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된 사람의 이야기 함께 나눠요”

발행일 2018-08-28 20:06:5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3> 아울러 대표 박성익

박성익 아울러 대표 활동 모습.


“대구는 ‘덕후의 도시’에요. 한 번 신뢰를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신뢰가 형성되면 굉장히 오래 가죠.”

아울러 박성익(34) 대표는 “본질적이고, 철학적이면서 인권적인 활동을 하는 대표적 사례를 보면 대구에서 주로 시작이 되더라”며 “새터민, 다문화, 쪽방촌 등 약자나 인권 쪽은 전국 최강으로 대구는 인권감수성이 굉장히 강한 도시다. 이러한 것은 지역 정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서 덕에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발판이 됐고, 지금의 ‘아울러’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2011년 4월1일 창간 이후 전국에서는 독보적으로, 사람책 교육 서비스를 운영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한 아울러는 개개인의 ‘특별한’ 경험담을 공유하는 노하우를 전하고,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이 돼,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들려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 대표가 2009년 유럽여행 중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라는 사람책 관련 서적을 접하게 된 것이 아울러의 시작이었다.

사람도서관은 덴마크 사회활동가 ‘로니 에버겔’이 2000년 시작한 운동으로, ‘무지로 인해 편견이 발생한다’는 생각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장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사람도서관은 10명 내외의 소수 인원이 둘러앉아 사람책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아울러는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람책을 제작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이나 주부, 할머니 할아버지, 청소년 등 강연자로서 익숙하지 않거나 숙달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착안, 인터뷰를 통해 정리를 도와주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발표자료를 직접 만들어 주고 있다.

“성공의 경험 없이 타인 앞에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는 것을 보고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의 어떤 부분을 정리하면 남들 앞에 이야기 할 수 있을까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맡대니 누구나 다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더라구요. 그저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던 거죠.”

이러한 만남을 통해 완성된 사람책은 현재 350권에 달한다. 매년 평균 50∼60명이 사람책으로 제작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한 권의 사람책이 나오기까지 2∼3차례의 인터뷰를 거쳐 3∼4주가 걸린다. 사람도서관과 강연의 차이점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 있다. ‘나는 지금 부모님과 관계가 좋은가’, ‘나는 어떤 순간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가’ 등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아울러의 지향 가치는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이라는 가치를 지향하고,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인터뷰이고 그 인터뷰를 공유하는 것이 사람도서관인 셈이에요. 회복탄력성은 고난과 역경으로부터 ‘점프업’하는 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극복하고 성장해나갔던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인터뷰의 목적인 거죠. 성장했던 원동력을 찾아내니까 오히려 고통이 자기를 성장시키게 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라는 결론이 도출되고, 자신의 삶을 재해석하고 회복탄력성을 발견해내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2014년부터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람책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칠곡, 고령, 경주 등의 마을을 찾아 주민이 직접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타인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람책이 된 마을 주민들은 마을 해설사가 돼 마을 이야기뿐 아니라 유년시절의 경험이나 추억, 가족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웃의 삶을 돌아보며 그들을 더욱 이해하고, 또 격려하고 응원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2015년부터는 매주 1회 대구한의대학교에서 특강 ‘DHU 사람도서관’을 맡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진행 중이다.

“대학생들은 인근 중ㆍ고등학교를 찾아 대학 생활이나 전공 이야기, 부모님과의 관계 등을 전하도록 해요. 재밌는 것은 올해는 사람책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던 여고생이 같은 대학에 들어와서 자기가 사람책이 돼서 들어온 사례도 있었죠.”

아울러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꼽았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지식재산권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 팀 또는 단체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정, 배려가 부족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들을 듣고 정리하고 발굴해내고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그러한 노하우를 국제간 교류를 통해 쌓아가고 싶다. 실제 그러한 계획들을 세워나가고 있다. 국가의 비영리 단체와 아울러가 서로가 가진 노하우나 서비스를 교류하고 협력해 다른 나라에도 사람도서관이 생겨날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혈연, 지연, 학연 관계가 아니면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만들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사람책을 통해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끈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울러 사람도서관은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열리고 있다. 새로운 사람책을 발굴하거나 기존 사람책 분들에게 공유의 기회를 주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의: 053-953-0401.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박성익 아울러 대표는 “아울러는 회복탄력성이라는 가치를 지향하고,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인터뷰이고 그 인터뷰를 공유하는 것이 사람도서관인 셈이다. 회복탄력성은 고난과 역경으로부터 ‘점프업’하는 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극복하고 성장해나갔던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인터뷰의 목적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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