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우째사노? 내 느그 학교 근처다. 가도 되나?” 오랜만에 연락이 온 고등학교 친구다. 여름에 봤을 때 큰 애가 고3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입시철이니 이런저런 답답함에 그래도 대학교수로 있는 친구를 일부러 찾아온 것이리라. “내가 우리 현우 금마 카는 소리는 하나도 몬 알아듣겠더라. 대학을 우째 가야 되는지 니가 쫌 갈키도” 교수 연구실로 맞이하니, 아니나 다를까 들어오는 첫마디가 아들 대학 걱정이다.
나: 힘들재? 그래도 현우는 공부 잘한다 카드만 무슨 걱정이고?
친구: 지 엄마가 시켜서 공부 좀 하는 줄 알았는데, 니 대학 어디 갈래? 물으니 수시니 학종이니 교과니 정시니 납치니 이상한 소리만 해서.
나: 진짜 잘 모르는구나? 쉬운 거부터 하자. 정시는 11월에 치는 수능시험 점수로 대학가는 거 알고 있재? 각각 다른 대학에 원서를 세 군데 정도 낼 수 있고.
친구: 우리 때는 한 군데만 냈잖아? 많이 좋아졌네?
나: 응 기회는 많아졌지. 만약에 정시로 뽑는 인원이 10명이면 지원자 중에 점수로 상위 10명에게 ‘최초합’ 통보가 간다. 그런데 최초합격자 중에 등록을 안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후보’ 번호도 알려준다.
친구: 후보? 지 앞에서 등록 안 하면 후보한테 기회가 온다는 거지? 대기표 같은 거네?
나: 그렇지. 그렇게 후보로 있다가 합격하는 걸 ‘추합’이라고 한다. 1차 추합을 발표했는데 후보 중에서도 등록을 안 하면 그 인원만큼 또 2차 추합을 하고, 그래도 안 채워지면 3차를 하고, 하다가 마지막에는 전화로 등록을 할 건지 연락을 한다. 추합철이 되면 그래서 혹시 연락이 올까 봐 전화도 오래 못하고 기다려 보는 거지.
친구: 야, 어쨌든 기회가 많으니까 지 점수는 다 찾아 묵겠네? 우리 때는 미달나는데 찾는다고 원서 내는 게 전쟁이었잖아?
나: 지금도 여전히 원서가 중요하지. 점수가 평소보다 많이 내려가는 걸 ‘빵꾸’라고 부르는데 그게 우리 때 미달 같은거다. 작년에 어디가 폭발이고 어디가 빵구인지, 그리고 올해 내게 유리한 점수를 주는 대학이 어딘지를 다 일일이 살피고 공부해서 원서를 내야하는데 그게 만만하지가 않거든? 그래서 정시 원서 내는 일을 수능 6교시 ‘원서영역’이라고 부르기도 해.
친구: 유리한 점수? 수능 점수는 다 똑 같은거 아니가?
나: 원점수는 다 똑같지. 그런데 과탐같이 8개 과목 중에 2개만 선택해서 치는 시험은 우연히 난이도가 낮은 시험을 친 사람이 유리해지니까 ‘표점’이라고 과목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반영한 점수가 있다. 여기에 대학별로 더 중요하게 쳐서 점수를 더 주는 과목이 서로 다 다르고, 계산을 백분위로 하는지 표점으로 하는지에 따라서 대학별로 내 점수가 달라지는거야.
친구: 아이고 머리 아프다. 그래서 우리 아도 시험 안치고 수시로 대학 갈라 캤구나!
나: 수시 합격자도 몇 과목의 수능 등급이 얼마 이상이 되어야 입학을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수시에 붙어도 수능을 쳐야한다. 그걸 수능 ‘최저등급’이라고 해.
친구: 그런데 아들 친구들은 수시 붙으니까 공부 안한다 카던데?
나: 물론 최저등급이 없는 수시 전형도 많이 있어. 그건 대학들이 사정에 따라서 결정하는 거야.
친구: 나는 수시 그거 시험 안치고 대학가니까 좋다 싶더라. 고등학교 때 공부말고 뭐를 했는지 하고 취미나 특기는 뭔지? 그런 걸로 대학가면 되니까 새벽까지 학원 뺑뺑이 안 돌아도 되고, 부모는 돈도 덜 들고.
나: 내가 시간이 없어서 결론만 딱 이야기할께. 누가 수시에 대해서 무슨 소리를 어떻게 하든지 간에, 혹은 어떤 전형이 누구를 어떻게 뽑는다고 광고를 하든지 간에, 크게 보면 수시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으로 판가름이 난다. 고등학교 생기부고 자소서는 그냥 참고사항이다
친구: 응? 진짜가? 하기야 우리 애도 지가 지 생기부 쓰고 있더라. 웃기데?
나: 생각해봐라. 그러니 생기부 그거를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되겠냐? 이래저래 빼고 나면 결국 믿을 건 고등학교 내신성적 밖에 없다.
친구: 그런데 고등학교 내신 그게 공평하나? 뉴스도 그렇고 내가 봐도 그거 비리 많겠던데?
나: 그래도 대부분은 내신을 공평하게 하겠지. 진짜 전국에서 뉴스 나오는 한 두 군데에만 문제가 있는 거라고 믿고 싶다.
친구: 니도 학교에 있다 보이 많이 순진해졌네? 진짜 한두 군데만 문제라고 믿나?
나: 안 믿으마 우짤낀데? 그냥 믿자. 아니면 너무 서글프잖아?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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