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되면 비 오듯 흐르는 겨드랑이 땀 땀나는 위치에 보톡스 주사 맞으면 효과 대략 5


한낮에 뜨겁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고 있으면, 여름이 우리 눈앞에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하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내쉬어지는 한낮이다. 오후에 낯익은 부부가 병원을 찾아왔다. 작년 이맘때 다녀가고 난 뒤, 다시 찾아온 것이다.
“두 분을 다시 보게 되니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겠습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작년 여름의 일이다. ‘겨땀(겨드랑이에 나는 땀)’ 때문에 고민하면서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여름만 되면 겨드랑이에서 비가 오듯 흐르는 땀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탓에 외출하기 어려울 정도라니, 이쯤 되면 불편함을 넘어서서 병(病)이라 해야 할 정도였다.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그다지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지 못해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우리 병원까지 찾아온 것이다.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지만 가장 환자에게 불편함이 없는 치료를 골라야 할 상황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간단한 방법이 없을까?’ 땀의 양이 줄어들도록 보톡스 주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1주 후, 밝은 얼굴로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를 보고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땀이 줄어들면서 불편했던 점들이 말끔히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항상 축축했던 겨드랑이가 이제는 뽀송뽀송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효과는 대략 5∼6개월 정도 유지될 수 있으니, 앞으로는 여름이 되기 전에 매년 맞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혹 겨드랑이의 땀을 줄여 놓았으니 다른 부위에서 땀이 더 날 수 있습니다”라고 주의사항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한여름을 지내고 나서 다시 여름이 찾아오면서 다시 보톡스 시술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다시 찾아왔다는 것이다.
땀은 우리에게 단지 불편한 존재만은 아니다. 우리 몸에 쌓인 열을 배출하고 또 젖은 상태에서 증발하면서 피부 온도를 떨어뜨려 체온을 적절한 상태로 유지해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땀을 흘리지 못한다면 열을 배출할 수 없게 되어 우리들의 몸은 열사병, 일사병 같은 고온질환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여름은 원래 땀이 많이 난다. 가만히 있어도,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비가 오듯 흐른다. 자주 샤워하고 시원하게 지낼 수만 있으면 큰 불편함은 없는데, 아침에 나와서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리라.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를 들면, ‘겨땀’으로 셔츠나 상의의 겨드랑이 부분이 흥건히 젖어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다. 자주 씻지 못하고 습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액취증으로까지 악화하기도 한다. 다른 한 가지 경우는 ‘손바닥 다한증’이다.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면 직업상 많은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해야 하는데 악수를 하는 순간 축축한 손바닥 때문에 상대방과의 관계를 서로 어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겨드랑이와 손바닥의 정확한 위치에 보톡스를 주사해 주면 적어도 5∼6개월간은 땀이 줄어든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 더운 여름철의 불편함을 줄이고 쾌적하고 청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체온 조절을 위해 몸에서 나는 땀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조절기전으로 인해 겨드랑이나 손바닥의 땀이 줄어들면 다른 부위에서 나는 땀의 양이 조금씩 늘어날 수도 있다. 주름을 없애 주는 것으로 알려진 보톡스가 요즘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단순히 근육의 힘을 줄여서 주름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고 사각턱 주사, 승모근 주사, 더모톡신으로 주름을 당겨 올리는 방법 등 수많은 방법이 알려졌다. 땀샘을 줄여주는 보톡스 요법은 보톡스를 피부 바로 아래쪽에 주사해서 땀샘의 기능을 약화시켜 주는 능력을 이용한 기술이라 하겠다. 만약 이 방법으로도 효과가 없으면, 겨드랑이의 땀샘으로 향하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의 난이도가 어렵고 수술 후 겨드랑이 이외의 부위에 땀이 많이 차는 보상성 다한증이 영구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서 더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보톡스를 이용해서 비록 6개월 정도 지속에 그치지만 간단한 시술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더 현실적이라 하겠다.
한동안 TV나 매스컴에서 ‘겨땀’이라는 말로 연예인들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면서 우스갯소리로 쓰이던 것이 이제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참 다양한 일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일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줄 방법을 찾게 되었으니 의사로서는 다행이라 하겠다.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