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가입자가 5천만 명을 돌파하고 사실상 국민 1인당 1폰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쉽게 사진을 찍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대구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많은 사진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16일 폐막한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에는 세계 각국의 사진가들이 출품한 1천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었다. 주관처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집계에 의하면 올해는 2016년의 관람객 6만 명을 넘는 10만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작가나 평론가들의 경우에는 관람객의 숫자보다 전시 내용의 질적 수준을 더 중요시하기도 한다. 그래도 행정적인 척도로는 방문객 숫자를 중요시한다. 국제 행사이므로 외국인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도 봐야 한다. 우리들만의 잔치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특징을 돌아보면 첫째로 세계적인 사진가 250여 명의 작품과 컬렉션이 주제전 ‘신화 다시 쓰기’와 특별전을 통해 제시된 것이 특징이었다. 현재의 가치관과 사회현상을 사진이라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진단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비엔날레 본연의 가치에 적합한 전시였다고 할 수 있겠다.
둘째로는 2년마다 열리는 사진예술의 향연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등 여러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는 점이다. 대구 시내 다수의 갤러리와 화랑협회 주관으로 모두 47개의 공간에서 동시에 사진전이 있었다. 프린지 포토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사진 관련 전시가 이처럼 대구 전역에서 한꺼번에 펼쳐진 것도 드문 일이었다. 지난 4월 일본 교토 시내 여러 곳에서 펼쳐진 국제사진축제 ‘교토피아’를 참고했다지만 대구도 좋은 결과를 남겼다. 프로 사진가는 물론이고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도 당당히 자신만의 특별한 전시공간을 꾸미고 작품을 선보였다.
셋째로는 다채로운 사진 이벤트와 워크숍을 손꼽을 수 있겠는데 그전에도 있었던 ‘포트폴리오 리뷰’ 프로그램은 60여 명의 국내외 사진가들이 참여하여 세계적인 사진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미래의 거장을 발굴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3회에 걸쳐 진행된 ‘토크콘서트 사진가와의 만남’도 있었다. 국제 심포지엄도 대구미술관 강당에서 사진예술에 대한 정체성과 경향에 대한 내용으로 열렸다. 그러나 최근의 현대사진을 예술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대구비엔날레 나름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가을에는 유난히 좋은 전시가 전국 각지에서 많이 열렸다. 대부분의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몰려 있고 지자체마다 대규모 문화ㆍ미술 행사를 경쟁적으로 열었다.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으로 업무가 이관돼 개최하는 첫해였던 관계로 홍보를 비롯한 소소한 부분에서는 빈틈도 다수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진계를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06년 시작하여 12년 동안 사진만의 장르로 이처럼 끌어오며 국내 유일의 사진비엔날레이자 전국 최고의 사진 행사로 성장시킨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한 국제 행사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힌 데 있다. 이제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동안의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담아야 할 물리적 공간인 사진 미술관 또는 사진 박물관 건립을 꿈꾸어야 한다.
사진은 이제 시공간을 기록한다는 사진 본연의 기능에서 더 나아가서 이 시대의 문화와 담론을 이끌어 가고 있다. 동시대를 상징하고 증거하는 또 다른 언어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사진은 현실을 복제하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재구성돼 어느 듯 강력한 힘을 획득했다. 그러한 바탕 위에 아시아 최대의 사진축제로 자리 잡은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더욱 성장해 나아갈 것이다.

박순국 언론인, 사진가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