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재판의 주장, 사실 그리고 증거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주장을 하였으나 재판에서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당사자들은 매우 억울해하면서 재판 결과를 탓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재판은 진실이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의 주장이 그나마 사실에 가까운지가 증거를 통해 가려지는 과정일 것이다.
과연 재판에서의 주장과 사실은 얼마나 다르고 증거는 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주장’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누군가에게 100억 원을 빌려주었다, 누군가를 때리기는커녕 당시에 만난 적조차 없다 등 모든 내용이 주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주장과 다르다. 적어도 재판에서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누군가에게 100억 원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차용증이나 이체내역이 없으면 그것은 사실이 될 수 없고, 누군가를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만난 모습이 촬영된 CCTV 화면이 있으면 그것은 사실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주장은 이를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있어야 사실로 인정될 수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으나, 간단히 ‘사실 = 주장 +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주장이 판사가 인정하는 사실이 되기 위해서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야기를 해놓고 보면 너무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이러한 점을 모른 채 재판에 뛰어드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내말이 맞으니까 승소한다’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증거가 없으면 애초에 재판에서 이길 수가 없다.
따라서 어떤 종류의 재판이든 이를 시작하기 전이나 재판 도중 주장을 펼치기 전에는 반드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는지를 냉정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소송으로 인한 재산적 피해나 정신적 고통을 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일을 하다 보니 친한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의 ‘~이다’라는 말도 마음속으로는 ‘~라고 주장한다’라고 바꾸어 듣는 버릇이 생겼다.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김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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