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가 26일 정례회를 열어 새해 업무보고와 함께 신년 예산에 대해 심의를 한다. 이번 정례회는 이 외에도 경주경찰서 이전 부지 선정, 스포츠센터 부지 선정, 그리고 경주시립노인요양병원 위탁계약 동의 문제 등 뜨거운 감자가 될 안건들이 주목받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정례회에 앞서 지난 22일 간담회를 갖고 당면한 문제에 대해 심의하고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보건소가 제출한 ‘시립병원의 위탁 운영에 대한 동의안’이 도마에 올랐다.
보건소 공무원이 지난 8월1일에 이어 또 공공사무 위탁에 관한 조례를 어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방시설 설치, 간호센터 리모델링 용역 등의 업무처리 방식을 두고 시의원들은 보건소 공무원의 일방적인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소장과 관련 공무원이 공공사무를 민간에 위탁할 때는 계약하기 90일 전에 시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알면서도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도 보건소 측은 “규정은 알았지만 법무 부서에 자문을 구했는데 아무도 그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조례와는 관계없이 보건소에서 임의대로 업무를 처리한 사실을 밝혔다.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국공립병원에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2년 이상의 유예 기간이 있었지만 경주보건소는 예산을 수립하지 않았다. 대신 법 시행을 앞두고 긴급하게 민간위탁 운영자에게 스프링클러 설치를 주문했다. 이에 우석의료재단은 3억2천여만 원의 사비를 들여 소방설비를 설치했다. 또 보건소의 권고에 따라 간호센터와 합병하기 위한 리모델링에 필요한 용역비 5천여만 원도 우석재단이 사비를 들였다.
그런데 시립병원 소방 설비와 간호센터 용역은 당연히 보건소가 예산을 확보해 추진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 일반 공무원과 시의원들의 해석이다. 수탁업체가 사비를 들여 시공하게 한 것은 보건소 공무원의 직무해태이자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다만 경주시의회 의원들은 이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례를 제정한 시의회가 조례가 적법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과 조례를 어겼지만 관련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조례를 고의로 어긴 것은 심각한 일이다.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 때문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 여부에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무원들은 임명장을 받으면서 법률을 준수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선서를 한다. 경주시보건소 소장과 관계 공무원은 이번 일을 처리하면서 자신이 선서했던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준법정신과 봉사자로서의 자세를 망각했던 것은 아닌가. 경주시의회의 보건소 공무원들에 대한 처리 결과에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또다른 이유이다.

강시일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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