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림 대작 사건’과 사기죄

며칠 전 한 연예인이 대작 그림 판매와 관련한 형사사건에서 사기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대작 그림에 덧칠을 한 뒤 자기 이름으로 이를 판매한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으나 1심에서도 사기 여부와 관련 상당한 법적 다툼이 있었고 재판이 항소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기’라고 말하는 것과 달리 ‘사기죄’는 상당히 까다롭다고 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돼야 성립된다. 그 요건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보다 사기죄는 ‘기망행위’가 있어야 한다. 기망행위란 다른 사람을 속이는 행위로서 명시적으로 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고 나아가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 방법(부작위)으로도 할 수 있다. 가령 가짜 명품가방을 진짜 명품가방이라고 속여 팔 경우, 진짜 명품가방이라고 말을 하면서 고가에 파는 것도 기망행위가 되는 것이나 가짜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가에 파는 것 역시 기망행위가 되는 것이다.
다만 묵시적 내지 부작위의 경우 ‘만약 진실을 알렸다면 상대방이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요구된다. 위 형사사건의 경우 ① 대작된 그림임을 알면서, ② 대작된 그림임을 구매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③ 구매자들이 만약 대작된 그림임을 알았더라면 높은 가격을 주고 그림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었으므로, 비로소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인정된 것이다.
그리고 사기죄는 기망행위에 따른 상대방의 ‘착오’와 ‘처분행위’가 있어야 한다.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속지 않거나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으면 사기죄가 아닌 사기미수죄가 문제된다.
다만 사기는 물론 횡령, 배임과 같은 재산범죄의 경우 생각보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다. 이는 법률상의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므로 피해자나 피의자 어느 쪽이든 그러한 요건에 관한 정확한 주장을 할 필요가 있다.

김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