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느림’ 경험하며 진정한 휴식 느껴보세요”

발행일 2018-10-02 19:50:5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8> 자연형 치유농장 경산 ‘연원당 농원’

연원당 간판 모습.


경산시 용성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산성이 있다. 해발 435m 용산(龍山)의 정상부를 둘러 축성된 용성산성이다. 삼국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인접한 달구벌(대구)을 지키는 산성이다.

이곳 용산산성 밑에서 자연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강소농이 있다. 박선옥(58)ㆍ양동식(61) 부부가 운영하는 자연형 치유농장 ‘연원당 농원’이다. 부부는 이곳에서 벼농사 4만㎡와 대추 2천㎡, 복숭아 3천6백㎡, 살구 1천3백㎡를 재배하면서 자연형 치유농장을 운영해 연간 5천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자연을 닮은 부부

‘부부는 닮는다’라는 말이 있다. 연원당 농원의 주인 박선옥(58)ㆍ양동식(61) 부부가 그렇다. 부부는 경산출신이다. 남편은 대구의 회사원이었고, 아내는 미용실을 운영했다. 결혼한 후 부부는 늘 농촌생활을 꿈꾸었다. 자녀들이 학업을 다 마치면 귀촌하기로 약속했다. 농촌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 후, 주말이면 맘에 꼭 드는 장소를 찾고자 전국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가 결국 고향인 경산에 정착했다. 어머니의 품속 같은 용성면의 용산(龍山)이 마음을 붙잡았다. 부부는 주변 산천과 잘 어울리는 곳에 터를 잡고 둥근 흙집을 지었다. 황토와 나무만 사용했다. 부부가 함께 설계를 하고, 함께 지었다. 그 결과 자연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담은 ‘연원당 농원’이 탄생했다. ‘연원당(然園堂)’은 ‘진솔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면서 우주의 참된 기운이 가득한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에서 박선옥대표는 체험과 치유교육을 담당하고, 남편은 벼와 대추, 살구,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 이들 부부는 자연에 동화되어 살면서, 점점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

◆연원당은 천상의 화원

연원당 농원에는 유난히 꽃이 많다. 이른 봄 매화를 시작으로 계절마다 줄줄이 이어서 피어난다. 작약과 생강나무, 봉선화, 꽃무릇, 히어리, 금잔화 등 일년생 꽃을 비롯해 다년생 꽃나무까지 무려 210여 종에 이르러 마치 꽃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왜 이렇게 꽃을 많이 심었느냐? 는 물음에 박대표는 “꽃은 땅이 웃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꽃은 땅이 가장 즐거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서 모든 사람들이 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꽃은 우리 연원당이 추구하는 치유와 꼭 맞는 파트너”라고 설명한다.

박대표는 꽃차 자격증을 가진 ‘허브 바리스타’다. 꽃차를 만든 경력이 20년이나 된다. 연원당 농원에 있는 모든 꽃과 뿌리는 꽃차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꽃에 대한 욕심이 많다. 새로운 꽃을 보면 씨앗을 받아 오거나, 뿌리를 얻어오든지…. 어떻게 해서라도 구해온다. 그래서일까 부부의 얼굴도 꽃처럼 평온하고 맑다.

◆마음이 편해지는 치유농원

사람들은 연원당 농원에 오면 좋은 터의 느낌이 난다고 한다. 덕분에 풍수지리 교육생들의 답사기행 단골코스가 되었다. 체험객들도 이곳에 오면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거리를 술술 풀어놓는다. 마음을 열고,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가슴앓이를 풀어헤쳐 놓고 후련해한다. 체험객들은 한결같이 연원당 농원에서의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잠시라도 현실의 걱정을 내려놓는다. 그래서일까? 한 번 다녀간 후 대부분 재방문을 한다. “둥근 흙집에서 하룻밤 자고 싶다”는 체험객들의 요구가 빗발쳐 황토방 민박도 한다. 흙집에서 자고, 농장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자연음식을 먹으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체험이다.

◆자연형 치유체험 프로그램

치유농원인 연원당에서 어린이들이 쑥떡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연원당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다양한 치유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연원당 농원의 치유체험은 자연에 순응하는 프로그램이다. 집 주위에 조성한 황톳길과 자갈길을 느릿느릿 맨발로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약선요리를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면서 소박한 대화를 한다. 이런 ‘느림’의 과정을 통해 마음속에 있는 번잡한 세상의 찌꺼기를 걷어낸다.

