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수험기간보다 더 염려됐던 일주일의연히 견뎌온 시간 웃으며 결실보길 자신감 있게 새로운



포항지역 지진으로 인해 사상 초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지난 일주일, 수험생들의 길었던 1년여의 수험기간보다 더욱 염려되던 시간이었습니다. 3년 만에 온다던 수능 추위도 지난 일주일간의 혼란 앞에 그만 무색해져 버렸습니다. 그동안 공부와 시험 스트레스에 지치고 큰 시험 앞에서 긴장되어 있었을 여러분이 더욱 힘들지 않았을까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수험생활을 이제껏 함께 이어온 포항지역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힘든 시기를 의연히 견뎌낸 수험생들, 정말 장합니다. 마침내 오늘 그동안 힘써 준비해 온 긴 땀의 결실을 볼 시간 앞에 서 있습니다.
오늘까지 늠름히 수험생활을 잘 견뎌온 여러분, 참 대견합니다.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잘 견뎠다’는 표현을 하게 되어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다. 공부는 즐겨야 하고 배움은 기쁨으로 가득해야 하는데 사회가 그리고 어른들이 그러지 못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저 역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참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저는 수험생 여러분을 비롯한 대구의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발휘하는 교육의 장을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겪을 다양한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키우며 미래를 설계하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날마다 소망합니다. 여러분을 입시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우리 학생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행복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해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수험생 여러분.
수능 전 수험생 여러분에게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몇몇 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모든 수험생의 손을 잡고 용기를 줄 수는 없지만 큰 시험을 앞둔 여러분의 무거운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걱정과는 달리 우리 수험생들은 너무도 밝고 당당하고 어엿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친구들이 많아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함께해 온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서로 표현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분을 응원하러 간 자리에서 제가 오히려 격려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분명히 여러분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멋진 존재입니다.
장한 수험생 여러분.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생의 길이 있습니다. 수능은 그 수많은 길로 나아가는 수많은 길목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그 길목 하나를 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의 많은 길목 중 매우 굽이지고 경사가 가파른 길목을 의연히 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굽이지고 가파른 길목을 지나면서 때로는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힘들어했을 여러분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러나 이제 여러분은 그 길목을 지나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 새로운 길은 이미 많은 사람이 지나가 잘 닦여진 길일 수도 있고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오솔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주인은 이제 그 길을 걸어갈 바로 여러분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묵묵히 뒷바라지하셨을 수험생 학부모님.
저 역시 학부모님들과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위해 교회, 성당, 사찰을 방문하였고 그때마다 수능을 무사히 치르길 바라는 학부모님들의 간절한 얼굴을 무수히 마주했습니다. 마음을 밝힐 수 있는 곳곳에서 간절히 두 손을 모으고 계신 학부모님들을 마주하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절함이 느껴져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그간 너무나 수고하셨습니다. 아이들이 긴 수험 생활을 이겨내는데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학부모님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변함없는 믿음에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의 모든 수험생 여러분.
결승점을 눈앞에 둔 마라토너와 같이 잘 참고 달려온 여러분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결과와는 관계없이 여러분 모두는 힘찬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책상 앞에서 벌여야 했던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 수많은 시험 앞에서 느껴왔을 중압감, 미래를 고민하던 시간까지 이 모든 힘든 과정을 이겨낸 여러분은 모두가 대단하고 장합니다. 그간 해 온 대로 자신감 있게 끝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결승선이자 새로운 시작점을 통과하기를 기원합니다. 시험을 치른 뒤 웃으며 시험장을 새로운 길을 나설 수험생들의 모습을 위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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