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국화차 명인에 도전하는 안동의 강소농 ‘보화다원’

▲ 박복자 대표가 자신이 만든 대표 상품인 ‘가을 미인 황국’을 소개하고 있다.
▲ 박복자 대표가 자신이 만든 대표 상품인 ‘가을 미인 황국’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의 약학서인 ‘본초강목’에 ‘국화의 효능’은 ‘장복을 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 요순시대에 800살까지 살았다는 ‘팽조’는 양생술(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기술)의 목적으로, 국화술과 국화차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최근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깨끗한 음식과 좋은 차(茶)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화차는 ‘속을 편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하여 많은 차인(茶人)들이 즐겨 마신다.
‘국화차 명인’에 도전하는 강소농이 있다. 안동시 서후면 ‘보화다원’ 박복자(61·여) 대표가 주인공이다.
농업계 고등학교 교사였던 남편 정원근(62)씨는 국화를 재배하고, 박 대표는 국화차를 만든다.
박 대표는 국화는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하여 ‘가을 미인 황국’으로 브랜드화했다.
이들 부부는 6천600㎡ 규모의 농장에 국화를 재배하고, 국화차를 만들어 연간 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 국화재배 농사꾼으로 변신

‘보화다원’의 박복자 대표는 결혼과 함께 남편의 직장 따라 안동에 정착했다. 남편이 교사라서 집안일만 하던 전업주부였다.
16년 전 우연한 기회에 국화를 만났다. 친구들이 국화차를 만드는 모습이 너무나 좋아 보였다. 집에 와서 혼자 국화차 만들기에 도전했으나 제대로 된 차가 나올 리가 없었다.
이를 본 남편이 “정식으로 교육받고 제대로 만들어 보라”고 했다. 그래서 국화차를 만드는 지인들을 따라 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웠다.
하지만 그 당시 국화차 제조법은 사제지간(師弟之間)에 도제식 교육으로 진행돼 제대로 된 제조법을 배우기 어려웠다. 그러자 남편이 돕겠다고 나섰다.
농업고등학교 교사인 남편은 바로 안동대학교 대학원 ‘원예육종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국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남편의 1인 3역이 시작됐다. 낮에는 교사, 밤에는 대학원생, 주말은 국화재배 농사꾼으로 변했다. 국화에 대한 자료와 품종을 수집하면서 옛 문헌을 찾아 본격적으로 국화차 제조법을 익혔다. 박 대표도 안동시농업기술센터에서 국화차 제조법을 배웠다.
부부는 3년 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국화차 연구에 전념했고, 자신감이 생기자 2004년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국화차 전문가’란 자부심이 있다.

◆ 친환경 유기농 재배 원칙, 부부의 신념

▲ 보화다원의 박복자·정원근 공동대표가 개화를 시작한 국화밭에서 꽃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보화다원의 박복자·정원근 공동대표가 개화를 시작한 국화밭에서 꽃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보화다원’의 경영수칙은 ‘내가 먹고 마신다는 생각으로 가장 깨끗하게 재배하는 것’이다.
친환경 유기농 재배는 부부의 신념이다. 2002년부터 제초제는 물론 화학비료를 한 번도 뿌리지 않았다.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의 ‘제로화’를 실천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보화다원’의 위치는 친환경 재배에 최적지다. 3면이 산으로 포근하게 둘러싸고 있어 외부 환경과의 접촉이 거의 없다. 인근의 다른 농지에서 뿌리는 농약이 날아오지 않는다.
국화밭 위쪽에도 다른 농지가 없어 유해성분이 흘러들어오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친환경 유기농을 고집하는 만큼, 검증된 유기농 전용퇴비를 구입해서 사용한다.
국화에 많이 발생하는 진딧물 등의 병충해 방제를 위해서도 인체에 해가 없는 유기농 약제를 사용한다. 다만 여름철 잡초 발생을 막기 위해 검은색 비닐과 부직포로 피복해서 재배한다.

◆ 국화차는 정성의 산물

▲ 국화차는 ‘속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많은 차인들이 즐겨 마신다.
▲ 국화차는 ‘속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많은 차인들이 즐겨 마신다.