어린이들은 논두렁길을 걸으면서 메뚜기를 잡고, 개울에서 미꾸라지를 잡는다. 풍선놀이와 투호던지기 같은 전통놀이를 통해 추억을 쌓는다. 요리체험을 통하여 음식의 소중함을 직접 느끼게 하고, 입맛을 바꿔 식생활 개선도 이끈다. 올해부터는 슬로푸드 체험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장류인 고추장 만들기와 마음이 따뜻해지는 떡국요리,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비빔밥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치유프로그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또한, 농산물 수확체험과 치유의 숲 체험, 꽃차와 야생화체험을 통하여 새로운 이야기보따리를 만드는 힐링체험교육장도 운영한다.

◆농원의 슬로푸드, 된장은행과 무 조청

연원당에서 운영하는 된장은행. 박선옥 대표와 남편 양동식씨가 된장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연원당 농원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반대로 ‘느림’을 즐긴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슬로푸드로 무조청과 된장은행이 있다. 무조청은 박대표가 결혼 후 4대가 한집에 살면서 시할머니로부터 솜씨를 배웠다. 단순히 가족 건강음식으로 만들어 먹으며 블로그에 소개했더니, ‘사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판매용이 아니라며 정중히 사양했지만, 끈질기게 조르는 고객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판매를 시작했다. 
연원당 농원에서 생산된 수제 복숭아잼.


된장은행은 고객들과 함께 된장을 만든 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내주는 주문식이다. 농장에서 생산한 콩을 가마솥에 삶아 만든 메주를 황토집에서 띄운 후 음력 정월에 예약한 고객들과 함께 된장을 담근다. 고객들은 충분히 숙성되는 11월까지 농장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찾아간다. 해마다 참여고객이 늘어나지만, 보관장소와 정성을 들여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해 40가정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추즙과 도라지청, 약 고추장, 간장, 엿기름, 복숭아잼 등도 고객들의 체험을 통해 함께 만들어 판매한다.

◆작은 결혼식장 개방

연원당의 앞마당은 누구에게나 작은 결혼식장으로 개방한다. 다만, 전통혼례식이어야 한다. 자연형 치유농원을 표방하는 연원당의 운영방침이다. 박대표의 장녀도 이곳에서 전통혼례를 했다. 좋은 터, 편안한 곳에서 결혼식을 하자는 부부의 의견에 사돈댁에서도 흔쾌히 동의했다. 큰딸의 결혼식은 말 그대로 잔치였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4시까지 온종일 이어졌다. 전통혼례와 공연, 식사 등 모든 축하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뛰어노는 우리 전통의 잔치였다. 그 소문이 퍼져 요즘 예약상담도 솔솔찮게 들어오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연원당 농원은 4만㎡의 벼농사를 짓다 보니 생산량이 만만찮다. 그러나 모두 햇볕에 자연 건조하고 즉시 찧어 직거래로 판매한다. 이렇게 생산한 귀한 쌀의 일부는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쌀 나눔행사’를 한다. 박대표의 재능기부 역사는 길다. 경산에서 미용실을 운영할 때부터 장애인복지관에서 정기적으로 미용봉사 활동을 했다. 병원과 인근 가정을 찾아가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재능기부를 했다. 지금도 마을에서 몸이 아파 누워있는 환자를 찾아가 미용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치유는 약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눔을 실천할 때 더 크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이다. 또한, 박대표는 초등학교에서 아동 요리치유, 심리상담 강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박대표 부부의 꿈은 소박하다. 운영 중인 연원당 농장을 알차고 내실있게 운영해 체험객들에게는 특화된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농산물을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정성을 담은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꽃과 치유의 숲을 소재로 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특화된 치유프로그램과 나눔을 통해 누구나 쉽게 드나들고,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할 수 있는 쉼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농장명: 연원당 농원 ▲농장주: 박선옥(2013강소농) ▲구매문의: 010-9989-3989 ▲블로그: https://blog.naver.com/ywdfarm▲홈페이지: 연원당농원.kr ▲소재지: 경산시 용성면 새골길 43 ▲이메일: ywdfarm@naver.com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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