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대구천사무료급식소

▲ 대구 서구 국채보상로 인근 ‘천사무료급식소’는 27년째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사진은 급식소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노인들 모습.
▲ 대구 서구 국채보상로 인근 ‘천사무료급식소’는 27년째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사진은 급식소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노인들 모습.

‘4만여 명, 1천100여 명’
대구지역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과 노숙인 수다.
이들은 대부분 생활고에 시달린다. 때문에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의 의미는 매우 크다.
무료급식소는 이들이 하루 중 가장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온 종일 내리쬐는 뙤약볕을 뚫고서라도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에게 이곳에서 배식하는 정오의 한 끼 가치는 천금과도 같다.
무료급식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대구지역 대표 무료급식소를 찾아가 봤다.

대구 서구 국채보상로. 도로 바로 옆에 큰 글씨로 새겨진 ‘천사무료급식소’ 간판이 눈에 띈다.
이곳은 27년 동안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70대 이상의 노인이면 누구나 식사를 제공한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배식이 시작되려면 1시간이나 남았지만 벌써 수십 명의 노인이 건물 주변에서 점심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익숙한 듯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질서정연하게 식권을 받고 차례를 기다린다.
일찍 급식소에 도착하면 시원한 내부에서 기다릴 수 있는 탓에 새벽부터 나와 기다리는 노인도 많단다.
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는 “10명 중 7명은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고 나머지는 같이 밥을 먹을 친구를 찾아서 온 사람들”이라며 “자기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있으니까 심적으로 의지가 되고 대화상대도 되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천사무료급식소는 독거노인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1992년에 설립된 전국자원봉사연맹이 운영하고 있다.
그해 2월 대구에 처음 무료급식소를 설립한 뒤 전국 곳곳에 문을 열었다. 현재는 전국 26개소가 운영 중이다.
현재 대구천사무료급식소는 매주 월, 수, 토요일 주 3회 문을 연다.
급식소는 최대 9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찾는 이들이 많은 탓에 조를 나눠 식사한다. 평일에는 4조까지 운영돼 하루 360명이 이용한다. 주말에는 하루 700여 명의 노인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단순히 계산해도 일주일에 1천400여 명의 끼니를 해결해 주는 셈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그 숫자가 어림잡아 7만여 명에 이른다.
이런 활동을 27년 동안 쉬지 않았으니 그간 넉넉잡아 190만여 명분의 식사를 제공한 것이다.
천사무료급식소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정관에 따른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국세청 홈텍스 홈페이지의 공익법인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급식소의 설명이다.
현재 회원은 전국 2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기부액은 몇천 원부터 수백만 원까지 다양하다.
물론 회원이 아니더라도 인근 시장이나 지역 기업에서 물품을 후원해 주기도 한다. 익명으로 퀵이나 택배를 통해 쌀 등을 배달해 주는 이들도 있단다.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직원은 4명이다. 영양사가 직접 짜준 식단으로 오전 7시부터 나와 밥과 반찬을 만든다. 단 대량의 물품을 후원받는 날에는 식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날 메뉴는 흰밥, 설렁탕, 어묵조림, 김치였다. 3천 원을 받는 인근 서구청 구내식당 메뉴와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었다. 이날 서구청 구내식당 메뉴는 흰밥ㆍ흑미밥, 콩나물냉국, 등심 돈가스, 야채샐러드, 단호박감자샐러드, 김치였다.
반찬은 구내식당에 비해 종류가 다양하지 못했다. 대신 빵과 떡, 구운 계란, 베지밀 등을 제공해 노인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자원봉사자는 대학생 2명뿐이었다. 자원봉사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오는 이들로 꾸려지는데 요즘에는 자원봉사하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대구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는 “무료급식소의 한 끼 식사는 노인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생존권을 보장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밥을 굶고 힘들게 살아가는 노인들의 설움을 생각해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후원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