국화차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재배과정은 물론 채취, 데침과 건조과정에 수십 번의 손길이 간다. 정성이 없으면 어렵다. 이른 봄 국화 순을 채취해 삽목하고, 뿌리가 내리면 다시 밭에 정식을 한다.
가장 손길이 많이 가는 것은 ‘꽃송이 채취’와 ‘건조과정’이다.
국화는 두상화(頭狀花, 꽃대의 끝에 많은 꽃이 한데 붙어서 한 송이의 꽃처럼 머리 모양을 이룬 꽃)라 꽃을 채취할 때 강한 힘을 받으면 꽃송이가 으스러져 버리기 때문에 한 송이씩 조심스럽게 따야 한다.
그래서 꽃송이 바로 밑의 연한 줄기를 손톱으로 톡! 끊는 방식으로 채취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국화는 향이 강해 그대로 말리면 좋지 않다. 그래서 제조과정에 강한 향을 줄이는 것이 비법이다. 연한 맛을 은은하게 우러나게 만드는 것이다.
끓는 물에 데치고, 건조 과정에 2회 이상 비벼서 꽃잎에 상처를 만드는 것도 향과 맛이 빨리 우러나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때 꽃잎이 떨어지거나 송이가 으스러지면 안 된다. 초보자에겐 정말 어려운 과정의 작업이다. 그래서일까 국화차를 일명 ‘정성의 산물’이라고 부른다.

◆된서리가 무서워

국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기후변화다. 갑작스럽게 변하는 기후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보화다원처럼 산간지역에서는 더욱 기후예측이 어렵다. 여름철의 가뭄과 폭염은 관수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가을에 갑작스럽게 내리는 ‘서리’는 대처하기도 어렵고 피해도 크다.
특히 된서리(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가 내리면 피해는 치명적이다. 국화는 비교적 저온에 강한 식물이라 무서리(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는 견딜 수 있지만, 된서리가 내리면 국화 꽃잎이 동해를 입어 갈색으로 변해 버린다. 꽃잎에 갈변현상이 일어나면, 국화차 재료로서의 상품성은 완전히 없어진다.
2009년 10월 말에 된서리가 내렸을 때, 보화농원의 국화꽃도 큰 피해를 입었다. 수확을 완전히 포기하다시피 했다.
다행히 보화다원의 기술을 전수해 모종을 분양받아갔던 경남 함안의 농가에서 생산된 국화꽃을 가져와 위기는 넘겼다. 그때부터 안정적인 국화 생산을 위해 노지 재배를 우선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하우스재배를 함께 한다. 자연재해에 대한 자구책이다.

◆ 황토 담틀집 펜션 운영

보화다원에는 2동의 특별한 펜션이 있다. 황토로 지은 담틀집이다.
담틀집은 기둥을 세우지 않고 토담을 쳐서 벽체로 삼고 지붕을 얹어 지은 집이다. 사면에 거푸집을 설치하고 그 속에 황토를 넣고 단단하게 다져서 벽체로 삼았다.
물을 넣지 않은 황토에 약간의 마사토를 섞고 자연에서 채취한 황토를 그대로 다졌다. 벽 두께가 40cm나 된다. 워낙 단단해 못을 박기도 어렵다.
보온성이 좋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겨울에 난방하지 않아도 방안은 항상 훈기가 돈다.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으로 인해, 자고 나면 개운함을 느낀다는 것이 투숙객들의 의견이다.
지난해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선정한 우수 농가 민박에 선정되기도 했다. 원적외선이 나오는 황토 담틀집에서 마시는 국화차의 맛은 어떠할까?

◆ ‘국화차 명인’의 꿈

부부는 큰 욕심이 없다. 자연과 가까이 벗하면서 자연처럼 살아가는 것에 만족한다.
다만, 꿈이 있다면, ‘보화다원’이란 이름처럼 ‘보배처럼 빛나는 농장’을 만들고, ‘국화차 명인’이 되고 싶다.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좋은 국화차를 많은 사람이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 국화품종을 개발하고, 국화재배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인근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국화차가 확대보급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 대표는 “세계적으로 많은 명차가 있다. 우리의 국화차도 정말 좋은 차다. 하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데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화차의 품질을 더 업그레이드시켜, 전 세계인들이 찾는 명차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농장명: 보화다원
▲농장주: 박복자ㆍ정원근 (2015강소농)
▲구입문의: 010-9376-3571, 010-6781-0101
▲블로그 : https://blog.naver.com/parkbja5614
▲소재지: 안동시 서후면 풍산태사로 2886-10
▲이메일: parkbja@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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