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경상북도교육감



사랑하는 수험생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자신과 싸우며 성장통을 앓아야 했을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 하나의 관문을 지나온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시험 전날 예상하지 못한 지진과 시험 연기로 인해 심적 부담이 큰 상태였을 텐데도 모든 상황을 차분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잘 보고 못 본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능의 결과가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선택이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수능도 인생을 이루고 있는 여러 과정 중 극히 한 부분일 뿐입니다. 수능이 인생의 종착점이 아니라 지나가는 관문이라는 것과 이를 못 본다고 해서 실패자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과정과 결과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과정보다 결과가 빛났든 그렇지 않든, 그동안의 과정도 결과 못지않게 매우 값진 것입니다. 지금은 수능이 가장 중요하고 커다란 평가로 보일지 모르지만 인생에 있어 이만큼의 커다란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정말 난 최선을 다했다” 이 한마디를 할 수 있으면 된 것입니다. 만약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분명히 다음에 최선을 다하면 그뿐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수능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닙니다.
또 다른 시작이란 것을 생각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착실한 준비가 필요한 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허용된 삶의 길이에 비하면 수능은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의 삶을 위하여 죽는 순간까지 자기 성숙의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진짜 내가 최선을 다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십시오. 일단 하고 싶은 것을 다 적어보십시오. 평소 수험생활 때문에 미뤄두었던 것 언젠가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다 보면 여유로운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도 알고 자연스레 스스로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될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할 여유가 없었던 수험생 여러분에게 이 버킷리스트는 힐링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수험생활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버킷리스트를 계속 자신의 목표 목록으로 삼느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작성한 목표의 실현 가능성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 꼭 해 드리십시오. 여러분이 수능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앞만 보면서 달려오는 동안 여러분의 부모님들은 여러분을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사셨습니다.
학부모님 여러분! 애 많이 쓰셨습니다.
수능이라는 긴 여정을 위해 지난 12년 동안 자식을 위해 여러분은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자고 싶을 때도 먹고 싶을 때도 놀고 싶을 때도 자식이 먼저였습니다. 오직 한마음으로 자녀를 위해 애쓰신 학부모님들의 정성이 소중한 결실로 돌아올 것입니다. 시험이 끝난 자녀에게 “수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네가 자랑스럽다”고 부모가 건네는 격려의 말은 자녀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시험을 잘 봤다면 부모가 자신을 깊이 존중한다는 신뢰가 생길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모의 말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의 노력을 존중하는 태도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면 자녀도 자신의 노력을 돌아보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부모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는 것입니다.
큰 시험을 치른 것을 축하하며 가족끼리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보낼 연말 계획을 짜거나, 서로 말 못했던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수능 뒤를 만끽할 자유와 권리가 있는 수험생 여러분!
지난 1년간 치열하게 달려왔던 여러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모두 다 만족한 결과를 얻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여러분은 태양처럼 밝은 우리들의 희망입니다. 매일같이 키가 자라고 꿈이 자라고 용기가 자라나는 인류의 보고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뜨거움이 있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젊음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무한한 가능성을 간직한 젊음에 부러움과 축복이 담긴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다시 한 번 수험생과 수험생 가족 여러분에게 따뜻한 위로의 박수를 보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영우

경상북도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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