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작가 정진경

▲ 정진경 작가의 작품활동 모습
▲ 정진경 작가의 작품활동 모습

일자리를 찾아, 꿈을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지역 청년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꿈을 펼치고자 고향을 찾은 청년작가가 있다.
홍익대에서 판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일반대학원 판화과 과정을 마친 정진경(37) 작가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이후 10년간 서울에서 작가활동을 하다가 2016년 대구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대구문화재단 입주작가로 선발돼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 작업하고 있다.
그저 미술이 좋아 미술을 공부하게 됐다는 정 작가가 미술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동네 화실에 다니면서다. 하지만 넉넉치않은 형편 등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미술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열의로 가득했던 그는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다시 미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4남매가 모두 미술에 소질을 보였지만 그 중 미술을 전공한 사람은 1남3녀 중 막내인 정 작가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은 접어둔 채 미대 진학을 목표로 실력을 쌓아나갔어요.”
대학 1학년, 드로잉, 조소, 동양화 등과 함께 판화도 재미있는 미술의 한 분야로 생각하고 거부감 없이 배우고 접했다.
그는 “판화는 테크닉적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처음엔 어렵기도 했지만,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판화는 의도한 대로 나오는 법이 없었다. 유화나 아크릴화와 비교하면 수정도 쉽지 않고, 준비과정과 자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통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100% 나오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확실히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무수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연성이라는 판화가 가진 매력에 이끌렸다고 했다.
정 작가는 “우연성이 판화의 매력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판화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다는 것도 판화의 매력이지만 판화의 묘한 매력은 우연성에서 나온다. 판화를 하시는 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노동이 들어가게 되고, 결과를 얻기까지 그 과정이 너무 길다는 점이 판화의 어려운 점으로 꼽히지만 정 작가는 이 점을 오히려 활용해 확장을 시키려고 하는 편이라고 했다.
판화로 100장, 200장, 많게는 1천 장 이상 만들어 설치 작품을 구성한다든지 디스플레이를 다르게 해 대형 회화작품을 만드는 등 그의 작품에는 판화의 반복 요소들이 곳곳에 들어간다.
정 작가는 판화뿐 아니라 드로잉, 회화, 설치 등 다양한 표현으로 작업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판화의 요소를 활용한 현대미술 회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한 가지 방법만 고수하기보다 표현하고 싶은 느낌에 따라 혼합해 작업하는 편이에요. 일상의 사물을 주로 표현하기 위해 연필이나 펜, 아크릴물감을 활용, 작은 무늬나 모양의 변화, 선 같은 것을 디테일하게 표현해내고자 하는 편이죠. 멀리서 보면 하나의 이미지이고 색이지만 들여다보면 미세한 텍스쳐가 느껴질 수 있도록 해요.”
정 작가는 주로 주변에서 만나는 것을 작품 소재로 삼는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표현하고 무엇을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주변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을 소재로 삼았다. 작업초기 그릇이나 주방기구 등 사물 이미지가 많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라며 “이후 메마르고 낡은 이미지를 재구성, 역시 주변의 것을 담아내고 있다. 투명하게 색을 썼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들어 색이 많이 선명해지긴 했다. 톤 다운된 원색, 채도가 떨어진 색감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대학 졸업 후 10년을 서울ㆍ수도권 지역에서 활동한 그는 이달 말까지 아트마켓, 유니온아트페어, 파주에서의 전시를 진행중이다. 대구에서의 첫 개인전은 내년 봉산문화회관에서 판화를 활용한 설치작품으로 지역민과 대면하게 된다.
그는 지역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힘쓸 계획이다.
정진경 작가는 “판화를 조금만 알아도 재밌게 할 수 있지만 접할 기회가 흔치 않다보니 판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대구에도 판화의 장점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재밌있게 체험 할 수 있는 공방이 있다.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사람들이 판화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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