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심신 상실·미약과 형의 감면

얼마 전 일어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범인은 그 잔혹한 범행방법은 물론 검거 직후 우울증을 주장해 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했다.
그러한 이유로 형사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법률이 정한 범죄에 해당하면 원칙적으로 처벌되나,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없거나(정당방위 등) ‘책임’이 없는 경우(형사미성년자 등)는 처벌되지 않거나 처벌이 감경되고 있다.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은 모두 위 책임이 없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한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위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단 스스로 위 심신장애를 일으킨 경우는 그러하지 않다) 다시 말해 △심신장애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의 부재 또는 미약이라는 두 가지 조건에 해당해야 비로소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판단이 가능하다.
형사재판에서 법관은 피고인이 범행 시 위 두 가지 조건에 해당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며 전문가의 정신감정 결과 등을 참고하나 이에 구속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범인이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할 경우 어떻게 될까. 소견으로는 범인에게 우울증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될 수 있겠으나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부재 또는 미약하였다는 점은 인정될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범인은 범행 도구인 칼을 집에 가서 들고 와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는 계획하에서 이뤄진 범행임을 여실히 보여주며 달리 위와 같은 능력이 부재 또는 미약했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은 실무상 좀처럼 인정되지도 않고, 함부로 인정돼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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