 교수·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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